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28화 (128/303)

‘아직’ 나는 명실공히 주인님 세력의 2인자이고, 공식적인 후계자이다.

아무리 백하윤이라 한들 지금의 나에게는 빌빌 길 수밖에 없는 처지다.

하여 이 기회를 잘 이용해야 한다.

주인님이 본격적으로 날 옥죄기 전, 그녀와 접촉해 자지를 박아 넣어줘야 한다.

저년의 약점은 사전조사를 통해 다 파악해뒀으니까.

“그럼 갔다 오지. 늦을 거 같으니 이참에 쉬어둬라”

“예! 감사합니다.”

난 운전 기사에게 그렇게 말을 남긴 뒤 리무진에서 내렸다.

그리고 백하윤의 왕국을 향해,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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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하윤.

2009년 걸그룹 ‘티네이저’로 데뷔하여 각종 음원상을 휩쓸고, 이후 솔로가수로 전향하며 발매하는 앨범마다 대박을 터트린 1티어 아티스트.

더불어, 한창 주가가 오를 때 주연을 맡은 청춘 드라마가 대히트를 치며, 명실공히 한국의 대표 연예인으로 자리매김한 신화적인 인물.

현재 그녀는 간간이 미니앨범을 발매하거나 CF를 찍으며 활동을 쉬고 있는 중이다.

작년까지만 해도 꾸준히 드라마 주연을 해왔으나, 올해는 자신의 ‘매니지먼트’ 사업에 집중하느라 수많은 영화와 드라마를 고사하고 자신의 왕국에서 칩거하는 중이다.

‘뭐, 실상은 광란의 섹스파티를 즐기고 있지만.’

대중들이 알고 있는 사실은 딱 여기까지.

백하윤의 가공된 모습에 현혹된 대중들은 그 실체를 알지 못한다.

마약 유통, 인신매매, 매춘, 언론조작, 폭행 사주, 정재계와 검경 유착, 납치 감금 등등등.

매년 기부활동에 연예계에서도 미담이 자자한 백하윤의 실체는, 뒷세계의 여왕이자 섹스에 미친 인격파탄자에 불과했다.

-저벅 저벅 저벅 저벅.

욕망에 중독돼 괴물이 되어버린 그녀.

지금 나는 그녀를 만나러 가고 있다.

언젠가 내가 칼을 빼 들 때 내게 가장 큰 위협이 될 괴물이기에, 내 것으로 만들거나 힘을 빼놓을 필요가 있었다.

-똑 똑 똑.

“저-. 대표님. 정성민 의장님 오셨습니다.”

그렇게 도착한 백하윤의 집무실.

안내인이 노크를 한 뒤 내 방문을 알렸다.

그러자 피곤한 기색이 역력한 백하윤의 목소리가 안쪽에서 들렸다.

“안으로 모셔.”

“예.”

-벌컥.

문이 열리고, 드러난 백하윤의 집무실.

과연 뒷세계의 여왕이라는 이명처럼, 그녀의 개인 집무실은 고혹적이면서도 어떤 권위가 느껴질 만큼 압도적이었다.

다만, 정작 방의 주인은 초췌한 몰골을 하고 있었다.

“그럼 얘기 나누십시오.”

안내인은 그렇게 말하며 눈치껏 퇴장했다.

다만 백하윤은 상전인 내가 왔음에도, 쇼파에 몸을 파묻은 채 꼼짝 않고 있었다.

“하하. 죄송해요 의장님. 어제 과음을 하는 바람에- 이해해주세요.”

과음.

어제도 광란의 섹스 파티를 즐긴 모양이다.

나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답했다.

“..... 뭐, 괜찮습니다.”

난 그렇게 말하며 그녀의 맞은편 쇼파에 앉았다.

가까이에서 보니 실제로 그녀는 졸린 듯 눈을 반쯤 감고 있었다.

“벌써 오후 1시인데. 약이라도 빨았습니까?”

“푸흡!”

단도직입적인 내 질문에 돌연 웃음을 터트리는 그녀.

그녀가 어깨를 으쓱이며 답했다.

“듣던 대로 거침없네요. 뭐, 우리끼리 내숭 떨 필욘 없는가.”

그녀는 그렇게 말하며 주머니에서 담배를 꺼냈다.

그리고 라이터를 꺼내 불을 붙이려다, 아차 하는 표정으로 나를 힐끗 바라봤다.

“펴도 되죠? 한 대 피실래요?”

“됐습니다. 피려면 피세요. 약 빨고 나면 담배 땡기는 거 아니까”

“키히히히히... 뭘 좀 아시네.”

그렇게 중얼거린 그녀는 담배에 불을 붙이고 스-읍 빨아들였다.

그리곤 황홀한 표정으로 담배 연기를 후-우 내뱉곤, 나를 보며 입술을 날름거렸다.

“근데 의장님. 실제로 보니 엄청 미남이시네♥”

“그런가요.”

“불과 1년 전에만 해도 애송이였는데, 남자가 다 되셨어♥”

애송이라.

그녀는 일부러 나를 도발하며 피식 입꼬리를 올렸다.

듣던 대로 능구렁이 같은 년이다.

“뭐, 주인님의 지도 덕분이죠. 주인님께서 나를 특별히 아껴주지 않습니까.”

“흐~음. 의장님은 주인님의 수제자니까요. 그런데 의장님에게 이상한 소문이 돌고 있다는 데, 혹시 알고 있나요♥”

“글쎄요. 그런 소리는 못 들어봤는데.”

“후후 그래요? 헛소문인가~?”

백하윤은 그렇게 말하며 담배를 한 모금 빨았다.

그리곤 ‘무슨 소문인지 알고 싶지 않아?’라는 듯한 눈빛으로 날 바라봤다.

허나 그런 도발에 넘어갈 내가 아니었다.

“그나저나, 성아랑은 어떻게 지냅니까. 그쪽을 무척이나 따르던데.”

“으음~ 요즘은 걔가 바빠서요. 못 본 지 좀 됐는데.”

“하긴, 성아는 주인님의 총애를 받고 있으니까. 한창 주가가 오를 때이고”

“.....”

주인님의 총애를 받고 있다는 말에 살짝 미간을 꿈틀거린 그녀.

예상대로 주인님에 대한 애착이 어마어마한 년이다.

뭐, 15년이 넘게 길들어졌으니.

“그래도 백하윤 대표님은 연륜이 있지 않습니까. 선배로서 조언도 해주고, 힘도 실어주고 했으면 좋겠네요.”

“뭐, 네. 기회가 되면요.”

그녀는 그렇게 말하며 재떨이에 담배를 문질러 껐다.

그리고 쇼파에 몸을 파묻으며 말했다.

“어쨌든 찾아온 용건이 뭔가요. 의장님이 저 출근하게 만들었어요.”

잡담이 재미없어졌는지 신경질적인 목소리로 말을 꺼내는 그녀.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다른 건 아니고. 이번에 걸그룹 ‘위캔드’에서 탈퇴한 맴버 있지 않습니까.”

“위캔드? 아~ 김아영이요? 학폭 가해자?”

“예. 김아영. 그년을 AV배우로 만들어볼까 하는데, 협조가 필요해서.”

내 제안을 듣자마자 눈을 반짝 빛내는 백하윤.

그녀는 자세를 고쳐앉으며 사악한 웃음을 터트렸다.

“크흐흐흐흐. 기획 좋은데요? 그런데 파장이 꽤 클 텐데? 감당할 수 있어요?”

“한국에서 데뷔하면 그렇겠죠. 그래서 일본쪽 라인으로 데뷔시킬 겁니다.”

“국내여론은요?”

“학폭 가해자였던 인성 파탄자가 AV배우로 데뷔. 사필귀정이라고 하겠죠.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은 없을 겁니다.”

“그림 괜찮네요. 유명 걸그룹 맴버가 AV배우로 추락. 매출 장난 아니겠는데요?”

“작전은 대강 짜놨습니다. 재정적 파멸상태로 몰고 간 뒤, 떡밥을 던질 겁니다. 백하윤 대표님이 해야 할 일은 김아영 지인 중 쓸만한 사람만 뽑아주면 됩니다.”

“후후. 전 아직 하겠다는 말도 안 했는데요?”

“30% 떼 드리죠.”

“야박하셔라. 40은 줘요.”

“30도 후한 겁니다.”

“너무하네. 하기 싫다면요?”

“의장으로서 권한을 행세해야죠.”

“어머. 박력 있는 남자가 취향이긴 한데, 전 돈이 더 좋아서. 그럼 35?”

조금이라도 더 뜯어내려 능구렁이처럼 지분을 넘보는 그녀.

작전을 짠 것도, 그것을 실행하는 것도, 김아영을 타락시키는 것도 전부 내가 하는 일인데, 그녀는 내게 과한 지분을 요구하고 있었다.

아마 이것도 일종의 도발인 셈이겠지.

다만 그런다 한들 좆도 신경 쓰지 않는다.

애초에 내가 여길 방문한 목적은, 김아영 건이 아니라 백하윤 그 자체였으니.

“그러면 이건 어떻습니까.”

하여 그렇게 말을 한 뒤 잠시 뜸을 들여 백하윤의 시선을 집중시켰다.

그리고 그녀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며, 나지막이 다음 말을 이었다.

“40주는 대신, 하룻밤만 그쪽 몸을 쓰겠습니다.”

그쪽 몸을 쓰겠다.

백하윤은 이 말의 의미를 이해하지 못한 듯 고개를 갸웃거렸다.

“..... 제 몸을 써요? 무슨 뜻이죠?”

“그쪽을 안겠다는 말입니다.”

이어지는 나의 말에 능구렁이 같던 백하윤도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순식간에 얼굴이 붉어지며, 표정이 극적으로 변한다.

“아니, 왜요? 왜 나 같은 걸? 다른 여자도 많잖아요.”

물론 내겐 백하윤처럼 아름다운 여자가 차고 넘친다.

그래서 굳이 자신을 안겠다는 내 의도를 납득하지 못 하는 모양이다.

“혹시, 의장님. 이상한 생각하는 건 아니겠죠? 키히히히히. 나를 안아서 막 의장님 것으로 만들겠다는, 그런 생각이요”

때문에 그녀는 농담처럼 내 의도를 추측하여 툭 내뱉었다.

뭐, 대충 정곡이긴 한데, 맞다고 인정할 순 없으니 대충 둘러댔다.

“뭐, 재미있을 거 같아서요.”

“흐음. 재미요?”

“네. 그쪽을 안는 게 재미있을 거 같다는 말입니다.”

“크흐흐. 왜죠?”

“일종의 도전인 셈이죠. 매일 밤 섹스파티를 벌여도 채울 수 없는 당신의 성욕을, 오로지 나 하나의 힘으로 채울 수 있을까. 그런 의문에서 시작되는 도전이요.”

“뭐야. 나를 함락시키고 싶은 거예요? 내가 만족하면 의장님에게 매달릴까 봐?”

“큭큭큭. 매달리다니. 그쪽이 그럴 리가 없죠. 또, 질척거리는 여자는 질색이라”

이어지는 나의 말에 백하윤의 표정이 의미심장하게 변했다.

시종일관 여유로운 표정을 짓던 그녀의 얼굴에 잠깐이지만 그림자가 드리웠다.

허나 이내 피식 입꼬리를 올리는 그녀였다.

“하-. 재미있을 거 같긴 하네요. 사실 요새 쓸만한 애들이 없어서 고민이었거든요. 요근래 60명쯤은 불러본 거 같은데, 만족할 만한 애가 없어서.”

그녀는 그렇게 말하며 나를 위아래로 스캔했다.

야릇하게 호선을 그리는 그녀의 시선은 노골적일 정도였다.

“의장님이라면 어떨까나. 후후후♥ 상상하니 벌써 꼴리네요♥”

그녀는 내 사타구니에 시선을 집중했다.

뱀처럼 혀를 핥으며 입술을 침으로 적셨다.

꿀꺽, 목대가 울렁이는 걸 보니 벌써 성욕이 올라오는 모양이다.

“그럼 오늘 바로 하는 건 어떻습니까. 사실 준비는 다 끝내뒀는데.”

“어머. 잔뜩 벼르고 있었네요♥”

“백하윤 대표는 몸만 따라오면 됩니다. 제 거처로 모셔드리죠.”

“으음~. 그건 좀 무서운데. 애들 몇 명 데리고 가도 되죠?”

“물론이죠. 그럼 지금 바로 출발할까요?”

“네♥ 의장님♥”

***

백하윤은 내가 타고 온 리무진에 동승했다.

그녀는 내 거처가 있는 강원도로 이동하는 내내 내 몸을 힐끗거리며 야릇한 숨을 뿜어대고 있었다.

필시 내가 옆에 없었으면 약을 빨고 자신의 보지를 쑤셨을 것이다.

‘주인님은 백하윤을 버릴 셈인가.’

백하윤이 욕구불만에 미쳐 섹스파티를 벌인지 어언 3개월째.

그동안 주인님은 단 한 번도 백하윤을 안아주러 오지 않았다.

듣기로는 그녀가 꽤나 주인님을 유혹했다는데, 주인님은 바쁘다는 핑계로 백하윤의 간청을 모두 거절했다고 한다.

아무래도 15년 이상 그녀를 안아오다 보니 이 관계에 질렸거나, 아니면 백하윤의 훌륭한 대체재인 ‘정성아’가 있으니 딱히 백하윤에게 관심을 두지 않는 모양이다.

“후-우... 후-우...”

그래서 지금 그녀는 저 모양 저 꼴이 되어버렸다.

주인님의 자지에 완전히 중독되어버려, 어떤 자지를 쑤셔 박아넣어도 만족할 수 없는 몸이 되어버린 것이다.

“의, 의장님... 도착하려면 얼마나?”

“1시간은 더 가야죠.”

“하-아. 그러면 주사 한 대만 하죠.”

“안됩니다.”

단호한 내 대답에 당황한 그녀.

그녀가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

“왜죠?”

“지금 주사를 놔버리면, 저와 몸을 섞을 때 극상의 쾌락을 느낄 수 없을 겁니다. 쾌락이라는 것도 자주 접하게 되면 무뎌지기 마련입니다.”

“.....그, 그래도 난 약빨이 돌아야-”

“여태껏 단 한 번도 만족하지 못했잖습니까”

“.....?”

“어떤 남자와 몸을 섞어도, 몸 깊숙한 곳에서 느껴지는 가려움을 시원하게 긁어내지 못했잖습니까. 오늘 제가 그 가려움을 긁어드리죠.”

“.....”

“대신 지금은 참으세요. 약은 금물입니다. 하다못해 자위라도 하십쇼.”

“... 하아-. 참아보죠. 자존심 상해라”

그녀는 그렇게 말하며 고개를 훽 돌렸다.

허나 얼마 안 가 허벅지를 비비적거리며 신음을 흘리는 그녀였다.

도대체 그간 얼마나 쾌락에 중독되어 있었던 걸까.

“저- 의장님.”

그렇게 30분쯤 지났을까.

그녀가 울먹이는 표정으로 날 불렀다.

그리곤 우물쭈물 말을 꺼내기 시작했다.

“그, 엄청 약한 주사가 있거든요? 약빨도 별로 안 세요. 지속시간도 얼마 안 되고-”

“안됩니다.”

“.....”

“30분 남았습니다. 참으세요.”

“.....하-아. 진짜.”

“아니면 좀 도와줄까요? 애무 정도는 해주죠.”

“.....”

애무를 해주겠다는 나의 제안을 곰곰이 생각해보는 그녀.

이윽고 그녀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의 눈동자는 이미 광기로 가득 차 있었다.

“그럼 이리 오세요. 어느 정도 진정은 될 겁니다.”

그녀는 자존심이 상한 듯 툴툴거리면서도 내게 다가왔다.

그리고 침대처럼 개조된 리무진 의자에 몸을 안착한 뒤, 고개를 돌려 나를 돌아봤다.

현재 우리는 내가 뒤에서 그녀를 껴안는 형태가 되어있다.

‘키스해달라는 건가? 귀엽군’

고개를 돌려 나를 빤히 보고 있는 그녀.

나는 피식 웃음을 흘리며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어주었다.

그러자 그녀의 어깨가 흠칫하고 떨렸다.

“대표님에게 이런 사랑스러운 면이 있다니, 의외군요.”

나는 다정하게 그녀를 바라보며 가볍게 입을 맞춰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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