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전 진행합니다.”
그렇게 새벽 2시가 되자, 이하영과 세르게이는 총공격 명령을 내렸다.
이에 모든 병력이 어둠에 몸을 숨겨 블라디미르의 주요거점으로 이동하기 시작했다.
-콰아아아앙!!
세르게이의 대규모 병력이 도착하기 3분 전.
나와 안지연은 주요 건물에 몰래 설치해둔 폭발물을 터트려 시선이 건물 안쪽으로 쏠리게 만들었다. 이후 세르게이 병력은 경계가 약해진 정문을 쳤는데, 결과는 압승이었다. 애초에 세르게이 병력은 군사훈련을 방불케 하는 훈련을 받았으니, 사람 하나하나가 군인에 가까운 전투력을 발휘했기에 쉽게 승리를 거머쥘 수 있었다.
“다음 거점으로 이동한다.”
허나 이것은 시작에 불과했다.
마피아 최대 세력을 차지하고 있는 블라디미르인 만큼 그가 차지하고 있는 거점은 많았다. 그들이 대비를 끝마치기 전에 속전속결로 치고 올라가야 한다.
-두두두두두!!!
“크아아아악!!”
그렇게 우리는 파죽지세로 치고 올라갔다.
시작은 항상 그렇듯 건물 내부에 폭발물을 터트려 정문의 경계를 약화시킨 다음, 그 틈을 타 대규모 공습을 하는 방식이었다.
“바로 다음 거점으로 간다.”
그렇게 우린 4개의 거점을 순식간에 점령할 수 있었다.
이때쯤 블라디미르 놈들은 본진 및 나머지 거점에 대비를 하기 시작했는데, 그들이 가장 먼저 한 것은 건물 내부에 설치된 폭발물을 제거하는 것이었다.
“A거점 폭발물 제거됐습니다.”
그리고 그 결과, 우리 측이 설치한 폭발물이 제거되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 또한 이하영이 예상했던 것으로, 이번 공습의 핵심은 건물 내부가 아니라 방어가 잘 된 정문에 설치한 폭발물들이었다. 즉 건물 내부에 설치한 폭발물은 적의 방심을 유도하기 위한 미끼에 불과한 것이었다.
-콰과과과광!!
그렇게 우린 나머지 주요거점 또한 손쉽게 뚫을 수 있었다.
지난 1~2주간 위장과 변장까지 하며 안지연과 생고생한 보람이 있는 결과였다.
“놈들의 본진으로 간다.”
그렇게 블라디미르의 모든 거점을 점령한 우리.
이제 남은 것은 블라디미르가 차지한 석유회사 하나뿐이었다.
다만 그곳은 블라디미르의 본진인 만큼 요새화가 되어 있었고, 폭발물도 모두 제거되어 이전과 같이 폭발물을 통한 기습을 할 순 없었다.
“플랜B로 간다.”
따라서 어쩔 수 없이, 미리 준비해두었던 플랜B를 감행하기로 했다.
여기서 플랜B란 드미트리를 죽였던 방법처럼 정문을 치는 사이 나와 안지연이 내부로 잠입해 주요인물을 암살하는 것이었다.
-두두두두두두!!!
-탕! 탕! 탕! 탕! 탕! 탕!
다만 차이점 있다면, 그땐 나와 안지연 둘뿐이었고, 지금은 한국에서 온 내 부대원들이 함께하고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우린 주요인물 암살보다 거점 점령을 우선으로 작전에 들어갔다.
“크아아악!!”
“크헉!”
“커흑!”
물론, 이런 양동 작전에는 희생이 따를 수밖에 없었다.
특히 정문에서 적과 교전을 벌이고 있는 세르게이 & 옐친 세력의 희생이 컸다. 다만 그럼에도 세르게이가 이런 희생을 감행한 것은, 그만큼 이하영이 보여준 능력과 신뢰가 밑바탕 되었기 때문이다.
“거점 점령 들어간다.”
“예! 주인님!”
따라서 속전속결로 움직여야 한다.
세르게이가 이하영을 혈맹으로 생각하는 만큼, 우린 거기에 대한 보답을 해야 한다. 그래야만 차후 마피아의 왕이 된 그가 나를 물심양면으로 도와줄 것이기에.
-위이잉! 탁!
-위이잉! 탁!
그렇게 나와 내 대원들은, 건물 옥상 쪽으로 로프를 쏴 벽에 부착시켰다. 이 장비는 내 스승의 조언을 따라 직접 제작한 특공 장비로, 건물 벽을 타고 올라갈 수 있게 해주는 장치였다.
-지이이이잉....
-지이이이잉....
작동 방법은 간단하다.
로프를 최대한 위쪽으로 쏴 건물 외벽에 부착시킨 다음, 이렇게 버튼을 눌러 줄이 감기게 만들어 몸을 위쪽으로 당기는 방식이었다. 그렇게 나와 대원들은 벽을 타고 올라가 석유회사 6층으로 올라갈 수 있었다.
-파캉!
-파캉!
이후 우리는 유리벽을 깨트린 뒤 안으로 건물 안으로 진입했다.
그리고 6층에 있는 잔존 세력을 소탕한 뒤, 블라디미르가 있는 곳으로 추정되는 8층으로 신속하게 이동했다.
-투다다다다다!!
-타다다다다다!!!
물론, 가는 곳곳 적의 잔존 병력이 남아있어 교전을 치러야 했다.
하지만 병력 대부분은 정문을 방어하기 위해 빠진 상황이기에, 큰 위기 없이 무사히 8층에 도착할 수 있었다.
“다 쓸어버려.”
“예! 주인님!”
8층에 도착한 우리는 수면 가스부터 살포하는 작업을 진행했다.
블라디미르가 있는 회장 집무실엔 약 20명의 병력이 배치된 것으로 추정되기 때문에, 내부에 있는 그들을 재운 다음 진입한다면 쉽게 쓸어버릴 수 있을 것이다.
-콰앙!
그렇게 우린 수면 가스를 살포한 다음 내부로 진입했다.
이 과정에서 블라디미르의 구원요청을 받은 적들이 8층으로 우르르 몰려왔지만, 안지연과 정예 대원들이 폭발물 및 연막탄을 이용해 막고 있기에 별문제는 없을 것이다.
-탓! 탓! 탓! 탓! 탓! 탓!
그렇게 수면 가스가 자욱한 집무실 안으로 내 대원들이 먼저 진입해 들어갔다.
그들은 잠이 든 적들을 모조리 사살해 내부를 안전하게 정리한 뒤, 곧바로 OK사인을 보내주었다.
-저벅. 저벅. 저벅. 저벅.
그렇게 나는 블라디미르가 잠들어 있는 집무실 안으로 들어갔다.
나를 중심으로 내 양옆에는 대원 둘이 붙어 사주를 경계했고, 나머지 대원들은 고개를 숙이며 안으로 진입한 날 맞이했다.
-저벅. 저벅. 저벅. 저벅.
가는 곳곳 시체들이 가득한 이곳 대형 집무실.
나는 마침내 그 끝에 도착하여, 고이 잠들어 있는 블라디미르와 이반 옥사나를 발견할 수 있었다.
“이하영한테 작전완료 했다고 전해. 방송 준비하고.”
“예. 주인님.”
이번 작전의 핵심은 블라디미르를 죽이는 것도 있지만, 그 과정을 적에게 보여주는 것에도 있다. 그래야 쓸데없는 유혈 사태 없이 전쟁을 마무리 지을 수 있을 테니까.
-달칵.
그렇게 우린 잠든 블라디미르를 촬영하기 시작했다.
지금 촬영하는 화면은 세르게이가 설치한 전광판에서 실시간으로 중계되고 있을 것이다.
[Вы проиграли! Если ты сдашься прямо сейчас, Сергей Босс тебя простит!]
밖에서 들리는 스피커 소리.
그 내용은 ‘너희들은 패배했으니 지금 즉시 투항해 세르게이 보스의 자비를 구하라’는 것이었다.
“처형식 시작해.”
나는 창문 밖 당황하는 블라디미르 세력을 보며 그렇게 중얼거렸다.
그러자 참수를 담당한 부하가 고개를 깍듯하게 숙이곤 허리춤에 찬 검을 뽑아 들었다.
-스릉!
녀석의 허리에서 뽑아 나온 일본도.
녀석은 그것을 블라디미르의 목에 갖다 대었다.
이 장면은 블라디미르 부하 전원이 목격하고 있을 것이다.
-후웅! 서걱!
그리고 이렇게 목과 몸이 분리되는 것 또한, 모든 이들이 똑똑히 목격했을 것이다.
난 바닥에 데굴데굴 구르는 블라디미르의 얼굴을 집어 든 다음, 카메라가 비추는 책상 위에 올려두었다.
“......”
보스의 죽음을 보자, 순식간에 사기를 잃은 블라디미르 일당들.
밖에선 투항을 권하는 방송이 계속 울려 퍼지고 있었다.
또한 깔끔하게 목이 잘린 블라디미르의 얼굴 또한 실시간으로 방송되고 있었다.
-툭. 투둑... 투두둑...
상황이 이러하니, 블라디미르 세력들은 하나 둘씩 무기를 떨어트리기 시작했다. 그렇게 도미노처럼 패색의 물결이 퍼져나가, 적 대부분이 무기를 떨어뜨려 투항하게 되었다.
“축하드립니다 주인님.”
승패가 완전히 결정 난 상황.
내 부관급 인물이 고개를 숙이며 내 승리를 축하해주었다.
난 녀석의 어깨를 툭툭 두드리며 뒷정리를 부탁한 다음, 안지연이 있는 곳으로 걸음을 옮겼다.
“수고했다.”
8층에 올라오는 길목에서 모든 적을 막아준 안지연.
그녀의 방탄복엔 총알이 3발 정도 박혀 있었다.
그럼에도 안지연은 내색하지 않은 채 씨익 웃어 보이며 내 승리를 축하해주었다.
“승리를 축하드립니다 주인님.”
“너도 고생 많았다. 오늘 밤 포상을 주도록 하지.”
“.....♥ 네...♥”
세상 해맑은 표정으로 싱긋 웃는 그녀.
이에 나도 미소로 화답한 뒤 집무실로 돌아와 모두를 소집했다.
그리고 그들의 노고를 모두 치하해 준 다음, 귀환 명령을 내렸다.
“우리 임무는 끝났다. 이곳은 세르게이가 알아서 수복할 것이니, 우린 장비만 회수해서 본진으로 귀환한다.”
“예! 주인님!”
이번 전쟁의 승리자는 ‘세르게이’다.
물론 그 이면엔 나와 이하영의 지분이 막대하지만, 표면상 그의 진두지휘 아래 모든 승리를 거둔 것처럼 보여야 한다. 그래야만 마피아 조직이 불협화음 없이 뭉칠 수 있을 것이고, 주인님 또한 나의 존재를 의심하지 않을 것이다.
“모두 푹 쉬어라.”
그렇게 우린 세르게이가 석유회사를 점령하는 틈을 타 남몰래 이하영이 있는 본진으로 귀환했다. 이하영은 귀환한 날 보자마자 다친 곳은 없는지 걱정 한가득한 얼굴로 살펴보았고, 이내 이상이 없다는 것을 확인하자 내 승리를 축하해주었다.
“..... 너도 고생 많았다. 푹 쉬어라.”
“아뇨. 전 아직 뒷정리를 해야 하는 걸요. 구원자에게 보여줄 보고서도 작성해야 하고요.”
구원자와 나 사이에서 이중 스파이를 하고 있는 이하영.
이중 스파이를 하는 와중에도 제 일을 완벽히 처리하기란 쉽지 않았을 텐데.
“쉬엄쉬엄해라. 피곤해 보이는군.”
그래서 그런지, 그녀의 눈가 주위엔 다크서클이 가득했다.
내게 애써 지어 보이는 웃음은 금방 부서질 듯 위태로워 보였다.
“거, 걱정해주셔서 감사해요.”
다만, 별생각 없이 내뱉은 격려 한마디에도 기운을 차리는 그녀였다.
이번에 거둔 대승으로 마음이 누그러진 난 그녀의 어깨에 손을 얹은 뒤 격려차 한 마디를 덧붙였다.
“네 공이 크다. 뒷정리는 네게 모두 맡기지.”
“네, 넵!”
다 죽어가던 동태눈에서 다시 생기 넘치는 눈이 된 이하영.
난 고개를 한번 끄덕인 뒤 옆에 있는 안지연을 데리고 숙소로 이동했다.
나와 안지연은 숙소로 들어오자마자 땀으로 흠뻑 젖은 옷을 벗은 뒤, 곧바로 욕실에 들어갔다. 그리고 애무를 곁들인 샤워를 한 뒤 곧바로 침대에 가서 몸을 섞기 시작했다.
“하으으읏...♥ 흐으응...♥”
맹수에 물린 아기 사슴처럼 몸을 바들바들 떠는 그녀.
난 부상을 입은 그녀를 위해 최대한 부드럽게 몸을 다뤄주었다.
마치 툭 건들면 깨지는 도자기를 다루는 것처럼, 섬세한 손길과 부드러운 몸짓으로 그녀를 절정 시켜 주었다.
“흐으으읏...!!♥”
이윽고 충분한 오르가즘에 노출되어 절정에 이른 그녀.
반응을 보아하니, 안지연은 이렇게 부드럽게 다뤄주는 쪽을 더 좋아하는 모양이다. 아무래도 오랫동안 여자로서 사랑받지 못한 만큼, 이렇게 소중히 다뤄지는 것에 더욱 흥분을 느끼는 듯했다.
“그럼 들어가 보겠습니다...♥ 오늘 승리 축하드려요.”
그렇게 나는 섹스를 끝낸 뒤, 안지연을 돌려보냈다.
아무리 내 여자라도 나는 혼자 자는 것이 익숙하기에, 동침만큼은 허용하지 않았다.
게다가 오늘 밤만큼은 나 혼자만의 시간을 가지고 싶기도 하고.
“..... 후-우.”
그렇게 다시 적막해진 방 안.
나는 긴 한숨을 내쉬었다.
마침내 이 복수의 마라톤에 결승선이 보이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이제 내 세력은, 완벽하게 주인님의 세력을 역전하게 되었다.
-달칵. 푸쉬이이잇-!
냉장고에 있는 맥주캔을 땄다.
탄산이 가득한 시원한 맥주를 꿀꺽꿀꺽 삼킨 뒤, 탁자에 탁- 내려놓았다.
시원한 청량감이 몸 곳곳에 퍼져나갔다.
“이제 진짜 얼마 안 남았어.”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길었다.
그동안 쉴새 없이 나를 단련하며 수라의 길을 걸어왔고, 이제 난 고지를 눈앞에 두고 있다.
‘하지만 방심해선 안 되겠지.’
허나, 이럴 때일수록 마음을 놓아선 안 된다.
오히려 더욱 허리띠를 졸라 매 심기일전할 필요가 있다.
‘일단 엘레나부터 처리해야겠군.’
당장 눈앞에 닥친 문제는 엘레나였다.
이번 마피아 내전에서 세르게이가 최종 승자가 되어 내 든든한 우방이 된 것은 좋으나, 실질적인 권력은 엘레나에게 몰린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애초에 이반 벨린 회장의 설계가 그러했고, 엘레나는 그 설계를 이용하여 세르게이를 조종할 수 있는 능력이 되는 여자였다.
타인에 의존적인 세르게이는 결국 엘레나의 꼭두각시가 될 것이다.
‘결국 엘레나를 완전히 내 것으로 만들어야 돼. 실권은 그녀가 쥐게 될 테니.’
이반 엘레나.
그녀가 석유회사의 최대 주주이고, 옐친 세력을 등에 업은 이상 그녀가 대세가 될 것이 뻔하다. 애초에 야망보다는 생존이 목적이었던 세르게이는 그녀에게 협조할 테고.
그러니 이번 러시아 원정이 진정한 의미가 있으려면, 내게 뻗치는 엘레나의 마수를 뿌리치려면 최종적으로 그녀를 굴복시켜야 한다.
블라디미르 따위가 아니라 이반 엘레나가 최종보스인 셈이다.
‘쉽지 않겠군...’
하지만 그 과정은 험난하다.
시간이 많다면 느긋하게 그녀와 몸을 섞으며 쾌락을 주입시키면 될 테지만, 내겐 해야 할 일이 많았다.
한국에서 처리해야 할 일이 한 두가지가 아니었다.
‘약점만 쥘 수 있다면 좋을 텐데...’
약점.
난 여태까지 상대의 심리적 빈틈을 이용해 내 여자로 함락시켜왔다.
이하영과 이희연은 나에 대한 연심과 죄책감을 이용하여 함락시켰고, 백하윤은 박종필에 대한 죄책감과 과거의 아름다운 추억을 내게 이전시키는 것으로 함락시켰다.
하지만 이반 엘레나의 경우, 아는 정보가 하나도 없었다.
“큭큭... 이럴 땐 참 주인님이 부럽단 말이야.”
만약 주인님이라면 어땠을까.
그 미친 자지로 엘레나를 타락시킬 수 있을까.
아마 일주일만 준다면 그렇게 할 수 있을 것이다.
애초에 그 사람이 오리지널이고, 난 복제에 불과하니.
물론 최대한 그를 따라가려고 노력해봤지만, 타고난 것을 따라잡을 수는 없었다.
애초에 자지에 몰리는 혈액의 양 자체가 달랐고, 그는 자지의 강직도와 크기를 자유자재로 조절할 수 있는 신의 경지에 다다른 사람이었다.
만약 섹스의 신이 있다면 감히 그 사람이라고 단언할 수 있다.
‘하지만 난 나만의 방법이 있지.’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방법이 없는 건 아니다.
그를 따라 할 수 없다면, 나만의 방법으로 함락시키면 그만이다.
문제는 내 방법을 쓰기 위해선 상대에 대한 조사와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인데.....
“.....”
딱 일주일.
일주일만 더 이곳에 남아보기로 했다.
어떻게든 그 안에 방법을 찾아내어, 엘레나를 함락시킬 것이다.
안 되는 일이 있다면 되게 만들면 될 뿐이다.
***
다음 날 늦은 저녁.
솔직히 이대로 좆되나 싶었는데, 행운이 굴러들어왔다.
정신을 차린 이반 옥사나가 날 찾아온 것이다.
“내, 내 딸을 좀 막아줘요!”
모두가 잠든 늦은 밤, 내 숙소에 몰래 찾아온 옥사나 여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