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239화 (239/303)

”후우...준비하세요.“

이윽고, 승기가 완전히 기울고 문을 날려버릴 준비를 마쳤을 때, 안지연과 장태건은 저격총의 스코프에 눈을 댄 뒤 최후의 준비를 했다.

행여나 조금의 오차라도 냈다간 타겟의 목숨을 앗아갈 수 있으니, 신중하고 정확하게, 그러나 빠르게 방아쇠를 당겨야 한다.

-콰아아아앙!!!

그리고 마침내, 그 순간이 오고 말았다.

왼쪽 미닫이문이 날라간 것이다.

안지연과 장태건은 각각 이신아와 미스터 최의 권총에 조준점을 맞췄다.

그리고 숨을 흡! 멈춘 뒤, 방아쇠를 당겼다.

-타앙!

-타앙!

러시아에서 세르게이 진영으로 잠입했을 때, 정성민에게 저격실력을 지적받은 안지연.

그녀는 그날 이후 저격을 미친 듯이 연습했고, 그 결과 장태건처럼 수준급에 이르는 저격수가 될 수 있었다.

그리고 그 결과는ㅡ,

-팅! 팅!

미스터 최와 이신아의 동반자살을 막아내는, 최상의 결과를 이끌어 낼 수 있었다.

허나 안지연과 장태건은 여기에 그치지 않고 곧바로 각각 마취총을 들었다.

혹시라도 총을 놓친 그들이 다른 방법으로 자살을 택할 수 있기 때문에, 안지연과 장태건은 곧바로 이신아와 미스터 최의 허벅지를 조준하여 마취총을 쐈다.

-푸욱! 푸욱!

결과는 적중.

멧돼지도 한 번에 재우는 마취총이기에 미스터 최와 이신아는 그대로 잠들었다.

안지연은 그들이 무사히 잠드는 것까지 확인한 뒤, 총을 내려놓으며 환하게 미소를 지었다.

”드디어... 드디어 나도 한건 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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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뒷세계의 대전쟁이 막을 내렸다.

검찰청장은 정성민과의 계약에 따라 정부요원을 모조리 철수시키고 전쟁 발발지역을 통제하는데 열을 올렸다.

“고작 그 나이에 뒷세계의 왕이라니. 대단하군.”

자신 또한 여러 신화적인 업적을 이루며 이 자리까지 왔지만, 정성민에 비하면 용 옆의 도마뱀일 뿐이었다.

다만, 뒷세계 소탕의 공적으로 정계 진출과 더불어 대선 출마까지 넘볼 수있는 기회가 생겼으니, 자신의 전성기는 이제부터 시작이었다.

***

역사상 최악의 대전쟁의 흔적은 순식간에 치워졌다.

당연히 정성민이 승리할 것이라 예상했던 이희연이, 후속처리조를 운영하여 전쟁의 흔적을 단 하루 만에 싸그리 치워버린 것이다.

이후 그녀는 미스터 최의 세력을 모조리 점령하여 흡수하는데 집중을 했다.

압도적인 카리스마로 조직을 지배했던 미스터 최가 패배했으니, 남은 잔여 조직을 흡수하는 데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다만 이신아에게 단단한 세뇌당한 ‘이신아 추종부대’가 말썽이었지만, 결국 죽음의 공포 앞에서 그들도 무릎 꿇을 수밖에 없었다.

“그럴 리가... 그럴 리가 없어...! 세, 세라님이! 나의 세라님이...!”

완전히 변절해버린 강승재는 본진의 패배소식을 듣고 한참 동안을 절규했다.

그러다 그는 완전히 실성한 듯 미친 듯이 웃으며 장도를 휘두르기 시작했는데, 안지연의 저격으로 깔끔하게 처리되었다.

그렇게 정성민에게 구원받았다가 다시 이신아에게 타락한 강승재는 배신의 대가로 죽음을 맞이했다.

“나는 사망자들이랑 부상자를 수습할게.”

이희연이 미스터 최 세력의 통합/흡수를 맡았기에 이하영은 부상자들과 사망자들을 자신의 거처인 향락소로 옮겨 수습하는데 집중했다.

또한 엘레나는 자신을 믿고 한국으로 내려온 마피아 세력을 치하하고 사망자를 추모하는데 집중했고, 백하윤은 첩보부대를 운영해 국외로 도주를 시도하는 미스터 최의 간부들을 모조리 잡아들이는 데 집중했다.

“주인님은 어디 계셔?”

“스튜디오로 복귀하고 있는 중이야. 전리품을 데리고.”

다만 정성민은 뒤처리건 뒷세계의 왕이 되건 딱히 관심을 두지 않았다.

그의 관심사는 오직 벌을 받아야 할 자에게 벌을 주는 것뿐이었다.

“.....우리도 빨리 정리하고 가야겠네.”

그리고 비단 죄의 댓가를 물을 사람은 정성민뿐만이 아니었다.

이하영, 이희연, 백하윤 등등 미스터 최에게 원한이 있는 자들이 한 두명이 아니었다.

하여 그녀들은 서둘러 자신이 처리해야 할 일에 열을 올리기 시작했다.

한시라도 빨리 이 작업을 마무리하고, 정성민의 ‘징벌’에 참여하고픈 마음이었으니까.

***

이 순간이 오기를 얼마나 고대해왔을까.

정성민은 주마등처럼 스치는 지난 날들을 헤아려보았다.

수치와 굴욕과 울분의 시간을 지나, 고통과 노력과 분노의 시간을 거쳐 오늘 날에 이르기까지.

뒷세계의 왕을 잡기 위해 정성민은 그들보다 더한 괴물이 되어야 했다.

선량하고 착해빠졌던 그가 타인에게 고통을 주는데 쾌락을 느끼게 되고, 살인을 해도 눈 하나 깜짝하지 않게 되었다.

누구보다 여자에게 다정했던 그가 여자를 장난감 도구 가지고 놀 듯 쓰다 버리고, 약을 이용해 정신을 뒤트는 짓까지 서슴치 않고 저지르게 되었다.

“상관없어.”

하지만 이제 그 모든 고통의 시간은 아무렴 상관없어졌다.

만약 자신이 그러하지 않았다면 미스터 최를 이기지 못했을 테고, 자신의 가족을 모두 되찾아오지 못했을 테니까.

-스으윽....

정성민은 일자형 나무판자에 몸이 묶여 기절해 있는 미스터 최와 이신아를 보며 몸을 일으켰다.

완전히 나체의 모습을 하고 있는 미스터 최와 이신아는 자신이 어떤 꼴인지도 모른 채 몸을 축 늘어뜨리고 잠에 빠져 있었다.

아마 그들은 서로의 사랑을 확인하고 아름다운 죽음을 맞이했다고 착각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큭큭큭큭....”

하지만 그들이 눈을 떴을 땐 지옥을 맞이하게 되리라.

정성민은 그런 생각을 하며 오른손에 들린 나이프를 빙빙 돌렸다.

“깨워.”

몸이 근질거려 참을 수 없었다.

빨리 이 두 놈년을 조져야 하는데, 집주인을 앞에 두고 아직까지 잠만 처자고 있으니 말이다.

-촤악!

하여 정성민의 부하가 양동이에 든 물을 이신아와 미스터 최에게 각각 뿌렸다.

이에 그들이 서서히 눈을 뜨며 주위를 두리번거리자, 정성민은 입꼬리를 올리며 자신의 왼손에 들린 스위치를 꾹 눌렀다.

-지지지지지지직!!!

“끄아아아아!!”

“꺄아아아아아악!!”

그러자 전기충격이 미스터 최와 이신아에게 가해지며, 그들은 비명을 지르기 시작했다.

정성민은 한동안 그것을 보며 헤벌쭉 웃다가, 이내 손을 땠다.

“크하아악.....크허...”

“우우...우웃....”

탈진한 듯 침을 질질 흘리며 바닥을 바라보는 그들.

이윽고 미스터 최가 고개를 들어 정성민의 얼굴을 확인했다.

그리곤 모든 것을 체념한 듯한 얼굴로 다시 고개를 푹 숙였다.

“으으...이, 이게... 나, 난 분명.... 여보랑 같이.....자살을...”

다만 이신아는 아직 현실을 깨닫고 있지 못하는 모양이었다.

하여 정성민은 정신을 못 차리고 있는 이신아에게 나이프를 던졌다.

-훙! 훙! 훙! 훙! 푹!

“끄흐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흐아아!! 끄하아아!!! 흐아아아아아아아아!!”

정확히 이신아의 오른 손바닥에 박힌 정성민의 나이프.

정성민은 처절하게 비명을 지르는 이신아를 보며 입꼬리를 올렸다.

그리고 그는 나이프를 하나 더 받은 다음, 이번에는 이신아의 왼손으로 던졌다.

-퉁!

허나 아슬아슬하게 비껴맞은 나이프.

이신아는 눈을 크게 뜬 채 자신의 왼손 근처에 박힌 나이프를 보았다.

그녀는 숨을 후-욱 후-욱 내뱉으며 자신에게 나이프를 던진 정성민을 보았다.

“뭘 봐 썅년아.”

쿵- 내려앉은 가슴.

그의 표정에서 혈육의 정을 기대하기란 어려워보였다.

그가 자신을 보는 눈빛은 어머니를 보는 눈빛이 아니라 벌레를 보는 듯한 혐오의 감정이 담겨 있었다.

“당신은 선을 넘어도 한참 넘었어. 정현재가 당한 고통에 비하면 이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야.”

네토라세 플레이를 하며 정현재의 마음을 가지고 놀다 끝내 교통사고까지 당하게 만든 그녀.

그것도 모자라 미스터 최의 숙소에 데려오고 나서부터는 온갖 인격을 깎아 먹는 말로 그를 괴롭혔고, 마침내 정신이 망가지게 만들었다.

“받은게 있다면 돌려줘야 하지 않겠어? 아주 천천히 돌려줄 테니까 기대해. 정현재가 받았던 모든 고통을 돌려줄 테니까.”

정성민은 그렇게 말하며 다시 한번 전기고문 스위치를 눌렀다.

그러자 미스터 최와 이신아가 발버둥 치며 다시 한번 비명을 지르기 시작했다.

“끄아아아아아아!!!!”

“꺄아아아악!!! 끄어어어어어...”

그리고 게거품을 물 때쯤, 스위치를 놔주었다.

하지만 아직 여기서 기절해선 곤란하다.

정성민은 다시 부하에게 고개짓을 한 다음, 둘을 깨우도록 시켰다.

양동이에 가득 담긴 물이 그들의 얼굴에 뿌려졌다.

-촤악!

“.....”

“.....”

멍한 눈으로 눈을 뜨는 그들.

아무래도 정신이 번쩍 들도록 도움을 줘야겠다.

정성민은 다른 장치의 버튼을 눌러 미스터 최와 이신아의 발밑에 설치된 장치를 작동시켰다.

-푸화아아아앗!!

그들의 발밑에 설치된 것은 다름 아닌 화염방사기였다.

정성민은 온도를 조절하여 그들이 서서히 고통을 느낄 수 있도록 도움을 주었다.

“끄으으으아아아아아아!!! 끄흐으으..흐아악...!! 끄아악!! 흐아아아악!!!”

“으으으...흐어어어....끄흐어어어어!! 으으윽!!”

그리고 지글지글 살 타는 냄새가 날 때쯤 정성민은 스위치에서 손을 뗐다.

정성민은 몸을 일으킨 다음 고통에 몸부림치는 그들에게 다가가며 입을 열었다.

“이거 왜 이래. 아직 제대로 시작도 하지 않았는데. 이 정도로 고통스러워하면 곤란하지.”

정성민의 말 한마디, 한마디에 몸을 오들오들 떠는 이신아.

반면에 미스터 최는 패배감이 역력한 얼굴로 침묵으로 일관할 뿐이었다.

정성민은 킥- 웃음을 흘리며 입을 열었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딱 한 달만 고문할게. 그 정도는 해야 직성이 풀릴 거 같거든. 대신 하루에 딱 2시간만 할 테니까 안심해도 좋아. 오랫동안 고문받을 수 있도록 치료도 해주지.”

단 10분도 이렇게 버티기 힘든데, 앞으로 이런 생활을 한 달이나 버텨야 한다니.

이신아는 눈물을 쏟아내며 정성민에게 사정하기 시작했다.

“서, 성민아...크흐..으으으.... 미, 미안해. 내, 내가...내가 너무....너에게에엑!! 끼야아아아아아아악!!!”

허나 이신아가 채 말을 끝나기도 전에 스위치를 눌러 전기고문을 가한 정성민.

이윽고 스위치에서 손을 뗀 정성민이 말했다.

“누가 말해도 좋다고 했지? 닥치고 있어. 아직 얘기 안 끝났으니까.”

“흐흐흡...흡...흐읍...”

이신아는 입을 꾹 다물고 고개를 끄덕였다.

다만 정성민은 그런 이신아를 보며 어깨를 들썩이며 웃기 시작했다.

재밌는 생각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큭큭.... 솔직히 놀랐어. 모든 게 끝나는 날 서로 동반자살을 시도할 만큼 서로를 사랑했다니. 그래서 말인데, 너희의 사랑을 한번 시험해보고 싶어졌어.”

정성민은 그렇게 말하며 그들의 손에 스위치를 하나씩 쥐어주었다.

그리고 그 스위치의 용도에 대해 설명하기 시작했다.

“시험은 간단해. 일명 ‘고통 전가’지. 그 버튼을 누르면 자신에게 가해지는 전기충격이나 화염방사의 강도를 상대에게 옮길 수 있는 거야. 원리는 이해했어?‘

이신아는 오들오들 몸을 떨며 고개를 끄덕였다.

반면에 미스터 최는 자신의 손에 들린 스위치를 바닥으로 떨구었다.

그는 각오를 다진듯한 얼굴로 입을 열었다.

”나는...나는 무슨 일이 있어도 누르지 않겠다. 세라, 차라리 나에게 당신의 고통을 줘. 당신을 지키지 못한 내 잘못이야.“

정성민은 미스터 최를 보며 킥- 조소를 흘렸다.

그리고 그의 안면에 주먹을 팍! 꽂은 다음, 다시 한번 입 쪽에 주먹을 날렸다.

그러자 그의 이빨 한 두 개가 후두둑 떨어지며 피를 질질 흘리기 시작했다.

”좋은 각오야. 자기 여자를 지키려면 그 정도 배짱은 있어야 하지. 하지만 네가 스위치를 쥐지 않겠다면ㅡ.“

-치지지지지지직!!

”꺄아아아아아아아아악!!!!!“

”네놈의 여자를 조질 테니, 판단 잘 하라고.“

미스터 최는 고통스러워하는 이신아를 보며 다급한 표정을 지으며 스위치를 달라고 소리쳤다.

그럼에도 정성민은 스위치에서 손을 떼지 않은 채 전기고문으로 고통스러워하고 있는 이신아를 싸늘하게 식은 표정으로 보았다.

”제발...! 제발!!“

이윽고 미스터 최가 애원하기 시작하자, 정성민은 스위치에 손을 뗐다.

그리고 바닥에 떨어진 ’고통 전가‘용 스위치를 미스터 최의 손에 쥐여준 다음, 입을 열었다.

”민세라. 당신이 정말로 저 녀석을 사랑한다면, 이 정도 고통쯤은 버틸 수 있겠지? 둘의 절절한 사랑을 기대해보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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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세라. 당신이 정말로 저 녀석을 사랑한다면, 이 정도 고통쯤은 버틸 수 있겠지? 둘의 절절한 사랑을 기대해보겠어.“

정성민은 그렇게 말하며 발밑의 화염방사기를 준비했다.

이윽고 뜨거운 불이 미스터 최와 이신의 발밑에서 뿜어져 나오기 시작했다.

그러자 이신아와 미스터 최는 미친 듯이 비명을 지르며 몸부림치기 시작했다.

”끄하아아아아아아!!!!“

”으으으...으으으으으...으으윽!!!“

그렇게 얼마나 불로 지져댔을까, 마침내 이신아가 스위치를 누르기 시작했다.

고통을 견디지 못한 그녀가 미스터 최에게 화력을 보내는 것이다.

”끄아아아아아악!!! 아아악!!“

미스터 최의 비명이 더 커져갔다.

하지만 이신아는 고통 해방의 달콤함을 더욱 탐하며, 스위치를 여러 번 눌러댔다.

그녀는 엉엉 울면서도 스위치를 잡은 손을 놓지 않았다.

”흐어어어...미안해...미안...미안해....“

”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딱 여기까지.

여기까지만 봤을 때는, 제법 아름다운 그림이 그려지고 있었다.

남자가 사랑하는 여자를 위해 고통을 더 감내하는, 여자입장에선 눈물이 날 정도로 희생적인 커플의 형태였다.

하지만 초인적인 정신력으로 버틸 수 있었던 건 첫날이 전부였다. 둘째날 때부터는 이들의 이상적인 관계는 무너지기 시작했다.

전날의 고통이 상기되며 공포가 온 탓도 있지만, 그들의 컨디션은 그야말로 최악이었기 때문이다.

그들은 단 한숨도 자지 못 한 채 고문을 받는 신세가 되어야 했다.

왜냐하면 그들은 취침시간에도 ‘물방울 고문’을 당했기 때문이다.

-토옥!

물방울 고문은 아주 간단한 원리의 고문이었다.

침대에 이신아와 미스터 최를 묶어놓은 다음, 그들의 미간에 물방울을 30초 간격으로 떨어뜨리는 게 전부였다.

하지만 그 간단한 원리의 고문은 그들의 단 하루만에 피폐해지게 만들었다.

왜냐하면 잠이 들만한 순간이면, 어김없이 미간에 물방울이 떨어져 잠에 들 수 없었기 때문이다.

”으으으....으아아....끄으으으....“

미칠 것 같았다.

생각의 흐름조차 끊는 차가운 물방울 때문에, 30초마다 반드시 한 방울씩 떨어지는 이 물방울 때문에, 정신이 나가버릴 지경이었다.

간신히 잠들만 하면 물방울이 떨어져서 잠이 깨고, 다시 잠들만하면 또 떨어져서 잠이 깨고. 그 짓을 밤이 새도록 반복하였다.

그리고 다시 이틀 차 고문을 받으러 온 것이다.

”잘 잤어? 오늘은 고문 종류를 좀 풍성하게 준비해봤어. 발바닥을 회복할 시간도 필요하고. 최대한 여러 곳을 고문하는 게 좋잖아? 하하하하하.“

이신아는 다크서클이 가득한 눈으로 정성민을 보았다.

그녀는 진심으로 즐거워하는 듯한 정성민의 표정을 보며 마음이 산산이 부숴지는 기분을 느꼈다.

자신이 아무리 민세라가 되었다 하더라도 그래도 자신의 혈육인 정성민에게 이만한 고통을 줄 순 없을 것 같은데, 그는 더 이상 자신을 혈육으로 생각하지 않는 듯, 이런 가공할 위력의 고통을 주면서 즐거워하고 있었다.

”자. 그럼 시작해보자고.“

이신아의 호흡이 가빠졌다.

오늘은 무슨 고문을 받게 될까.

그런 공포스러운 상상을 하는 도중 자신의 오른손에 어떤 기계장갑이 끼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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