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64화 (164/303)

“흐오오오옥!!!!♥”

이에 남도현은 아름다운 추억에 종말을 고하듯 신음을 터트렸다.

마치 비명소리 같은 신음이 호텔 방에 울려 퍼졌다.

-뷰룻! 뷰룻! 뷰룻! 뷰룻! 뷰룻! 뷰룻! 뷰룻! 뷰룻!

남도현은 사정하기 시작했다.

대량으로 울컥울컥 싸대는 그의 정액엔 아름다웠던 추억과 사랑이 녹아있었다.

쾌락에 패배한 그는 아름다웠던 기억들을 가장 추악한 형태로 배설하고야 말았다.

“흐옷...! 흐오오옷...!♥”

허나 사랑을 버린 대가는 어마어마했다.

그야말로 뇌가 타버리는 듯한 쾌락이었다.

자신이 쌓아온 모든 것이 허물어지는데, 그것이 너무 꼴렸다.

미친 듯이 꼴렸다.

“넌 이제 내 거야...♥”

어머님은 사정을 마치고 쓰러진 자신의 귀에 야릇한 말을 속삭여댔다.

동시에 어떤 액체가 주우욱- 주입되는 감각이 느껴졌다.

점차 의식이 멀어져간다.

‘어머님....♥’

남도현은 흐려지는 의식 속에서 이신아를 떠올렸다.

그리고 ‘넌 이제 내 거’라고 선언한 그녀의 말을 곱씹었다.

그녀가 나를 원하고 있었다.

‘다, 다 드리겠습니다...♥ 어머님과 함께 할 수 있다면....’

약물과 조교로 개조된 뒤틀린 사랑.

허나 뒤틀렸을지언정, 남도현의 모든 마음은 이신아를 향하게 되었다.

그는 자신의 자지를 포근히 감싸고 있는 그녀의 질을 느끼며 서서히 눈을 감았다.

요도에서 쿠퍼액이 질질 새어 나가는 감각과 함께 의식이 암전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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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북이 눈이 쌓인 러시아의 한 도시.

그리고 그 도시의 외곽, ‘세르게이’의 마약 공장 안에 전투원들이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곧 있으면 ‘양동 작전’의 개시가 코앞이기 때문이다.

“.....”

허나 이런 분주함 속에, 이하영은 그대로 굳어있었다.

마치 태풍의 눈처럼, 그녀와 정성민만이 조용히 대치하고 있었다.

이윽고 정성민이 싸늘한 목소리로 말했다.

“말해. 내 여자 어디 있는지”

내 여자. 그러니까 안지연의 행방을 묻고 있는 정성민.

이하영은 ‘내 여자’라는 말이 자신이 아닌 다른 누군가를 지칭한다는 것에 아픔을 느낀다.

가슴이 둘로 쪼개지는 것만 같은 고통이 따른다.

“잠입 요원으로... 대기 중이야.”

허나 공과 사는 구분해야 한다.

이하영은 감정을 숨긴 채 무덤덤한 어조로 사실을 고했다.

그러자 인피면구를 뒤집어쓴 정성민의 표정이 와락 구겨졌다.

“왜 보고 안 했어?”

“... 거절할 게 뻔했으니까.”

거절할 게 뻔하다.

정성민은 잠시 그 말을 곱씹다, 이내 살벌한 표정으로 말했다.

“위험한 일이군?”

“...맞아.”

-파앗!

순식간에 뻗은 손아귀.

정성민이 이하영의 멱살을 쥔 채 짓씹듯 말했다.

“주제넘었어. 그 애의 목숨은 내가 결정해.”

“... 지연이도 동의했어. 네 숙원을 이루려면 어쩔 수 없었어...”

“그 방식도 내가 정해.”

“하, 하지만ㅡ.”

“이하영.”

무겁게 가라앉은 목소리.

이하영의 심장이 덜컥 내려앉는다.

동시에 정성민이 분노어린 음성을 내뱉는다.

“착각하나 본데, 넌 내 노예야. 난 주인이고. 넌 노예.”

꿀꺽, 침을 삼키는 이하영.

이어서 정성민이 말했다.

“어설프게 여자친구 행세하지 마. 넌 더 이상 뭣도 아니니까. 알겠어?”

노여운 음성이 벤 그의 말.

그 말 하나하나가 이하영의 가슴을 찢는다.

더 이상 뭣도 아니라는 그의 말이 머릿속을 맴돈다.

“대답 안 해?”

덜덜덜 어깨가 떨린다.

가슴이 조여오고 숨이 막힌다.

그 와중에 간신히 이하영은, 버릇처럼 익숙한 연인의 언어로 답했다.

“응... 알았어.”

그녀가 내뱉은 연인의 언어.

주인님보다 남자친구이길 바라며 내뱉은, 편의의 말.

“응? 알았어?”

허나 그는 이제 그것조차 허용하지 않았다.

혼자서 미약하게나마 잡고 있던 연인의 끈이 완전히 끊어진 듯하다.

“아... 알겠...습니다... 주인...님.”

한 음절, 한 음절 내뱉을 때마다 심장에 멍이 든다.

누군가는 그의 여자가 되고, 나는 뭣도 아닌 것이 된 것에 가슴이 미어진다.

이 세상에서 내가 설 곳을 잃어버린 기분이다.

“그럼 말해. 안지연 어딨는지.”

“...예....”

이하영은 공허한 눈동자로 지도를 짚었다.

마음이 찢어지는 와중에도 작전의 개요와 안지연의 역할을 설명한다.

이윽고 그녀의 설명을 이해한 정성민이 말했다.

“그럼 이미 내부에 잠입했겠군.”

“...네.”

“나도 같이 잠입한다. 혼자선 위험해.”

“.....”

마음 같아선 말리고 싶었다.

정성민이 몰라보게 강해진 건 알고 있지만, 그가 위험해지는 건 원치 않았다.

“이 씨발년이, 눈빛이 마음에 안 들어.”

그때, 이런 자신의 마음을 눈치챈 듯 욕설을 짓씹는 정성민.

그가 얼굴을 가까이 들이대며 말했다.

“판단하려 들지 마라. 판단은 내가 하고, 넌 따르기만 하면 돼.”

“.....”

“다시 한번 말하지. 넌 여자친구도 뭣도 아니야. 그냥 내 노예일 뿐이지.”

“...네”

순식간에 말라붙은 이하영의 목소리.

마치 생기를 잃은 듯한 쇠 긁는 소리.

“앞으로는 계속 존칭을 붙여라. 건방지게 구는 꼴을 보니 특별대우는 더 이상 못 해주겠군. 네 주제를 알아.”

“...네.”

또다시 잔뜩 쉰 이하영의 목소리.

단 한 순간에 삶의 의미를 상실한 그녀.

“그럼 갔다 오지. 그리고-”

잠시 시간을 확인한 뒤 무기를 점검하는 정성민.

이어서 덧붙이는 그의 말.

“표정 관리 좀 해라. 싫은 소리 들었다고 좆같은 표정 짓지 말고.”

.....점점 그에게서 멀어지는 기분.

허나 이하영은 간신히 어색한 미소를 머금으며 말했다.

“네.”

그와 대화를 나눈 단 5분 사이에 마음이 무너진 그녀.

허나 정성민은 아랑곳하지 않고 그녀를 지나쳐 갔다.

위험을 무릅쓰면서까지 그의 ‘여자’인 안지연을 구하러 작전 장소로 이동했다.

“кто этот человек? все в порядке?”

그렇게 정성민이 사라지자, 세르게이가 다가와 이하영의 안부를 물었다.

이하영은 누가 봐도 괜찮지 않은 얼굴로 그에게 답했다.

“Ничего. Как только операция пройдет успешно(아무것도 아녜요. 일단 작전부터 성공하죠)”

분명 문제 있어 보이는 이하영의 얼굴.

허나 세르게이는 고개를 끄덕이고 원래 자리로 돌아갔다.

그녀의 말대로 지금은 작전에 모든 신경을 쏟아부어야 할 때다.

“마지막으로 작전 브리핑할게요.”

이하영은 무너지는 마음을 간신히 수습한 다음 세르게이의 부하들과 대원들을 모았다.

그리고 작전을 다시 한번 설명한 뒤, 출격 명령을 내렸다.

이윽고 공장 안엔 그녀와 몇몇 호위병력, 그리고 지원인력만이 남게 되었다.

“바람 좀 쐬고 올게요.”

그녀는 비서와 부하에게 그렇게 말하곤 공장 밖으로 나왔다.

그리고 걸음을 옮기고 옮기며 정성민이 했던 말을 곱씹었다.

‘어설프게 여자친구 행세하지 마’

‘넌 더 이상 뭣도 아니야.’

‘특별대우는 더 이상 못 해주겠군’

‘네 주제를 알아’

터벅...터벅... 힘없이 걸음을 옮기는 이하영.

그렇게 공장에서 멀찍이 떨어질 때까지 걸음을 옮기니, 버스 정류장이 보였다.

이하영은 곧장 의자에 쌓인 눈을 털어내고 자리에 앉았다.

그리고 설국이 된 세상을 멍하니 보았다.

‘이번에 새로 만든 건데, 먹어볼래?’

그때, 귓가에 아른거리는 정성민의 음성.

이 모든 비극이 시작되기 전, 밝고 쾌활했던 대학생 시절의 목소리.

‘레시피 좀 바꿔봤어. 이게 더 낫지?’

어떤 맛있는 걸 개발하면, 항상 자신에게 먼저 선보였던 그.

정성민은 언제나 그러했다.

자기가 생각하기에 가장 맛있는 것만.

자기가 생각하기에 가장 예쁜 것만.

자기가 생각하기에 가장 소중한 것만 나누어주었다.

그 당시에는 너무 당연하다 생각했던 거대한 사랑이었다.

“아.....”

그 사랑은 선물이었다.

그야말로 신이 내린 기적이었다.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유일한 것이었다.

“아아....”

허나 찬란했던 그의 마음은 무참히 찢겨버렸다.

다른 누구도 아닌 자신의 손에 의해 갈기갈기 찢겨버렸다.

그 소중했던 마음이 무참히 찢어 발겨져 시궁창에 내동댕이쳐져 버렸다.

“아아...아아.....”

왜 그랬을까.

대체 왜 그랬을까.

그러지 말았어야 했는데.

그의 마음은 분명 내게만 향하고 있었는데.

“으으으....흐으으...으으...”

아프다.

가슴이 미어진다.

애써 묻어두었던 과거의 악행이 새록새록 떠오른다.

“흐으...으으으...흐아아...! 흐아아아!!”

잊고 있던 자기 혐오가 밀려온다.

그에게 저질렀던 온갖 패악질이 새록새록 떠오른다.

과거로 돌아가 그때의 자신을 죽이고 싶다.

눈을 뽑고 내장을 파내고 생살을 씹어 먹어버리고 싶다.

미치도록 과거의 자신이 증오스럽다.

‘넌 뭣도 아니야.’

“아아아아!!! 아아아아!!!! 흐아아아아!!”

이하영은 절규했다.

연인의 자격을 상실한 그녀는 가슴을 쿵- 쿵- 치며 울부짖었다.

‘넌 뭣도 아니야.’

그리고 깨닫게 되었다.

오늘처럼 ‘도구’로서의 역할을 하지 못 하면, 그에게 어떤 대우를 받게 되는지 깨닫게 되었다.

‘난, 난 그저 도구일 뿐이야.... 그의 노예....’

도대체 뭘 기대했던 걸까.

아직 내가 그의 여자친구라고 생각했던 걸까.

지금의 나는 그의 노예이자 쓸모있는 도구일 뿐이다.

정녕 쓸모없어지면 버려지는 도구에 불과한 것이다.

오늘처럼 쓰임에 방해가 되면, 언제가 됐든 가차 없이 버려질 것이다.

“흐아아아!! 아아!!! 아아아아아!!!”

사실 알고 있었다.

‘주인님’이 묘하게 나를 멀리하는 것도, 나를 잘 안아주지 않은 것도, 눈빛이 더 이상 예전 같지 않은 것도 알고 있었다.

허나 애써 부정해왔다.

나는 아직 그의 여자친구라고, 분명 그럴 것이라고 혼자만의 착각을 키워왔다.

그리고 비로소 오늘, 그것이 마침내 무너져버렸다.

-털썩.

의자에 앉아 절규하던 이하영은 바닥에 쓰러졌다.

그리곤 땅에 이마를 박기 시작했다.

과거의 자신을 저주하며 쿵- 쿵- 이마를 박아댔다.

‘죽어야 돼!’

쿵!

‘나 같은 건 죽어야 돼!’

쿵!

‘이기적인 년! 그런 짓을 저질러 놓고도!’

쿵!

‘그의 여자친구가 되고 싶었단 말이야!’

쿵!

“하아...하아...하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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