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86화 (86/303)

우린 침대에 누워 서로를 바라보고 있었고, 서로를 향해 뜨거운 호흡을 내뱉고 있었다.

그때 나는 더럭 성아를 안으며 이렇게 말을 했다.

‘미, 민수가 수연이를 안으며 말했어. 이제 행복하게 해주겠다고.’

그때의 난 가슴이 미칠 듯이 뛰고 있었다.

여동생에게 연애감정을 느껴버린 것이다.

그리고 그건 성아도 마찬가지였다.

‘..... 수연이가 고, 고맙다고 했어. 수연이도 민수를 안아줘.’

성아는 그렇게 말하며 엉거주춤 나를 안았다.

우리는 그렇게 서로를 안은 채 ‘놀이’를 이어나갔다.

‘민수가 수연이에게 신혼여행은 어디로 갈지 물었어.’

‘... 수연이는 하와이가 좋을 거 같다고 했어.’

‘민수도 좋대. 거기에서 바다도 구경하고, 맛있는 것도 많이 먹자고 했어’

‘... 응. 수연이는 행복해. 빨리 신혼여행 갔으면 좋겠다.’

작은 아쉬움으로 시작했던 역할극 놀이.

우린 그 놀이를 반복할수록 남녀 주인공에 몰입했고, 그 감정은 서로를 향한 마음으로 전이되어 갔다.

우린 놀이를 반복할수록 점점 선을 넘게 되었다.

‘수연이는 민수의 품이 좋다고 했어. 이렇게 안겨있으면 머리가 멍-해지는 기분이라서 구름 위에 떠 있는 기분이래’

‘... 민수도 같아. 수연이를 안고 있으면 마음이 포근해져.’

‘..... 좋아해. 수연이가 좋아한다고 말했어’

‘... 민수도. 민수도 수연이가 좋다고 답했어.’

서로를 끌어안은 채 좋아한다고 말하는 우리.

이날 우리는 달아오른 분위기에 취해 감정과잉 상태에 이르렀다.

좋아한다, 사랑한다는 말을 서로의 귀에 속삭이다 보니, 남매의 경계가 허물어져 입맞춤의 단계까지 가버리고 만 것이다.

“쪽... 쪼옥...”

말랑망랑한 입술이 닿는 감촉.

우린 그렇게 키스라기보단 뽀뽀에 가까운 행위를 해댔다.

서로를 향해 하아- 하아- 거친 숨결을 내뱉지만, 키스하는 법을 몰라 입술만 살포시 포갠 것이다.

‘좋아해... 좋아해...’

‘나도 좋아해...’

허나 키스가 어설프다 한들, 아무렴 상관없었다.

중요한 건 이 일을 계기로 ‘놀이’라는 것이 우리들의 애정행각으로 변질되어 버렸다는 것이다.

‘츄웁... 츄우웁....추웁...’

‘우움...츄우웁....’

그렇게 우린 ‘놀이’의 마지막에 이르면 항상 키스로 마무리하곤 했다.

민수와 수연을 빙자해 서로를 끌어안은 뒤, 결렬한 키스를 나누며 좋아한단 말을 퍼붓는 애정행각을 벌인 것이다.

‘오늘은 신혼 첫날밤이야. 수연이는 침대에 들어와서 이불 안에 숨어있어’

‘민수가 샤워를 하고 나왔어. 민수는 불을 끄고, 수연이에게 다가가고 있어.’

‘... 수, 수연이의 가슴이 엄청 뛰고 있어. 민수의 발소리가 들려.’

‘... 민수가 이불 안으로 들어왔어. 수연이의 얼굴을 바라봐.’

우린 이때 실제로 이불 안에 있었다.

어두컴컴한 방에서 이불을 뒤집어쓴 채 서로를 향해 뜨거운 호흡을 내뱉었다.

‘츄우웁...츄웁....♥’

우린 곧바로 키스를 시작했다.

밀폐된 어두운 공간과 서로 좋아하는 남녀 주인공이라는 설정.

그것이 우리를 과감하게 만들었고, 신혼여행이라는 설정이 또 추가됨으로써 최후의 선까지 넘게 만들었다.

‘하아... 하아... 하아...’

나와 여동생은 순진했다.

야동이라는 것도 몰랐고, 성행위에 대한 개념도 없었다.

다만 꼬추를 문지르면 기분이 좋다는 건 알고 있었는데, 이때 난 본능적으로 성아의 허벅지에 자지를 문질러댔다.

성아도 이때는 이것이 잘못됐다는 것을 모르고 있어서, 계속 날 좋아한단 말을 내뱉으며 이런 행위에 호응해주었다.

‘오빠. 놀이하자.’

이날 이후 성아가 내 방을 찾아오는 날은 부쩍 많아졌다.

난 그럴 때마다 매번 성아를 안아주고 쓰다듬어주고 입을 맞추며 좋아한단 말을 해주었고, 성아 또한 나를 끌어안고 좋아한다는 말을 반복하였다.

그러던 어느 날이었다.

‘오빠. 놀이...할래?’

‘... 이제 그거 안 해.’

난 어느 날 ‘놀이’가 잘못됐다는 것을 인지하게 되었다.

아니, 사실 오래전부터 이게 나쁜 짓이라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애써 무시해왔다.

때문에 난 잘못된 남매관계를 바로 잡기로 했다.

‘... 왜? 왜 갑자기.’

‘그냥. 이제 질려. 할 만큼 했잖아.’

‘.....’

상처받은 듯한 여동생의 얼굴.

난 아직도 그 얼굴을 잊을 수가 없다.

여동생에게 큰 죄를 저지른 것만 같아 가슴이 아려온다.

‘오빠, 좋아해...’

그렇게 ‘놀이’를 그만둔 지 일주일이 지났을 때였다.

한밤중에 성아가 내 방에 몰래 들어오더니, 나를 뒤에서 끌어안으며 좋아한다고 속삭이는 것이다.

그런데 이때 나는 완전히 잠에 취해 있는 상태라, 그만 저질러선 안 될 실수를 범하고 만다.

‘나도 좋아해. 나도...’

‘그런데 왜 놀이 안 해줘?’

‘그냥... 하면 안 될 거 같아서.’

‘난 싫어. 오빠랑 놀이하고 싶어. 놀이 하자...’

잠에 취해 있던 나는 현실과 꿈을 구분하지 못했다.

결국 이날 난 성아를 끌어안고, 언제나 그렇듯 좋아한단 말을 속삭여댔다.

그리고 성아가 내 입에 입을 맞췄을 때, 난 이것이 꿈이 아니라 현실이라는 것을 인지하게 되었다.

‘.....? 꿈이...?’

‘오빠... 오빠아...’

하지만 나를 애타게 부르는 성아 때문에, 그리고 불쑥 솟아오르는 성욕을 주체할 수 없어, 난 절제력을 잃어버리고 성아를 안고 말았다.

‘오빠... 사랑해.’

‘.....’

그렇게 최후의 일선을 넘어버린 나는, 더욱 더 성아를 멀리하게 되었다.

동생의 말에 단답으로 답하고, 어울려주지도 않고, 일부러 짜증을 내기도 했었다.

그렇게 난 성아와 점점 멀어져갔다.

‘여친 이름이 뭐라고 했지? 채민아?’

‘응. 채민아.’

그렇게 4년이 지나 1317살이 되었을 때.

난 남녀공학에 진학해 ‘채민아’라는 아이와 첫 연애를 하게 되었고,

우연이 길에서 엄마와 마주쳐 첫 연애를 들키고 말았다.

‘... 너, 연애한다고?’

그리고 나와 엄마의 대화를 우연히 듣게 된 여동생의 표정은, 내 가슴을 쿵 내려앉게 만들었다.

그때 성아는 마치 세상이 무너져내린 듯, 절망이 가득 담긴 표정을 짓고 있었다.

‘얘는 오빠한테 너가 뭐니. 어렸을 땐 둘이 참~ 사이가 좋았는데.’

‘.....’

여동생은 그대로 등을 돌려 자기 방으로 들어가 버렸다.

나는 성아의 표정이 온종일 신경 쓰여 여동생을 찾아가려 했지만, 결국 그러질 못했다.

여동생을 만나 이야기를 해보려 그녀의 방문 앞에선 순간, 흐느끼고 있는 그녀의 울음 소리를 들었기 때문이다.

성아는 이때까지도 날 이성으로 좋아하고 있었다.

‘나 아이돌이 하고 싶어.’

그렇게 1년이 더 지났을 때였다.

여동생이 ‘스타의 탄생’이라는 드라마를 보더니, 자기도 아이돌이 되고 싶다고 나대기 시작한 것이다.

‘니가 무슨 아이돌이냐. 아이돌은 아무나 하는 줄 아나.’

‘아-. 열심히 하면 되지! 나 정도면 충분히 먹히거든?’

이때 나는 성아와 어느 정도 관계회복이 된 상태였다.

지난 1년간 성아에게 다가가려 노력한 게, 결실을 맺은 것이다.

어쨌든 이날 이후 성아는 오랜 노력 끝에 소속사에 합격을 하게 된다.

그리고 아이돌 기숙사로 떠나기 전날 밤, 내 방에 들어와 자신의 마음을 전한다.

‘야. 이제 이렇게 보는 것도 마지막이네’

‘그러네. 그리고 오빠라고 좀 해라.’

‘..... 근데 그거 기억나? ’흐드러지게 피는 우리‘라는 애니’

‘..... 갑자기 그건 왜.’

‘그냥. 거기 주인공이 17인데, 나도 지금 17이니까.’

‘.....’

‘잘 했어. ’그거‘ 그만둔 거. 밀어내줘서 고맙다고, 그냥 그거 말하고 싶었어.’

‘..... 그게 뭔데? 뜬금없이 헛소리는.’

‘.....치. 그래. 그런데 말이야. 그 둘은 잘살고 있겠지?’

‘.... 어. 잘 살 거야. 민수는 수연이가 행복했으면 좋겠다고 하네.’

‘... 하하. 그래. 그렇구나. 그럼 안녕’

흐느낌이 묻은 성아의 목소리.

성아는 그렇게 내 곁을 떠나 아이돌 기숙사로 들어갔고, 마침내 아이돌 데뷔를 앞두고 있다.

“하아....”

길게 뻗어져 나오는 한숨.

난 왜 그때의 기억을 다시 곱씹어본 것일까.

이제 와서 왜 이런 기억을.

“주인니이임~♥”

그때, 내 노예년의 음탕한 목소리가 내 상념을 흐트러트렸다.

난 고개를 들어, 노예 이희연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정성아 타락 영상 세팅 완료됐습니다...♥ 지금 바로 재생할까요?”

이신아 복귀기념으로 주인님께서 선물로 주신 정성아 타락 영상 USB.

난 지금 그 영상을 앞두고 있다.

난 씁쓸히 미소를 지으며 노예년에게 명령했다.

“재생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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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이 깔린 방.

난 홀로 빛을 발하는 모니터를 바라보았다.

모니터 속의 성아가, 백하윤을 바라보며 말한다.

[언니... 도대체 왜 그랬어요. 왜...]

영상의 시작은 성아가 백하윤의 품에 안겨 흐느껴 우는 것으로 시작되었다.

백하윤이 성아의 등을 토닥이며 답했다.

[... 제 얘기를 들어볼래요?]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보겠냐는 백하윤의 말.

성아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윽고 백하윤이 입을 열었다.

[후후. 우선 이쪽 일에 발을 들이게 된 계기부터 말해야겠네요.]

백하윤은 자신의 사연을 풀기 시작했다.

그녀는 자신이 소속사에게 사기를 당한 것과, 아버지가 교통사고에 당한 것. 그래서 큰돈이 필요했다는 것을 성아에게 말해주었다.

[그래서... 그렇게 몸을 팔게 된 건가요?]

하지만 여전히 납득 하지 못 하겠다는 성아의 눈빛.

백하윤의 미소를 머금으며 답했다.

[맞아요. 돈 때문이죠. 하지만 성아양이라면 어떻게 하겠어요? 이대로 꿈을 포기하고 주저 앉겠어요? 아니면 더러운 일이라도 받아들이겠어요.]

백하윤의 질문에 성아는 대답을 할 수 없었다.

결과적으로 백하윤이 몸을 판 것으로, 아버지의 수술비를 마련하고, 아이돌의 꿈을 이룰 수 있었으니까.

[이걸 볼래요?]

침묵하는 성아에게 백하윤은 자신의 폰을 보여주었다.

성아는 폰 안에 있는 내용을 확인하곤, 두 눈을 휘둥그레 뜬 채 백하윤을 올려보았다.

백하윤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속죄...라고 해야 할지는 모르겠지만. 그간 제가 해왔던 일이에요. 더러운 일로 돈을 번 만큼, 의미 있게 쓰려고 노력했죠.]

백하윤이 성아에게 보여준 것은 기부내역과 후원내역들이었다.

세간엔 백하윤이 20억 정도를 기부한 것으로 되어있는데, 백하윤이 성아에게 보여준 것은 100억을 훌쩍 넘는 금액인 데다, 자신이 직접 운영하는 재단으로 후원과 기부를 했기에, 기부금이 알뜰하게 잘 사용되었는지 투명하게 공개되어 있었다.

[아이돌 지원도... 했었네요]

백하윤이 한 일 중에는 어려운 환경에 처한 아이돌 지망생을 지원해주는 것도 있었다.

성아는 혼란스러운 표정으로 그것을 훑어보다가, 이내 아랫입술을 질끈 짓씹으며 백하윤을 노려보았다.

[이걸 저한테 보여주는 이유가 뭐예요? 언니가 했던 짓을, 합리화하고 싶어서?]

독기 어린 표정으로 백하윤을 몰아붙이는 성아.

이에 백하윤은 상처받은 듯한 표정을 지었고, 성아 또한 금세 울먹이는 표정이 되었다.

이윽고 숙역해진 분위기 속, 백하윤이 입을 열었다.

[... 성아양 말이 맞아요. 제가 했던 짓을, 용서받고 싶었어요. 나를 많이 사랑해주었던 팬에게... 이만큼 노력했으면 잘했다는 괜찮다는 말을 듣고싶었나봐요.]

백하윤의 말에 입을 벙긋거리며 무언갈 말하려 하는듯한 성아.

허나 성아의 말은 문장이 되지 못했고, 그대로 흩어져버렸다.

성아는 결국 입을 꾹 닫고 고개만 숙일 뿐이었다.

[맞아요. 전 괴물이 됐어요. 성아양이 받을 충격도 이해해요.]

그때, 백하윤이 입을 열었다.

그녀가 또각- 또각- 테이블로 다가가며 다음 말을 이었다.

[전 살아남기 위해, 위로 올라가기 위해, 제 모든 걸 버렸어요. 하지만-.]

백하윤이 테이블 위에 있는 서류뭉치를 집었다.

그리고 그것을 가지고 성아 앞에 우뚝 선 다음, 입을 열었다.

[전 괴물을 잡기 위해 괴물이 된 거예요.]

그렇게 말을 끝마치며 서류뭉치를 전달하는 백하윤.

성아가 서류를 받아들고 한 장, 한 장 넘기기 시작했다.

곧이어 성아의 얼굴은 놀라움이 번져나갔다.

[이, 이건...]

[맞아요. 그 괴물들을 한 방에 보내버릴 수 있는 파일. 나를 포함해, 성아양 같은 희생자를 계속해서 만들어 내는, 그런 괴물들을 처단할 수 있는 파일이에요.]

서류를 바라보며 침을 꿀꺽 삼키는 성아.

이윽고 성아가 백하윤을 올려보았다.

이제 성아의 눈엔, 백하윤을 향한 원망의 감정이 완전히 사라진 상태였다.

오히려 백하윤을 향해 연민의 시선을 보내고 있는 성아였다.

[하지만 이걸 터트리면, 언니는...]

[후후. 저도 죗값을 받겠죠. 하지만 오래전부터 해왔던 생각이에요. 이거 하나만을 목표로 두면서, 그동안 행해왔던 추악한 짓을 버틸 수 있었죠.]

성아는 고개를 숙였다.

그리고 울컥 올라오려는 감정을 참으려는 듯, 주먹을 움켜쥐었다.

성아의 손에 들린 파일이 꾸-깃 구겨졌다.

[성아양. 이쪽 업계는 썩을 대로 썩었어요. 그들은 정치세력과 뒷세계까지 유착되어 있어서, 함부로 건드릴 수도 없죠. 그래서 그 뿌리를 다 뽑아내려면 저 같은 사람의 희생이 필요한 거예요.]

[.....]

[하지만, 저 혼자서는 역부족이에요. 성아양의 도움이 필요해요]

도움이 필요하다는 백하윤의 말.

성아의 동공이 크게 떠졌다

성아가 백하윤을 바라보자, 그녀가 말했다.

[염치없다는 거 알아요. 저를 도와주려면, 성아양도 뒷세계에 발을 들여야 하니까요. 하지만...]

돌연 털썩 무릎을 꿇는 백하윤.

그녀가 성아를 올려다보며 절실한 목소리로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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