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216화 (216/303)

순간, 정성아는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말해놓고 자신이 우는 순간, 다시 자신을 두들겨 팰지도 모른다고.

왠지 자신을 기만하기 위한 거짓말인 것 같다고.

“흐으...끄읍...흐으으...으으으으...”

하지만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다.

그의 눈빛, 그의 표정, 그의 목소리.

그 모든 것이 그토록 그리워하던 ‘오빠’의 것이었다.

아직 오빠란 존재가 완전히 사라진 게 아닐 수 있다는 생각만으로도, 이렇게 서러움이 참을 수 없이 터져 나왔다.

“으으으으...으읍....끄흐흐....흐아아아...”

숨이 잘 쉬어지지 않고, 호흡이 가빠져 왔다.

눈앞에 있는 ‘오빠’의 형상이 자꾸 번져갔다.

정성아는 황급히 눈물을 훔쳐 다시 ‘오빠’를 보았다.

여전히 예전의 그 눈빛, 그 표정, 그 얼굴로 자신을 보고 있었다.

그러다 다시 그의 형상이 번지면, 또 눈물을 훔쳐 그 모습을 확인했다.

혹시라도 눈물로 인해 그 형상이 번지는 사이, 저 다정한 모습이 또 사라질까봐.

정성아는 연신 눈물을 훔치며 자신 앞에 서 있는 오빠의 모습을 재차 확인했다.

“성아야.”

불순물 쓰레기통- 따위의 멸칭이 아니었다.

그는 자신의 이름을 제대로 불러주었다.

정성아는 끄윽 끄윽 눈물을 흘리며 귀를 열었다.

“난 단지 알려주고 싶었어. 오늘 네가 느꼈을 그 심정... 그게 내가 견뎌온 고통이야. 매일 매일 생살을 씹는 고통이지.”

“.....”

울음이 멎기 시작했다.

그가 견뎌온 고통 앞에서 자신의 눈물 따윈 사치라는 생각이 들었다.

“발버둥 쳤어. 지금 이 모습이 되기 위해, 미친 듯이 발버둥 쳐서 달려왔어. 오직, 오직 우리 가족을 되찾겠다는 일념으로.”

그의 고통을 가늠할 수 없었다.

아무것도 없는 황량한 사막에서 이렇게 거대한 제국을 세우기 위해 어떤 고통과 슬픔을 인내했을지 짐작조차 할 수 없었다.

“성아야. 진정한 뒷세계의 사람이 된다는 건 이런 거야. 내가 살기 위해선 마음을 버려야 돼. 사랑하는 사람에게 고통을 줘도 눈 하나 깜짝하지 않을 만큼 고통과 아픔에 둔감해져야 해. 내가 방금 너에게 그랬듯이 말이야.”

정성아의 입이 천천히 벌어졌다.

희망, 아픔, 경이로움, 사랑.

그런 감정이 휘몰아쳐 그녀를 뒤흔들기 시작했다.

“성아야. 너는 감당할 수 있겠어? 언젠가 네가 한 짓에 대한 대가를 물을 때... 너는 그걸 감당할 수 있겠어?”

정성아는 고개를 저었다.

그녀에겐 무너지는 아빠를 감당할 자신도, 완전히 변모해버린 엄마를 되돌릴 자신도, 악귀처럼 자신을 괴롭히는 오빠를 감당할 자신도 없었다.

하물며 언젠가 하윤 언니처럼 주인님에게 버려질지도 모른다는 미래를 올지도 모른다는 불안감 속에서 살아갈 자신도 없었다.

자신은 애초에 뒷세계의 여왕 따위가 아니라, 나약한 인간 중 하나일 뿐이었다.

“나는 감당할 수 있어.”

그때, 정성민의 확신에 찬 음성.

그는 빈 깡통이 된 맥주를 내려놓으며 이어 말했다.

“난 그 모든 것을 감당하며 뒷세계의 정점에 오를 거야. 내 사람을 위협할 만한 것들, 나를 거스르려는 놈들을, 전부 쓸어버릴 생각이야. 물론 네 타락을 부추긴 미스터 최, 그리고 품평회의 역겨운 관중들도.”

예전의 부드러움을 가졌지만, 동시에 강인한 마음도 지닌 그.

정성아는 벅차오르는 감정을 느꼈다.

마치 그의 형상이 빛나는 것처럼 보였다.

“그러니 내 밑으로 들어와. 힘든 건 모두 내게 맡기고, 넌 그저 내가 주는 쾌락과 사랑을 받으면 돼.”

정성아는 뜨거운 눈물을 쏟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는 영영 잃어버린 줄만 알았던, 사무치도록 그리웠던 오빠가 아직 저 안에 있었다.

그는 의장으로 거듭나면서도 ‘정성민의 마음’을 잃지 않았다.

“이리와. 너도 이제 내 여자야.”

정성아는 가슴에 손을 얹은 채 정성민에게 다가갔다.

그의 몸 곳곳에 나 있는 상처, 그리고 예전보다 몇 배나 부푼 그의 괴물 같은 몸을 보며, 그가 해온 노력이 얼마나 혹독한지를 상상해보았다.

-스으윽...

정성민의 바로 앞에 당도한 그녀.

그녀는 정성민의 상처와 몸을 어루만져 보았다.

그리고 슬픈 눈으로 정성민을 올려다보았다.

“됐어. 이미 지난 일이야. 이제 너를 되찾았으니, 아무래도 상관없어.”

다만 정성민은 그녀의 마음을 읽기라도 한 듯, 그녀를 부드럽게 안아줄 뿐이었다.

정성아는 그의 널찍한 등을 안으며 눈을 감았다.

-스윽.

그때, 정성민이 정성아를 잠깐 떼어 내 그녀를 바라보았다.

정성아는 잘 생긴 그의 얼굴과, 근육질로 된 그의 몸을 보며 침을 꿀꺽 삼켰다.

“평범한 남매로 돌아가기에는 늦었지. 너도. 나도.”

잔뜩 부푼 오빠의 그곳과, 축축히 젖기 시작하는 자신의 그곳.

뒷세계의 심장부에 발음 담근 둘은 사회적, 도덕적 규범 따위 깨부숴진 지 오래였다.

그저 매력적인 대상이 있으면 그것을 탐닉하고 취할 뿐이었다.

하물며 이 둘은, 이미 한번 선을 넘은 적이 있던 남녀였다.

“하읍...!”

정성민의 입이 정성아를 덮쳤다.

둘은 진득한 키스를 나누며 침대로 걸음을 옮겼다.

-털썩!

침대에 뉘어진 성아.

정성민은 곧바로 그녀를 가리고 있는 얇은 천을 찢어버렸다.

그리고 자신이 걷어찼던 새하얀 복부를 어루만지며 안쓰럽다는 듯 정성아를 바라보았다.

“많이 아팠지?”

그 아픔이 전해질 정도로 진심 어린 그의 말.

다만 정성아는 이를 부정하지 않았다.

고개를 끄덕이며 너무 아팠다고, 가슴이 찢어지는 고통이라 했다.

다만ㅡ.

“그래서 지금 너무 행복해. 오빠의 고통을 조금이라도 안 거 같아 다행이야.”

오히려 그것이, 정성민이 감내한 고통을 일부라도 느낄 수 있어 다행이라 생각하는 그녀였다.

정성민은 그녀의 답에 가볍게 미소를 짓곤, 그녀의 복부에 키스를 해주었다.

그리고 그녀의 새하얀 살결을 쓰다듬다, 봉긋하게 솟아오른 가슴을 움켜쥐었다.

그곳 또한 정성민이 발로 짓밟은 곳 중 하나였다.

“츄웁...쮸웁...”

하지만 지금은 정성스레 애무를 해주었다.

정성아는 연신 애액을 흘리며 정성민의 자극을 느꼈다.

“으읏...흐읏...♥”

***

그야말로 모든 것이라 할 수 있었다.

지금 내 앞에 있는 이 남자는, 내가 바라마지 않던 궁극의 이상향이었다.

“읏...흐읏...으읍...♥”

내 유두를 정성스레 애무해주고 있는 오빠.

그 모든 몸짓에 나에 대한 미안함, 나에 대한 사랑, 나에 대한 진실 된 마음이 느껴졌다.

“사랑해...흐읏...사랑해...이제 나는...”

첫사랑.

오빠는 내 첫사랑이었다.

그것도 꽤 진지하게... 오빠와 함께 하는 미래를 상상할 정도로, 나는 진심으로 오빠를 좋아했었다.

‘이제 이런 건 그만두자.’

하지만 어느 샌가부터 ‘놀이’를 거부하기 시작한 오빠.

난 오빠에게 그 말을 들었을 때, 세상이 무너지는 듯한 기분을 느꼈다.

오빠의 마음이 내 마음과 같지 않다는 것에 절망을 느꼈다.

부모님의 반대

세상의 멸시.

파멸로 가는 운명.

난 그 모든 것을 감당할 생각까지 하고 있었고, 오빠도 그런 것을 감당할 준비를 하는 줄 알았다.

그래서 큰 배신감을 느꼈던 거 같다.

나와 같은 곳을 바라보지 않았다는 것에.

“하응! 하윽! 흣! 흣! 흐윽!”

하지만 시간이 흘러 내가 데뷔를 앞두고 있을 때.

난 오빠가 나를 버린 것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그저 오빠는 내 평범한 삶을, 행복한 가족을, 꿈을 이룰 수 있는 미래를 지켜주고 싶을 뿐이었다.

실제로 내가 오빠를 이성으로 바라보지 않게 되자, 오빠는 다시 내게 다가와 주기 시작했다.

이번에는 오빠로서, 내 행복을 바라는 가족으로서 내게 다가와 주었다.

난 그 마음에 감사했다.

-퍽! 퍽! 퍽! 퍽! 퍽! 퍽!

“흐읏! 흐옥! 흣! 후읏! 쿠훗!”

하지만...

하지만 나는 오빠를 한번 버렸었다.

멸시하고 깔보고 조롱하고 무시했었다.

도태종이라 여기며, 언제나 나를 사랑하고 지지해주었던 오빠를 깔보며 흥분을 느꼈었다.

“미안... 미안해... 나는, 나는 오빠를...난...읍!”

난 그 죄악이 너무 미안하여 사과하려 했지만, 역시 오빠는 내가 무슨 짓을 했든 상관하지 않았다.

그저 예전처럼, 언제나 그래왔듯이 나를 품어줄 뿐이다.

안아줄 뿐이다.

‘아아....’

오빠는 나를 구원해줬다.

16살의 내가 금단의 사랑을 꿈꾸며 잘못된 길을 바라보고 있을 땐 이정표를 바로 세워주어 평범한 삶의 행복을 내게 알게 해주었고, 쾌락의 노예로 전락하여 타락과 파괴를 일삼고 있을 땐 그 삶의 말로를, 마음이 없는 삶엔 허무만이 있을 뿐임을, 내게 알려주었다.

그리고ㅡ.

“흐으읏...흐우웃...흐읏...♥”

여전히 잊을 수 없는 압도적인 쾌락까지, 내게 주었다.

그는 모든 것이 되어 내게 돌아왔다.

“성아야. 새 기술을 쓸까 하는데, 각오하는 게 좋을 거야.”

하지만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그가 내게 주려 하는 쾌락은 아직 더 남아있었다.

지금만 해도 충분히 감당하기 힘든 쾌락인데, 이 다음으으은ㅡ!

“끄흐흐으으읏!!!”

질내를 꽉 채울 만큼 거대한 그것이었지만, 혈관이 울긋불긋 솟으며 더욱 팽창했다.

나는 그 어마어마한 쾌락 앞에서 숨조차 쉬지 못했다.

동공을 크게 뜬 채 고통과 쾌락이 구분되지 않는 신세계를 맞이할 뿐이었다.

“끄흣...............................읏....................................큽...............”

눈이 까뒤집어진다.

머리에 혈압이 쏠린다.

뇌가 흐물흐물 녹듯, 강렬한 전기신호가 파바밧 터진다.

얼굴이 붉게 달아오르고, 뇌수가 뜨겁게 달아오르는 듯하다.

“끗...............................쿱....................”

-쑤욱!

그때, 오빠의 그것이 줄어듬과 동시에 내 질에서 빠져나온 자지.

난 그제야 마침내 참았던 숨을 뱉을 수 있었다.

한계까지 올랐던 머리의 압력이 풀릴 수 있었다.

-프샤아아아앗....

몸이 완전히 뇌의 통제를 벗어났다.

제멋대로 근육이 이완과 수축을 반복하고, 멋대로 조수를 뿜어대고, 동공은 완전히 탁 풀려버렸다.

침이 질질 새어 나오고, 온몸에 힘은 없고, 정신은 아득해져 갔다.

이런 쾌락은 난생처음 느껴보는 것이었다.

“어떤 거 같아. 소감이 궁금한데.”

몽롱한 의식 속, 마이크 에코처럼 울려퍼지는 오빠의 목소리.

난 간신히 고개를 돌려 오빠를 바라봤다.

그리고 답했다.

“기..기뷰훈....기뷰....와져헌...조..조흐....새, 새로후운....”

의식이 점차 멀어진다.

이제는 ‘주인님’. 그러니까 미스터 최에 대한 여운도 완전히 사라졌다.

그래. 애초에 그를 바랄 필요가 없어진 것이다.

그보다 더 뛰어난 나만의 이상향이... 바로 내 앞에 있으니까.

나는 이제 그의 여자로 살아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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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성아가 다시 의식을 회복하는 데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정성민의 새로운 기술로 의식을 잃은 5분.

그쯤 지나자 정성아는 새로 태어난 기분을 느끼며 스르르 눈을 떴다.

“아...”

구름 위를 떠 있는 기분.

굉장히 흔히 쓰이는 상투적인 표현이지만, 그만큼 적절한 게 없었다.

푹신한 구름 위에 누워있는 기분.

‘미스터 최’라는 독소가 완전히 빠져나간 기분.

공포와 복종로 인한 뒤틀린 사랑이 아닌, ‘마음’으로 인한 사랑.

그 포근한 사랑 위에 부드럽게 감싸져, 나를 어루만지는 듯한 기분.

완전무결한 사랑.

정성아는 그러한 사랑을 느끼며 옆에 있는 정성민을 바라보았다.

가족, 남매, 남녀.

그런 개념 따윈 완전히 초월하여, 그저 한 사람으로서 정성민을 보았다.

뭐랄까.

단 몇 줄 문장으로 이 남자를 쉽게 정의할 수 없을 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다.

그는 처음부터 완전무결한 남자가 아니었다.

그의 완벽함엔 눈물 없이는 볼 수 없는 아픈 서사가 있었다.

이 모습에 도달하기 위해 얼마나 뼈를 깎는 노력을 해왔을까.

그 과정을 잠시나마 헤아려보는 것만으로도 이렇게 가슴이 먹먹하다.

“왜 울어”

하지만 그는 아무렇지 않은 듯, 미소를 지으며 자신을 안아줄 뿐이다.

내가 그에게 돌아왔다는 결과 하나만으로, 그 모든 과정을 무시할 수 있을 만큼 큰 사람이다.

내가 얼마나 널 위해 열심히 했는데, 내가 얼마나 너 때문에 힘들었는데, 내가 너를 되찾겠다고 얼마나 많은 시간과 돈을 쏟아부었는데.

그런 불평 한마디 할 법도 한데, 그런 말은 단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그는 그저 힘든 모든 것은 자신이 짊어지기로 한 것이다.

뒷세계의 치열함, 뒷세계의 잔악무도함, 뒷세계의 추악한 욕망.

그 모든 것을 자신이 짊어지고, 내게는 안락한 구름 침대 같은 사랑만을 줄 뿐이다.

내가 편히 여기 눕기 위해 그는 얼마나 많은 것들을 감당해왔을까.

“사랑해.”

그러니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하나다.

그가 그 모든 고통을 밟아 올라오며 이룩한 결과가, 최선의 결과가 되도록 하는 것이다.

내가 그의 최선이 되어야, 내가 나를 일으켜 무너지지 않아야 그의 모든 고통이 의미가 있어지는 것이다.

“사랑해... 오빠.”

나는 그런 다짐을 하며, 오빠를 꼭 끌어안았다.

그의 가족이자 그의 여동생이자 그의 여자로서, 온 힘을 다해 그의 보상이 되고자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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