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213화 (213/303)

난 이렇게 완전히 변모해버린 오빠를 보고 나서야 깨닫게 되었다.

내가 도태종이라고 여기며 경멸했던 그 오빠가, 얼마나 소중한지를.

항상 내 응석을 받아주고 나를 챙겨주려 했던 그 여리고 착한 마음이 얼마나 내게 필요한 지를...이제서야 깨닫게 되었다.

“10초 준다 정성아. 대답해.”

오빠는... 내가 도태종이라 여겼던 정성민은 이제 죽었다.

대신 오빠는 주인님과 같은 남자로 변해버렸다.

짓밟고, 파괴하고, 취하고, 가감 없이 버리는... 지배자로 거듭나게 되었다.

그러니 저렇게 아무렇지도 않게 내게 나이프를 던질 수 있는 거겠지.

“협...흐으윽...혀...협력...흐윽...협력...할게...하으으...그, 그러니까, 그러니까 제발...”

마음이 너무 아프다.

엄마가 떠나가고, 오빠마저 날 떠나갔다.

아빠는 미쳐버리고, 하윤 언니는.....

“.....?”

그러고 보니 이상했다.

하윤 언니가 왜 오빠 옆에 서 있는 거지?

서, 설마.

“정성아.”

그때.

날 부르는 묵직한 오빠의 목소리.

오빠가 나이프를 빙글빙글 돌리며 말했다.

“10초 지났어. 분명 그 안에 대답하라고 했는데.”

오빠는 그렇게 말하며 나이프를 던지는 자세를 취했다.

나는 비정한 오빠의 눈빛을 보며, 오빠가 진심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미, 미, 미안해... 혀, 협력할게. 협락할 테니까...이, 이제 그만...”

“큭큭큭. 한심한 년. 그럼 어떻게 충성을 맹세할 거지? 네년이 내 뒤통수 치지 말라는 법도 없잖아. 방금까지만 해도 ‘우리 가족은 행복할 수 있어’ 이 지랄 처하던 년을, 무슨 수로 믿지?”

미친 듯이 몸이 떨려왔다.

오빠의 말을 부정할 수 없었다.

지금도 굳이 오빠가 쿠테타를 일으키지 않아 줬으면 하는 마음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면 우리 가족은 안전하게, 그리고 행복하게 지낼 수 있을 테니까.

“네년의 눈빛엔 진심이 없어. 게다가 10초도 지났지. 내 동생이 아니었다면 진작에 넌 죽었어.”

뭐라 대답할 말이 없었다.

오빠의 말은 모두 사실이었다.

난... 난 그저 죽기 싫어서, 오빠가 정말 나를 죽일 거 같아서... 그게 무서워서 그렇게 대답했을 뿐이다.

“역시 안 되겠군. 죽여야겠어.”

그때, 무언갈 결심한 듯 날카롭게 눈을 빛내는 오빠.

믿을 수 없게도, 오빠는 그 말을 하며 팔을 휘둘렀다.

그러자 마치 영화의 한 장면처럼 슬로우 모션으로 나이프가 날아오는 것이 보였다.

아주 느리게 내게 다가오는 나이프.

나이프의 경로엔 어떤 기만도 거짓도 담겨 있지 않았다.

그 경로는 정확히 내 이마를 노리고 날아오는 것.

즉, 진짜로 나를 죽일 생각으로, ‘살의’를 담아 던진 나이프였다.

‘아.....’

내 인생은 이렇게 끝난다.

가족 전부가 미쳐버려서, 비극으로 끝나게 되었다.

타락해버린 오빠는 내게 아무렇지도 않게 나이프를 던졌다.

그래. 오빠가 정성민 의장이 된 것은 결국 비극이었다.

오로지 복수만을 위해 살아가는 복수귀가 되어, 가족 따위는 아무래도 신경 쓰지 않는 악마가 되어버린 거다.

차라리... 차라리 도태종이라 여겼던 오빠가 그립다.

내가 너무나 사랑했던 사람이 나를 죽인다는 게 가슴이 찢어진다.

왜, 왜 우리 가족은 이렇게 되어버렸을까.

어떻게... 어떻게 오빠가 나를 죽일 수 있어.

우리 아빠는 어떻게 될까. 엄마도 죽일 셈인가.

-후ㅡ웅 후ㅡ웅 후ㅡ웅

아주 천천히, 하지만 확실하게 다가오고 있는 죽음.

이제 곧 죽음이 머지않았다.

나는 천천히 눈꺼풀을 닫으며 생의 마지막을 준비했다.

그러자 어떤 한 장면이 떠올랐다.

죽기 전에 마지막으로 보고 싶은, 단 한 장면이 말이다.

그 장면은 놀랍게도 내가 14살 무렵, 오빠와 ‘놀이’를 하던 그때였다.

오빠는 ‘민수’가 되고, 나는 ‘수연’이가 되어 키스했던 그때.

그때 그 콩닥거리고 두근거리는 그 순간이 떠올랐다.

내 첫키스이자 첫 죄악. 그리고 첫사랑.

-후웅!

하지만 그 장면은 덧없이 흩어진다.

오빠는 변했고, 난 그에게 살해당한다.

이윽고 이마에 가해지는 충격과 함께, 나의 의식은 완전히 꺼지게 되었다.

나는 사랑하는 오빠에게 죽임을 당했다.

***

아직 내게 의식이 있다는 것을 인지했을 때, 내가 생각한 것은 한 가지였다.

‘사후세계란 정말로 존재하던 것이었나?’

그게 아니고선 내가 촉감을 느끼는 것도, 서서히 눈을 뜰 수 있는 것도 말이 안 된다.

내가 어떻게 살아있는 거지?

“크읏...”

이마에서 느껴지는 얼얼한 통증.

이렇게 아픈 거로 봐선, 난 분명 나이프에 맞았는데.

그건 정말 확실한데, 왜 죽지 않았지?

-스윽.

그때, 누군가 내 이마를 쓰다듬는 느낌.

서서히 눈을 뜨니 하영 언니가 내 머리를 쓰다듬고 있었다.

그녀는 은은한 미소를 지으며 내게 말했다.

“운이 좋았어. 손잡이 부분을 맞았으니까. 대신 혹은 엄청 크게 났네.”

손잡이를 맞아...?

아. 그렇다면 나는 날붙이를 맞은 게 아니라, 손잡이를 맞고 기절했던 건가.

-쪼르르륵...

그때, 짭쪼름한 노란 물줄기가 내게 쏟아졌다.

그 향이나, 맛이나 분명 오줌 줄기였다.

난 재빨리 얼굴을 피하며 오줌 줄기를 피하려 했다.

하지만-.

“피하면 안 되지!”

날 못 움직이게 고정하는 억센 손길 때문에, 일방적으로 오줌 줄기를 맞을 수밖에 없었다.

누구의 손인지 확인해 보니 하영 언니와 하윤 언니의 손이었다.

“어, 언니....”

충격이었다.

하영 언니는 그렇다 쳐도, 내 동경의 대상인 백하윤 언니는... 왜 여기서 이러고 있는 걸까.

“아깝게 그걸 다 거부해? 정성민의 성수를.....”

당최 알 수 없는 말을 지껄이는 언니.

언니는 그렇게 말하곤 내 얼굴에 잔뜩 묻은 오줌을 핥기 시작했다.

하윤 언니뿐만 아니라 하영 언니도... 바닥에 있는 오줌을 핥아댔다.

“벗겨,”

그때, 한기가 느껴지는 오빠의 목소리가 고막을 파고들었다.

고개를 돌려 확인하니, 나를 내리 깔보는 오빠의 눈이 보였다.

-덜 덜 덜 덜 덜...

무서웠다.

나를 진정 죽이려 했던 사람이, 나를 죽일 듯이 내리 보고 있었다.

난 주인님보다 오빠가 더 무서웠다.

-촤악! 촤악!

여기 하영 언니와 하윤 언니도 오빠의 공포에 굴복한 것일까.

그녀들이 오빠의 명령을 받아 내 옷을 거칠게 잡아 뜯었다.

난 순식간에 나체가 되었고, 오빠는 내게 도게자를 명령했다.

“죄, 죄, 죄, 죄송합니다...구, 굴복... 복종하겠습니다...”

이미 그는 내게 사형 선고를 내렸다.

언제 또 내게 죽음을 명령할지 알 수가 없다.

나는 최대한 자세를 납작 엎드려 복종 자세를 취했다.

그러자 내 머리 위로 콰직! 짓밟는 발길이 느껴졌다.

-꾸우우욱....

“운 좋게 살아남은 버러지년. 서열 4위라는 것이 추하게 목숨이나 구걸하고 있군. 살고 싶나?”

“네, 네엣...사, 살려주세요... 주, 죽기 싫어요. 살려주세요...”

몸을 덜덜 떨며 목숨을 구걸했다.

오빠의 발에 더욱 힘이 들어갔다.

이윽고 오빠가 다음 명령을 내렸다.

“엎드려. 인간 의자를 실시해라.”

***

정성아는 의문 가득한 표정을 지었다.

난데없는 ‘인간 의자’라는 명령이 이해가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여 이하영은 손수 엎드리는 자세를 취해 등을 평평하게 만들어 정성아를 이해시켜주었다.

“아...아! 예, 예!”

다행히 인간 의자는 정성아도 알고 있던 것.

하층 중에서 최하층 도태 노예들이 하는 자세가 바로 인간 의자였다.

처음부터 뒷세계의 여왕으로 내정되었던 정성아 이기에, 이 자세를 이해하는 데 조금 시간이 걸린 것 뿐이었다.

“인간 의자를 행할 땐 ‘실시’를 덧붙인다. 너도 잘 알 텐데?”

그동안 품평회를 통해 보아왔던 ‘인간 의자’.

다만 자신이 그것을 실제로 하게 될 줄은 몰랐다.

하지만 살기 위해선 정성민의 명령을 따라야 했고, 정성아는 자존심을 모두 내려놓고 인간 의자를 실시했다.

“시, 실시!”

황급하게 엎드린 자세를 취한 정성아.

그녀의 봉긋한 유방이 중력에 끌려 출렁거렸다.

또한 그녀의 항문과 음부가 긴장과 스트레스로 인해 움츠러들었다.

-짜악!

그때, 자신의 엉덩이를 세게 치는 정성민의 손.

정성아는 눈물을 삼키며 훌쩍였다.

정성민이 말했다.

“개 같은 년이, 넌 훈육을 좀 받아야 해. 여동생이라 봐주는 것 따윈 없다.”

-짜악! 짜악! 짜악! 짜악! 짜악!

자신의 제안을 거절하고, 끝까지 미스터 최의 비호 아래 남아있으려 했던 정성아.

정성민은 그런 괘씸한 정성아의 엉덩이를 마음껏 때렸다.

정성아는 수치스러움과 울분에 눈물을 삼키는 동시에, 묘한 흥분 또한 느낄 수 있었다. 강인한 남자에게 지배를 받을 때 느끼는, 그래. 주인님에게 자신의 모든 것을 장악당했을 때 느끼는 그 아득함이... 정성민에게서 느껴졌다.

“자세가 무너지면, 바로 체벌이다.”

정성민은 그렇게 말하며 정성아의 등에 털썩 앉았다.

하지만 근육 덩어리인 정성민의 무게를 정성아는 버틸 수 없었고, 그녀는 철푸덕 쓰러지고 말았다.

“씨발년이 말귀를 못 알아 처먹는군.”

정성민이 벌떡 일어섰다.

그리고 황급히 일어나려는 정성아의 머리를 발로 콱! 짓밟았다.

그때 코가 땅에 찧는 바람에 정성아의 코에서 코피가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역시 아까 죽였어야 했어. 날 열 받게 만드는군. 한 번만 더 자세가 무너지면, 그땐 진짜 죽일 거다.”

정성아는 덜덜 몸을 떨며 코를 부여잡았다.

그리고 다시 인간 의자 자세를 취한 다음, 온몸에 힘을 주었다.

이윽고 정성민의 돌덩이 같은 몸이 그녀의 등 위에 털썩 앉았다.

“흣! 흐으읏!!”

정성아는 잔뜩 힘을 주어 정성민의 무게를 버텨냈다.

어찌나 힘을 줬는지 항문과 보지가 벌렁거릴 정도였다.

“이하영, 백하윤. 벗어.”

정성민은 정성아의 인간 의자에 앉은 채 자신들의 노예에게 명령을 내렸다.

정성아는 자신의 우상이자 영원한 아이돌이 자신의 오빠 앞에서 고분고분 옷을 벗고 머리를 조아리는 광경을 보고 충격받은 듯한 표정을 지었다.

-콰직!

그리고 더 충격적인 것은, 그런 언니의 머리를 오빠가 짓밟고 있다는 것이다.

정성민은 한기가 뚝뚝 떨어지는 목소리로 말했다.

“백하윤. 정성아의 정신상태는 조련하기 쉬울 거라고 장담하지 않았나. 말이랑 다른데?”

“죄, 죄송합니다앗...주인님...♥”

두 눈으로 보고도 믿을 수 없는 광경.

그때, 서류를 확인하고 있던 이희연이 정성민에게 말했다.

“제, 제 책임도 있습니다. 저도 분명 백하윤과 같은 의견이었습니다...”

정성민은 백하윤을 짓밟은 채 이희연을 돌아보았다.

그리고 온화한 미소를 지으며 그녀에게 오라고 손짓했다.

-저벅... 저벅...

정성민에게 다가간 이희연.

정성민은 이희연의 뺨을 어루만지며 은은한 미소를 지어주었다.

그리고 한마디를 덧붙였다.

“너는 내 여자잖아. 실수할 수도 있지. 미안해하지 않아도 돼.”

“하, 하지만...♥”

“아니야. 너는 잘못이 없어. 마음 쓰지 않아도 돼.”

정성민은 그렇게 말하며 이희연에게 가벼운 키스를 해주었다.

이희연은 애정이 듬뿍 담긴 눈으로 정성민을 바라보다, 이내 정성민에게 고개를 조아리고 있는 이하영과 백하윤을 보았다.

그리곤 비릿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오, 오빠....’

정성아는, 이 모든 광경을 보며 야릇한 욕망이 피어오르는 걸 느꼈다.

분명 방금 정성민 보였던 태도는, 이전에 그녀가 알던 스윗한 정성민의 모습.

그 모습을 독차지하고 있는, 희연 언니.

부러웠다.

미친 듯이 부러웠다.

주인님처럼 타고난 지배자로 거듭난 정성민 의장에게... ‘오빠의 사랑’을 받을 수 있다니.

“정성아.”

그때, 다시 차가워진 눈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정성민.

그가 말했다.

“자세 무너지면 죽인다고 했다. 다시 앉을 테니 힘주고 있어.”

정성아는 침을 꿀꺽 삼키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있는 힘껏 몸에 힘을 줘서 허리를 평평하게 했다.

그 과정에서 똥꼬에도 힘이 잔뜩 들어가 그녀의 분홍빛 항문이 잔뜩 수축했다.

“으그긋!!”

이윽고, 정성민이 정성아의 등에 털썩 앉았다.

정성아는 침을 질질 흘리며 몸을 덜덜 떨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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