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하영은 3일 내내 쫄쫄 굶으며 신경이 날카로워질 수밖에 없었다.
‘추워. 배고파. 불쾌해. 나가고 싶어. 여기 있기 싫어. 왜 나를 꺼내주지 않는 거야.’
이하영의 내부에서 온갖 부정적인 생각이 들끓기 시작했다.
자신을 이곳에 버려둔 구원자가 원망스럽고, 언젠가 주인님께 돌아갈 수 있을 거란 희망도 꺾이기 시작했다.
자칫 잘못하면 이곳에서 죽을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스멀스멀 올라오기 시작했다.
“위대하신 아버지에게 모든 영광을 드립니다. 우리를 구원해주신 아버지에게 이 몸과 영혼을 바칠 것을 맹세합니다. 오직 아버지만이 나의 사랑이며, 아버지를 위해 제 모든 것을 버릴 수 있음을 맹세합니다.“
하지만 이하영은 오히려 기도문을 읊기 시작했다.
자신을 이곳에 가둔 게 아버지에 대한 충성심을 시험하는 것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하여 그녀는 목이 쉬도록 기도문을 읊었다.
기도문이 끝나자마자 다음 기도문을 읊고, 다음 기도문이 끝나자마자 또 그다음 기도문을 읊었다. 그렇게 그녀는 장장 5시간이 넘도록 기도문을 읊었다.
”위대하시아버지에게....모드여과을드림니다...우리를....구원...“
그녀는 꾸벅꾸벅 졸면서도 기도문을 읊었다.
제발 아버지가 다시 이곳에 돌아오길 바라며 기도문을 읊고 또 읊었다.
그렇게 기도문을 읊고 또 읊고 소리치며 읊고 벽을 쾅쾅 두드리며 읊고 머리를 쿵쿵 박으며 읊고 흐느끼며 읊고 절규하듯 읊고 잠꼬대를 하면서도 읊었다.
하지만 이런 그녀의 노력에도 기대하는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하다못해 빵 한 조각, 물 한 모금도 주어지지 않았다.
그저 이 빌어먹을 어둠과 고요한 침묵만이 그녀를 짓누를 뿐이었다.
”으아아아아!! 으아아악!! 으아아아악!!!“
그렇게 하루가 지났다.
이하영은 점점 미쳐가기 시작했다.
4일 동안 물 한 모금조차 마시지 못한 그녀는 미친 듯이 소리치며 문을 쾅쾅 두드려댔다.
”으아아아! 아아아아!! 아아아아아아아아! 아아! 아아아아아아! 으아아아아!!“
-쿵! 쿵! 쿵! 쿵! 쿵! 쿵!
바깥 세계에선 고작 4일의 시간.
하지만 이하영에겐 40일과도 같은 지옥 같은 시간이었다.
희망을 잃어버린 이하영은 한 시간이 넘도록 괴성을 지르며 문을 계속 두들겨댔다.
하지만 되돌아온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오직 침묵뿐이었다.
”흐...흐흐흐....흐히히히...키히히히히“
이대로 죽을지도 모른다는 공포에 이하영은 정신을 놓고 비실비실 웃기 시작했다.
그녀는 어둠 속에 둥둥 떠다니는 자신의 시체를 바라보며 웃고 또 웃었다.
그녀는 이곳에서 완전히 썩어버려 뼈만 앙상하게 남은 자신의 처참한 모습을 보며 실성한 사람처럼 웃기 시작했다.
”으으으으!! 이야아아악! 아아악!!! 으아아아아!!!“
잠시 후 이하영은 귀를 막으며 미친 듯이 방안을 뛰어다니기 시작했다.
예전 자신을 괴롭혔던 그 환청이 다시 들리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넌버려졌어넌버려졌어넌버려졌어넌버려졌어넌버려졌어】
【아버지는널죽일생각이야아버지는널죽일생각이야아버지는널죽일생각이야】
【주인님은돌아오지않아주인님은돌아오지않아주인님은돌아오지않아주인님은돌아오지않아】
【정성민은널잊을거야정성민은널잊을거야정성민은널잊을거야정성민은널잊을거야】
【넌여기서죽을거야넌여기서죽을거야넌여기서죽을거야넌여기서죽을거야넌여기서죽을거야】
”이익! 으아아아! 닥쳐어어어!! 닥쳐어어어!!“
이하영은 드넓은 밀실을 미친 듯이 뛰어다녔다.
머리는 산발을 한 채 뒤룩뒤룩 찌운 뱃살을 출렁거리며, 추악한 몰골로 방안을 뛰어다니며 소리를 질렀다.
그러다 그녀는 벽에 부딪혀 넘어지기도 하고, 구석에 싸놓았던 자신의 오줌을 밟아 미끄러져 넘어지기도 하였다.
그녀는 아랑곳하지 않고 괴성을 질러대며 닥치라는 말만 반복하였다.
”이, 이 개새끼가! 씨발 좆같은 돼지새끼가! 누가 네 아버지야! 이 살만 처 찌운 역겨운 개돼지새끼가!!! 병신 씨발놈이!!“
이제 이하영은 구원자에게 저주를 퍼붓기 시작했다.
자신을 이곳에 가둬 죽이려는 그에게 악독한 저주를 퍼부으며 문을 쾅쾅 두드려댔다.
”내가 너 죽일 거야!! 죽일 거라고오오오!!!“
평정심을 잃은 이하영은 짐승과 다름없었다.
그녀는 끊임없이 구원자를 저주하고 저주하고 저주하며 손이 멍들고 머리에 피가 날때까지 문을 두드려댔다.
그렇게 또 하루가 지나자, 이하영은 주인님을 찾기 시작했다.
”주인님!! 주인니이이임!! 살려주세요!!! 구원자가 절 죽이려고, 죽이려고 해요!! 주인님!!! 저를, 저를 버리신 거예요? 주인님!!“
하지만 아무런 변화가 없자 이번에는 나를 찾기 시작했다.
”서, 성민아... 나 좀. 나 좀 구해줘. 나 너무 무서워.... 나...나..... 이제 너한테 잘해줄게. 나 좀 살려줘...“
그렇게 한참 내 이름을 부르던 이하영은, 다시 구원자를 찾기 시작했다.
”아버지. 제가 잘못했어요. 전에 했던 말은 진심이 아니에요. 아버지...아버지.... 아버지 제발...“
하지만 여전히 되돌아오지 않는 응답.
그렇게 독방에 갇혀 아무것도 먹지 못한 지 5일째가 됐을 때, 이하영은 모든 걸 포기해버렸다.
그저 차가운 방바닥에 드러누워 멍한 눈으로 허공을 응시하고 있었다.
그녀가 바라보는 곳엔 자신의 시체가 둥둥 떠다니며 자신을 조롱하고 있었다.
【넌버려졌어넌버려졌어넌버려졌어넌버려졌어넌버려졌어】
【죽어버려죽어버려죽어버려죽어버려죽어버려죽어버려죽어버려】
끊임없이 자신을 괴롭히는 허상과 환청.
이것은 완전히 잠들지 않으면 피할 수도 없었다.
귀를 막아도 환청은 들리고, 눈을 감아도 악령은 여전히 존재했다.
-덜컹!
그때였다.
모든 걸 포기하고 완전히 정신을 놓아버린 그때, 5일 만에 처음 듣는 이지적인 소리가 이하영의 귀를 자극했다.
이하영은 소리가 난 곳으로 바퀴벌레처럼 사사삭 기어가 그곳을 더듬거려보았다.
이윽고 그녀는 차가운 플라스틱 물병을 손에 쥘 수 있었다.
”!!!“
이하영은 황급히 플라스틱 물병의 뚜껑을 땄다.
그리고 500ml 짜리 물병을 한 번에 원샷해버렸다.
그녀는 온몸에 활력이 감도는 것을 느꼈다.
”아, 아버지... 감사합니다...“
이하영은 물을 다 마시고 출입문 쪽을 향해 절을 했다.
그리고 두 손을 모은 다음 기도문을 읊기 시작했다.
그렇게 기도문을 세 시간가량 읊자, 또다시 덜컹거리는 소리와 함께 어떤 물건이 방안으로 들어왔다.
이하영은 손을 더듬거려 물건을 쥐어보았다.
물병과 딜도였다.
”이, 이건.“
구원자의 자지를 본 따 만든 딜도.
이하영은 그것을 손으로 어루만지며 광기에 찬 미소를 지었다.
그녀는 자신의 음부에 진동 딜도를 삽입한 채 기도문을 읊는 하루를 보내기 시작했다.
-덜컹!
그렇게 이하영은 하루에 한 번씩 보급품을 받게 되었는데, 보금품의 구성은 빵 한 조각과 500ml짜리 물병 세 개였다.
그녀는 매일 그 극소량의 식량으로 연명하며 딜도로 자위하는 나날을 보냈다.
“위대하신 아버지에게 모든 영광을...으오옷!♥ 드, 드립니다....♥ 우리를...후욱...후욱.... 구원해주시이이이인!!♥”
-푸슛! 푸슛! 프샤아아아....
이하영은 매일 딜도로 음부를 쑤시며 아버지가 자신을 안아주는 날만을 고대했다.
이렇게 열심히 자신의 진심을 보이다 보면 언젠가 아버지께서 자신의 음부에 성물을 넣어주는 날이 오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을 품으며 하루하루를 보냈다.
“아버지이잇...♥ 후우욱... 아버지...♥”
독방에 갇힌 지 8일째.
이하영은 주인님을 완전히 잊어버렸다.
이곳에서 할 수 있는 것이라곤 구원자의 자지를 본 따 만든 딜도로 자위하는 것밖에 없기에, 그녀의 머릿속엔 오로지 구원자만의 자지만으로 가득했다.
“아, 아버지에게 이 몸과 영혼을 바칠 것으으을!! 흐오옷!♥... 매, 맹세합니다...♥ 오직 아버지만이 나의 사, 사랑이며어엇...흐우...흐오오...♥ 아버지를 위해 제 모든 것을 버릴 수... 이, 있음을 맹세합니다♥“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이곳에서 유일하게 쾌락을 느낄 수 있는 자위는 평소와는 차원이 다른 쾌감을 안겨주었다.
이제 이신아는 구원자의 딜도에 완전히 중독되어 이 자지가 없으면 살아갈 수 없는 몸으로 바뀌고 있었다.
그렇게 12일이 지난 어느 날이었다.
-끼이이익...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순간이 찾아왔다.
굳게 닫혀있던 철문이 비로소 열리며 무수히 많은 합창단원이 안으로 들어오는 것이었다.
이에 이하영는 문 쪽으로 도게자를 하더니 미친 사람처럼 기도문을 읊기 시작했다.
“위대하신 아버지에게 모든 영광을 드립니다. 우리를 구원해주신 아버지에게 이 몸과 영혼을 바칠 것을 맹세합니다. 오직 아버지만이 나의 사랑이며, 아버지를 위해 제 모든 것을 버릴 수 있음을 맹세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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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무저갱 같은 어둠 속 광기 어린 이하영의 모습을 보았다.
그녀는 합창단원의 입장에 도게자를 하며 기도문을 미친 듯이 읊기 시작했다.
이하영이 기도문을 읊는 모습은 마치 사이비종교에 깊이 빠진 사람이 방언을 터트리는 것과 같은 섬뜩함을 느끼게 해주었다.
‘이신아와 비슷한 모습이군’
문득 정현재를 배신하겠다는 선언문을 속사포로 뱉어댔던 이신아의 모습이 떠올랐다.
그 당시 이신아는 주인님의 설계에 완전히 빠져들어 배덕감에 의한 쾌락만을 좇는 짐승으로 추락했었다.
그리고 종국엔 나와 정성아까지 버리겠다고 선언하며 완전한 타락을 맞이했었지.
‘구원자의 방식은 공포인가.’
그동안 주인님이 여러 여자를 타락시킨 방식은 절대적인 쾌락에 의존하게 만들어 자신의 뜻대로 개조하는 것이었다.
가령 이하영을 예를 들면 그녀가 천박한 행위를 한다든지, 아니면 가치관이 추악하게 뒤틀린다든지, 그것도 아니면 이하영 본인이 스스로 망가진다든지 할 때 주인님은 이하영을 칭찬하며 쾌락을 주입해 주었다.
그 결과 이하영은 스스로 자신을 파괴하며 주변 사랑하는 사람들까지 잡아먹어 버리는 괴물이 되었었다.
반면에 구원자의 방식은 공포였다.
자신을 따르지 않으면 죽을지도 모른다는 공포.
이대로 버림받을지도 모른다는 공포.
정신이 파괴당해 폐인으로 살아갈지도 모른다는 공포.
그런 공포가 이하영이라는 인간의 진정한 밑바닥을 보이도록 해주었다.
이하영은 그 공포가 두려워 울부짖고 소리 지르고 욕설을 퍼붓고 헛된 희망을 품어보는 등 처절하게 공포에 저항했고, 그 결과 절망해버리고 말았다.
[위대하신 아버지에게 모든 영광을 드립니다. 우리를 구원해주신 아버지에게.....]
그런데 그때, 이렇게 때마침 합창단이 등장했다.
마치 이하영이 모든 것을 비우고 좌절할 때까지 기다리기라도 한 듯, 그들은 문밖의 찬란한 역광을 받으며 밀실 안으로 하나, 하나 들어왔다.
이하영은 그들의 등장에 벌떡 몸을 일으켜 합창단을 향해 도게자를 하더니, 이내 그들의 기도문을 따라 읊으며 애액을 질질 흘려대기 시작했다.
나는 그 추악한 광경을 바라보며 주인님의 세뇌가 얼마나 강력한지 다시 한번 체감할 수 있었다.
‘사람을 저 지경까지 몰아가야 겨우 풀어낼 수 있다는 건가. 저 정도 공들였으면 인정할만하군.’
도박장에서 다시 예전 모습으로 돌아온 이하영을 봤을 때 들었던 생각은 하나였다.
어떻게 이하영이 다시 예전의 모습을 되찾았을까? 어떻게 주인님의 세뇌가 풀려났던 걸까?
나는 그 해답을 전방의 모니터를 통해 보고 있었다.
구원자가 사용한 ‘밀실’과 ‘공포’라는 방식은 그 사람의 정신을 완전히 뭉개버려 재세뇌하기에 적합한 방식이었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이신아와 정성아 또한 저 방법이 통할지 곰곰이 생각해보았다.
이미 이신아는 주인님에게 완전히 개조되어 버려 어려울 것 같기도 한데, 지금의 정성아라면 어떻게든 되지 않을까.
[많이 야위었군요. 고생 많았습니다.]
그렇게 상념에 빠져있는 사이, 합창단원의 리더격인 사람이 이하영에게 다가가 말을 건넸다.
이하영은 울먹이는 얼굴로 그를 올려다보았고, 그는 싱긋 웃으며 다음과 같은 말을 했다.
[이제 의식을 치를 때가 왔습니다. 이제부터 당신은 3일간 아버지를 향한 사랑을 시험받을 것이고, 그 시험을 통과하면 아버지의 딸로 다시 태어나는 겁니다.]
이하영은 놈의 제안을 듣고 연신 고개를 끄덕여댔다.
나는 그 장면을 바라보며 턱을 괸 채 리더격 녀석이 했던 말을 곱씹어보았다.
‘3일간 치르는 시험. 구원자에 대한 애정을 주입하는 건가.’
그간 영상을 관찰한 결과, 독방이 갇힌 8일은 주인님을 향한 모든 감정을 빼내는 과정이라 볼 수 있었다.
그렇다면 저들이 ‘시험’이라고 칭하는 의식은 텅 비어버린 이하영의 마음을 구원자에 대한 사랑으로 채우려는 것이 아닐까.
난 이런 의문에 대한 해답을 영상을 시청하며 찾기로 했다.
어찌 됐든 런닝타임은 꽤 남아있고, 내 의문에 대한 해답은 영상 안에 담겨있을 테니까.
[따라오시죠. 아버지께서 기다리십니다.]
그사이, 합창단 리더는 이하영을 끌고 구원자 앞으로 데리고 갔다.
이하영은 구원자를 보자마자 엎드려 도게자를 하며 자신이 큰 죄를 지었다고 구원자에게 고했고, 구원자는 인자한 미소를 지으며 답했다.
[네 죄가 무엇이냐.]
[아버지를 두고 다른 남자를 마음에 품었습니다. 언젠가 주인님이 이곳에서 구출해 줄 거라 믿으며, 아버지를 따르는 척 아버지를 기만했습니다.]
[이제라도 네 죄를 고해서 다행이구나.]
[또 저는 독방에 갇힌 것에 분노하여 아버지를 모욕했습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큭큭큭... 뉘우침엔 항상 보상이 따를 것이다. 네 죄를 용서하고 내 딸이 될 수 있는 자격을 주도록 하겠다. 이리 와라.]
구원자는 이하영을 데리고 가 예전에 했던 것처럼 씻겨주고 먹여주고 치료해주었다.
그러자 이하영은 사랑과 존경의 눈빛으로 구원자를 바라봤고, 구원자는 인자한 미소를 지으며 이하영이 편하게 쉴 수 있도록 모든 지원을 해주었다.
[다시 독방에 갈 시간입니다.]
하지만 밤이 찾아오면 이하영은 다시 독방 안에 갇히는 신세가 되었다.
그녀는 더럽고 축축하고 냄새나는 독방에 갇혀 수십 명의 합창단원에게 둘러싸여 온갖 모욕을 듣고 폭행을 당해야만 했다.
[이 또한 아버지의 딸이 되기 위한 과정입니다. 견뎌내세요!]
남자 여럿이 여자 하나를 두고 발길질을 해댔다.
그러는 와중에도 나머지 합창단원은 기도문을 계속 읊었고, 그중 몇몇은 구타당하는 이하영에게 모진 말을 퍼부으며 정신적 타격을 주었다.
저건 그야말로 ‘의식’이라기보단 작정하고 한 사람을 괴롭히는 것에 불과했다.
[읏.....으읏....]
구타당한 이하영은 엉망이었다.
이하영은 분명 내 원수임에도, 엉망이 된 그녀를 보기 힘들었다.
[아버지를 만날 시간입니다.]
다음 날 늦은 오후.
이하영은 다시 구원자에게 불려갔다.
구원자는 전날과 똑같이 이하영을 먹여주고 재워 주고 치료해주었고, 이하영은 감격의 눈물을 흘리며 연신 아버지에게 감사하다고 말했다.
난 그 광경을 보며 피식 실소를 흘렸다.
‘너를 가둔 것도, 합창단원이 너를 두들겨 패는 것도, 모두 구원자가 시킨 일일 텐데.’
이성적으로 생각해보면 이해할 수 없는 광경이었다.
하지만 그럼 에도 나는 이하영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었다.
나도 한때는 당장 눈앞의 욕망이 절실하여 앞뒤 안 가리고 거짓을 맹신한 적이 있으니까.
[다시 독방에 갈 시간입니다.]
패턴은 반복되었다.
하루의 절반은 독방 안에 갇혀 온갖 수치스러운 말과 모욕적인 조롱을 당하며 합창단원에게 구타당하는 것이었고, 나머지 절반은 구원자에게 정서적 안정을 느끼며 치유를 받는 것이었다.
그리고 3일간 지속된 반복 학습의 결과는 굉장했다.
[위대하신 아버지에게 모든 영광을 드립니다. 우리를 구원해주신 아버지에게.....]
이하영은 완전히 광신도가 되어버렸다.
그녀는 온갖 수치스러운 모욕과 발길질과 손찌검을 당할 때도 기도문을 읊으며 섬찟한 미소를 짓기 시작했다.
그렇게 지옥과 천국이 오가는 3일이 지나고 4일째 아침이 밝았다.
[마지막 의식입니다.]
마지막 의식.
그것은 밀실 안에서 이루어졌다.
이하영은 합창단들이 가져온 조립식 침대에 몸이 눕혀졌고, 합창단원들은 이하영을 침대 중앙에 눕혀놓고 ‘기도문’을 합창하기 시작했다.
이하영 또한 침대에 누운 상태로 눈을 까뒤집으며 그들의 기도문을 따라 읊었다.
[위대하신 아버지에게 모든 영광을 드립니다. 우리를 구원해주신 아버지에게 이 몸과 영혼을 바칠 것을 맹세합니다. 오직 아버지만이 나의 사랑이며, 아버지를 위해 제 모든 것을 버릴 수 있음을 맹세합니다.....]
어처구니없는 복종의 문장이 밀실 내부에 가득한 광기의 현장.
마침내 그곳에 광기의 주인이 모습을 드러냈다.
구원자는 열린 밀실 문 사이로 역광을 받으며 등장했고, 밀실 안의 모든 이들이 구원자에게 도게자를 하기 시작했다.
[의식을 시작하겠다.]
눈에 이상한 장치를 뒤집어쓴 구원자가 그렇게 말했다.
그리고 그는 육중한 몸을 쿵- 쿵- 움직이며 이하영에게 다가갔는데, 그사이 합창단원 한 명이 밀실 문을 닫아 빛을 완전히 차단해버렸다.
-쿵. 쿵. 쿵. 쿵.
하지만 구원자의 발걸음은 거침없었다.
그는 새카만 어둠 속에서도 이하영이 어디에 있는지 정확하게 알고 있는 듯 곧바로 이하영을 찾아갔다.
난 그 모습을 보며 구원자가 뒤집어쓴 장치가 열화상 카메라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지금 내가 보는 이 화면과 똑같이 말이다.
‘열화상 카메라라. 이거 재미있네.’
밀실의 내부는 어둠뿐이었지만 이 영상은 열화상 카메라로 찍은 것이기 때문에 어둠 속에 서도 사람들을 볼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