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80화 (180/303)

“자~! 브레이크 타임이 종료됐습니다! 이제 마지막 시합을 앞두고 있는데요, 과연 승자는 누가 될까요? 양 선수 나와주세요!”

쾌활한 성아의 목소리.

주인님에게 개조되어 품평회의 사회자로 타락해버린 그녀.

허나, 이제 나와는 상관없는 이야기다.

난 그녀를 버렸고, 그녀도 날 버렸으니...

이제 내겐 여주인님뿐이다.

-저벅... 저벅... 저벅...

허나 무대로 올라가는 걸음이 무겁다.

가는 도중 자꾸만 쓰러지고, 세상이 빙빙 돌아 몸을 가누기 힘들다.

이제 마지막 경기인데... 반드시 이겨야 하는데...

-철푸덕!

으으... 또 쓰러지고 말았다.

아무래도 한 번에 약을 너무 많이 복용한 모양이다.

기분은 정말 최고로 좋긴 한데... 불안감이 스멀스멀 올라온다.

내가 과연 이길 수 있을까. 이 절망스러운 상황에 기분은 참 좋으니, 아이러니하다.

“자! 두 선수, 시합 준비해주세요.”

어쨌든, 난 간신히 경기 장소에 도착할 수 있었다.

앞에는 180도 변한 한서윤이 날 보며 싱긋 웃고 있었다.

“후후. PD님. 상태가 많이 안 좋아 보이네요?”

“.....”

한서윤.

서포터즈의 메인 보컬이자 비주얼을 담당하는 그녀.

난 익히 그녀의 아름다움을 잘 알고 있었다.

애초에 그녀를 ‘서포터즈’에 가장 먼저 섭외한 이유도, 그녀의 아름다움이 대중들의 호응을 얻을 거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후후후....♥”

그런데 그랬던 그녀가, 이렇게 망가져 버렸다.

찰랑이는 흑발은 웨이브가 들어간 금발 머리로, 도화지 같던 흰 피부는 구릿빛 피부로 바뀌어 있었다.

또한, 매끈했던 그녀의 몸이 20kg 이상 늘어나 처참히 망가져 버렸다.

나체가 된 그녀의 배는 5겹으로 접힐 만큼 지방이 가득했고, 예쁜 유방은 추하게 비대해져 덜렁이고 있었다. 또한 유두와 보지엔 피어싱이 박혀 있었고, 어깨와 하복부엔 이상한 음문이 새겨져 있었다.

“어때요 PD님? 주인님의 취향대로 개조된 제 모습이...♥”

글쎄. 뭐라고 해야 할까.

솔직히 마음이 아프다.

내가 발굴한 아이돌이, 이렇게 망가졌다는 것이.

특히 서윤이는 오빠 동생처럼 친하게 지낸 아이인데...

“그런 표정 짓지 마요. 전 PD님을 나락으로 떨어뜨릴 테니까...♥”

..... 그래.

이렇게 감상적이어선 안 된다.

만약 이 경기에서 지면, 난 말 그대로 좆되는 거니까.

저 미친 배불뚝이 중년 게이 새끼한테 팔려갈 테니까.

“자 그러면 선수들! 시합 준비해주세요~”

하여 난 비정하게 표정을 굳히며 애널비즈를 항문에 집어넣었다.

하나, 둘, 셋, 넷, 다섯 개를 항문에 쑤셔 넣고, 내 앞의 서윤이를 노려보았다.

이윽고, 경기의 시작을 알리는 기계음과 함께 성아의 쾌활한 음성이 실내에 퍼졌다.

“그럼-, 경기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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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성민의 숙소.

그곳엔 엘레나와 정성민. 그리고 둘 앞에 무릎 꿇고 앉아있는 이하영이 있다. 이하영은 엘레나의 손 위에 들린 작은 칩을 힐끗 보곤, 자신이 이해한 내용이 맞는지 정성민에게 확인해보았다.

“그러니까... ‘약속 보증’을 위해 저 칩을 제 몸에 심겠다는 거군요.”

“맞다.”

짧고 간결한 정성민의 대답.

허나 이하영은 물어보고 싶은 게 많았다.

한국에 있는 모든 것을 버리고 러시아로 떠나겠다는 주인님의 약속을 이해할 수 없었다.

“그러니 묻겠다. 내 약속에 대한 보증을 서주겠나.”

이하영은 고개를 들어 주인님의 얼굴을 보았다.

그의 눈빛은 여전히 흔들림이 없었다.

언제나처럼 자기 확신을 가지고 앞을 나아가는 눈이었다.

“예. 저는 노예의 몸입니다. 주인님의 명령이라면, 무조건 따르겠습니다.”

그러하니, 이하영은 그저 주인님을 믿을 뿐이었다.

이희연이 그랬던 것처럼, 아니면 다른 노예들이 그랬던 것처럼.

그저 주인님만을 믿고 따를 뿐이었다.

‘대단해. 그 이하영을 이렇게 굴복시키다니...♥’

한편, 엘레나는 이하영을 복종시킨 정성민에게 감탄하고 있었다.

그녀가 알기에 이하영은 구원자 세력에서 2인자 포지션을 차지하고 있었고, 그 위치만큼 능력도 대단한 인물이었다. 그런데 그런 대단한 인물이 알아서 노예를 자처하고 있다니.

‘동맹 관계인 줄 알았는데, 군신 관계일 줄이야.’

군신관계.

아니, 더 나아가 주인과 노예관계인 정성민과 이하영.

아직 둘에 대한 정보가 부족한 엘레나는, 둘이 한때 연인이었단 것과 뒷세계의 2인자 포지션이라는 것만 파악하고 있었다.

따라서 연인끼리 다시 붙어먹어 뒷세계를 뒤엎는 거라 생각하고 있었는데, 이렇게 일방적인 주인과 노예 관계이니 상당히 의외였다.

‘뭔가 이유가 있겠지. 좀 더 자세히 알아봐야겠어.’

이 정도로 극단적으로 관계가 나뉜 데는 분명 자신이 놓친 무언가 있을 것이다.

엘레나는 그렇게 생각하며 이하영의 뒷목에 칩을 붙였다.

그리고 폰에 있는 ‘관리 어플’을 통해 칩을 실행시켰다.

-위잉-! 푹!

버튼을 누르자, 이하영의 뒷목에 깔끔하게 박혀 들어가는 소형칩.

이하영의 뒷목에 작은 출혈이 일어났다.

엘레나는 피가 흐르는 부위를 옷소매로 닦아주며 생각했다.

‘뭐, 연인 관계가 아니더라도 상관없어. 정성민한텐 이하영이 꼭 필요할 테니, 쓸만한 인질을 얻은 셈이지.’

어찌 됐든 뒷세계를 뒤집기 위해선 이하영의 협력이 필요한 정성민.

그런 그녀의 목숨줄을 쥐게 되었으니, 정성민이 함부로 다른 생각을 품지 못할 것이다.

“흐음 다 끝난 건가?”

그때, 귓속을 파고드는 정성민의 음성.

엘레나는 싱긋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그의 옆에 앉은 뒤, 휴대폰에 있는 ‘관리 어플’을 보여주며 말했다.

“후후. 이게 저 칩을 제어하는 어플이에요. 언제 어디서나 버튼만 누르면 작동하도록 되어있죠.”

엘레나는 러시아어로 말하며 정성민을 힐끗 보았다.

그녀의 말은 무릎 꿇고 있는 이하영이 번역해주고 있었다.

“Видите красную кнопку здесь?”

“여기 빨간 버튼 보이죠.”

“нажмите это.....”

“이걸 누르면.....”

“Яд распространяется, и вы умираете в течение минуты.”

“독이 퍼져 1분 안에 죽는 거예요.”

엘레나는 그렇게 말하며 빨간 버튼을 눌렀다.

그러자, 아주 미약하게나마 정성민의 몸이 움찔, 떨렸다.

[정말 실행하시겠습니까? [Y/N]]

그러나, 휴대폰 액정에 뜬 경고창 메시지.

엘레나는 피식 웃고는 N버튼을 누르며 말했다.

“물론 이렇게 안전장치는 있어요. 저기서 Y를 누르면 진짜 실행되는 거죠.”

“.....”

말없이 고개를 끄덕이는 정성민.

엘레나는 좀 전에 정성민이 보였던 반응을 생각하며 눈웃음을 지었다.

움찔 떨린 그의 반응으로 이하영의 가치를 확인할 수 있었다.

“자-. 이제 원하는 대로 날 범해요. 당신은 약속을 지켰으니.”

엘레나는 그렇게 말하며 외투를 벗었다.

새하얀 그녀의 어깨라인이 정성민의 눈에 들어왔다.

“저기, 불 좀 꺼줄래요? 그래도 내 소중한 처음인데, 이런 분위기에선 싫어요.”

엘레나는 무릎 꿇고 있는 이하영에게 불을 꺼줄 것은 부탁했다.

이하영은 묵묵히 그녀의 말을 번역해주었고, 정성민은 그렇게 하라고 지시했다.

-딸칵.

그렇게 불을 끄고 온 이하영.

이후 그녀는 정성민의 지시를 따라 은은한 스탠드 등을 켠 뒤, 초 4개에 불을 붙여 분위기를 내주었다. 그렇게 일을 마치고 무릎 꿇고 대기하자, 엘레나가 다시 그녀에게 말했다.

“거기서 계속 통역 좀 해줘요. 잘 해줄 수 있죠?”

“.....”

이하영은 엘레나의 말을 번역하여 정성민에게 알려주었다.

이는 그에게 간접적으로 물어보는 것이었다.

정말 내가 저 여자의 말을 계속 번역해야 하는지.

“그렇게 해.”

이에 정성민은, 엘레나의 손을 들어주었다.

그리곤 뒤에 한마디를 덧붙였다.

“커튼 치고 거기 있어.”

커튼. 안지연이 이하영을 배려하여 침대를 가릴 수 있도록 설치한 장막.

이 커튼 덕분에 이하영은 정성민의 수발을 드는 와중에도 안지연과의 섹스를 보지 않아도 됐었다.

-드르륵...

그런데 그것이, 이렇게 쓰일 줄은 몰랐다.

안지연처럼 주인님에게 인정받은 ‘여자’도 아니고, 대놓고 자신을 견제하는 러시아년을 보지 않기 위해 쓰게 되다니.

-스르륵...

거기다, 이렇게 커튼을 친다고 하여 아예 보이지 않는 것도 아니었다.

급조하여 만든 이 커튼은 얇은 천으로 만들어진 탓에, 은은한 조명을 받은 두 사람의 몸이 적나라하게 드러날 수밖에 없었다. 오히려 커튼 너머 넘실거리는 두 사람의 그림자가 야릇한 상상력을 자극하여 심적으로 더욱 괴롭게 만드는 역할을 하고 있었다.

“Я давно ждал такого человека, как ты....”

“당신 같은 남자를 오랫동안 기다려왔어요...”

또한, 이 개 같은 상황을 실시간으로 중계하는 것도 괴로웠다.

듣기만 해도 화가 치밀어오르는 그녀의 말을 직접 번역해서 전달해야 한다니.

“Пожалуйста, наслаждайтесь моим первым разом сколько душе угодно.

“제 처음을 맘껏 즐겨주세요.”

이윽고, 그런 그녀의 말과 함께 스르륵 옷이 풀리는 소리.

나체가 된 두 사람의 그림자.

입술이 포개지며, 그림자와 그림자가 겹치는 광경.

이하영은 조용히 눈을 감았다.

주인님과 저 러시아년이 몸을 섞는 광경을 보고 싶지 않았다.

허나 귀까지 막아버릴 순 없었다.

통역을 위해선 귀를 항상 열어둬야 하기에, 러시아년의 역겨운 교성을 강제로 들을 수밖에 없었다.

“후으음...하아....으으음...♥”

이반 엘레나.

같은 여자가 봐도 매력적인 그녀.

주인님은 정녕 저 여자에게 빠진 것일까.

이제 내 마음 같은 건 신경도 쓰지 않는 것일까.

이렇게 찬밥 신세가 된 것이 너무나 비참하다.

다만 난 죄인이기에, 이 고통을 묵묵히 견뎌내야 한다는 게 너무 괴롭다.

난 이제 여자로서의 가치도 없는 것일까.....

“.....”

생각이 많아지는 밤.

이하영은 두 사람의 교성 소리를 들으며 조용히 눈물을 흘렸다.

중간중간 사랑을 속삭이는 엘레나의 말을 번역해주며, 영혼이 깎이는 고통을 감내했다. 그렇게 지옥 같은 밤은 깊어갔다.

***

씨발년.

이반 엘레나에 대한 내 인상은, 씨발년이다.

이 씨발년은 타인의 약점을 쥐는 법을 너무나 잘 알고 있었고, 그걸 이용해 자신이 원하는 것을 취하는데 능한 년이었다.

“하으응....으응...♥”

그리고 지금의 경우, 이 씨발년은 나라는 사람 자체를 원하고 있었다.

내 몸과, 내 미래와, 내 마음까지. 그야말로 나의 모든 것을 원하고 있었다.

“흐으응....으응...♥”

하여 난 이년이 쳐놓은 덫에 걸린 상태다.

주인님을 이기려면 이번 전쟁에서 이겨야 했고, 전쟁에서 이기려면 이년의 요구사항을 들어줄 수밖에 없었다.

“하아...하아...줭쉉민...♥”

..... 그리하여, 지금은 그녀의 기분을 맞춰주는 수밖에 없다.

최대한 그녀의 요구사항을 들어주는 척하며, 관계를 역전할 기회를 엿봐야 한다.

-문질... 문질...

“하으읏!!♥”

다만, 이년이 간과한 것이 있다.

지금 내 자지에 묻은 피처럼, 그녀는 섹스가 처음이라는 점이다.

아직 그녀는 섹스의 진정한 쾌락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였고, 개발된 부위가 하나도 없는 백지상태였다.

-프슛! 프슛! 프슛! 프슛! 프슛!

때문에 이렇게 반만 삽입한 것만으로도 몸을 가누지 못하는 그녀였다.

아주 기초적인 스킬 몇 개만 써도 이렇게 헤롱헤롱대며 기쁨의 교성을 터트려대는 그녀였다.

“В конце концов... он лучший... мужчина... секс, которого я хочу... вот он...!!”

“역시 최고의 남자예요. 내가 원하는 섹스가 이런 거였어요.”

커튼 밖에서 들리는 이하영의 무미건조한 목소리.

조금 딱한 마음이 들긴 하나, 지금은 엘레나에게 집중해야 할 때다.

그녀의 마음을 완전히 내 것으로 만들어 방심을 유도할 필요가 있다.

하여 난 마치 연인이 그러하듯 엘레나를 끌어안고 진득한 키스를 한 뒤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어주었다. 20살의 아름다운 그녀는 모든 걸 잊게 할 정도로 남자를 홀리게 하는 마력이 있었다.

“줭쉉민....♥”

다만, 입만 닥쳐준다면.

다시 정신을 차린 난 기본적인 섹스 스킬을 사용하여 그녀에게 쾌락을 집어 넣어주었다. 쾌락도 단계가 있기 때문에, 한 번에 너무 많은 쾌락을 주입하면 거부감을 느낄 수 있다. 이렇게 천천히 몸을 개발하여 내게 빠지도록 만드는 것이 옳다.

“ха... ха... Все, о чем я мечтал...♥”

“내가 꿈꾸던 모든 것이에요.”

그리하여 엘레나는 내게 흠뻑 빠진 상태였다.

날 보는 눈빛이나, 표정이나, 질의 조임으로 쉽게 알 수 있었다.

지금 당장은 날 사랑한다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내게 빠진 그녀였다.

-쑤욱!

“흐아아앗!!♥”

조교는 순조롭다.

이렇게 천천히 쾌락으로 길들인 뒤, 언제 한번 날을 잡아 정신을 망가뜨리면 된다. 내가 가진 모든 조교 스킬을 총동원하여, 내게 굴복하도록 만들 것이다. 그러기 위해선 그녀와 자주 몸을 섞고, 그녀의 심리적 약점에 대해 파악할 필요가 있다.

-프샤아아아앗.....

준비운동에 불과한 섹스를 했는데도 절정에 이른 그녀.

이제 남은 것은 사랑을 속삭이며 그녀의 마음을 사로잡는 것이다.

“최고다. 넌 내가 품은 여인 중, 가히 최고라 할 만한 여인이다.”

엘레나를 쓰다듬으며 건넨 달콤한 말.

이 말에 거짓은 없다.

그녀는 분명 최고 중에 하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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