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80화 (80/303)

정현재는 시동을 걸었다.

그리고 차를 몰아, 다시 근방의 모텔을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우우웅~

그때였다.

기다리고 기다리던 아내의 메시지가 도착했다.

정확히 통화를 끊고 40분 뒤에 도착한 메시지였다.

[내무부장관님♥: 여보, 많이 기다렸지? 이제 진짜 끝났어. 당신 말 무시해서 미안해. 그치만 이건 꼭 들려주고 싶었어.]

-우우웅~

[음성파일]

아내가 꼭 들려주고 싶었다는 음성 파일.

정현재는 싸늘하게 식은 표정으로 이어폰을 두 귀에 꽂았다.

그리고 파일을 재생했다.

[호옥! 후오옥! 오옥! 오오옥! 오오옥!]

[-퍽! 퍽! 퍽! 퍽! 퍽! 퍽! 퍽! 퍽!]

기묘했다.

영상을 틀자마자 나오는 교미하는 짐승의 소리가 나는데, 이게 아내가 내는 신음이라니.

정현재는 자지를 발딱 세운 채 운전대를 꽈악 움켜쥐었다.

[후오옥! 오옥! 오오옥! 흥오오오!]

[퍽! 퍽! 퍽! 퍽! 퍽! 퍽! 퍽!]

살과 살이 격정적으로 맞부딪히는 소리.

그 소리만으로도 섹스의 격렬함이 두 눈에 선하게 그려졌다.

가랑이를 천박하게 벌리고 있는 아내와, 아내의 소중한 그곳을 거침없이 침범하는 대물남의 자지가 그려졌다.

“..... 크큭큭...”

돌연 웃음이 터져 나왔다.

이어폰 너머의 음성과 현실의 괴리감 때문일까.

지금 정현재는 신호에 걸려 횡단보도 앞에 대기 중인데, 신호등 주위엔 다정다감한 커플들이 넘쳐났다.

그들은 각자 웃고 떠들며 사랑을 속삭이고 있었다.

서로를 애틋한 눈빛으로 바라보며 손을 꼭 잡고 있었다.

[흐오오옥! 호오옥! 주인니이이임!♥ 흐오옥!]

[-퍽! 퍽! 퍽! 퍽! 퍽! 퍽! 퍽!]

[자! 어서 말해라! 네 안에 내 아기씨를 받고 싶다고! 어서 선언해라!]

[-퍽! 퍽! 퍽! 퍽! 퍽! 퍽!]

[우옥! 오옥! 오오옥! 그건! 호오옥!]

[선언을 못 하겠다면, 이쯤에서 끝내지. 더 이상 움직이지 않겠다.]

[흐우욱...주, 주인니임...]

[자. 선택해라. 콘돔 없이 최상의 쾌락을 느끼던가, 아니면 이대로 끝내버리던가.]

파란 불이 되었다.

사람들이 횡단보도를 지난다.

중년 부부와, 풋풋한 학생과, 젊은 커플들이 눈에 들어온다.

그때, 아내가 대답했다.

[호오옷... 피, 피임약이 있으니 괜찮을 거에여...주인님의 우수한 아기씨를 듬뿍...내어주세요...♥]

[역시 넌 훌륭한 암퇘지년이다. 그럼 이딴 것 빼 버리고-!]

[생으로 쑤셔 박아주지!]

[-퍽! 퍽! 퍽! 퍽! 퍽! 퍽! 퍽!]

[호오옷! 흐옥!♥ 저, 전혀 달라앗...♥]

빠아아앙ㅡ!

경적이 울렸다.

정현재의 어깨가 흠칫 떨린다.

그는 그제야 전방을 주시하고, 직진 신호가 들어왔음을 확인했다.

그는 영혼 없는 동공으로 엑셀을 밟았다.

-부아앙~

차가 나아간다.

주위의 배경이 빠르게 흩어진다.

이어폰 너머로 절망적인 대화 소리가 들린다.

[남편과 비교하면 어때? 누구 자지가 더 우수하지?]

[주...! 주인님이요오옷...♥ 남편과는 비교도 안돼요♥]

[역시 천박한 암퇘지년이다. 아주 잘 길들어졌어. 하-읍]

[우우움...♥ 츄유웁...♥ 우우움..♥ 아가씨 잔드윽...♥]

[질척하게 달라붙기는. 그러면 간다. 한 방에 보내주지]

[와주세여...♥ 주인님♥]

[흐읍!]

[-퍽! 퍽! 퍽! 퍽! 퍽! 퍽! 퍽! 퍽!]

꾸욱 꾸욱. 귀두가 자궁에 맞닿는 소리.

자지가 안으로 들어가며 질벽이 내는 마찰소리.

성기와 성기가 결합 된 틈으로 북-북 새어 나오는 질방구 소리.

정현재는 그 모든 소리를 듣고 있었다.

그의 자지에서 줄- 줄- 정액이 새어 나왔다.

-뷰룻...뷰룻...뷰룻...뷰룻...

자지를 건들지도 않았다.

하지만 정현재는 지금, 자지를 움찔움찔 떨어대며 정액을 내보내고 있었다.

그야말로 뇌가 타버릴 듯한 배덕감이었다.

[간다앗! 꽉 조여라!]

[네헤에엣! 주인님의 우수한 유전자즙! 제 안에 듬뿍 내주세요오오...♥]

[-뷰룻! 뷰룻! 뷰룻! 뷰룻! 뷰룻! 뷰룻!]

상식적으로 질내사정을 하는 소리는 들을 수 없다.

다만 격렬한 섹스 뒤에 찾아오는 침묵, 그들이 내뱉는 호흡으로, 지금 아내의 질에 외간 남자의 아기씨가 침범한 것을 알 수 있었다.

[크....씨발년이. 역시 좆대는 년이구만.]

[우후우움....듬뿍...듬뿍 주세요오....사랑해요....♥]

머리가 빙빙 돌았다.

진심이 담긴 듯한 끈적한 아내의 목소리에, 세상이 어둡게 암전되어갔다.

마치 이 세상에서 추방된 기분이었다.

[-쪼옥...♥ 쪼옥...♥ 쪼옥...♥]

나의 운명.

나의 사랑.

나의 아내.

나의 반려자.

나의 반쪽 인생.

그 모든 것이, 덧없이 사라져 가고 있었다.

아무리 ‘플레이’를 가장하고 있다곤 하나, 이런 식으로 내게 상처를 줄 수는 없는 법이다.

아무리 성욕에 미쳐있다곤 하나, 이런 식으로 남편을 조롱할 순 없는 법이다.

내 평생의 운명은 이미 어딘가 뒤틀려버리고 말았다.

아예 다른 사람으로 변해버리고 말았다.

“....?”

그때였다.

‘GOLDSUN’ 호텔 정문에서, 아내가 걸어 나오는 것이 보였다.

“.....”

정현재의 모든 신경이 그쪽으로 쏠렸다.

다른 쓸데없는 감각은 완전히 죽인 채, 오로지 아내를 관찰하는 데만 집중했다.

그리고 이내, 정현재는 호텔에서 나온 여자가 아내가 아니라 딸인 ‘정성아’임을 알아차린다.

“................”

그리고 자신의 소중한 딸은, 어떤 배불뚝이 노인과 함께 호텔을 나오고 있었다.

둘은 다정하게 몸을 밀착한 채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마치 연인처럼 서로 귓속말을 속삭이며 하하호호 웃음을 터트리고 있었다.

그리고 딸은, 60은 족히 넘어 보이는 노인에게 키스를 했다.

노인의 혀가 딸의 입안으로 침범한다.

-끼이이이이익!!

픽- 하고 이성이 끊어졌다.

핸들을 틀어 급커브를 한 다음 악셀을 밟았다.

그러나 빠아아앙ㅡ! 울리는 경적 소리와 함께,

-콰아앙! 콰과과과과과과광ㅡ!

강한 충격이 느껴지며, 몸이 붕 뜨는 감각이 느껴진다.

그리곤 마치 실이 풀려버린 꼭두각시 인형처럼, 정현재는 흔들리는 차 안에 내동댕이쳐진다.

“.....”

주르륵...시야를 가리는 붉은 피.

정현재는 간신히 눈을 떠 호텔의 정문을 바라보았다.

그곳엔 뒤돌아 호텔 안으로 들어가는 노인과 딸의 모습이 보였다.

노인은 딸의 엉덩이를 주무르고 있었다.

-우우웅~

그리고 그때, 아내로부터 메시지가 도착했다.

정현재는 스르륵 감기는 눈을 간신히 떠 메시지의 내용을 확인했다.

[사진]

아내가 보낸 사진.

그것은 대물남의 허벅지에 얼굴이 끼어버린 아내의 모습이었다.

대물남은 두 눈을 까뒤집은 채 공중에 정액을 뿌리고 있었고, 아내는 대물남의 허벅지 감옥에 갇힌 채 발을 버둥거리고 있었다.

그녀의 보지와 항문엔 녀석의 정액으로 더럽혀져 있었다.

‘당신은 도대체. 그리고 성아는...’

점점 흐려져 가는 의식.

눈꺼풀이 무거워졌다.

천천히 시야가 닫혀가며, 천박한 아내의 모습이 사라져간다.

이윽고, 정현재의 시야는 완전히 어둠으로 뒤덮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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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은한 어둠이 깔린 병실.

이신아는 두 손을 가지런히 모은 채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그녀의 눈앞엔 병상에 누워있는 남편이 있었다.

‘모두, 모두 나 때문이야...’

죄책감에 가슴이 아려왔다.

점점 흐릿해져 가던 남편에 대한 소중함이 또렷이 타올랐다.

이렇게 이 사람에게 크나큰 상처를 주고 나서야, 그녀는 자신이 무슨 짓을 저질렀는지 깨닫게 되었다.

“미안해, 미안해 여보.....”

이미 수십 번도 더 한 사죄의 독백.

허나 병상에 누운 남편은 손 하나 까닥하지 않는다.

그녀의 진심 어린 사과는 허공에 흩어져 덧없이 사라진다.

‘그래도, 한 달이면.’

의사가 분명히 그랬었다.

수술은 매우 성공적으로 잘 되었고, 적어도 한 달 안엔 남편이 의식을 되찾을 거라고.

다만 머리를 다쳐 그 부분이 걱정된다고 하는데, 이 또한 큰 지장은 없을 거라며 자신을 안심시켜준 바 있다.

‘그동안, 다시 원래대로 돌려놔야 해.’

남편이 의식을 잃은 동안, 자신이 해야 할 것은 명확했다.

다시는 이와 같은 일이 벌어지지 않도록, 네토라세와 관련된 모든 것을 끓어내는 것이었다.

이신아는 자신의 유튜브 계정에 들어갔다.

[삭제하시겠습니까?]

그리고, 여태껏 올렸던 영상들을 삭제하기 시작했다.

가장 최근에 올린 것부터, 과거에 올렸던 것까지.

그렇게 그녀는 계정을 비공개로 전환하고, 너튜브 채널을 완전히 폐쇄했다.

‘나머지 계정도...’

이신아는 너튜브 뿐만 아니라, 인별을 비롯한 다른 플랫폼의 뒷계정까지 삭제 작업을 진행했다.

이제 그녀에게 남은 것은 비밀 폴더에 있는 사진들과, 섹스파트너의 연락처뿐이었다.

[잠금해제 하시겠습니까?]

우선, 그녀는 비밀 폴더 안에 있는 사진을 지우기로 했다.

그녀는 비밀 폴더에 있는 갤러리를 클릭하고, 수백 장의 음란 사진을 손가락으로 드래그를 했다.

하지만-,

-꿀꺽.

유독 눈에 띄는 사진이 마음에 걸려, 그녀는 그 사진을 클릭하고 만다.

그 사진은 자신이 ‘주인님(미스터 최)’에게 조교를 받고 있는 사진이었다.

‘주, 주인님...’

주륵, 애액이 새어 나왔다.

침샘이 분비되며, 두 눈이 충혈된다.

머리가 빙빙 돌며 열이 뻗쳐 온다.

‘나이신아는발기부전에능력도쓰레기인남편정현...’

그리고 문득, 인생 최고의 쾌락을 느낀 그 날이 떠오른다.

주인님에 의해 각인되었던, 그 마법의 주문이 떠오른다.

그녀의 입꼬리가 비정상적으로 비틀린다.

“흐....흐흫....”

그녀는 고개를 들었다.

그리고 병상에 누워있는 남편의 모습을 다시 보았다.

어마어마한 배덕감이 그녀의 전신을 휘감았다.

그녀는 자신이 저지른 결과물을 바라보며 흥분했다.

‘오, 오늘도 남편을 배신합니다앗....♥’

자기도 모르게 중얼거린 마음속의 말.

두 눈이 까뒤집어지며 생각나는 주인님의 성물.

이신아는 몸을 덜덜 떨며 주인님과의 거룩한 나날을 그려보았다.

그분의 음성이 머릿속에 울렸다.

‘넌 내 것이다. 나의 완전한 노예다.’

나는 그분의 노예.

지금 당장이라도 그분께 달려가고 싶었다.

그분에게 몸을 의탁해 행복한 육욕의 쾌락을 마음껏 분출하고 싶었다.

‘아, 안돼’

허나 이신아는 가까스로 정신을 붙잡는다.

고작 사진 한 장 본 것만으로 이렇게 스위치가 들어와 버리다니, 역시 봉인해두었던 폴더를 여는 것이 아니었다.

“하아...하아...하아...”

이신아는 머리를 세차게 흔들었다.

눈앞에 아른거리는 그분의 성물을 잊어보려 연신 고개를 흔들었다.

‘넌 내 것이다.’

또 그녀는 두 귀를 막았다.

이렇게 해서라도 자꾸만 들리는 그분의 환청을 듣지 않으려 했다.

“아...”

허나 이젠, 그분의 체취까지 맡아질 지경이었다.

고작 사진 한 장 본 것만으로, 이렇게나 그리워지고, 이렇게나 애달파지고, 이렇게나 욕구불만이 되어버리는 것이다.

“나... 돌아갈 수 있어. 다시 돌아갈 수 있어. 다시... 다시 돌아갈 수, 있어.”

그녀는 애써 그것들을 무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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