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자 얼굴마담인 둘째가 인상을 쓰며 기분 나쁘다는 듯 말했다.
“저 기생오라비같이 생긴 놈 말입니까? 당연히 저한텐 안 되지 않습니까? 제가 웬만한 보지년들은 다 따먹는데.”
그는 그렇게 말하며 머리를 한번 쓸어넘겼다.
그리고 자신만만한 듯 미소지으며 다음 말을 이었다.
“그리고 뭐, 우리 셋째랑 막내가 말빨 좀 되지 않습니까. 저 새끼 아갈 싸물고 가만히 있는 거 좀 보십쇼. 분위기 심각한 거 보입니까?”
한창 뺑소니 사건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정성민.
그런 그를 보며 둘째는 피식 조소를 흘렸다.
“보지년들 얼굴 굳은 거 보입니까? 우리가 좀 띄워주면 금방 넘어올 겁니다.”
수많은 여자를 함락시켜온 둘째의 자신감.
첫째는 피식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큭큭. 그렇나. 그라믄 니들이 저년들 잘 마크해라. 난 저 새끼 따로 빠질 때 바로 조지러 갈 테니까.”
“예! 형님.”
그렇게 양아치 4형제는 정성민 일행을 예의주시하며 기회를 엿봤다.
정성민이 화장실을 가거나 따로 혼자 남았을 때, 첫째가 그를 처리하고 그가 없는 사이 둘째 셋째 넷째가 여자 테이블에 합석하는 작전이었다.
그리고 잠시 후-.
-드르륵.
돌연 정성민이 일어나, 외투를 챙기고 가게 밖으로 걸어나갔다.
첫째는 씨익 입꼬리를 올리며 동생들에게 눈 사인을 보냈다.
“걱정 붙들어 매십쇼. 저희가 실패하는 거 본 적 있습니까?”
둘째의 호언장담에 첫째는 고개를 끄덕이곤 정성민을 따라나섰다.
그 사이 둘째는 미리 시켜둔 칵테일 소주 3잔에 최음제를 탄 다음, 여자들이 있는 테이블로 걸어가기 시작했다.
***
-쉬이이익!
돌연 내게 날아오는 괴한의 주먹질.
난 고개를 틀어 녀석의 주먹을 피한 다음, 주머니 안의 나이프를 뽑아 녀석의 복부를 찔렀다.
-푸욱.
“.....어?”
순식간에 구멍이 난 녀석의 복부.
녀석의 옷이 피로 물들기 시작했다.
동시에 녀석은 복부를 움켜쥐며 의문이 가득한 눈으로 날 바라봤다.
“.....무, 무슨...”
허나 그러거나 말거나, 난 나이프를 주머니 안에 넣으며 빠르게 주위를 둘러봤다. 추가적으로 날 노리는 녀석은 없는 듯했다.
-화악!
하여 난 녀석의 머리채를 잡고 옆 골목으로 끌고 갔다.
근육질인 녀석은 내게 반항하려 몸부림쳤지만, 구멍 뚫린 녀석의 복부를 주먹으로 올려치자 다시 얌전해졌다.
-콰당탕탕!
어둑한 골목길에 들어온 난 녀석을 쓰레기 더미가 있는 쪽으로 던져 넣었다.
엉덩방아를 찧은 녀석은 신음을 흘리며 복부를 움켜쥐었다.
“카흑...씨, 씨발...너, 뭐, 뭐야! 너 내가 누군지!”
-콰직!
난 녀석이 지껄이도록 두지 않았다.
그대로 발을 뻗어 녀석의 얼굴에 걷어찬 다음, 나이프를 뽑아 녀석의 손바닥을 찔렀다.
“흐아아아아--우우웁!!”
그리고 옆에 널브러진 쓰레기더미를 집어 녀석의 입을 쑤셔 막았다.
이후 녀석의 얼굴에 주먹질을 수차례 갈긴 다음, 입안의 쓰레기 빼냈다.
녀석의 얼굴은 피범벅이 되어 있었다.
“누가 보냈지? 주인님? 아니면 구원자?”
공포에 질려 벌벌 떨고 있는 녀석의 눈동자.
난 다시 나이프를 꺼낸 다음 녀석의 목에 갖다 댔다.
“주인님? 구원자?”
“사, 사, 사, 살려주세요... 죄, 죄송-”
-푸욱.
“끄아아아아아--우우우웁!!”
말귀를 못 알아듣는 것 같아 어깨를 찔러주었다.
녀석은 반항할 생각도 못 한 채 연신 눈물을 쏟으며 손을 싹싹 빌기 시작했다.
“으으읍..! 흐으읍! 흐으으으..! 흐으읍!”
입안에 쓰레기를 처박아넣은 채 뭐라는 건지.
난 녀석의 입안에 쓰레기를 뺀 다음 다시 물었다.
“주인님? 구원자?”
“모, 모, 모릅니다! 제발 살려주세요!! 전 그냥 선생님의 여자들을 노리려고!!”
“내 여자? 무슨 소리냐”
“도, 동생들을 시켜서, 그, 합석을! 합석을 한 다음, 최음제랑 수면제 해서, 그, 살려주십쇼! 당장 그만하라고 하겠습니다!”
아. 그냥 삼류 양아치였나.
다만 최음제까지 써서 여자에게 수작 부리는 걸 보니, 누군가 뒤를 봐주는 게 분명했다.
이렇게 대놓고 성범죄를 저지르는 녀석이 경찰의 수사망을 피할 수는 없을 테니까.
“너. 누가 네 뒤를 봐주지?”
“흐으윽... 예?”
-짜악!
한 번에 못 알아처먹는 거 같아, 싸대기를 갈겨주었다.
이러면 정신 좀 들겠지.
“다음엔 찌른다. 제대로 대답해”
“...어으으... 그, 예!”
“누가 네 뒤를 봐주나.”
“상철 형님입니다!”
“형님? 너 조직 소속인가.”
“와, 완전히 소속된 건 아니지만! 사, 상철 형님을 모시고 있습니다!”
“모셔? 어떻게?”
“저, 저희가 작업한 여자를... 너, 넘겨 주거나, 아니면 영상을 팝니다....”
음. 그러니까 요약하면, 겁탈한 여자를 촬영하여 판매하는 녀석들이란 말인가.
대충 어떻게 된 건지 알 거 같군.
“흠. 그러면 너와 연결된 그 조직에 ‘조교사’가 있나.”
내 질문에 녀석이 희망을 찾은 듯 눈을 반짝이며 답했다.
“조, 조교사님을 아십니까! 조교사님도 그곳에 상주하고 있습니다!”
조교사가 있는 조직.
그 조직과 연결된 녀석.
따지고 보면 같은 편이라는 얘기인데.
너무 말단이라 나를 모르는 건가.
“그러면 그 상철이라는 녀석에게 전화해라. 녀석에게 네 처분을 맡기지.”
“.....예?”
-짜악!
또 말귀를 못 알아듣는 것 같아 다시 한번 따귀를 갈겨주었다.
그러자 녀석은 배를 움켜쥔 채 울먹이는 목소리로 답했다.
“아, 알겠습니다....”
이윽고 녀석은 상철이라는 녀석에게 전화를 걸었다.
난 전화가 연결되자마자 녀석의 폰을 가로채 용건을 말했다.
“윤상철. 정성민 의장이다. 네 부하가 말썽을 일으켜서 말이야. 네가 와서 수습해라.”
“.....뭐, 뭐? 누구?”
“정성민 의장이다.”
“.....”
침묵하는 녀석.
의심하는 모양이군.
“....그, 화, 확인이 필요합니다.”
“사진을 보내지.”
난 곧바로 홈버튼을 눌러 카메라 어플을 실행했다.
그리고 양아치 녀석의 어깨에 팔을 두르고 녀석에게 명령했다.
“웃어. V자도 하고”
내 명령에 녀석은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V포즈를 했다.
이에 나도 무표정한 얼굴로 V를 한 다음 촬영 버튼을 눌렀다.
-찰칵!
그리고 그 사진을 윤상철에게 문자메시지로 첨부했다.
이윽고 수화기 너머로 녀석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의, 의, 의장님! 다, 당장 달려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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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들썩한 술집.
태풍 속의 고요 같던 이하영 일행도 활기를 띠기 시작했다.
정성민이 나간 사이, 그에 대한 이야기로 열을 올린 것이다.
“뭐-? 그때부터 좋아했다고? 너 생각보다 더 응큼한 애구나.”
“웃기고 있네. 응큼한 게 아니라 네가 먼저 채간 거거든? 먼저 좋아한 건 나거든?”
이하영과 이희연.
그녀들은 누가 먼저 정성민을 좋아했는지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었다.
얘기를 나눠 보니 먼저 좋아했던 건 오히려 이희연이었다.
“뭐, 어쨌든 선택받은 건 나잖아? 누가 먼저 좋아했는지가 뭐가 중요해.”
“지가 먼저 고백해놓고 선택은 무슨.”
“어쨌든! 고백을 받아준 것도 선택이야. 마음이 있었으니 받아들인 거지”
허나 그녀의 말대로 정성민의 선택은 이하영.
이희연은 소주잔을 쭈욱 들이킨 뒤 탁- 내려놓으며 말했다.
“후-우. 내가 먼저 고백했어야 했는데. 그땐 바보같이 널 내 친구라 생각해서 내 마음을 무시했어.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포기해버려선...”
뒤늦게 밀려오는 후회.
만약 내가 포기하지 않았더라면, 모든 게 달라졌을까.
“...이제는 포기하지 마.”
“...어?”
“포기하지 말고, 부딪히라고. 지금처럼.”
그때, 자신을 응원하는 듯한 이하영의 말.
이희연이 동공이 크게 떠졌다.
미스터 최에게 타락한 이후, 서로 의절까지 했었던 이하영이 이런 말을 하다니.
“그리고 깨닫는 거야. 아무리 부딪혀도 넌 내게 안 된다는 걸. 어차피 성민이는 나를 택할 테니까?”
-라고 생각할 뻔했으나, 이어지는 이하영의 말에 이희연은 쿡- 비릿한 조소를 흘렸다. 지금 이하영은 친구가 아니라 라이벌일 뿐이다.
“크흐흐. 이 썅년이. 이제 예전처럼 호구 짓은 안 할 거야. 주인님은 내가 쟁취할 거거든♥”
“풉. 열심히 해봐”
서로를 찌릿- 째려보며 스파크를 일으키는 둘.
이에 백하윤이 피식 웃으며 그들 사이에 끼어들었다.
“정성민이 누굴 택할지는 두고 볼 일이지. 의외로 너희 둘 다 선택받지 못할 수도 있을걸?”
의미심장한 백하윤의 발언.
투기가 가득한 백하윤의 눈빛.
자매의 연을 맺었던 셋은 3시간 만에 삼분되어 서로를 노려보고 있었다.
“그리고, 우리 셋 다 선택받지 못할 수도 있지. 그렇지 않니?”
허나 이어지는 백하윤의 말에, 실이 툭- 끊어지듯 팽팽한 긴장감이 반전된다.
그녀들은 각자 가상의 적을 상상하며 전의를 불태웠다.
“처녀. 처녀를 조심해야 해.”
“맞아. 성민이는 아직 때 묻지 않은 순수함. 그런 걸 좋아했었어. 한때 내가 그랬거든.”
“지랄하네”
“왜 또 시비니. 우리도 한때는 그랬잖아?”
“..... 인정.”
아직 때 묻지 않은 순수한 과거.
그녀들은 그 찬란했던 순간을 떠올리며 소주를 들이켰다.
이윽고 백하윤이 씨익 웃으며 입을 열었다.
“나도 그런 시절은 있었어. 하지만 과거는 과거지.”
“.... 과거는 과거죠.”
“결국 미래가 중요하죠. 앞으로 다가올 우리의 적들 말이에요.”
투트랙 걸레, 상폐 이모, 쓸모없는 년.
이 셋의 최대 적은 아직 때 묻지 않은 순수한 ‘처녀’였다.
만약 그런 적이 나타난다면, 천하 삼분지계하고 있는 삼국의 정세에 큰 균열이 일어날지도 모른다.
때문에-
“만약 그런 ‘처녀’가 나타난다면-”
“반드시-”
“걸레로 만들어야겠지. 후후후.”
이글이글- 눈을 불태우며, 주먹을 쥐는 그녀들이었다.
정성민의 여인 중에 처녀가 있어서는 안 된다는 것.
이제부터 그것이, 그녀들의 사명인 것이다.
“처녀가 끼는 것은 반칙이지.”
“그렇고 말고요.”
그렇게 다시 기적적으로 타협을 이뤄낸 그녀들.
그녀들은 정성민이 없는 틈을 타 ‘비처녀-대걸레 조약’을 체결했다.
조약의 내용은 정성민의 여인 중 처녀가 있어서는 안 된다는 것.
셋은 각자의 잔을 맞추며 자매의 정을 더욱 공고히 하였다.
“주문하신 칵테일 소주 나왔습니다.”
그런데 그때, 웬 구릿빛 피부의 금발 미남이 불쑥 끼어들며 칵테일 소주를 테이블에 올려놓았다.
문신 4형제 중 얼굴마담을 맡고 있는 둘째였다.
“저희 이런 거 시킨 적 없는데요?”
다만 뜬금없는 둘째의 등장.
이하영이 냉기 어린 말투로 둘째를 경계했다.
그러자 둘째가 넉살 좋은 표정으로 답했다.
“하하. 사실 제가 주문한 거예요. 이 집은 이게 되게 맛있거든요.”
그렇게 말하며 자연스럽게 빈자리에 합석하는 둘째.
이에 세자매가 인상을 찌푸리자, 그는 사람 좋은 미소를 보이며 작업 멘트를 치기 시작했다.
“하하. 죄송해요. 너무 갑작스러웠죠? 하지만 그냥 지나칠 수 없어서요.”
“... 그냥 지나칠 수 없다니, 무슨 소리예요.”
“하하. 다른 게 아니구요. 제가 패션사업을 하고 있는데, 모델을 구하고 있거든요. 그런데 세 분 다 엄청 미인들이셔서. 이렇게 실례했습니다. 여기-”
그는 그렇게 말하며 지갑에서 명함 3장을 꺼냈다.
그리고 세 자매에게 나눠주며 씨익- 꾸며진 미소를 지었다.
“패션 커뮤니티 ‘아반카’ 대표 한진성이라고 합니다. 잠깐 얘기 나눠도 괜찮을까요? 칵테일 소주도 함께 곁들이면서 말이죠.”
세미 정장을 정리하며 자신만만한 미소를 지어 보이는 그.
이윽고 그가 손을 튕기자, 양아치 형제 셋째가 나머지 칵테일 소주 두 잔을 테이블에 올려놓았다.
“시간 많이 안 뺐을게요. 잔을 비울 때까지만 얘기하게 해주세요.”
그는 그렇게 말하며 술을 권하는 손짓을 했다.
이에 세 자매는 각자 칵테일 소주를 하나씩 가져온 다음, 찬찬히 살펴봤다.
이윽고 셋의 입꼬리가 비스듬히 휘었다.
“후후. 그래요? 약 팔러 온 건 아니죠?”
칵테일 소주에 약이 타 있다는 것을 눈치챈 백하윤.
그녀는 ‘약’이라는 단어를 언급해 두 동생에게 눈치를 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