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고개를 땅에 바짝 붙인 채 항문과 보지를 움찔움찔거리며 ‘복종 선언’을 읊조리기 시작했다.
[저 이하나는, 사랑했던 연인 ‘안지연’을 버리고 주인님께 모든 것을 바치겠습니다... 저를 당신의 노예로 받아주세요...♥]
“... 하나야.....”
안지연은 TV 속 연인의 모습을 두 눈에 담으며 그녀의 이름을 중얼거렸다.
문득 오랜 친구이자 연인이었던 그녀의 모습이 주마등처럼 사르륵- 스쳐 지나갔다.
[큭큭 그러면 내게 네 의지를 보여봐라. 네 말이 진심이라는 것을 증명해라.]
다만 아름다웠던 그녀의 모습은 잠시 머물렀을 뿐, 이내 추잡하게 타락해버린 이하나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안지연의 두 눈에서 뜨거운 두 눈물이 흘러내렸다.
[-쪼르르르르.....]
두 팔을 위로 들어 겨드랑이를 드러낸 채 게다리 자세로 오줌을 싸고 있는 이하나.
그녀의 오줌은 바닥에 있는 어떤 물건들을 겨냥하고 있었다.
그 물건들은 안지연과 이하나가 맞춘 커플티, 커플링, 커플사진 같은 두 연인의 추억이 담긴 것들이었다.
[너, 넌 이제 필요 없어...♥ 자지도 없는 주제에♥]
추잡하게 오줌을 싸며 두 눈을 까뒤집고 있는 이하나.
이윽고 이하나의 균열에서 오줌이 멎을 때쯤, 그녀는 물건들을 들고 벽난로 쪽으로 걸어갔다.
그리고 커플링과 커플티, 스티커 사진 같은 것들을 활활 타오르는 벽난로에 던진 뒤 마지막 작별인사를 했다.
[안녕♥ 이걸로 우린 끝이야]
“.....”
공허한 두 눈으로 화면을 멍하니 응시하고 있는 안지연.
자그마치 6년 하고도 2년이었다.
6년간 그녀를 짝사랑하다가, 마침내 이어질 수 있었던 시간이 2년이었다.
그런데 그 8년이라는 세월이 저렇게 덧없이 무너져버렸다.
[-쪼옥♥ 쪼옥♥]
하지만 안지연은 이해할 수 있었다.
그토록 상냥하고 어여뻤던 하나가 왜 저 꼴이 되었는지, 그녀는 이해할 수 있었다.
그렇기에 안지연은 ‘주인님’의 귀두에 쪼옥 쪼옥 키스를 하는 이하나를 부러운 눈으로 볼 수 있었다.
[좋다. 이제 넌 내 것이다. 오늘은 널 품어주도록 하지]
-찌걱 찌걱 찌걱 찌걱 찌걱
침대에 올라간 주인님과 하나.
곧이어 두 사람은 입술을 포개고 몸을 섞으며 섹스를 하기 시작했다.
안지연은 그 파멸적인 광경을 바라보며 자신의 음부를 쑤셔댔다.
‘나도 저렇게 되고 싶어. 나도 저렇게 되고 싶어.’
-찌걱 찌걱 찌걱 찌걱 찌걱 찌걱
닿을 수 없는 욕망에 손을 뻗듯 열심히 보지를 쑤시고 있는 안지연.
그녀는 완벽한 여체의 몸을 하고 있는 ‘이하나’의 몸과 터질 듯이 발기한 주인님의 자지를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저 모습이야 말로 자신이 그토로 그리던 ‘이상향’이었다.
‘예뻐. 예뻐. 엄청 예뻐. 엄청엄청 예뻐.‘
주인님의 자지가 피스톤질 할 때마다 흔들리는 두 유방.
잡티 하나 없는 맑은 피부와, 아침 새벽에 내린 첫눈을 바라보듯 새하얀 피부.
[하응! 하아앙! 하으응!♥ 흐옥! 오옥! 흐오오옥! 으오옥!♥]
매끈한 다리 라인과 가는 발목. 풍성하게 S라인을 그리는 골반.
품에 쏙 안기는 몸통과 가느다란 팔. 공작새 같은 길죽한 목.
[후옥! 흐오옥! 움후! 후욱!♥ 후오옷! 흐옥!♥]
찰랑이는 머릿결, 길고 얇은 손가락과 발가락.
그야말로 한 부위도 빼놓을 수 없을 만큼 아름다운 그녀의 모습.
자신이 그토록 원하던 완벽한 ’여성성‘의 상징.
그게 바로 ’이하나‘
-찌걱찌걱찌걱찌걱찌걱찌걱찌걱찌걱
’나도 저렇게 되고 싶어. 나도 저렇게 되고 싶어. 나도 저렇게 되고 싶어.‘
오랫동안 억눌러왔던 소망이 미친 듯이 폭발하기 시작했다.
자신도 ’여자‘로 보이고 싶다는, 이왕이면 ’아름다운 여자‘로 보이고 싶다는 욕망이 들끓어 올랐다.
’이하나는 단지 네 욕망이 빗어낸 대상일 뿐이다.‘
그러는 와중, 문득 머릿속에 울려 퍼지는 주인님의 음성.
자신에게 깊은 깨달음을 주었던 주인님의 마법 같은 주문.
자신의 욕망을 똑바로 마주하게 하는 그의 통찰.
“나, 나도. 나도... 나도 여자가 되고 싶어... 나도...”
-찌걱찌걱찌걱찌걱찌걱찌걱찌걱찌걱
점점 빨리지는 손짓.
발기하듯 부풀어 오른 클리토리스.
침대 시트를 적시는 애액.
[흐으응...♥ 주인니이임...♥ 사랑해요 주인니이임...♥]
나도 사랑받고 싶다.
나도 저렇게 아름다워지고 싶다.
나도 주인님의 자지를 받아들이고 싶다.
그분과 함께 몸을 섞고 싶다.
[확실히 근육 덩어리보단 부드러운 네 몸이 더 꼴리는군. 아주 훌륭해]
그런데 그때, 갑자기 주인님 꺼낸 믿을 수 없는 말.
마치 자신을 지칭하는 듯한 ’근육 덩어리‘.
안지연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어졌다.
[흐응♥ 당연하죠♥ 그런 여자 같지도 않은 년. 아니, 놈이라고 해야 하나? 푸흡. 그런 애는 버리고... 절 선택해주세요...♥]
[큭큭. 지금 당장은 네게 더 마음이 가는군. 이리 와라.]
[네...♥]
[우움...츄우우웁...츄르릅...우움...후우우움...흐으응...♥]
안지연은 진득하게 키스를 나누는 둘을 보며 표정을 굳혔다.
방금 둘이 나눴던 대화는 명백히 자신을 조롱하는 말이었다.
게다가 ’선택‘이란 말을 꺼낸 걸 보면, 둘 중 하나는 주인님에게 버림받는다는 말이었다.
“아, 안돼.....”
잃어버렸던 여성성을 일깨워준 주인님.
그런데 이하나 저년 때문에, 주인님과 함께 할 수 없다고?
“으으으! 저 씨발년이!”
22년 한 평생 누군갈 질투해본 적 없는 안지연.
하지만 지금 이 순간 그녀의 마음속에 추악한 질투의 감정이 피어올랐다.
안지연은 죽일듯한 표정으로 이하나를 노려보며 자신의 추악한 내면을 거침없이 배설하기 시작했다.
“씨발년이...! 저 씨발년이...!”
-찌걱찌걱찌걱찌걱찌걱찌걱찌걱
자신이 그토록 바라던 궁극의 여성성을 가진 이하나.
안지연은 그런 그녀를 오랫동안 동경해왔고, 그 감정은 사랑이 되었다.
허나 이제는 그녀의 아름다움을 질투하게 되었다.
그리고 질투는 곧 증오가 되었다.
“으으...으으으으....”
안지연은 자신의 여성성을 확인시켜 줄 수 있는 음부를 열심히 쑤셔댔다.
그리고 자신이 ’이하나‘보다 더 나은 게 무엇이 있는지 두 눈을 부라리며 찾아댔다.
“!”
그리고 그 결과, 안지연은 드디어 이하나의 부족한 점을 찾게 되었다.
그것은 다름 아닌 이하나의 음부였다.
“흐흐...흐흐... 지금 보니 엄청 못생겼잖아? 무슨 걸레도 아니고...♥”
마치 날개처럼 비대하게 퍼진 이하나의 소음순.
그렇게 흉하다고 할 정도는 아니었으나, 지금 안지연의 눈엔 그보다 더 흉한 모습이 없었다.
왜냐하면 안지연의 보지는 예쁜 핑크색에 일자로 균열이 갈라진 이상적인 모습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내가, 내가 이겼어♥ 이 걸레년...”
-찌걱찌걱찌걱찌걱찌걱찌걱찌걱찌걱
악랄한 표정으로 두 눈을 까뒤집으며 자위를 하기 시작하는 안지연.
그녀는 주인님이 자신을 선택하는 상상을 했다.
그것도 이하나보다 아름다워진 자신을 어여쁘다 칭찬하며 자지를 밀어 넣는 모습을 상상했다.
“흐옥! 주, 주인님...♥”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수컷 중 가장 우수한 유전자를 타고난 주인님.
그런 우수한 수컷이 아름다워진 자신을 품어준다.
그 상상만으로도 안지연은 절정을 느낄 수 있었다.
10년이 넘는 세월 동안 견고하게 쌓아온 ’남성성‘을 가차 없이 버릴 수 있었다.
-푸슛! 푸슛! 푸슛! 푸슛! 푸슛!
털썩ㅡ. 새우처럼 등이 휘었던 그녀의 등이 침대시트에 닿았다.
빳빳하게 쭉 뻗은 다리와 발가락에 힘이 풀리며 축 늘어졌다.
한껏 절정을 맛보고 나른하게 늘어진 안지연은 TV 속 이하나의 모습을 바라보았다.
[.....♥]
보지에서 정액을 꿀렁꿀렁 흘리고 있는 이하나.
사랑이 가득 담긴 눈으로 서로를 바라보며 키스를 하고 머리를 쓰다듬는 연인 같은 주인님과 이하나의 모습.
“아.....”
돌연 눈물이 흘러나왔다.
절정을 맛보고 현실을 깨닫고 나니, 자신이 얼마나 초라한 여자인지 새삼 깨닫게 되는 것이다.
“아아.....주인님...”
가슴은 하나도 없고, 피부는 갈색으로 탔고, 온몸이 근육질인 자신.
성격도, 행동도, 사고방식도 남자처럼 되도록 길러진 자신.
도저히 여자로서 ’도전장‘조차 내밀 수 없는 자신의 상황.
“나, 나도 사랑받고 싶어..... 이제 버림받는 건 싫어...”
학창시절, 자신을 보며 수군거리던 남학생들의 시선.
복불복에 걸려 벌칙으로 고백한 줄도 모르고, 그저 장난으로 고백한 줄도 모르고 매번 남학생의 고백에 설레었던 자신.
그렇게 상처받은 마음으로 여자로서의 삶을 포기하게 된 지난 10년의 세월.
“나도....”
안지연은 더 이상 TV를 볼 수 없었다.
자신에 비해 너무나도 완벽한 이하나의 모습을 차마 볼 수 없었다.
그녀는 그저 몸을 웅크린 채 자신의 초라한 모습을 저주했다.
-저벅. 저벅. 저벅.
그때, 공간에 울려 퍼지는 누군가의 인기척.
안지연은 고개를 들어 발소리의 주인을 바라보았다.
자신을 내려다보고 있는 주인님의 모습이 시야에 들어왔다.
언제 돌아오신 걸까.
“벌써 포기했나?”
“.....”
둥글게 몸을 만 채 훌쩍이고 있는 안지연.
정성민은 그런 그녀를 보자마자 대충 상황을 파악했다.
하여 그는 침대를 한 바퀴 빙 돌아 그녀의 등 쪽으로 간 뒤, 그녀를 뒤에서 안아주었다.
“상처받은 얼굴이군.”
“.....”
침묵으로 긍정하는 안지연.
지금 그녀의 머릿속엔 정성민이 말했던 ’근육 덩어리‘와 이하나가 내뱉었던 ’여자 같지도 않은 년‘이라는 말만 둥둥 떠다니고 있었다.
“그래서, 시도도 안 해보고 포기하려고? ”
“..... 하지만 전... 근육덩어리잖아요. 여자 같지도 않고.”
근육 덩어리.
여자 같지도 않은 년.
그게 바로 지금의 자신.
“맞아. 지금의 넌 여성성이라곤 찾아볼 수 없지. 네 아버지가 널 이 꼴로 만들어놨기 때문에.”
.....맞다.
안민철 그 개자식 때문에, 내가 이런 꼴을....
“하지만-”
정성민은 그렇게 말하며 안지연을 돌아보게 만들었다.
그리고 그녀를 끌어당겨 품에 안은 채 머리를 쓰다듬어주며 다음 말을 이었다.
“넌 그럼 에도 아름다워. 그리고 지금보다 훨씬 더 아름다워질 수 있지.”
아름다워질 수 있다.
그 말이 안지연의 심장을 두근거리게 했다.
“내가 널 그렇게 만들어주지. 네가 그토록 동경하던 이하나만큼. 아니, 그보다 더 아름다워질 수 있도록 만들어주지.”
나 따위가, 이하나보다 더?
나 같은 게 이하나보다 더 아름다워질 수 있을까.
“못 믿겠다는 표정이군. 걱정마라. 내 눈은 정확하니.”
다른 누구도 아닌 주인님의 확언.
공허했던 안지연의 두 눈에 생기가 일었다.
“다만, 지금까지의 인생을 버려야 한다. 네 부모. 네 연인. 네 가치관. 네 신념. 그 모든 걸 버리고, 내게 복종해야 한다.”
정성민은 그렇게 말하며 기습적으로 안지연의 음부에 자지를 삽입했다.
그리고 그녀의 귀에 달콤한 독사의 말을 계속 쑤셔 넣었다.
“그러니 모든 걸 버리고 떨어져라. 너를 이루는 모든 것을 망쳐라. 그러면 내가 아름다움과 쾌락을 주도록 하지.”
-움찔 움찔 움찔.
주인님께서 달콤한 말을 속삭일 때마다 움찔거리는 보지.
그의 말이 달팽이관을 통과해 전기신호로 변하여 뇌로 전달될 때마다 쾌락이 퍼져 나갔다.
10여 년을 넘게 쌓아온 자신의 강인한 육체와 정신이 완전히 무너지고, 이에 ’안민철‘이 좌절하여 절망하는 모습을 상상하자 고조되었던 쾌락이 파바밧- 하고 터져 나갔다.
’미안해 지연아. 엄마는... 엄마의 인생을 찾기로 했어.‘
주인님의 자지에 박혀 절정을 느끼는 지금.
문득 엄마가 떠나갔던 그 날이 떠올랐다.
레드립에 관능적인 옷을 입고 고급 승용차를 향해 또각또각 걸어가던 엄마.
안지연은 ’엄마가 아닌 여자가 되기로 택한‘ 엄마의 뒷모습을 보며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었다.
어린 자신을 버리고 다른 남자에게 떠나는 엄마의 모습은 너무 큰 상처가 되어, 그녀의 큰 트라우마로 남게 되었다.
안지연은 그때부터 남몰래 ’여성성‘에 대한 경계, 혹은 혐오감을 키워가게 되었다.
-프슛! 프슛! 프슛! 프슛! 프샤아아아....
허나 안지연은 엄마를 이해하게 되었다.
이제는 더 이상 자신과 아빠를 버리고 떠난 그녀가 밉지 않았다.
’엄마... 나도 내 행복을 찾기로 했어. 나도 엄마처럼...‘
엄마가 고급승용차의 보조석에 앉을 때 잠깐 보였던 불륜 상대의 모습.
깔끔하게 가르마를 탄 머리에 정갈한 양복을 입던 중년 신사의 모습.
엄마는 그 남자를 만나 행복하게 잘 살고 있을까.
아빠를 버리고 그 남자에게 가랑이를 벌린 대가로 그토록 원하던 ’여자의 행복‘을 누리며 살고 있을까.
“주인님...♥”
아마 그럴 것이다.
엄마는 나와 아빠를 버리면서까지, 자신의 인생을 바칠 우수한 수컷을 만난 것일 테니까.
“제 인생을 바치겠습니다.....♥ 그동안 제가 쌓아왔던 모든 것을 망가뜨리겠습니다....♥ 저 안지연은... 주인님의 노예가 되겠습니다♥”
그러니, 나 또한 그럴 것이다.
나 또한 내가 사랑했던 모든 것을 버린 대가로, ’여자의 행복‘을 손에 넣을 것이다.
난 주인님의 노예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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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지연이 내게 떨어졌다.
예상보다는 좀 더 일찍 내게 떨어진 그녀.
대략 3번째 몸을 섞을 때쯤 복종할 줄 알았는데, 고작 2번째 만에 자신의 삶을 포기해버리다니.
그만큼 그녀가 견디는 삶이 힘들었단 방증인 걸까.
“이거 너무 빨리 떨어졌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