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에게 답하는 와중 계속 쥐었다 폈다를 반복하는 손.
이젠 손자국이 생길 정도로 힘이 돌아왔다. 그녀가 내 이야기에 빠져든 사이, 마약에 찌들어 있던 내 몸이 회복된 것이다.
‘됐어. 힘이 거의 돌아온 거 같으니, 이젠 진짜 이길 수 있어.’
인생 최대의 흑역사를 팔아서 번 귀중한 시간.
그래도 이 시간 덕분에 난 몸을 회복했고, 회복한 몸으로 그녀를 승리를 쟁취할 수 있을 것이다.
하여 난 입꼬리를 올리며 괄약근에 힘을 주었다.
기습적으로 허리를 뒤로 빼며 애널비즈를 잡아당겼다.
.....아니, 잡아당기려 했다.
“찾았다!”
기습적으로 한서윤의 애널비즈를 당기려던 찰나, 관중석에서 들리는 한 남자의 외침.
그 환희에 가득 찬 외침에, 난 고개를 돌려 목소리의 주인을 보았다. 그는 내가 쓰던 아이디와 과거의 이름을 또박또박 말하며 내게 쿵- 쿵- 걸어오고 있었다.
“NJS1021! 남진성! 드디어 찾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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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웬만해선 술을 잘 마시지 않는다.
음주는 이성적 판단과 감정 통제에 장애를 일으키고, 몸의 회복을 방해하기 때문이다. 특히나 매일 최선의 판단을 해야 하면서도 신체를 단련해야 하는 내 입장에선, 음주는 반드시 피해야 하는 것 중 하나일 수밖에 없었다.
“후루룹”
그럼에도 이렇게, 종종 술을 홀짝이는 날도 있다.
오랫동안 공들인 일을 해내거나, 축하할 만한 일이 생겼을 때이다.
아마 지금의 경우는, 후자에 해당하지 않을까 싶다.
마침내 엘레나의 약점을 찾았으니 말이다.
“아버지를 죽인 딸이라.”
이반 벨린 회장의 갑작스러운 죽음.
세간에 알려진 그의 죽음은 노화로 인한 건강 악화와 갑작스러운 발작으로 인한 죽음이었다. 헌데 방금 전 이반 옥사나 여사의 주장에 따르면, 그의 죽음은 발작으로 인한 사망이 아니라 엘레나에 의한 타살이었다.
‘증거가 없긴 하지만, 심증은 충분해.’
다만 이것은 옥사나 여사의 일방적인 주장이었다.
즉, 엘레나가 그랬다는 확실한 증거는 없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옥사나 여사가 그런 주장을 할 수밖에 없는 정황 증거가 많았는데, 그중 결정적인 건 엘레나가 마지막으로 병실을 들린 뒤 이반 벨린이 발작하기 시작했다는 거다. 이는 엘레나가 나가자마자 옥사나 여사가 병실을 지켰기 때문에, 확실히 의심을 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엘레나가 나간 뒤 얼마 안 있어 발작을 일으켰다 했지. 그리고 그의 마지막 유언은...’
이반 벨린 회장의 마지막 유언.
그것은 두 눈을 부릅뜬 채 ‘엘레나’라는 이름을 반복해서 외치는 것이었다고 한다. 당시엔 임종을 앞둔 그가 사랑하는 딸을 보고 싶어 그런 것으로 알려졌는데, 옥사나 여사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딸의 이름을 부르는 게 아니라 범인의 이름을 부른 셈이 된다.
‘건강이 악화된 시점도 묘하다고 했지. 그 전엔 분명 건강하다 했었어.’
게다가 이반 벨린 회장의 건강이 악화된 시기도 절묘했다.
그는 지금으로부터 1년 전 엘레나와 크게 다퉜다고 하는데, 그때부터 건강에 이상이 생기기 시작했다고 한다.
물론 이런 정황 증거만으로 엘레나를 의심하는 건 지나친 억측일지도 모른다.
누군갈 의심하기 시작하면 그에 끼워 맞추기 마련이고, 어쩌면 이 모든 것은 옥사나 여사의 망상에 그칠지도 모른다.
하지만 엘레나가 옥사나 여사를 꾸준히 정신병원에 집어넣으려고 했던 점, 이에 옥사나 여사가 블라디미르에게까지 도움을 요청한 점, 결정적으로 이반 엘레나와 사귄 남자는 전부 정신병에 걸리거나 사망했다는 점을 미뤄봤을 때 충분히 그녀를 의심할 수 있었다.
‘분명 내가 모르는 비밀이 있어. 이반 엘레나와 이반 벨린. 평범한 부녀 사이는 아닐 거야.’
엘레나와 사귄 남자는 모두 정신병에 걸리거나 사망했다.
이 단순한 명제로 이반 벨린의 사망을 비춰보면, 이반 엘레나와 이반 벨린이 부녀 이상의 사이도 될 수도 있다는 말이다. 아니면 이반 엘레나가 이반 벨린에게 연심을 품고 있었거나.
‘아버지를 사랑한 딸이라... 가능성이 아예 없진 않아.’
벨린 회장이 죽기 일주일 전, 엘레나가 그의 사진을 불태우는 것을 직접 목격했다는 옥사나 여사. 거기에 더해 어렸을 때부터 적어온 일기장을 난도질하다시피 찢어놓았다는 그녀.
그녀의 일기장엔 유독 아버지에 대한 얘기가 많았다고 한다. 일기의 2/3가 그의 이야기일 정도로, 유독 그를 따랐다고 한다. 또한 그녀는 ‘아버지와 같은 진짜 지배자가 나’라고 여러 번 말한 적이 있었다. 그 점을 미뤄봤을 때 이반 벨린과 나 사이에 어떤 공통점을 발견하고 내게 접근하지 않았을까 생각이 든다.
아직은 확신할 수 없지만 파보면 뭔가 나올 것이다.
-삑
하여 난 밑 작업에 들어가기 위해 이하영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리고 그녀에게 긴히 할 말이 있다고, 내 숙소에 오도록 지시를 내렸다.
“부르셨습니까 주인님.”
이윽고 내 부름을 받고 도착한 그녀.
난 도게자를 하고 있는 그녀를 다정한 목소리로 부른 뒤, 내 옆으로 오도록 지시했다. 그리고 내 옆에서 긴장하고 있는 그녀의 뺨을 쓰다듬으며 입을 열었다.
“이하영. 그동안 많이 힘들지 않았나.”
깊은 밤, 그녀의 상처받은 마음을 헤아린 한마디.
다만 고작 이 한마디에, 이하영의 눈에 그렁그렁 눈물이 맺히기 시작했다.
나는 그런 그녀를 보며 은은한 미소를 머금었다.
이제 그녀를 이용해, 엘레나를 떨어뜨릴 때이다.
***
처음엔 당황스러웠다.
내내 차가운 태도로 자신을 무시하던 주인님께서, 이렇게 다정한 목소리로 옆자리를 허락하시다니.
어쨌든 옆자리에 앉을 것을 명령했으니, 이하영을 이를 따랐다.
그녀는 곧장 일어나 주인님의 옆자리에 앉은 다음, 주인님의 다음 지시를 기다렸다.
“이하영. 그동안 많이 힘들지 않았나.”
그런데 그때, 상처받은 마음을 어루만지는 듯한 주인님의 음성에 가슴이 쿵- 하고 떨려온다. 마치 대학 캠퍼스 벚꽃 나무 아래에 서 있던 그처럼, 다정한 눈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주인님의 모습에 금세 눈물이 차올라버린다.
“주, 주인님.....”
“사실 마음이 안 좋았어. 네가 너무 힘들어 보여서. 내내 신경 쓰였어.”
내내 자신이 신경 쓰였다는 주인님.
그 한마디에 이하영의 어깨가 파르르 떨려온다.
호흡이 가빠지고, 가슴이 쿵쾅쿵쾅 뛰고, 마음이 차오른다.
주인님에 대한 사랑으로 몸이 고양되어 간다.
“...오늘 이 시간 이후로 최하등급 노예는 해제해줄게. 이제 더 이상 다른 사람의 수발을 드는 일은 없을 거야.”
정성민은 그렇게 말하며 이하영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그리고 허리에 팔을 두른 다음, 자신 쪽으로 끌어당겨 몸을 밀착시켰다.
“네 덕분에 이번 전투에서 승리할 수 있었어. 한 치의 오차도 없는 완벽한 작전이었지. 역시 난 네가 필요해.”
‘아아...’
이하영의 입이 점점 벌어진다.
자신을 필요로 한다는 주인님의 한마디에, 지난 고통의 시간이 씻겨 내려간다.
지난 2주간 찢기고 밟히고 부서지고 조각나고 그을린 마음이, 결국엔 아픔마저 무뎌질 정도로 상처투성이였던 마음이, 비로소 치유되어 간다.
어거지로 덧대었던 상처가 봉합되고, 움푹 파였던 부위에 새살이 차오르고, 절망으로 멈춰버렸던 마음이 쿵쾅쿵쾅 뛰기 시작한다. 희망을 찾은 마음이 주인님을 향해 전력 질주하기 시작한다. 나를 필요로 하는 주인님에게 쓰임이 되고자 열정으로 타오르기 시작한다.
-스윽...
그때, 뺨을 어루만지며 흘러내린 눈물을 닦아주는 주인님.
이하영에게 이보다 더 완벽한 순간은 없었다.
매일 밤 자신을 위로하며 상상하고 상상하고 또 상상했던 그 순간이, 오늘 이 자리에 마침내 실현된 것이다.
“흐읍....흐으읍....우움....♥”
이내 입술과 입술을 포갠 정성민과 이하영.
정성민은 마치 교감하는 듯한 부드러운 키스를 해주었다.
정욕에 기반한 육욕의 키스가 아닌, 이하영의 상처를 보듬어주는 듯한 가벼운 키스를 해주었다. 자신이 소중하게 여겨지는 것을 생생히 느끼는 이하영이었다.
-사락... 스르륵...
한 겹, 한 겹.
정성민은 이하영의 옷이 벗겨지기 시작했다.
가쁜 숨소리만이 오가는 적막한 이 방에서, 어느새 그녀는 나체가 되어 있었다.
-풀썩.
이윽고 자연스럽게 이하영의 몸이 침대 한가운데에 쓰러진다.
그저 주인님의 키스에만 열중하고 있을 뿐인데, 어느새 침대 한가운데 눕혀진 그녀였다.
“쭈웁..”
“하으읏!!♥”
이윽고 기습적으로 유두를 핥은 주인님.
오랜만에 맛보는 현실의 감각에 전류가 찌릿찌릿 퍼져나간다.
망상했던 것과는 비교도 안 되는 오르가즘이 잔잔한 호수 위의 파동처럼 퍼져나간다.
“역시 난 네가 소중하다. 절대 놓아줄 수 없어.”
“.....♥”
변조한 녹음 파일로 수백 수천 번은 더 들었을 주인님의 달콤한 말.
그런데 그것이 정말로 현실이 되었다.
지금 이하영의 마음은 너무나 행복해 터질 것만 같았다.
-쑤욱!
“흐아아아앗!!!♥”
그렇게 행복에 빠져있는 사이, 기습적으로 음부를 파고든 주인님의 성물.
이하영은 오랜만에 맛보는 주인님의 자지에 애액을 퓻- 퓻- 쏘며 경련을 일으켰다.
허나 그런 와중에도 습관처럼 주인님을 놓치지 않으려 허리를 다리로 감싸고 두 팔로 목을 안는 그녀였다.
“큭큭. 귀여운 반응이야.”
단순 삽입에도 격한 반응을 보이며 제대로 몸을 가누지 못하는 그녀.
정성민은 그런 그녀를 위해 한동안 삽입한 채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고 땀으로 헝클어진 머리를 정리해주는 등 애정 어린 보살핌을 해주었다.
그 사이 이하영은 정성민의 자지에 삽입된 채 욕망의 불씨를 태우고 있었다.
‘아아... 주인님. 나의 주인님... 독차지하고 싶어...♥’
단 한 번의 위로와 단 한 번의 섹스로 치유되는 것을 넘어 개같이 부활한 이하영의 마음. 까마득한 심해에 처박혔던 그녀의 마음은, 이처럼 단숨에 천상계로 상승하게 되었다. 이에 그녀는 다시 ‘정실’의 꿈을 꾸기 시작했다.
‘이희연? 안지연? 백하윤? 두고 봐. ’원조‘ 여자친구는 나야!’
구관이 명관이라는 말이 있듯이, 주인님의 원조 여친은 자신이었다.
비록 원조라고 으스대다가 개폭망 할 뻔했지만, 결국 주인님은 다시 자신을 돌아봐 주지 않았는가. 원조의 맛을 잊지 않고 이렇게 걸음을 해주시지 않았는가.
이하영은 주인님의 성물을 감싼 질을 꾸-욱 꾸-욱 조이며 속으로 외쳤다.
‘원조의 맛을 보세욧!’
-꾸우우욱...
꿈틀꿈틀, 쿠퍼액을 내어주는 것 같은 주인님의 자지 무브먼트.
이하영은 주인님의 체온을 느끼며 승리의 미소를 지었다.
아무렴, 원조여친보지 말고는 모든 가짜 보지들이 간판을 내리 게 만들 것이다.
-쑤우욱!
하지만 그때, 거짓말처럼 빠져나오는 주인님의 성물.
이하영은 다급한 표정을 지으며 자신의 아랫도리를 봤다.
이미 주인님의 성물은 반쯤 빠져나와 돌아가려 하고 있었다.
‘아, 안돼! 아직 애피타이저밖에 내어드리지 않았는데! 좀 더 진한 보지의 맛을 느끼셔야 하는데!’
이렇게 끝낼 순 없었다.
메인 요리가 나오기도 전에 이렇게 가시려 하시다니.
이제 막 밑반찬을 내어드린 참인데, 이렇게 가시려 하시다니.
-퍼억!
하지만, 자신이 어리석었다.
주인님은 더욱 깊은 맛을 느끼기 위해 다데기를 가지러 가신 것이었다.
더 깊은 삽입을 위한 전략적 후퇴였던 것이었다.
“흐으으읏!!♥”
역시 주인님.
이하영은 기쁨의 교성을 터트렸다.
주인님의 허리를 감싸 안은 다리를 더욱 조이며, 푸슛 푸슛 애액을 분비했다.
-퍽! 퍽! 퍽! 퍽! 퍽! 퍽! 퍽! 퍽!
이후엔 격렬한 피스톤질이 시작되었다.
드디어 본격적인 메인 코스 요리를 시식하는 것이었다.
이에 이하영은 필사적으로 질을 조이며 주인님의 자지를 최대한 압박했다.
마치 처음 섹스를 했던 그 날의 감동을 느낄 수 있도록, 그 추억의 맛을 느낄 수 있도록 질의 조임을 최대치로 끌어올려 주었다.
“크흣!!”
그리고 그것이 효과를 본 것일까.
주인님은 꽤 이른 시간에 사정을 하기 시작했다.
이례적으로 신음 소리까지 내시며 격정적으로 혀를 섞기 시작했다.
마치 그릇을 세우고 박박 긁어먹듯 자신을 탐하셨다.
‘여, 역시... 정실은 나, 이하영이야...♥’
주인님의 표정을 보면 알 수 있었다.
지금 주인님의 표정은 500자를 꽉 채운 5점짜리 리뷰 같은 표정이었다.
분명 이 원조여친보지의 맛에 깊은 감동을 느끼신 것이다.
“하아... 하아... 오랜만에 너와 하니 좋았다.”
“.....♥”
이보다 더한 극찬이 있을 수 있을까.
이제 이하영의 마음은 천상계를 지나 성층권을 돌파할 기세였다. 이대로 조금만 더 칭찬을 받으면 태양계를 돌파해 은하계로.....
“이하영”
하지만 그때, 진중한 목소리로 자신을 부르는 주인님.
이하영은 들뜬 마음을 다잡고 주인님의 얼굴을 보았다.
이윽고 주인님께서 머리를 쓰다듬어주며 말을 이으셨다.
“잠시 이 상태로 얘기 좀 하지, 엘레나에 관한 거야.”
엘레나.
그 이름을 듣자마자 이하영은 주먹을 꽉 쥐며 적개심을 불태웠다.
이틀 전, 그녀에게 받았던 치욕과 모욕은 평생 잊지 못할 한이 될 것이다.
“너도 알다시피, 난 모든 일을 끝낸 뒤 엘레나를 따라 러시아로 가기로 했어. 그녀와 결혼할 것을 맹세했지.”
“.....”
목 뒤에 심어놓은 칩이 따끔거리는 기분.
물론 이하영은 그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엘레나 그년이 자신의 목숨을 담보로 주인님께서 약속을 이행할 것을 보장받지 않았던가.
“그리고 너라면, 내가 약속을 지키지 않을 것이란 것도 알고 있겠지.”
... 아아. 역시 나의 주인님.
물론 그러실 거라고 생각하긴 했었지만, 내심 불안한 마음이 있긴 했었다.
워낙 주인님께서 연기를 잘 하시니, 마치 엘레나와 사랑에 빠진 것처럼 보이지 않았던가.
“그래서 말인데, 엘레나를 끌어내릴 계획을 세우고 있어. 네 도움이 필요해.”
“!!!!”
... 더 이상의 말은 필요 없었다.
주인님께서 엘레나 그 양키년을 조질 계획을 세우고 계시고, 내가 필요하신 댄다.
엘레나 그년을 조지는 데 내가 앞장서서 나서는 것이다.
‘주인님, 그는 신인가? 주인님, 그는 신인가? 주인님, 그는 신인가?’
아아 주인님. 나의 위대한 주인님.
이러니 모든 여자가 주인님에게 빠지는 것이다.
아무렴 위대한 주인님께서 양키년의 술수에 휘둘릴 리가 없지.
이분은 뒷세계의 정점에 서실 분이고, 약속 따위에 얽매일 분이 아니시다.
인질을 보호하기보단 밧줄을 끊어낼 검을 주시는, 진정한 정복자이시다.
“예 주인님. 언제든지 저를 써주세요. 명령만 내려주시면, 반드시 완수해내겠습니다. ”
이하영은 보지를 꾸욱 조이며 그렇게 대답했다.
엘레나 그년을 반드시 조지겠단 일념 하나로, 의지를 활활 불태웠다.
“큭큭. 좋다. 의욕이 넘쳐서 아주 보기 좋아.”
정성민은 복수를 불태우는 이하영을 보며 입꼬리를 올렸다.
본디 복수란 연료는 그 어떠한 것보다 열정을 불태우는 데 좋은 에너지원이니, 그녀는 반드시 해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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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젯밤, 이하영과 섹스를 한 뒤 나는 그녀에게 지령을 하나 내렸다.
이반 엘레나의 과거 행적에 관해 쓸모있는 정보를 수집해 오라는 지시였다. 이에 이하영은 활활 타오르는 눈으로 의욕을 불태웠다. 엘레나에게 된통 당한 그녀이니만큼, 그녀만큼 열정적으로 일을 처리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흠. 그나저나 너무 빨리 풀어준 건 아니겠지.”
다만 다 죽어가던 동태눈을 하던 이하영이 순식간에 순정 만화체의 여주처럼 초롱초롱해졌다. 웬만큼 굴렸다고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회복이 빠른 그녀였다. 뭐, 적당히 굴리다 풀어주려는 의도가 통하긴 했다만, 너무 텐션 업된 느낌이랄까.
‘그래도 예전처럼 여자친구 행세를 하진 않겠지. 이제 노예로서의 위치도 자각한 거 같기도 하고.’
어제의 섹스로 자존감이 회복된 그녀.
하지만 이젠 자신의 위치를 절실히 깨닫고 있을 것이다. 아직 그녀는 내 노예이며, ‘여자’의 지위를 얻기 위해선 많은 시험을 거쳐야 함을, 본인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이번 일은 어떻게 처리할지 기대해보도록 하지’
그런 의미에서 이번 일도 그녀가 거쳐야 할 시험 중 하나.
자신의 능력을 끊임없이 증명해내어 내게 쓸모있음을 보여줘야 할 것이다.
“그럼 나도 움직여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