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음 평화원에 입교한 지 12일 차가 되었다.
하지만 김민주의 눈두덩이엔 다크서클이 가득했다.
이제 하나둘 신도가 ‘접신’의 단계에 들어서 자신만의 신을 찾았는데, 아직 그녀는 자신의 신을 못 찾았기 때문이다.
‘내가... 내가 제일 우수하다고 생각했는데. 내가 제일 간절하다고 생각했는데!’
선동꾼 일곱이 이곳을 먼저 졸업한 상황.
김민주는 초조한 마음에 자신의 손톱을 까-득 까-득 깨물기 시작했다.
만약 이곳에서 접신을 하지 못 하면 영원히 신을 만날 수 없어 마귀의 세상에서 살아갈 거란 원장님의 말씀이 그녀의 머릿속에 맴돌았다.
”믿습니다! 믿습니다! 믿습니다! 믿습니다!“
정신적 궁지에 내몰린 그녀는 ‘믿습니다’라는 말을 반복하며 침대를 쾅! 쾅! 쳤다.
그녀의 룸메이트 역시 벽에 머리를 쿵쿵 박거나 찌걱찌걱 음부를 쑤시며 자신의 초조함을 달래고 있었다.
”하아...하아...이익!“
김민주는 답답함을 참지 못하고 방을 뛰쳐나왔다.
그리고 쿵- 쿵- 걸음을 옮겨 원장실의 문을 쾅 쾅 두드렸다.
이윽고 원장실의 문이 열렸다.
”민주 신도...?“
”원장님... 저, 너무 두렵습니다....“
당황하는 표정의 원장.
허나 그 표정도 잠시일 뿐, 이내 비열한 미소를 지은 원장이 김민주를 안으로 들였다.
”무엇이 민주 신도를 두렵게 합니까.“
”이제 이틀밖에 남지 않았는데... 아직도 접신의 단계에 들어가지 못했잖아요. 전 제가 제일 간절하고 생각했는데... 제일 우수하다고 생각했는데...“
원장은 고개를 끄덕인 뒤 김민주의 어깨를 토닥여주었다.
그리고 그녀의 귀에 대고 달콤한 말을 속삭이며 그녀의 이성을 마비시키기 시작했다.
”민주 신도는 우수해요. 다만 ‘나만의 신’을 찾는 것은 타고난 신기가 있지 않고선 힘들지요. 민주 신도의 간절한 마음, 제가 아주 잘 알고 있습니다.“
”..... 원장님...“
”사실... 내일 교육 때 알려드리려 했지만, 힘들어하는 민주씨를 위해 알려드려야겠군요. 저기 저분이 보이십니까?“
원장을 손가락으로 정성민의 사진 액자를 가리켰다.
김민주는 그것을 확인하곤 고개를 끄덕였다.
”저분께서 바로 저만의 신입니다. 정확히는 신께 인도해줄 인도자이십니다.“
”.....인도자요?“
”예. 사실 저를 포함한 이곳의 모든 신도들은 자신만의 신을 찾지 못한 자들입니다. 누구보다 간절하게 접신을 바랐지만, 결국 실패하고 말았죠.“
경악으로 물드는 김민주의 얼굴.
그녀가 다급하게 소리쳤다.
”그러면 마귀의 세상에서 살아야 하잖아요!“
”예. 그렇지요. 하지만 저는 저분께 구원받았습니다. 이 한마음 평화원의 설립자, 정성민님에게요.“
그는 은은한 미소를 지으며 정성민의 액자 사진을 바라보았다.
그리곤 김민주를 바라보며 다음 말을 이었다.
”사람은 기댈 곳이 필요합니다. 가장 완벽한 기댈 곳이 ‘나만의 신’이지요. 하지만 나만의 신을 찾지 못한 신도에겐, 저의 멘토이자 스승, 그리고 신의 화신인 ‘교주’님을 소개시켜 드린답니다.“
”....교주님...“
”구원받지 못한 어린 양들을 인도해줄 목자이자 인도자이지요. 그분의 인도를 받으면 마귀가 가득한 세상으로 던져질 필요가 없습니다. 그분이 언젠가 우리를 신께 인도해줄 테니, 믿고 따르기만 하면 되는 거지요.“
김민주는 침을 꿀꺽 삼키곤 정성민의 사진 액자를 보았다.
어느 각도에서나 완벽한 그의 얼굴이 왠지 원장의 말에 설득력을 더해주는 것만 같았다.
”그러니, 괜찮습니다 민주 신도님. 우린 그저... 사랑을 함께 나누며 기도를 올리면 될 뿐.“
그는 그렇게 말하며 김민주의 가슴을 움켜쥐었다.
김민주는 달뜬 숨을 내뱉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사랑합니다 신도님.“
”사랑합니다 원장님...♥“
이후 둘은 미친 듯이 몸을 섞었다.
***
13일 차가 되었다.
13일 차 밤이 되었을 땐 김민주를 제외한 모든 신도들이 울음을 터트리기 시작했다. 그들은 고성을 지르거나 땅을 쿵 쿵 치고 머리를 찧기까지 하며 ‘마귀의 세상’으로 추방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을 호소했다.
”여러분, 끝까지 포기해선 안 됩니다. 마음에 그늘이 드리우고 의심이 싹트는 순간 여러분의 소우주는 마귀들이 점령하게 되는 것입니다! 불안을 지우고 내면의 평화에 집중하도록 하세요! 자- 우리 모두 기도합시다 여러분.“
나체의 원장은 강단을 누비며 절망에 빠진 신도들을 위로해주기 시작했다.
그러자 신도들 모두가 미친 듯이 기도문을 외며 자위를 하거나 집단 섹스를 하기 시작했다.
”여러분! 만약 자신만의 신을 찾지 못하더라도! 끝끝내 접신하지 못 하더라도 절망하지 마십시오! 저 또한 여러분처럼 신을 만나지 못했지만 이 자리에 서 있지 않습니까!“
원장의 말에 웅성거리기 시작하는 신도들.
그들은 자위를 멈춘 채, 기도를 멈춘 채, 성교를 멈춘 채 원장을 바라봤다.
마귀의 세상에 살고 있는 원장이 무슨 자격으로 저 강단 위에 서 있을 수 있단 말인가.
”보입니다! 제 눈엔 여러분들의 의심이 보입니다! 어찌 마귀의 세상에 살고 있는 제가 여기에 서 있는지, 어찌 마귀의 마음을 품고 있는 제가 여러분들을 가리키고 있는지 의심하고 있는 거지요.“
원장에 말에 꿀꺽 침을 삼키는 신도들.
그들 중 몇몇은 분노를 담아 원장을 바라보기까지 했다.
”하지만 결단코! 제 마음엔 한 치의 의심도, 단 하나의 거지잇도 없습니다 여러분! 제 마음은 평안과 행복으로 가득 차 있고, 지금도 충만하여 넘쳐 흐르고 있습니다! 그 이유가 뭔지 아십니까?“
원장은 그렇게 말하곤 대형 스크린을 가리켰다.
대형 스크린엔 정성민의 모습이 동영상으로 재생되며 조작으로 꾸민 그의 선행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바로 이분 덕분입니다! 이분이 저를 이 자리에 이끌어주셨습니다! 나만의 신을 찾지 못해 마귀의 세상에 떠돌던 저를, 이분께서 이끌어주셨습니다!“
신도들은 멍한 눈으로 대형 스크린에서 재생되고 있는 정성민의 모습을 보았다.
남녀노소 나이를 불문하고 그를 따르고 있는 모습은 마치 신의 아들을 보는 것 같았다.
”그러니 여러분! 절망에 빠지지 마십시오! 혹여나 자신의 신을 찾지 못하더라도, 제 스승님이자 이곳의 교주님을 영접할 수 있다면, 여러분은 마귀의 세상에 빠지지 않아도 됩니다!“
그는 그렇게 말하곤 리모콘 버튼을 눌러 정성민이 성교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그와 성교하고 있는 대상은 스튜디오에 있는 그의 노예 중 하나였다.
[주인님... 너무 행복해요... 마음이 차오르는 게 느껴져요....주인님...주인님...♥]
눈물 한가득 흘리며 정성민의 자지를 느끼고 있는 여자.
정성민은 부드럽게 웃으며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그래. 이제 넌 내 것이다. 쾌락만이 가득한 세상을 너에게 선사해주지.]
”.....“
성스럽게 울려 퍼지는 정성민의 목소리.
잘 생긴 외모와, 부드러운 목소리와, 아름다운 신체까지.
같은 남자가 봐도 반할 것 같은 아름다운 미인(美人).
”믿습니다!“
그때, 김민주가 그런 정성민의 모습을 보며 외쳤다.
그녀는 눈물을 왈칵 쏟으며 간절한 목소리로 외치기 시작했다.
”믿습니다! 원장님의 스승님이자 교주님을 믿습니다! 저분이야말로 저의 목자이시자 인도자. 저의 신이이십니다! 저는 믿습니다!“
김민주가 그렇게 외치자 신도들도 두 손을 모은 채 ‘믿습니다’를 외치기 시작했다.
그리고 때에 맞춰 ‘신향’이라 불리는 미약이 섞인 향도 강당을 가득 채우기 시작했다.
”믿습니다!”
”믿습니다!”
”믿습니다!”
”믿습니다!”
”믿습니다!”
신도들은 눈을 까뒤집은 채 구원받을 수 있단 희열에 빠져 ‘믿습니다’를 외쳐댔다.
김민주 또한 발라당 뒤로 자빠져 다리를 M자로 한 채 자신의 음부를 쑤시며 ‘교주님’을 반복해서 외쳐댔다.
“교주니이임! 흐읏! 홋! 호옥! 교, 교주니이임! 교주님과 하나가아아앗....♥”
***
“씨발, 뭐라고?”
“그, 그러니까 오늘.... 단상에 오르셔서 이렇게 말씀하시면 됩니다. ‘신의 아들이자 너희의 목자, 네 마음의 인도자인 나를 본 순간, 너희들의 죄는 모두 사라지는 것이다!’”
박우혁의 말에 정성민은 똥 씹은 듯한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이를 옆에 듣고 있던 엘레나가, 한마디를 툭 던지듯 말했다.
“뵹쉰가툰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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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마음 평화원의 원장 박우혁은 곤란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이제 오늘이 캠핑을 시작한 지 14일 차인데, 주인님께서 자신의 계획에 역정을 내고 있기 때문이다.
“주, 준비는 다 됐습니다. 주인님께서는 그저 단상 위에 올라 몇 마디만 해주시면 됩니다...”
오늘을 위해 신도들을 천천히 세뇌시켜 왔다.
매일 달콤한 말을 속삭이며 그들의 정신을 오염시켰고, 미약이 섞인 향에 중독되게 만들어 쾌락에 대한 저항도 최대치로 낮춰놨다.
심지어 그들은 아무 거리낌 없이 옷을 벗고 자위를 하거나 집단 성교를 할 수 있는 수준까지 떨어지지 않았는가.
“마음에 안 들어.”
하지만 정작 주인님께서 자신이 세팅한 모든 것을 마음에 들지 않아 하신다.
밤낮 할 것 없이 고민하고 노력하여 고안한 이 세뇌방법을, 거절하고 계신 것이다.
“.....”
한편, 이희연은 정성민의 반응을 보며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그녀는 왜 정성민이 이토록 역정을 내며 단상에 오르려 하지 않는지, 알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부, 부끄러워하고 계셔!’
새빨갛게 달아오른 정성민의 귀.
아무래도 이상한 황금색 가운을 걸치고 ‘신의 아들이자 너희의 목자, 네 마음의 인도자인 나를 본 순간, 너희들의 죄는 모두 사라지는 것이다!’라는 대사를 내뱉어야 하는 것이 부끄러운 게 아닐까.
아까부터 반응을 찬찬히 살펴보니 이 세뇌방법이 마음에 안 들기보다는, 마지막에 자신이 해야 할 역할이 마음에 안 드는 눈치였다.
‘귀, 귀여워...’
불경한 생각이다.
위대한 주인님을 귀엽다고 여기는 건.
하지만 귀여운 건 귀여운 것이었다.
이희연은 새빨갛게 귀가 달아오른 정성민을 보며 그를 골리고 싶은 충동을 느꼈다.
“주인님. 박우혁 원장의 말을 들어주시는 건 어떻습니까.”
“.....”
흠칫 굳는 정성민.
그게 무슨 소리냐고 묻는 듯한 표정이었다.
“주인님은 있는 사실을 그대로 말하는 것뿐입니다. 실제로 주인님께서는 제 마음의 인도자이시고 저의 목자이십니다. 그저 있는 사실 그대로를 공표해주십시오.”
이희연의 말에 환하게 밝아지는 박우혁의 표정.
반면에 똥 씹는 듯 굳는 정성민.
그가 말했다.
“아니, 그건... 그래. 그건 그렇다 치자고. 근데 왜 저딴 옷을 입어야 하지?”
정성민의 손가락 끝에 닿은 그곳.
그곳엔 사이비 교주가 입을 법한 황급색 도포가 걸려있었다.
등에는 무슨 이름표도 아니고 聖旻(성민)이라는 한자가 수놓아져 있었다.
“제 눈엔 괜찮아 보입니다. 꼭 로마의 황제가 입는 옷 같지 않습니까?”
이희연은 애써 웃음을 숨기며 입을 열었다.
박우혁 또한 신이 나선 이희연을 거들기 시작했다.
“여, 역시 총괄 팀장님! 저.. 저희가 공들여 준비한 성복(聖服)입니다! 부디 성복을 입고 주인님께서 신의 아들임을 증명해주십시오...”
“.....”
신의 아들.
정성민은 그 말을 듣곤 이마를 짚었다.
자신은 정신이 나가버린 정현재의 아들이지, 신의 아들 따위가 아니었다.
그런데 박우혁 저놈은 사이비 짓에 아예 심취해버렸는지, 자신이 진심으로 신의 아들이라 믿는 듯한 눈치였다.
원래부터 충성도가 높은 조교사이긴 했지만, 이 정도까지 과몰입하게 될 줄은 몰랐다.
그야말로 자신이 만든 세뇌요법에 자신이 세뇌된 것이 아닌가.
“쉉민. 괜차나. 내가 보귀에도...뭐쉿서...♥”
저 황급색 가운이 마음에 드는 듯 얼굴을 붉히며 미소를 짓는 엘레나.
정성민은 머리를 벅벅 긁고는 어쩔 수 없다는 듯 푹 한숨을 내쉬었다.
어찌 됐든 자신의 신뢰하는 부하가 최선을 다해 진상하는 결과물이니, 그것을 계속 거절할 수만은 없었다.
“후우. 가져와 봐.”
그래. 이 유치한 촌극에 잠깐만 어울려주면 된다.
저 요상한 황급색 도포만 입고 이상한 헛소리만 지껄여주면 끝 아닌가.
“여, 여기 있습니다!”
聖旻(성민).
자신의 이름이 새겨진 황금색 도포.
정성민은 아랫입술을 꾹 짓씹으며 박우혁이 들고 있는 금빛 도포를 입었다.
그러자 박우혁 이 자식은 ‘교주님을 뵙습니다.’라고 지껄이곤 무릎 꿇고 눈물을 글썽이기 시작했다.
“쉉민. 조숸 킹 가퇴.”
“뭐든 잘 어울리셔요, 주인님.”
“교주님을 뵙습니다...”
가만히 듣고 있자니 어질어질한 그들의 말들.
하지만 정성민의 시련은 여기서 끝난 것이 아니었다.
“이제 리허설을 시작하겠습니다. 완전한 세뇌를 위해선 교주님의 카리스마 있는 연설이 필요한지라...”
리허설.
정성민은 황당한 표정으로 박우혁을 바라보았다.
그러자 그가 황급히 설명을 덧붙이기 시작했다.
“무, 물론 교주님의 연설 실력을 의심하는 것은 아닙니다! 저는 그저, 만전을 기하고자....”
저딴 오글거리는 대사를 또 연습해야 한다고?
정성민의 표정이 굳어가자 이희연이 재빨리 입을 열었다.
“어떤 일이든 항상 최선의 노력을 다 해왔던 주인님입니다. 그러니 박우혁 원장은 걱정할 필요 없습니다. 주인님께선 목표를 이루기 위해 그 어떤 일이든 전부 소화하시는 분이시니까요.”
“머쉿숴...♥”
“역시 교주님.....”
“.....”
움찔움찔 입술을 씰룩거리며 정성민의 붉어진 귀를 바라보는 이희연.
정성민이 그녀를 찌릿 노려보자, 그녀는 황급히 고개를 숙였다.
이윽고 정성민이 말했다.
“후.... 빨리 하고 치우지. 내가 어떻게 하면 되지?”
정성민의 한숨 섞인 수락에 박우혁이 활짝 미소를 지었다.
그는 곧바로 일어서 큰 대자로 팔을 벌린 다음, 최대한 근엄한 목소리로 눈을 크게 뜬 채 정성민이 해야 할 리허설을 가르쳐주었다.
“이렇게 팔을 대자로 벌리고, 눈을 크게 뜨신 다음, 방금 전의 대사를 하시면 됩니다.”
스-읍 숨을 들이켜는 박우혁.
이윽고 그가 말했다.
“대우주와 소우주의 흐름이 나를 이곳으로 인도했구나. 그래, 내가 바로 신의 아들이자 그의 증명, 너희의 목자이자 네 마음의 인도자이노라. 그러니 어린 양들이여, 두려워하지 말라. 나를 본 순간, 너희들의 죄는 모두 사라지는 것이니!”
“.....”
정적.
모두가 숨을 죽인 채 박우혁을 바라봤다.
리허설을 끝낸 박우혁은 자세를 풀곤 정성민에게 한마디를 덧붙였다.
“여기서 눈을 깜박이지 않는 게 포인트입니다. 최대한 근엄한 목소리로 해주시면 됩니다.”
“.....”
가만히 눈을 감은 채 손을 부들부들 떨고 있는 정성민.
이윽고 그가 눈을 뜨며 말했다.
“이게... 이게 끝인가? 또 뭐가 남아 있는 건 아니겠지?”
정성민의 우려섞인 질문에 박우혁은 씨익 미소를 지었다.
그리곤 ‘역시 교주님... 여기서 만족하지 않으실 거란 것을 예상하고 이것을 준비했습니다’라고 말하곤 창고에 가더니 이상한 막대기와 모자를 들고 왔다.
“사실 황금 도포는 풀세트가 아닙니다. 리허설 때만 그것을 입고, 이따가 단상에 오르실 때는 이 지팡이와...”
여러 장식이 치렁치렁 달린 지팡이.
그 끝에는 새빨간 루비가 달려있었다.
마치 어떤 온라인 게임의 레전더리 지팡이를 보는 듯했다.
“그리고 이 성모(聖帽)를 착용하시면 됩니다...”
성모.
즉, 성스러운 모자.
최소 가로길이 50cm는 되어 보이는, 휘황찬란한 모자.
정성민은 박우혁이 들이미는 풀세트 장비를 말없이 바라보다 조용히 눈을 감았다.
그리고 나지막이 한 마디를 내뱉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