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42화 (142/303)

-------20OO년 O월 OO일 화요일----------

                                             [사진]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주인님 샤워 중♥ 난 주인님이랑 사랑

나누고 있을게 ㅋ                            ]

-------------------------------------------------

키득키득, 웃음을 흘리며 인성질을 시전한 그녀.

이윽고 폭풍 까톡이 날아오기 시작했다.

-------------------------------------------------

 [주인님 샤워 중♥ 난 주인님이랑 사랑

나누고 있을게 ㅋ                            ]

이하영

[씨발 뭐니]

백하윤

[주작 아니니?]

이하영

[아니지? 개뻥이지?]

백하윤

[농담이라면 재미없으니까 그만해]

이하영

[야. 답 안 해? 진짜야?]

[ㅋ]

---------------------------------------

통쾌한 인성질을 마친 이희연은 큭큭 웃으며 까톡을 닫았다.

그리고 분통해 하고 있을 이하영과 백하윤의 반응을 상상해보았다.

‘크흐흐. 믿기 힘들겠지. 나와 주인님이 섹스한다는 게.’

최근 이주일, 바쁘다는 핑계로 누구와도 섹스하지 않은 정성민.

그렇기에 세 자매는 주인님의 섹스가 많이 고픈 상태였다.

이희연이 보낸 까톡에 배가 아플 수밖에 없는 것이다.

”오늘은 내가 이겼어♥ 좀 더 노력했어야지♥“

자고로 주인님의 사랑은 노력으로 쟁취하여 얻어내는 것.

이희연은 잠을 아껴가며 노력한 것에 큰 보람을 느끼고, 샤워장 안의 주인님의 실루엣을 보았다.

그녀의 얼굴에 행복한 미소가 번졌다.

‘어서 나오세요♥ 나의 주인님...♥’

다음화 보기

3일 뒤.

이희연이 건의한 ‘커미션 게시판 공모전’은 즉각 실행되었다.

자신의 욕망을 현실로 실현시켜 주는 ’커미션‘은 많은 고객들의 호응을 이끌었고, 단 하루 만에 수천 건의 글이 올라오며 게시판은 불타오른다.

-저를 괴롭히는 건방진 친누나를 타락시키고 싶습니다.

-제 삶을 나락으로 떨어뜨린 꽃뱀년을 참교육시키고 싶습니다.

-친구여친 뺏고 싶은데 어떻게 안 되나요?

-이모가 너무 매력적입니다... 제 걸로 만들고 싶어요.

-절 버리고 환승 이별한 전여친을 망가트리고 싶습니다. 철저히 짓밟아주세요.

-절 성범죄자로 기소하여 감옥에 처넣은 검사를 타락시키고 싶습니다. 제발 한 번만 도와주십시오 마스터...

-캠퍼스 여신인 ’장하나‘를 떨어뜨리고 싶습니다. 용모단정 성적우수에 학교모델까지 했던 그녀가 모두 앞에서 젖통과 겨드랑이를 드러내고 걸레춤을 추는 꼴을 보고 싶습니다.

-제 친구 지인 중에 배우가 있는데요, 방송사고 한번 크게 터트렸으면 좋겠습니다. 생방송 도중 알몸 도게자를 하며 마스터를 찬양하도록 하고 싶은데... 어떻게 안 될까요?

새로고침을 할 때마다 쏟아지는 무수한 글.

허나 점차 시간이 지남에 따라 ’진짜‘와 ’가짜‘는 확연히 나뉘게 되었다.

여기서 ’진짜‘란 자신의 얼굴과 이름이 팔리더라도 욕망을 실현하고 싶은 사람.

’가짜‘는 자신의 얼굴과 이름을 팔면서까지 욕망을 실현하고 싶지 않은 사람이었다.

결국 ’욕망‘에 진심인 사람은 글을 삭제하지 않고 어떻게든 ’커미션‘에 당선되기 위해 최선을 다 하였고, 그 결과 총 5개의 글이 유력 후보로 떠오르게 된다.

1. UFC 여자 파이터로 데뷔 준비 중인 ’안지연‘을 떨어뜨리고 싶습니다.

2. 20년 전 이혼한 아내가 재혼하여 낳은 딸이 있습니다. 그 딸을 제 것으로 만들고 싶습니다.

3. 절 성범죄자로 기소하여 감옥에 처넣은 검사를 타락시키고 싶습니다. 제발 한 번만 도와주십시오 마스터...

4. 7년 사귄 여친이 다른 남자의 아이를 임신한 뒤 이별을 통보했습니다. 그리고 3개월 뒤 그 남자와 결혼한다고 합니다. 그 남자의 어머니와 누나를 타락시키고 싶습니다. 제 인생을 걸겠습니다.

5. 11년간 짝사랑한 여사친이 있습니다. 이번에 남자친구와 헤어지고 다시 솔로가 되었는데, 제가 붙잡고 싶습니다. 하지만 그 애는 절 친구로만 생각하는 데다, 전 남성성이 많이 부족합니다. 제발 도와주십시오...

1번부터 5번까지.

고객들의 가장 많은 추천과 후원을 받은 글들.

각 글에는 커미션 요청자의 사연이 절절하게 적혀있었다.

1번부터 4번까진 자신을 망가뜨린 여자에 대한 ’복수‘가 주된 내용이었다면, 5번은 커미션 타겟과 이어지고 싶다는 순수한 욕망이었다.

“흠. 난 개인적으로 2번이 가장 재밌을 거 같은데. 1번이 1등이군.”

그리고 이주일간의 공모전 결과, 1번 커미션이 가장 많은 추천과 후원을 받아 1등을 차지하였다.

아무래도 1번 커미션의 타겟은 ’여성 파이터‘라는 희소성 있는 직업을 가지고 있는 데다, 타겟의 외모와 몸매가 워낙 출중하기에 특별한 사연 없이도 인기몰이를 할 수 있었다.

“언제 진행할 수 있지? 1번 커미션도 꽤 재밌을 거 같다만.”

정성민은 이희연에게 보고서를 넘기며 그렇게 말했다.

이희연이 답했다.

“2일 뒤에 바로 진행할 수 있습니다. 이미 저희 팀이 사연자에게 접촉하여 협상을 시도 중이고, 시나리오도 대강 완성되어 있습니다.”

“좋아. 그럼 나가봐. 2일 안에 진행해보자고.”

“예”

절도 있는 몸짓으로 고개를 꾸벅 숙이고 퇴장하는 이희연.

정성민은 집무실 책상 위에 올려진 보고서에 시선을 두었다.

그곳엔 이번 공모전에서 1위로 뽑힌 ’여성 파이터 안지연 커미션‘에 대한 내용이 적혀 있었다.

『각설하고 바로 본론으로 들어가겠습니다.

학창 시절, 저는 망나니였습니다.

힘이 약한 친구들을 괴롭히고 돈을 빼앗았습니다.

학교에서 절 막을 수 있는 애들은 없었죠.

그런데 어느 날 안지연 그년이 절 찾아온 겁니다.

자기 동생을 괴롭힌다고, 제게 사과하라 요구하더군요.

그래서 웃기지 말라고 했습니다.

따먹히기 싫으면 깝치지 말라고 그년을 겁박했죠.

하지만 전 그년이 격투기 선수인 줄 모르고 있었습니다.

저는 순식간에 그년에게 패배했고, 제 똘마니들과 학교 친구들은 그 광경을 목격하게 됩니다.

그리고 제 인생은 나락으로 떨어지게 됩니다.

그년의 동생이 절 무시해도 아무것도 할 수 없었고, 이런 저를 따르는 똘마니는 더 이상 없었습니다.

예. 저는 분명 쓰레기가 맞습니다.

이런 일을 당해도 꼬시죠.

그런데 그 일 이후 제 인생은 회복 불가능한 수준으로 망가졌습니다.

무슨 일을 해도 자신감이 없고, 여자에게 패배했다는 것이 너무 수치스럽습니다.

이런 제가 일어날 수 있는 방법은 그년을 떨어뜨리는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니 한 번만 도와주십시오.

다른 회원분들의 관심과 후원도 꼭 필요합니다.

참고로 그년의 얼굴과 몸매가 아주 훌륭합니다.

지금 UFC 여자파이터로 데뷔 준비 중인데, 유망주라고 합니다.

떨어뜨리는 맛이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사진 참고하시길 바랍니다.

[사진]

[사진]

[사진]

.

.

.

. 』

“재밌네.”

내용을 다 읽은 정성민은 씨익 입꼬리를 올렸다.

실력과 외모. 그리고 인성까지 두루 갖춘 격투기 선수를 타락시킬 생각을 하니, 벌써 군침이 감돌았다.

2일 뒤가 기대되었다.

***

한편, 회의실 밖으로 나온 이희연은 폰을 꺼내 까톡을 실행했다.

그리고 여성 파이터 ’안지연‘에 대한 정보를 ’자매 단톡방‘에 공유했다.

-------20OO년 O월 OO일 수요일----------

[사진]

[사진]

[사진]

[안지연 22세, 173cm, A컵]

[이번 주인님 타겟이야. 연애 경험이

없다 하니 처녀일 가능성이 높아]

---------------------------------------

안지연에 대한 정보를 간결하게 보낸 이희연.

답장은 곧바로 왔다.

주인님이 직접 나서는 ’타겟‘인 만큼, 자매들의 신경은 주인님의 새 타겟에 집중이 되어 있다.

---------------------------------------

이하영

[이쁘장하게 생겼네

격투기 선수인데]

백하윤

[게다가 근육질 몸매야.

희귀한 몸이라 정성민이

좋아할 수도 있겠어]

이하영

[거기다 처녀일 수도 있고]

백하윤

[A컵이라 그나마 다행인가]

[근데 주인님

가슴 안 따질 수도 있지 않아요?]

백하윤

[그게 무슨 소리니]

[혹시 모르잖아요.

’오히려 좋아‘ 이러실지도 모르고]

이하영

[무슨 헛소리야. 따져.

예전에 사귈 때 커서 좋다고 했어]

백하윤

[그런 위험한 발언은 조심하렴

너희보다 어린애가 취향이면

난 어떡하니]

[크흠 어쨌든 이번

타겟은 걱정할 거 없어요.

권력 재력 능력 어느 하나 갖춘 게 없으니까.

할 줄 아는 건 싸우는 게 전부예요.]

백하윤

[확실히 정실감은 아니네]

이하영

[그래도 계속 주시해 줘.

한순간 훅치고 올지도 몰라]

[당연하지

방심은 안 해]

---------------------------------------

이희연은 방심하지 않는단 답장을 남기고 표정을 굳혔다.

현재 주인님의 마음은 자신과 이하영. 그리고 백하윤까지 3등분으로 쪼개졌으니 이 이상 쪼개져선 곤란하기 때문이다.

“안지연. 두고 보도록 하겠어.”

***

안지연.

그녀는 현재 UFC 선수등록을 마치고 데뷔전을 준비하고 있었다.

매일 아침저녁으로 맹훈련을 반복하는 것은 물론, 철저한 식단관리로 체급을 유지하되 근육량은 꾸준히 올리는 것이다.

몸에 있는 지방이란 지방은 다 빼되, 근육만 채우는 것이다.

“후우-.”

하여 거울 속 그녀의 모습은 여성스러움은 찾아볼 수 없었다.

거의 평면이나 다름없는 가슴에 날카로운 턱. 움푹 파인 볼. 덕지덕지 근육이 붙은 몸. 벌어진 어깨까지.

거울 속 그녀는 흡사 미청년을 보는 듯했다.

“오해할 만하네”

그녀는 그렇게 중얼거리며 피식 웃었다.

오늘 아침 조깅코스에서 있었던 일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저, 너무 제 스타일이셔서... 번호 좀 주세요!‘

얼굴을 붉히며 자신에게 폰을 내미는 여성.

오늘만 벌써 이런적이 몇 번째인지.

내가 그렇게 남자처럼 보이나.

뭐, 내가 봐도 남자처럼 보인다만.

“차라리 남자로 태어났으면.”

여성성을 완전히 잃어버린 자신.

이렇게 살 거면 차라리 남자로 태어났으면 어땠을까.

그러면 이처럼 슬픈 기분이 들지는 않았을 테니 말이다.

’내 운명인 걸 어쩌겠어.‘

복싱 챔피언의 딸로 태어난 그녀.

그녀는 남자의 삶을 살도록 강요받고 있었다.

아버지의 뒤를 이어 훌륭한 선수가 되도록, 아버지의 학대를 받고 자라온 것이다.

’처음부터 이러진 않았는데.‘

유복했던 어린 시절.

그때만 해도 그녀는 평범한 여자아이에 불과했다.

여느 또래처럼 예쁜 인형과 가족 놀이를 좋아하고 백마 탄 왕자님을 꿈꾸는

그런 평범한 여자아이였다.

허나 갑작스러운 사고로 아버지가 복싱계를 은퇴하고 나서부터, 그녀는 여자의 삶을 버려야만 했다. 자신을 여성 파이터 세계 챔피언으로 만들겠다는 아버지의 꿈에 희생양이 되어야 했던 것이다.

그렇게 안지연은 9살 이후 쭉 남자아이처럼 크게 되었다.

먹는 것 입는 것 행동거지 하나하나 아버지에게 교정받으며 남자아이처럼 자라오길 강요받았다.

그 결과 그녀는 남자처럼 생각하고 남자처럼 행동하게 되었으며, 자연스럽게 강한 힘을 추구하게 되었다.

그녀는 9살 이후 단 한 번도 치마 같은 걸 입어본 적이 없었다.

’뭐, 이것도 나쁘지 않아.‘

하지만 그녀는 불행하지 않았다.

여성성을 거세당한 삶이었지만, 이제 이것이 자신의 원래 모습 같았다.

어쩌면 아버지가 없었어도 원래 이런 삶을 살지 않았을까 생각하는 그녀였다.

지금 이러한 삶의 형태는 그녀와 너무 잘 맞았다.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