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15화 (115/303)

그가 내뱉는 말 한마디 한마디가 비수가 되어 날아와 꽂힌다.

눈물이 계속 흘러나와 그의 형상이 흐릿하게 보인다.

흐릿한 그의 실루엣은, 너무나도 낯선 사내의 모습이었다.

“하-읍!”

순식간에 입이 덮쳐졌다.

뜨겁게 달아오른 혀가 입안에 들어와 거칠게 노닌다.

-찌걱 찌걱 찌걱 찌걱

동시에 음부에 손이 비집고 들어온다.

자신이 느끼는 부위만 집중적으로 공략하는, 익숙한 손놀림이 느껴진다.

몸이 달아오르기 시작한다.

-꽈아아악....

그의 손이 거칠게 가슴을 움켜쥔다.

손자국이 발갛게 남을 만큼, 자신의 가슴을 꽈악 움켜쥔다.

그리곤 얼굴을 갖다 대 유륜을 핥는다.

신음이 터져 나온다.

“하앙!”

“씨발년, 빨통 빨아주는 건 여전히 좋아하네.”

“흐으응...흐아앗! 서, 성민아앗!!”

-찌걱 찌걱 찌걱 찌걱 찌걱 찌걱 찌걱.

그는 자신의 약점만을 공략해 나간다.

목 뒤, 유륜, 허벅지 안쪽, 배꼽 위, 치골, 귀 뒤 등등등.

특별히 자신이 잘 느끼는 곳만 집중적으로 애무하여 몸을 달아오르게 만든다.

더 이상 사고를 할 수 없게 만들어 버린다.

“하윽! 하응♥”

목소리에 교성이 배기 시작한다.

전신을 나른하게 만드는 탈력감이 퍼지며, 그의 손에 모든 신체가 맡겨진다.

머리가 멍하고, 동공이 풀리고, 기분 좋은 오르가즘이 퍼지기 시작한다.

반쯤 뜬 눈 너머로 그가 팬티를 벗는 것이 보인다.

“흐아, 서, 성민아앗... 그건...♥”

어떻게 된 걸까.

마침내 드러난 그의 흉물은, 이전과 확연히 다른 위용을 뽐낸다.

마치 예전 자신을 농락했던 ‘그’와 흡사한, 흉측한 괴물이 고개를 치켜든다.

-쑤욱!

그는 그것을 거침없이 안으로 밀어 넣었다.

마치 공성 전차처럼 입구를 뚫고 나와 안쪽 깊숙한 곳까지 머리를 들이민다.

그 결과 애액에 흥건히 젖어 반쯤 열려있던 성문이 처참히 찢겨 나간다.

꾹 닫혀 있던 질벽이 홍해처럼 반으로 쫘악 갈라지며, 자궁으로 가는 모든 길을 쉽사리 내어준다.

이하영은 질벽을 꽉 채우는 그의 자지를 느끼며 신음을 터트렸다.

“흐으으으으으으읏!♥”

-프슛! 프슛! 프슛! 프슛! 프슛!

귀두가 자궁입구를 찌르는 게 느껴진다.

동시에 자신을 끌어안은 그는 목덜미를 핥고 가슴을 움켜쥐어 유륜을 살살 만진다.

극도의 오르가즘이 퍼지며, 고개가 뒤로 꺾이고 세상이 하얗게 변한다.

“흐오옥! 흥오오옷!♥”

이런 체위에 여유를 느낄 틈 따위는 없다.

다시 만나는 전 남자친구에게 최대한 예전 모습을 보여주려 했지만, 또다시 짐승 같은 걸레년 마냥 천박한 신음을 토해낸다.

자지가 들어오는 것만으로도 예전의 음란한 버릇이 관성처럼 튀어나온다.

“하-읍!”

그가 입술을 덮쳤다.

뜨겁고 말랑말랑한 혀가 비집고 들어와 체액과 체액을 섞는다.

동시에 자궁입구에 귀두가 박혀있어 하반신은 덜덜 떨려온다.

V자로 쭉 뻗은 다리는 경련이 온 것마냥 진동하고, 발가락은 안으로 잔뜩 말려 들어간다.

-파앗!

“컥...코혹....쿠욱...”

키스를 마친 그가 돌연 목을 움켜쥐었다.

그리곤 자신을 망가뜨렸던 나를 벌하듯, 손에 힘을 주어 기도를 압박한다.

그러자 얼굴이 벌겋게 달아오르며 산소가 부족해진다.

세상이 뿌옇게 색을 잃어가며 더욱 큰 오르가즘이 전신으로 퍼진다.

-퍼억! 퍼억! 퍼억! 퍼억! 퍼억!

허나 일순간, 목이 풀리며 산소가 들어온다.

빛바랜 세상이 뚜렷함을 되찾으며 활기가 돌아온다.

허나 그렇다고 해서 상황이 나아진 것은 아니다.

자궁입구를 연신 찌르는 피스톤질이 시작되며, 아까보다 더한 지옥의 쾌락이 전신을 덮쳐온다.

짐승 같은 교성을 내지르며 여자로서의 끝장을 알린다.

“후움! 응오옥! 흐오옥! 으옥! 흐오옥! 크혹♥”

미칠 거 같다.

너무 기분이 좋다.

이 사람에게서 ‘그분’의 느낌이 난다.

나의 모든 것을 바치면, 나에게 세상을 주었던 그분의 장악력이 퍼져온다.

‘가둬라.’

허나 일순간, 그분을 떠올리자마자 아버지의 음성이 울려 퍼진다.

독방에 갇혀 지냈던 지옥의 풍경이 펼쳐지며 세상이 암전된다.

아버지를 배신하면, 나는 또 그 방에 갇히게 될 것이다.

주인님은 나를 찾으러 오지 않을 거다.

그분은 나를 버렸다.

아버지를 따라야 한다.

오직 아버지만이. 오직 아버지만이 나를 구원해주신다.

기도문을, 기도문을 외우자.

그래. 위대하신 아버지를 찬양해야 한다.

위대하신 아버지에게 모든 영광을 드립니다. 우리를 구원해주신 아버지에게 이 몸과 영혼을 바칠 것을-.

-짜악!

“.....?”

얼굴을 뒤흔드는 강한 충격.

순식간에 암막이 걷어지며, 세상이 드러난다.

나를 바라보는 분노한 사내의 얼굴이 보인다.

“씨발년이, 감히 누구를 떠올리는 거야?”

“...주, 주인...님?”

“주인님? 누굴 말하는 거냐. 이 씨발년아.”

-파앗!

“커헉!”

목이 졸라진다.

이명이 삐- 울리고, 눈가에 눈물이 차오른다.

세상이 다시 뿌옇게 변하며 주인님의 형상이 보인다.

.... 그렇다면. 그렇다면 주인님께서 나를 구하러 와주신 거야? 그분이 날 버리지 않으셨어?

-짜악!

“좆같은 씨발년이. 내가 누구야?”

“.....”

“내가, 누구냐고.”

눈물이 차올라, 흐릿한 그의 형상.

눈을 깜박이니 눈물이 흘러내린다.

눈이 씻겨지며 그의 얼굴이 또렷하게 보인다.

분노한 성민이의 눈이 나를 바라보고 있다.

“야, 이하영.”

“...네, 네?”

자신도 모르게 튀어나온 존댓말.

압도당해버렸다.

그의 기세에 압도당해, 숨 쉬는 것조차 그의 허락을 받아야 할 거 같다.

두려움에 어깨가 덜덜 떨려온다.

“한 번만 더 그 돼지새끼 찾으면, 진짜 죽일 거야. 좆같은 씨발년아”

-파앗!

“쿠욱!”

다시 목이 졸라진다.

고통과 오르가즘이 동시에 찾아온다.

숨을 쉬려 입을 벌리자 그의 다른 손이 입을 틀어막는다.

그는 정말로 나를 죽일 기세다.

‘시, 싫어. 이런 식으로 죽는 거는, 이런 식으로 죽는 거는...’

나는 그를 위해 죽을 수도 있다.

그에게 값을 수 없는 죄를 저질렀던 나는, 충분히 목숨을 내어줄 수 있다.

하지만 이런 식으로는 아니다.

너무나도 사랑했던 그가, 자신의 손으로 나를 파멸시키는 방식은 죽어도 싫다.

“너도 죽이고 네 가족도 조져줄게. 이 씨발년아.”

흐릿한 의식으로 너머로 그의 분노한 음성이 들려온다.

다시 잘 해보려 했던 나의 가족을 기필코 부숴버리겠다는 그의 진심이 와닿는다.

극도의 공포가 퍼져나간다.

“하영아.”

하지만 그때.

목이 풀리며 사무치게 그리워했던 다정한 그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좀전의 낯선 사내는 사라지고, 다정하게 자신을 바라보는 그가 머리를 쓰다듬어 준다.

“하영아. 난 진심으로, 널 해치고 싶지 않아. 널 이렇게 다루는 것도 괴로워.”

그는 그렇게 말하며 자신을 안아주었다.

자지를 안쪽으로 밀어 넣으며, 가볍게 키스를 해주었다.

순식간에 공포가 걷어지고 오르가즘이 채워진다.

“그러니까 잘 선택해야 해. 나랑 다시 사랑할래, 아니면 여기서 죽을래.”

허나 다정함 속에 숨어있는 그의 광기에 심장이 식어간다.

아무런 망설임 없이 자신을 죽이겠다는 그의 말이, 머리를 멍하게 만든다.

그의 말 한마디 한마디에 천국과 지옥이 오간다.

“하영아. 아직도 못 깨달았어?”

“....네, 네?”

“나는 다 줄 수 있어. 예전 너의 주인이 주었던 쾌락도, 천박하게 타락하는 배덕감도 다시 느끼게 해줄 수 있어. 물론 네가 떠받드는 돼지 새끼처럼 사랑을 줄 수도 있지.”

그는 다정한 연인의 눈빛으로 날 바라보며 말했다.

허리를 조금씩 움직이고, 손으로 젖꼭지를 문지르며 쾌락을 느끼게 해준다.

그리곤 우리만이 공유하고 있는 추억을 꺼내기 시작한다.

“하영아. 늦잠 자는 바람에 일출 못 봤던 거. 기억하고 있지?”

“아, 그...”

“다음에는 꼭 보기로 약속했었잖아. 기억나지?”

“.....”

그걸 기억 못 할 리가.

둘 다 알람을 못 듣는 바람에, 중천에 뜬 해를 보며 한바탕 웃었던 그 날의 기억을 잊어버릴 리가.

너무나도 해맑게 웃던 그의 얼굴을 어떻-.

“기억하나 보네.”

그래. 저 미소였다.

내가 기억하는 그의 모습은, 분명 이런 모습이었다.

그래. 아직 남아있는 거였어.

내가 기억하는 그 사람이, 여전히 남아있는 거였어.

“하영아”

그런 그가 자신을 부른다.

그때와 똑같은 얼굴로, 그때와 똑같은 체온으로, 그때와 똑같은 말투로 나를 부른다.

굳이 입 밖으로 꺼내지 않아도 나를 사랑하는 그가 느껴진다.

“더 이상 날 기만하지 마. 널 되찾기 위해, 내가 어떻게 망가졌는지 봐.”

자신을 봐달라는 그의 말.

나는 변해버린 그의 모습을 찬찬히 살펴봤다.

확연히 달라진 그의 몸을 바라보았다.

그의 몸 곳곳에 지난 노력의 흔적들이 보였다.

주인님을 닮은 그의 몸짓과 행동에, 지난 날의 절박함이 느껴졌다.

나를 바라보는 그의 눈동자에 소용돌이치는 감정의 격류가 느껴졌다.

“아....아아.....”

시야가 뿌옇게 흐려진다.

지난날의 다정했던 그를 원한 나는, 그를 제대로 보지도 않았었다.

하지만 이제는 상처받은 그의 모습이 또렷하게 보인다.

너무 크나큰 마음의 병을 얻어, 이렇게 바뀔 수밖에 없었던 그가 눈에 들어온다.

“미, 미안해... 내가, 내가 정말...”

주인님은 쾌락으로서 사랑을 주시고, 아버지는 돌봄으로서 사랑을 주셨다.

하지만 성민이는 모든 것을 주었다.

진심을 다한 마음을 내게 주어,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는 사랑을 주었다.

그들에게 정신이 뒤틀리면서도, 끝끝내 잊을 수 없는 사랑을 주었다.

사랑이란 그런 것이었다.

“나, 나... 나 이제...”

눈물이 끊임없이 흐른다.

여기까지 도달하기 위해 그가 겪었을 모든 아픔이 느껴진다.

가슴이 먹먹해 눈물이 차오르고, 코가 막혀 내뱉은 말이 먹힌다.

그럼 에도 난 꿋꿋이 입을 열어 꼭 전하고픈 마음을 내뱉는다.

“난 이제... 오직 너의 편이 되어줄게.... 이제는, 이제는 절대...”

그는 변했다.

이제 더 이상 선하고 다정했던 그는 존재하지 않는다.

“이제는 절대, 널 떠나지 않을 게. 오직 너만을 사랑할게.”

다만, 그는 모든 것이 되어 내게 돌아왔다.

이제 그는 나의 주인님이자, 나의 구원자이며, 나의 남자친구이다.

그는 나의 모든 것이며, 나의 모든 것은 그의 것이다.

“정말 미안해. 그리고, 사랑해...”

나는 죗값을 치를 것이다.

망가진 그의 곁을 끝까지 지킬 것이다.

설령, 그것이 나의 파멸을 불러온다 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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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은한 어둠이 깔린 방.

쇼파에 몸을 파묻은 남자가 와인이 담긴 잔을 손으로 집어 든다.

그는 잔을 얼굴에 가져와 향을 음미한 다음, 한 모금을 삼키곤 미소를 짓는다.

“으음.”

아주 잘 무르익었다.

역시 1978년산 로마네 꽁티.

깊은 향과 맛이 잘 베인 세계 최고수준의 와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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