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229화 (229/303)

“정신력 따위가요? 결국 상대를 이기려면 힘과 기술이 있어야 하지 않습니까. 무기도 필요하고요.”

“큭큭. 일례를 들어볼까? 내가 베트남 전쟁에 참여했을 때다. 그곳에서 친해진 미군 장교가 있었지. 놈도 나처럼 살육을 즐기는 놈이었고, 강함을 추구하는 놈이었어. 나랑 호각일 정도로 강했던 놈이니 말 다 했지.”

우수에 가득 찬 장태건의 눈빛.

옛 동료를 그리워하는 듯한 그의 모습에 안지연은 침을 꿀꺽 삼켰다.

의외의 모습이었다.

“놈과 나는 환상의 듀오였다. 아주 즐거웠지. 수없이 많은 베트콩을 죽였고, 그들의 신체 일부로 전리품으로 모았다. 우린 아주 훌륭한 사냥꾼이었어.”

장태건은 잠시 숨을 골랐다.

그리고 웃음기가 사라진 얼굴로 다음 말을 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이었다. 그날도 사냥을 위해 정글을 헤매는데, 7살짜리 꼬마 아이가 도와달라고 울먹이더군. 자신의 동생이 죽어가고 있다고. 본토에 아들을 두고 있는 그 미국놈은 아들이 생각났는지, 꼬마 아이를 따라가 동생이 있는 곳에 갔지. 동생은 딱 봐도 심한 열병을 앓고 있더군.”

잠시 숨을 고른 장태건이 말했다.

“미국놈은 엎드려서 끙끙 앓던 동생에게 다가갔어. 어설픈 베트남 언어로 어디가 아프냐고 물어봤지. 그리고 엎드려서 끙끙 앓던 놈을 정면으로 뒤집는 그 순간-”

-슉!

장태건은 나이프를 빼 들어 안지연의 목 가까이 갖다 댔다.

그리고 말했다.

“이렇게 푹! 녀석의 목을 찔렀지. 뒤에 있던 형도 바지에 숨겨둔 칼을 꺼내 녀석의 머리통과 뒷목을 마구 찔렀어. 그렇게 녀석은 허망하게 죽어버렸지.”

“.....”

“그 어린 것들이 그다음에는 뭘 했는 줄 아나? 놈들은 엄마의 복수다라는 말을 외치며 미군놈의 얼굴을 난도질했어. 그리고 내가 꼬마놈들을 잡으러 가자, 형은 동생의 목에 칼을 찔러 넣었고, 이내 놈도 자신의 목을 찔러 자살하더군.”

안지연은 침을 꿀꺽 삼켰다.

장태건은 나이프를 회수하며 다음 말을 이었다.

“이제 알겠나? 힘과 기술보다 더 무서운 건, 목적을 이루겠다는 강한 집념이야. 그 미군놈은 본토의 가족을 떠올리는 순간 자신의 전투능력을 모두 내려놓았고, 허망하게 죽음을 맞이했지. 다만 나는 오직 그곳에 있는 생명체만을 죽이는 데 목적을 뒀기에, 수많은 적을 사살하고도 살아남을 수 있었어. 결국 중요한 것은 목적이다.”

목적.

목적을 이루기 위한 강한 집념.

안지연이 쓴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그래서 주인님이 강한 거군요.”

“그래. 목적을 이루기 전의 녀석은, 그 누구도 이길 수 없을 거다. 그리고 너 또한, 네 주인을 지키기 위해서라면 악귀가 될 수 있겠지. 그러니 만약 네 주인을 누군가 해하려 한다면, 너는 그 상대를 죽일 수 있는 힘을 얻게 될 거다. 그때가 되면 아무도 널 못 말리겠지.”

안지연은 고개를 끄덕였다.

장태건이 말하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지, 비로소 이해한 그녀였다.

“그럼 전 절대 주인님을 이기지 못하겠네요. 주인님을 진심으로 해할 수가 없으니까.”

“그래. 네 주인의 힘과 기술을 뛰어넘겠다는 것은 무의미하다. 네가 성민이 그놈과 한 짓은 애들 장난 수준에 불과한 거야. 진심이 된 그 녀석을 네년이 뛰어넘겠다고? 큭큭 우스운 소리지.”

안지연은 쓴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무언가를 깨달은 듯, 초롱초롱한 눈으로 장태건을 보며 말했다.

“고맙습니다 스승님. 덕분에 깨달은 거 같아요. 저는 그분의 여자일 때, 진정으로 강해질 수 있다는 걸.”

“큭큭...그래. 지금이라도 알게 돼서 다행이군.”

“그럼 이제 훈련은 모두 관둘게요. 다시 예전의 아름다운 몸을 되찾아야겠어요!”

“...뭐?”

“역시... 역시 전 주인님의 여자로 있을 때 가장 행복하고, 주인님의 사랑을 받을 때 마음이 가득 채워지는 걸 느낄 수 있어요! 요즘 주인님은 절 자꾸 피하시기만 하고... 저는 참기만 하고... 그러니까 이제 그분의 ‘여자’가 되도록 할 거예요. 전 그분의 여자일 때, 가장 강한 신념과 마음을 가질 수 있으니까.”

“어.....그게, 그러니까.”

“고마워요 스승님. 그동안 훈련 감사했습니다.”

“아니, 잠깐! 잠깐만! 물론 육체의 단련도 뒷받침돼야 한단다? 기술적으로도...”

“이제 내츄럴로 돌아가겠어요. 약 복용도 그만두고...이제 그만 주인님의 품에 안길래요.”

이후, 끊임없이 안지연을 재설득하려는 장태건이었지만 통하지 않았다.

이미 안지연은 정성민의 여자로 돌아가기로 마음을 굳혔고, 그의 말을 와닿지 않았다.

장태건은 여성 호르몬을 주사하는 안지연을 보며 절규했다.

‘안돼에에에에에에에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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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곧 있으면 시작하겠군”

정성민은 벽에 걸린 시계를 보며 그렇게 중얼거렸다.

오늘은 이하영이 쿠테타를 일으키는 날로, 앞으로 1시간 뒤쯤이면 뒷세계 최대 규모의 결혼식이 열림과 동시에, 아수라장이 될 것이다.

“안지연을 배치해뒀으니 괜찮겠지.”

이하영이 실패할 리는 없다고 생각하지만, 그래도 혹시 모른다.

차도연이 이하영이 계획을 알아차리고 수를 쓰려 했듯, 변수가 발생할지도 모른다.

모든 게 계획대로 척척 이뤄지리란 법은 없는 것이다.

그러니 언제나 만일의 사태에 대비는 해둬야 한다.

뭣하면 안지연과 특수팀, 그리고 장태건을 투입하여 강제로라도 구원자의 세력을 흡수하면 된다.

‘내 할 일이나 신경 쓰자.’

이렇듯 실패에 대한 안배는 충분히 해뒀으니, 정성민은 차지연을 자신의 것으로 만드는 데 집중하기로 했다.

차도연과 달리 온실 속 화초로 자라온 차지연인 만큼 그녀의 응어리진 마음을 살살 녹여주면 알아서 넘어올 것이다.

단 30분, 진솔한 대화 정도면 충분하리라.

-저벅... 저벅... 저벅...

하여 정성민의 방에 남겨두고 온 차지연에게 갔다.

방문을 여니 그녀는 자신의 방을 둘러 보는 중이었다.

“.....”

그러다가 정성민의 인기척을 느낀 차지연이 고개를 돌려, 시선을 마주친 둘.

완벽한 정성민의 얼굴에 차지연은 멍하니 입을 벌렸다, 황급히 고개를 돌렸다.

정성민은 피식 웃으며 차지연에게 다가갔다.

“몸은 좀 어떻지?”

부드러운 정성민의 목소리.

허나 차지연은 경계심을 풀지 않고, 그에게 쏘아붙이듯 말했다.

“당신. 동생의 적으로 알고 있어요. 잘해준다고 넘어올 거라 착각하진 마요.”

정성민은 미소를 머금은 채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의자를 하나 뺀 다음, 착석하며 말했다.

“내 정체를 알고 있나 보군. 동생한테 들었나 봐?”

“... 모를 리 없죠. 그 아이가 수차례나 말했으니까. 당신이 날 납치해서 어찌하려 할 지도 모른다고. 뒷세계의 가장 빠르게 번지는 암덩어리 같은 존재라고.”

자신에 대한 차도연의 평가에 정성민은 큭큭 웃음을 흘렸다.

암덩어리란 표현은 정정해주고 싶으나, 대강 맞는 말이다.

그만큼 자신을 위협적인 존재라고 인식하는 듯하니.

“정확하게 보고 있군. 역시 똑똑한 동생을 뒀어.”

“.....”

“그럼 그 외에 다른 말은 없던가?”

“당신 같은 악당을 더 자세히 알아야 하나요? 당신은 동생의 가장 큰 적이고. 꼭 제거해야 할 이 사회의 암덩어리는 거. 그것만 알면 충분해요.”

차지연의 단호한 대답에 정성민은 미소를 머금은 채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곤 자신의 맞은편에 있는 의자를 가리키며 말했다.

“그럼 잠깐 얘기나 나누지. 아무래도 동생이 나에 대해 오해하고 있는 거 같아서 말이야.”

“당신과 나눌 얘기는 없어요.”

“미스터 최.”

미스터 최의 이름을 언급하자 흠칫 어깨가 떨리는 차지연.

냉정을 가장하려 하나, 그녀의 떨리는 눈을 정성민이 놓칠 리는 없었다.

이윽고 정성민이 표정을 굳히며 말했다.

“난 미스터 최에게 가족을 잃었어. 어머니는 그의 여자가 되어버렸고, 아버지는 미쳐버렸지. 여동생은 간신히 찾아왔지만, 아직 상처가 많아. 그의 밑에 있는 동안, 너무 많은 죄를 저질렀거든.”

차지연의 얼굴이 경악으로 물들었다.

그녀는 눈물을 머금은 채 손으로 입을 가렸다.

“우린 모두 같은 처지야. 다만 복수의 방법이 다를 뿐이지. 당신의 동생은 정의라는 허울 좋은 가면을 쓴 채 복수를 이루려 하지만, 글쎄. 자기 손에 피를 묻히지 않고는 절대 미스터 최를 쓰러트릴 순 없어. 이 세상은 당신의 생각 마냥 꽃밭이 아니거든.”

경계심 가득했던 차지연의 표정이 풀어졌다.

그녀는 고개를 떨군 채 자신의 복잡한 신경을 표정으로 드러냈다.

그녀가 말했다.

“그래도... 선을 넘으면 안 되죠. 법을...! 법을 지키면서 악을 처단해야ㅡ!”

“큭큭큭큭...”

같잖은 차지연의 말에 웃음을 터트리는 정성민.

그가 말했다.

“법? 정말 그딴 게 미스터 최를 끝장내는 데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나?”

“무, 물론 우리나라는 법치국가ㅡ.”

“아니. 힘 있고 권력 있는 놈한테 법은 문제가 안 돼. 그걸 정말 모르고 있나?”

“.....”

입을 꾹 닫은 채 미간을 찌푸리는 차지연.

차도연만큼은 아니더라도 차지연 또한 과거엔 명문대에 진학할 만큼 머리가 비상했기에, 이 사회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얼마나 부조리한지 잘 알고 있었다.

“그래. 그런 태도도 이해해. 차도연 입장에선 당신을 지키고 싶었겠지. 자신을 잃으면서까지 복수를 하고 싶진 않았을 거야. 복수보단 상처받은 당신을 보듬는 게 더 중요하니까.”

아랫입술을 질끈 깨문 차지연.

자신과 동생의 관계를 날카롭게 파고드는 말이었다.

“그러니까 그런 나약한 발상을 할 수밖에 없어. 법과 정의를 지켜가며 미스터 최를 심판하겠다니. 개헛소리지.”

“...그래서. 그래서 하고 싶은 말이 뭐예요? 동생은 잘 하고 있어요! 이 나라의 법을 이용해서...! 이 나라의 정의를 이용해서 충분히 해낼 수 있다구요!”

정성민은 피식 웃으며 품 안에 있는 사진을 테이블 위에 올렸다.

그리고 차갑게 가라앉은 눈으로 사진을 보며 말했다.

“봐봐. 이게 당신이 믿는 정의의 실체니까.”

정의의 실체?

차지연은 테이블 위에 있는 사진을 들었다.

그리고 종이가방을 들고 있는 여자의 모습이 담긴 사진을 봤다.

차지연이 고개를 갸웃거리며 답했다.

“...이게 뭔데요?”

“당신의 잘난 동생의 상사. 그러니까 검찰청장의 마누라가 뒷돈을 받는 사진이야.”

“.....?”

“미스터 최가 검찰청장 마누라에게 접근했어. 마누라는 동생의 병원비를 마련하기 위해 뒷돈을 받아먹었고. 이게 무슨 의미인지 알겠나?”

빛 한 점 들어오지 않는 죽은 눈으로 사진을 바라보고 있는 차지연.

정성민이 말했다.

“이제 곧 있으면 검찰청장이 지시를 내리겠지. 미스터최를 이번 전쟁의 승리자로 내정하자고. 정부군은 당신의 원수를 위해 싸울 거야.”

“..... 그런, 그럴 리가, 그럴 리가 없어요. 분명 우리 도연이가 잘 설득을 하면...”

“설득? 이봐. 검찰청장이 차도연을 책임자로 임명한 건, 이해관계가 맞기 때문이야. 검찰청장은 정계로 진출하기 위한 큰 한방이 필요했고, 마침 당신의 동생이 뒷세계를 파고 있었지. 그러니 차도연을 팀장 자리에 앉힌 거라고.”

“.....”

“그런데 이제는 상황이 바뀌었지. 마누라가 뒷돈을 처먹는 바람에, 미스터 최를 최종 승자로 앉혀야 해. 하지만 뭐, 검찰청장은 그가 최종승자가 돼도 상관없어. 왜? 뒷세계를 소탕했다는 공적만 세우면 그만이니까. 그 공적으로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국민들의 지지를 얻고, 그걸 기반으로 정치계에 진출할 발판만 마련하면 그만이니까.”

차지연의 호흡이 불안정하게 떨리기 시작했다.

정성민이 말하는 게 무엇을 의미하는지 깨달은 그녀는, 이젠 눈물을 흘리기까지 했다.

“장담하는데, 차도연은 짤릴 거야. 아니면 적당히 이용당하다가 버려지겠지. 그게 바로 얄팍한 정의를 택한 것에 대한 대가야.”

정성민은 그렇게 말하며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 눈물을 뚝뚝 떨어뜨리며 몸을 떨고 있는 차지연에게 다가가며 말을 이었다.

“하지만 나는 달라. 차도연은 과정을 중요하게 생각하지만, 나는 결과만 생각하거든. ”

정성민은 차지연이 들고 있는 사진을 뺏어왔다.

그리고 그것을 콱 움켜쥐어 꾸깃꾸깃 구기며 말했다.

“과정을 신경 쓰지 않잖아? 그럼 이딴 뒷돈, 아무 문제 거리도 안 돼.”

바닥에 툭- 떨어지는 구겨진 사진.

차지연은 물기가 가득한 눈으로 정성민을 물끄러미 올려다봤다.

정성민이 말했다.

“법? 정의? 도덕? 돈? 다 좆까라고 해. 나는 미스터 최. 그 새끼만 조질 수 있으면 그만이야. 어떻게든 내가 원하는 결과만 이룰 수 있으면 그만이라고.”

“.....”

정성민은 차지연의 볼에 흐르는 눈물을 한 손으로 닦았다.

그리고 자연스레 그녀의 얼굴 라인을 타고 턱을 쥐었다.

“내가 만약 당신의 동생이었다면, 이렇게 놔두지도 않았을 거야. 무슨 수를 써서라도 행복하게 만들었지. 이렇게 불행하게 놔두진 않아.”

차지연의 떨림이 더 가팔라졌다.

자신의 불행을 꿰뚫어 보는 정성민의 눈에, 차지연은 발가벗겨진 듯한 수치심을 느꼈다.

“나를... 나를 모욕하는 건가요? 당신이 뭔데... 당신이 뭐라고...!”

“차지연.”

자신을 짓누르는 듯한 정성민의 육중한 음성.

그녀는 포식자를 앞에 둔 초식동물처럼 굳었다.

이윽고 정성민이 말했다.

“그게 당신을 불행하게 만드는 거야. 당신을 감싸는 허세, 위신, 도덕, 자존심. 그냥 다 내려놓고 솔직해져. 당신이 뭘 욕망하는지 솔직해져 봐. 당신도 사랑받고 싶은 거잖아. 그리고 미스터최 그 자식을, 갈기갈기 찢어 죽이고 싶은 거잖아. 그딴 법의 심판 따위가 아니라.”

수도꼭지가 고장 난 것처럼 차지연의 눈에서 눈물이 흘러내리기 시작했다.

지난 22년 동안 자포자기하는 심정으로 숨겨왔던 자신의 진심을 마주하자, 그리고 그 진심을 이해해주는 남자가 나타나자 감정이 북받쳐 올랐다.

“나한테 맡겨. 난 반드시 결과로 보여주는 사람이야. 당신이 내게 기대기만 하면, 난 당신이 원하는 걸 줄 수 있어. 그게 사랑이든, 복수든.”

정성민은 그렇게 말하며 차지연을 살며시 안았다.

차지연은 아무런 저항 없이 정성민의 품에 자신을 맡겼다.

이렇게 넓고 포근한 가슴은 아빠 말고는 처음이었다.

“더 이상 당신의 아름다움이 썩도록 방치하지는 않겠어. 여자의 행복도 모르고 이대로 늙어 죽기엔 당신이 너무 아까워.”

정성민의 사탕 발린 말에 멍-해지는 감각을 느끼는 차지연.

자신에게 모든 걸 맡기면 복수를 이뤄준다는 그의 말이, 여자의 행복을 느끼게 해주겠다는 그의 말이 차지연의 무장을 해제시키고 정신을 마비시켰다.

정성민은 차지연을 품에 안은 채 그녀의 뒷머리를 쓰다듬고, 등을 토닥이며 어린아이 달래듯이 달콤한 말을 계속했다.

“당신이 내게 몸을 의탁하는 한, 그 무엇도 당신을 건드릴 순 없을 거야. 내겐 천문학적인 돈이 있고, 인맥과 군사력도 있어. 정치, 재계에 영향력을 행사할 권력도 있지. 물론 그것을 얻은 과정이 아름답진 않지만, 당신은 그 과정을 몰라도 돼. 오직 내가 이룩한 것들을 누리며, 행복한 일상을 보내기만 하면 되는 거야.”

든든했다.

그의 자신감과, 그의 능력. 그리고 그의 카리스마.

그 모든 것에 자신을 맡기고, 행복만을 누리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강한 수컷에게 몸을 내어주고, 그 행복을 누리고 싶은 암컷의 본능이 고개를 틀기 시작했다.

“차지연.”

그렇게 차지연이 암컷의 본능에 눈을 뜨고 있는 이때, 정성민은 안았던 차지연을 잠시 떼어 내 그녀의 눈을 정면으로 마주 보았다.

그가 말했다.

“나한테 붙어. 그럼 당신이 가장 원하는 것을, 내가 이뤄주지.”

지난 22년간 남자를 증오해온 차지연.

허나 그 이면에는 남자에게 안기고픈 절절한 마음이 있는 그녀였다.

이제 차지연은, 그만 자신의 욕망에 솔직해지고 싶었다.

“네... 너무, 너무 오랫동안... 너무 오랫동안 외로웠어요. 긴 터널에 갇혀서, 이 나이가 되도록 내 인생은ㅡ!”

채 말을 끝맺기도 전에 정성민이 차지연의 입술을 덮쳤다.

차지연은 자신의 안으로 침범하는 정성민의 혀를 마음껏 느끼며 자신의 혀도 섞기 시작했다.

“하읍! 후우움...! 우움...우우움! 우움...♥”

끈적이는 침이 교환될 때마다 뇌가 녹는 기분이 들었다.

장장 22년 만에 남자를 맞이한 차지연의 몸은 교미 상태로 완전히 전환되었다.

그녀의 몸은 이 우수한 수컷의 씨를 받아내고자 최적화되기 시작했다.

즉, 삽입이 쉽도록 애액이 줄줄 새어 나온다는 뜻이었다.

-털썩!

어느새 침대에 눕혀진 자신.

정성민이 차지연의 몸을 감싸는 옷을 마구 벗겨냈다.

몸에 맞지 않은 훌렁한 후드티를 벗기고, 통이 큰 츄리닝 바지를 벗겼다.

그러자 차지연의 아름다운 곡선이 정성민의 상에 맺혔다.

정성민의 양물이 흥분으로 치솟아 올랐다.

“아름답군.”

벌써 42살의 차지연이지만, 여전히 아름다운 그녀.

어지간한 20대는 바를 수 있는 관리된 몸이었다.

-툭, 툭.

그렇다면 과연 가슴은 어떠할까.

정성민은 차지연의 브레지어 끈을 푼 뒤, 그녀의 가슴을 개방했다.

백옥의 언덕이 탄력적으로 튕겨 나왔다.

‘기대 이상이군.’

정성민은 입꼬리를 비틀어 올렸다.

차지연의 나이를 들었을 땐 그저 ‘일’을 한다는 생각으로 그녀를 범하려고 했는데, 상당히 즐길 수 있을 것 같았다.

‘소녀 같은 반응도 재밌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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