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가 머리에 쏠리는 까닭일까.
하윤이는 졸린 듯 눈을 꿈벅꿈뻑 감으면서도 진동 딜도 때문에 완전히 잠들지 못했다. 그렇게 그녀는 희미한 의식 속에서 쾌락 절정을 감당해야 했다.
[후우우....우우우...히에...]
매달린 지 1시간이 지났을 무렵.
그녀는 기절 직전까지 와 있었다.
그녀는 마치 도축장의 소처럼 공중에 매달려 팔을 축 늘어트리고 있었다.
박종필은 자신에게 너무나 소중한 그녀가 저런 가축 취급받고 있는 것에 분노하고 있었다.
[흐음. 이 정도면 충분하겠군.]
그때, 다시 미스터 최가 등장했다.
그는 공중에 데롱데롱 매달린 백하윤을 풀어준 뒤, 침실로 데려가 살포시 눕혔다.
그리고 음부에 꽂혀 있는 딜도를 뺀 뒤 자신의 자지를 삽입한 다음 백하윤의 머리를 쓸어넘기며 얼굴 곳곳에 키스를 해주었다.
[-쪼옥♥ -쪼옥♥]
마치 사랑이 담긴듯한 그의 키스 세례.
이에 백하윤이 정신을 차리기 시작했다.
그녀는 자신을 사랑스럽다는 듯 바라보고 있는 미스터 최의 얼굴을 보며 눈물을 찔끔 흘리며 말했다.
[주인님....♥]
[그래. 고생 많았다.]
[...♥ 주인님 꿈을 꿨어요. 주인님과 미래를 함께 하는, 그런 좋은 꿈이요♥]
[그래. 앞으로도 넌 평생 내 여자가 될 것이다. 지금처럼 나의 자지를 맛볼 수 있을 거다.]
미스터 최는 그렇게 말하며 허리를 빙빙 돌렸다.
그러자 백하윤이 신음을 토하며 두 다리로 미스터 최의 허리를 감쌌다.
[후후...♥ 절대 안 놔줄 거에요♥ 저는 주인님의 여자니까♥]
[큭큭큭. 그래그래.]
미스터 최는 그렇게 말하며 백하윤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이윽고 둘은 진득한 섹스를 나누었고, 미스터 최는 그녀의 보지에 질내사정을 시작했다.
그러자 백하윤의 항문과 보지가 움찔움찔 떨리며 미스터 최의 정액을 받아마시는 장면이 화면 가득히 잡혔다.
-주르륵....
이윽고 그녀의 보지를 타고 흘러내린 탁액.
그것이 움찔거리는 항문을 통과해 침대로 흘러내렸다.
이후 14번째, 15번째 파일은 마치 연인처럼 섹스를 나누는 둘의 모습이 담겨있었다.
그렇게 모든 영상을 확인한 박종필은, [필독] 폴더 안에 있는 메모장 파일을 더블클릭했다.
그곳엔 백하윤이 마지막으로 남긴 메시지가 적혀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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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하윤이 마지막으로 남긴 메시지.
박종필은 메모장에 적힌 그녀의 편지를 동공에 담았다.
[난 이제 주인님의 여자야. 그분의 곁에서 그분의 아이를 낳는 게 내 최종 목표야. 그러니 이제는 날 찾지 마. 넌 내게 아무런 도움도 되지 않고, 자지도 형편없이 작으니까. 대신 이별선물로 새출발할 수 있는 자금은 마련해 줄게. 옆에 빈집에 5억짜리 가방을 놔뒀어. 비번은 5489니까 알아서 들어가고, 그거 챙겨서 새출발하도록 해. 물론 빚도 모두 없애줬어. 그럼 그 돈으로 잘 먹고 잘 살고. 이제는 안녕.]
“.....”
정말 죽을 만큼 사랑했던 사람.
그런 사람을 잃은 대가로 받은, 5억이라는 돈.
결코 적은 돈은 아니다.
평생을 벌어도 닿을 수 없는, 그런 아득한 수준의 돈이었다.
“하....하하.....하하하하...”
허나 그런 돈을 가진들, 그녀가 없으면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그 돈으로 하고픈 걸 공유할 사람을 영영 잃어버렸는데.
-철컥.
하여 박종필은 문을 열고 밖으로 나섰다.
옆집에 있다는 돈은 찾지도 않은 채, 편의점에 들러 로프 하나와 맥주 한 캔을 샀다.
이후 집으로 다시 돌아온 박종필은 바닥에 털썩 주저앉은 다음 맥주를 마셨다.
그리곤 공허한 눈동자로 주변을 둘러보았다.
“.....”
아무것도 없는 텅 빈 집.
마치의 그의 공허한 마음처럼, 아무것도 남지 않은 공간.
그는 그곳에 홀로 앉아 맥주를 마셨다.
문득 그녀와 맥주캔를 부딪혔던 기억이 파노라마처럼 스쳐 갔다.
“흐흐흐흐흐....아흑...흐흐흐흐흐...”
웃음인지 울음인지 분간되지 않는 괴이한 소리.
박종필은 한동안 그런 소리를 내며 맥주 한 캔을 다 비웠다.
그리곤 의자를 올라가 천장에 로프를 묶은 뒤, 목을 맬 수 있게 동그란 원을 만들었다.
그는 그 원 안에 목을 건 뒤 눈을 감았다.
‘백하윤’
그는 마지막으로 그녀를 그려보았다.
영상 속 타락한 그녀가 아닌, 자신이 알고 있던 꿈 꾸는 소녀를 그렸다.
그러자 미쳐 날뛰던 자신에게 책을 집어 던지던 그녀의 모습이 떠올랐다.
경찰서에서 자신을 선처하고, 매일 아침 문을 쾅쾅 두드리던 그녀의 모습이 떠올랐다.
-솨아아아아....
그리고, 비 내리는 소리가 들렸다.
콰르르릉- 천둥 번개가 치는 소리도 함께 들렸다.
비에 흠뻑 젖은 채 현관문 앞에 서 있던 그녀가 떠올랐다.
그녀를 안아주고, 서로 좋아하는 마음을 확인했던 그 순간들이 떠올랐다.
서로의 손을 잡은 채 몸을 포갰던 그 날의 온도가 올라왔다.
그리고 수백 개의 사진을 빠른 속도로 재생하듯, 그녀와 함께했던 지난 1년이 스쳐 지나갔다.
연분홍빛 봄부터 새하얀 겨울까지.
사계의 색이 빠른 속도로 번지며 그 속에 있던 우리가 떠오른다.
-툭.
이 기억들이면 충분하다.
박종필은 의자를 걷어차 스스로의 목을 졸랐다.
점점 의식이 멀어져가고, 세상이 흐릿해진다.
이윽고, 그의 세상은 어둠으로 암전되었다.
***
-쁍! 쁍! 쁍! 쁍! 쁍! 쁍! 쁍!
“.....?”
어떤 이질적인 소리.
그 소리가 잠들어있던 박종필의 의식을 깨웠다.
박종필은 깨질듯한 두통을 느끼며, 서서히 눈을 떴다.
‘뭐, 뭐야...이게 어떻게 된...’
분명 죽은 줄로만 알았다.
정말 마지막이라고 생각했는데, 다시 눈을 떠보니 웬 의자에 묶여있다.
그리고 눈앞에는, 나체의 여자가 어떤 남자의 자지를 봉사하고 있다.
.... 그녀의 뒤태가 익숙한 실루엣인 건 단순히 기분 탓일까.
설마-.
“하....하...하윤아? 백하윤...?”
아니길 바라며 그녀의 이름을 불러봤다.
똥구멍을 벌렁거리며 애액을 뚝 뚝 떨어트리는 여인이, 제발 그녀가 아니길 바라며 불러보았다.
허나 그녀가 뒤돌아보는 순간, 가슴이 쿵- 내려앉는다.
긴 생머리를 했던 그녀가 단발에 레드립, 그리고 귀고리를 찬 채, 야릇한 눈길을 보내온다.
“깼어?”
그렇게 말한 그녀는, 또각또각- 하이힐 소리를 내며 다가왔다.
너무나 순수했던 그녀가 나체에 하이힐이라니, 믿기지 않았다.
“.....”
4개월 만에 보는 그녀는 어딘가 많이 달라져 있었다.
아담하고 예뻤던 가슴은 터질 듯한 폭유로 바뀌어 있었고, 아랫배에는 음탕한 문양이 새겨져 있었다.
이윽고 박종필 앞에 우뚝 선 백하윤이 말했다.
“흐-음. 왜 그랬어? 5억이라는 큰돈도 줬는데. 그 돈이면 잘 살 수 있잖아.”
속을 알 수 없는 표정.
그녀는 속을 알 수 없는 오묘한 표정으로 그렇게 질문했다.
박종필은 변한 그녀의 모습에 충격을 받았지만, 이내 정신을 차리고 대답했다.
“그럼, 나보고 어쩌라는 거야... 너 없이 나 혼자서, 뭘 어쩌라는 살아가라고...”
“새 출발 해. 그 돈으로 집도 구하고, 새로운 여자도 만나.”
“.....”
“나는 주인님을 만나서 행복해. 아빠 수술도 잘 마쳤고, 내 꿈도 이룰 수 있게 되었어. 물론 매일 밤 그분에게 안기는 행복에는 비교할 수 없지만, 어쨌든 너와 있을 때보다 훨씬 행복해.”
자신은 안중에도 없다는 듯, 야릇한 홍조를 띄운 채 말하는 그녀.
박종필은 주먹을 꽉 움켜쥐며 어금니를 갈았다.
자신을 버리고 떠난 그녀에 대한 분노보다, 그녀를 지키지 못한 자신에 대한 분노가 더 강한 그였다.
“그런데 말이야. 네가 그렇게 죽으면, 기분이 아주 엿 같을 거 같아. 주인님과 함께 하는 미래가 찝찝할 거 같단 말야. 죄책감 가지고 살라는 거야 뭐야.”
도저히 그녀의 입에서 나온 말이라곤 믿을 수 없는 발언.
백하윤은 묶여있는 박종필을 보며 야릇한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그 앞에 쪼그려 앉아 시선을 맞춘 다음, 발기한 그의 자지를 검지 손가락으로 꾸욱 누르며 말했다.
“아니면 다른 여자 찾기 전까진 계속 날 보며 살던가. 내가 데뷔하는 모습. 노래 부르는 모습. 점점 위로 올라가는 모습. 그런 모습을 보면서 살아도 되잖아. 원한다면 주인님과 섹스하는 영상도 보여줄 수 있는데...♥”
박종필은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그저 공허한 눈동자로 바닥만 바라볼 뿐이었다.
“그럼 잘 생각해봐. 이젠 진짜 안녕.”
그녀는 그 말을 남기고 ‘주인님’이라는 남자에게 또각또각 걸어갔다.
남자는 하윤이의 어깨에 팔을 두르고 젖가슴을 주물럭거리며 창고 밖으로 나섰고, 하윤이는 남자에게 안긴 채 애교 섞인 교태를 부렸다.
-쿠웅!
그렇게 다시 홀로 남겨진 박종필은, 그들이 나간 지 1시간이 지나서야 몸을 일으켰다. 집으로 돌아온 그는 옆집에 있는 5억을 챙긴 뒤 거실에 대충 던져놓았다.
이후 그는 1년 가까이 폐인 생활을 하기 시작했다.
***
지난 1년간 박종필이 한 일.
그것은 먹고 싸고 자고 딸딸이를 치는 것이었다.
그는 데뷔하여 무대에 오르는 백하윤을 보며 딸딸이를 치고, 수상소감을 말하는 백하윤을 보며 딸딸이를 쳤다.
그렇게 몸과 마음이 망가질 대로 망가진 그는, 어떤 합리화를 하기 시작했다.
하윤이가 그 ‘주인님’이라는 사람을 만날 수 있어서 정말 다행이라고, 그 사람을 만나서 하윤이가 이렇게 빛날 수 있는 거라고. 그렇게 그는 스스로를 세뇌해버렸다.
-탁 탁 탁 탁 탁 탁 탁
집안은 엉망이었다.
배달 용기가 사방에 널려있고, 곳곳에는 파리가 꼬일 만큼 악취가 들끓었다.
허나 박종필은 아랑곳하지 않고 딸딸이만 쳤다.
더 이상 정액이 나오지 않을 때까지, 백하윤의 영상만 찾아보며 딸딸이를 쳤다.
그러다 문득 어떤 뒤틀린 욕망이 꿈틀거리기 시작했다.
‘여신님이 주인님이랑 하는 걸 보고 싶어.’
주인님.
여신님을 빛의 길로 이끌어준 남자.
요즘 그분은, 여신님을 어떻게 범하고 있을까.
이미 그분이 남긴 영상은 닳고 닳도록 봐버려서 전부 외울 지경이라, 새로운 자극이 필요했다.
빛의 길을 걷고 있는 그녀가 그분에게 어떻게 사랑을 받고 있는지 궁금해졌다.
-벌컥.
하여 그는 문을 박차고 나왔다.
몸엔 악취가 가득했고, 옷 곳곳엔 음식물 묻은 자국이 가득했지만.
수염은 엉망으로 수북이 길어져 있고, 볼은 움푹 파이고 두 눈은 퀭한 몰골을 하고 있지만.
그는 아랑곳하지 않고 밖으로 나섰다.
그리고 주인님이 있는 곳으로 무작정 발걸음을 옮겼다.
“주, 주인님!”
그렇게 주인님을 영접할 수 있게 된 박종필.
그는 주인님을 보자마자 도게자를 하며 그분의 호칭을 불렀다.
그분의 옆에는 젖가슴이 주물러지고 있는 백하윤이 있었다.
“아핫♥ 한심하기는♥”
한때 너무나 사랑했던 연인이 내뱉는 모멸적인 말.
허나 박종필은 오히려 자지를 잔뜩 발기한 채 거친 숨을 내뱉었다.
그동안 영상으로만 봐왔던 ‘여신’을 이렇게 가까이 볼 수 있는 것만으로도 영광이었다.
“그래. 무슨 일로 왔나.”
그때, 주인님이 용건을 물었다.
박종필은 쿠퍼액을 질질 쏟으며 원하는 바를 내뱉었다.
“주인님을 모시고 싶습니다! 이, 일전에 약속했던... 그 영상들을, 보고 싶습니다!”
“그래?”
여신님과 주인님이 약속했던 두 분의 교미 영상.
이제 그것만 볼 수 있다면 만족이다.
주인님과 여신님의 짐승 같은 교미를 보며 극상의 딸딸이만 칠 수 있다면, 그걸로 박종필은 만족할 수 있었다.
“큭큭큭큭... 좋다. 그러면 일을 맡겨 보지.”
“감사합니다!”
소중한 그녀를 미스터 최에게 빼앗겨 망가질 대로 망가진 박종필.
그런 그가 살아갈 수 있는 방법은 자기합리화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 자기합리화란, 백하윤은 애초에 손에 닿을 수 없는 성스러운 여신이고, 자신은 그녀의 짝이 될 수 없음을 인정하는 것이었다.
하여 그는 여신의 빛나는 모습과 그 이면에 있는 음탕한 본모습을 가까이에서 볼 수 있는 것만으로 만족하기로 했다.
이러한 ‘특권’을 누릴 수 있는 것만으로도 감지덕지라고, 그렇게 합리화하기로 했다.
그렇게 박종필은, 13년이 넘는 세월 동안 주인님을 보필하며 백하윤을 관음했다.
그동안 백하윤은 미스터 최의 첩이 되었고, 박종필은 그의 충복으로 성장했다.
“정성민...”
그리고 현재.
지난 13년간 주인님과 함께 쌓아온 권위에 도전하는 자가 있었다.
그의 이름은 정성민.
놈은 만만한 놈이 아니다.
자신처럼 소중한 연인을 빼앗겼는데도, 거기에 좌절하지 않고 주인님에게 이빨을 숨기고 있는 놈이다.
박종필은 남은 와인잔을 비우곤 테이블에 탁- 내려놓았다.
그리고는 그에 대한 적의를 짓씹듯이 중얼거렸다.
“네 놈 뜻대로 되진 않을 거다. 백하윤을 지킬 수 있는 사람은, 오직 주인님뿐이다.”
***
차도연 검사에게 감시를 붙이라고 명령해두었던 나는 다음을 일정을 소화하기 위해 리무진에 몸을 실었다.
다음 일정은 ‘사업’을 핑계로 백하윤을 만나는 것이었다.
‘이년도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이겠군’
박종필이 주인님의 오른팔이라면, 백하윤은 왼팔이라 할 수 있었다.
아니, 단순 주인님의 왼팔이라기엔 그녀가 형성한 독자적인 세력의 영향력이 꽤나 지대했다.
그런 그녀를 흔들어놓을 수만 있다면, 이후에 벌어질 전쟁에서 변수를 만들 수 있을 것이다.
‘되도록 내 것으로 만들 수 있다면 좋고.’
현재 그녀는 자신의 왕국에 수많은 젊은 남자를 불러모아 광란의 섹스파티를 즐기는 상황이다.
그 말인즉, 그녀를 만족시킬 만한 남자가 없다는 뜻이다.
하여 나는 그녀에게 새로운 자극을 선물해줄 계획이다.
뭐, 계획이라기엔 그년을 존나 따먹는 것뿐이지만.
“주인님, 도착했습니다.”
잠시 상념에 젖어있는 사이, 어느새 도착한 백하윤의 왕국.
저 거대한 빌딩 전체가 오로지 백하윤의 것.
허나 두려울 것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