소설리스트

243화 (243/303)

요도 안에 삽입된 칼날이 내부를 헤집는 것 같은 미칠듯한 격통이었다.

“끄허.......................................커헉.................................끄허어..................................”

비명조차 나오지 않았다.

크게 벌린 입은 꺼억- 꺼억- 숨이 틀어막힌 비명만 내뱉을 뿐이었다.

-탁. 탁. 탁. 탁. 탁. 탁. 탁.

붉게 충혈된 눈.

당장이라도 튀어나올 듯 앞으로 튀어나온 눈.

하지만 어김없이 올라오고 있는 사정감.

그에 따라 상한치의 상한치를 돌파하는 고통의 강도.

-뷰룻...뷰룻...뷰룻...뷰룻...뷰룻...뷰룻...뷰룻...

그러한 정점의 고통 속에서, 마침내 사정이 시작되었다.

자지 내부를 헤집는 소형 나노 칼날이 요도를 통해 미친 듯이 분출되는 것 같은 격통을 느꼈다.

“컥.......................................크혹...................................훗....................”

이루 말할 수 없는 육신의 고통.

다만 이하영은 야릇하게 미소를 지으며 미스터 최를 바라보았다.

이번에 처음 선보인 약물이 톡톡한 효과를 발휘하자, 입이 귀까지 찢어지게 웃는 이하영이었다.

“야. 이하영. 기절했잖아!”

그때, 불만 가득한 이희연이 목소리가 뒤에서 들렸다.

그녀의 말을 확인하고자 고개를 드니, 미스터 최는 정말로 졸도해버렸다.

“으휴. 역시 도태남이네. 이것도 못 참다니.”

이하영은 그렇게 말하며 오나홀을 빼냈다.

그리고 부하에게 처분하라고 시킨 뒤, 장갑을 벗고 자리로 돌아왔다.

“아오. 이제 내 차례인데 기절해버려선.”

이하영은 툴툴대는 이희연을 보며 싱긋 웃었다.

그리고 이희연 근처에 있는 스위치를 가리키며 말했다.

“전기충격이나 화염방사면 깨지 않을까?”

“아니, 기절할 만큼 고통을 느낀 놈한테, 곧바로 고문하면 잘도 버티겠다.”

“음. 그건 그렇네. 그런데 무슨 고문 하려고 했었어?”

“부랄 한 짝만 터트리려고 했지.”

“아.”

“후. 됐어. 내일 하지 뭐. 오늘은 좀 쉬게 놔둬야겠다. 이 이상 하면 몸 상해. 그럼 오랫동안 못 가지고 놀 거 아냐.”

“후후... 그건 그렇지.”

“그래. 정성민 몫도 남겨놔야지. 우리만 즐겨선 곤란해.”

백하윤의 말에 이하영과 이희연은 동시에 고개를 끄덕였다.

이후 그녀들은 방을 나서며 오랜만에 모인 기념으로 회식을 하자고 얘기를 나눴다.

역시 회식의 주제는 구원자와 미스터 최를 어떻게 더 고통스럽게 만들지에 관한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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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끼워줘.”

도원결의 자매는 자신들을 빤히 바라보고 있는 차도연을 보았다.

이하영은 뒤늦게 낯짝을 들이민 차도연을 흘겨보며 답했다.

“넌 안 한다며? 뭐, 나는 당신들관 달라. 이랬지 아마?”

“.....생각이 바뀌었어. 정성민은 미스터 최를 내어줄 생각도 하지 않고, 나는 너무 화가 나서 견딜 수가 없고. 모든 게 엉망이야.”

고개를 숙인 채 주먹을 꽉 쥐는 차도연.

방금 뱉은 말대로, 요즘 차도연의 생활은 엉망진창이었다.

출근을 해도 일할 의욕이 나지 않고, 텅 빈 집에 오면 멍하니 허공을 바라보는 일이 많아졌고, 밤늦게까지 온갖 잡생각에 시달리다가 늦게 잠들면, 결국 지각하기 일쑤였다.

삶의 목표를 잃어버리니 더 이상 살아갈 의욕이 나지 않았다.

언니도 정성민에게 완전히 넘어가 버렸고.

“그 자식이라도 어떻게 하지 않으면...진짜 미쳐버릴 거 같아. 나도 끼워줘. 나한테도 자격은 있잖아?”

차도연의 자격.

물론 충분히 있었다.

그녀만큼 미스터 최에게 청구내역이 많은 여자는 백하윤을 제외하곤 없을 것이다.

그녀의 인생 자체가 미스터 최를 처단하기 위해 희생되었으니.

“뭐, 그럼 잘 왔어. 마침 우리가 모인 것도 미스터 최를 어떻게 고문할지 논의하기 위해서 모인 거야. 너도 한잔하면서 얘기나 하자.”

이하영은 그렇게 말하며 잔 하나를 더 시켰다.

곧이어 차도연의 자리 앞에 소주잔 하나가 놓이자, 백하윤이 잔을 채워주며 말했다.

“그런데 여긴 어떻게 알고 온 거야?”

“.....정성민을 찾아갔어. 그러니까 여기로 가보라고.”

“아~”

납득한 표정의 백하윤.

다만 차도연은 정성민을 마주했을 때의 기분을 상기했다.

마치 시간이 멈춘 것 같은 그 기분을 말이다.

왜 이렇게 얼굴이 화끈거리고 심장이 쿵쿵 뛰었던 걸까.

역시 욕구불만 때문에 그런 것일까.

벌써 몇 개월 전인진 모르겠으나, 그와 섹스를 했던 기억 때문에 주기적으로 자위를 하지 않았던가.

그 해결할 수 없는 욕망 때문에 그를 보자마자 몸이 달아올랐던 것일까.

“크흐흐 주인님 생각하지?”

그때, 이런 자신에게 정성민을 생각했냐 질문하는 이희연.

차도연은 홍당무처럼 붉어진 얼굴로 자신을 비웃는 듯한 표정의 이희연을 보며 버럭 소리를 질렀다.

“아니!”

쩌렁쩌렁 울리는 목청.

고깃집의 인파들이 자신을 향해 눈짓을 했다.

차도연은 크흠. 헛기침을 하며, 죄송합니다...라고 중얼거린 뒤, 다시 이희연에게 말했다.

“다시는 그런 말 하지마! 내가 어떻게 그 자식을. 말도 안 되는 소리야.”

허나 여전히 기분 나쁜 표정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이희연.

그녀가 싱긋 웃으며 말했다.

“아니, 생각 정도는 할 수 있잖아? 마치 들키면 안 되는 걸 들킨 것 마냥 반응이 귀엽네.”

“읏... 닥쳐.”

“자-자-. 그만.”

그때, 이하영이 중재에 나섰다.

그녀는 서빙되는 안주를 가리키며 입을 열었다.

“싸울 때가 아니야. 새로운 ‘고문 맴버’가 꼈으니, 환영식을 해야지”

“나도 동감. 같이 도태남 미스터 최를 고문할 사이인데, 싸워선 안돼지.”

백하윤은 그렇게 말하며 소주잔을 들었다.

그리고 차도연에게 눈짓을 줬다.

“커흠.”

귀가 빨갛게 달아오른 차도연이 소주잔을 들어 올렸다.

이윽고 네 명의 여인은 서로 소주잔을 부딪힌 뒤, 원샷으로 마셨다.

이후 그들은 만취할 때까지 미스터 최의 고문 방법에 대한 이야기로 꽃피웠다.

“개, 개쩔어....”

차도연은 홍조 가득한 얼굴로 그들의 고문 일화를 들었다.

심지어 영상으로 기록해둔 것까지 봤다.

이건 완전 신세계였다.

‘나, 나도 하고 싶어! 기분 좋아 보여!’

미스터 최가 고통스러워하는 모습을 보며 키득거리는 3명의 여인들.

그 중에 자신도 속하고 싶다는 열망이 가슴에서 들끓어 올랐다.

‘어쩜 이렇게...다들 멋진 거야.’

술에 만취했기 때문에 그럴까.

평소 법과 윤리의 원칙을 철저히 고수하던 차도연은, 이 세 자매들이 보여주는 ‘날 것의 복수’에 고양되는 기분을 느꼈다.

그리고 자신의 진정한 본능은, ‘정의의 실현’이 아니라 ‘복수의 완성’이라는 것을 깨달을 수 있었다.

‘이제... 이제 나도 편해지고 싶어.’

오랜 시간 언니를 위해 싸워왔다.

하고 싶을 걸 참고, 하기 싫은 걸 억지로 하고, 허울뿐인 껍데기를 정의라 믿으며 오랫동안 살아왔다.

하지만 이것은 맞지 않는 옷이었다.

예전에 정성민이 말한대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복수를 하는 것.

그것이 자신을 위한 진정한 것임을, 마침내 차도연은 깨달을 수 있었다.

“나, 관둘 거야.”

하여 차도연은 결심했다.

양볼에 뜨거운 눈물을 흘리며 중얼거렸다.

“언니가 보고 싶어. 이제, 이제 검사 같은 거 안 할 거야.”

이제 차도연은, 언니가 있는 정성민의 스튜디오에 들어가기로 했다.

그곳에 들어가 미스터 최를 고문하며, 희생당한 자신의 과거를 보상받기로 했다.

그녀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

새하얀 독방에 갇힌 지 3개월.

이미 이신아의 정신은 제정신이 아니었다.

그녀는 끓임없이 환청을 들으며 정신적 고통에 시달려야 했고, 그때마다 자신의 모든 선택을 후회하며 고통스러워해야 했다.

【나이신아는발기부전에능력도쓰레기같은남편정현재를더.....】

속삭임.

자신의 죄악이, 자신의 죄책감이 만들어 낸, 허상의 울림.

이 울림은 귀를 막는다고 해서, 의식을 잃는다고 해서, 잠에 든다고 해서 막을 수 있는 게 아니었다.

이것은 영원히 자신을 따라다니는 그림자와 같은 것이었다.

지울 수 없는 과거의 흔적들이었다.

“흐...흐흐...흐흫....흐흫.....흐흐흐흫....”

벽 구석에 틀어박혀 무릎을 끌어안은 채, 울음도 웃음도 아닌 이상한 소리를 흐느끼는 이신아.

그녀는 지금 자신의 죽음을 보고 있었다.

이 감당할 수 없는 죄악에서, 이 미칠듯한 죄책감에서 벗어나는 일은 자신의 죽음을 시뮬레이션 하는 일뿐이었다.

죽음의 방법은 다양했다.

-서걱 서걱 서걱 서걱 서걱 서걱...

이신아는 톱줄로 자신의 목을 썰기 시작했다.

살이 베이고 피가 뿜어져 나오고 게거품을 물면서도 목을 썰고 있는 자신은 미소를 짓고 있었다.

“흐흫....흐흐흫....흐흫.......”

그래.

죽어라.

죽어라 이 씨발년아.

네년은, 네년은 더 살 가치가 없어.

죽어.

이대로 죽어.

그냥 죽어버려.

-서걱! 서걱! 서걱! 서걱! 서걱! 서걱! 서걱!

목이 떨어져서 죽어.

이대로! 이대로 죽어!

이대로ㅡ!

-툭...투두둑....투둑....

마침내 목이 분리되고, 기우뚱- 뒤로 넘어가는 몸.

이신아는 자신의 분리된 얼굴을 보았다.

피눈물을 흘리며 고통에 일그러진 표정을 짓고 있었다.

“흐흫..!! 흐흫!! 흐흐흫!!! 흐히히힣!!!”

가분이 좋아졌다.

저 창년이 죽으면, 이렇게 기분이 좋다.

잠깐이나마 환청이 들리지 않는다.

-벌떡!

이신아는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 자신의 목이 있는 곳으로 쿵 쿵 걸어간 뒤 그 목을 발로 차기 시작했다.

툭- 차자 휙- 날아가, 침대 위로 떨어졌다.

“히힣!!! 히히힣!!! 히히힣!!”

재밌다.

즐거운 공놀이였다.

이신아는 산발을 한 채 침을 질질 흘리며 침대로 뛰어갔다.

그리고 다시 자신의 목을 발로 차려는 순간.

“으으...?”

자신의 눈에만 보이던 환각이, 사라졌다.

더 이상 가지고 놀 공이 보이지 않았다

이신아는 침대를 쿵- 쿵- 치며 고성을 지르기 시작했다.

“끄어어어어어!!! 으어어어어!!! 아아아아아악!!! 흐어어어어!!!”

쿵! 쿵! 쿵! 쿵! 쿵! 쿵!

“으어어어!!!!”

더.

더 괴롭혀야 하는데.

저 개 같은 년의 대가리를, 더 발로 차줘야 하는데.

짓밟고 찢고 깨부수고 물어뜯고....

“흐흫...?”

하지만 그때, 뇌리 속에 스치는 어떤 깨달음.

여기 있잖아.

내가 바로 그 씨발년이잖아.

왜 그 생각을 못 했지?

“흐흐흫!!! 흐흫!!! 흐흐흐흫!!!”

이신아는 주먹을 쥐어 자신의 코를 때렸다.

피 묻은 주먹이 눈에 들어왔다.

코피가 주륵 흘러나온다.

“흐흐흐흫!!!!”

-퍽! 퍽! 퍽!

뺨과 눈과 코를 한 대씩 더 때렸다.

얼굴에 얼얼한 고통이 느껴졌다.

기분이 좋았다.

“흐흐흫!!! 흐흫!!”

이제 거리낄 것이 없다.

환상으로 볼 필요 없이, 실물을 괴롭히면 되잖아?

-삐익.

그때, 방문이 열리며 연구복 차림의 남자 셋이 성큼성큼 걸어오기 시작했다.

그들은 이신아가 더 이상 자해를 하지 못 하도록 묶은 채, 수면마취 주사를 놓았다.

이신아는 그대로 잠에 빠졌다.

***

“헉!”

이신아가 다시 눈을 뜬 것은 3일이 지난 뒤였다.

아직 얼굴에 얼얼한 느낌은 남아있지만, 상처는 거의 치료된 상태였다.

“.....”

이신아는 다시 퀭한 눈으로 허공을 보았다.

그들이 주사한 약 때문인지, 아무것도 의욕이 생기지 않았다.

자신을 자해하고픈 생각도 들지 않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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