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16화 (116/303)

“주인님”

그때, 좌측 의자에 앉은 남자의 부하가 그를 부른다.

부하의 목소리엔 강한 우려가 드러나 있었다.

“정성민의 성장세가 심상치 않습니다. 고작 반년도 안 되어 제 공장과 어깨를 나란히 할 정도입니다.”

미스터 최의 수족, 박종필.

그는 최근 고민이 많았다.

주인님의 완벽한 수족이라 하기 애매한 녀석이, 너무 강한 힘을 가져버렸기 때문이다. 녀석은 분명 주인님에게 이빨을 숨기고 있을 터인데, 주인님은 태평히 녀석을 후원해줄 뿐이다.

“큭큭. 질투하는 것이냐.”

이번에도 이렇다.

주인님은 녀석을 견제하긴커녕, 오히려 녀석을 감싸주신다.

이에 박종필은 자신이 꺼내놓은 사진을 다시 앞으로 내밀며 강한 어조로 말했다.

“... 보시지 않았습니까. 지금 녀석은, 구원자의 최측근인 이하영과 접촉하고 있습니다. 뭔가 일을 꾸밀지도 모릅니다.”

주인님은 대답 대신 미소를 지으며 와인을 한 모금 머금었다.

박종필은 주먹을 꽉 쥐며 선글라스를 위로 치켜 올렸다.

이내 와인을 삼킨 주인님이 와인잔을 내려놓으며 말했다.

“종필아. 이 와인이라는 게 말이다. 얼마나 까다로운 놈인지 알고 있느냐.”

“...예?”

“기후, 토질, 품종, 숙성 기간. 좋은 와인을 만들기 위해선, 저런 조건들이 잘 맞아 떨어져야 해. 그래서, 좋은 와인을 구하기가 참 쉽지가 않아.”

박종필은 의아한 표정으로 주인님을 바라보았다.

왜 갑자기 와인 이야기를 꺼내신 걸까.

주인님이 와인잔을 굴리며 말을 이었다.

“하지만 가끔은, 저런 조건들이 아주 잘 맞아 떨어져서 좋은 와인이 나오곤 하지. 그리고 이때 중요한 것은, 섣불리 와인을 따지 않고 오래도록 숙성시키는 것이야. 최고의 맛을 낼 수 있도록 말이지”

미스터 최는 다시 한번 와인을 입안에 머금었다.

박종필은 와인의 향과 맛을 음미하는 주인님을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주인님께서 무슨 말을 하고 싶은지 이제야 이해할 수 있는 그였다.

“종필아. 나는 다만 기다릴 뿐이다. 녀석이 최고의 맛을 낼 수 있는 순간까지, 내 창고 안에 든 녀석을 들여다볼 뿐이다.”

그저 기다릴 뿐이라는 주인님의 말씀.

그렇다면 자신이 할 일은 간단하다.

주인님께서 와인을 음미할 수 있도록, 테이블을 세팅해 두는 것이다.

“...예. 주인님. 제가 주제넘었습니다. 때가 되면 제가 할 일을 알려주십시오.”

“큭큭큭...그래. 그때가 되면 너도 한 상에서 축배를 들 수 있을 거다. 자-.”

미스터 최는 그렇게 말하며 와인잔을 박종필에게 건네주었다.

박종필은 미스터 최가 건넨 와인의 향을 맡다, 이내 내용물을 입안에 머금었다.

진하고 달콤한 포도의 맛이 순식간에 퍼져나갔다.

“맛이 어떠냐.”

와인을 삼키자 감상평을 묻는 주인님.

박종필은 미소를 지으며 답했다.

“최곱니다.”

***

그 날.

그러니까 나와 이하영이 재결합을 한 날.

그녀는 내게 자신의 모든 것을 바치겠다고 맹세했다.

이에 나는 그녀의 질 속 깊이 자지를 밀어 넣어 무한한 쾌락을 주었고, 그녀는 쾌락을 느낄 때마다 내게 사랑과 복종을 약속하며 절정에 이르렀다.

이윽고 격정적인 정사를 끝마친 우리는 이후 몇 가지 약속을 했다.

아니, 약속이라기보다는 나의 강요에 가까웠다.

재결합을 하긴 했어도, 이전처럼 동등한 커플의 관계가 아니라 내가 그녀를 지배하는 형태를 하고 있으니.

어쨌든 그녀는 나의 모든 요구를 수긍해주었다.

‘구원자와는 계속 몸을 섞어. 피하려고 하면 의심할 테니까.’

‘하, 하지만...’

‘괜찮아. 어차피 나도 다른 여자와 몸을 섞을 거야. 그냥 일이라고 생각해.’

나의 첫 번째 요구는 어떤 여자와 섞든 터치하지 않는 것.

이하영은 입술을 꾹 깨물곤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예전 같은 모습을 기대하진 마. 무조건 널 사랑하던 시절은 지났어. 지금 내게 최우선 순위는 뒷세계의 정점에 오르는 것이고, 그 과정에서 네가 걸림돌이 된다면 가차 없이 버릴 거야.’

가차 없이 자신을 버릴 수도 있다.

그 말을 들은 이하영은 충격받은 듯한 표정을 짓다가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는 눈에 고인 눈물을 훔치며 자신이 받아야 할 마땅한 대우라고 중얼거렸다.

다만 나는 다음 말을 덧붙였다.

‘하지만 내가 가는 길에 도움이 된다면, 난 그만큼 널 사랑해줄 거야. 그런 의미에서 지금의 넌 이 세상 그 무엇보다 소중해. 절대 잃을 수 없어.’

난 그렇게 말을 이으며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고 입을 맞추어주었다.

섹스로 엉망이 된 그녀의 얼굴을 정리해주며 미소를 지어주었다.

그러자 그녀는 날 위해 무슨 짓이든 할 수 있다고 훌쩍이며 말했다.

‘좋아. 그러면 한 가지 더. 내 밑에 쓸모있는 년들이 많아. 그 년들도 모두 내가 가는 길에 필요한 애들이지. 그래서 난 그 애들도 아껴줄 필요가 있어. 어느 정도 마음을 줄 수 있다는 얘기지.’

내 말에 이하영은 의외로 순순히 수긍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는 ‘그럼. 너는 그들의 주인님인걸’이라고 말하며 씁쓸한 미소를 지을 뿐이었다.

‘그래. 그러면 이제 나를 위해 움직여줘야겠어. 꼭 필요한 정보가 있거든.’

나는 그녀에게 구원자에 대한 정보를 요구했다.

주로 구원자의 회사 구조와 자금의 흐름, 주요 간부에 대한 정보를 전해달라고 했다.

‘자료 정리할 시간은 넉넉히 줄 게. 한 달 정도면 충분하지?’

‘한 달? 그, 그러면... 한 달 뒤에 보자는 말이야?’

‘어. 한 달 뒤, 네가 있는 강원도 쪽으로 거처를 옮길 거야. 그때가 되면 자주 볼 수 있을 테니 한 달만 참아.’

‘응.... 다행이다.’

이하영은 얼굴을 붉히며 손을 꼼지락거렸다.

난 피식 웃으며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며 말했다.

‘난 그동안 내부 단속 좀 할게.’

‘내부 단속?’

‘응. 내 조직에 미꾸라지 한 마리가 숨어있거든. 주인님이 눈을 붙여뒀어.’

내게 붙은 주인님의 눈.

그쯤이야 이미 파악하고 있었다.

난 내 노예들의 동선부터 그들에게 묻은 지문 하나하나 철저하게 확인하고 있으니까.

애초에 폭발적인 성장을 이룬 내게 감시가 붙을 거란 생각은 당연히 하고 있었고.

‘괜찮아?’

‘어. 문제없어. 확실히 조진 다음, 이중 스파이로 쓸 거니까’

‘응. 다행이다.’

자신감 있는 나의 대답에 이하영은 걱정을 거두고 환한 미소를 지었다.

그녀는 변한 내 모습이 의지가 된다며 한 번 더 자신을 안아줄 것을 요구했고, 그날 밤 우린 녹초가 될 때까지 서로의 몸을 미친 듯이 탐했다.

“주인님. 준비됐습니다.”

그때, 상념을 흐트러트리는 이희연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나는 뒤돌아져 있던 의자를 빙그르르 원위치시킨 다음, 내 눈앞에 대기 중인 이희연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명령했다.

“좋아. 그러면 고은진 그년 데려와”

“예”

고은진.

박하린 다음으로 내 노예로 타락시킨 애로, 현재 내 조직의 요직 중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유능한 노예년.

이년이 바로 주인님이 붙여뒀던 눈이다.

나는 오늘 이년을, 이중 스파이로 만들 계획이다.

***

1년 뒤, 대한민국 대검찰청.

이곳은 야심한 밤임에도 대부분의 사무실에 불이 꺼지지 않고 있었다.

지엄한 형법의 집행자인 검사에겐, 각자 쳐내야 할 사건의 양 너무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들어서는 더더욱 불이 꺼지지 않는 사무실의 수가 늘고 있었다.

요 1년 사이, 마약과 성매매. 그리고 불법 음란물이 파다하게 퍼지고 있는 탓이었다.

하여 검찰총장은 특별팀을 꾸려 암암리에 뿌리내리고 있는 뒷세계를 조사하도록 지시했고, 오래전부터 뒷세계 조직만을 파왔던 ‘차도연’ 검사가 [특별범죄수사전문팀]의 팀장으로 오르게 되었다.

“자네. 이거 확실한가? 이게 사실이면, 이 나라는 발칵 뒤집힐 거다.”

은은한 어둠이 깔린 사무실.

대한민국 검찰총장 김명욱이 화이트보드에 붙어있는 뒷세계의 조직도와 각 인물의 연관 관계를 보며 질문했다.

이에 화이트 보드 옆에 서 있던 차도연 검사가 절도있게 고개를 숙이며 답했다.

“예. 오래전부터 조사해왔던 자료이고, 100% 확실합니다. 뒷세계의 손길이 방송, 언론, 정치, 경찰 모든 곳에 닿아있습니다. 그리고 그 중심엔 ‘구원자’와 ‘미스터 최’ 뒷 세계의 두 거목이 있습니다.”

확신에 찬 차도연 검사의 답변.

역시 미모에 실력이 가려졌다는 소문이 퍼질 만큼, 차도연 검사의 브리핑은 일목요연하게 짜여 있었고 근거와 증거가 뒷받침되고 있었다.

다만 검찰총장이 이 브리핑의 신빙성에 대해 재차 질문한 것은, 그만큼 브리핑의 내용이 믿기 힘들 만큼 충격적이기 때문이다.

한낱 범죄조직 따위의 영향력이 대한민국 곳곳에 깊숙이 뿌리를 내리고 있으니 말이다.

“... 이거 옷 벗을 각오도 해야겠군.”

“예. 하지만 총장님께서 힘을 실어주시리라 믿습니다. 반드시 해내 보이겠습니다.”

“어설프게 들쑤셨다간 쏘이는 곳이 한두 군데가 아닐 텐데. 감당할 수 있겠나”

“오래전부터 각오한 일입니다. 뒷세계를 뿌리 뽑는 일은, 제 숙명과도 같습니다.”

“흐음...”

검찰총장은 제대로 씻지도 않아 엉망이 된 차도연 검사의 모습을 바라보았다.

머리는 떡 지고, 이렇게 떨어져 있어도 냄새가 나고, 옷엔 음식 자국이 곳곳에 묻어 있었다.

아마 최소 일주일은 집에 들어가지 않고 일에만 매달렸으리라.

“그럼 추진해봐.”

허나 몰골이 이러할지언정, 그녀의 눈빛만은 빛나고 있었다.

이리 추레한 몰골이라 해서 그 결연한 의지나 미모가 퇴색되는 건 전혀 아니었다.

최연소 천재 검사 출신인 그녀는 이미 여러 차례 능력에 대한 증명을 끝마친 상태이며, 어린 나이에 맞지 않게 다방면에서 뛰어난 두각을 보이고 있는 인재였다.

하여 이 거대한 사건의 적임자도 그녀가 되어야 한다.

뒷세계에 거대한 원한을 가지고 있는 그녀만이, 이런 위중한 임무를 수행해낼 수 있으리라.

“감사합니다. 실망시켜 드리지 않겠습니다.”

“그래. 그럼 나가봐.”

총장의 축객령에 차도연 검사는 깍듯하게 고개를 숙이고 방문을 나섰다.

그녀는 나가면서도 서류를 훑어보며, 이제부터 자신이 해야 할 일의 우선순위를 정하기 시작했다.

‘놈을 엮으려면 가장 약한 팔다리부터 먼저 쳐야돼. 우선은 이놈부터 쳐볼까.’

차도연 검사는 그렇게 중얼거리며 잘 생긴 청년의 사진을 노려보았다.

청년의 사진 밑에는, ‘정성민’이라는 세 글자가 적혀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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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현재.

그는 지난 1년여간 미스터 최의 집에서 정신적 학대를 당하고 있었다.

그는 한때 정성민이 이하영의 대딸을 받던 어두컴컴한 방안에 갇혀, 마약과 대딸, 그리고 가끔 허용된 섹스에 점철된 삶을 살고 있었다.

“오, 오늘흐은....무슨 꿈을 꾸려나...히히히...”

다만 그가 이런 일상을 보내며 여태껏 버틸 수 있는 이유는, 이 모든 걸 꿈이라고 여기기 때문이다. 그토록 올곧고 강인했던 아내가 짐승 같은 모습으로 타락했을지라도, 어차피 이건 꿈이니까. 여긴 현실이 아니니까. 그러니까, 아무렴 상관없어지는 것이다.

그저 자신의 망상이 만들어낸 아내의 타락한 모습을 보며, 쾌락만을 누려도 되는 것이다. 그래서 그런지 정현재는 이런 피폐한 삶에 꽤 만족하고 있었다.

-드르륵.

“여보옷...♥”

그때, 독방의 문이 열리며 등 뒤에서 들리는 농염한 목소리.

정현재는 헤벌쭉 입꼬리를 올렸다.

아무래도 오늘은, 악몽을 꾸는 날인 듯했다.

“크히히히...당신 왔어?”

정현재는 미친 사람처럼 웃으며 악몽 버전의 아내를 반겼다.

심적으로 괴롭긴 해도, 악몽 버전의 아내를 만나는 게 훨씬 자극적이고 꼴리긴 했다.

‘주인님’이란 사람과 정분이 나서, 짐승 이하로 떨어진 아내의 모습이라니.

현실의 아내라면 절대 볼 수 없는 모습이다.

“후후...♥ 정조대 잘 차고 있네♥ 그럼...♥”

쿵 쿵 소리를 내며 다가오는 아내.

자신의 눈앞에 선 아내의 모습은 오늘도 충격적이었다.

저번보다 허벅지가 더 두꺼워지고, 음부에 털이 더욱 풍성해진 듯했다.

고개를 들어 올리니 불룩 튀어나온 뱃살과 비대해진 유방, 선명하게 새겨진 두 겹의 턱이 보였다.

“주인님이 천박한 게 좋다고 해서♥ 저번보다 3kg정도 더 쪘어♥”

저번에 만났을 때 아내는 자신이 82kg이라 밝혔었다.

그렇다는 얘기는 지금 85kg이나 됐다는 얘긴데, 도대체 얼마나 더 살을 찌울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

그래도 뭐, 꼴리니까 그만이다.

어차피 이건 현실도 아니고, 망상 속의 모습뿐이지 않은가.

정현재는 헤벌쭉 웃으며 자지를 발딱 세웠다.

아니, 발딱 세우려 했으나 정조대에 가로막혀 덜덜 떨리기만 했다.

“프흐흐 당신도 망가진 내 모습이 꼴려? 이렇게 돼지가 됐는데도?”

아내는 그렇게 말하며 자신의 앞에 앉기 시작했다.

불룩 튀어나온 뱃살이 여러 겹으로 접히며 비대해진 유방이 아래로 축 처졌다.

겨드랑이 사이로 삐져나온 털과, 살이 겹친 부위마다 땀띠가 생겨 매끈했던 피부에 튼 살이 곳곳에 보였다.

“덜덜 떨어대기는♥”

그리고 지방에 파묻힌 얼굴.

투턱을 한 채, 이목구비가 파묻힌 얼굴로 아내가 입을 열고 있다.

참으로 가슴이 아프면서도, 한편으론 역겹고, 또 한편으론 자지가 불끈거리며, 배덕과 타락에 대한 욕망이 타오른다.

밑바닥 인생으로 처박힌 아내의 추락이 배덕감에 불을 지핀다.

-찰칵. 찰칵.

아내는 후-욱 후-욱 가쁜 숨을 내뱉으며 자신의 정조대를 풀어주기 시작했다.

다만 완전히 풀어주는 건 아니고, 귀두 부분만 개방하여 발기는 못 하도록 만든다.

악몽 버전의 아내는 항상 이렇게 자신이 괴로워하는 것을 즐기는 악마 같은 여자이다.

“쭈우웁...”

귀두 부분만 개방된 정조대.

아내는 입술을 한데 오므려 귀두 위에 침을 떨어뜨린다.

끈적한 침이 실처럼 주르륵 늘어나, 자신의 요도 위에 찰싹 달라붙는다.

정현재의 자지를 감싼 정조대가 덜덜 떨리기 시작한다.

-달그락 달그락 달그락

“크읏....”

“프흐흐 한심하기는♥ 모기좆만 한 자지 덜덜 떨리는 거 봐♥”

-달그락 달그락 달그락

괴롭다.

정조대 안에 갇혀 발버둥 치는 자지가 괴롭다.

허나 최근에는 무발기 사정에도 맛을 들리고 있어, 나름 정조대 생활에도 만족 중이다.

-삑.

다만 이렇게 TV를 켠 뒤 ‘의식’을 치르는 것은 여간 적응되지 않는다.

아무리 꿈속이라 하지만, 아내를 빼앗아간 남자에게 도게자를 하며 감사 인사를 올리는 의식이라니.

정현재는 TV속 쇼파에 앉은 남자와 그의 우람한 자지를 보며 침을 꿀꺽 삼켰다.

TV속 아내는 그런 남자에게 도게자를 하며 ‘선언문’이라는 것을 중얼거리고 있었다.

[나 이신아는 발기부전에 능력도 쓰레기 같은 남편 정현재를 더 이상 사랑하지 않습니다...]

자신을 사랑하지 않겠다는 맹세로 시작하는 선언문.

정현재는 정조대를 달그락달그락 떨어대며 TV속 아내의 모습을 보았다.

매일 아침 ‘주인님’이라는 남자에게 저 선언문을 낭독하고 있다는 아내의 모습은, 언제 보아도 충격적이었다.

저딴 미친 말을 매일 아침 선언하게 하는 ‘주인님’이나, 그것을 거리낌없이 행하며 이것을 자신에게 보여주는 아내나 정상이 아니다.

..... 뭐, 어차피 꿈속이니까 상관없으려나.

그냥 즐기면 된다.

어차피 꿈이고, 어차피 현실에서 벌어지는 일이 아닌데.

꼴리니까 즐기기만 하면 그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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