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201화 (201/303)

“안 해.”

***

드디어 캠핑 14일 차가 되었다.

끝끝내 ‘자신만의 신’을 찾지 못한 신도들은 강당에 한데 모여 기도문을 계속 읊고 있었다.

그중엔 김민주 또한 기도문을 읊고 있었는데, 이미 ‘성민교’의 광신도로 타락한 그녀는 딱히 ‘성향’이 나오지 않는 데도 뒤로 발라당 누운 채 다리를 M자로 벌려 자신의 음부를 찌걱찌걱 쑤시고 있었다.

“교주니이이임....사랑합니다 교주니이임....♥ 교주님과 하나가아아앗!!”

-찌걱 찌걱 찌걱 찌걱 찌걱 찌걱

어제 원장님께서 영상으로 보여주셨던 성스러운 교주님의 모습.

아이들과 청년, 노인에게 둘러싸여 인자한 미소를 짓고 계시던 내 마음의 인도자, 교주님의 모습.

오늘 드디어 그 교주님을 영접할 수 있다.

그녀는 눈을 위로 까뒤집은 채 교주님의 품에 안기던 그 순간을 상상했다.

‘교주님...교주니이이임!! 교주님!!’

자신의 옭아매는 사회적, 도덕적, 시대적 관념 때문에 마귀가 가득 찬 자신의 마음.

그 마음을 씻어내고자 14일간 수련에 임했지만, 끝내 구원받지 못한 자신.

하지만 남다른 심력과 성력을 타고나신 교주님의 은혜를 입는다면. 마귀가 가득한 이 마음에 평화를 맞이할 수 있다.

한없이 부족한 자신도 구원받을 수 있는 것이다.

“여러분... 때가 되었습니다.”

그때, 단상 위에 모습을 드러낸 원장님.

원장님은 감격에 찬 목소리로 교주님이 이곳에 강림할 것을 알리기 시작했다.

“오십니다! 오십니다! 우리의 구세주! 우리의 인도자! 우리의 목자, 신의 아들인 그분이 오십니다!”

“아아아아아”

“아아아!! 아아아아!!”

“흐어어어... 흐어어...”

제각각 다른 반응을 보이는 신자들.

그 중엔 김민주처럼 미친 듯이 자위를 하기 시작했다.

여자신도들은 특별히 교주님의 ‘성액’을 받을 수 있기에, 아무래도 자위를 하는 신도는 여자 신도가 대부분이었다.

-찌걱 -찌걱 -찌걱 -찌걱 -찌걱 –찌걱 -찌걱

통곡과 울음과 자위 소리가 한 데 뒤엉킨 이곳 강당.

곧이 쉬이이이- 성향이 강당 내부를 가득 채우기 시작했다.

그리고 모든 조명이 꺼지고, 둥! 둥! 북소리가 사방에서 울리기 시작했다.

“느낍시오. 여러분의 마음에 가득 낀 이 마귀를. 여러분들의 간절함이 부족하여, 여러분들의 심력이 부족하여, 여러분들의 소우주를 해방하는 데 실패하여 마음속 가득 낀 이 마귀를 보십시오 여러분!”

쿵! 쿵! 쿵! 쿵! 울리는 북소리.

울음을 터트리며 바닥에 머리를 쾅 쾅 찧는 신도들.

손으로 자신의 몸을 햝퀴며 방언을 터트리는 신도들.

김민주처럼 음부를 미친 듯이 찌걱찌걱 쑤시며 교주님을 애타게 찾는 신도들.

“이것이 바로 지옥입니다! 이것이 바로 마귀가 가득한 여러분의 마음입니다! 이 고통을 느낄 수 있습니까!? 구원받지 못한 여러분의 마음이 느껴집니까!?”

“아아아아아....”

“흐으으으흐어어어...”

“하으으....흐으으으윽....”

“이처럼 마음의 수양은 어려운 것입니다! 그저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마음의 신을 찾기란 결!코! 쉽지 않습니다 여러분! 그러니 우린 기댈 수 있는 존재가 필요합니다. 바로 이곳의 교주님 같은 강인한 인도자가 필요한 것입니다 여러분!”

“믿습니다!”

“믿습니다!!”

“믿습니다 믿습니다 믿습니다 믿습니다”

김민주는 자신의 음부를 찌걱찌걱 쑤시며 ‘믿습니다’라고 외쳤다.

음부와 항문을 벌렁거리며 교주님의 성물이 자신의 그곳에 들어오는 것을 떠올렸다. 그것은 그야말로 진정한 구원이었다.

“자-! 여러분! 이제....크헉!”

그때, 갑자기 목을 움켜쥐며 쓰러지는 원장.

신도들이 당황한 얼굴로 단상 위의 원장을 바라보았다.

원장은 컥컥대는 목소리로 쥐어 짜내듯 마지막 한마디를 말했다.

“마, 마귀가.... 어째서...?”

그 말을 남기고 그대로 굳어버린 원장.

신도들이 서로를 바라보며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심지어 방언을 내뱉으며 끊임없이 음부를 쑤시던 김민주도 당황한 표정으로 원장을 바라봤다.

-슈우우우웅....

그리고, 모든 조명이 꺼졌다.

마침내 마귀가 이곳을 점령한 것이다!

“아아아아!! 아아아아아아아!!”

“아악! 아아아아악! 아, 안돼애애! 안돼!!!”

“마귀가 이곳에...! 마, 마, 마귀가 여기까지...!”

강당은 그야말로 대혼돈 그 자체였다.

빛 한점 없는 칠흑 같은 어둠, 온 세상이 마귀로 가득 차 버렸다.

이제 구원받지 못한 신도들은 영원한 겁화의 지옥 속에서 고통받는 일밖에 남지 않아 보였다.

-팟!

하지만, 보라!

어둠 속이 빛이 있으라!

-또각 또각 또각 또각.

성모, 성복, 목자의 지팡이를 착용한 예언 속의 구원자.

바로 그가 팔을 대자로 펼친 채, 이곳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그리고 어딘가에서 번뜩인 한 줄기 빛은, 성스러운 형상의 그를 비추고 있었다.

“내가 이곳에 왔다. 네 마음속의 어둠을 걷어내라.”

차분히 가라앉은 중저음의 목소리.

성자의 주문이 나지막이 울려 퍼지자, 두 눈을 부릅 뜬 채 죽었던 원장이 컥- 컥- 대며 숨을 몰아쉬기 시작했다.

그리곤 자신의 인도자를 보며 눈물을 왈칵 쏟기 시작했다.

“아아아....교주님....”

단지 등장한 것만으로도 마귀에게 잡아먹힌 원장이 다시 살아났다!

신도들은 멍한 얼굴로 찬란한 빛을 받고 있는 교주를 보았다.

사진 액자 속 그대로, 영상에서 봤던 것 그대로 너무나 아름다운 성인의 모습을 하고 있는 그였다.

“빛이 있으라!”

-파앗!

교주님의 호통 치자 순식간에 물러나는 마귀들.

교주님 주위로 온 사방에 빛이 가득했다.

교주로 인해 다시 살아난 원장은 두 손을 모은 채 방언 같은 기도를 읊기 시작했다.

이윽고 다른 신도들 또한 두 손을 모은 채 기도문을 읊었다.

“나의 신도들이여, 대우주와 소우주의 흐름이 나를 이곳으로 인도했구나.”

“아아아!!!”

“아아아아 교주니이이임!!”

“아아아아!!”

“그래, 내가 바로 신의 아들이자 그의 증명. 너희의 목자이자 네 마음의 인도자이노라.”

신의 아들!

나의 목자!

나의 인도자!

김민주는 빠른 속도로 음부를 쑤시며 ‘해방 의식’을 시작했다.

단지 그를 본 것만으로 마음의 어둠이 싸그리 걷어지는 것 같았다.

“그러니 어린 양들이여, 두려워하지 말라. 나를 본 순간, 너희들의 죄는 모두 사라지는 것이니!”

-번쩍!

눈이 부실 정도로 찬란하게 쏟아지는 빛.

교주님 등 뒤에서 빛나는 찬란한 빛은, 신도들 주위에 있던 어둠을 모두 몰아내 버렸다.

신도들은 엉엉 눈물을 흘리며 마침내 자신의 마음이 구원받음을 느낄 수 있었다.

“아아아아...교주님...교주님...”

“믿습니다 믿습니다 믿습니다 믿습니다.”

“나의 목자시여, 나의 인도자시여, 나의 구원자이시여!”

“오랫동안 당신을 기다려왔습니다! 교주니이이이이임!!”

끄억 끄억 눈물을 흘리며 ‘접신’의 감동을 느끼는 신도들.

정성민은 현자 타임이 온 듯한 표정으로 그들을 훑어보았다.

그리곤 주먹을 꽉 쥔 채, 속으로 다음과 같은 말을 중얼거렸다.

‘참 좆 같은 하루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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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민교(聖旻敎)의 대구 지부 3기 신입 생도들을 완전 세뇌시키는 데 성공한 정성민.

그는 곧바로 인근에 있는 주요 도시를 순방했다. 하지만 높은 수준의 항마력을 요구하는 ‘연설’과 ‘성복 착장’은 어느 지점이든 해야만 했다.

“저희 쪽도 준비를 마쳐놨습니다. 주인님께서는 이 성복을 입고 단상에 올라주시기만 하면...”

성복.

성민교의 교주를 상징하는, 성스러운 복장.

하지만 어째 다른 지점으로 넘어갈수록 옷의 퀄리티가 더욱 화려해지는 듯했다.

이는 대구지점의 지점장이자 한마음 평화원의 원장인 박우혁이 ‘성민교 조교사 단톡방’에 자랑글을 올렸기 때문이다.

-[박우혁]: [동영상]

-[박우혁]: [사진]

-[박우혁]: [사진]

-[박우혁]: [사진]

-[박우혁]: 봤냐 ㅋ 주인님 대만족하시고 가셨다. ㅋ

정성민이 제일 먼저 들렀던 대구 지점 성민교원.

그 시작이 순탄하다고 박우혁이 자랑을 하니, 다른 지점의 원장들 또한 경쟁에 불을 지필 수밖에 없었다.

때문에 그들은 연설 대사를 좀 더 장엄하게 고치거나, 성복을 좀 더 휘황찬란하게 꾸미는 등 온갖 방법을 동원하여 ‘연설’과 ‘성복’의 퀄리티를 높이기 시작했다.

그리하여 그 결과 마지막으로 부산지점을 방문했을 땐ㅡ,

“씨발, 뭐라고?”

“와이어를 타시고 등장하실 겁니다! 주인님께서는 성민(聖旻). 즉, 성스러운 하늘 그 자체! 성스럽게 빛나는 하늘에서 등장하심이 주인님의 원대한 이름에 어울릴 것이라 생각합니다!”

정성민은 미간을 찌푸리며 부산지점 원장을 바라봤다.

애초에 자신의 이름인 성민은 담을 성(盛)에 굳셀 민(盛)자를 쓴다.

그런데 왜 멋대로 성스러운 성(聖)에 하늘 민(旻)을 갖다 붙여 이런 미친 쇼를 해야 하는가.

“하-아. 그게 끝인가?”

하지만 부하들의 정성을 무시할 수도 없었다.

저렇게 초롱초롱한 눈으로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데, 3일 밤낮 온 정성을 들여 이 쇼를 기획했다는데 어찌 이를 무시할 수 있단 말인가.

“오케스트라와 합창단도 준비되어 있습니다. 그들은 2부에서 나올 예정입니다.”

“2부?”

“예. 저희는 총 3부작으로 구성했습니다. 1부는 주인님의 탄생, 2부는 주인님의 고난과 역경. 3부는 주인님의 승리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 적당히 해. 1부로 압축시켜.“

”...!!“

하지만 부하에게 관대한 정성민도 3부작은 용납할 수 없었다.

***

모든 일정을 마친 정성민은 KTX를 타고 서울로 귀환했다.

그는 돌아오자마자 단백질 쉐이크와 각종 샐러드, 삶은 계란 한판을 먹어치우고 웨이트를 했다.

오늘 받았던 스트레스가 한방에 해소되는 기분을 느꼈다.

”후-우...“

약 2시간의 고강도 웨이트를 끝낸 그는 곧바로 이희연에게 부탁했던 보고서를 가져오라 시켰다.

이희연이 가져온 보고서는 검사 차도연에 대한 동향을 조사한 보고서였다.

”... 생각보다 만만히 볼 년이 아니군.“

보고서를 모두 확인한 정성민은 딱딱하게 굳은 얼굴로 입을 열었다.

이희연 또한 굳은 표정으로 정성민의 의견에 동의했다.

”예. 국정원까지 개입된 이상, 내부 단속을 좀 더 철저히 해야 할 것 같습니다.“

이희연이 조사한 보고서.

이 보고서엔 수많은 정보가 담겨있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구원자, 미스터 최의 세력에 국정원과 경찰 세력이 잠입해 있다는 것이었다.

즉, 자신의 세력 안에도 반드시 배신자가 있을 거라는 말과 같다.

”가장 유력한 배신자론 누굴 생각하지?“

”진민철 총괄 프로듀서, 박효창 경호 팀장. 그리고 스트리머 장은아 정도까지 추려봤습니다.“

진민철, 박효창, 장은아.

모두 정성민의 스튜디오 회사에서 한 자리씩 차지하는 중요 인물들.

특히 경호 팀장이란 작자가 정부의 프락치인 것은 정성민에게 큰 충격을 안겨주었다.

”생각보다 심각하군. 진민철 그놈이야 협력업체에서 내 식구로 넘어온 놈이니 상관없는데, 박효창과 장은아가 정부의 프락치인 것은 놀랍군. 검증까지 다 마쳤는데.“

정성민의 경호팀장이 되려면 많은 검증이 필요했다.

출신, 성장 배경, 인적성, 충성도 등등.

박효창은 이 테스트를 모두 우수한 성적으로 통과한 인재였다.

그런데 그런 그가 정부의 프락치였다니.

또한 스트리머 장은아 또한 정성민이 직접 타락시킨 여자 아니던가.

그것도 ‘커미션 게시판의 요청’으로 조교사와 합작하여 떨어뜨린 여경이었는데, 어떻게 이년이 제정신을 유지한 채 정부의 요원으로 활동할 수 있을까.

”내 세뇌가 먹히지 않았다는 건가.“

”... 고도의 훈련을 받은 요원일 겁니다. 마음을 완전히 닫은 채 연기를 한다면... 세뇌가 통하지 않을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

입을 꾹 닫은 채 고민을 이어가는 정성민.

미스터 최와 달리 정성민의 세뇌엔 ‘마음’이 가장 중요했다.

타고난 육체와 피지컬로 상대를 짓뭉개 타락시키는 게 미스터 최의 방법이라면, 정성민의 방법은 마음의 빈틈을 파고들어 그것을 채워주는 방식이기 때문이다.

”흐음. 그 녀석들은 일단 주시하고 있어. 직원 영입도 그대로 하고.“

”...영입을 지금 하는 그대로 하면, 내부자가 더 많아질 수 있지 않습니까?“

”갑자기 룰을 바꾸면 의심할 거야. 내가 자신들의 통제하에 있다고 믿게 만들어야 돼. 방식하고 있을 때 우두머리를 칠 거거든.“

우두머리를 친다.

그 말에 이희연은 입꼬리를 올렸다.

”차도연을 잡을 계획이신가요?“

”그래. 제대로 주인님과 한판 붙으려면, 그년을 반드시 잡아야 돼.“

뒷세계 곳곳에 잠입해 있는 정부의 요원들.

그들이 있는 한 정성민의 계획은 불안정할 수밖에 없었다.

상황에 따라 정부의 입맛에 맞게 조작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정부의 주목표는 뒷세계의 괴멸이지. 물론 차도연의 개인적인 원한은 주인님에게 향해 있지만, 정부의 방침을 무시할 순 없을 거야. 그러니 차도연과의 협약도 믿을 수 없어.“

뒷세계의 전쟁이 시작되면, 자신을 지지해주겠다는 차도연의 약속.

이는 이제 유효하지 않는 약속이 되어버렸다.

자신의 세력에 프락치를 심어놨는데, 그 약속에 거짓이 있을 게 분명하지 않은가.

”차도연을 잡는 계획은... 일단 비밀리에 추진해보겠습니다.“

”그래. 희연이 네가 고생이 많아.“

은은한 미소를 지으며 이희연을 바라보는 정성민.

이에 이희연 또한 얼굴을 붉히며 미소를 지었다.

이렇게 그의 신뢰를 한몸에 받는 게 느껴지면, 그 어떤 일이든 해낼 수 있을 거 같은 기분이 드는 그녀였다.

”크흠. 희연아. 일은 일이고. 오랜만에 할까.“

그리고 자신을 진심으로 사랑해주는 그의 마음이 전해질 때면, 항상 마음이 감동으로 벅차올랐다. 첫눈에 반했던 그 남자가, 가질 수 없을 거라 생각했던 그 남자가, 이렇게 자신에게 미소를 지어주며 자신을 원하고 있지 않은가.

이희연은 환한 미소를 지으며 답했다.

”언제나 원하고 있어요. 주인님♥“

***

도원걸의는 파기되었다.

적어도 이하영이 생각하기에는 그러했다.

다 함께 손을 잡으며 주인님의 ‘여자 후보’를 쳐내고자 했던 그 약속.

그 약속은 이미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가 되었다.

그 이유는 바로, 주인님의 ‘여자’로 공인받은 이희연 때문에.

”이희연. 네 이년.“

이희연, 네 이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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