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85화 (85/303)

나는 그 광경을 바라보며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주, 주인님...! 주인님...!!!♥”

완벽한 합일을 이루었던 우리.

그러나 그것이 무색해질 만큼, 이신아의 태세전환은 빨랐다.

이신아는 곧바로 주인님의 앞으로 기어가 도게자를 한 뒤, 자신을 범하길 간청하기 시작했다.

“주인님♥ 부디...! 가정을 내팽개치고 이곳에 헐레벌떡 달려온 무책임 보지를 혼내 주세요...♥”

곧바로 주인님에게 교태를 부리는 이신아.

그 광경을 바라보고 있자니, 한 가지는 확실해졌다.

나는 아직 주인님에 비해 한참 모자라다는 것이다.

만약 내가 주인님을 압도하는 섹스 스킬과 자지를 가졌다면, 이토록 이신아가 칼같이 등을 돌리진 않았을 것이다.

아마 일말의 미련이라도 내게 보였겠지.

“쁍! 쁍! 쁍! 쁍! 쁍! 쁍! 쁍! 쁍! 쁍! 쁍! 쁍!”

그렇기에, 나는 주인님을 더욱 극진히 모시기로 했다.

나의 가장 악독한 적이자, 나의 가장 완벽한 우상인 주인님을 더욱 따르고, 연구하고, 흉내 내기로 했다.

나는 주인님과 같은 지배자로 거듭날 것이다.

“여흥은 됐고, 벌려 보거라. 다시 돌아온 기념으로 새로운 세계를 맛보게 해주지.”

그렇게 생각을 정리하는 와중, 주인님께서 의미심장한 말을 남기셨다.

이미 주인님이 보여준 것만으로도 벅찬데, 새로운 세계를 보여주겠다니.

이신아는 주인님께 기대의 시선을 보내며 발라당 다리를 벌렸다.

“후-욱... 후-욱... 게걸스러운 노예년의 보지♥ 주인님을 맞이하겠습니다...♥”

조수를 질질 흘리며 김을 모락모락 뿜어대는 이신아의 보지.

주인님께서 큭큭 웃으며 이신아의 골반을 잡으셨다.

그리고 단단히 발기한 자지를, 그대로 쑤-욱 밀어 넣으셨다.

그러자 이신아의 허리가 활처럼 크게 휘며, 억- 하는 단말마 같은 소리를 낸다.

“헉...! 흐오..........♥”

대체 그녀의 질 내부에 무슨 일이 일어난 걸까.

단지 삽입만 했을 뿐인데, 그녀의 반응은 즉각적이었다.

마치 무언가에 놀란 것처럼 입은 크게 벌려져 있고, 온몸은 미동도 하지 않은 채 그대로 굳어버렸다.

심지어 숨조차 제대로 쉬지 못하는지, 연신 후-욱 후-욱 돼지 같은 호흡을 하던 그녀의 숨소리도 뚝 멎어버렸다.

‘..... 어떻게 된 거야?’

마치 마법 같았다.

그녀의 시간만 그대로 멈춰버린 것 같았다.

정말 단 하나의 과장도 보태지 않고, 그녀는 숨조차 쉬지 않은 채 그대로 굳어버렸다.

난생처음 보는 광경이었다.

“......”

시간은 계속 흘러갔다.

주인님은 삽입만 한 채 아무 행동도 하지 않고, 이신아는 저렇게 굳어버려선 숨도 쉬고 못 하고 있다.

1초... 2초... 3초... 시간이 흘러갈 때마다, 호흡하지 않는 그녀를 보니 초조해진다.

“.....”

씨발, 무언가 잘못됐다.

여전히 이신아는 숨조차 쉬지 못하는데, 주인님은 미소만 지은 채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는다.

마치 그녀가 질색해 죽는 것을 기다리기라도 하듯 시종일관 여유로운 자세로 웃고 있기만 할 뿐이다.

“주, 주인님...!”

보다 못한 나는 주인님을 불렀다.

이신아의 얼굴이 저렇게 벌겋게 달아오르는데, 침은 또 질질 흘러나오는데, 왜 아무런 조치도 하지 않는 걸까.

이대로 두면 이신아가 죽어버릴 것만 같았다.

-쑤욱!

그때, 주인님이 허리를 비틀어 자지를 살짝 뽑아냈다.

그러자 이신아는 비로소 몸을 축- 늘어트리며, 그동안 쉬지 못했던 숨을 터트리기 시작한다.

“후-욱... 후-욱... 후-욱... 후-욱...”

빠르게 들숨과 날숨을 반복하는 이신아.

그녀는 완전히 몸을 축 늘어트린 채 호흡을 하는 데만 집중하고 있었다.

허나 그러한 호흡도 잠시, 그녀는 경기가 일어난 것처럼 몸을 덜덜덜 떨며 연신 애액을 뿜어대기 시작했다.

-프슛! 프쉿! 프쉿! 프슉! 프슉! 프슉!

어떻게 사람이 저렇게 될 수 있을까.

나는 경악을 금치 못해 입을 뜨악하게 벌린 채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녀는 정말 쉴새 없이 몸을 떨어대며 애액을 분출하고 있었다.

이제껏 봐왔던 오르가즘과는 아예 다른 경지의 단계였다.

“억...! 허...! 읏....! 흐...! 꿉....!”

완전히 다른 차원의 오르가즘.

내가 알던 최고 단계의 오르가즘이 짐승의 교성을 질러대는 단계인데, 이건... 난생 처음 보는 단계였다.

어떻게 사람이 저렇게 될 수가 있는지, 충격적인 모습이었다.

“흐..............................♥”

그렇게 단말마 같은 비명을 질러대던 그녀는, 이윽고 몸을 축 늘어뜨린 채 그대로 실신해버렸다.

주인님은 실신한 이신아의 뺨을 찰싹 찰싹 때려 정신이 완전히 나간 걸 확인하곤, 그대로 자지를 뽑아내 버렸다.

이에 이신아의 몸이 널브러지며, 끊임없이 나오는 애액으로 바닥이 금세 흥건해졌다.

“.....”

기절한 와중에도 끊임없이 경련을 일으키는 이신아.

나는 완전히 새로운 단계의 절정을 두 눈에 새기며, 침을 꿀꺽 삼켰다.

그리고 저런 어마어마한 짓을 해놓고도 무심하게 몸을 일으키는 주인님에게 기어가 호소를 하기 시작했다.

“어, 어떻게....! 어떻게 하신 겁니까!”

그 무엇보다 간절한 나의 외침.

이에 주인님은 나를 돌아보며 픽 웃음을 흘리셨다.

그리곤 나를 내려다보며 답하셨다.

“걱정할 필욘 없어. 금방 깨어날 거다. 일시적인 기절이지.”

“그, 그게 아니라...! 어떻게 저렇게 만들 수 있는지...”

“아. 기술이 궁금한 거냐?”

“예...”

“흐음. 안타깝지만 넌 저걸 못 써.”

“어, 어째서...”

“큭큭. 내 자지는 선천적으로 타고난 것이고, 넌 후천적이거든. 노력으로 어찌해볼 수 있는 게 아니다.”

“......”

선천적으로 타고난 것.

하늘이 내려준 재능.

난 그 불합리한 대답에 좌절하고 말았다.

나도 노력하면 주인님을 따라잡을 수 있을 줄 알았는데, 결국 재능이라는 벽에 가로막혀 평생 2인자로 남아있어야 하는 신세가 되었다.

이럴 순 없었다.

“.....주, 주인님...?”

그때, 이신아가 정신을 차리고 주인님을 찾기 시작했다.

이에 주인님은 그녀에게 다가가 근처에 앉은 다음, 인자한 얼굴로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어주기 시작했다.

“그래. 정신이 들었나.”

“네에.... 아, 아까는...”

갑자기 하던 말을 멈추고 울먹이기 시작하는 그녀.

그녀가 흐느끼는 목소리로 다음 말을 이었다.

“아까는 너무 행복해서... 너무 기분이 좋아서... 이, 이런 건 처음 느껴봐요...”

“큭큭큭. 원한다면 언제든지 해주마. 여기에 익숙해지고 나면, 너도 기절하지 않고 오랫동안 쾌락을 누릴 수 있을 거야.”

“주, 주인님...♥”

대화의 흐름을 보니, 이신아가 울음을 터트린 까닭은 그만큼 감동했기 때문이었다.

정말 어마어마한 쾌락이라서, 머리가 새하얗고 타버리고 실신할 정도로 엄청난 쾌락이어서, 주인님에게 무한한 존경을 느끼며 눈물을 흘릴 정도로 감동해버린 것이다.

“..... 결심했어요. 이제 저는 절대로 가정으로 돌아가지 않을 거예요♥ 전 주인님을 위해서라면 목숨도 바칠 수 있어요....♥”

“킥킥킥킥. 내 노예년들은 하나 같이 날 위해서 죽겠다고 하는군.”

“진심이에요♥”

“뭐, 그럴 거까진 없고. 마저 즐기도록 해볼까. ”

이신아의 절절한 사랑 고백을 귀찮다는 듯이 끓어버리는 주인님.

이윽고 주인님은 나를 돌아보더니, 손을 까닥이며 나를 부르셨다.

나는 주인님의 부름에 허겁지겁 달려가 그분의 앞에 선 뒤, 다음 명령을 대기했다.

“큭큭큭. 이렇게 셋이 모이니 참 재밌군. 어찌, 너도 같이 즐겨볼 테냐?”

같이 즐겨보겠냐는 주인님의 물음.

3p를 하자는 말이었다.

당연히, 거절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예. 동참하겠습니다.”

“좋다. 스승과 제자가 같이 뛰어노는 것도 재밌겠어.”

“후-욱... 후-욱...♥ 두 분의 성물을 동시에 받아들일 수 있다니...♥ 크나큰 영광입니다앗...♥”

..... 여자친구와 엄마를 타락시킨 원수.

그 원수는 내 주인님이 되었고, 결국 내 스승님이 되었다.

그리고 나는 그 원수와 사제지간이 되어, 한때 내 어머니였던 이신아를 같이 범하려 하고 있다.

엄마는 두 팔을 활짝 벌려 이 미친 짓을 환영하고 있고.

-불끈!

허나 나는 이 미친 짓을 열렬히 원하고 있다.

내 자지는 그 어느 때보다 더 수직으로 치솟아 올랐다.

그렇게 나는 주인님이 이신아의 보지에 박으면 이신아의 입을 틀어막고, 주인님이 이신아에게 자지 청소를 시키면 난 이신아의 보지를 사용했다.

그러는 와중 내 머릿속에는 단 하나의 생각으로 가득 차 있었다.

‘이대로 2인자로 남을 수는 없다. 어떻게든 방법을 찾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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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흑역사는 있다.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 머리를 감싸고, 혼자서 욕설을 곱씹으며 자신을 자책하게 만드는, 그런 안타까운 과거의 기억들이 하나둘쯤 있기 마련이다.

하지만 거기에서 더 나아가 잠깐만이라도 그 기억을 떠올리기 싫어, 심연의 구석에 기억을 봉인해둔 사람은 드물 것이다.

..... 아니, 아니다.

생각해보면 그럴 수도 있겠구나 싶다.

어쩌면 나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도 그런 끔찍한 기억 하나쯤 품고 살아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다만 그것을 마주할 용기가 없어서, 그냥 없었던 일로 치부해버리는 것이다.

‘야. 우리 놀이할래?’

그런데, 그토록 오래 봉인해두었던 기억의 상자가 열리고 있었다.

문득 생각이 나도 억지로 쑤셔 넣었던 그 금단의 기억이, 지금 내 앞에 선명하게 펼쳐지고 있는 것이다.

‘응 오빠. 놀이하자.’

기억의 시작은 지금으로부터 10년 전.

즉 내가 1313살 때의 일이었다.

‘저번에 어디까지 했지?’

‘약혼했잖아 약혼!’

‘아. 그럼 거기서 이어서 하자.’

그 당시 난 겨울방학을 맞이했고, 집에서 애니를 보는 지루한 일상을 보내고 있었다.

물론 나와 같은 학교를 다니는 내 여동생, 정성아도 같이.

‘응. 그럼 수연이는, 반지를 맞추고 싶어해. 이제 약혼했으니까 반지 사러 가야지. ’

‘어... 민수도 좋대. 이따 시내에서 3시에 만나자고 하네.’

그때 우리가 봤던 애니는 ‘흐드러지게 피는 우리’라는 청춘로맨스 애니였다.

애니의 내용은 17살이 된 소꿉친구 남녀가 어떤 사건을 통해 서로를 의식하게 되고, 그렇게 서로 티격태격하며 좋아하는 마음을 확인하는 평범한 스토리인데, 애니의 연출이 뛰어나고 등장인물들도 매력적이라 꽤 인기몰이를 했던 애니였다.

‘응. 벌써 2시네 수연이는 씻고 화장하기 시작했어. 저번에 산 원피스도 입어.’

‘민수는 늦잠 자서 이제 일어났는데, 다시 침대에 누웠어.’

‘아 오빠! 반지 사러 가는데 그러면 안 되지! 너무 무책임하잖아!’

‘아니, 민수는 원래 귀찮은 성격이라서 보통 다시 자는데. 맨날 약속에 늦었거든?’

‘아 그건 소꿉친구일 때고! 지금은 사귀잖아! 그리고 우리 반지 사러 간다니까!’

‘음... 알았어. 민수도 허겁지겁 화장실로 뛰어가서 샤워하는 중.’

그리고 이 애니는 결말 때문에 호불호가 갈리는 애니였다.

그도 그럴 게 작중 남녀는 서로의 마음을 간신히 확인했지만, 얼마 뒤 여주가 전학을 가버리고 남주는 진작 용기를 내지 못한 걸 후회하면서 끝이 나기 때문이다.

다만 에필로그에서 성인이 된 둘이 마주치는데, 그 뒷이야기도 제대로 풀어주지 않고 서로를 바라보며 웃는 것으로 애니는 마무리된다.

즉, 모든 걸 독자의 상상에 맡기는 열린 결말로 끝난 애니라는 것이다.

‘..... 수연이는 이번에도 늦으면 가만히 안 놔두겠다고 벼르고 있어. 화장도 하고, 고데기도 하고, 이쁘게 하고 있는데.’

‘민수는 늦지 않으려고 빠르게 샴푸질하고 있어. 어쨌든 5분 만에 샤워 끝!’

때문에 이 애니에 미련이 남은 우리는, 이렇게 역할극 ‘놀이’를 하곤 했다.

우린 그것을 줄여서 ‘놀이’라고 불렀고, 놀이 방식은 이렇게 애니의 뒷이야기를 우리만의 방식으로 풀어내는 것이었다.

‘수연이는 벌써 약속 장소에 나와서 기다리는 중. 리본 달린 구두에 원피스, 화장도 엄청 이쁘게 하고 나왔어.’

‘민수도 거의 다 왔어. 어! 저기 보인다. 수연이를 보고 가슴이 뛰는 중.’

‘.... 수연이도 민수 발견. 키가 더 큰 민수를 보니 수연이도 설레고 있어.’

‘어쨌든 초록불이 됐어. 민수는 횡단보도를 건너가. 그런데 그때 트럭이 쾅!’

‘아- 진짜! 또 그런다!’

‘...할 뻔했지만, 번개 같은 운동신경으로 피함.’

‘아 진짜 몰입 깨지잖아! 다시 해. 아까 트럭 그거 취소’

‘큭큭큭큭...’

‘아아악-! 진짜 하지 말라고오오!’

‘알았어. 미안. 그런데 원래 민수는 장난 많이 쳐.’

‘..... 그때는 소꿉친구고.’

‘크흠. 알았어. 제대로 할 게.’

어쨌든 우리는 애니가 끝난 후유증으로 이런 역할극 놀이를 즐기곤 했었다.

다른 남매에 비해 유독 사이가 돈독했던 우린, 이렇게 둘이 어울려 자주 놀곤 했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어떻게 여동생과 그렇게 사이가 좋을 수 있었는지, 신기할 따름이다.

‘가까이에서 수연이를 봐서 민수의 얼굴이 붉어졌어. 크흠. 뒷머리를 긁어지며 쑥스러워하는 중.’

‘... 수연이도 가슴이 콩닥콩닥 뛰고 있어.’

‘하지만 부끄러워하기만 하면 안 돼. 반지는 사러 가야 돼. 그래서 민수가 수연이의 손을 잡아.’

‘수연이가 좋아하면서 미소를 지어. 반지 사러 출발~’

우린 역할극에 꽤 몰두하고 있었다.

서로가 남녀 주인공에 감정이입을 해, 그들이 그려나갈 행복한 연애를 상상하며 주인공의 성대모사까지 하곤 했었다.

심지어는 손을 잡는 것까지 실제로 따라 하며, 주인공들이 느끼는 감정을 체감해보기도 했었다.

‘백화점 도착. 점원들이 우리 맞이하는 중.’

‘그런데 그때 남자 직원이 수연이를 이상한 눈으로 쳐다보고 있는 중. 수연이가 불안해하고 있어.’

‘하지만 민수가 눈치챘어. 남자 직원을 혼내주고 수연이를 데리고 나와.’

‘남자 직원은 어떻게 됐어?’

‘코피가 났어.’

‘..... 수연이가 반했어.’

우리들의 놀이는 유치했다.

소설로 따지자면 개연성이 없었고, 스토리는 급발진의 연속이었다.

한마디로 ‘놀이’는 초보 작가가 쓴 뇌내망상 같은 소설이라, 감정 과잉이 자주 일어나곤 했었다.

이런 식으로 말이다.

‘한 달 뒤에 결혼하기로 해서 수연이가 행복해하는 중.’

‘민수도 프로포즈하길 잘했다고 생각하며 미소를 짓는 중.’

‘..... 그러다가 수연이와 민수가 눈이 마주쳤어.’

‘... 어... 미, 민수가 부끄러워하고 있어.’

‘..... 남자는 부끄러워하면 안 돼.’

‘... 민수가 수연이에게 다가갔어.’

‘수, 수연이는 기다리고 있어’

아직도 그때의 기억은 생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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