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하윤은 다시 과거에 자신에게 몰입한 뒤 그녀가 했을 법한 짓들을 하기 시작했다.
-벌컥.
이윽고, 문을 열고 들어온 정성아.
하지만 백하윤은 그녀에게 눈길도 주지 않은 채 스크린에 시선을 고정했다.
스크린 속엔 팬들의 사인을 받으며 환하게 웃고 있는 자신의 모습이 재생되고 있었다.
“... 저번보다 더 심각해졌네요?”
폐인이 된 백하윤을 보며 한 마디를 건넨 정성아.
그럼에도 백하윤이 반응이 없자, 정성아는 고개를 돌려 백하윤이 보고 있는 스크린을 보았다.
그녀는 스크린에 시선을 고정한 채 다시 입을 열었다.
“...하. 팬 사인회. 궁상맞게 저런 걸 왜 보고 있대요? 어차피 그냥 돈줄한테 웃음 파는 서비스 같은 거 아닌가.”
정성아는 그렇게 말하며 손에 있는 서류를 툭 던졌다.
서류는 백하윤 앞에 있는 테이블에 주욱 미끄러져 착지했다.
“사인해요. 언니 매니지먼트도 내가 가져가기로 했으니까. 편하게 은퇴하게 해줄게요.”
“.....”
이번에도 아무 반응 없이 공허한 눈으로 스크린을 눈에 담고 있는 백하윤.
정성아는 그런 백하윤을 보며 아랫입술을 꾹 깨물었다.
그러다 다시 비릿한 조소를 흘리며 백하윤이 있는 쇼파로 다가가며 말했다.
“이해해요. 언니는 주인님한테 버림받았으니까. 그 지경 그 꼴이 될 만하죠.”
정성아는 그렇게 말하며 쿡쿡 웃음을 흘렸다.
그리고 백하윤의 쇼파를 한 손으로 짚고 그녀에게 얼굴을 들이밀며 말했다.
“하지만 난, 주인님께 사랑받고 있어요. 언젠간 이신아처럼 그분의 여자가 될 수도 있겠죠. 흐흐흐. 오늘 아침만 해도 그분의 품에 안겨 얼마나 엉망진창 범해졌는지.”
정성아는 야릇한 미소를 지으며 입술을 핥았다.
그리곤 백하윤의 머리카락을 매만지며 말했다.
“처음엔 언니가 원망스러웠는데, 지금은 감사해요. 덕분에 전 주인님을 만날 수 있었으니까♥ 제 마음은 주인님의 사랑을 받아 항상 벅차오르고, 전 지금 대한민국에서 가장 잘 나가는 슈퍼스타가 됐어요. 그리고 언니의 뒤를 이어, 뒷세계의 여왕이 될 거고요.”
정성아는 그렇게 말하며 자신이 이룩한 일을 자랑했다.
이번 품평회에서 자신의 인기가 얼마나 대단했는지, 뒷세계의 부호들과 얼마나 많은 관계를 가지며 네트워크를 구축했는지, 이제 언니 따위보다 내가 더욱 뒷세계의 여왕에 어울린다는 말 따위를 하며 백하윤의 볼을 콕- 콕- 찔렀다.
“후후. 언니가 누렸던 영광보다 훨씬 빛날 거예요. 앞으로 제가 누를 영광은♥ 아마 그때가 되면 주인님도 절 간절히 원할걸요? 지금만 해도 저한테 홀딱 반한 회장님들이 여럿인데, 그때가 되면 제 영향력이 어떻겠어요? 크흐흐.”
정성아는 그렇게 말하곤 테이블 위에 있는 리모콘을 들었다.
그리고 외부입력으로 바꿔 화면을 전환한 다음, 자신의 주머니 안에 있는 USB를 TV에 꽂았다.
“재밌는 거 보여줄게요♥”
정성아는 그렇게 말하며 다시 리모콘을 조작해 USB 안에 들어있는 어떤 영상을 재생했다. 그러자 배불뚝이 노인이 나체로 엎드려 있는 모습, 그리고 그런 노인을 경멸 어린 눈으로 보고 있는 정성아의 모습이 재생되기 시작했다.
[박회장님...♥ 혼이 더 나셔야겠는데♥]
[예, 예엣...! 나, 날 혼내다오!]
[쿡쿡...♥]
음부가 훤히 뚫린 가터벨트를 착용한 정성아.
그녀는 채찍을 휘둘러 노인이 엉덩이를 짜악! 때렸다.
노인은 몸을 파르를 떨며 신음을 흘렸고, 정성아는 그런 노인을 보며 입술을 슥 핥았다.
[다시 한번 물을게요. 박회장님의 여주인이, 이제 누구라고요?]
[아, 아리아...! 이제 내 여신님은...아리아다! 바로 너다!]
[그런데 말버릇이 왜 이래? 제대로 존댓말을 해야 할 거 아니야!]
[-짜악!]
[크하아앗!!]
볼록 튀어나온 배를 출렁거리며 흐느끼고 있는 추레한 노인의 모습.
정성아는 그런 노인의 엉덩이를 발로 걷어찬 다음 그의 얼굴 앞으로 또각- 또각- 이동했다.
그리고 자신의 발을 내밀며 그에게 강압적인 어조로 명령했다.
[핥아. 내게 복종 선언을 하면, 일주일에 한 번 이렇게 쾌락을 선사해줄게, 박회장님♥]
정성아의 말에 노인은 황급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침으로 질척한 혀를 내밀어 발가락 사이사이를 핥아대기 시작했다.
[후루룹! 후루루룹! 후루루루룹!]
[후후...♥]
애액을 흘리며 비릿한 미소를 짓는 정성아.
이윽고 그녀가 ‘그만-’이라고 딱 잘라 말하자, 노인은 발을 핥는 것을 멈췄다.
[잘 했어♥ 이제 백하윤은 버리고, 날 새로운 여주인으로 맞이하는 거야. 알겠지?]
[네, 넷...!! 당신의 저의 여주인님이십니다...!]
잔뜩 발기한 자지를 움찔거리며 복종 선언을 하는 노인.
정성아는 킥킥 웃으며 다시 노인의 뒤로 또각또각 걸어갔다.
그리곤 그에게 포상을 주겠다고 말하곤 채찍질로 엉망이 된 노인의 엉덩이에 연고를 발라주었다.
[호-오...♥ 호-오...♥]
입술을 불곤 연고를 살살 발라주는 정성아.
노인은 그녀가 선사하는 강렬한 자극이 좋은지 연신 침을 흘리며 신음을 흘려댔다.
-탁. 탁. 탁. 탁. 탁. 탁.
이윽고 정성아가 한 손으론 자지를 흔들어 주고, 한 손으론 엉덩이에 연고를 발라주자 노인의 신음이 더욱 격해지기 시작했다.
정성아는 아랑곳하지 않고 계속해서 ‘호-오, 호-오’ 입김을 불어 넣으며 연고를 발랐고, 노인은 점점 빨라지는 정성아의 손을 느끼며 눈을 까뒤집기 시작했다.
[크하아아앗!!♥]
이윽고 정성아가 장난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노인의 항문에 쪽♥ 키스를 하고 빠지자, 노인의 자지에서 미친 듯이 정액이 방출되기 시작했다.
정성아는 그런 노인을 보며 ‘나이가 몇인데 아직도 절륜하시네♥ 우리 박회장님♥’이라고 중얼거린 뒤 정액 범벅인 장갑을 벗어버렸다.
[-또각 또각 또각.]
이윽고 그녀는 탁상으로 걸어가 그 위에 있는 담뱃갑을 집었다.
그녀는 담뱃갑에서 담배 한 개비를 뽑은 뒤, 라이터로 불을 붙여 입으로 갖다 댔다.
[스-읍... 후-우.....♥]
나른한 표정으로 연기를 뿜는 정성아.
이윽고 그녀의 시선이 바닥에 쓰러진 노인에게 향했다.
그녀는 노인을 보며 한 모금 더 담배를 들이킨 뒤, 그의 엉덩이에 담뱃불을 지졌댔다.
영상은 그것을 마지막으로 끝이 났다.
“크흐흐. 봤어요? 언니한테 영원히 충성을 맹세했다던 박회장, 별거 없던데요? 이제 저 틀딱은 제 말에 껌벅 죽어요. 여러모로 언니보다 제가 뛰어나다는 거죠.”
정성아는 그렇게 말하곤 담배를 입에 물곤 불을 붙였다.
그리고 백하윤에게 후-우 연기를 뿜고는 그녀의 귀에 속삭이듯 말했다.
“언니가 누렸던 모든 것은 다ㅡ 제가 가질 거예요. 그리고 언니가 이루지 못했던 주인님의 옆자리도, 제가 지킬 거고요. 언니는 나와 주인님 사이에서 태어난 자식을 돌봐주면 딱 좋겠네요. 가정부? 식모? 그런 느낌으로.”
정성아는 다시 한번 담배 연기를 후-우 내뿜었다.
그리곤 백하윤의 얼굴을 콕- 콕- 찌르며 다음 말을 내뱉었다.
“그래도 걱정 마요 언니. 옛정이 있잖아요. 주인님께 특별히 말해서 언니 폐기처분 시키지는 않을게요. 일주일에 한 번은 주인님의 성물을 하사받을 수 있도록, 제가 조치해줄 테니까.”
폐기처분은 면해주겠다는 정성아의 약속.
그 말에 백하윤이 드디어 반응을 보였다.
그녀는 정성아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며, 그동안 참아왔던 한마디를 내뱉었다.
“성아야. 미안해. 너도 무섭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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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하윤은 현재 크게 두 가지의 죄책감을 느끼고 있었다.
하나는 자신의 악행으로 인해 인생 전체가 망가진 박종필에게 느끼는 죄책감이었고, 나머지 하나는 정성아를 이곳에 끌어들인 장본인이 바로 자신이라는 점이다.
때문에 백하윤은 자신이 정성아를 꼬드기던 그 순간을 돌아보며 스스로 질문을 하곤한다.
만약 내가 성아를 이쪽으로 끌어들이지 않았다면, 성아는 어떤 인생을 살고 있을까.
아이돌은 되지 못하더라도 이 지경으로 타락할 일은 없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
백하윤은 이 질문에 스스로 긍정할 수밖에 없었다.
맑고 강한 성아라면, ‘아이돌을 할 수 없을 것’이란 미스터 최의 협박을 뿌리치고, 그녀만의 인생을 개척해나갔을 것이다.
‘나 때문이야. 성아가 이렇게 된 건.’
백하윤은 ‘그 날’ 자신이 정성아에게 했던 거짓말을 기억하고 있었다.
왜 이렇게 돼버렸냐는 정성아의 질문에 그녀는 ‘괴물을 잡기 위해 괴물이 되었다’라고 답했고, 자신은 뒷세계를 무너트리기 위해 희생을 하고 있다고 거짓말을 했다.
자신의 우상이 더럽혀지길 원치 않았던 정성아는 그 말을 철썩같이 믿었고, 결국 백하윤을 돕는다는 명분으로 미스터 최의 제안을 받아들였다가 그에게 세뇌당해 버리고 말았다.
“성아야. 미안해. 너도 무섭지?”
그래서 백하윤은 타락한 성아를 보며 불쑥 이런 말을 내뱉을 수밖에 없었다.
자신의 품에 안겨 흐느끼던 그 순수했던 성아가, 이렇게 타락한 모습을 보니 가슴이 찢어질 듯 아팠다.
“무슨 개소리에요? 퇴물이 되니까 호르몬 조절이 안 되나?”
그때 성아가 했던 눈빛과 지금 성아의 눈빛.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되어버린 그녀의 눈빛을 백하윤은 보았다.
나는 얼마나 큰 죄를 저질렀는가.
“성아야. 혹시 기억나? 네가 내 품에 안겨 울었을 때, 내가 네게 했던 말들.”
정성아의 입장에선 다소 뜬금없는 질문이었다.
하지만 백하윤의 눈빛이 심상치 않아, 눈을 위로 올려 한번 떠올려보았다.
그때 백하윤이 무슨 말을 했는지.
“아.”
생각났다.
그때 언니가 내게 했던 거짓말들.
“푸하하하”
지금 생각해보면 어이없는 말들이었다.
왜 그딴 거짓말에 속아 넘어간 거지?
“무슨, 타락한 방송계를 정화하니 어쩌니. 뒷세계를 완전히 갈아엎으려면 내 힘이 필요하니 어쩌니... 그런 말을 했던가. 그건 왜요?”
“그냥. 그때 널 그렇게 속인 거, 사과하고 싶어서.”
자신에게 사과하고 싶다는 백하윤.
하지만 정성아는 자신을 바라보는 백하윤의 눈빛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저 죄책감과 안쓰러움이 묻은 기분 더러운 눈빛은 뭐란 말인가.
난 지금 너무 행복한데.
정성아는 담배를 스-읍 빨곤 조소를 흘리며 답했다.
“왜 사과해요? 언니 덕분에 전 주인님을 만나게 된 건데. 존나 어이없네.”
정성아의 말을 듣고는 슬픈 눈빛을 짓는 백하윤.
정성아가 빠득- 이를 갈며 소리쳤다.
“눈빛! 씨발. 그딴 눈빛 하지 마요.”
마치 자신을 동정하기라도 하는 듯한 눈빛.
정성아는 자신도 이해할 수 없는 감정의 격류를 느꼈다.
저 눈빛을 보고 있으니 왜 이렇게 화가 끓어오르는지 알 길이 없었다.
“벌써 갱년기예요? 아니면 인생 조져서 그런가? 크흐흐, 씨발. 주인님에게도 버림받고, 가진 것도 다 나한테 뺏기고, 가진 거라곤 다 헐어버린 그 몸뚱아리가 전부라서? 씨발, 그래서 우울증이 도지셨나?”
잔뜩 흥분하여 날뛰는 정성아.
하지만 정성아가 흥분할수록 백하윤은 더욱 차분해졌다.
백하윤은 ‘정성민을 만나지 못한 자신’의 감정에 몰입하여, 자신이 어떤 비참한 심정인지 정성아에게 말하기 시작했다.
“맞아. 내 인생은 망했어. 이젠 내겐 아무것도 없어. 저 트로피도, 이 사무실도, 내 부하들도, 내가 멋대로 조종하던 회장들도, 다 아무 소용이 없더라. 난 지금 너무 공허해.”
정성민을 만나지 못한 평행세계의 자신에게 완전히 몰입한 백하윤.
정성아는 그런 백하윤이 짓는 표정을 보며, 마음이 울렁거리는 기분을 느꼈다.
말로 설명할 수 없는 기분 나쁨과 슬픔이 번져왔다.
“그, 그래서 어쩌라고요. 뭐, 자살이라도 하시려고? 하, 하하... 신문에 존나 대문짝만 하게 실리겠네. 슈퍼 스타의 추락? 연예계의 비극? 씨발... 그것도 나름 재밌겠네...”
정성아는 뒷말을 흘리며 오른손에 있는 담배를 입에 가져다 댔다.
스-읍 담배를 빨고 있는 그녀의 손이 덜덜 떨리고 있었다.
정성아는 아무 말 없이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백하윤을 보며, 그녀가 진심이란 것을 눈치챌 수 있었다.
“뭐야... 언니. 진짜, 죽으려고? 하하...씨발, 괜찮아. 나한테 다 뺏겨도, 내가 언니 책임져줄게요. 주인님한테 말해서 일주일에 한 번은 섹스할 수 있게 해준다니까? 아니, 오히려 연예계 은퇴해서, 걍 존나 편하게 먹고 놀고 여행 다녀요. 궁상맞게 이 지랄하지 말고.”
허나 여전히 침묵으로 일관하는 백하윤.
그녀는 대신 정성아의 손을 잡았다.
정성아의 어깨가 흠칫 떨리자, 백하윤이 은은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나 아직도 그때 기억해. 네가 처음 내 팬 사인회에 왔던 날 말이야. 너무 예뻤던 아이라서 오래오래 잊히지 않더라. 언젠가 나처럼 아이돌이 되고 싶다고 말하는 포부도 너무 귀여웠고.”
정성아의 동공이 흔들렸다.
벌써 10년도 더 전의 일인데, 어떻게 백하윤이 그걸 기억하고 있을까.
팬 사인회는 그저 아무것도 모르고 돈 대주는 병신 호구새끼들 위로해주는 서비스 아닌가.
“물론, 그다음 사인회도 기억해. 연습생이 되었다고 자랑했었지. 선배님이라고 하는 네가 얼마나 귀엽던지.”
정성아의 호흡이 점점 가빠지기 시작했다.
백하윤의 말을 미뤄봤을 때, 그녀는 분명 자신이 참여했던 팬사인회를 기억하고 있는 모양이었다.
“네가 내게 써준 편지, 선물. 아직 다 간직하고 있어. 물론 너뿐만 아니라 난 모든 팬들을 기억해. 비록 내가 이렇게 되었지만, 난 정말 팬들을 사랑했어. 내 거짓된 인생 중에 그 마음만은 진짜야.”
정성아의 어깨가 파르르 떨렸다.
그녀는 슬픔과 한이 담긴 백하윤의 눈을 들여다보았다.
백하윤은 정말로 거짓을 말하고 있는 게 아니었다.
“내게 남은 것은 결국 그것뿐이야. 날 응원하는 팬들의 마음. 그리고 넌 내 팬 중에서도 특별한 아이였어. 항상 자신의 꿈을 말해주던 아이였지. 그런데...”
백하윤의 뺨을 타고 눈물이 흘러내렸다.
그녀는 흐느끼는 목소리로 정성아의 손을 꼭 쥐며 말했다.
“그런 너를, 내가 여기로 끌어들였지. 네 마음을 배신했어...”
백하윤을 바라보는 정성아의 눈엔 어느새 눈물이 고여 있었다.
그녀의 눈은 발갛게 충혈되어 있었고, 백하윤이 쥔 그녀의 손은 바들바들 떨리고 있었다.
“그러니까 더 이상 살아갈 이유가 없는 거야. 내게 남은 유일한 마음을, 난 배신해 버렸으니까.....”
정성아는 주인님에게 버림받은 여자의 말로를 봤다.
그 여자는 모든 것을 잃어버려, 정말로 죽을 생각을 하는 것 같았다.
정성아로서는 용납할 수 없었다.
“누구... 누구 마음대로 죽어. 언니가 왜 죽어... 씨발, 조용히 은퇴해서 당신이 좋아하는 그 마약파티나 하면 되잖아요...! 그동안 그렇게 더럽게 잘 놀아놓고! 온갖 남자들이랑 더럽게 몸을 섞어놓고는 왜 이제와서 죽는다고 그래!”
정성아가 백하윤에게 느끼는 애증.
너무나 동경하고, 너무나 존경하고, 너무나 사랑했던 사람의 추악한 진실.
분명 정성아는 그 진실을 알았을 때, 백하윤을 증오했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그녀를 사랑하는 마음을 끓을 수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녀를 이해하게 되었다.
주인님이 선사하는 쾌락을 받아들이고 난 뒤에는, 백하윤의 인생 전체를 이해할 수 있었다.
때문에 정성아는 자신의 우상이었던 백하윤의 길을 따라 걸었다.
백하윤이 과거에 이룩했던 것들을 하나하나 따라잡으며, 우상과 동실시 되는 자신의 모습에 나르시즘을 느낄 수 있었다.
“지, 지금 언니가 불행한 거... 그거 잠깐 일시적인 거야. 주인님의 성물에 몇 번 박히고 나면...크흐흐...언니도 씨발, 다시 원래대로 돌아올걸요? 내 말 무슨 뜻인지 잘 알잖죠?”
그래서 정성아는 망가진 백하윤의 모습을 보는 것이 화가 났다.
마치 미래의 자신을 보는 것 같아서, 자신이 걷고 있는 이 길이 틀린 것만 같아서 종잡을 수 없는 분노가 솟아올랐다.
“.....”
하지만 백하윤은 자꾸만 정성아의 속을 긁고 있었다.
진짜 모든 것을 포기하기라도 한 것처럼, 아무 반박도 하지 않은 채 옅은 미소만 짓고 있으니 미쳐버릴 것만 같았다.
“수, 술을 너무 마셨네. 술을 너무 마셔서...”
정성아는 그렇게 말하며 테이블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샴페인을 들어 백하윤이 얼마나 술을 처마셨는지 양을 재보았다.
그러던 중 흰 종이 2장이 눈에 들어왔다.
“.....”
테이블 위에 올려진 A4용지 2장.
정성아는 덜덜 떨리는 손으로 A4용지를 집었다.
그 안에는 백하윤의 유언장이 적혀 있었다.
“하아...하아...”
글을 읽을 때마다 정성아의 호흡이 가빠졌다.
이제 그녀의 눈에 고인 눈물은 뺨을 타고 아래로 흘러내리고 있었다.
비참한 그녀의 마음을 들여다볼 때마다 그녀가 금방이라도 죽으려 할 것 같아 두려워졌다. 미래의 자신 또한 이런 최후를 맞이할까 봐, 점점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아직 완전히 물들지 않았어. 하긴, 넌 너무 순수하고 착한 아이였지.’
한편, 백하윤은 정성아의 반응을 살펴보며 한 가지 확신을 할 수 있었다.
아직 정성아는 돌아올 여지가 있다고.
원래 무척이나 순수하고 착했던 아이인 만큼, 그녀는 타락을 해서도 주위 사람을 챙기고 있었다. 완전히 정신이 오염된 와중에도 정현재를 돌봐주고, 정성민의 소식을 궁금해하는 그녀였다.
-부욱! 부욱! 부욱! 부욱!
그때, 정성아가 눈물을 쏟으며 유언장을 갈기갈기 찢어버렸다.
그리고 다짜고짜 백하윤의 손목을 잡고 그녀를 일으켜 세우려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