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225화 (225/303)

성장 한계가 분명한 향락소만 보유하고 있는 상황.

이번 대전쟁으로 미스터 최와 정성민의 세력만 제거하고 나면, 뒷세계의 영향력은 한없이 감소하게 될 것이다.

악의 뿌리를 완전히 제거할 단초를 마련할 수 있는 것이다.

“선배. 잠깐만요.”

그때, 자신을 부르는 민찬기의 목소리.

차도연은 크흠 헛기침을 하곤 그를 휙 보았다.

진지한 얼굴의 그가 오늘따라 잘 생겨 보이는 건 기분 탓일 것이다.

“여기, 나윤경한테 붙어보라 하셨잖아요? ‘물갈이’를 할 때가 됐다고.”

“응. 그랬지. 우리 쪽 요원 침투시켜야 하니까. 그건 왜?”

“그런데 좀 이상해서요. 제가 지금까지 선발된 70명의 개인정보를 전부 확인해봤거든요? 여기 보세요.”

민찬기의 말에 차도연은 표정을 굳히며 그가 띄워놓은 자료를 보았다.

그녀의 입이 천천히 벌어지기 시작했다.

“이상하죠? 여기 이 40명. 이전의 자료가 너무 깨끗하잖아요.”

차도연은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이들은 최근 한 달 사이에 도박, 유흥, 여자 문제로 빚을 지거나, 모종의 이유로 빈민촌으로 이주한 사람들이었다.

“40명이나 공통된 특징을 보이는 게... 뭔가 좀 인위적이지 않아요?”

민찬기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는 차도연.

그녀는 소름이 돋는 감각을 느꼈다.

40명이나 공통된 특징을 보인다는 것은 곧 조직적이라는 말과 같았다.

저들을 한데 묶는 우두머리, 혹은 조직이 있을 가능성이 있었다.

“...찬기야. 우리쪽 요원은... 몇이나 뽑혔지?”

“현재까진 셋이요. 다섯 이상 뽑히긴 힘들 거라 보고 있어요.”

“뽑혀서 들어가면 잘 감시하라고 해. 뭔가 일어나려 하고 있어.”

“넵.”

곧바로 국정원에 연락을 해 차도연의 지시사항을 전달하는 민찬기.

그 사이 차도연은 인상을 찌푸린 채 생각을 이어가고 있었다.

이 시기에 왜 이런 수상한 움직임이 일어나고 있는지 그 이유를 생각해보았다.

‘구원자와 이하영의 결혼식.’

마침내 이하영을 자신의 아내로 맞이하는 구원자.

생각해보면 마피아에 연줄이 있는 이하영을 자신에게 완전히 종속시키는 구원자의 판단은 딱히 문제 될 게 없었다.

하지만 그것을 받아들이는 이하영의 마음은 어떨까.

‘구원자의 세뇌가 온전하다면 기쁘게 받아들이겠지. 하지만...’

하지만 만약, 이미 세뇌가 풀린 거라면?

백하윤처럼 정성민에게 넘어간 거라면?

정성민의 여자친구였던 이하영인 만큼, 그 가능성은 충분했다.

‘설마...’

온몸에 소름이 오소소 돋았다.

일주일 뒤, 성대하게 열리는 구원자와 이하영의 결혼식.

그 결혼식을 축하하기 위해 파견을 오는 마피아의 파견단.

나윤경의 ‘선발대’에 뽑힌 수상한 이력의 선발대.

“크크크크크큭....”

차도연의 입가가 기괴하게 비틀렸다.

그녀는 자신의 책상 위에 있는 정성민의 사진에 백하윤, 이하영의 사진을 나란히 놓았다.

그리고 빨간색 수성싸인팬을 들어, 이하영의 얼굴에 X표시를 했다.

“크크크크큭...크큭...”

마침내 찾은 듯했다.

정성민의 목줄을 틀어쥘 열쇠를.

차도연은 빛 한 점 없는 광기 어린 눈으로 미스터 최의 사진을 노려봤다.

자신의 가족을 파멸시킨 미스터 최와, 그 제자인 정성민을 파멸시킬 한 수를 순식간에 설계한 그녀였다.

“찬기야. 마침내 때가 온 거 같아.”

차도연은 그렇게 말하며 민찬기를 보았다.

민찬기는 차도연의 광기 어린 표정을 보며 침을 꿀꺽 삼켰다.

“일주일 뒤, 이하영이 쿠테타를 일으킬 거야. 그렇게 구원자의 세력을 이하영이 잡아먹으면 정성민과 이하영이 합세해서 미스터 최를 치겠지.”

차도연의 도백에 민찬기를 고개를 갸웃거렸다.

마치 이하영이 정성민의 편이라도 되는 듯 가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하영이 정성민에게 붙은 거라 판단하신 거예요?”

“응.”

역시.

민찬기는 고개를 끄덕인 뒤 차도연에게 물었다.

“어떻게 설계하실 거예요? 구원자가 무너지면 삼강 체제가 무너지는데.”

“그렇게 둬선 안 되지. 이번 대전쟁의 승리자가 될 놈인데, 반드시 무너지지 않게 살려둬야 해.”

“... 언질을 줘야겠네요. 구원자에게”

“그래. 하지만 공짜로는 안 되지. 대가는 받아야겠어.”

차도연은 그렇게 말하며 이신아의 사진을 바라봤다.

그리고 그녀의 사진에 X표시를 한 뒤, 입꼬리를 올리며 말했다.

“드디어 미스터 최에게도 약점이 생겼으니, 그걸 이용해야겠지. 구원자는 협조할 수밖에 없을 거야.”

***

“그렇다고 합니다 주인님.”

이희연의 보고를 받은 정성민은 입꼬리를 올렸다.

건방지게도 자신의 최애 노예인 이하영을 파멸시킬 생각을 품고 있다니.

차도연을 조질 차례가 온 모양이었다.

“역시 희연이가 일을 잘해. 이런 중요한 정보를 물어오고.”

“...♥ 과찬이세요♥”

“아니야. 이 정보를 몰랐다면, 이번 전쟁에서 위험할 수도 있었어. 끝까지 방심해선 안 되겠군.”

요근래 자신감이 최고치로 오른 정성민이었다.

그의 육체는 환골탈태를 한 듯 한계를 벗어났고, 이젠 섹스 스킬 마저 미스터 최를 넘어서고 있었다.

그뿐만 아니라 군사력, 재력, 정보력까지 뒷세계의 정점을 찍었으니, 이번 전쟁에서 가뿐히 승리할 수 있을 거라 자신하고 있었다.

그런데 차도연이 저런 음흉한 계획을 세우고 있다니.

“이번에 미스터 최가 중국에 갔다 온 것도 그래. 설마 삼합회를 자신의 동맹으로 만들 줄이야.”

자신이 마피아를 끌어들였듯, 미스터 최는 삼합회를 끌어들였다.

이로써 전쟁의 양상은 ‘압도적 승리’에서 ‘장담할 수 없는 결과’로 대폭 하향 조정되었다.

“하지만 주인님께서 유리한 것도 사실이죠. 방심하면 안 되겠지만요.”

방심.

예부터 방심은 패배의 가장 큰 원인이었다.

정성민은 이희연을 범하며 각성했었던 그때를 떠올리며, 주먹을 움켜쥐었다.

현재의 힘에 취해 그날의 절박함을 잊어선 안 된다.

“차도연부터 제거한다. 그년이 움직이기 전에 최대한 빨리.”

“예. 계획을 세워보겠습니다.”

이희연은 그렇게 말하며 고개를 깍듯하게 숙였다.

아무래도 작전을 짜러 대회의실로 가려는 모양이었다.

“잠깐만.”

허나 뒤돌아서는 순간, 이희연의 손을 붙잡은 정성민의 손.

그가 부드럽게 웃으며 이희연을 끌어당겼다.

정성민의 품에 이희연이 안기는 꼴이 되었다.

“앗.”

“사랑스러워서 견딜 수가 있어야 말이지.”

정성민은 진한 웃음을 머금으며 이희연의 머리를 쓰다듬고 볼을 어루만졌다.

전쟁의 양상을 바꿀 수 있는 핵심 정보를 물어다 준 그녀이니만큼, 너무나 사랑스럽게 보이는 그녀였다.

“아주 유능해. 넌 내게 없어선 안 된다.”

정성민은 그렇게 중얼거린 뒤 이희연에게 키스를 했다.

이희연은 자신의 존재가 정성민에게 도움이 됐다는 것에 벅차오르는 기분을 느끼며, 그의 달콤한 혀를 마음껏 탐닉했다.

‘아... 이 맛에 주인님 비서를 하는 거지.’

기본 중에 기본을 했을 뿐인데, 주인님에게 큰 포상을 받게 된 그녀.

사실 이희연은 이번 성과에 대해 그리 대단한 일이 아니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자신이 한 것이라곤 적의 동태를 예의주시하며 정보를 모으는 기본만을 했을 뿐이었다.

그런데 차도연에 대박 정보를 스스로 발설하는 바람에, 이렇게 큰 공을 세우게 되었다.

‘차도연. 네 사무실까지 꼼꼼히 체크 해 봤어야지. 청소업체까지 확인을 안 한 게 네 패인이야.’

검찰 총장이 특임한 검사 차도연 팀장.

그녀는 기본적으로 사람에 대한 불신, 특히 남자에 대한 불신이 강한 여자였다.

그런 만큼 자신의 팀원을 철저하게 단속했고, 꾸준히 변절하지 않는지 감시해왔다.

그 집착은 무서울 정도였다.

팀원마다 국정원 요원을 붙여 시간 단위로 감시하고 있으니 말이다.

다만, 그녀는 사무실 청소를 하는 청소업체 직원까지 감시하는 섬세함은 없었다.

그 덕분에 사무실 곳곳에 도청장치를 붙일 수 있었고, 이런 엄청난 성과를 올릴 수 있었다.

“오늘은 밤새도록 안아주겠다. 그리고...”

키스를 마친 정성민은 그렇게 말하며 서랍을 열었다.

그는 서랍 안에 있는 반지함을 꺼낸 뒤, 그것을 열어 이희연에게 보여주었다.

“너는 내 여자 중, 나와 결혼을 첫 번째 여자가 될 것이다.”

“...!!!!!!!!!!”

정성민의 원픽으로 선정된 이희연.

그녀는 그 말을 듣자마자, 뇌세포가 파괴되는 듯한 쾌락을 느끼며 눈을 까뒤집었다.

그리고 그대로 그 자리에서 쓰러져 기절해버렸다.

***

‘미쳤어...’

추악한 욕망의 열기로 후덥지근하게 달아오른 미스터 최의 강당.

그곳엔 산소 호흡기를 찬 채 자지를 발딱 세우고 있는 50여명의 남자들이 있었다.

이신아는 보라색 연기를 쉬-익 쉬-익 들이마시며 눈을 까뒤집는 그들을 보며, 침을 꿀꺽 삼켰다.

-또각 또각 또각 또각

그때, 무대 위에 올라와 단상으로 가는 이신아의 발걸음.

그녀의 노예가 된 남자들은 이신아를 보자마자 자지에 팟! 힘을 주곤 일제히 도게자를 하기 시작했다.

그리곤 ‘민세라님을 위하여’ 같은 류의 이상한 주문, 혹은 방언을 속사포로 외치며 그녀를 찬양하기 시작했다.

“후후...♥”

이신아는 그런 그들을 보며 야릇한 웃음을 흘렸다.

정성아 또한 이신아와 비슷한 차림으로 야릇한 웃음을 흘렸다.

도시에 자신 앞에 도게자를 하고 있는 남자들을 깔보는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물론, 모두 연기였다.

“어떠니 성아야? 내게 한심하게 고개를 조아리고 있는 저들의 꼴을 보고 있으면, 흥분되지 않니? 우리가 저들 위에 군림하는 거야♥”

완전히 ‘민세라’라는 존재로 개조된 자신의 엄마.

정성아는 쿡쿡 쑤시는 마음을 애써 감추며, 야릇한 미소를 흘렸다.

“응...♥ 물론이지♥ 나도 저런 노예들을 만들어서, 저 도태 자지들을 짓밟으며 흥분을 느끼고 싶어♥”

이하영의 모범적인 답에 쿡쿡 웃음을 흘리는 이신아.

그녀는 정성아가 흥분을 했는지 그녀의 유두를 관찰했다.

잔뜩 솟아있는 걸 보면 분명 정성아도 흥분을 하는 모양이었다.

‘역시 성아는 그날 완성된 건가♥’

혹시나 하는 의심을 했지만, 몸의 반응을 숨길 순 없었다.

애액이 흥건한 정성아의 보지, 잔뜩 발기한 유두, 붉게 충혈된 클리토리스.

이 모든 게 자신과 같이 타락했다는 증거들이었다.

이신아는 그 사실에 고양감을 느끼며 애액을 줄줄 흘렸다.

‘씨발.’

한편 정성아는, 자신의 음부와 유두를 관찰하는 이신아의 눈길에 소름을 느꼈다.

얼마 전 미스터 최와 함께 자신을 재세뇌시켰으면서, 다시 한번 타락의 여부를 확인하는 것이다.

‘흥분유도제를 먹길 잘했어. 언제나 철저해야 돼.’

백하윤과 이희연의 조언을 떠올려, 이곳에 오기 전 약물을 복용하고 온 정성아.

그 덕분에 이렇게 또 의심을 피할 수 있게 되었다.

“후후... 그럼 너도 ‘길들이기’를 해봐야겠지. 멀쩡한 남자가 어떻게 저꼴로 타락하는지, 잘 지켜보렴♥”

이신아가 정성아를 이곳에 데리고 온 이유.

그것은 자신이 거느린 ‘노예 세력’을 과시하는 동시에, 자신만의 마조 노예를 양산하는 방법을 알려주기 위해서였다.

“흐으읏...! 흐옷..! 흣!”

그렇게 정성아는 이신아가 남자를 타락시키는 과정을 지켜보았다.

미스터 최와 마찬가지로 쾌락과 유혹으로 뇌를 망가뜨리는 방법이었다.

“자. 성아야♥ 너도 해보렴. 널 위한 노예 1호가 저기 준비되어있어♥”

정성아는 이신아의 손가락을 따라 시선을 뒀다.

그곳엔 자지를 발딱 세운 채 의자에 묶여있는, 정현재가 있었다.

***

한편, 침대에 누워 ‘민세라’를 떠올리고 있는 미스터 최.

요즘 그의 머릿속엔 민세라로 변해버린 이신아로 가득 차 있었다.

특히 그는 요즘 들어 자신을 세뇌시키려고 온갖 방법을 다 동원하는 민세라를 떠올리며, 큭큭 웃음을 흘렸다.

“귀엽기는.”

수십 년 이상을 뒷세계에 살아오며, 복용하지 않는 약물이 없는 미스터 최.

그런 그에게 민세라의 세뇌가 온전히 통할 리는 없었다.

다만 민세라를 너무도 사랑했던 미스터 최인 만큼, 적당히 그녀의 세뇌 놀이에 어울려주며 그녀의 기분을 즐겁게 하는 데 노력을 기울이는 그였다.

“민세라. 이미 나는 당신에게 세뇌되어 있어.”

세뇌란 상대방을 자신의 뜻대로 인식을 바꿔버리는 것.

다만 미스터 최는 이미 이신아를 자신의 진정한 사랑으로 여기고 있었고, 다른 여자에겐 아무런 관심이 없었다.

심지어 그녀를 위해선 죽을 수도 있을 만큼 이신아에게 진지한 미스터 최였다.

“반드시 이겨야겠군.”

따라서 생에 대한 집착이 그 어느 때보다 강한 요즘이었다.

항상 파괴와 타락만을 일삼던 그는, 요즘 들어 이신아와 함께 가정을 이루고, 그녀가 해주는 저녁밥을 먹고, 그녀와 낳은 아이를 오순도순 키우는 상상을 하곤 했었다.

‘정성민. 꼭 네가 보는 앞에서 세라와 결혼식을 올려주마. 그 순간이 기대되는군.’

그의 궁극적인 목표는 정성민을 굴복시킨 뒤 그가 보는 앞에서 민세라와 결혼식을 올리는 것.

그리고 오래도록 그를 가둬 성적인 고문을 하며, 배가 불러오는 민세라, 출산을 한 민세라, 자신과 행복한 가정을 이룬 민세라를 보여주는 것이었다.

물론 완전히 타락한 정현재와 정성아를 보여주는 것도 그의 주된 목표 중 하나였다.

“이제 얼마 남지 않았나. 기대되는군.”

미스터 최는 그렇게 중얼거리며 씨익 입꼬리를 올렸다.

그리곤 테이블에 올려둔 와인의 향을 맡곤, 그 내용물을 쭉 들이켰다.

오래 묵혀둔 와인인 만큼 최고의 맛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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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희연은 긴급대응조를 꾸렸다.

차도연이 구원자와 접촉하려 하고 있으니, 그에게 연락을 취하기 전에 차도연의 신변을 확보할 필요가 있었다.

하여 그녀는 도청으로 차도연의 동선을 추적하며 적당한 때를 기다렸고, 마침내 좋은 타이밍을 만들 수 있었다.

[오늘은 일찍 들어가자. 곧 큰일을 앞두고 있으니 체력을 비축해둬야지. 내일 봐]

[네! 선배님.]

밤 9시, 마침내 퇴근을 하는 차도연.

그녀는 곧장 지하주차장으로 내려와 자신의 자차에 탔다.

그리고 시동을 걸어 출발하려는 순간.

“읍ㅡ!”

누군가가 뒤에서 입을 틀어막으며 주사를 놓는 바람에, 순식간에 의식을 잃어버리고말았다.

주사를 놓은 인물은 하루종일 차도연의 차 뒷좌석에서 대기하고 있던 이희연의 긴급대응조원이었다.

“차도연 확보했습니다. 바로 이동할까요?”

[그래. 속전속결로 끝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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