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226화 (226/303)

“넵!”

기절한 차도연을 뒷좌석에 눕히고 운전대를 잡은 긴급대응조원

차도연의 차가 지하주차장을 빠져나왔다.

***

“으....”

정성민의 스튜디오 조교실, 천천히 눈을 뜨는 차도연.

그녀는 눈을 뜨자마자 자신이 구속되어 있다는 것을 눈치챘다.

구원자? 미스터 최? 정성민?

정성민이 가장 유력하긴 하나, 나머지 둘의 가능성도 무시할 순 없었다.

“큭큭... 일어났나?”

그때, 육중한 거구를 기계의자에 싣고 자신에게 다가오고 있는 한 남자.

분명 자신이 꿈을 꾸고 있는 게 아니라면, 그는 구원자였다.

‘구원자였어...?’

거의 80%률로 정성민을 생각하고 있었다.

사무실 내부에 배신자가 있거나 도청장치가 있는 게 아닐까 추리하던 참이었는데, 뜬금없이 나머지 20%확률이 당첨되다니

그런데 구원자가 왜 자신을 납치한 것일까.

“당신...제정신이 아니군. 날 납치하디니.”

다만, 차도연은 일단 세게 나가기로 했다.

저 돼지 새끼가 왜 자신을 납치한 것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이 기회를 이용해 협상을 하는 건 어떨까 싶었다.

“이런, 동맹을 맺을 사이인데, 벌써 그렇게 인상 찌푸리진 말자고. 어차피 너도 내게 접촉하려 하지 않았나?”

잔뜩 확대되는 차도연의 동공.

구원자의 말은 마치 자신의 의도를 미리 알고 있는 듯했다.

“... 무슨 소리야.”

“큭큭큭... 끝까지 모른 척할 셈인가? 자네가 나와 손잡고 싶어하는 거, 이미 알고 말하는 거야. 번거롭게 하지 말자고.”

차도연은 침을 꿀꺽 삼켰다.

팀 내부든 뭐든 구원자의 끄나풀이 사무실 어딘가에 붙은 모양이었다.

차도연은 그 끄나풀을 찾아 제거하겠다고 마음을 굳힌 뒤, 구원자를 노려보며 말했다.

“... 하지만 이런 식으로 나오면, 당신에게 기회가 가진 않을 거야. 당장 포박부터 풀어.”

무겁게 가라앉은 눈으로 구원자를 노려보는 차도연.

이윽고 구원자가 피식 웃으며 손짓을 하자, 어느새 나타난 부하 둘이 차도연의 포박을 풀어줬다.

차도연은 어깨를 돌리며 몸을 푼 뒤 의자에서 일어섰다.

그리고 구원자를 노려보며 말했다.

“이대로 얌전히 보내줘. 그러면 내일, 네가 혹할 만한 제안을 들고 가지.”

무슨 일로 자신을 납치했는진 모르겠지만, 차도연은 일단 자신의 보내줄 것을 요구했다. 하지만 예상대로 구원자는 거절했다.

“큭큭... 왜 그렇게 급하나? 아직 내 얘기도 듣지도 않고.”

구원자는 그렇게 말하며 다시 한번 손짓했다.

그러자 자지를 발딱 세운 채 네발로 엉금엉금 기어오는 남자 셋이 보였다.

차도연은 남자의 얼굴을 보고 기겁할 수밖에 없었다.

‘어떻게 국정원 요원이...?’

말도 안 되는 일이 벌어졌다.

극도의 훈련을 받은 국정원 요원이 구원자에게 굴복하여 저런 추태를 보이고 있다니.

저들은 구원자를 감시하기 위해 나윤경의 ‘선발대’에 일부러 침투한 작전 요원들인데.

“킥킥킥킥... 그래. 놀란 모양이군. 반응을 보니 자네가 아는 얼굴이 맞구만.”

차도연은 주먹을 꽉 움켜쥐며 구원자에게 도게자를 하고있는 국정원 요원들을 보았다.

그들은 눈빛이나 행동을 보면 이미 구원자에게 넘어간 듯 보였다.

“그래. 의문이겠지. 자신이 왜 이곳에 납치됐는지, 네가 침투한 국정원 요원들은 왜 내게 발각됐는지.”

구원자는 그렇게 말하며 기계식 의자를 움직였다.

미끄러지듯 움직이는 의자가 차도연 앞에 당도했다.

“자네가 준비하는 그 동맹안, 목줄 채우기란 걸 내가 모를 줄 아나? 아주 나를 개 좆으로 보고 있었구만.”

자신이 계획했던 일을 구원자가 이미 알고 있는 상황.

여태까지 구원자의 정보력을 얕보고 있었던 차도연을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폐쇠적인 집단에 갇혀 그곳에서 왕 놀이나 하던 구원자이니만큼, 이런 첩보전에는 약할 거라 판단했었다.

그래서 딱히 신경 쓰지 않고 있던 것인데.

“...그래서 용건이 뭐야. 뭘 요구하지?”

낭패였다.

구원자에게 선수를 빼앗기다니.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작전의 방향이 변하는 것은 아니다.

여전히 정성민의 성장세를 가파르고, 미스터 최와는 절대로 동맹을 맺을 수 없었다.

다른 놈은 몰라도 미스터 최 만큼은 반드시 몰살시켜야 한다.

“요구? 뭔가 착각을 하는 모양인데, 난 요구하려고 널 데리고 온 게 아니야. ‘명령’을 내리기 위해서지.”

하지만 다시 한번 전혀 예상치 못했던 말을 꺼내는 구원자.

그가 말했다.

“이하영의 계획은 실패할 거다. 네년이 굳이 정보를 주지 않아도 말이지. 하지만 지금의 3강 체제 중에 내 세력이 가장 약한 것도 사실이지. 정부와 손잡을 필요가 있어.”

여기까지는 에상했던 답.

하지만 그 다음으로 내뱉는 구원자의 말에 차도연은 이를 뿌득 갈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날 도와줬다고 해서 이후의 일에 간섭하는 건 사양이야. 정부의 뜻에 의해 좌지우지되는 뒷세계가 뒷세계라 할 수 있겠나? 그러니 네년은 내 여자가 돼줘야겠어.”

구원자는 그렇게 말하며 자지를 발딱 세웠다.

그리곤 어떤 영상을 보여주며 비릿하게 미소를 지었다.

“반항은 하지 않는 게 좋을 거야. 자네 약점은 이미 확보한 상태거든. 지-.”

차도연은 터질 듯이 충혈된 눈으로 구원자가 보여주는 영상을 보았다.

영상 속엔 나체로 의자에 묶인 자신의 언니가 있었다.

언니는 눈을 까뒤집은 채 자신에게 약을 놓아달라고 주위의 남자들에게 간청하고 있었다. 이미 구원자의 약과 세뇌에 당한 듯 보였다.

“이제 자신의 처지를 잘 알겠지? 그러니 정부군을 나를 위해서만 움직이게 해라. 그러면 네년의 소원대로 미스터 최도 조져주고, 정성민도 끝장내주지. 아. 물론 미스터 최에게 복수할 수 있는 기회도 네가 주겠다. 원한다면 언니도 원래대로 돌려주고 말이야.”

구원자는 비릿한 미소를 지으며 차도연에게 가까이 얼굴을 들이밀었다.

그리고 역겨운 입을 열어 말했다.

“대신 날 도와 내 세력을 번창시킬 것을 약속하고, 내게 한달에 한번 네년의 몸을 내게 바쳐라. 그렇게 하기만 하면 네 언니도 너도 행복하게 만들어주지. 풍요로운 생활을 누리며 살아갈 수 있을 거야. 미스터 최에게 통쾌하게 복수도 할 수 있고.”

제법 달콤한 말로 자신을 유혹하는 구원자.

히지만 저런 돼지 새끼에게 타협할 마음도 없었고, 몸을 바칠 생각도 없었다.

다만 언니가 녀석에게 붙잡혔기 때문에, 그것만 마음에 걸릴 뿐이었다.

“큭큭큭큭... 당신, 뭔가 착각을 한 거 같은데.”

하지만 이렇게 쉽게 녀석의 뜻대로 되게 할 순 없었다.

이런 순간을 대비해 자신의 팀에게 가이드라인을 주지 않았던가.

차도연이 눈을 날카롭게 빛내며 말했다.

“당신이 날 납치한 순간, 당신은 정부를 적으로 돌린 거야. 지금쯤 검찰총장의 긴급요청이 경찰청 쪽으로 갔을 것이고, 날 구하기 위해 SWAT 팀이 출동했을 거야.”

차도연은 그렇게 말하며 자신의 옷에 GPS 장치가 달렸다고 설명했다.

만약 자신의 동선이 이상한 곳으로 향하면 바로 상부에 보고가 되고, 이상한 지점에 1시간 이상 머물면 SWAT팀이 출동하게 되어 있다고 밝혔다.

“아아-. 이거 말인가?”

하지만 GPS 장치를 손에 들고 있는 구원자를 보는 순간, 차도연의 표정은 싸늘하게 식을 수밖에 없었다,

왜 저 장치가 녀석의 손에...

“아까도 말했지만, 자네는 나를 너무 개 좆으로 보고 있다니까. 자네를 납치하는 순간 이미 몸수색을 했고, 이 장치를 발견하자마자 자네 집에 잘 갖다뒀지. 한마디로 자네가 말하는 SWAT팀이 출동할 리는 없어.”

차도연은 이마를 짚었다.

어떻게 녀석이 이런 것까지 알고 있을까.

애초에 구원자가 이렇게 꼼꼼한 성격이었던가?

그는 자신의 왕국에서 음식과 여자를 탐하기만 하는 무능력한 리더일 터인데.

“자. 이제 순순히 복종하는 꼴을 볼 수 있으려나? 언니가 어떻게 되든 정말 상관없나?”

구원자는 그렇게 말하며 영상 안의 언니를 보여줬다.

그녀는 어떤 남자에게 유두를 빨리면서, 신음을 마구 흘리고 있었다.

“씨발! 당장 그만둬! 언니한테서 떨어지라고 해!”

“아직 감을 못 잡았군. 그런 식으로 나와선 언니가 더 괴로워질 뿐이야.”

구원자는 그렇게 말하며 손가락을 딱 튕겼다.

그러자 영상 속에서 괴한 둘이 언니에게 다가가더니, 그녀의 포박을 울어주기 시작했다.

그리고 한 놈은 잔뜩 발기한 자지를 삽입할 준비를 하고, 나머지 하나는 언니의 몸에 약물을 주사했다.

차도연은 그 광경을 보자마자 소리쳤다.

“하, 할게! 당신에게 협조할 테니까, 언니는...!”

“킥킥. 말했을 텐데. 순순히 복종하는 꼴을 보고 싶다고. 복종을 하려면 예의를 보여야 하는 법이지.”

구원자의 말에 차도연은 이를 갈았다.

그녀는 오늘의 굴욕을 절대 잊지 않겠다고 다짐하며, 스스로 입은 옷을 모두 벗었다.

그리고 구원자에게 도게자를 하며, 그가 좋아할 만한 복종선언을 올렸다.

“저 차도연은, 앞으로 구원자님을 아버지로 모시겠습니다. 당신의 노예에게 자비를 베풀어 주십시오.”

만족스러운 듯 껄껄 웃음을 터트리는 구원자.

그가 다시 손가락을 튕기자, 언니에게 자지를 삽입하려면 남자가 뒤로 물러섰다.

“좋아. 이제야 고분고분해졌군. 그럼 동맹의 증거로 노예의 맛을 좀 봐볼까?”

구원자는 그렇게 말하며 육중한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 쿵쿵거리는 발걸음으로 자신에게 다가와, 그 역겨운 손으로 엉덩이를 짜-악! 짜-악! 때리기 시작했다.

“흣...! 흐읏!”

“킥킥킥킥! 건방진 년! 킥킥킥! 건방진 노예에겐 체벌이 필요한 법이지!”

그는 그렇게 말하며 차도연의 엉덩이가 발갛게 달아오를 때까지 그녀의 엉덩이를 때렸다.

차도연은 피가 새어 나올 정도로 아랫입술을 짓씹으며, 이 치욕을 언젠가 반드시 갚겠다고 맹세했다.

“항문이 아주 예쁘구나. 여봐라!”

자신의 항문을 탐스럽게 바라보더니, 부하를 부르는 구원자.

이윽고 그는 딸기잼과 슈크림을 가지고 오도록 시켰다.

일순간 그가 어떤 변태 짓거리를 저지를지 상상이 되어 소름이 돋았으나,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지금은 역경을 참으며 복수의 칼날을 갈 때이다.

“후루루룹! 후루루룹!! 맛이 괜찮구만.”

이윽고 예상대로 구원자는 자신의 항문에 각종 소스를 바르고 핥아먹기 시작했다.

녀석의 추악한 색욕과 식탐을 한 번에 채울 수 있는 역겨운 발상이었다.

“킥킥킥킥... 자넬 위해 야식을 준비했는데, 같이 들도록 할까?”

다만 이건 시작에 불과할 뿐이었다.

그는 자신을 똑바로 눕게 한 뒤 음부와 유두에도 각종 소스를 바르고 핥아먹기 시작했다.

이윽고 그가 도착한 야식이 도착하자, 그는 자지를 발딱 세운 채 삽입하기를 요청했고, 차도연은 눈물을 머금으며 자신의 처음을 구원자에게 내주었다.

“흐으으읏!!!”

“킥킥킥킥...!”

구원자의 역겨운 자지를 질 안에 삽입한 채 서로 마주 보는 자세가 된 차도연.

그녀는 자신을 욕망하는 구원자의 역겨운 얼굴을 보며 분노의 눈물을 흘렸다.

구원자는 그 눈물까지 핥아먹으며 간이 잘 돼서 좋다는 감상평을 남겼다.

“야식을 먹겠다.”

그렇게 마침내 ‘식사 시간’이 시작되었다.

나체의 여자들이 구원자의 입에 초코 케이크 같은 것을 넣어주면, 구원자는 그것을 죽이 될 때까지 씹은 다음 차도연에게 삼키게 했다.

그야말로 역겨운 식사가 아닐 수 없었다.

“우우움...우움...우움....”

그뿐만 아니라 그와 딥키스를 하며 질척해진 음식물을 왔다갔다 섞어서 먹어야 했다.

그렇게 한참을 키스하고 있으면, 둘의 침이 끈적하게 섞인 역겨운 음식덩어리를 삼켜야 했다.

“반항적인 눈빛이 아주 맘에 들어. 네년이 내 ‘딸’이 되는 순간을 상상하니 견딜 수 없이 힘들군”

구원자는 그렇게 말하며 차도연에게 약물을 주사했다.

하지만 구원자의 향락소 내부에서 유통하는 마약에 대해 차도연은 이미 면역을 해놨기에, 약물의 효과는 피할 수 있었다.

“좋아 오늘은 여기까지 하지. 일주일 뒤에 다시 보자고. 큭큭”

그렇게 장장 2시간에 걸친 섹스를 끝내자, 유유히 사라지는 구원자.

차도연은 엉망이 된 자신의 몸 상태를 체크해보았다.

엉덩이와 음부엔 녀석의 정액으로 가득했고, 몸 곳곳은 녀석의 침으로 번들거렸다.

그것도 모자라 입안에는 녀석의 침과 음식물이 섞인 역겨운 것들이 곳곳에 남아있었다.

이후 그녀는 다시 수면약물을 주사 받아 기절했고, 눈을 뜨니 아파트 지하주차장이었다.

차도연은 표정을 싸늘하게 굳히며 구원자를 조질 방안을 모색하기 시작했다.

***

“아무래도 성공한 것 같군.”

정성민은 그렇게 중얼거리며 입꼬리를 올렸다.

이번에 한 단계 더 업그레이드된 ‘연옥’은, 저렇게 쉽게 기억을 조작할 수 있었다.

아무래도 차도연의 최면 감수성이 높은 것도 한몫한 듯싶었다.

어릴 때의 트라우마를 자극하여 몰입도를 높이니 바로 눈물을 왈칵 쏟으며 최면에 몰입하는 그녀였다.

“이제 남은 것은... 차도연의 언니만 무사히 돌려주면 되겠군.”

구원자가 납치한 것처럼 꾸민 차도연 언니 납치.

현재 그녀는 한 폐공장의 밀실에 갇혀 있는 중이다.

다만, 쉽게 발견할 수 있게끔 적당히 단서를 남겼으니 차도연이 알아서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이제 차도연이 어떻게 나오는지 지켜보기만 하면 되겠군.”

떡밥은 다 뿌려뒀다.

이제 미끼를 문 물고기가 발버둥 치는 것을 보며, ‘손맛’을 느끼기만 하면 된다.

정성민은 큭큭 웃음을 흘리며 손에 들린 맥주를 비워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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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솨아아아아아...

수증기가 모락모락 피어나는 샤워실.

정성아는 자신의 몸에 묻은 온갖 침과 땀과 애액을 씻어내고 있었다.

아까 전까지만 해도 민세라로 돌변해버린 이신아와 섹스파티를 벌였던 정성아는, 어둡게 죽은 눈으로 멍하니 아래를 쳐다보고 있었다.

“.....”

그녀는 이신아가 자신에게 내렸던 명령을 상기했다.

눈앞에 있는 노예를 길들여보라고.

다만, 이신아가 길들이길 지칭하는 노예는 다름 아닌 정현재.

자신의 소중한 아빠였다.

‘한심한 조루 자지♥’

생존이 우선이었던 정성아는 반사적으로 그따위 말을 내뱉으며 정현재에게 다가갔다.

오빠가 거사를 앞두고 있는 만큼 자신이 실수를 하면 안 된다며, 아무리 사랑하는 아버지일지라도 가혹해지리라 다짐하며 정현재를 괴롭히기 시작했다.

‘여, 여, 여보... 하하... 왜 이래? 장난이지? 응?’

정현재의 반응을 볼 때마다 가슴이 찢어지는 것 같았다.

그럼에도 아무렇지 않은 척 정현재를 희롱하고 괴롭혀야 하는 자신의 처지가 저주스러웠다.

하지만 그보다 더 한스럽고 고통스러운 건, 이 모든 명령을 내리며 깔깔거리는 사람이 누구보다 존경했고 사랑했던 엄마라는 것이다.

도대체 엄마는 얼마나 더 큰 죄의 무게를 감당하려고 이러는 것일까.

나도 이렇게나 괴로워 미칠 거 같은데.

“아흐...흣....아흐으으으...”

미쳐가는 가족들 틈에서 이중 첩자 노릇을 해야 하는 자신.

이 또한 지은 죄의 뒷감당이라 한다면, 그럴 만했다.

이토록 괴로우니 말이다.

“나, 나는 대체... 대체 무슨 짓을....”

광기의 소용돌이에 휩쓸려 한창 날뛰던 때는 절대 몰랐다.

자신이 지은 죄의 무게가 이토록 중엄한 것임을.

남자친구였던 남도현을 그 지경으로 만들어 버린 것도 그랬다.

그토록 자신을 지지하고 응원하고 힘을 줬던 사람인데, 그런 사람을 괴롭히며 흥분을 느끼고 기뻐했던 자신이었다.

‘이제... 이제 알 거 같아. 오빠가 그 모든 일을 어떻게 견뎌낼 수 있었는지.’

정성민이 걸어온 길.

결코 쉬운 길이 아니었다.

그가 아니면 해낼 수 있을까 싶은, 한 번이라도 미끄러지면 모든 걸 잃을 수도 있는 험난하고 위태로운 길이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그 모든 고통을 견디고 정성민이 이 자리에 올 수 있었던 것은, 그것이 무엇보다 옳은 일이기 때문이다.

가족을 되찾고 자신에게 이런 짓을 벌인 미스터 최를 벌하는 게, 지극히 옳고 추구해야 마땅할 대의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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