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인정할 만한 세기의 미인이었다.
“ты и я. Всех их можно назвать лучшими. Это судьба, что мы встретились.....♥”
“당신과 나. 모두 최고라 할 수 있죠. 우리가 만난 것은 운명이에요.”
운명이라.
나도 그렇게 생각한다.
그녀만 얻을 수 있다면, 난 러시아에 든든한 지지 기반을 다지는 것이다.
승리의 여신이 내게 그녀를 보낸 것이다.
“그래. 나도 동감해. 우리의 아이는 대제국의 왕이 될 거야.”
“.....♥”
그녀가 좋아할 만한 말.
자신의 자손이 대대손손 번창할 것이라는 약속.
나는 그 말을 속삭인 뒤 그녀의 입술을 덮쳤다.
격정적으로 혀를 휘감아오는 걸 보니 내 말이 마음에 든 모양이다.
“하우웁...우움...후우움...하으읍....흐우웁...쮸웁... 하아...하아...♥“
나는 그녀와 진득한 키스를 한 뒤 다시 피스톤질을 하기 시작했다.
충분히 내게 빠질 만한 말들을 해줬으니, 이쯤에서 마무리를 하면 될 것이다. 특히 처녀를 상대로는 긴 섹스보다 이렇게 여운을 남기는 섹스가 더 도움이 된다. 자꾸만 섹스를 원하도록 조금은 아쉽게 끝낼 것이다.
-뷰룻...뷰룻...뷰룻...뷰룻...뷰룻....뷰룻...
이윽고 요도로 배출되는 대량의 정액.
지금은 콘돔을 껴 질내사정을 할 순 없지만, 언젠간 피임약을 먹이고 마음껏 안에 싸지르는 날이 올 것이다. 난 그날을 고대하며 반쯤 울고 있는 엘레나의 입술에 키스를 해주었다.
”Я так счастлив...♥“
”너무 행복해요.“
진심이 담긴 그녀의 음성.
확실히 그녀는, 대단히 매혹적이다.
내 밑에 깔린 그녀는 사랑스럽기까지 하다.
”후후...♥“
다만, 그녀는 지배욕이 많은 여인이었다.
독점욕이 많고, 자신의 것이라 생각되는 것은 절대 내주지 않는 여인이었다.
이는 정액이 담긴 콘돔을 이하영에게 던지는 것을 보면 알 수 있었다.
자신의 경쟁자에게 정액이 가득한 콘돔을 던진 뒤, 그것을 치우라고 명령하는 걸 보면 그녀의 제왕적 기질이 얼마나 다분한지 알 수 있었다.
”제가 치워야 하나요...“
무미건조한 이하영의 음성.
엘레나의 모든 지시를 따르라 했음에도 이리 물어보는 걸 보면, 어지간히도 하기 싫은 모양이다. 하지만 지금은 이하영의 마음을 헤아릴 때가 아니다.
”치워라. 엘레나의 지시는 모두 따르라고 했을 텐데.“
”.....“
”넌 지금 최하위 등급 노예다. 그리고 엘레나는 나의 정실부인이 될 여인이지. 예를 지켜라.“
”...예, 주인님.“
고분고분 내 명령을 받드는 이하영.
이윽고 그녀의 인기척 소리가 들렸다.
아마 다 쓴 콘돔을 치우러 가는 것이겠지.
”Извинись передо мной.“
허나, 그 순간 엘레나가 내뱉는 말 한마디에 이하영의 몸은 굳어버린다.
이윽고 엘레나는 커튼까지 걷어내며 한마디를 덧붙인다.
”Извинитесь за грубость по отношению к рабу.“
”.....“
시간이 멈춘 듯 그 자리에 굳어버린 이하영.
그런 이하영을 내려다보고 있는 엘레나.
이윽고 이하영이 몸을 벌벌 떨며 자세를 낮추기 시작했다.
두 손을 포개 바닥을 짚고, 무릎을 꿇은 다음 몸을 바닥에 밀착해 도게자 자세를 취했다. 그리고 떨리는 목소리로 ‘사죄’를 하기 시작했다.
”정실부인이 될 분께... 건방지게 굴어서 죄송합니다. 앞으론 명령에 토달지 않겠습니다...“
..... 아무래도 엘레나가 사과를 요구한 모양이다.
이렇게까지 이하영에게 잔인하게 구는 것은 아마 위아래를 확실히 하는 마피아의 방식 때문일 것이다. 애초에 엘레나는 왕의 딸로 태어났으니.
-콰직!
허나, 이하영의 머리를 짓밟는 것은 선을 넘었다.
나는 키득키득 웃고 있는 엘레나의 어깨에 손을 얹으며 입을 열었다.
”엘레나. 저년은 내 노예다. 저년의 신체를 훼손할 수 있는 건, 오직 나의 권리야.“
”.....“
날 지그시 바라보는 엘레나의 눈.
이윽고 그녀가 피식 웃으며 어깨를 으쓱거렸다.
그리고 이하영을 짓밟은 발을 뗀 뒤 내 볼에 쪼옥 뽀뽀를 했다.
”Это собственность моего мужа, поэтому я его уважаю♥“
”남편의 재산이니 존중할게요.“
이하영은 얼굴을 땅에 처박은 채 엘레나의 말을 번역했다.
난 그녀에게 고개를 들라 명한 뒤 얼굴을 살펴보았다.
그다지 상태가 좋아 보이지 않았다.
”이만하면 됐다. 들어가서 쉬어라.“
지금은 노예에 불과 하지만 이하영은 이번 전쟁의 총지휘관이다.
내일 있을 전쟁을 대비하여 휴식을 취하도록 하는 게 옳았다.
엘레나를 만족시키는 건 이쯤이면 충분하겠지.
”그럼 주인님. 들어가 보겠습니다.“
”그래.“
그렇게 내게 인사를 올리는 이하영.
이제 신경 쓸 일이 없겠다 싶어 고개를 돌렸는데, 엘레나가 입을 열었다.
”Ты тоже должен попрощаться со мной. Ты меня игнорируешь?“
뜻은 모르겠으나, 경직된 엘레나의 말투.
이하영이 고개를 숙이며 답했다.
”... 아닙니다 엘레나님. 인사드리려던 참이었습니다.“
”Отлично. иди сейчас.“
”네.“
이하영은 엘레나와 뜻 모를 대화를 나눈 뒤 뒷걸음질로 물러났다.
그렇게 그녀는 바닥에 널브러진 자신의 옷을 주섬주섬 챙겨입고 밖으로 나갔다.
나는 그녀가 나간 현관문에 잠시 시선을 두다가, 엘레나를 데리고 욕실로 들어갔다.
그렇게 우린 같이 거품 목욕을 하며 한 번 더 진한 섹스를 나누었다.
***
한편, 이하영은 숙소로 돌아와 샤워를 시작했다.
샴푸, 바디워시, 린스, 트리트먼트 등을 사용하여 몸을 깨끗이 한 뒤, 젖은 머리를 수건으로 감쌌다.
그 상태로 스킨로션, 보습크림, 미스트까지 뿌린 뒤, 온몸에 바디로션을 골고루 발라주었다. 이후 팔꿈치와 발꿈치가 트지 않도록 특별 보습크림을 발라준 뒤, 거울 앞에 앉았다.
위이잉-
이하영은 젖은 머리를 말리기 시작했다.
더운바람과 찬바람을 번갈아 가며 머리 뿌리부터 바깥쪽까지 골고루 말려준 뒤, 바람으로 인해 건조해진 얼굴에 가습기를 쏴주었다.
-톡! 톡! 톡!
그다음으로 할 건 손톱과 발톱 정리.
이하영은 손톱 발톱을 깔끔하게 정리한 뒤, 네일 젤을 발라 손톱에 광이 나게 해주었다. 그리고 전신거울 앞에 선 뒤, 자신의 몸매와 얼굴을 점검해보았다.
”.....“
객관적으로 봐도 훌륭한 자신의 몸매.
들어갈 곳은 들어가고, 나올 곳은 나온 S라인의 굴곡.
물론 몸매 못지않게 얼굴도 아름다웠다.
아무리 봐도 엘레나에 비해 꿀리는 건 단 하나도 없었다.
”언젠간 나도 봐주시겠지.“
이하영은 그렇게 중얼거리며 입꼬리를 올려보았다.
싱긋- 싱긋- 웃는 연습을 하며 주인님께서 과거에 하셨던 말씀을 떠올려보았다.
분명 그 시절엔, 내 웃는 모습이 가장 예쁘다고 하셨지.
”안녕하세요 주인님. 좋은 아침이에요.“
”주인님. 승리를 축하드려요. 이제 목표를 이루기까지 얼마 남지 않았어요.“
하여 이하영은, 웃으며 말하는 연습을 하기 시작했다.
방긋방긋- 웃으며 주인님에게 예뻐 보이기 위한 표정을 연구해보았다.
”주인님. 이제 저는 구원자가 있는 곳에 가봐야 할 거 같아요. 표면적으론 그에게 성과를 안겨준 것처럼 꾸며야 해서, 어쩔 수 없이 직접 보고해야 하거든요. 의심 사지 않게 잘 보고하고 올 테니까, 걱정하지 않으셔도 돼요!“
이하영은 그렇게 말을 끝마치곤 싱긋- 웃었다.
혹여나 자신을 걱정할 주인님을 위해 파이팅 넘치는 표정으로 대사를 마무리했다.
”러시아에 있는 동안 주인님 얼굴 자주 봐서 좋았어요. 덕분에 좋은 추억을... 많이.....“
이하영은 뒷말을 흐렸다.
생각해보니 좋은 추억만은 아닌 거 같아, 대사를 수정하기로 했다.
”러시아에 있는 동안 주인님 얼굴 자주 봐서 좋았어요. 이렇게 주인님을 가까이서 모시는 게 흔치 않은 기회인데.....“
다시 뒷말을 흐리는 이하영.
일순간 무너진 그녀의 표정.
그녀는 서둘러 방긋 웃으며 말했다.
”이, 이렇게 주인님을 가까이서... 참 흔치 않은... 흔치 않은...“
이하영은 고개를 위로 들었다.
올라오는 슬픔을 짓누르려 미간에 꾸욱 힘을 주었다.
그리고 다시 거울을 보았다.
”.....“
못생겨졌다.
눈은 붉게 충혈되어있고, 콧구멍은 제멋대로 벌렁거린다.
입술을 파도처럼 넘실거리며 제자리를 찾지 못한다.
”참, 흔치 않은... 기회인데, 그래도 이렇...이렇게 자주 볼 날이... 그런, 그런...“
꿋꿋이 말을 이어가려 했으나, 순식간에 울상이 된 표정.
그녀는 손을 들어 울음이 터져 나오려는 입을 틀어막았다.
이후 푸-욱 한숨을 내쉰 뒤, 손 부채질을 하며 방안을 서성거렸다.
그리곤 다시 거울 앞에 서보았다.
”.....“
엉망이다. 모든 게 엉망이다.
그래. 재밌는 생각.
재밌는 생각을 하자.
이하영은 그렇게 되뇌며 싱긋 웃어보았다.
그리고 웃을 만한 것이 무엇이 있는지, 기억을 더듬어 보았다.
그렇게 한참 생각을 이어가던 중, 엘레나의 한 마디가 뇌리에 스쳤다.
‘줭쉉민.’
”푸핫!“
‘줭쉉민....♥’
”푸하하핫!!“
‘솨뢍...’
”하하핫...!! 하하하하하하!!“
돌연 터져 나온 웃음.
방안이 쩌렁쩌렁 울려 퍼질 정도로 끊임없이 터져 나오는 포복절도.
이하영은 엘레나의 어눌한 한국말을 떠올리며 계속 웃었다.
웃음이 멈출 만하면 그녀의 발음이 자꾸 떠올라, 배가 아플 정도로 크게 웃음을 터트렸다.
”.... 후-우.“
그렇게 얼마나 웃었을까.
이윽고 이하영은 간신히 웃음을 멈출 수 있었다.
그녀는 다시 거울 앞에 선 뒤, 미소를 머금고 있는 자신을 보았다.
”괜찮아.“
그리고 그녀는, 거울 속에 있는 자신을 위로했다.
마치 마법의 주문이라도 되는 것처럼, ‘괜찮아’라는 말을 반복해서 말했다.
정말 괜찮을 거라고, 미소를 머금은 자신을 보며 말했다.
-드르륵...
이후 이하영은 언제나처럼 침대 밑에 있는 남성형 리얼돌을 꺼냈다.
그녀는 그것을 침대 위에 올려놓은 뒤, 딜도를 장착하고 정성민의 얼굴이 복사된 A4용지를 얼굴 부위에 붙였다.
”하아... 하아....“
그녀는 눈을 감고 주인님의 것을 느꼈다.
주인님이 자신을 사랑하는 것을 상상하며, 약 30분 만에 절정에 이르렀다.
오늘은 상상이 잘되지 않아 절정 하는 데 꽤 애를 먹었다.
-솨아아아....
이제 해야 할 건 리얼돌을 세척하는 것.
그녀는 언제나처럼 리얼돌에 묻은 애액을 씻어내고, 화장실에 세워서 잘 말리고, 침대에 깔아둔 수건을 수거해 빨래통에 던졌다.
-달칵.
이후 그녀는 침대에 누워 수면용 이어폰을 꼈다.
그리고 자신이 조작한 음성 파일을 켠 뒤 눈을 감았다.
주인님의 달콤한 음성이 흘러나온다.
[이하영. 나도 널 만날 수 있어서 좋다. 네 아름다움과 네 강인함. 모두 쉽게 가질 수 없는 것들이지. 넌 특별해]
[하아...하아...주, 주인님....♥]
수백 번은 더 들었을 주인님의 대사.
하지만 아무리 들어도 그분의 목소리는 질리지 않았다.
항상 새롭고, 항상 달콤하고, 항상 은혜로웠다.
-스으으윽....
이하영은 이불을 덮은 뒤 몸을 둥글게 말았다.
그리고 주인님께서 자신을 안아주는 것을 상상하며 미소를 지었다.
주인님의 체온이 느껴지는 듯했다.
”.....“
주인님의 체온이 느껴지는 탓일까.
이하영은 감격의 눈물을 흘렸다.
한줄기 눈물이 그녀의 뺨을 타고 베개를 적셨다.
[이하영. 나도 널 만날 수 있어서 좋다. 네 아름다움과 네 강인함. 모두 쉽게 가질 수 없는 것들이지. 넌 특별해]
이하영은 미소를 지었다.
아무리 들어도 질리지 않는 주인님의 음성을 들으며, 그분의 사랑을 느꼈다.
그렇게 이하영은 가슴이 차오르는 충만한 밤을 보냈다.
분홍빛 벚꽃 아래 그와 함께한 캠퍼스의 풍경을 떠올리며 서서히 잠이 들었다.
다음화 보기
다음 날이 밝았다.
이하영은 어제 마음을 잘 추슬렀는지, 활짝 웃으며 내게 인사를 했다. 혹시 어제 일로 오늘 작전에 지장이 있으면 어쩌나 조금 걱정이 됐지만, 역시 공과 사는 철저히 구분하는 그녀였다.
“회의 진행하겠습니다.”
그렇게 이하영은 지도부들만 모아 회의를 진행했다.
회의의 내용은 이제 곧 출전을 앞두고 있으니, 휘하 병력을 재차 점검해달라는 이하영의 요청이었다.
“문제없어.”
“문제없습니다.”
“이쪽도 딱히”
“문제없어요.”
그리고 그 결과는 전원 이상 무.
이하영은 회의를 마치고 개인정비를 해두라고 했다. 사실상 휴식을 취하라는 말인데, 대규모 공습을 앞두고 몸과 마음을 다잡으라는 의미였다.
“작전 개시 1시간 전!”
그렇게 내일로 넘어가는 새벽 1시가 되었다.
나와 안지연. 그리고 요원 몇몇은 ‘폭발물 작전’을 수행하러 미리 이동을 했고, 이하영과 세르게이가 지휘하는 지상 병력은 총공격을 위해 무장을 시작했다. 그 모습은 마치 훈련이 잘 된 군인을 보는 듯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