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234화 (234/303)

-탓! 탓! 탓! 탓! 탓!

-투다닥! 투다닥! 투다닥!

서로의 목표를 향해 전속력으로 뛰는 정성아 일행과 사냥개.

이윽고 가장 먼저 도착한 남도현이 차 문을 미리 열어 두었다.

그리고 그 뒤에 도착한 정성아가 지문인식 버튼에 엄지손가락을 갖다 대 차에 시동을 걸었다.

“아빠를 데려와 줘!”

그리고 다리를 절뚝거리며 뛰어오고 있는 정현재를 보며 남도현에게 부탁을 했다.

남도현은 곧바로 정현재에게 뛰어가 그를 번쩍 들고 차로 달리기 시작했다.

“크르르르! 크르르르!!”

다만 가시거리까지 다가온 사냥개들.

정성아는 이를 까득 깨물며 차를 몰아 조금이라도 더 남도현에게 가까이 갔다.

그렇게 남도현은 뒷좌석에 정현재를 던져놓고, 재빨리 뒷문을 닫았다.

그리고 자신이 조수석에 타는 순간.

“크르르르!!!”

사냥개가 자신에게 달려들었다.

그는 사냥개를 발로 퍽! 퍽! 차며 정성아에게 소리쳤다.

“출발하세요!”

-부와아아아앙!

정성아는 곧바로 악셀을 밟았다.

그 뒤를 사냥개들이 미친 듯이 좇아오고 있었다.

-부와아아아앙!

하지만 개가 아무리 빠른들 차를 따라잡을 순 없었다.

남도현의 종아리를 물었던 사냥개도 차의 속도를 버티지 못하고 나가 떨어졌다.

“크윽...!”

하지만 다리를 물려 더 이상 뛸 수 없게 된 남도현.

그는 자신의 종아리를 보며 울상이 된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주인님이 싫어하실 텐데...”

“.....”

정성아는 그런 남도현을 말없이 바라보다, 다시 운전에 집중했다.

차를 탔다고 해서 아직 완전히 안전한 것은 아니었다.

이 일대를 벗어나 정성민의 스튜디오로 가기 전까지는 아무것도 안전을 보장할 수 없었다.

-부와아아아아앙!

하여 정성아는 더 서둘렀다.

자신이 차를 타고 도주한 것을 적들도 알았을 테니, 거기에 맞춰 대비할 게 분명했다.

정성아는 마음을 굳히며 밤길을 달렸다.

***

“예. 모두 봉쇄했습니다.”

미스터 최의 ‘도박장’ 인근 도로를 모두 차단한 부하들이 보고를 올렸다.

도박장은 경기도의 한 산골에 지어졌기에 이렇게 도로를 점거하는 데 문제가 없었다.

[그쪽 도로로 도주할 가능성이 높으니 예의주시하고 있어라.]

현재 정성아가 도주로로 택했을 확률이 높은 곳은 이곳 16번 국도.

그렇기에 이곳을 점거한 부하들은 상관의 명령에 기합을 넣어 ‘예!!’라고 답했다.

만약 이곳에서 정성아를 포획하는 데 성공하면 큰 상을 받을 수 있으리라.

-부와아아아앙!

그때, 정성아가 탄 차와 똑같은 차종이 이곳으로 맹렬히 돌진해 오고 있었다.

기세를 봐서는 바리게이트를 뚫고 이곳을 돌파할 생각인 듯 보였다.

“막아! 이곳을 뚫을 생각이다!!”

리더의 외침에 부하들이 석궁 같은 것을 들고 와 자동차 타이어에 집중적으로 쏘기 시작했다.

하지만 타이어의 회전력에 대부분 튕겨나갈 뿐, 효력을 발휘하지 못 했다.

-부와아아아앙!!!

이제 남은 것은 바리게이트에 차가 찌그러지느냐, 아니면 바리게이트를 뚫고 차가 돌진하느냐 둘 중 하나였다.

-쾅!!!

하지만, 차는 결국 바리게이트를 뚫지 못 했다.

첫 번째, 두 번째는 튕겨내며 나아갔으나, 세 번째에서 가로막히고 말았다.

부하들은 곧바로 연기가 나는 차로 뛰어가기 시작했다.

그들은 곧장 에어백이 터진 운전석을 벌컥 열고 정성아를 연행했다.

아니, 연행해려 했었다.

-푹!

“어?”

하지만 문을 연 순간, 웬 사내놈이 튀어나와 자신의 목을 찌르는 게 아닌가.

사내는 순식간에 차 주위를 애워싼 미스터 최의 부하들을 처치하기 시작했다.

기민한 몸놀림이 꽤 훈련을 받은 사람처럼 보였다.

“크헉...!“

그렇게 마지막 부하까지 쓰러지자, 그는 황급히 차로 뛰어가 더 달릴 수 있는지 체크해보았다.

아무래도 차는 여기까지인 듯했다.

”..... 정성아님.“

괴한의 정체는 정성아의 전용 메이크업 아티스트이자 그녀의 심복이었다.

여태까지 야산에 옷과 비상용품을 숨겨둔 것도, 산 밑에 차를 숨겨둔 것도, 모두 그가 정성아의 지시를 받아 한 것이었다.

”지금쯤 마을버스를 타셨겠지.“

미스터 최 일당이 바리게이트를 칠 것까지 예상한 정성아는, 버스정거장에 차를 세운 뒤 자신의 심복과 교대를 했다.

심복은 차를 몰아 미끼 역할을 하고, 자신은 새벽 5시 30분에 운행되는 첫차를 타고 버스터미널로 갈 계획을 세웠기 때문이다.

”그래도 최대한 시간을 끌어야 해.“

하지만 적이 삽질을 오래 하면 오래 할수록 정성아가 더 안전해질 수 있는 법이다.

정성아의 심복은 마른 척에 피를 잔뜩 적셔 정성아 일행의 피인 것처럼 줄줄 흘리며 흔적을 남겼다.

그렇게 200m 이상 야산까지 이어지는 길에 흔적을 남긴 그는, 그 반대편으로 이동해 유유히 종적을 감춰버렸다.

***

정성민의 스튜디오가 있는 강원도로 향하는 버스를 탄 정성아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전화를 끓었다.

방금 그의 심복에게 전화를 받은 그녀는, 그가 무사하다는 소식을 들을 수 있었다.

”이제 거의 다 왔어.“

버스 터미널로 향하는 마을버스를 탄 정성아가 가장 먼저 한 행동은 정성민에게 전화를 걸어 자신의 위험을 알리는 것이었다.

따라서 현재 정성민의 일행은 자신을 맞이하기 위해 모두 정선 터미널에 대기 중인 상황.

그곳에 도착까지는 5분도 남지 않았다.

”아.....“

그렇게 5분 뒤, 정성아는 마침내 정선 터미널에 도착할 수 있었다.

그녀는 선글라스를 낀 채 자신을 기다리고 있는 정성민을 창문 너머로 보며 하염없이 쏟아지는 눈물을 흘렸다.

”가자... 아빠. 집에 가자. 집에 돌아가자...“

정성아는 잠든 정현재를 흔들어 깨웠다.

그리고 옆 좌석에 잠든 남도현까지 황급히 깨운 뒤, 그들 모두를 데리고 버스 밖으로 나왔다.

”...고생 많았어. 정말 고생 많았어.“

버스 밖으로 나오니 이희연과 이하영이 땀투성이에 산발이 된 자신을 안아주었다.

그리고 백하윤과 정성민은 그 광경을 말없이 지켜보고 있었다.

”어...어어어...어어!“

그때, 뒤따라 내려온 정현재가 몸을 덜덜 떨며 어딘가로 가기 시작했다.

선글라스를 벗은 정성민이 있는 곳이었다.

”서...성민...성민....내, 내 아들...!“

그는 연신 눈물을 쏟아내며 정성민의 얼굴을 더듬었다.

정성민은 입술을 꾹 다문 채 그런 그를 조용히 내려다보았다.

”많이 야위었군.“

한참 동안 침묵하던 그가 정현재를 보며 내뱉은 말을 고작 그 한마디였다.

다만 그는 그렇게 말하며 정현재를 조용히 안아주었다.

그렇게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이윽고 그는 실신 직전인 그를 잠시 떼어 놓고, 이희연에게 말했다.

”아버지를 스튜디오 치료실에 입원시키고 건강회복에 도와줘라. 이제 여동생과 아버지를 되찾았으니, 전쟁을 준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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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아아악!! 젠장!! 빌어먹을!”

차도연은 고성을 지르며 자신의 책상을 내리쳤다.

요 근래 계획했던 일이 모두 물거품으로 돌아가고,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고 있기 때문이었다.

“강진욱 이 개,새끼....”

강진욱.

현 검찰청장이자 ‘특별팀’의 총 지휘권자.

차도연은 여태까지 강진욱을 철썩 같이 믿고 있었다.

아닌 게 아니라 강진욱 검찰청장은 자신을 여기까지 이끌어준 은인이었기 때문이다.

사실상 이렇게 ‘특별팀’을 설립할 수 있었던 것도 강진욱 검찰총장이 대통령에게 건의를 했기 때문이고, 국정원과 경찰의 합동 작전을 이끌어낸 것도 모두 그의 역량 덕분이었다.

물론 그 이면엔 ‘정권 연장’이라는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져 운 좋게 이런 결과나 나온 것이긴 하나, 어쨌든 강진욱 검찰청장은 자신이 필요한 모든 것을 갖춰주었다.

꿈이라고만 생각했던 뒷세계 타진을 현실로 이룰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준 것이다.

“왜....! 도대체 왜!”

하지만, 은인이라 믿었던 그가 자신을 배신했다.

미스터 최를 이 전쟁의 최종승자로 만들라고 지시한 것이다.

다른 건 몰라도 그건 절대 받아들일 수 없는 명령이었다.

“거의 다 잡았다 생각했는데... 뒷세계를 완전히 뿌리 뽑을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대체 왜.”

자신에게 벌어진 불행은 이것뿐만이 아니었다.

언니를 납치한 세력이 구원자인 줄 알았는데 그것이 아니었고, 굳건하게 버텨줄 줄 알았던 구원자의 세력이 정성민에게 흡수당해버렸다.

‘대체 어떻게 된 거야. 어떻게 구원자가 그렇게 쉽게... 내 계획이 성공하려면 구원자가 버텨줘야 하는데... 도대체 왜?’

머리가 혼란스러웠다.

분명 자신은 구원자에게 붙잡혀 협박을 받았었는데... 그리고 그는 이하영이 쿠테타를 일으킬 거라는 것을 미리 알고 있었는데... 그런데도 왜 아무런 대비를 하지 않았을까?

문제는 그것뿐만이 아니었다.

거의 다 찾았다고 생각했던 언니의 행방도 어느 순간 묘연해졌다.

그동안 CCTV와 언니를 납치했던 것으로 추정되는 차량을 추적해 위치를 특정할 수 있었는데, 결국 허탕이었다.

모든 게 손에 닿을 만하면 자꾸 멀어지는 기분이었다.

-우우웅~

그때, 발신자 제한으로 걸려온 전화.

차도연은 심상치 않을 전화인 것을 직감하고 녹음버튼을 눌렀다.

이윽고 통화버튼을 누르자 놀랍게도 수화기 너머로 언니의 목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도연아. 나야.”

“.....언니?”

그리웠던 언니의 목소리.

흥분한 차도연은 방안을 서성이며 언니의 안부를 물었다.

“언니! 언니 괜찮아? 어디 다친 덴 없어? 지금 어디야? 설마 아직도 붙잡혀 있는 거야? 괜찮은 거 맞지?”

그동안 마음을 졸이며 걱정했던 만큼 응축된 마음을 쏟아내는 차도연.

이에 차지연이 웃으며 답했다.

“걱정마. 난 지금 엄청 건강하니까. 붙잡혀 있는 게 아니라 내가 그냥 이곳이 좋아서 있는 거야.”

“.....그곳이 좋다고? 무슨 소리야 그게? 협박받고 있는 거야?”

“아냐. 협박이라니. 난 그 어느 때보다도 안정적이야.”

“.....어, 언니. 정성민이야? 아니면 미스터 최야? 걔들이 언니 건드린 거지? 언니를 건드려서... 이상하게 바꿔버린 거지? 응?”

원래라면 자신을 구하러 와달라고 소리칠 줄 알았다.

하지만 오랜만에 통화를 나누는 언니는, 그 어느 때보다도 차분하게 말하고 있었다.

“...우리 만나서 얘기하자. 얼굴 보며 얘기 해야 될 거 같애.”

차도연은 언니의 요청에 곧바로 수첩과 펜을 꺼냈다.

그리고 만날 장소를 불러달라고 했다.

이윽고 차지연이 부른 장소를 다 적은 차도연이 말했다.

“그럼 1시간 뒤에! 1시간 뒤에 그곳으로 출발할게.”

1시간이면 정부에 운영하는 SWAT팀을 출동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어지는 차지연의 말에, 차도연은 계획을 수정할 수밖에 없었다.

“응. 하지만 경찰이 올 기미가 보이거나, 만약 경찰이 오거나, 한 명의 경찰이라도 동행했다간 다시는 널 안 볼 거야. 날 믿지 못하고 배신한 거로 간주하겠어.”

한 번도 듣지 못했던 언니의 서늘한 목소리.

그 낯섬에 충격을 받은 차도연은 자기도 모르게 알겠다고 답해버렸다.

자신의 전부나 다름없는 언니를 잃는다고 생각하니 눈앞이 캄캄해졌다.

“그럼 1시간 뒤에 봐. 기다리게 있을 게.”

차지연과의 통화는 그것으로 끊어졌다.

차도연은 크게 심호흡을 한 다음, 언니가 말했던 약속 장소를 눈으로 훑었다.

‘단단히 대비해야겠지.’

아마도 언니는 정성민에게 붙잡혀 있을 확률이 높았다.

하여 차도연은 테이저건과 약물, 그리고 국정원에서 지급받은 응급호출기를 챙겼다.

그녀는 지난번과 같이 쉽게 당해주진 않을 거라 다짐하며 사무실 밖으로 나섰다.

***

약속 장소에 도착한 차도연은 폐건물을 보았다.

이곳 3층에서 언니를 만나기로 했는데, 척 보기에도 음흉한 의도가 가득 담긴 곳이었다.

하여 차도연은 주머니에 있는 응급호출기를 만지작거리며 폐건물 계단을 올라갔다.

언니의 말대로 경찰도, 국정원도, 그 어느 곳에도 연락을 취하지 않은 그녀는, 여전히 믿는 구석이 있었다.

언니를 보자마자 이 응급 호출기를 누른 다음, 이곳에서 최대한 시간을 끄는 것이다.

어떻게든 대화로 30분만 시간을 끌 수 있으면, 이곳으로 정부의 특수요원이 들이닥칠 것이다.

그러면 아무리 미스터 최나 정성민이라 하더라도 후퇴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제아무리 뒷세계의 거물들이라 해도 정부에서 훈련받은 요원들을 이길 순 없을 테니까.

-또각.

그런 계산을 마친 차도연은 마침내 3층에 올랐다.

그녀는 넓은 공터 한가운데 테이블을 하나 두고 의자에 앉아있는 언니를 발견할 수 있었다.

“언니!!”

차도연은 주머니 안에 있는 응급호출기를 꾹 누르며 차지연이 있는 곳으로 걸어갔다.

이제부터 30분만 버티면 언니를 데리고 이곳에서 무사히 탈출할 수 있으리라.

“후후... 왔니?”

아무튼 그건 그거고, 차도연은 무사한 언니를 보며 눈에 고인 눈물을 훔쳤다.

자신 때문에 언니가 이 고생을 한 걸 생각하면, 마음이 쿡쿡 쑤셨다.

“언니 괜찮아? 어떻게 된 거야?”

차도연의 물음에 차지연은 싱긋 미소를 지었다.

그녀는 맞은편에 있는 의자를 권하며 자리에 앉았다.

“우선 거기 앉아. 얘기 좀 나누게.”

차도연은 위화감이 드는 언니의 태도에 멈칫했다.

역시 언니에게 무슨 일이 생긴 게 분명했다.

“응. 얘기하자.”

하지만 차도연은 태연하게 의자에 앉았다.

이곳에 어떤 함정이 준비되어 있을진 모르니, 차분하게 얘기하며 시간을 끄는 게 최선이었다.

“우선... 난 그동안 정말 잘 지내고 있었어. 내 인생에 이렇게 행복한 날이 있을까 싶을 정도로.”

생긋 웃으며 자신의 근황을 전하는 차지연.

다만 차도연은 언니가 마약 종류의 약물을 투여받아 그런 것이라 생각하고 있었다.

자신과 떨어져 있었던 언니가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나날을 보냈었다니, 믿을 수 없었다.

“후후. 못 믿는 눈치네?”

“...응? 아. 아냐~ 언니가 그런다면 그런 거지.”

“후후... 거짓말도 잘못하면서. 언니 눈엔 다 보여 이 기지배야~”

“.....”

“그런데 난 정말 행복했어. 진심으로 하는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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