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34화 (134/303)

오늘은 마치 그때를 연상케 하는 듯한 날이었다.

그래서 그런지 쉽게 감정적이게 된다.

”키스해줘.“

너무나 외롭고 힘들었던 나.

그날처럼 오늘도 난 위로받고 싶었다.

그래서 그때처럼 앞에 있는 남자에게 입맞춤을 청했다.

-스으윽.

그리고 그날처럼, 남자는 눈을 감으며 내게 다가왔다.

나 또한 눈을 감으며 그의 입술을 맞이했다.

이내 우린 서로를 안은 채 키스를 나누기 시작했다.

”우움...음...츄웁...하아...하아...흐웁...♥“

몸이 달아오르기 시작했다.

그와 함께하며 참아왔던. 아니, 지난 일주일간 참아왔던 욕정이 순식간에 솟아 올라왔다.

”으응...♥ 우움...츄웁...츄우웁...으응...♥“

신음이 새어 나오는 걸 막을 수 없다.

그의 혀는 너무나 부드럽고, 침까지 너무 달콤했다.

우린 연인처럼 오래도록 진한 키스를 나누었다.

”안아줘...“

적어도 30분 이상 키스를 나눴던 우리.

이제 참는 것도 한계였다.

애액이 허벅지를 타고 내려올 정도로 참았으니, 이제 그의 것으로 나를 틀어막아 줬으면 좋겠다.

-스으윽...

드디어 원하던 순간이 오고 있다.

그가 정상위 자세를 잡기 시작한 것이다.

나는 시선을 깔아 나를 향해 뻗은 그의 물건을 보았다.

흉포한 힘줄이 돋아난 그의 자지는 내 음부를 겨냥하고 있었다.

”흐으으읏!!!“

예상하고 있었지만, 삽입되자마자 어마어마한 쾌락이 쓰나미처럼 밀려왔다.

마치 주인님의 것을 연상케 하는 그의 물건은 부드럽게 내 안을 파고 들어와 자궁입구까지 안착했다.

”하아...하아...♥“

단지 그의 것을 받아들이는 것만으로도 신음이 새어 나온다.

꾸준히 질 전체에서 오르가즘이 느껴지며, 몸 전체로 퍼져나간다.

-콰르르르릉!

-솨아아아아....

그리고, 추억이 들린다.

내 인생 가장 행복했던 그 날의 추억이 이렇게 생생히 들려온다.

생각이 많아지는 밤.

문득 어떤 의문이 든다.

왜 이 남자와 박종필이 겹쳐 보이는지, 자꾸만 의문이 든다.

그래서 불쑥 이런 질문을 내뱉었다.

”..... 날 어떻게 생각해.“

나는 바보가 아니다.

그가 내게 이렇게 잘 해주는 이유는, 단지 주인님과 싸우기 위한 장기말을 확보하기 위한 차원에 불과할 것이다.

그래서 나는 내게 잘 해주는 이유를 묻지 않았다.

그저 나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물어보았다.

잠시 후, 그가 피식 웃으며 답했다.

”솔직하게 답해줘?“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응. 거짓말은 너무 많이 듣고 살아서.“

”..... 그래. 일단은, 내게 필요한 사람이라 해둘까.“

”주인님을 치기 위한 장기말로서?“

”아무래도 그 비중이 크지. 아니, 거의 전부라고 보면 돼.“

역시.

역시 그랬구나.

하지만 이어지는 다음 말을 조금 의외였다.

”그리고, 도와주고 싶은 사람이기도 해.“

도와주고 싶은 사람?

나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그를 바라보았다.

그가 답했다.

”너와 박종필의 이야기. 남 일 같지 않아서 말이야. 너도 이하영과 내 이야기를 알거 아냐.“

”.....“

”이대로 시간이 흐르면 나는 박종필이 되고, 이하영은 네가 되겠지. 그래서 네 이야기를 새로 써보고 싶어.“

”이야기를... 새로 써?“

”어. 이대로라면 넌 약에 중독돼서 비참하게 죽을 거 아냐.“

”..... 주, 주인...“

‘주인님이 날 구해줄 거야’-라고 말하려 했으나, 난 뒷말을 이을 수 없었다.

이제는 나도 내가 버려졌다는 것을 인정한 모양이다.

문득 비참한 기분이 들어 눈물이 흘러내렸다.

”넌 불쌍한 여자야. 안타까워“

정성민은 그렇게 말하며 내 눈에 흐르는 눈물을 닦아주었다.

그리고 나를 끌어안으며 내 귓가에 나지막이 속삭였다.

”그리고 이런 값싼 동정도 거절하지 못할 정도로 외로워하고 있지.“

그가 내뱉는 말 한 마디 한 마디에 발가벗겨지는 기분이다.

아무도 모르게 꽁꽁 숨겨 두었던 나라는 인간이 완전히 까발려지는 기분.

허나 수치심을 느낄 틈도 없이 그는 나를 안아주었다.

내 머리를 쓰다듬으며 괜찮다고 말해주었다.

”괜찮아. 내가 네 결말을 바꿔줄 테니까.“

그는 그렇게 말하곤 고개를 들어 나를 바라보았다.

”그러니까 결정해. 나를 믿고 새로운 이야기를 쓸지. 아니면 예정된 결말로 향할지.“

그는 그 말을 끝으로 침묵했다.

그리고 간절한 눈빛을 담아 나를 바라보았다.

나는 그 눈빛을 보며 생각에 잠겼다.

‘왜 그렇게 절박한 눈을 하고 있어.’

나를 바라보는 그의 눈빛.

그 눈빛 속엔 절박함이 묻어나고 있었다.

반드시 나를 얻어야 한다는, 어떤 사명감이 느껴졌다.

‘신기한 사람이야.’

그는 자꾸만 새롭다.

어떤 때는 연인 같다가, 또 어떤 때는 전능한 주인님 같고. 또 이럴 때는 꿈을 좇는 소년 같은 눈을 하고 있었다.

소년은 무엇이 이토록 절박한 것일까.

‘불쌍한 여자라...’

문득 나는 그의 말을 곱씹었다.

나보고 불쌍한 여자라고 말하는 그.

확실히 생각해보니 그랬다.

그의 말처럼 나는 예나 지금이나 지독히도 외로움을 느끼는 여자였다.

15년 전 여고생이었을 때도 학교에선 온갖 밝은 척하며 행복한 여자를 연기했지만, 안은 시커멓게 썩어들어가고 있었다.

만약 박종필을 만나지 못했다면 난 외로움에 잡아먹혀 스스로 목숨을 끊었을지도 모른다.

‘그런 의미에서 지금이 더 심각하구나.’

웃긴 건 지금도 그때와 똑같다는 거다.

단지 한국의 유명 셀럽이 되어 규모만 커졌을 뿐이지, 난 지금도 행복한 여자를 연기하지만, 실상은 지독히도 불행한 삶을 살고 있었다.

만약 지금 정성민을 만나지 못했더라면 난 어떻게 됐을까.

....여기까지 생각이 미치니 왜 박종필과 정성민이 겹쳐 보이는지 알 거 같았다.

‘난 그가 필요해.’

이제야 알 거 같다.

내가 그토록 박종필을 그리워했던 이유는, 절망에 빠진 나를 구원해줄 누군가를 원했기 때문이었다.

”아....“

그런데 그때.

왈칵 눈물이 쏟아지며 어떤 깨달음이 나를 전율하게 했다.

15년 전, 박종필을 용서해줬던 그때 그 기억과 감정이 나를 덮쳐왔다.

‘동류. 동류에게 느끼는 감정이었어. 내가 박종필에게 느꼈던 감정.’

동류.

부모에게 학대받고 자란, 박종필과 나.

우리 둘만이 느낄 수 있는 그 감정.

동료애로 출발한 우리의 사랑.

그리고 정성민과 나.

사랑하는 것을 강탈당한 자들만이 느낄 수 있는, 우리 둘만의 그 감정.

‘아아....’

이제야 당신을 이해할 수 있을 거 같아.

모든 것을 체념한 나완 다르게, 당신은 진심으로 되찾고 싶은 거구나.

사랑했던 모든 것을.

‘불쌍한 사람.’

여기까지 오느라 얼마나 힘들었을까.

제대로 잠도 자지 않고 노력해왔겠지.

나를 얻기 위해 기울인 노력만 봐도 알 수 있어.

당신은 내가 정말 필요한 거구나.

”새로 쓰고 싶어. 내 이야기도, 당신 이야기도“

나는 담담히 나의 진심을 그에게 말했다.

나완 다르게 절망을 딛고 일어나 맞서는 그를 응원해주고 싶었다.

불쌍한 그가 행복해졌으면 좋겠다.

”당신 뜻에 따를 게. 당신도 나도, 이제 그만 행복해지자.“

내 대답에 정성민은 잠시 당황한 듯한 표정을 짓다가, 이내 은은한 미소를 지으며 내 머리를 쓰다듬어주었다.

”좋은데. 갑자기 진심이 됐네.“

”응. 당신이 진심으로 좋아졌거든.“

”.....“

”뭘 바라는 건 아니야. 내가 일방적으로 당신 좋아하고 있는 거 알고 있으니까.“

”그래도 마음을 받았는데 모른 체할 수는 없지.“

그는 그렇게 말하며 자세를 다시 잡았다.

그의 것이 질 안에 요동치며 오르가즘이 전신으로 퍼져나간다.

이윽고 그가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난 소중한 것엔 그만큼 대우를 해주거든. 이제 너도 내 소중한 사람이야.“

”응...♥ 난 당신의 위로만 있으면 돼. 그럼 내 모든 걸 줄게.“

”좋군. 이리 와.“

우린 서로를 끌어안고 혀를 섞기 시작했다.

서로의 침과 침을 섞어 끈적한 음액을 나눠 먹고, 자극부위를 애무한 다음 피스톤질을 하기 시작했다.

난 그의 거대한 물건이 내 안을 찌를 때마다 짐승 같은 교성을 내지르며 조수를 뿜어댔다.

‘대단해. 그는 정말... 대단해.’

그는 그야말로 완전체였다.

주인님의 피지컬과 기술. 거기에 더해 박종필의 마음까지 가지고 있었다.

이런 그를 어떻게 사랑하지 않을 수 있을까.

”좋아... 당신이 좋아. 행복했으면 좋겠어. 당신은 나처럼 불행하지 않았으면 좋겠어...“

그를 향한 절절한 나의 마음.

그것을 전하자마자 그가 키스하며 거칠게 피스톤질을 하기 시작했다.

이윽고 대량의 정액이 내 안에 쏟아지며 따스한 감각이 아랫배에 퍼져나갔다.

”잠깐만 이대로 있자.“

사정이 끝났으나, 좀 더 그의 체온을 느끼고 싶었다.

그는 이런 내 기분을 알고 있다는 듯 이마에 키스해주며 나와 눈을 맞춰주었다.

그리고 나는 비로소 더 이상 외로움을 느끼지 않게 되었다.

다시 누군가를 사랑할 수 있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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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계획은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었다.

주인님의 양 날개 중 하나인 백하윤을 내 여자로 만들었으니, 주인님과 구원자가 손을 잡더라도 어느 정도 저항할 힘이 생긴 것이다.

‘박종필도 내 것으로 만들어야 해.’

현재 주인님의 세력은 주인님이 운영하는 도박장과 박종필이 운영하는 마약공장. 그리고 주인님과 긴밀한 협력 관계에 있는 ‘사이비 종교계’가 있다.

내가 알기로 사이비 종교계는 각 지역사회에 뿌리내려 서민들의 고혈을 빨아먹고 있는데, 그들까지 주인님에게 합세하면 백하윤이 나를 지지한다 하더라도 내가 밀릴 가능성이 크다.

때문에 박종필도 하루 빨리 내 것으로 끌어들여야 한다.

‘백하윤이 있다면 박종필은 어렵지 않지.’

내가 알기로, 박종필은 백하윤에게 집착하고 있다.

물론 오랜 시간 주인님에게 길들어졌기에 뒤틀린 충성심이 아직 남아있긴 할 테지만, 결국 근본적으로 박종필의 욕망과 동력은 백하윤에게 집중되어 있다.

백하윤을 이용해 박종필을 꼬드긴다면 그 또한 내 편으로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양강체제는 만들어졌군. 박종필까지 붙으면 내 쪽이 약 우세인가.’

주인님의 세력과 나의 세력.

얼핏 보기엔 내가 압도적으로 불리해 보이나, 이제 내겐 백하윤이 있고 곧 박종필도 내게 붙을 테니 주인님과 나만 놓고 보면 내 세력이 더 우세할 것이다.

‘변수는 사이비 종교계인데.’

주인님이 관리하고 있는 사이비 종교.

내가 알기로 사이비 종교는 수도권을 제외한 지방 도시에 터를 잡고 있었다.

그들은 모두 주인님의 은혜를 입어 성장한 제단들이라, 주인님에게 매년 사례금을 바치며 충성을 보인다고 한다.

‘나도 하나 만들까.’

사이비 종교를 만드는 일, 생각보다 어려운 일이 아니다.

충분한 돈과 인력이 받쳐주고 세뇌 공정만 잘 짜놓으면 순식간에 신도를 모을 수 있다.

문제는 수도권에 만들기엔 경쟁 세력이 너무 많고, 지방에 만들기엔 내가 일일이 관리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하여 믿을 만한 놈에게 일을 맡겨 스스로 성장하도록 지원해주는 수밖에 없는데... 마침 쓸만한 놈들이 여럿 있긴 하다.

‘남우현, 김민재, 최준호, 김인욱, 박창석’

내가 방금 떠올린 다섯의 이름.

내 휘하에 있는 조교사 중, 가장 실력이 뛰어난 놈들.

이놈들이라면 충분히 교주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내 직접 가르친 나의 수제자나 다름없는 놈들이니.

‘문제는 시간인데.’

각 지방에 나를 숭배하는 종교를 만들어 내 세력을 확장하는 일.

분명 이 시점에서 딱 필요한 일이다.

주인님과 맞붙을 때 그들의 지원이 있어야 확실한 우위를 가질 수 있을 테니까.

허나 나는 전쟁을 앞두고 있다.

주인님은 내 사업이 최대치로 성장할 때까지 간 보고 있는 중이고, 내 사업의 최대매출이 떨어지기 시작하면 곧바로 내 사업을 먹으려 움직일 것이다.

그때가 되면 본격적인 전쟁의 시작이다.

‘이대로는 진다. 역시 시간을 좀 더 벌어야 해.’

현재 나와 주인님은 동세력을 이루고 있는 상황.

허나 여기에 구원자가 개입하면 파워 밸런스는 완전히 무너지고 만다.

만약 내 예상대로 구원자와 주인님이 손을 잡는다면, 이하영이 있다 한들 우린 무너질 수밖에 없다.

아직 이하영의 세력은 구원자에 비해 턱없이 모자라니까.

‘딱 6개월만 더 있으면 좋을 거 같은데.’

내가 뿌린 사이비 종교가 완전히 자리 잡는 데까지 걸리는 예상 기간은 6개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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