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96화 (96/303)

[주인님~ 어서♥]

[흐흐흫... 크흐흫 알았다...]

남자는 흐리멍텅한 눈을 한 채 간호사들에게 엉금엉금 기어갔다.

그리고 우뚝 솟아오른 자지를, 간호사들의 보지에 번갈아 가며 박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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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한 남자가 사치와 마약, 그리고 섹스에 빠져드는 과정을 지켜보았다.

그는 마지막 한 방울이 쥐어짜질 때까지 자신 안에 내재된 추악한 욕망을 모두 배출해내었고, 술과 마약에 취해 잠이든 그는 객실로 옮겨졌다.

“이곳을 못 끓을 만하네요.”

영상을 본 나는 그렇게 소감을 남겼다.

주인님은 내 어깨를 툭 툭 두드리며 씨익 입꼬리를 올렸다.

“그래. 그러라고 만든 곳이지. 마음에 든다면 저곳을 관리해 보는 것은 어떻나.”

“.....”

불쑥 내민 주인님의 제안.

나는 이곳에서 나만의 독자적인 세력을 키울 수 있는지부터 생각해보았다.

그리고 곰곰이 생각해본 결과, 불가능했다.

이곳은 단지 도박장에 마련된 부대시설일 뿐이지, 자금이 흐르는 곳이 아니었다.

물론 마약과 여자가 이곳에서 거래되고 있고, 이곳에 어울리는 천박한 여자로 조교하는 것도 내 주특기가 맞긴 하나, 결국 나만의 세력을 불릴 순 없는 곳이다.

“좀 더 생각해보겠습니다.”

“음. 그러냐? 그러면 천천히 생각해봐라.”

“예. 생각을 정리해서 말씀드리겠습니다.”

주인님은 고개를 끄덕이며 몸을 일으켰다.

나 또한 이곳에서 볼 일을 다 봤다고 생각했기에, 주인님을 따라 몸을 일으켰다.

그런데 그때.

“아.”

돌연 주인님이 날 돌아보며, 뭔가 생각났다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그 뒤에 지어지는 미소는 등골이 서늘할 만큼 의미심장한 미소였다.

“최근에 재밌는 걸 보고받아서 말이야. 네게도 보여주려던 걸 잠시 깜박하고 있었군”

... 재밌는 보고? 무슨 말일까.

궁금증이 일었지만 난 태연한 표정으로 주인님을 바라봤다.

“잠깐 그것만 보고 가지.”

주인님은 그렇게 말하며 의자에 착석했다.

그리고 주머니에서 폰을 꺼내 누군가에게 전화를 건 뒤, ‘재생해’라고 명령하셨다.

그러자 1번부터 40번까지 켜져 있던 모니터가 모두 꺼지고 20번 모니터만 홀로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파앗!

적막함이 짙게 내려앉은 통제실.

그곳에 또각-또각 구두굽 소리가 울려 퍼졌다.

통제실의 음향장비에서 나오는 소리였다.

“....!”

그리고 나는, 구두의 주인이 누구인지 모니터를 통해 알 수 있었다.

모니터 안엔 구두를 신고 도박장 안으로 들어오는 이하영이 있었다.

“많이 변했어. 그렇지?”

나는 주인님이 말을 걸어도 입을 멍하니 벌린 채 모니터를 바라보았다.

모니터 안엔 다시 새하얀 피부를 한 채 늘씬한 몸매를 되찾은 이하영이 있었다.

이제 그녀의 눈엔 이전과 같은 광기는 찾아볼 수 없었고, 총명하고 또렷하게 빛나는 예전 그 시절의 눈빛을 하고 있었다.

[사람을 찾으러 왔어요.]

모니터 속의 이하영은 그렇게 입을 열었다.

그러자 도박장의 지배인이 영업용 미소를 지으며 찾는 사람의 이름을 물었다.

[이하진이요. 22살이에요.]

이하진.

그는 이하영의 남동생이다.

이하영과 사귀던 시절, 유달리 붙임성이 좋던 녀석을 기억하고 있다.

그런데 그런 녀석을 왜 이 도박장에서 찾는 거지?

[아~ 누군가 했더니 그 신입이었군요. 실례지만 관계가 어떻게 되십니까.]

[누나예요.]

[으음. 누나분 되셨군요. 그런데 지금은 만나기 힘들 겁니다. 지금 한창 바쁠 시간이거든요. 이곳에 취업한 건 아시죠?]

이하진이 여기 도박장에 취업했다?

도대체 왜?

그 해답은 모니터 안의 이하영의 대답으로 알 수 있었다.

[취업이 아니라 노예로 부려먹는 거겠죠!]

[하하. 뭔가 오해가 있는-]

[다 알고 왔으니까 그 입 닥쳐요. 당신들이 작업 걸어서 거액의 빚을 지게 만든 거, 내가 모를 줄 알아요? 마약과 여자에 중독되게 만들어 쥐꼬리만 한 월급을 탕진하게 만드는 것도 다 알고 왔고요.]

영상 속에 비친 이하영은 내가 알던 이하영이 아니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이하영은 살을 뒤룩뒤룩 찌운 채 피부는 완전 검게 태워서는 똥꼬털을 드러내며 정액을 뚝 뚝 떨어뜨리던 걸레년이었다.

그런데 그랬던 이하영은, 완전히 180도 바뀌어 당차고 고귀했던 그때 그 시절의 얼굴을 하고 있었다.

[으음. 이거 억측이 심하시네요. 이 모든 건 이하진이 자초한 일입니다. 이곳에서 돈을 탕진해 돈을 빌린 것도 이하진 본인이고, 마약과 여자에 빠진 것도 이하진의 절제력이 부족한 탓이지요. 그리고, 월급도 꼬박꼬박 챙겨주는 데 그걸 전부 탕진하는 것도 결국 이하진 본인의 잘못이고요. 이하진 본인의 잘못을 우리에게 왜 떠넘기려는 지, 참 이해가 되지 않네요.]

허나 지배인은 표정 한 번 바꾸지 않고 당당하게 이하영의 말에 반박했다.

이하영은 이에 같잖다는 미소를 지으며 지배인에게 몇 걸음 더 다가가 그의 눈을 똑바로 올려다보았다.

[애초에 인정할 거라 생각지도 않았어. 사과받을 생각도 없고.]

[.....]

[하진이가 진 빚. 얼마예요.]

[흐-음... 꽤 됩니다. 한 번에 갚긴 어려울 텐데.]

[그래서 얼마냐고요.]

[..... 얼마야?]

지배인은 그렇게 말하며 데스크에 앉아있는 직원을 돌아봤다.

그러자 데스크 직원은 키보드를 타다닥 두들기더니 이내 ‘1억 7500만원’이라고 답했다.

이에 지배인은 씨익 미소를 지으며 ‘거봐, 못 갚지?’라고 써 있는 듯한 얼굴로 이하영을 바라보았다.

[일억칠천오백? 일시불로 갚을게요.]

하지만 이하영의 대답은 예상 밖이었다.

그녀는 자신의 경호원을 불러 007 가방 두 개를 지배인 앞에 펼쳐 보였다.

그곳엔 5만원권으로 된 수많은 지폐 다발이 촘촘하게 들어가 있었다.

[2억이에요. 셈해보고, 이천오백은 남겨두고 모두 가져가세요. 그리고 이하진은 오늘부로 해고하고, 계약서도 모두 파기해주세요.]

예상치 못한 전개에 지배인은 당황한 듯 몸을 주춤거렸다.

그리고 전화기를 들어 누군가에게 전화를 걸더니, 이윽고 영업용 미소를 지으며 이하영을 응대하기 시작했다.

[예예. 그러면 누나분의 요구사항대로 해드리겠습니다. 이하진을 여기에 불러올까요?]

[아뇨. 계약파기는 제가 대리인으로 직접 할 겁니다. 안내해주세요.]

[... 예. 그러면 따라오시죠.]

손을 앞으로 펼치며 이하영을 안쪽 회의실로 안내하는 지배인.

영상은 이하영이 지배인을 뒤따라가는 것으로 끝이 났다.

난 모니터가 꺼진 뒤에도 멍하니 암전된 화면을 바라보고 있었다.

이하영이 저렇게 극적으로 변했다는 게 믿기지 않았다.

“큭큭큭큭큭큭....”

주인님은 그런 나를 보며 웃고 있었다.

충격받은 나의 얼굴이, 상당히 재미있는 모양이다.

나는 표정을 가다듬고 마음을 다잡았다.

그리고 주인님을 돌아보며 입을 열었다.

“이하진... 인질로 잡아두고 있었던 겁니까.”

“호오. 역시 배우는 게 빨라. 그런 셈이었지.“

”그럼 그냥 저렇게 보내줬다는 건, 이하영을 완전히 포기했다는 뜻이군요.“

”큭큭. 역시 배우는 게 빨라.”

나는 다시 새카만 모니터를 바라보았다.

아직도 새카만 화면 속에서 빛나던 시절의 이하영이 아른거리는 기분이었다.

이하영이 다시 제정신으로 돌아오다니.

구원자의 작품인가.

“흐음. 생각보다 재미없는 반응이군. 소감이 어떻나?”

소감.

소감이라.

이 기분을 뭐라 표현해야 좋을지 모르겠다.

허탈함? 분노? 애틋함? 억울함? 아쉬움?

그 모든 게 조금씩 섞인 이 정체불명의 감정을 뭐라고 정의해야 하지.

“..... 잘, 모르겠습니다. 그나저나 이하영은 이제... 이곳에 돌아오지 않는 겁니까?”

“큭큭. 그래. 놓아주기로 했다.“

”이유를 물어봐도 되겠습니까“

”너를 키우는 게 더 재밌을 거 같아서 말이야. 이하영은 널 키우는 데 방해되거든.“

..... 그런 이유였나.

충분히 납득될 만하다.

만약 이하영이 돌아왔으면, 난 다시 정신을 못 차리고 그년에게 매달릴지도 모르니까.

”구원자 놈. 아주 실력이 좋아졌어. 아무리 내가 포기했다곤 하지만 고작 이 짧은 시간 안에 이하영을 바꿔놓다니.“

주인님이 뭐라 중얼거렸지만 내 귀엔 들어오지 않았다.

마치 심해에 점점 가라앉듯 귀가 먹먹해지고 마음이 가라앉고 몸이 힘을 잃는 기분이었다.

그러다가 한없이 가라앉는 나를 물속에서 끌어올려 준 건 또렷이 느껴지는 분노였다.

나는 한없이 타오르는 이 분노의 근원이 뭘까 생각을 하다가, 이내 이하영을 향한 배신감이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영원히 함께 하자며. 영원히 함께 타락하자며.’

지난날, 내가 이하영의 노예가 되기로 결심했던 이유는 단 하나였다.

나를 한없이 추락시키고 매도하는 그녀의 눈에서, 사랑을 엿볼 수 있기 때문이었다.

그녀는 나를 사랑하는 만큼 나를 학대하며 배덕감을 느끼고, 그 배덕감의 크기만큼 오르가즘을 느낀다. 그리고 나는, 나를 괴롭히며 눈을 까뒤집는 이하영을 보며 그녀가 느끼는 오르가즘 만큼 나에 대한 사랑의 크기를 확인한다. 그렇게 우리 둘은 서로의 사랑을 확인하며 여주인과 노예라는 형태로 사랑을 지속해왔었다.

하지만 이하영이 구원자에게 팔려가면서, 그리고 내가 각성을 하여 지배종이 되기로 결심하면서, 그 사랑의 형태는 깨지게 되었다.

그리하여 종국엔 이하영은 구원자의 충직한 딸이, 나는 주인님의 충실한 후계자가 되어버렸다.

“그럼 이만 갈까. 오늘 볼 건 다 본 거 같으니.”

“..... 예.”

난 주인님을 따라 몸을 일으켜 도박장을 빠져나왔다.

그리고 차 뒷좌석에 몸을 실어 오늘 있었던 일을 정리해보기 시작했다.

먼저 내가 어떤 사업을 맡을지 고민해보았다.

‘.....’

허나 집중이 되지 않았다.

금세 내 의식은 좀 전에 봤던 그 영상으로 흘러가며, 온통 이하영에 대한 생각만으로 가득 차게 된다.

..... 이제 이하영 따위 쉽게 잊을 수 있을 줄 알았다.

자지만 박아 넣어주면 순종적으로 변하는 여자 따위, 내게 아무것도 아니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주인님의 말마따나 이하영은 내게 종교와도 같은 인물이었다.

마치 나의 아버지인 정현재가 이신아에게 모든 인생을 바쳤듯이, 나 또한 그 유전자를 물려받아 이하영에게 모든 인생을 바쳤었다.

‘웃기지 마’

허나 나는 그런 나약한 나를 인정하지 않기로 했다.

아니, 용납하지 않기로 했다.

나는 겨우 여자 하나 때문에 무너지지 않을 것이다.

만약 이하영이 없어선 안 될 그런 존재라면 무슨 수를 써서라도 빼앗아 오면 된다.

“들어가 보겠습니다.”

“큭큭. 그래. 푹 쉬어라”

어느새 주인님의 대저택에 돌아온 나는 빠른 걸음으로 별채에 들어왔다.

그리고 나를 맞이하는 이희연과 박하린을 무시한 채, 샤워부터 먼저 했다.

다짜고짜 욕실로 들어오며 나를 씻겨주겠다는 이희연과 박하린도 물렸다.

지금은 그런 걸 할 기분이 아니었다.

“나갔다 오겠다.”

샤워를 마친 나는 새 옷을 갈아입고 밖으로 나왔다.

그리고 인적이 드문 피시방으로 들어가, 이하영과 나만이 쓰던 비밀 계정으로 들어가 보았다.

그곳엔 약 두 달 전에 올렸던 게시글이 덩그러니 남겨져 있었다.

[To. 실좆민에게]

한심한 조루 자지 실좆민.

이 게시글을 봤다는 건 내가 생각보다 늦게 돌아온다는 거겠지?

아니면 정말로 주인님에게 버림받아서 못 돌아오거나....

뭐 그럴 일은 없을 거라 생각하지만.

그런데 진짜로 내가 못 돌아오는 거라면 주인님을 설득해줘.

제발 나를 버리지 말아 달라고.

나는 정말 그분의 성물이 없으면 살아갈 수 없어.

내 모든 몸과 영혼과 정신은 오로지 주인님의 것이야.

그분에게 못 돌아갈 바에 그냥 죽어버릴거야.

만약 네가 주인님을 잘 설득해서 내가 돌아갈 수 있으면 삽입도 하게 해줄게♥

네 똥꼬만 아니라 자지도 빨아주고, 내가 더 힘내서 열심히 괴롭혀줄게♥

그러니까, 그러니까 혹시 일이 잘못되면 꼭 주인님을 설득해줘.

만약 설득해 실패하면 난 그냥 죽어버릴 거니까, 반드시 성공해야 돼?

음... 그리고 마지막으로.

네 모기좆만한 자지는 주인님에 비해 한참 모자라지만.

내가 너 정말 사랑하는 거 알고 있지?

내가 이렇게 못살게 굴어도 너는 주인님 다음으로 사랑하고 있어.

정말 진심이야.

그러니까 내가 저택으로 돌아올 수 있도록 힘써줘.

주인님을 만나기 전 내 모든 사랑이었으니까.

어쨌든 실좆민, 주인님 다음으로 사랑해♥

P.S 설득이 어려우면 010- 5XXX – 3XXX로 연락줘.

“푸흡.”

편지를 모두 읽은 나는 웃음을 터트렸다.

오랜만에 내 여주인님이었던 시절의 어투를 보니 감회가 새로웠다.

그래, 이하영은 이 정도로 타락했었던 썅년이었지.

그런데 어떻게 그렇게 변할 수 있었을까.

... 어쨌든 중요한 건 그게 아니다.

중요한 건 혹시 자신이 돌아오지 않을 때 내게 보라고 올렸던 글에, 이하영과 연락할 단서가 남겨져 있다는 것이었다.

나는 스마트폰을 들어 이하영이 남긴 번호를 찍은 다음, 전화를 걸어보았다.

-뚜루루루루ㅡ... 뚜루루루루ㅡ...

규칙적으로 울리는 발신음.

하지만 이하영은 좀처럼 전화를 받지 않았다.

구원자에게 완전히 넘어간 이 시점, 이 번호는 이제 아무런 쓸모가 없을지도 모른다.

-달칵.

“... 성민이야...?”

그때, 이하영의 목소리가 들렸다.

이 번호를 아직 가지고 있다는 것은, 아직 주인님에게 미련이 있다는 건가.

“..... 이하영. 어떻게 된 거야.”

“하하... 목소리가 많이 바뀌었네.”

“어떻게 된 거냐고.”

“어떻게 된 거긴.... 너도 알잖아? 주인님은 날 버렸고, 난 살기 위해 아버지를 택했어. 그게 전부야.”

“그럼 이 번호는 왜 가지고 있어”

“... 네가 연락할까 봐”

내가 연락할까 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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