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24화 (124/303)

그렇게 그들은 주말 동안 놀고 먹고 섹스하는 나날을 보내게 된다.

혈기왕성한 나이라 하루에 3번 이상 섹스를 해도 지치는 법이 없었다.

그렇게 일요일 밤 백하윤은 박종필의 품에 안긴 채 중얼거렸다.

“내일은 집에 가야겠지? 근데 가기 싫다.”

“.....여기 계속 있어도 돼.”

“그래도 가야 돼. 내가 거기 없으면, 분명 더 엉망이 될 거야.”

“무슨 상관이야. 그딴 집 뭐하러 신경 써.”

“아빠는 아빠니까. 그리고 내가 그 사람을 챙겨주는 건, 서울에 상경하기 전까지만이야. 서울에 올라가면 쳐다도 보지 않을 거니까.”

그녀에게 아버지란 숙제와 같았다.

서울에 완전히 자리 잡기 전에 처리해야 할, 마지막 숙제.

“그러면 내일 같이 가줄게. 무슨 일 생기면 내가 막을 테니까.”

박종필의 말에 백하윤은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그녀는 박종필을 껴안곤 배시시 웃으며 말했다.

“오~ 남친 행세하는 건가?”

“어? 나, 남친?”

“응? 뭐야 이 반응은. 우리 사귀는 거 아니야? 할 거 다 했는데?”

“아. 그게 아니고, 남친이라니까 갑작스러워서.”

“갑작스럽긴. 이제 너 내 남친이야. 난 네 여친이고.”

내 여자친구.

그게 무려 백하윤.

박종필은 얼굴을 붉히면서도 올라가는 입꼬리를 주체할 수 없었다.

백하윤이 귀엽다는 듯 박종필의 볼을 꼬집으며 말했다.

“히히. 그렇게 좋아? 은근히 순둥이라니까”

“크흠”

또다시 눈을 맞춘 그들은 키스하기 시작했다.

입술과 입술을 포개고, 혀와 혀를 섞고, 침과 침을 먹였다.

서로에게 불타올랐던 그들은 식을 줄 모르는 열기를 서로에게 쏟아부었고, 온몸이 녹초가 될 때까지 끈적한 사랑을 나누었다.

이윽고 섹스의 막바지인 사정이 시작됐을 때, 백하윤은 돌연 박종필의 자지를 입에 물었다.

끈적한 정액이 그녀의 입안을 범하기 시작했다.

-뷰룻! 뷰룻! 뷰룻! 뷰룻! 뷰룻! 뷰룻! 뷰룻!

“크으으윽...하, 하윤아...”

사정을 시작하자마자 자신의 자지를 입에 문 백하윤.

그녀의 돌발행동이 내심 당황스럽긴 했으나, 한편으로는 아찔한 정복감에 사정의 쾌감을 몇 배로 더 크게 누릴 수 있었다.

이 완벽한 아이가 자신의 자지를 입에 문 채 정액을 받아먹다니.

이렇게 황홀할 수가 없었다.

-꿀꺽.

그렇게 입안 가득한 정액을 꿀꺽 삼키는 백하윤.

미칠듯한 정복감에 머리가 어질어질해질 지경이었다.

“맛이 좀 쓰네.”

멍한 얼굴로 정액에 대한 감상평을 남기는 백하윤.

이에 대해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망설이는 사이, 그녀가 말을 이었다.

“근데 네 거니까 괜찮아. 좋아.”

그녀는 그렇게 말하며 귀두에 고인 쿠퍼액에 입을 맞추었다.

혀를 한 바퀴 돌려 빨아 먹어주었다.

이런 짓까지 해줄 만큼, 그녀는 자신에게 진심이었다.

“그, 같이 서울에 올라갈까?”

백하윤이 이처럼 진심을 보여주니, 어떤 확신이 생겼다.

평생 그녀만을 바라보며 사랑할 수 있을 것만 같은, 그런 확신이.

“응? 같이?”

“어. 난 어차피 퇴학당했잖아. 그러니 나 혼자 여기 남아봐야 뭐해.”

“.....”

“그니까 너 올라가면 나도 올라갈게. 서울에서 같이 생활하자.”

누군가와 같이 서울에 정착한다는 걸 생각해본 적 없기에, 백하윤은 잠시 당황했다.

허나 오늘처럼 박종필이 옆에 있어 준다면, 굉장히 큰 힘이 될 거 같았다.

지금 심정으로는 꿈보다 박종필과 함께하고픈 마음이 더 큰 백하윤이었다.

“응. 같이 가자. 나도 그게 좋아.”

백하윤은 그렇게 답하며 그와 함께 하는 나날을 생각했다.

저절로 환한 미소가 지어졌다.

***

다음 날이 되었다.

박종필은 백하윤을 따라 그녀의 집으로 갔다.

혹시나 백하윤에게 무슨 일이 생길까 그녀를 따라간 그였지만, 우려하던 사태는 일어나지 않았다.

오히려 예상치 못한 반전이 일어났다.

“내가, 내가 미안하다...내가 잘못했어. 정말 미안하다...정말...정말 미안해...”

백하윤의 아버지가 무릎을 꿇고 그녀에게 사죄했다.

그는 자신이 제정신이 아니었다며, 태워 먹은 돈은 어떻게든 구해볼 테니 용서해달라고 빌었다.

아마 주말 동안 그녀가 집을 비우니 뒤늦게 후회라도 한 것은 아닐까.

박종필은 그렇게 생각하며 주먹을 풀었다.

***

시간은 빠르게 흘렀다.

사람은 쉽게 변하지 않는다고 하지만, 백하윤의 아빠는 달랐다.

그는 진심으로 자신의 죄를 뉘우친 듯했다.

행복한 자신의 전 와이프를 본 게 자극이 된 것인지, 아니면 딸의 꿈을 짓밟고 그녀를 두들겨 팬 자신의 패악질에 죄책감을 느낀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그는 성실히 일하기 시작했다.

때문에 백하윤은 웃는 나날이 많아졌다.

“오늘은 돈 좀 쓰자! 100일이잖아!”

“에이, 서울 정착하려면 빠듯해. 티끌 모아 태산이야 인마.”

“어후. 어쩌다가 짠돌이가 다 됐냐.”

백하윤의 아빠가 일을 하기 시작하면서 백하윤의 지갑 사정은 좀 더 널널해졌다.

때문에 그녀는 남들처럼 기념일을 챙기고 싶었지만, 박종필은 조금이라도 더 돈을 아끼고 싶었다.

“놀이공원 한번 갔다 오는데 차비랑 식비랑 입장비랑 엄청 많이 깨져. 그니까 오늘은 우리 집에서 치킨에 맥주 어때?”

“.... 또? 저번 50일 때도 그렇게 했잖아.”

실망한 듯한 표정의 백하윤.

허나 박종필은 뜻을 굽히지 않았다.

그는 조금이라도 더 아껴서 나중에 상경했을 때 제대로 된 집을 구하자고 했다.

신혼부부같이 알콜당콩 잘 지내려면, 지금 아껴 써야 한다고 설득했다.

“응. 네 말이 맞아.”

백하윤은 ‘신혼부부처럼’이라는 말에 싱긋 미소를 지었다.

그녀는 박종필의 뜻에 동참해 허리띠를 졸라매기로 다짐했다.

그렇게 겨울이 되었다.

“예쁘다. 올해 첫눈이네.”

연분홍빛 벚꽃이 지고 새하얀 눈이 내릴 때까지.

백하윤과 박종필은 함께하고 있었다.

“그러게.”

백하윤과 함께하는 동안, 박종필은 많이 변했다.

세상에 대한 분노와 증오가 모두 씻겨 내려간 그는, 성실하고 부드러운 남자가 되어 있었다.

백하윤 또한 외로움을 숨기려 애써 밝은 척하지 않았다.

그렇게 혼신의 힘을 다해 밝은 척하지 않아도, 그녀는 생을 버틸 수 있었다.

“이제 이 지긋지긋한 동네를 뜨는 것도 얼마 안 남았네. 일주일 뒤지?”

“응. 드디어 일주일 뒤네... 우리 그동안 고생 많았다. 그지?”

“어. 그런데 이젠, 올라갈 일밖에 안 남았어. 좀만 더 힘내자.”

둘은 차곡차곡 돈을 모아 도합 2000만원 가량의 돈을 모을 수 있었다.

여기서 500만원은 백하윤의 아버지가 보태준 돈이었다.

그는 현재 술을 끊고 성실히 일하는 중이다.

‘당신은 어디서 뭘 하고 있는 거야.’

다만 박종필의 아버지는 아직 감감무소식이었다.

그는 1년 가까이 집에 돌아오지 않고 있었다.

떠나기 전, 마지막으로 그 인간과 어떻게든 매듭을 짓고 싶었건만.

여러모로 마음에 들지 않는 인간이다.

그렇게 다시 일주일이 지났다.

이제는 정말 이곳을 떠나야 할 때.

박종필과 백하윤은 배낭을 하나씩 안은 채 고속버스에 몸을 실었다.

그리고 그들에겐 의외의 동행자가 있었는데, 백하윤이 아버지였다.

아직 둘은 미성년이기 때문에, 부동산 최종 계약을 하려면 어른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그동안 애비 노릇 못 해줘서 미안하다. 잘 지내고, 아프지 말고, 하고 싶은 거 꼭 이루고...”

최종 계약을 마친 백하윤의 아버지는 집을 안내하고 짐 푸는 것까지 도와준 뒤 작별인사를 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박종필에게 딸을 잘 부탁한다고 말한 뒤, 그대로 등을 돌려 밖으로 나섰다.

“저, 전화... 전화 자주 할게. 가끔은 놀러 와도 괜찮아...”

지난 9개월간 달라진 모습을 보여준 백하윤의 아버지.

하여 백하윤도 조금은 마음을 열어보기로 했다.

백하윤의 아버지는 작게 고개를 끄덕이곤, 그대로 문밖으로 나갔다.

-철컥.

다시 둘이 된 백하윤과 박종필.

그 날 둘은 집을 청소하고 생필품을 구입하는데 시간을 썼다.

그리고 다음 날은 정보를 얻기 위해 큰맘 먹고 컴퓨터를 구입해 설치하였고, 그다음 날부터는 본격적으로 기획사를 돌며 오디션을 보기 시작했다.

“어때? 잘 봤어?”

“... 별론 거 같아. 심사위원들 표정이 안 좋더라.”

“아. 뭐, 괜찮아. 다음에 잘 보면 되지.”

“응.”

둘은 우선 대형기획사 위주로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백하윤이 오디션을 보면, 박종필은 그동안 다른 오디션이나 기획사에 관한 정보를 수집했다.

“이번엔 어때?”

“하아-. 느낌이 안 좋아. 잘 하는 애들이... 너무 많아.”

“긴장해서 그래. 다른 사람도 똑같이 생각했을걸.”

“응...”

하지만 대형기획사의 진입장벽은 높았다.

그동안 아르바이트를 하느라 노래연습이나 춤 연습할 시간이 없었던 백하윤은, 다른 연습생에 비해 실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미안. 이번에도 잘 못 본 거 같애.”

“미안할 게 뭐 있어. 괜찮아.”

“그래도...”

“에이. 주눅 들지 말고. 원래 처음엔 다 힘든 거지. 알짜배기 중소 기획사도 많으니까, 힘내라.”

“응”

대형기획사에 모두 떨어진 백하윤.

허나 박종필의 격려로 그녀는 심기일전하여 중소기획사를 돌기 시작했다.

하지만 결과는 계속해서 고배만 마실 뿐이었다.

“나, 생각보다 많이 부족한가 봐...”

박종필이 알아온 기획사에 모두 떨어진 백하윤.

그녀는 얼굴을 파묻은 채 눈물을 훔쳤다.

사실 그녀의 가창력 자체는 뛰어났지만, 14년 전인 2008년엔 아이돌이 쏟아져 나오는 시기였다. 백하윤처럼 가창력으로 승부 보는 시대가 아니었다.

“..... 학원, 다니는 건 어때”

“학원?”

“응. 요즘은 솔로 가수 잘 안 나오잖아. 그러니까 그냥, 춤을 좀 보강해서 아이돌로 도전하는 거지. 너는 얼굴도 이쁘니까 춤만 받쳐주면 금방 데뷔조 갈 수 있을걸?”

박종필이 보는 눈은 정확했다.

그동안 백하윤을 도와주며 연예계 정보를 섭렵한 그는, 백하윤에게 아이돌이 되길 권했다.

“그래도 학원 다니려면, 돈이...”

“아직 여유 많아. 다녀도 돼. 나도 이제 알바 하면서 돈 모을 테니까.”

“... 미안해. 그리고 고마워.”

백하윤은 박종필에게 마음이 짐이 많았다.

하여 그녀는 하루빨리 오디션에 합격해 박종필의 마음을 편하게 해주고 싶었다.

그렇게 그녀는 한 달 만에 속성으로 춤을 배운 뒤, 다시 오디션을 준비하게 된다.

“좀 더 준비해서 가는 게 어때. 3개월 뒤면 대형기획사 공채 또 뜰 거야.”

다만 박종필은 좀 더 제대로 준비해서 좋은 기획사에 들어가길 바랐다.

하지만 박종필에게 더 이상 부담 주기 싫었던 백하윤은, 중소 기획사 오디션을 고집하고 만다.

“뭐... 네 뜻이 중요하니까. 잘 보고 와.”

“응”

그렇게 백하윤은 오디션을 보러 가고, 박종필은 아르바이트를 하러 가게 된다.

이날 백하윤은 총 세 곳에서 오디션을 봤었는데, 두 곳은 기존에 알던 알짜배기 중소 기획사였고, 나머지 한 곳은 우연히 길거리에서 기획사 PD를 만나 따라간 기획사였다. 그리고 그녀는 마지막에 들린 기획사에서 합격을 통보받게 된다.

“남친! 나 드디어 붙었어! 합격이래!”

이날 둘은 작은 축하파티를 열었다.

박종필은 내심 그녀가 좀 더 준비해서 대형기획사에 붙길 바랐지만, 좋아하는 그녀를 보니 차마 얘기를 꺼낼 수 없었다.

“저... 그런데 처음에 투자금을 좀 받는대. 700만원 정도... 그래도 데뷔하면 전부 돌려준다고 하니까, 보증금 같은 거라고 생각하면 돼! 나 무조건 데뷔할 거니까!”

박종필은 그녀가 원하는 대로 해주기로 했다.

어차피 둘이 모은 돈 2000만원 중 1200만원은 그녀의 것이니, 그저 그녀의 투자가 잘 쓰이길 바랄 뿐이었다.

“나 레슨 갔다 올 게~ 자기도 화이팅!”

이후 둘의 생활은 순조로웠다.

백하윤은 기획사에 가 레슨을 받고, 박종필은 알바를 하며 돈을 모았다.

그렇게 평화로운 일상이 일주일 지났을까.

어느 날 밤 백하윤이 박종필에게 말했다.

“앞으로 3일간은 나오지 말라네.”

“왜?”

“보수 공사한대. 안무실이랑 보컬실, 개편한다 하더라구”

“아-. 그렇구만”

“크흠. 그래서 말인데, 우리 여행 다녀올래?”

“여행? 갑자기?”

“응. 한 번도 간 적 없었잖아. 이번엔 꼭 가자.”

“음... 그러면 당일치기로-.”

“안돼. 무조건 2박 3일”

2박 3일.

2박 3일이면 꾀나 돈이 깨질 텐데.

허나 박종필은 이내 피식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동안 기념일 한번 제대로 챙긴 적이 없는 데다, 지금은 여윳돈이 좀 생겼다.

“그래. 여행가자. 2박 3일 동안.”

“꺄아아아악!! 우리 여행 가서 잔뜩 하자♥”

“뭐, 뭐라냐...”

그렇게 사귄 지 1년이 다 돼서 여행을 떠나게 된 그들.

박종필과 백하윤은 큰맘 먹고 스키장을 가기로 했다.

꽤 거금을 들였지만, 수많은 추억을 쌓을 수 있었기에 전혀 아깝지 않은 돈이었다.

그렇게 둘은 행복한 2박 3일을 보낸 뒤 집으로 돌아왔다.

“어이~ 박종필이.”

허나 그들의 소중한 보금자리 앞엔, 척 보기에도 심상치 않아 보이는 정장 차림의 남자 여럿이 진을 치고 있었다.

그리고 그들 중 우두머리로 보이는 자는 굳어있는 박종필에게 다가가더니, 어떤 서류를 보여주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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