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쨌든 정보를 수집하는 건 이하영에게 맡겨놨으니, 이제 내 일을 해야 할 때이다. 엘레나에 관해 아무리 많은 정보를 모아놔도, 정작 내가 그녀를 조교하는 데 실패하면 아무 소용이 없으니 말이다.
-삑.
하여 난 수화기를 들어 ‘신약 개발부서 팀장’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리고 내가 주문한 약물의 완성까지 얼마나 남았는지, 그 효능은 어떤지 물어보았다. 그 결과 난 기대하던 답을 들을 수 있었다.
“당장 사용 가능하십니다. 중독성은 거의 없다고 보시면 되고, 기존보다 성능은 40% 향상되었습니다.”
신약 개발 팀장의 쾌활한 목소리.
그 자신감 넘치는 목소리만큼, 놀라운 성과를 나열하는 그.
나는 흡족한 미소를 지으며 그의 노고를 칭찬해주었다.
아무렴 마침내 고대하던 ‘연옥(煉獄)’을 완성했으니, 마땅히 칭찬과 함께 포상을 하사할 만했다.
“원하는 건 뭐든 말해라. 무슨 수를 써서라도 들어주지.”
나는 주인님처럼 일방적인 복종과 희생을 강요하지 않는다.
내게 성과를 주면, 그에 상응하는 보상을 내려준다. 주로 나의 ‘여자’와 여자 후보에겐 사랑과 쾌락을 주고, 다른 대부분은 돈으로 보상을 지불해 준다.
“21살에서 25살 사이의 임상자가... 최대한 많이 필요합니다.”
허나 신약 개발 팀장의 경우, 돈도, 쾌락도, 여자도 원하지 않았다.
그는 오로지 최대한 많은 수의 임상자를 원하고 있는데, 그 이유는 자신이 개발한 약을 마음껏 실험해보고 싶기 때문이다.
“그래. 브로커에게 연락해보겠다. 치사율은 얼마나 되지.”
“47%입니다.”
“...알겠다.”
그런데 개발한 약의 치사율이 47%이다.
당연히 법적으로 금지되어 있는 데다, 저런 미친 실험을 지원해줄 스폰서도 없기에 자금도 마련할 수 없었다. 만약 내가 아니었으면 신약 개발 팀장의 저 미친 실험도 전혀 진전을 이룰 수 없었을 것이다.
“임상자 열 명을 보내주지. ‘연옥’은 이희연 대표가 가지러 갈 테니 넘겨주고.”
“예. 감사합니다 주인님. 그나저나 제가 개발한 약물, ‘버서커’의 성능이 향상되었는데, 사용해보시지 않겠습니까?”
“치사율이 얼마나 되지.”
“..... 그럼 들어가 보겠습니다. 주인님의 건승을 기원합니다.”
-삑.
“.....”
일방적으로 끊긴 통화.
원래라면 처죽여야 마땅한 무례함이나, 저놈은 원래 미친놈이기에 이해하기로 했다. 내 주위엔 제정신이 아닌 년놈들이 많긴 하나, 저놈은 그중에서도 특출나게 미친놈이니.
“뭐 어쨌든, 드디어 연옥이 완성됐나.”
신약 개발부서가 사활을 걸고 진행한, ‘연옥(煉獄)’ 프로젝트.
이 연옥 프로잭트는 다름이 아니라, 최면용 마약 개발 프로젝트였다.
즉 백하윤에게 사용한 최면용 미약을 극도로 업그레이드 한 마약인데, 부작용이 아예 없다시피한 데다 효과는 40% 이상 향상되었기에 궁극의 최면용 마약이라 할 수 있었다.
“이제 임상자만 있으면 되겠군.”
이제 궁극의 최면용 약을 개발했으니, 엘레나에게 사용하기 전 이 약을 실험해볼 임상자만 구하면 된다. 난 적당한 임상자로 누굴 고를지 고민하다가, 백하윤을 떠올렸다. 그녀는 이미 한번 최면으로 조교한 적이 있으니, 이것저것 귀찮게 준비할 필요 없이 곧바로 최면을 걸 수 있을 것이다.
-삑.
하여 난 백하윤에게 전화를 걸어 이곳에 오라고 명령을 내렸다.
이에 백하윤은 내 명령을 반기며 당장 채비해서 오겠다고 호들갑을 떨어댔다.
“다, 당장 갈게! 저녁엔 도착할 수 있을 거야!”
“그래. 감시 안 붙는지 잘 확인하고. 알리바이 만들고 와.”
“응. 당연하지. 그럼 이따 봐...♥”
-삑.
이것으로 임상자도 구했다.
저녁까진 시간이 좀 남았으니, 그동안 ‘심층 의식’ 최면을 좀 더 공부하고 있으면 되겠지. 그래도 시간이 좀 더 남으면 엘레나와 간단하게 데이트라도 좀 하고. 어차피 여기 있는 동안 그년의 기분을 맞춰줘야 하니까.
“후-우.”
역시 오늘도 하루 24시간 안 비는 스케줄이 없었다.
신체단련, 노예관리, 사업관리, 내 여자의 애정관리, 조교와 최면 공부.
해야 할 게 너무나 많았다.
하지만 내 목표를 이루기 위해선, 내 것을 모두 되찾고 지키기 위해선 뒷세계의 정점으로 군림해야 한다. 아무리 많은 스케줄을 소화한다 한들, 찡찡거리고 있을 틈이 없는 것이다.
-위이잉....
그래서 난 지체 없이 노트북을 켰다.
메일에 도착한 여러 소식을 확인한 뒤, 중요한 소식엔 답장을 보내주었다. 이후 화상채팅을 실행해, 나의 최면 멘토들과 ‘심층 의식’과 ‘잠재적 의식’에 관해 학술적인 토론을 나누었다.
이젠 나도 꾀나 최면술에 관해 최정상급 수준이라 할 수 있어서, 이렇게 학술적인 토론만으로도 실력향상을 도모할 수 있었다.
“안녕하십니까 선배님들. 오랜만에 인사드립니다.”
나의 최면 스승이라 할 수 있는 멘토들.
그들은 모두 유럽과 미국에서 활동하고 있는 권위적인 교수들로, 소정의 돈(2시간 회의 참가에 600만원 지원)으로 한 자리에 모을 수 있었다.
“오늘은 ‘심층 의식 접근법’과 ‘잠재적 의식 비틀기’에 관해 토론할까 합니다. 아무쪼록 선배님들의 많은 고견을 듣고 싶습니다.”
그리고 난 이렇게, 주제를 던져놓고 그들의 토론을 가만히 경청하기만 한다. 그러면 지들끼리 알아서 치고 박고 싸우다가 가장 쓸모있는 결론을 내려주고, 난 그것을 주워 먹기만 하면 된다.
“선배님들의 의견 잘 들었습니다. 결국 심층 의식에 진입하려면, 최면수용성을 극도로 높여야 한다는 말이군요.”
그렇게 오늘도 2시간 초과하여 4시간 만에 회의를 끝마칠 수 있었다.
아무래도 자존심 강하고 학구열이 높은 양반들인 만큼, 의견을 조율하는 과정에서 시간이 더 걸릴 수밖에 없었다.
[음. 우리들의 의견은 그렇다네. 아무래도 심층의식까지 들어가는 건 쉽지 않을 걸세. 아무리 최면 환경을 잘 조성한다 한들, 환자의 최면수용성이 극도로 높아야 하니까.]
환자의 최면수용성이 극도로 높아야 한다.
이걸 위해 ‘연옥’을 개발했으니 나와는 상관없는 일이다.
환자의 최면수용성이 낮다면 강제로 높여주면 그만이다.
“그러면 ‘잠재적 의식 비틀기’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흐음... 위험한 발상이네. 자칫 잘못하면 정신분열증이 올 수도 있고, 환자의 성격이 바뀌게 될지도 몰라. 치료용으론 추천하고 싶지 않네. 무엇보다 잠재의식을 비틀려면 심층의식 진입을 해야 하는데, 그것도 거의 불가능하고.]
음. 나는 치료목적이 아니니 상관없지 않을까.
난 고개를 끄덕인 뒤 대충 감사 인사를 전했다.
그러자 교수들은 나의 학구열이 대단하다며, 최면학계의 미래가 밝다고 칭찬을 해주었다. 아무래도 2시간에 600만원씩 받아 처먹으니 칭찬이 절로 나오는 모양이다.
“하하. 그러면 들어가 보겠습니다. 다음 주제가 있으면 또 부르겠습니다.”
그렇게 난 최종적으로 인사를 한 뒤 화상회의를 종료했다.
뭐, 그렇게 큰 수확을 얻은 건 없었지만, 내가 구상한 방법이 틀리지 않았다는 것을 확인받을 수 있었다.
“흐음...”
시계를 확인하니 시간이 좀 비었다.
운동하고 식사하고 휴식을 좀 취해도 백하윤이 도착하기까지 2시간이 남은 상황이다. 하여 난 엘레나에게 전화를 걸어 시간 괜찮냐고 물어보았다.
[물논, 당쉰콰 함꿰라면, 올마둔지, 과능하쥐.....♥]
“..... 통역사도 데리고 갈게.”
[아뉘, 돵신 Sense 빵점. 분휘기, 노 오붓. 우뤼끼리, 한좐 해...♥]
“... 알았어. 그럼 이따 봐.”
-삑.
난 전화를 끊은 뒤 곧바로 이희연에게 전화를 걸었다.
이윽고 그녀가 전화를 받자마자, 분노에 가득찬 목소리로 말했다.
“이희연. 러시아어 강사 구해줘. 지금 당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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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도현은 자신을 찾았다는 한 남자의 외침에 소름이 돋는 감각을 느꼈다.
등골을 따라 서늘한 한기가 맺히고, 심장이 덜컥 내려앉으며 사고가 그대로 경직되어 갔다.
“너였구나! 바로 너였어!”
관중석에서 걸어오고 있는 한 중년 남자.
팬티에 가운만 걸치고 있는 그의 몸은, 183cm의 장신에 근육질로 되어 있었다. 중년치곤 얼굴도 상당히 잘 생긴 편이었다.
“남진성! 내가 널 얼마나 찾았는지 알아?”
하지만 그렇다고 하여 그에 대한 공포가 반감되는 것은 아니었다.
어쨌거나 그는 남색을 탐하는 이상 성욕자였고, 어린 시절 깊은 트라우마를 새겨주었던 장본인이었다.
“... 훌륭해. 상상 이상으로 잘 컸어. 당장 내 ‘여자’로 만들고 싶군.....!”
입술을 핥으며 아랫도리를 부풀리는 그의 모습.
남도현은 점점 부푸는 그의 팬티를 보며 공포를 느꼈다.
온전히 자신을 욕망하는 그의 눈빛을 마주하며, 당장이라도 이곳을 뛰쳐나가고 싶은 충동을 느꼈다.
“후후. PD님 여기서 지면 저 사람한테 팔려가겠네요...♥”
그때, 공포에 질린 자신을 조롱하고 있는 한서윤.
남도현은 이를 까득 깨물며 한서윤을 노려보았다.
그리곤 항문에 흡! 힘을 준 뒤, 기습적으로 엉덩이를 안쪽으로 당겼다.
어찌 됐든 이년만 이기면 저 변태 새끼를 피해 이곳을 벗어날 수 있을 것이다.
“하아앗!!”
그렇게 남도현은 기합을 지르며 항문에 연결된 애널비즈를 안쪽으로 당겼다.
그러자 방심하고 있던 한서윤의 항문에서 뽁! 하는 소리가 나더니, 애널비즈 알 하나가 빠져나오게 되었다.
“뭣!?”
그렇게 남도현의 기습으로 알 하나를 내어주고만 한서윤.
허나 당황할 틈도 없이 남도현의 공격은 계속되었다.
엉덩이를 계속 안으로 당기며 저신의 애널비즈를 뽑아내려는 것이었다.
“씨발...!”
그 결과 한서윤은 알 하나를 더 내어주게 되었다.
뒤늦게 정신을 차린 그녀는 곧바로 남도현을 노려보며 맞대응을 하기 시작했다.
괄약근을 최대로 조이며 엉덩이를 안쪽으로 끌어당긴 것이다.
“크으으으읏....!”
“흐으으읏!!!”
그렇게 어느 한쪽의 치우침도 없이 균형을 이룬 애널비즈.
두 사람을 연결한 애널비즈는 팽팽한 긴장을 유지한 채 부르르 떨리고 있었다.
한땐 PD와 아이돌로서 운명공동체를 함께 했던 둘은, 마치 원수를 보는 듯한 눈으로 서로를 노려보고 있었다.
“기껏 봐줬더니...! 비겁하게 기습을 해? 이 개,새끼가...”
“우, 웃기지마... 거둬 준 은혜도 모르고.... 씨발년이...”
한땐 둘도 없는 사이였던 남도현과 한서윤. 허나 이제는 서로에게 욕설을 퍼부으며 일말의 인간성마저 상실하고 있었다. 관객들은 그런 그들을 보며 저마다 한마디씩 감상평을 남기기 시작했다.
“큭큭큭큭... 이거 참 재밌군요.”
“그러게 말입니다. 한땐 그래도 애틋한 선후배 관계였는데, 저 지경까지 떨어지다니.”
타락한 둘의 관계를 보며 웃음을 터트리고 있는 관객들.
그들은 무대 위의 둘이 애널비즈 줄다리기를 하고 있는 것과, 그 너머에 설치된 대형 스크린을 한눈에 담아 보고 있었다.
대형 스크린 안에는 활짝 미소를 짓고 있는 서포터즈 맴버들과, 그들 사이에서 은은한 미소를 머금고 있는 남도현의 사진이 무대 위의 둘과 큰 대조를 이루고 있었다.
“아주 완벽하게 타락했어요. 정말 흥분됩니다.”
“정신적 지주가 되었던 PD와 그를 믿고 따르는 아이돌이 서로 경쟁하는 모습이라니..... 촬영본을 꼭 소장해야겠습니다. 하하하하”
가장 추악한 형태로 일그러져버린 남도현과 한서윤.
주로 도덕적 타락에 흥분을 느끼는 관객들은 두 사람의 타락을 보며 잔뜩 자지를 세우고 있었다.
-꾸우우욱....
한편, 그런 관객들의 이상 성욕 한가운데 있는 남도현과 한서윤은 오로지 경기에 집중하고 있었다. 둘은 여전히 팽팽한 대치를 이룬 채 서로에게 악담을 퍼붓고 있었다.
“씨발... 갑자기 발악질이야... 얌전히 뒷구멍이나 따일 것이지... 이런다고 피디님이 이길 거 같아?”
“씨발년이.... 거둬주는 게 아니었어... 삼대일로 씨발, 개 같은 년들....”
필사적으로 서로를 패배시키려는 그들.
그들에겐 반드시 이겨야만 하는 이유가 있었다.
남도현은 잘 알려져 있듯이 이번에 패배하면 남색 애호가들에게 팔려가는 신세가 되고, 한서윤은 그녀의 주인님에게 버림받을 거란 협박을 받고 있었다.
둘 다 필사적일 수밖에 없었다.
“잠깐-! 선수분들! 잠시 브레이크 타임 가질게요-!”
그렇게 필사적인 시합이 이어지던 중, 정성아가 그들 사이에 끼어들며 브레이크 타임을 선언했다. 이는 관객 중 한 명이 주최팀에 거액의 돈을 제시하며 ‘남도현’을 걸고 협상을 요구했기 때문이다.
“씨발... 저 미친놈이, 기어코....!”
주최 측 프런트를 바라보며 짓씹는 듯한 음성을 중얼거리는 남도현.
지금 그의 눈엔 주최측과 협상을 하고 있는 ‘스토킹남’의 모습이 담겨 있었다.
중학생 때부터 자신을 욕망한 저 미친 변태 새끼가 기어코 일을 벌인 것이다.
“푸핫! 푸히히히히...”
반면에 한서윤은, 남도현이 절망하는 꼴을 보며 그를 비웃기 시작했다.
‘이제 뒷구멍 따일 준비하세요’, ‘똥게이 커플 탄생이네’, ‘15년 만에 이뤄진 사랑~?’ 따위의 악질적인 말을 중얼거리며 남도현의 멘탈을 흔들어 놓았다.
“씨발...씨발씨발씨발...”
자신을 보며 찡긋 윙크를 하는 스토커남.
남도현은 속이 울렁거리는 느낌을 받았다.
사랑하는 여주인님의 품을 떠나 그에게 팔려간다고 생각하니, 사위가 흔들리며 토할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잠시 공지 하나 알려드릴게요~”
그때, 품평회 주최 측 스태프와 이야기를 끝마친 정성아가 또각또각 걸어오며 쾌활한 목소리로 공지를 예고했다. 그리곤 그녀는 손에 들린 종이의 내용을 읽어주기 시작했다.
“방금 남도현의 주인인 ‘이신아’ 조교사님과 품평회 바이어로 참가한 ‘하승우’님이 ‘경기 개입권‘을 거래했습니다. 따라서 지금부터는 ‘하승우’님이 직접 경기에 개입할 예정입니다.”
경기 개입권.
처음 들어보는 생소한 용어에 남도현은 고개를 두리번거렸다.
허나 무대 위에 올라오는 ‘스토커남’의 모습을 미루어 보아, 이것이 무엇을 뜻하는지는 금방 짐작할 수 있었다.
“아, 안돼! 오지마! 오...오지마!”
잔뜩 발기한 형태의 자지를 팬티 위에 새긴 채 자신에게 걸어오고 있는 ‘하승우’. 그는 반쯤 미쳐 날뛰는 남도현의 뒤에 쿵 앉은 뒤, 큭큭 낮은 웃음 소리를 흘리곤 입을 열었다.
“응원해주러 온 거뿐이야. 네가 경기하는 모습을 이렇게 가까이에서 보고 싶어서 말이지. 몸에 손은 안 댈 테니 경기에만 집중해라.”
예상과는 다르게, 몸에 손을 대지 않을 거라 약속하는 그.
남도현은 쿵쾅쿵쾅 뛰는 심장을 서서히 가라앉히며 심호흡을 하기 시작했다. 이 변태 새끼가 뒤에 있든 말든 경기만 이기면 이 지옥을 탈출할 수 있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그저 이기기만 하면 되는 것이다.
“자-. 그러면 경기 속행하겠습니다! 선수 두 분 준비해주세요!”
그렇게 남도현은 다시 한번 마음을 다지며 시합을 준비했다. 이윽고 삐- 소리와 함께 경기 시작을 알리자, 남도현을 애널비즈를 당기며 잔뜩 힘쓰는 표정을 지었다.
“열심히네. 하지만 내 여자가 되는 것도 잘 생각해봐. 꼭 지는 게 나쁘지만은 않을 거야.”
하지만 뒤에서 중얼거리는 그의 말이 자꾸만 신경 쓰였다.
그는 자신의 여자가 되면 어떤 혜택을 받을지 주절거리며 남도현을 괴롭히기 시작했다.
“점점 아름다워지는 네 모습을 상상해봐. 내겐 최고의 의료진들이 있어. 서서히 널 여자로 만들어줄 수 있지.”
-꾸우우욱....
“약도 이미 다 개발해놨어. 남성호르몬을 억제하고 여성호르몬을 분비시킬 수 있지. 3개월이면 가슴이 나오고 뼈대가 여리여리해질 거야.”
-꾸우우욱....
“물론 몸의 근육은 좀 빠지겠지만, 대신 지방이 채워지는 거지. 솔직히 너 정도의 얼굴이면 네가 원래 남자인 줄 누구도 못 알아볼걸? 진짜 여자로 태어날 수 있는 거야.”
...남도현은 이해할 수 없었다.
이렇게 여자로 바꿀 거면 그냥 여자를 취할 것이지, 왜 남자를 여자로 만들려는지 그의 악취미를 이해할 수 없었다.
“그리고 그거 알아? 여자가 남자보다 수 배는 더 깊은 쾌락을 느낄 수 있는 것을. 지금 느끼는 쾌락보다 몇 배는 더 깊은 쾌락을 느낄 수 있는 거야. 이건 내가 보장해.”
...지금보다 수배는 높은 쾌락.
솔직히 그 말이 혹하긴 했으나, 그래도 여주인님을 벗어날 순 없었다. 남도현은 이미 가슴 깊이 그녀를 사랑하고 있기에 무슨 제안을 하든 받아들일 수 없는 상태였다.
“하아... 어쩔 수 없네.”
그렇게 스토커남이 뭐라 지껄이든 무시로 일관하자, 포기하는 듯한 말을 중얼거리는 그. 허나 이어서 내뱉는 그의 말에, 남도현의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다.
“돈을 좀 더 많이 쓰는 수밖에.”
... 돈을 좀 더 많이 쓴다?
남도현은 그 말의 의미를 곧바로 깨달을 수 있었다.
자신의 허벅지에 꽂힌 주사기를 통해서.
-주우욱.....
어떤 이상한 약물이 자신의 체내에 들어오는 광경.
스토커남 하승우가 약물에 대해 설명을 덧붙였다.
“여성호르몬이 섞인 미약이야. 앞으로 네가 잔뜩 맞게 될 주사지.”
“....!!”
여성호르몬이 섞인 미약.
그의 말대로 체내에 그것이 들어오자마자 힘이 쭉 빠지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동시에 괄약근으로 꽉 붙잡고 있던 애널비즈 알 하나가 뽁- 하고 빠져버렸다.
“으으..으아아!!”
이제 장내에 남아있는 알은 겨우 두 개.
승리를 직감한 한서윤이 키득키득 웃으며 남도현을 조롱하기 시작했다.
“이제 그만 받아들이세요 피디님. 피디님 제법 예쁘게 생겼잖아? 새 삶을 사는 것도 나쁘지 않을 거야.”
“주, 주인님.... 주인님....”
절체절명의 순간.
남도현은 애타게 고개를 두리번거리며 그의 여주인님을 찾았다.
허나 눈이 마주친 여주인님은 싱긋 웃으며 손만 흔들어줄 뿐, 아무런 액션도 취하지 않았다. 남도현의 심장이 차갑게 얼어붙어 갔다.
“아......아..........”
-뽁!
그렇게 단 하나 남은 애널비즈 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