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입술을 짓씹으며 분한 표정을 짓고 있으나, 반박하지 못 하는 그녀.
나는 그녀의 눈을 안대로 가려주며 말했다.
“불행은 쾌락에 방해됩니다. 그러니 당신이 가장 행복했던 시절로 되돌려 줄게요.”
나긋-나긋 퍼지는 나의 목소리.
균열이 일었던 백하윤의 미간이 펴지기 시작했다.
나는 그녀의 어깨를 주무르며 긴장 상태를 풀어주었다.
“음료부터 마시세요. 기분 좋은 기운이 몸 안에 퍼져나갈 겁니다.”
백하윤은 고분고분 내가 건넨 음료를 들이켰다.
실제로 음료 안엔 마약성분이 있으니, 지금 그녀의 몸 안엔 쾌락이 돌고 있을 것이다.
“아...”
이내 백하윤은 몸을 축 늘어트리며 몸 안에 퍼지는 약기운을 느꼈다.
그사이 나는 조명을 세팅하고, 잔잔한 자연의 소리가 나오도록 음향을 조절했다.
“지금부터 과거로 돌아갈 겁니다. 15년 전, 당신의 고향이 있는 곳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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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터 최의 세뇌는 강력하다.
그 어떤 고결한 여자라도 일단 그의 세뇌에 걸려들면 짐승 이하의 인간으로 전락하고, 쾌락만을 추구하는 비참한 인생을 살게 된다.
그렇기에 정성민은 항상 고민해왔다.
어떻게 하면 주인님의 세뇌를 풀고, 나락으로 떨어진 세뇌대상을 다시 끌어올릴 수 있는지.
그래서 처음에 생각한 방안은 ‘주인님을 뛰어넘는 섹스 스킬’이었다.
만약 자신이 주인님보다 더욱 큰 쾌락을 줄 수 있다면, 세뇌 대상자는 주인님을 버리고 자신에게 넘어올 거란 계산에서 비롯된 생각이었다.
하여 그는 한동안 여러 여자를 타락시키며 이런저런 실험을 해봤는데, 결과적으로 미스터 최의 섹스 스킬을 뛰어넘는 건 불가능하다는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
아무래도 오랜 세월 풍부한 경험으로 축적된 섹스 스킬이다 보니, 그 간극을 따라잡기란 너무도 버거운 일이었다.
때문에 정성민은 두 번째 방안을 생각했는데, 그것이 바로 ‘세뇌의 매커니즘을 망치는 것’이었다. 말인즉, 죄책감을 쾌락으로 치환시키는 주인님의 세뇌 공정을 망가뜨리는 방법을 생각한 것이다.
“지금부터 과거로 돌아갈 겁니다. 15년 전, 당신의 고향이 있는 곳으로”
그래서 정성민이 고안한 방법이, ‘최면’을 이용해 주인님의 세뇌 공정을 망가뜨리는 것이다. 비록 아직 제대로 검증된 방법은 아니긴 하나, 정성민은 이 방법이 제대로 통할 것이라고 믿고 있다.
이를 위해서 지난 3개월간 심혈을 기울여 최면실을 만들었으니까.
“천천히 심호흡합니다. 숨을 들이쉬고, 내쉬는 감각에 집중하세요. 당신의 심장박동이 천천히 가라앉습니다.”
사람을 자신의 의도대로 비트는 것에 타고난 미스터 최.
반면 정성민은 노력하여 배우는 것에 타고난 사람이었다.
특히 가족과 연인을 되찾겠다는 간절한 목표가 있는 그라면, 어떤 것이든 가리지 않고 배울 수 있었다.
최면 또한 그러했다.
“호흡하는 것에 집중합니다. 모든 것은 저의 통제에 있으며, 제 통제를 잘 따르기만 하면 기분 좋은 쾌락이 뒤따라올 겁니다.”
최면에 빠져들기 위해선 최면술사를 전적으로 믿는 것이 중요하다.
때문에 정성민은 ‘통제’와 ‘쾌락’이라는 키워드로 자신의 말을 따르도록 했다.
또 호흡하는 것에 집중하도록 만들어 머릿속의 잡생각을 비워내도록 했다.
“당신은 지금 초원 위에 있습니다. 온통 녹색으로 푸르른 초원 위, 하얀 구름 사이로 햇살이 당신을 비춥니다.”
이제 다음은, 기초적인 이미지 연상단계에 접어드는 것이다.
모든 사람이 좋아할 만한, 간단하고 심플한 이미지를 구현하도록 한다.
-솨아아아아...
정성민은 이를 위하여 음향장치를 재생했다.
그러자 바람이 불어오는 소리와, 바람에 풀이 흔들리는 소리가 흘러나왔다.
또한 태양광 장치를 백하윤에게 쏘아 온도까지 조절을 마쳤다.
이에 백하윤은 순식간에 몰입상태가 되어, 초원 위에 서 있는 자신을 상상한다.
점점 최면에 빠져든다.
“당신은 초원을 걷고 있습니다. 녹색 초원과 파란 하늘이 맞닿은 지평선을 향해, 걷고 또 걷고 있습니다.”
녹색 초원과 파란 하늘이 맞닿은 지평선.
이것은 흡사 수면과 하늘이 맞닿은 바다의 광경을 연상케 한다.
다만 정성민이 구현한 푸른 초원은 사방이 지평선이다.
초현실적인 감각이 백하윤을 지배한다.
“당신의 걸음은 무척 편안합니다. 등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당신의 발걸음을 가볍게 떠밉니다.”
이곳을 거니는 백하윤은 사방이 지평선으로 이루어진 들판을 걷고 있다.
초현실적인 감각에 점점 빠져든다.
-사박... 사박... 사박...
신발을 풀을 밟아 으스러지는 소리.
그 보폭의 소리가 음향장치를 통해 재생된다.
백하윤은 그 보폭 소리에 맞춰 발걸음을 옮기고 또 옮긴다.
그때, 정성민이 새로운 상황을 부여한다.
“걷다 보니 지평선 중앙에 작은 점이 하나가 보이네요. 한번 다가가 볼까요.”
“네”
백하윤은 다시 걸었다.
갑자기 나타난 작은 점이 무엇일까 궁금하여, 그곳으로 천천히 다가간다.
“점은 점점 또렷해집니다. 가까이 가면 갈수록, 점으로 보였던 것이 형체를 이루어 갑니다. 지금은 정사각형이군요.”
점에서 정사각형.
이후엔 정사각형에서 직사각형 건물로.
최후엔 직사각형 건물에서 학교로 형태를 바꾼다.
“들판 위엔 학교가 있었군요. 학교는 빨간 벽돌이 두르고 있습니다. 그리고 정문엔, ‘성신여고’라는 글귀가 있군요”
성신여고.
백하윤이 다녔던 고등학교.
금세 백하윤의 얼굴에 미소가 번진다.
너무나 그립던 그 시절.
“풍경이 바뀌기 시작합니다. 학교를 중심으로, 그 앞에 2차선 도로가 생기고 횡단 보도와 신호등이 생깁니다. 학교 뒤편엔 작은 산이 솟아오르고, 그 주위엔 편의점과 교복점, 새깔끔 떡볶이집과 문방구들이 자리를 잡습니다.”
정성민은 그렇게 말하며 도시의 소음을 재생했다.
이 소음은 부하를 시켜 현장에서 직접 녹음한 소리였다.
-후웅- 휙! 휙! 후웅!
-빠앙. 빵- 빵-.
“횡단보도 앞, 당신은 모교를 바라보고 있습니다. 정문엔 학생주임 선생님이 학생명부를 들고, 손목시계를 보고 있습니다. 당신 주위엔 지각하지 않으려는 학생들이 가득합니다.”
아직도 생생한 15년 전의 기억.
학교에 지각하지 않으려, 횡단보도를 전력 질주했던 그 기억.
백하윤은 그 기억을 생생히 체험하고 있었다.
“어느새 옷차림이 변해있습니다. 당신은 지금 흰 셔츠에 검은 넥타이. A자형 연남색 치마를 입고 있습니다. 그리고 지금, 녹색불이 되었습니다.”
정성민은 그렇게 말하자 학생들이 뛰는 소리가 재생했다.
이에 백하윤은 주위 학생들을 따라 교문으로 뛰어갔다.
“시간이 얼마 없습니다. 학생주임 선생님이 눈을 빛내며 시계를 보고 있습니다.”
백하윤은 달리기에 박차를 가했다.
그리고 이내, 무사히 안으로 들어왔다는 정성민의 안내를 받게 된다.
이제 백하윤은 15년 전 18살로 돌아와 있었다.
“당신은 교실에 들어옵니다. 시간은 빠르게 재생되어, 어느덧 늦은 오후입니다. 당신은 지금 걱정이 됩니다. 서울로 상경하려면 돈이 많이 필요한데. 알바를 하나 더 늘려야 할지 고민입니다.”
정성민은 백하윤에 대해 철저히 조사를 마쳐둔 상태이다.
그의 부하 여럿이 백하윤의 고향으로 내려가 그녀의 모든 것을 조사해두었다.
“그런 고민을 하다 보니, 어느새 하교 시간입니다. 오늘은 고깃집 서빙 알바를 하는 날이군요.”
이제 백하윤은 완전히 과거에 있었다.
월, 화, 목에 고깃집 알바를 하는 것.
자전거를 도둑맞아 한동안 걸어가야 했던 것.
서빙 도중 성추행을 하는 손님이 꽤 있어 걱정이 되었던 것.
그 모든 디테일한 정황을 정성민이 언급해주어, 백하윤은 완벽히 과거로 돌아온 기분을 느끼고 있었다.
“오늘은 특별한 날입니다. 등교 도중에, ‘그’를 만난 날이니까요. 사람들에게 욕설을 퍼붓고 있는 18살의 박종필이 보입니다.”
정성민의 부하들은 백하윤이 알바했던 고깃집 사장님과 인터뷰까지 모두 마쳐두었다.
그렇기에 백하윤이 박종필을 처음 만난 그 날을 생생하게 재연할 수 있었다.
“아...”
최면에 완전 빠져든 백하윤.
그녀는 18살의 박종필을 보며 탄식을 내뱉었다.
저도 모르게 눈물이 쏟아질 것만 같았다.
“일어날 일이 빠르게 일어납니다. 그가 고깃집 사장님과 당신을 폭행하고 경찰서로 가서 생긴 일. 그 후 당신이 그를 선처하고 그와 겪은 모든 일이 일어납니다.”
백하윤과 박종필 사이에서 일어났던 일.
그 모든 일을 정성민이 알 리 없었다.
그래서 정성민은 백하윤 스스로 그 일을 떠올릴 수 있도록, 두루뭉술한 표현으로 박종필을 언급하며 백하윤에게 잠깐의 시간을 주었다.
이에 백하윤은 스스로 박종필과 있었던 일을 떠올리기 시작했다.
***
몸에 퍼지는 나른한 기운 탓일까.
지금 내게 벌어지는 일이 꿈인지 현실인지 헷갈린다.
처음엔 그저 애송이의 안내에 따라 초원을 걷던 것일 뿐이었는데, 어느새 내 앞엔 15년 전의 박종필이 있었다.
그리고 그와 함께했던 모든 일들이, 테이프가 감기듯 빠른 속도로 스쳐 지나간다.
-솨아아아아....
이 기분은 뭐랄까.
마치 신에게 내 모든 걸 통제를 받고 있는 기분이었다.
18살, 가장 불행했던 순간을 떠올려보라는 그의 지시에 사방에 비가 쏟아지고 있으니 말이다.
“으으...흐으으...”
그리고 나는, 15년 전으로 되감긴다.
술에 취한 아버지에 의해 가수가 되기 위해 마련한 목돈이 홀랑 타버린 그 날.
나는 그날로 되감겨 빗속을 정처 없이 떠돌고 있었다.
순식간에 그날의 슬픔에 잠긴 난. 잇새로 터져 나오는 흐느낌을 막지 못한다.
나는 그 날의 슬픔과 절망에 잠겨 하염없이 비를 맞고 있었다.
[그리고, 그 당시 가장 행복했던 순간을 떠올려보세요.]
허나 다음으로 이어지는 지시에 나는 박종필을 떠올렸다.
그날 나도 모르게 그의 집을 찾아간 것처럼, 나는 버스를 타고 빗속을 걸어가 그의 집 앞에 도착한다.
“.....너.”
이윽고 현관문 앞, 날 보며 굳은 그의 얼굴.
나는 그의 품에 안겨 그동안의 서러움을 터트리며 흐느꼈다.
그는 괜찮다며, 자신이 옆에 있어 줄 거라 말하며 나를 위로한다.
-솨아아아아아....
그리고, 비가 쏟아지는 소리.
-콰르르르르릉...
천둥 번개가 치는 소리.
-휘이이이이잉....
바람이 부는 소리.
그 모든 소리가 내 고막을 파고들며, 그날의 감각에 현장감을 더한다.
그날의 온도, 그날의 감정, 그날의 분위기가 선명하게 느껴진다.
“좋아해.”
나는 이날의 두근거림을 잊을 수 없다.
그날의 분위기에 취해 내 마음을 그에게 전했던 그 순간을, 나는 결코 잊을 수 없다.
15년 전으로 되감긴 나는 그 고백을 또 반복했다.
“나도 좋아해”
그리고 그 또한 그날의 답변을 반복했다.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고, 얼굴이 가까워지고, 드디어 입술을 포개던 그 순간이 다시ㅡ.
“아. 여기서 키스를?”
하지만 그때, 돌연 종필이가 이상한 말을 내뱉는다.
나는 갑자기 멈춰선 그의 모습을 의아하게 바라봤다.
“... 아닙니다.”
하지만 이내 고개를 젓고, 다시 나에게 다가오는 그.
우린 그날처럼 서로를 끌어안고 키스를 나누었다.
침의 농도가 진해지고 가쁜 숨으로 얼굴이 잔뜩 달아오를 때까지.
우린 첫 키스의 짜릿함을 오래도록 나누었다.
“좋아해...”
그리고 나는 그날의 절절한 감정을 다시 고백했다.
다만 그는 그날과는 조금 다른듯한 반응을 보였지만, 나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안아줘...”
이윽고 몸이 달아오른 나는 나의 모든 것을 가져가 달라고 말했다.
이 남자가 아니면 내 처녀를 가져갈 만한 남자는 없을 거라는 확고한 믿음이 생생히 되살아난다.
-찌걱찌걱찌걱
그러자 그는 내 음부에 손가락을 집어넣곤 키스하기 시작한다.
..... 원래라면 조금 쑥스러운 듯, 해도 되냐고 허락을 구하는 그였을 텐데, 기억과는 조금 다른 모습이었다.
“흐응...으응....♥”
하지만 나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어쨌든 내 눈앞에 있는 사람은 종필이가 분명하니까.
너무나도 그리웠던 그 날로 돌아와 종필이와 몸을 섞고 있다는 게 더 중요했다.
“흐으으으읏!!!”
그러다 일순간, 종필이의 흉물이 내 음부를 파고 들어왔다.
종필이의 것이 이렇게나 대단했는지 의문이 잠깐 들었지만, 아득히 퍼지는 오르가즘에 그런 것 따윈 잊고 말았다.
“종필아...박종필.... 사랭해... 그리고 미안해...”
나는 그의 목에 팔을 두르고 두 다리로 허리를 감싼 채 절절한 나의 마음을 고백했다. 그는 아무런 답 없이 그저 내 머리를 쓸어넘기며 사랑스럽다는 듯 키스해주었다.
그리고 다시 한번 자지를 밀어 넣으며 내 귓속에 달콤한 말을 속삭였다.
“사랑해.”
“흐읏...♥”
나를 사랑한다는 그의 말.
그의 진심이 가슴에 사아- 하고 퍼져나갔다.
가슴에 저릿저릿한 느낌이 드는 동시에, 하복부에 어마어마한 쾌락이 퍼져나갔다.
그가 조금씩 내 자궁입구에 귀두키스를 하는 덕분이다.
“응흣...아흥....흐으읏!!♥”
첫 경험이라기엔 너무나 농익은 섹스를 하는 우리.
하지만 이 또한 신경 쓰지 않기로 했다.
어쨌든 나는 내 첫사랑과 함께하고 있고, 이 순간을 영원히 누리고 싶다.
다시는 놓치고 싶지 않아.
“사랑해...사랑해... 이제 널 배신하지 않을게. 절대 배신하지 않을게...”
종필이의 것도 이렇게 훌륭했었다.
그런데 그것도 모르고 난 지난 15년간 다른 사람의 자지에 빠져 살았었다.
주인님의 흉악하고 대단한 그 자지에.... 완전히 미쳐선...
“흐오옥!♥”
아아. 안돼.
주인님의 얼굴이 떠오른다.
내 얼굴을 짓밟고, 오줌을 받아먹게 하고, 항문을 혀로 청소하게 시켰던 그분의 모든 것이 다시 떠오른다.
아아... 사랑해요 주인님.
여, 역시 난 주인님이 없으면, 나 같이 천박한 노예년은 주인님이 없으면 안 돼.
나 같이 음탕하고 저속한 년은, 주인님의 발에 머리를 짓밟힌 채 오줌과 정액이나 받아먹는 시궁창 인생으로 떨어지는 게ㅡ.
“백하윤.”
그때, 종필이의 싸늘한 목소리에 정신이 들었다.
그는 내 질 속 깊숙이 자지를 밀어 넣곤, 진득한 키스를 해주었다.
그리곤 머리를 쓰다듬으며, 그토록 듣고 싶었던 말을 속삭여주었다.
“이제 절대 안 뺏겨. 넌 내 거야. 오직 나만 생각해.”
“...박종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