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69화 (169/303)

그리고 가까이 있는 적의 목에 나이프를 찔러넣었다.

컥! 하는 비명과 함께 녀석이 쓰러졌다.

-탓! 탓! 탓!

죄책감은 없다.

위대한 주인님을 위해서라면 방해물은 제거할 뿐.

안지연은 다음 타겟으로 돌진했다.

그리고 아까와 같은 방법으로 목을 찔렀다.

“크헉!”

이제 남은 병력은 넷.

그중 한 명이 이상한 낌새를 눈치채고 휴대폰을 꺼내 플래시를 켰다.

한 줄기 빛이 자신을 향하자 안지연은 신속히 몸을 움직여 빛의 반대로 이동했다.

-푹!

그렇게 사각으로 이동한 안지연은 한 놈을 더 제거했다.

그때, 근처에 있던 놈이 안지연의 인기척을 눈치채고 소리쳤다.

“Это нарушитель!(침입자다!)”

안지연의 존재를 알리며 동료에게 경고하는 그.

플래쉬가 안지연이 있는 곳으로 향했다.

곧이어 탕! 탕! 권총 소리가 울려 퍼진다.

‘젠장.’

안지연은 지형물에 몸을 숨기며 소음권총을 꺼내 들었다.

웬만하면 나이프로 조용히 처리하고 싶었지만, 상황이 여의치 않았다.

-퓻 퓻.

하여 안지연은 적을 정조준한 다음 방아쇠를 두 번 당겼다.

총알은 각각 이마와 가슴에 명중, 즉사였다.

“후우...”

이제 남은 적은 플래쉬를 들고 있는 덩치 하나.

놈이 애먼 곳에 플래쉬를 비추고 있을 때, 다시 권총을 들어 놈을 정조준했다.

-퓻 퓻.

그리고, 놈을 향해 정조준한 두 발을 쏜다.

“크아아아악!!”

허나 놈이 움직이는 바람에 한 발은 어깨에 맞고 한 발은 빗나갔다.

아직 안지연의 사격 실력은 완벽하지 않았다.

-탕! 탕! 탕! 탕! 탕! 탕!

상처 입은 녀석은 총을 마구 난사하기 시작했다.

안지연은 엄폐물에 몸을 숨긴 다음, 녀석의 총알이 떨어질 때까지 기다렸다.

-딸칵. 딸칵. 딸칵. 딸칵.

이윽고 총알이 모두 떨어진 녀석.

안지연은 다시 일어나 녀석의 심장을 겨냥하고 방아쇠를 당겼다.

-퓻.

“커흑!”

결과는 적중.

가슴에 난 구멍을 보며, 뒷걸음질 치다 쓰러지는 녀석.

안지연은 다시 나이프를 뽑아 든 뒤 녀석에게 돌진했다.

비명을 지르지 못하도록, 목을 찔러 확실한 마무리를 했다.

“끄으으으윽....”

피거품을 물며 숨통이 끊어지는 녀석.

안지연은 녀석의 손에 들린 휴대폰 전원을 껐다.

다시 이곳은 완전한 어둠이 되었다.

‘일단 퇴로는 확보. 서둘러 움직여야 해.’

허나 이것은 단지 시작에 불과하다.

전해 듣기로 드미트리의 잔여 병력은 스물 이상.

최소 열여섯 남았다는 말이다.

-탓! 탓! 탓! 탓!

게다가 시간 또한 넉넉지 않다.

지금 이렇게 이곳에서 암약할 수 있는 것도 이하영의 본대가 시간을 벌어주고 있기 때문.

본대가 빠질 때쯤엔 이곳에 다시 병력이 몰려올 것이다.

그 전에 드미트리를 제거하고 빠져나와야 한다.

-탓! 탓! 탓! 탓! 탓! 탓!

하여 안지연은 드미트리가 있는 집무실로 빠르게 이동했다.

그의 집무실로 향하는 길은 수없이 내부설계도를 보며 숙지했기 때문에 쉽게 찾아갈 수 있었다.

“!!”

허나 집무실 입구에 도착하자, 안지연은 굳을 수밖에 없었다.

집무실 입구엔 이미 비상용 조명등과 함께 8명이나 되는 경호 인원이 대기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젠장.’

전원 무장한 경호 인원을 뚫고 가기는 쉽지 않은 상황.

조명등만 없었다면 어떻게 해볼 만할 텐데.

방법이 없을까.

‘..... 이쪽으로 유인해야 해.’

결국 고민 끝에 내린 결론은 유인 작전.

조명등이 문제라면, 조명등이 없는 곳으로 유인하면 된다.

-탕! 탕!

하여 안지연은 소음기를 뺀 다음 권총 두 발을 쐈다.

그러자 경호원 사이에 잠시 소란이 일더니, 리더의 명령에 따라 두 놈이 따로 나와 이쪽으로 정찰 오기 시작했다.

“후우...”

안지연은 엄폐물에 숨어 심호흡을 했다.

녀석들이 손전등을 들고 이곳에 오기 때문에, 몸을 숨길 필요가 있었다.

-뚜벅...뚜벅...뚜벅...

점점 커지는 놈들의 발걸음 소리.

안지연은 놈들이 사정거리에 들어올 때까지 숨죽여 기다렸다.

놈들을 한 번에 처리할 수 있는 기회를 노렸다.

“Ты был рядом?”

“ничего нет.”

그리고 마침내, 그 기회가 왔다.

놈들이 방심하여 대화를 나누고 있는 바로 이때.

-퓻. 퓻. 퓻. 퓻.

재빨리 엄폐물에서 몸을 일으켜, 놈들을 조준해 총을 쏘았다.

“커흐윽....”

“.....”

그리고 그 결과 한 놈은 정수리를 맞아 즉사.

나머지 한 놈은 어깨와 가슴을 맞아 신음을 흘리는 중.

-퓻.

하여 안지연은 아직 살아있는 놈에게 한발을 더 쏴 확실히 마무리했다.

순식간에 정찰 인원 둘이 제거된 것이다.

이제 남은 인원은 여섯.

“.....”

안지연은 놈들이 정찰 인원을 더 보내주길 바라며 기다렸다.

실제로 정찰 인원이 돌아오지 않자, 경호원들 사이에선 소란이 일어나고 있었다.

“Защита босса на первом месте!”

허나 리더급 인물이 ‘보스를 지키는 게 우선이다’라고 말하자, 소란은 일축되었다.

안지연은 아랫입술을 즈려 물며 호흡을 골랐다.

‘전면전으로 가야 해. 이젠 진짜 시간이 없어.’

결국 안지연은 전면전을 택하기로 한다.

1:6의 압도적으로 불리한 전투를 치러야 하지만, 안지연에겐 여러 소품과 방탄복이 있었다.

몸을 숨길만 한 엄폐물도 곳곳에 있었다.

-탓! 탓! 탓! 탓!

안지연은 결심을 행동에 옮겼다.

기민하게 놈들에게 뛰어가며 리더급 경호원에게 총을 세 발 쐈다.

-퓻. 퓻. 퓻.

“크헉!”

뛰어가며 쏘느라 타점이 흔들렸지만, 다행히 가슴과 왼쪽 허벅지에 명중했다.

놈은 전투 불능 상태가 되었다.

-투다다다다다!!

허나 적은 곧바로 대응 사격했다.

조명에 노출된 안지연에게 수십 발의 총알이 날아든 것이다.

안지연은 몸을 던져 근처의 엄폐물에 몸을 숨겼다.

-투다다다다!!!

대리석에 박히는 수십 개의 총알들.

안지연은 블루투스로 연결된 소형 카메라를 엄폐물 밖으로 스윽- 내민 다음, 휴대폰을 들었다.

그러자 카메라가 비추는 전방의 상황이 휴대폰 액정 안에 보였다.

‘포위해 오고 있군. 가까이 오는 놈부터 처리해야 돼.’

엄폐물에 몸을 등지고 있지만, 카메라를 통해 놈들의 움직임을 전부 확인한 안지연.

안지연은 적당한 타이밍을 노려 재빨리 몸을 일으킨 다음 측면으로 포위하러 오는 인원을 쐈다.

“크아아아악!!!”

결과는 한 놈은 즉사, 한 놈은 허벅지를 관통.

또다시 총알이 날아와 재빨리 몸을 숨겼다.

‘.....이제 실질적으로 전투가 가능한 인원은 셋. 거의 다 왔어.’

정찰병 둘, 리더 하나, 측면 경호원 둘을 처치하여 셋만 남은 상황.

폰을 들여다보니 남은 셋은 공포에 질려 동요하고 있었다.

승기는 기울었다.

-파앗!

허나 고지가 눈앞이라 생각한 그 순간.

돌연 도박장 내부에 불이 들어오며, 사방이 환하게 밝아졌다.

동시에 입구 쪽에서 드미트리의 전투원 다섯이 들이닥쳤다.

-탕! 탕! 탕! 탕! 탕!

그들은 안지연을 보자마자 총을 쏴댔다.

안지연은 재빨리 이동하며 대응 사격을 했지만, 적중하는 탄환은 없었다.

대신ㅡ.

“크헉!”

놈들이 쏜 총알 중 한 발이, 안지연의 심장에 적중했다.

그녀는 그대로 쓰러져버렸다.

***

-------20OO년 O월 OO일 금요일----------

이희연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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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눈밭에 쓰러져 오열하고 있던 이하영은 의문의 메시지를 받는다.

그것도 하필 꼴사납게 펑펑 울고 있는 지금 이 순간 ‘라이벌’로부터 의미심장한 메시지를 받는다.

“.....”

그녀가 보낸 메시지는 고작 ‘ㅋ’ 하나.

허나 그것이 의미하는 바는 ‘고작’ 따위가 아니었다.

하필 이 타이밍에 이런 조롱의 의미가 담긴 메시지가 왔다는 건, 지금 내 상황을 알고 있다는 말인데.....

-우우웅~

그때, 곧바로 도착하는 다음 메시지.

메시지의 내용은 오열하는 자신의 모습이 찍힌 사진.

이하영은 메시지를 확인하자마자 폰을 내려놓고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허나 주변엔 아무도 보이지 않았다.

-우우우웅~

그 사이, 폰에서 진동하는 휴대폰.

이번에는 이희연으로부터 걸려온 전화.

이하영은 통화버튼을 누른 뒤 분노 어린 음성으로 말했다.

“무슨 짓이야? 날 감시하고 있었어?”

“후후후후...♥ 아무렴 주인님께서 위험한 러시아로 가셨는데, 눈 하나 정도는 붙여둬야지.”

“..... 통역사구나.”

“글쎄~?”

“...새로 구해야 할 거야. 여기는 위험해서, 언제 어디서 비명횡사할지 모르거든.”

“어머, 무서워라. 네가 잘 챙겨줘~”

“..... 싸우자는 거야?”

“푸흡. 내가 왜? 이제 너와 난, 급이 다른데.”

“..... 이희연. 나대지 마. 내가 여기서 이러고 있다고, 네가ㅡ.”

“나, 주인님의 여자가 됐어.”

멈칫.

그대로 굳는 이하영.

지금 얘가 뭐라는 거야.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를ㅡ.

“주인님의 아이를 약속받았어. 모든 게 끝나면, 난 주인님의 아내가 될 거야.”

“.....”

덜덜 떨리는 손.

진위여부를 확인할 필요도 없이, 목소리에서 묻어 나온 자신감. 우월감. 특유의 여유.

“내 승리야.”

확인 사살하듯 승리를 선언하는 그녀.

그대로 허물어지는 마음.

이제는 완전히 입장이 역전된 자신의 처지.

“.................”

더 이상은 밑바닥은 없을 줄 알았는데.

이제는 이희연까지 주인님의 여자가 되었다니.

그의 사랑을 받는 축복받은 존재가 되었다니.

그런데 난........

“흐흡....흐으으....흐으으으으....”

이하영은 몸을 덜덜 떨며 자신의 입을 틀어막았다.

수화기 너머로 자신의 비참한 울음이 들리지 않도록, 숨죽이며 오열했다.

허나 이희연은 끝까지 잔인했다.

“소감이 어때.”

소감이 어떠냐 묻는 그녀.

비참했다. 세상이 무너지는 기분이었다.

오로지 자신만의 것이었던 그가, 이제 다른 이의 남자가 되었다.

“으윽...흐....흐으으....”

허나 괜찮은 척해야 한다.

이희연에게 이 비참한 마음을 들키고 싶지 않다.

축하한다고. 나도 곧 그의 여자가 될 수 있다고. 그렇게 말해야 한다.

“후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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