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47화 (147/303)

뒤늦게 정신을 차린 안지연이 가슴을 가리며 물기가 촉촉한 눈으로 정성민을 찌릿 노려보았다.

허나 정성민은 피식 웃으며 오히려 자지를 더욱 깊숙이 밀어 넣었다.

그러자 그녀의 허리가 활처럼 휘며 가슴 깊숙한 곳에서 된소리가 터져 나왔다.

“흐오오옥!♥”

자신의 내뱉었음에도 믿기지 않는 짐승 같은 소리.

안지연은 두 다리를 일자로 쭉 뻗은 채 발가락을 꼼지락거리며 오르가즘의 후폭풍을 느꼈다.

그 사이 정성민은 안지연의 끌어안아 얼굴을 감싸 안고 그녀의 볼과 입술에 키스를 퍼부었다.

-쪼옥♥

-쪼옥♥

“후웃....응오옥...♥”

강인한 수컷에게 사랑받고 있다는 쾌감.

가슴 깊숙한 곳에서 솟아오르는 안정감.

그에게 지배되어 남김없이 종속되고 싶어지는 복종의 욕망.

“넌 네가 아름답다는 걸 모르고 있군.”

귓속을 파고드는 달콤함.

우월한 수컷을 독차지했다는 달성감.

-꾸우욱... 꾸우욱...

자궁입구를 두드리는 그의 흉물.

질주름 곳곳을 적시는 그의 쿠퍼액.

그가 흥분했다는 증거.

그가 내 몸으로 흥분했다는 증거.

나도 여자라는 방증.

“흐으읏...응윽..흐으으...♥”

난생 처음 느껴보는 이 기분.

답지 않게 감정이 격해져 모든 게 벅차오르는 이 기분.

이제 다시는 여자로서 살아갈 수 없다고 생각했는데.

그 어떤 남자도 여성성을 잃어버린 날 원하지 않는다고 생각했는데.

“내 앞에선 언제든 어리광 피워도 좋아. 자아-”

-쪼옥♥

-쪼옥♥

“응그극! 흐오옷!♥”

-프슛! 프슛! 프슛! 프샤아아아....

말로 형언할 수 없는 온갖 긍정의 감정이 안지연을 덮쳤다.

오랜 시간 아버지의 강요에 등 떠밀려 남자의 인생을 살아온 그녀는 한꺼번에 밀려 들어오는 여자로서의 정체성에 푹 잠겨버렸다.

“우움...우우움....츄우웁...우움...♥”

그렇게 모든 압박에서 해방된 그녀는 정성민을 마음껏 탐했다.

보지를 꾸욱 꾸욱 조이며 그의 정액을 조르고, 두 다리로 그의 허리를 감싸 안아 자지를 뽑지 못하게 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하아...하아...하아...”

그가 허리를 움직일 때마다 호흡이 가빠져 온다.

그의 자지가 빠질 때마다 질주름이 딸려가며 쾌감이 뒤따르고, 그가 다시 자지를 밀어 넣을 때마다 질 곳곳의 주름과 돌기가 안으로 밀려 들어가며 다시 한번 쾌감을 느꼈다.

“쯧. 너도 이렇게나 여자인데, 그동안 자신을 부정하느라 힘들었겠군.”

안지연에 대해 조사를 모두 마쳐둔 정성민.

정성민은 조사를 통해 얻은 정보를 바탕으로 안지연의 정신을 무너뜨리기 위한 화술을 구사하기 시작했다.

이에 안지연은 쾌락에 푹 절어진 채 무방비 상태로 그의 사상 세뇌를 당해야만 했다.

“너도 사랑받고 싶었을 텐데. 그동안 스스로 몰아세우느라 얼마나 힘들었겠어.”

정성민은 그렇게 말하며 안지연의 입과 볼에 연신 키스를 퍼부었다.

안지연은 흐리멍텅한 눈으로 그의 키스를 받아들이며, 그가 내뱉는 말 한마디 한마디를 곱씹어 보았다.

“흐....으으으....흐윽....”

그러자 돌연 울음이 터져 나왔다.

어린 시절의 불행이 영사기를 튼 것 마냥 머릿속에 펼쳐졌기 때문이다.

‘너도! 너도 날 버릴 거냐!’

불의의 사고를 당해 복싱 선수를 은퇴할 수밖에 없었던 아버지.

이에 매일 술로 자신을 달래며 폐인처럼 지내온 3년.

허나 이 3년을 버티지 못하여 다른 남자와 바람이 나 아버지를 떠난 어머니.

‘네 엄마가 날 버렸다... 네 엄마가 날....’

돈 많은 남자를 따라 자신과 아버지를 버리고 떠난 엄마.

안지연은 그런 엄마를 미워했다.

자신을 이렇게 홀로 버리고 떠난 엄마를, 죽도록 미워했다.

‘여자란 것들은 다 똑같아! 너도 날 버릴 거야!’

그날 이후 아버지의 광증은 더욱 심해졌다.

이에 안지연이 할 수 있는 것이라곤 자신의 진심을 내보이는 것밖에 없었다.

‘나... 나 아빠 안 버려. 나 여자 안 할게. 아빠 제발 떠나지마...’

안지연은 이대로 아빠가 사라져버릴까 두려웠다.

그래도 한때는 자신을 너무도 아끼고 사랑해주었던 아빠가 이대로 영영 사라질까 봐.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울고 불며 아빠에게 매달린 그녀였다.

‘그, 그래... 그래 지연아. 우리 지연이는 아빠 안 버릴 거지? 응? 아빠 말 잘 듣는 착한 아이 될 거지?’

안지연은 자신을 끌어안은 아버지를 향해 격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앞으로 그녀가 감당해야 할 운명이 뭔지도 모른 채, 그저 아빠가 곁에 있어 주길 바라는 마음으로 아빠의 광기를 받아들였다.

“넌 그저 사랑받고 싶었을 뿐일 텐데. 그렇지?”

그리고 지금, 그런 자신의 마음을 알아주는 사내가 나타났다.

안지연은 연신 눈물을 쏟으며 격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사랑을 주도록 하지. 나를 주인님으로 모셔.”

“주, 주인님...?”

“그래. 네 삶을 모두 바칠 주인 말이야.”

-꾸우욱... 꾸욱....

“흐아앙!♥”

“내게 네 삶을 바쳐라. 그러면 네가 잃어버린 모든 것을 되찾아주지. 끊없는 쾌락으로 네 삶을 채워주겠다.”

“..... 끝없는 쾌락...지금 같은...”

“그래. 자아-. 주인님이라고 부르기만 하면 돼”

정성민은 그렇게 말하며 성감대를 자극하고 포르치오를 한 뒤 키스를 퍼부었다.

그러자 안지연의 항문과 보지가 움찔움찔 떨리며 애액을 조수처럼 뿜어대기 시작했다.

“흐오오옥! 후우움! 우웃...♥”

완전히 쾌락의 노예가 된 안지연.

정성민은 그런 그녀를 쓰다듬고 눈물을 닦아주었다.

그리고 그윽한 눈으로 그녀를 바라보며 다시 한번 말했다.

“자, 내가 누구지?”

안지연은 환한 빛을 두르고 있는 아름다운 사내를 보았다.

그의 눈, 그의 코, 그의 입술, 그의 목소리, 그의 몸, 그의 자지.

그 모든 게 완벽한 수컷 중에 수컷, 지배자 중에 지배자를 보았다.

마땅히 ‘주인님’이라 부를 만한 사내였다.

“주, 주인님...♥”

“잘 했다.”

그를 주인님이라 부르자, 가슴 속에 무언가 확 꺾여버린 느낌.

강인하게 홀로서기 하여 주체적인 삶을 살아야 한다는, 그런 신념이 조각난 느낌.

-퍽! 퍽! 퍽! 퍽! 퍽! 퍽! 퍽!

허나 상실감을 느낄 새도 없이, 그의 피스톤질이 시작되었다.

아찔한 쾌락이 잃어버린 것의 빈자리를 채우기 시작했다.

“흐옥! 우옥! 흐오옥! 우움! 흐오옥!♥”

완전히 자신을 상실하여 내지르는 짐승의 소리.

그토록 소중히 여겼던 자존심을 완전히 내려놓고 쾌락의 포로가 된 그녀.

이윽고 질 깊숙한 곳에 따뜻한 무언가 화-악하고 퍼지는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이것이 주인님께서 내어준 생명의 씨라는 것을 직감적으로 알 수 있었다.

“주인님....♥”

그의 아이를 가지고 싶다는 강한 충동.

우수한 주인님의 유전자를 자신의 ‘여성성’으로 뽑아냈다는 사실에 느껴지는 어마어마한 고양감.

“흐웃....크우웃...♥”

머리가 타버릴 것 같았다.

수년 동안 단련해온 강인한 육체가 허물어지고, 그 자리에 불룩 튀어나온 배가 위치할 수 있다는 게, 주인님의 아이를 위한 모유 때문에 유방이 비대해지고, 호르몬의 변화로 살이 엄청 불어 엉덩이와 얼굴에 지방이 붙을 수도 있다는 게, 안지연의 정신을 흐물흐물하게 자극했다.

어마어마한 쾌락의 전류가 스파크처럼 파바밧 터졌다.

“흐에엣...흐우우움....주, 주인님....주인님...♥”

두 눈을 까뒤집은 채 보지에서 정액을 꿀렁꿀렁 흘리고 있는 그녀.

정성민은 완전히 녹초가 된 그녀를 보며 피식 웃음을 흘렸다.

그리고 입에 물고 있던 담배를 스읍 빨고 후우- 내뱉은 뒤, 그녀를 향해 담뱃재를 튕기며 말했다.

“뭐, 앞으로 2번이면 완전 타락시킬 수 있겠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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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날.

안지연은 어제 자신이 보인 추태에 대해 후회하고 있었다.

아무리 극락의 쾌락에 미쳤다곤 하지만, 자신을 이 꼴로 만든 사내를 보고 ‘주인님’이라 칭하다니.

거기다 그에게 매달려 앙탈을 부리는 꼴은 또 뭐란 말인가.

그런 건 내 모습이 아닐 텐데.

“방심했어...”

방심.

그것 말고는 어제의 추태에 대해 설명할 길이 없었다.

남자가 주는 쾌락이 그 정도일 줄은 감히 상상도 하지 못 했기 때문에, 순식간에 그의 페이스에 휘말려 모든 걸 내어주고 말았다.

“읏...”

아직 어제의 잔열이 남은 탓일까.

그를 떠올리자마자 머리에 열이 오르고 홍조가 피어난다.

허벅지가 쑤시고 호흡이 가팔라지며 멍-한 기분이 들고 만다.

‘주인님...’

주인님.

내 삶을 송두리째 요구하는 주인님.

그분에게 내 삶을 바치기만 하면, 그분은 나에게 끝없는 쾌락과 사랑을...

-짜악!

안지연은 자신의 두 볼을 짝! 소리가 나도록 쳤다.

그리고 고개를 세차게 흔들고, 다시 한번 결의를 다잡았다.

‘내 삶의 주인은 나야. 난 그 녀석의 노리개가 되고 싶은 게 아니라, 최고의 여자 파이터가 되고 싶을 뿐이야.’

비록 강제로 시작된 파이터의 삶이었지만, 지금은 그것을 받아들이고 꽤 만족하고 있는 상태.

녀석이 끼어들기 전까지만 해도 자신은 충분히 행복한 삶을 살아오고 있었다.

녀석의 말은 독사가 날름거리는 간사한 독일 뿐이다.

-벌컥!

그렇게 정신무장을 한 안지연이 ‘단련실’의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단련실 안에는 근력운동에 열을 올리고 있는 정성민이 있었다.

“후-우! 후-우!”

곳곳에 돋아난 힘줄과 발갛게 달아오른 얼굴.

등에 이고 있는 어마어마한 무게의 바벨과, 덜덜 떨리고 있는 그의 몸.

그는 항상 이렇다.

그동안 쭉 관찰해본 결과, 그는 항상 한계의 한계까지 자신을 몰아붙인다.

도대체 어떤 삶을 살기에, 또 무엇을 목표로 하기에 저렇게까지 자신에게 혹독할 수 있을까.

“크읏!”

-쿵!

그리고 그는 항상 보란 듯이 한계를 돌파한다.

끝없이 정신과 몸을 단련해야 하는 선수의 관점에서 보자면, 존경받아 마땅한 자세였다.

“왔나?”

그때, 자신을 발견하곤 미소를 머금는 정성민.

그 모습을 보자 가슴이 쿵- 하고 내려앉는다.

좀전의 결의는 온데간데없이, 저 미소 하나만으로도 겹겹이 껴입은 무장이 해제되어버린다.

“몸이 생각보다 빨리 나아서 말이야. 지금 훈련을 해도 될 거 같은데.”

그가 이곳 훈련실에 자신을 부른 이유.

곧바로 훈련을 강행해도 좋을 것 같다는 그의 말.

안지연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곤 그에게 다가갔다.

“회복이 무조건 최우선이야. 제대로 회복되지 않은 상태에서 무리하게 움직였다가 더 크게 다칠지도 몰라.”

“큭큭. 걱정하는 건가?”

“거, 걱정은 무슨! 미리 말해두는 데! 어제 일은 잊어! 그땐 내가 제정신이 아니라서.... 그러니까 그게...”

“알아. 무슨 말인지.”

피식 웃으며 안지연의 변명을 흘려 넘기는 정성민.

이윽고 그는 ‘검사 결과서’를 안지연에게 건네며 화제를 전환했다.

“받아. 몸에 이상은 없으니까.”

안지연은 곧바로 ‘검사 결과서’를 받고 내용을 확인해보았다.

정성민의 몸에 별 이상이 없다는 전문성 있는 공증서였다.

“됐지? 그럼 바로 시작해보자고. 시간 없으니까.”

정성민은 그렇게 말하며 앞으로 2시간 뒤에 스케줄이 있다고 재촉했다.

이에 안지연은 곧바로 정성민을 데리고 링 위에 올라가 그라운드 기술을 가르쳐주기 시작했다.

“이렇게 다리를 고정시켜서 하프 마운트를 가져가. 그러면 이렇게 빠져나오려 할 텐데, 그러면 팔을 이렇게 해서...”

훈련을 위해 서로 몸을 밀착시킬 수밖에 없는 상황.

안지연은 이 상황이 달갑지 않았다.

자꾸만 어제 있었던 일이 떠올라 얼굴이 화끈거리기 때문이다.

***

어느새 일주일이 지났다.

그동안 안지연은 최선을 다 해 정성민을 가르쳤는데, 그와 함께 훈련하며 조금씩 그에게 빠져드는 자신을 느끼고 있었다.

하여 안지연은 정성민의 승리를 간절히 바라고 있었다.

만약 그가 패배해 한 번 더 몸을 섞었다간, 자신이 어떻게 돼버릴지 알 수 없어 두렵기 때문이다.

“이번에도 졌군. 아쉽게 됐네.”

허나 이번에도 정성민의 패배로 경기가 마무리되었다.

아니, 정확히 말해서 -정성민 본인이 억지로 우기는- 패배를 하게 되었다.

어떻게 그 경기를 패배라고 할 수 있을까.

“..... 넌 잘했어. 원래는 기술이 들어간 시점에서, 네가 이긴 거라고...”

안지연이 생각하기에, 좀 전의 경기는 분명 정성민의 승리였다.

그런데 정성민은 끝까지 그걸 인정하려 들지 않았다.

“아니. 기술이 들어갔어도 경기는 끝나지 않았잖아. 게다가 난 반칙을 썼고.”

“.....”

안지연은 4시간 전에 있었던 거산과 정성민의 경기를 회상했다.

그 경기에서 정성민은 훈련했던 대로 경기를 잘 풀어갔다.

로우킥과 원투잽, 그리고 레프트 훅을 섞으며 거산의 신경을 분산시켰고, 그 결과 완벽한 타이밍에 테이크다운을 걸어 녀석을 쓰러뜨리는 데 성공할 수 있었다.

이후 정성민은 뱀처럼 몸을 휘감아 하프 마운트포지션을 가져갔고, 이후 파운딩을 꽂아 넣으며 기회를 엿보다 관절기를 넣을 수 있었다.

거산은 정성민이 시전한 암바에 당해 팔이 꺾일 위기에 처하게 되었다.

“으아아아아아!!”

하지만 녀석은 탭을 치지 않았다.

오히려 어린 시절의 트라우마에 잡아먹혀 폭주를 일으킨 것이다.

-쾅! 쾅! 쾅! 쾅! 쾅!

그 결과 녀석은 고통을 무릅쓰고 암바가 걸린 팔을 휘둘러 정상민을 땅에 패대기쳤다.

관절이 꺾이는 극심을 고통을 느끼는 와중에도, 온 힘을 다해 팔을 휘둘러 정성민을 떼어놓으려 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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