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을 어딘가로 끌고 가려는 정성아.
의문을 담아 그녀를 바라보니, 정성아가 말했다.
“주인님한테 가요...! 내가, 내가 언니 고쳐줄 테니까, 주인님의 사랑을 받으면 언니도 원래대로 돌아올 테니까, 지금 가요.”
눈물을 줄줄 흘리며 자신을 살리겠다고 애쓰는 정성아의 모습.
백하윤은 그 모습을 보며 얼핏 정성민을 떠올렸다.
지옥의 구렁텅이에 떨어져 비정해진 그였으나, 마음 어딘가에는 여전히 다정한 마음을 품고 있는 자신의 주인을 생각했다.
‘그 피가 어디 가진 않나 보네. 타락을 해도 이렇게 착해빠졌어.’
이신아는 미스터 최의 모든 기술과 정성이 들어가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되어버리고 말았다.
그에 반해 정성아는 아직 갱생의 여지가 많이 보였다.
-휙!
하여 백하윤은 정성아를 끌어당겼다.
그리고 자신의 품으로 넘어진 정성아를 끌어안고, 그녀의 귀에 대고 속삭였다.
“주인님은 이제 더 이상 날 사랑하지 않아. 난 그분에게 버림받았어.”
“하, 하지만...!”
“그래도, 넌 날 버리지 않을 거지?”
백하윤의 말에 정성아의 동공이 크게 뜨였다.
백하윤이 정성아의 뺨을 쓰다듬으며 말했다.
“날 도와줘. 예전처럼 날 응원해줘. 난 그런 마음이 필요해.”
정성민에게 마음을 구원받았던 백하윤.
그녀는 그런 마음의 힘을 정상아에게 가르쳐주고 싶었다.
이번에도 ‘자신의 죽음’이란 거짓된 말로 정성아를 끌어들이는 것이지만, 이번만큼은 그녀에게 긍정적인 결과를 주고 싶었다.
정성아를 서서히 이쪽 세계로 끌어올리고 싶었다.
“내가... 어떻게 하면 되는데요.”
못 이긴 척 시선을 다른 곳에 둔 채 말하는 정성아.
백하윤이 싱긋 웃으며 정성아의 손을 잡았다.
그리고 자신의 계획을 그녀에게 말했다.
“3일에 한 번. 날 보러 와줘. 그리고 이렇게 그냥... 이야기나 나누자. 네 이야기도 하고. 내 이야기도 하고. 네 기분이 어떤지, 내 기분이 어떤지도 얘기하고.”
정성아는 눈에 고인 눈물을 슥 닦았다.
그리고 쏘아붙이는 듯한 말투로 퉁명스레 말했다.
“치, 친구도 없어요? 왜 쓸데없이 그런걸.”
그냥 뱉어본 정성아의 말.
하지만 백하윤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가 피식 웃으며 입을 열었다.
“응. 네 말대로 나, 친구가 없어. 누굴 제대로 사귀어 본 적이 없거든. 그러니 성아 네가 내 친구 해 줘.”
“.....”
친구가 없다는 말에 표정이 굳는 정성아.
이윽고 그녀는 백하윤의 말을 이해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그녀를 바라보며 말했다.
“좋아요. 하지만, 언니의 우울증... 그거 주인님한테 안기지 못해서 그런 거예요. 나랑 시시콜콜한 얘기를 하는 것보다, 그냥 주인님한테 안기면.... 하아. 언니도 잘 알면서. 솔직히 난 이해가 안 돼요.”
이해가 안 된다는 정성아의 말을 백하윤은 이해할 수 있었다.
아마 과거의 자신이라면 주인님에게 안기는 것만이 이 미칠듯한 우울증의 해결책이라 믿었을 테니까.
“그건 나중에. 일단은, 네가 내 친구가 되어줬으면 좋겠어.”
하지만 정성민에게 구원받은 백하윤은 미스터 최의 쾌락이 필요 없었다.
그러니 적당히 미스터 최를 원하는 척하며, 악으로 물든 정성아의 마음을 조금이라도 돌려놓으면 된다.
“후-우. 일단 알겠어요. 언니 지금... 제정신 아니니까.”
정성아는 그렇게 말하며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 테이블에 시선을 둔 채 가기 전에 무슨 말을 꺼낼지 고민하기 시작했다.
-우우우웅!
그런데, 그때.
테이블 위에 올려놓은 백하윤의 스마트폰이 진동하더니, 팟! 불빛이 들어왔다.
불빛이 들어온 스마트폰 위엔 다음과 같은 메시지가 떠 있었다.
[러시아산 돌직구: 언니들! 다음 정모는 언제? 개헐은 언니들 보지에 좋은 음식들, 나 조사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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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산 돌직구: 언니들! 다음 정모는 언제? 개헐은 언니들 보지에 좋은 음식들, 나 조사했어!]
백하윤의 스마트폰에 뜬 메시지.
정성아는 미간을 좁히며 그 내용을 보았다.
‘개헐은 언니 보지에 좋은 음식을 조사했다’라는 어이없는 어휘 구사력은 타락한 정성아 마저도 혀를 내두를 만큼 천박한 문장이었다.
-팟.
이윽고, 메시지는 5초간 액정 위에 떠 있다 사라졌다.
백하윤의 입장에선 영원 같은 5초.
휴대폰 액정이 암전되자 정성아와 백하윤의 시선이 마주쳤다.
“.....”
말이 없는 두 사람.
백하윤은 최대한 차분함을 연기하며 담담하게 정성아를 바라보았다.
태연한 백하윤의 연기에 정성아는 저 스마트폰이 백하윤의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 눈을 내리깔아 쳐다보았다.
하지만 이건 확실히 백하윤의 스마트폰이었다.
“뭐야...? 방금 메시지.”
러시아산 돌직구.
정모.
개헐은 언니들 보지.
보지에 좋은 음식.
아무리 머리를 굴려봐도 실마리 하나 찾을 수 없는 근본 없는 메시지.
저런 어휘 구사는... 거의 집창촌 짬밥 7년차는 돼야 나올 수 있는 바이브가 아니던가. 그런데 백하윤이 그런 덜떨어지는 여자와 어울린다고?
“외로워서 그랬어. 주인님에겐 버림받았고, 친구는 없고.”
“.....”
정성아는 실감할 수 있었다.
백하윤의 상태가 얼마나 심각한 건지.
그 고고한 뒷세계의 여왕인 백하윤이, 저런 하류인생 창녀 따위와 어울리다니.
물론 백하윤의 몸 또한 더럽지만, 그녀는 자신의 우상이었다.
지금은 비록 주인님에게 버림받아 이렇게 나락으로 떨어졌지만, 그래도 ‘급’이라는 게 있지 않은가.
정성아가 아무리 증오해도, 아무리 원망했어도, 그래도 백하윤은 그녀의 우상이자 추억이고 목표였다.
언니가 저런 여자와 어울려 더럽혀지게 둘 순 없었ㅡ
-우웅~
그때, 다시 울리는 메시지.
정성아는 시선을 내리깔아 메시지를 보았다.
메시지의 내용은 더 가관이었다.
[보지 보신 음식 먹으면 바로 보지 마사지 받으러 가자. 마사지 받아서 감도 더 올리면, 바로 언니들 보지 죽어서 천국으로 갈 수 있어.]
“.....”
부들부들 떨리는 정성아의 주먹.
어쩌다가 그 천하의 백하윤이 저런 덜떨어진 년이랑...
정상아는 한숨을 내쉬며 가라앉은 목소리로 말했다.
“저런 애랑은 어울리지 마. 언니 신세만 더 비참해질 뿐이니까.”
“어, 어...”
“3일에 한 번? 그거면 돼? 더 원하는 거 있으면 말해.”
“일단 그거면... 충분할 거 같애”
“... 알았어. 그러면 3일 뒤에 만나. 그리고...”
무슨 말을 하려는지, 우물쭈물 망설이는 정성아.
이윽고 그녀가 뒤돌아서며 말했다.
“거기 마사지는... 나랑 받으러 가.”
그녀는 그 말을 남기고 도도한 걸음걸이로 또각또각 걸어갔다.
백하윤은 멍하니 정성아의 뒷모습을 바라보다, 이내 피식 웃음을 흘렸다.
아직 주변을 챙길 여력이 있는 것을 보면 확실히 정성아는 돌아올 수 있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 그래도 멋대로 일을 저질러 버렸네. 정성민은 조용히 대기하라고 했는데.’
다만, 다소 위험할 수 있는 독단 행동을 해버렸다.
이 기회를 잘만 이용하면 정성아를 되돌릴 수도 있지만, 자신 또한 위험해질 수 있다.
-삑.
하여 백하윤은 스마트폰을 들어 정성민에게 전화를 걸었다.
이윽고 정성민과 통화가 연결되자, 백하윤은 자신이 벌인 일과 계획, 그리고 정성아의 상태에 대해 상세히 보고를 올렸다.
정성민은 반응은 예상과는 달리 썩 나쁘지 않았다.
“...그래. 한번 추진해봐. 다만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 추진하도록 하고.”
“고마워. 믿어줘서.”
다행히 정성민은 자신의 독단 행동을 나무라지 않을뿐더러, 오히려 지지해주었다.
아무래도 그의 가족과 연관된 일이니, 그냥 묵인하고 넘어가는 것이 아닐까.
백하윤은 그렇게 생각하며 통화를 끓었다.
***
한편, 통화를 끓은 정성민은 졍성아를 떠올리고 있었다.
문득 어린 시절 그녀와 ‘놀이’를 하며 몸을 섞은 기억부터, 평범한 남매 관계로 돌아오기 위해 그녀를 멀리했던 기억까지 새록새록 떠올랐다.
‘성아라면, 가능해.’
사람의 감정을 결정하는 데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10대.
그 시절 정성아는 분명 자신에게 연애감정을 품고 있었다.
지금은 그 감정이 완전히 사라져 평범한 남매 관계로 돌아왔지만, 그 기억을 자극하면 다시 연애 감정을 끌어올릴 수 있을지도 모른다.
‘설계를 한번 해봐야겠군.’
백하윤의 계획은 나쁘지 않았다.
위험요소도 최대한 배제되어 있고, 명분도 충분했다.
아마 그녀의 경험과 수완이라면 정성아를 흔들어 놓는 데 분명 성공할 수 있을 것이다.
‘최대한 흔들어 놓은 뒤, 기회를 노린다.’
백하윤의 역할은 일종의 초벌 구이를 하는 것.
당연히 정성아를 완전히 되돌릴 메인 코스는 자신이 준비해야 한다.
약물과 최면의 힘을 빌리고, ‘미스터 최’의 가치를 떨어뜨리면 원래대로 돌아올 수 있을 것이다.
‘... 하지만 이신아는.’
정성아를 생각하다 보니 자연스레 의식의 흐름이 이신아에게 흘러갔다.
하지만 그녀를 생각하자 앞이 캄캄해지는 기분이 들었다.
이미 그녀는 미스터 최의 모든 기술과 세뇌 공정이 총집약되어 있어, 어떻게 되돌릴지 막막했다.
‘차라리 죽었다고 생각하는 게 낫겠지.’
원래의 인격은 거의 소멸되었다고 봐도 무방한 이신아의 상태.
모성애와 가족애, 심지어 사람에 대한 동정과 사랑까지 모두 도려진 그녀.
남자의 정기를 빨아먹고 그것으로 자신의 이익을 꾀하는 그녀는 흡사 음란귀이자 서큐버스와 같은 상태가 되었다.
이제 그녀와 자신의 연결고리는 생물학적으로 모친일 뿐이지, 모두 끊어졌다고 봐도 무방한 상태였다.
‘하지만 방법이 있을 거야. 되돌릴 수 있는 방법이.’
허나 그렇다고 포기할 정성민이 아니었다.
비록 미스터 최에 의해 타락하여 벌인 일이라곤 하나, 이신아가 받아야 할 죗값은 너무나 컸다. 그 죗값을 받으려면 일단 제정신으로 돌려놔야 한다.
지금 상태로는 미스터 최만을 찾다가 비참한 최후를 맞이할 게 뻔하니까.
-삑.
“이희연. 안으로 들여보내.”
생각이 많아질 땐 일을 하는 게 최고다.
정성민은 각 지방의 성민교에서 착출한 ‘노예’들을 안으로 들일 것을 명령했다.
이윽고 무희 같은 복장의 여성 다섯이 정성민의 집무실이자 생활터 안으로 들어왔다.
“교, 교주님을 뵙습니다!”
안으로 들어오자마자 도게자를 하며 인사를 올리는 3명의 노예들.
넙죽 엎드려 드러난 새하얀 등과, 봉긋 솟아오른 엉덩이골이 정성민의 성욕을 자극했다. 과연 각 지방의 원장들이 엄격한 심사를 마쳐 선별한 노예들인 만큼 그녀들 하나하나가 최상의 얼굴, 최상의 몸매를 하고 있었다.
“그래. 왼쪽부터 소개해봐. 어떻게 여기에 온 거지?”
정성민의 명령에 왼쪽 끝에 엎드린 여자가 고개를 들었다.
그녀는 자신을 23살 박은아라고 소개했으며, 성민교도가 된 이유는 아버지의 외도 때문에 마음의 수양을 하기 위해서라고 했다.
이에 정성민은 ‘박은아, 아버지’라는 키워드를 기억한 뒤, 옆에 있는 노예에게 시선을 돌렸다. 그녀 또한 자신의 차례가 오자 고개를 들어 자신의 사연을 소개하기 시작했다.
“저는 31살 이채연입니다. 저는 7년 사귄 남자친구에게 환승 이별을 당해 마음의 상처를 얻었을 때, 성민교도를 알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교, 교주님을...드디어....”
홍조가 가득한 얼굴로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여인.
정성민은 그런 그녀를 보며 피식 웃었다.
앞에 년과는 달리 이 년은 그저 적당한 사랑을 주면, 거기에 전남자친구만 조져주면 구원받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음.”
다음은 20살 한수영.
그녀는 앞선 그녀들과는 다르게, 공허한 눈을 하고 있었다.
왜 그런 눈을 하고 있는지 사연을 들어보니, 자신은 이웃집 남자와 엄마가 불륜을 저질러 태어난 아이였고, 친부로 알았던 아빠는 이 사실을 자신이 18살이 돼서야 알았다고 한다.
‘내가, 내가 얼마나 개처럼 일해서 가정을 일궜는데! 어떻게 그럴 수 있어!’
이후 집안은 그야말로 풍비박산이 났다고 한다.
화가 머리끝까지 오른 설거지 아빠는 이웃집 남자를 반죽음이 될 때까지 두들겨 팼고, 이를 말리는 부인까지 폭행했다고 한다.
하지만 이로 인해 설거지 아빠는 고소를 당했고, 결국 징역살이를 하게 되었다고 한다.
허나 비극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2년형을 마치고 나온 설거지 아빠가 출소를 하게 된 것이다.
형을 마치고 나온 설거지 아빠는 이웃집 남자와 가족을 모두 죽일 계획을 세우고 자신에게 접근했다고 한다.
하여 그가 먼저 한 짓은 한수영을 납치해 창고에 가두는 것이었다.
한수영의 말에 따르면 그때 설거지 아버지는 이런 말을 했다고 한다.
‘이제 난 널 보면 화가 나. 이제 너는... 그 새끼랑 그년의 결실이잖아. 그 더러운 행위의 결과물이잖아!’
감옥에서 썩으며 정신이 피폐해질 대로 피폐해진 그.
결국 그는 애지중지 키웠던 자신의 딸에게 강간을 시도했다고 한다.
하지만 본디 천성이 착했던 그는 그마저도 제대로 이루지 못한다.
‘하으으으.....크흐흐흐흐....’
발기한 자지를 차마 삽입을 하지 못 한 그.
그는 그저 옷이 찢어지고 눈물범벅이 된 자신의 딸을 끌어안고 한참을 오열했을 뿐이었다.
‘미안하다...’
그는 그 말을 남기고 폐건물의 옥상으로 올라갔다.
그리고 그곳에서 뛰어내려 생을 마감하려 했지만, 그마저도 실패.
현재는 병원에 입원하여 치료를 받고 있다고.
하지만 수술을 요구하는 그의 상태를 돌봐주는 가족은 아무도 없었다고 한다.
오히려 딸을 강간하려 했다는 사실을 엄마와 이웃집 남자가 알게 되어, 의식이 돌아오면 고소를 할 거라고 한다.
참 혈압이 오르지 않을 수 없는 이야기였다.
‘일단 영상으로 팔아먹기 좋은 스토리군.’
다만, 정성민은 자신의 이익부터 먼저 생각했다.
딱한 이야기이긴 하나, 자신에게 도움이 되지 않으면 취하지 않는 게 정성민의 사고 방식이었다.
하지만 이 이야기의 경우, ‘복수물’로서 영상을 팔아먹으면 꽤 흥행할 수 있는 이야기였다. 개인적으로 그 이웃집 남자와 바람을 핀 썅년을 조져주고 싶은 욕망도 있었고.
그리고 한수영은.....
‘그 불쌍한 놈에게 줘야겠군.’
현재 병원에서 의식불명에 빠진 설거지 아빠에게 주는 것은 어떨까.
왠지 병원 신세에 있는 꼴이, 자신의 생물학적 아버지인 정현재를 떠올리게 하니 말이다.
그러니 정성민은 그런 베타남이 행복했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다.
그들은 그저 너무 선하고 헌신적이었던 죄밖에 없으니까.
뭐, 그들이 약한 것도 죄라면 죄지만.
“그래. 너희 얘기는 잘 들었다. 그러면 의식을 하도록 하지.”
의식.
거창하게 포장은 했지만, 그냥 섹스 파티를 하는 것이었다.
음란한 무희복을 입은 여인들은 곧장 몸을 일으켜 시스루 천으로 가린 몸을 내보이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