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65화 (165/303)

새하얀 바닥 위, 선연하게 퍼진 새빨간 피.

그럼에도 부족했다.

이 근방을 피로 적실 때까지 자신을 학대하고 싶었다.

이하영이라는 존재 그 자체가 혐오스러웠다.

“.....”

허나 이 몸은 주인님의 소유였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자신의 주인, 정성민의 소유였다.

그러니 이것을 더 훼손하게 두어선 안 된다.

개인적인 감정에 휘둘려 그의 대의에 방해가 되어선 안 된다.

-꽈악....

결국 이하영은 주먹을 꽉 쥐며 자기파괴의 욕구를 참았다.

그리곤 자신의 얼굴을 손톱으로 미친 듯이 긁는 상상을 하기 시작했다.

박박박박-, 생살이 긁혀 피가 터지고 상처가 갈라지고 모든 살이 갈려 나가는 처참한 자신의 모습만을 상상할 뿐이었다.

-우우웅~

그때였다.

돌연 주머니에 넣어둔 폰이 진동하며, 이하영의 망상이 흩어졌다.

이하영은 퀭한 눈으로 폰을 꺼내 들여다봤다.

이희연이 보낸 메시지였다.

-------20OO년 O월 OO일 금요일----------

이희연

[ㅋ]

---------------------------------------

***

나는 안지연이 있는 곳으로 이동하며 생각했다.

오늘 이하영이 벌인 작전에 대해서.

솔직히 말해, 그녀가 세운 작전은 훌륭했다.

이 작전만큼 가장 효율적인 것도, 또 속전속결로 끝낼 수 있는 것은 없었다.

그야말로 성공하기만 하면 최소의 인원을 희생하여 최대 전력을 얻을 수 있는 상황.

만약 나였더라도 이 작전을 감행했을 것이다.

다만 문제가 있다면, 내 허락을 받지 않고 작전을 진행했단 점이다.

내가 허락하지 않을 것을 고려해, 감히 내 허락도 없이 작전을 감행한 것이다.

‘주제넘었어.’

난 그 사실에 분노했다.

감히 내 노예 주제에, 내 허락도 없이 멋대로 일을 벌이다니.

만약 이희연이라면 이러지 않았을 것이다.

절대적으로 날 맹신하는 그녀는, 무슨 일을 계획하든 내 판단을 기다렸을 것이다.

‘여자친구로 있고 싶은 건가’

내 허락도 없이 독단적으로 판단을 내린 이하영.

아마 그 이유는, 날 아직 주인으로 인정하기 싫기 때문일 것이다.

여전히 내 연인으로 남고픈 그녀의 마음이, 이런 만용을 저지르게 만든 것이다.

“당분간 버르장머리 좀 고쳐야겠군.”

역시 이하영은 결정적인 순간에 멍청하다.

차라리 이희연처럼 납작 엎드려 내게 모든 것을 헌신하는 쪽이 나을 텐데, 그녀는 기어코 여자친구 행세를 하며 ‘날 위한다는 명분’으로 독단적인 판단을 내려버렸다.

내 노예라면 그래서는 안 되지.

-파앗!

그렇게 생각을 이어가던 중, 어느새 도착한 잠입통로.

환풍기가 뜯겨나간 걸 보니, 벌써 안지연이 잠입을 시작한 모양이다.

아마 지금쯤 환풍구 통로를 지나고 있겠지.

-지이익!

하여 나 또한 잠입 준비를 했다.

가져온 배낭에서 잠입용 복장을 꺼내 입은 다음 필요한 도구를 챙겼다.

그리고 환풍구 안으로 진입해 소리죽여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렇게 10분쯤 지났을 때였다.

“Это нападение! Выходи быстро!”

돌연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며 분주하게 움직이기 시작하는 드미트리 수하들.

아무래도 ‘작전’이 시작된 모양이다.

‘서둘러야겠군.’

작전이 시작됐다는 것은 곧 안지연의 기습도 시작됐다는 뜻.

빨리 작전 장소로 이동해 그녀를 지원해야 한다.

특히 이번 작전 같은 경우, 무슨 일이 벌어질지 장담할 수 없으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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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뜩, 눈이 뜨였다.

남도현은 주위를 둘러봤다.

여전히 이곳은 그랜드 라인 호텔 601호.

자신은 어떤 의자에 묶여있었다.

“읏! 흐으읏!”

결박은 견고했다.

아무리 발버둥 쳐도 움직여지지 않았다.

신체의 자유가 허락된 곳은 목 윗부분까지만.

그 외엔 전부 밧줄에 포박되어 움직일 수 없었다.

‘이게 대체...’

마지막 기억을 짚어보자.

마지막 기억은 분명, 어머님에게 질내사정을 하며... 성아에게 꼴불견인 모습을 보인 것...

그것이 마지막이었다.

그러고 나서 갑자기 의식을 잃었는데, 깨어나니 여기 이렇게...

“어머님...”

자신에게 이런 짓을 할 사람.

누군지는 명확하다.

미쳐버린 어머님이 아니면, 이런 짓을 할 사람은 없었다.

어머님은 진정 미친 게 분명하다.

‘하지만 거부할 수 없어.’

허나 그녀는 고혹적이다.

아름답고, 매혹적이며, 중독적이다.

도저히 거부할 수가 없다.

항상 가슴을 들끓게 만드는 무엇이 있다.

‘성아.....’

다만 걱정되는 것은 하나.

성아가 내 그런 꼴을 봤을 텐데... 어떻게 반응할까.

어머님은 그 사태를 어떻게 수습했을까.

성아에게... 뭐라고 해야 할까.

이제 난 앞으로 어떻게 해야...

-또각...또각...

그때, 복도에 울리는 구두 굽 소리.

이곳을 향해 다가오는 규칙적인 보폭.

-꿀꺽.

누굴까.

성아? 아니면 어머님?

만약 성아라면 어떻게 해야 하지?

지금 내 꼴은...

“!!”

시선을 아래에 두자마자 화들짝 놀란 남도현.

여전히 나체에 망사스타킹을 신은 모습.

곧이어 항문에서 느껴지는 묵직한 무엇.

분명 어머님께서 끼워 넣은 강아지 꼬리 애널 비즈.

“으으으...”

제정신으로 돌아오니 끔찍하다.

이딴 모습을 가장 사랑했던 사람에게 보여야 하는 것이 죽기보다 괴롭다.

왜 이딴 행위에 흥분을 느꼈던 걸까.

-띠리리리

그러나, 마음의 준비를 할 틈도 없이 열리는 현관문.

곧장 다가오는 발소리.

그리고ㅡ.

“오빠.”

마침내 마주하게 된, 사랑하는 연인.

싸늘하게 식은 눈으로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성아의 눈.

“.....”

말 그대로 머리가 새하얘졌다.

어떤 말을 해야 할지 전혀 떠오르지 않았다.

그저 실어증 환자처럼 어버버 입을 뗐다 닫았다를 반복할 뿐, 어떠한 변명의 말도, 어떠한 사죄의 말도 떠오르지 않았다.

“괜찮아.”

허나 전혀 예상치 못했던 그녀의 반응.

괜찮다니, 그게 대체 무슨.

혹시 잘못 들은 것이 아닐까.

아직 약에 취해서, 내가ㅡ.

“정말 괜찮아.”

허나 헛말이 아니란 걸 확인시켜주듯, 같은 말을 반복하는 그녀.

그녀가 내게 다가왔다.

그리고 일정 거리 앞에 멈춰선 다음, 한참을 침묵했다.

그러던 그녀가 마침내 입을 열었다.

“힘들었어. 정말 힘들었어.”

목소리에 가득 베인 물기.

잔뜩 울먹이는 표정을 지으며, 그다음 말을 잇는 그녀.

“오빠한테 너무 미안해서. 너무 큰 죄를 저질러서. 항상 괴로웠어.”

허나 여전히 영문 모를 그녀의 말.

성아는 도대체 무얼 말하고 싶은 걸까.

죄를 저지르다니?

“약이 없으면 버틸 수 없었어. 정말.... 죽고 싶을 만큼 괴로웠어.”

그녀의 뺨을 타고 흐르는 눈물.

오열이 터지려는 것을 간신히 참는 듯, 입을 꾹 다문 채 흐느끼는 그녀.

죄를 지은 건 나인데, 성아가 왜 저런 반응을 보일까.

도대체... 그녀에게 무슨 일이....

“하지만 이제 괜찮아.”

허나 일순간 인격이 바뀐 듯, 돌연 슬픔을 싹 거둬들이는 그녀.

이윽고 싱긋 웃기까지 하며, 내 앞에 무릎 꿇고 앉아 자지를 빤히 보는 그녀.

“이제 정말 괜찮아. 주인님께서 날 바꿔주셨으니까♥”

“...주인님.....?”

“응. 주인님♥”

성아는 그렇게 말하며 손에 들린 리모콘 전원 버튼을 꾹 눌렀다.

그러자 전방의 화면에 팟-하고 불이 들어오더니, 웬 영상 하나가 재생되기 시작했다.

“.....어?”

영상의 시작은 도게자를 하고 있는 성아의 모습.

오도도 털이 자란 항문과 보지가 훤히 드러난, 그녀의 엎드린 뒤태.

[이제부터 저 정상아는 주인님만을 모실 것을 맹세합니다...♥ 저는 주인님의 노예, 암퇘지, 정액변기에요옷...♥]

그리고 그런 그녀가 내뱉는 말은, 가히 충격적이다.

어떤 거근의 남자를 앞에 두고 항문과 보지를 움찔거리며 복종 선언을 한다.

[흐음. 나쁘지 않군]

그리고 거근의 남자는 흡족한 얼굴로 성아를 내리 본다.

그녀에게 다가가 그녀의 엉덩이에 담뱃불을 지진다.

[힛..♥ 흐욱♥]

프샤아아앗- 조수를 뿜으며 침을 질질 흘리는 그녀.

이윽고 남자의 발이 가차 없이 그녀의 머리를 짓밟는다.

꾸우욱- 짓밟은 발에 힘을 주어 그녀를 짓누른다.

허나 성아는 애액을 질질 쌀 뿐, 어떤 반항도 없다.

오히려 기괴한 미소를 지으며 숨을 헐떡일 뿐이다.

[이 정도면 통과라고 해야겠군. 이제 넌 내 노예다.]

[하욱....♥ 네, 네헤...♥]

이윽고 거근의 남자는 성아를 노예라고 선언하며 입꼬리를 올린다.

성아는 항문을 뻐금거리며 긍정의 답을 한다.

그렇게 영상은 끝이 난다.

“후후. 어때?”

그리고 성아는, 내 자지 맡에서 요염한 표정을 지은 채 소감을 묻는다.

그리고 나는... 뭐라 해야 할까.

그냥 모든 게 혼란스러웠다.

너무 말도 안 되는 내용의 영상을 봐버려서, 어떤 판단도 내릴 수 없었다.

“꼴리긴 꼴렸구나♥”

다만, 내 안의 무엇이 망가졌는지, 나는 발기하고 있다.

성아의 말도 안 되는 모습을 보며 잔뜩 자지를 세우고 있다.

-쪼옥♥ 쪼옥♥

그리고 성아는 내 귀두에 키스를 두 번 했다.

이어서 자지 기둥에 한 번에, 부랄에 한 번, 양 사타구니에 한 번씩 키스를 해주었다.

그녀의 입술 촉감에 쿠퍼액이 꾸물꾸물 새어 나온다.

“날 배신해줘서 고마워♥ 이제 미련 없이 오빠를 놓을 수 있어♥”

“그, 그게 무슨...”

“헤어지자. 각자 무엇이 더 행복한지, 서로 잘 알고 있잖아?”

헤어지자는 그녀의 말.

각오는 했지만, 이런 식으로 헤어지게 될 줄은 몰랐다.

거기다 각자의 행복이라니.

모르겠다.

저 거근의 남자에게 학대당하는 것이 성아의 행복인 것일까.

도대체 왜. 왜 성아가 저런 남자에게.....

“후후. 혼란스러워 보이네♥”

그때, 내 귓속을 파고드는 어머님의 목소리.

난 고개를 돌려 목소리가 들려오는 방향을 보았다.

그곳엔 가터벨트에 망사스타킹. 그리고 유두가 드러난 브라를 찬 채 이곳으로 다가오는 어머님이 있었다.

“어, 어머님....”

“후후♥”

매혹적인 미소로 나를 훑어보는 그녀.

그녀가 싱긋 웃으며 말했다.

“복잡하게 생각할 거 없어. 성아는 ‘주인님’에게 지배당하는 것이, 너는 내게 지배당하는 것이 더 행복한 거 뿐이야♥”

-치이이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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