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11화 (111/303)

정성아는 피식 웃음을 흘리며 수십 수백 번도 더 들은 엄마 아빠의 연애 이야기를 떠올렸다. 그녀는 정현재의 등을 쓰다듬어주며 입을 열었다.

“그럼. 기억하고 있지. 그때 당신이 지각해서 당신 이미지 엄청 별로였잖아. ”

“하하. 기억하고 있구나. 역시 신아가 맞구나...”

정현재는 눈물을 글썽이며 정성아의 가슴에 얼굴을 파묻었다.

정성아는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정현재의 머리를 쓰다듬어주며 말했다.

“그럼. 그걸 어떻게 잊어. 다 기억하고 있는 걸.”

“흐흑...흐흐흑... 신아야. 신아야....신아야....”

“... 당신이 새로운 생활에 적응할 때까지, 가끔 이렇게 곁에 있어 줄 게. 그동안 힘들었지?”

정성아는 그렇게 말하며 손을 뻗어 주사기를 집었다.

그리고 정현재의 팔에 주우욱 주입을 하며, 그의 이마에 입을 맞추어주었다.

“그러니까 우리 힘내자. 매일 매일 기분 좋은 거 잔뜩 하다가, 너무 힘들면 이렇게 위로하러 와 줄 테니까. 계속 힘내자. 알았지?”

“응. 고마워, 여보...”

정현재는 반쯤 감긴 눈으로 자신의 아내를 바라보았다.

서글픈 미소를 짓고 있는 그녀를 바라보며, 슬퍼하지 말란 뜻으로 가볍게 미소를 지어 보여주었다.

그는 아내의 품에 안겨 엣날 이야기를 나누다가 그대로 잠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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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현재.

결국 그는 정성아의 작업에 걸려 주인님의 대저택에 들어오게 되었다.

그는 현재 방을 하나 배정받아 그곳에서 숙식을 해결하고 있으며, 틈틈이 시간이 날 때마다 정성아가 방에 들려 그를 돌봐주고 있었다.

‘날 견제하겠다는 뜻인가.’

솔직히 정현재는 건드리지 않을 줄 알았다.

그도 그럴 게 주인님은 아름다운 여자를 취하는 것에만 관심이 있지, 정현재같이 다 늙은 남자에겐 전혀 관심이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주인님은 정현재를 자신의 저택에 들이셨고, 딱히 노예 맹세를 받거나 관심을 보이지도 않으셨다.

즉 그렇다는 말은 유흥의 목적으로 정현재를 데려온 것보다, 다른 목적을 두고 정현재를 데려왔을 가능성이 높다는 뜻이다. 하여, 아마 그 목적이 날 견제하기 위한 인질이 아닐까.

‘뭐, 어느 정도 예상은 했으니.’

하지만 지금 벌어진 일 또한 어느 정도 예상했던 바이다.

주인님이 정현재를 취하고자 하면 딱히 저항할 수단도 없고, 반대할 명분이 없기에 마음의 대비는 하고 있었다.

그저 조금은, 씁쓸할 뿐이다.

“주인님, 괜찮으셔요?”

그때, 걱정이 한가득한 이희연의 목소리.

나는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오늘 일정에 대해 물어보았다.

“으음... 4시간 뒤 오후 12시 45분에 세담 건설업체 사장과 점심 겸 미팅이 있을 예정입니다.”

4시간 뒤에 만날 세담 건설업체 사장 김천중.

그는 요즘 내가 추진하고 있는 새로운 사업의 동업자이다.

현재 나는 강원도에 카지노를 건설을 추진 중인데, 카지노와 인근 부대시설의 건설과 그에 필요한 절차 등을 세담 건설업체에서 맡고 있는 상황이다.

“그리고 미팅 끝나면 오후 3시에 임명 회의에 참석하실 예정이구요,...”

그리고 오후 3시에 참석하는 임명 회의.

이건 별거 아니고, 내 노예 중 쓸만한 인재를 뽑아 필요한 요직에 앉혀두는 것이다.

요즘 이곳저곳 사업을 벌이면서 일손이 필요하다 보니, 이렇게 주요 간부들과 회의를 거쳐 일손을 뽑을 일을 자주하고 있다.

“회의가 끝나고 7시엔, 이하영 대표와 저녁 식사가 있을 예정입니다.”

... 이하영.

그녀는 구원자의 오른팔이 되어 대표직에 올라와 있었다.

현재 그녀는 구원자가 신설하는 사업을 맡아 대부분의 시간을 강원도에서 보내고 있으며, 이렇게 일주일에 한 번 서울에 올라와 구원자에게 봉사를 한 뒤, 올라가는 길에 나를 만난다.

“알았어. 그러면 잠깐 노예 좀 손 봐 볼까.”

“후후, 지목만 해놓으시면 바로 준비해두겠습니다.”

첫 번째 스케줄까지 남은 시간은 4시간.

이동시간과 준비시간을 빼면 3시간 정도는 여유시간이 있었다.

나는 짬이 나는 시간을 이용해 노예 관리나 하기로 했다.

“천천히 골라볼게. 일단 나가 있어.”

“네. 주인님♥”

나의 축객령에 이희연은 곧장 문밖으로 물러났다.

그녀가 나간 뒤, 나는 테블릿 PC 위에 띄워진 노예 리스트를 하나하나 훑어보기 시작했다.

-스윽. 스윽. 스윽.

스크롤이 길게 늘어설 정도로 화면을 가득 채우는 노예 리스트.

어느새 내 밑으로 떨어진 노예의 수만 123명이 되었다.

물론 이들 전부를 내가 타락시킨 것은 아니고, 이 중의 80%는 재정적인 파멸 상태로 만들어 내게 묶어두거나, 아니면 내가 훈련시킨 조교사들을 이용해 이쪽 세계로 끌어들인 케이스들이다.

즉 같은 노예들이라도 내게 직접 조교된 노예들은 나에 대한 애정이나 충성도가 높은 반면, 약점을 잡히거나 조교사를 시켜 이곳에 끌어들인 노예는 나에 대한 애정, 혹은 충성심이 전무한 상태였다.

사실상 말만 노예지 빚을 청산하거나 조교사의 장악력이 떨어지면 언제든 이곳을 나갈 수 있는 상태나 다름없었다.

“흐음. 오늘은 이년을 길들여야겠어.”

그래서 이렇게, 나에 대한 애정과 충성심을 키우도록 직접 조교 할 필요가 있었다.

특히 빚으로 발을 묶어둔 년일수록 미리 내 것으로 만들어놔야, 빚을 모두 상환하더라도 이곳에 남을 것이다.

-툭. 투둑.

하여 나는 ‘진은설’의 프로필을 누른 뒤, 이희연에게 링크를 보냈다.

진은설은 내가 양지에 신설한 플랫폼, ‘라이브 초이스’의 여캠으로 활동하고 있는 BJ로, 수익의 80%를 거액의 빚을 상환하는 데 바치고 있다.

‘곧 100% 상환이겠군. 오늘 끝장을 봐야 한다.’

진은설은 대부업 브로커를 통해 이쪽 세계로 끌어들인 년이다.

즉 나의 조교를 전혀 받지 않았기 때문에 빚만 청산하면 언제든지 계약을 해지하고 사회의 품으로 돌아갈 수 있는 년이란 말이다.

그렇기에 지금 빨리 손을 쓸 필요가 있었다.

진은설은 ‘라이브 초이스’의 에이스 역할을 하고 있는 BJ로, 청순한 외모와 사근사근한 말투. 그리고 깨끗하고 맑은 이미지로 수많은 남성 팬층을 끌어모은 스타 BJ이다.

즉 벗방으로 전환했을 시, 엄청난 수입을 올릴 수 있는 포텐이 있는 년이라는 말이다.

‘언젠가 내 라이브쇼에 출연시켜주지.’

대중적 인지도가 있는 년이니만큼 내 라이브 쇼에 출연하면 수억 원쯤은 우습게 땡길 수 있을 것이다. 뿐만 아니라 이번에 새로 신설한 AV 전문 회사의 대표 배우로도 자리매김할 수도 있을 것이다.

진은설은 그만큼 이미지가 깨끗하고, 외모 또한 이하영과 이희연에 버금가는 아름다운 외모를 지니고 있으니까.

“주인님♥ 준비되었습니다♥”

그렇게 생각을 정리하는 사이, 이희연이 노크를 하며 보고를 올렸다.

나는 진은성을 들여보내라고 명령했다.

이윽고 문이 열리며, 헐렁한 맨투맨에 돌핀팬츠를 입은 진은설이 모습을 드러냈다.

“.....”

나를 보자마자 시선을 피하며 얼굴을 붉히는 그녀.

허벅지를 비비며 아랫입술을 꾹 깨무는 걸 보아하니, 내 얼굴을 보자마자 저번에 했던 섹스가 떠오른 모양이었다.

“오랜만이군, 진은설. 그동안 잘 지내고 있었나.”

“..... 그냥저냥요”

진은설은 화난듯한 얼굴로 나와 눈도 마주치지 않았다.

아마 일주일 전 강제로 범해졌던 것에 대해 반발심을 가지고 있거나, 혹은 내가 그녀를 애타게 만들었거나 둘 중 하나일 것이다.

하여 나는 그녀를 떠보기로 했다.

“저번 일로 상처가 컸을 텐데, 이렇게 다시 불러서 유감이군.”

“.....”

무표정한 얼굴로 고개를 숙이고 있는 그녀.

허나 홍조가 가득한 얼굴엔 묘한 기대감이 스며들어 있는 듯했다.

나는 피식 웃으며 다음 말을 덧붙였다.

“하지만 걱정 마. 오늘은 아무 짓도 안 할 거니까.”

아무 짓도 하지 않을 거란 나의 말.

그 말에 진은설은 곧바로 반응했다.

황급히 고개를 들어 당황한 표정으로 날 바라보더니, 이내 실망감이 역력한 표정으로 고개를 떨구었다.

그리고 오줌 마려운 개 마냥 허벅지를 비비며 아랫입술을 꾹 깨물었다.

“얘기나 좀 하지. 이리 와.”

나는 옆자리를 탕탕 두드리며 그녀를 불렀다.

진은설은 새빨개진 얼굴로 마른 침을 꿀꺽 삼키더니, 이내 내 옆자리에 조심스레 앉았다.

나는 옆자리에 앉은 그녀의 어깨에 팔을 두른 뒤 그녀의 얼굴을 지그시 바라보았다.

그녀는 날 힐끗 쳐다보고는 새빨개진 얼굴로 황급히 고개를 돌렸다.

“귀여워졌네. 저번에 만났을 때만 해도 날 죽일 듯 바라보더니.”

물론 마지막엔 내 허리에 다리를 두르고 미친 듯이 교성을 질러댔지만, 중간과정까지만 해도 그녀는 날 죽일 듯이 노려봤었다.

“.... 그, 그때는, 강제로 당했던 거니까요.”

“그럼 강제가 아니면, 괜찮다는 말인가?”

“..... 그럴 리가요. 다, 당신이랑은 하, 하기 싫....어요.”

뒷말을 얼버무리며 허벅지를 비비는 그녀.

난 피식 웃으며 그녀에게 게임을 하나 제안했다.

“그럼 이렇게 하지. 만약 네가 1시간 동안 섹스를 갈구하지 않는다면, 난 더 이상 네 몸에 손을 대지 않을 것이다. 나와 의무적으로 해야 하는 섹스도 모두 차감해주지”

나와 의무적으로 해야 하는 섹스.

그것은 계약서상에 명시되어 있는 사항이다.

즉 저번에 한 번 몸을 섞었으니, 앞으로 두 번은 강제로 몸을 섞어야 한다는 의미다.

내가 뱉은 말을 그것을 모두 차감해주겠다는 의미고.

“.....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그런 제안을 하는 거죠? 제가 스스로 성관계를 원할 거라 생각하세요?”

진은설은 어이없다는 듯한 표정으로 날 바라보았다.

얼굴과 귀는 벌써 새빨갛게 달아오른 주제에 말이다.

“물론, 나도 가만히 있진 않을 거야. 네가 스스로 성관계를 원하도록 적당히 애무할 생각이거든. 물론 삽입은 하지 않을 거지만.”

“하-. 아까는 손대지 않을 거라고 했으면서.”

“그래. 하지만 아까 나와 몸을 섞기 싫다고 하지 않았나? 그래서 기회를 주는 거다. 단 한 시간만 스스로 섹스를 원하지 않으면, 앞으로 남은 두 번의 섹스는 없던 일로 하는 거니까. 이건 거저 주는 기회나 다름없다고 생각한다만”

거저 주는 기회.

진은설도 내 말에 동의하는지, 이내 고개를 숙이고 고민하기 시작했다.

이윽고 결심을 마친 그녀가 고개를 들었다.

***

진은설은 고개를 숙인 뒤 정성민의 제안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보았다.

앞으로 1시간만 버티면 더 이상 섹스를 요구하지 않을 거라는 그의 제안.

확실히 파격적인 제안이었다.

고작 1시간으로 저번에 겪었던 모욕적인 섹스를 더 이상 겪을 필요가 없으니까.

거절할 이유가 없었다.

‘어, 어차피 몸도 달아올랐고 말이야...’

그리고 무엇보다, 그를 보자마자 아까부터 비부가 쑤셔와 미칠 거 같았다.

호흡에 더운 숨이 배이고, 머리가 어질어질하며 물이 새어 나온다.

그렇게 굴욕적인 섹스를 당했는데도, 그때 느꼈던 오르가즘은 여전히 자신을 달아오르게 만든다.

이런 비정상적인 곳에서 생활하며 어딘가 잘 못 된 게 분명했다.

‘하루빨리 여기를 탈출해야 해. 그러려면...’

제안을 받아들여야 한다.

앞으로 남은 성관계 횟수를 모두 차감하고, 빚을 모두 청산한 뒤 이곳에서 나가야 한다.

하루 빨리 사회의 품으로 돌아가야 다시 정상적인 생활을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럼 하죠. 그쪽이 했던 제안”

정성민은 씨익 웃으며 손을 한번 까닥거렸다.

자신에게 오라는 신호였다.

“읏...”

진은설은 고개를 숙인 채 그에게 가까이 다가갔다.

그의 잘생긴 얼굴을 보고 있으면 자꾸 경계심이 허물어지니 조심해야 할 필요가 있다.

-팡. 팡.

넓고 큰 쇼파.

정성민이 그곳에 등을 기댄 채 자신의 다리 사이를 두드렸다.

진은설은 정성민의 다리 사이에 다소곳이 앉은 다음 침을 꿀꺽 삼켰다.

남자가 뒤에서 자신을 껴안는 형태가 되니 무슨 짓을 당할지 몰라 긴장감이 고조되기 시작했다.

‘그래 봤자 그곳과 가슴을 주무를 뿐이겠지.’

진은설은 별 거 아닐 거라 생각하며 마음을 다잡았다.

솔직히 자신이 발정 난 짐승도 아니고, 고작 1시간의 애무를 견디지 못해 스스로 섹스를 원하겠는가.

‘보나 마나 이상한 소설이나 영화보고 이러는 거겠지. 현실은 다른데 말이야.’

생각해보니 웃기지도 않는다.

사람이 무슨 섹스의 노예도 아니고, 고작해야 오르가즘을 참지 못해 자신의 미래를 던져버리는 어리석은 짓을 하겠는가.

생각이 거기까지 미치자 불안했던 진은설의 마음도 평온해지기 시작했다.

동시에 콧방귀가 나올 만큼 정성민의 제안이 우습게 느껴졌다.

-스으윽...

그렇게 별일 아니라며 마음을 다잡는 그때, 뒤에 있던 정성민의 손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는 곧바로 자신의 유방을 움켜쥐며 목에 가볍게 입맞춤을 하기 시작했다.

-쪼옥... 쪼옥...

부드럽게 가슴을 감싸 쥐는 그의 손길.

뒷목에 닿는 부드러운 입술의 감촉.

진은설은 당황했다.

그저 애무할 뿐인데도, 그가 하는 것과 다른 남자가 하는 것은 차원이 달랐다.

그녀는 주먹을 꽉 움켜쥐며 오르가즘이 올라오는 것을 참으려 했다.

‘우울한 생각을 하는 거야. 우울한 생각을...’

그래.

차라리 우울한 생각을 하는 것은 어떨까.

예를 들면 아빠 사업이 망하고, 엄마가 떠났던 그 날.

아니면 법원에 집안의 물품이 압류되던 그 날.

그것도 아니면 빚쟁이들이 집안에ㅡ!

-찌걱 찌걱 찌걱 찌걱.

“흣! 흐으읏!”

사고는 그대로 정지되고 말았다.

돌연 그의 손이 팬티 안으로 들어와 자신의 흠뻑 젖은 음부를 쑤시자, 우울했던 기억은 다 날아가고 그와 몸을 섞었던 기억들로 가득 채워진다.

진은설은 애액이 넘치는 자신의 음부를 바라보며 입술을 꾹 깨물었다.

‘분해. 분명 내가 기분 좋아하는 줄 착각하고 있을 거야. 지 혼자 멋대로 착각해선, 분명 신나 하고 있을 거야.’

생각보다 많이 분비된 애액.

그것을 확인하자마자 바로 든 생각은 억울함과 분노였다.

분명 자신이 이렇게 느낄 리가 없는데, 오늘따라 왜 이렇게 물이 많이 나오는 건지.

원래 자신은 이렇게 음탕한 여자가 아닌데.

-찌걱 찌걱 찌걱 찌걱 찌걱 찌걱

“으읏...크웃...♥”

목소리에 배어 나오는 교성.

진은설은 입을 꾹 닫으며 손톱으로 손바닥을 찔렀다.

그렇게 손에 느껴지는 고통에 집중하며 온몸을 적시는 오르가즘을 무시하려 애썼다.

“음. 이쯤인가.”

그때였다.

가슴의 주무르던 그의 손이 천천히 아래로 떨어지더니, 자신의 아랫배를 문지르기 시작했다.

그는 왼손으론 자신의 음부를 쑤시고, 오른손으론 아랫배를 둥글게 문지르는 이상한 행위를 반복했다.

‘뭐, 뭘 하려는 거야. 도대체 뭘-’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호흡이 가빠지고, 머리가 멍해지고, 아랫배와 자궁이 뜨거워졌다.

진은설은 고조되는 불안감을 떨쳐내기 위해 다시 한번 새로운 다짐을 했다.

‘절대 넘어가지 않아. 무슨 일이 있어도 절대로. 여자를 우습게 보는 당신 같은 남자 따위에게, 난 절대로 안 넘어가.’

문질...문질...문질...

끊임없이 자신의 아랫배를 애태우는 그의 손길.

진은설은 자신이 침을 질질 흘리고 있다는 사실도 모른 채, 우스꽝스러운 표정으로 오르가즘을 인내했다.

이윽고 그녀는 벽에 걸린 시계를 힐끗 보곤 다시 한번 의지를 불태웠다.

‘40분. 40분만 더 버티면 돼. 40분만 더 버티면 더 이상 이런 굴욕을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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