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실에서 들리는 물줄기 소리.
나는 그 소리를 들으며 오늘 하루를 돌이켜봤다.
희연이와 보낸 하루는, 연인들이 흔히 하는 그런 평범한 데이트였다.
함께 손을 잡고 공원을 돌다가 근처에 보이는 군것질을 한다든지.
그러다가 발이 조금 아플 때면 카페에 들러 잡담을 나누다가, 조금 지루한 거 같으면 코인 노래방에 들러 듀엣곡도 불러보고.
옷이 그게 뭐냐며 매장에 들러서 옷도 좀 사 입어 보고.
그러다 허기지면 밥을 먹고, 소화할 겸 오락실에 가고, 디저트를 먹고, 스티커 사진을 찍고.
참 알차게도 보냈구나.
프러포즈도 하고 말이야.
-솨아아아아아....
그리고 데이트의 마지막은 언제나, 이렇게 모텔에 오는 것이었지.
뭐, 건전하게 데이트를 즐겼던 나는 아직 여기까지 와보지도 못했지만, 친구인 희연이와 이런 데 올 줄이야.
괜히 쓴웃음이 지어졌다.
-달칵.
그때, 욕실 문이 열렸다.
욕실 가운을 입은 야릇한 그녀의 몸이 시야에 들어왔다.
사실 이미 볼 장 다 본 우리였지만, 이렇게 예전의 모습으로 돌아와 서로를 마주하고 있으니, 이것 또한 색다른 기분이었다.
“뭘 부끄러워하고 그래.”
얼굴을 붉히고 있는 그녀.
난 피식 웃으며 내 옆자리를 팡- 팡- 내리쳤다.
가운차림의 그녀가 천천히 다가와, 내 옆에 풀썩- 걸터앉았다.
향긋한 샴푸의 냄새가 확- 하고 퍼졌다.
“일단 누울까.”
고개를 끄덕이는 그녀.
우린 그대로 침대에 누웠다.
나는 홍조가 떠 있는 그녀의 얼굴을 바라보았고, 희연이도 귀가 붉어진 내 얼굴을 바라보았다.
이윽고 그녀가 말했다.
“조금 웃긴다. 왜 이렇게 처음 하는 기분이지. 이미 끝까지 간 사이인데.”
끝까지 간 사이.
그녀의 말이 무슨 뜻인지 알고 있다.
우린 이미 주인님의 저택에서 광기에 찬 섹스를 한 적이 있다.
심지어 페니스를 핥고, 항문을 핥는 등 온갖 음란한 애무도 하지 않았던가.
질내사정도 했었고.
“그랬었지. 때리기도 하고. 맞기도 하고. 제정신이 아니었어.”
그리고 심지어, 자신이 새 여주인님이라며 그녀가 날 두들겨 팬 적도 있었다.
내게 괴성을 내지르며 자신을 사랑하라고 윽박지르던 때도 있었다.
우린 그 저택이 만들어낸 광기에 미쳐있었던 거다.
“... 미안해. 그때 엄청 아팠지? 나, 나도 제정신이 아니어서...”
돌연 미안하다고 사과하는 그녀.
나는 그녀를 끌어안았다.
그리고 그녀의 등을 두드리며, 입을 열었다.
“이상한 건 너뿐만이 아니야. 우리 모두 미쳐버린 거지. 주인님 때문에.”
“..... 만약 주인님이 없었다면, 우린 어땠을까.”
“글쎄. 난 쉐프가 됐을 거고, 우린 친구 사이로 남아있었겠지. 아니, 어쩌면 언젠가 너와 멀어졌을지도 몰라. 내 옆엔 하영이가 있으니까.”
“... 그렇구나. 그럼 이렇게 한 침대에 있지도 못했겠네.”
“응.”
“근데, 너 진짜 잔인하다. 정말 나한테 하나도 마음이 없었어?”
그녀의 물음에 나는 잠시 침묵했다.
이윽고 내 마음이 어떤지 깨달은 나는, 그녀를 더욱 끌어안으며 입을 열었다.
“있었어. 너한테 두근거린 적. 최근에도 그런 적이 있었지.”
두근, 두근 요동치는 그녀의 심장.
나는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을 이었다.
“친구로서 널 좋아하는 마음이 크지만, 넌 충분히 내게 여자야. 이미 그렇게 되어버렸지. 분명 나는, 널 사랑하고 있어. 앞으로 더 사랑할 수 있고.”
내 품 안에서 오들오들 떨리는 그녀의 몸.
난 그녀의 감정을 온전히 느낄 수 있었다.
그녀의 뜨거운 호흡이, 떨리는 어깨가, 흐느끼는 숨결이, 날 붙잡는 손이.
그녀의 슬픔을 온전히 내게 전해주고 있었다.
“그럼 왜, 왜 날 선택하지 않은 거야. 나와 함께 살아가면 되잖아. 주인님 밑에서 같이... 살아갈 수 있잖아.”
희연이가 내게 제시했던 이상적인 형태의 삶.
이미 망가져 버린 내가, 그나마 사람 구실 하며 살아갈 수 있는 유일한 형태의 삶.
나는 그 삶을 택하지 않았다.
그리고 지금에서야, 왜 그 길을 택하지 않았는지 깨달을 수 있었다.
“나도 항상 그게 의문이었어. 머리로는 분명 너와 함께 살아가는 게 맞다고 생각했는데, 이상하게 마음이 내키지 않았어.”
“..... 하영이 때문에?”
“처음엔 그렇게 생각했어. 하영이를 배신할 수 없어서... 그래서 자꾸 그 길을 꺼리지 않았나... 그렇게 생각했었지.”
“그럼 지금은? 그게 아니란 말이야?”
“응. 생각보다 간단한 이유더라고.”
“...간단한 이유? ”
“응.”
..... 잠시 말이 없어진 그녀.
이윽고 그녀가 입을 열었다.
“간단한 이유... 모르겠어. 그 이유가 뭔데?”
“.... 널 사랑하기 때문이야.”
널 사랑하기 때문이다.
그 말에 내 목에 두른 그녀의 팔이 스르륵 풀렸다.
그녀는 몸을 움직여 내 품에서 빠져나온 뒤, 내 두 눈을 바라봤다.
그녀의 표정은 혼란스러워 보였다.
“그게... 무슨 소리야. 날 사랑한다니? 너는 하영이를 사랑하잖아.”
“정확히 말하자면, 소중한 거지. 물론 하영이가 더 소중한 건 사실이지만, 너도 정말 소중하게 생각하고 있어.”
“..... 이해가 안 돼. 너한테 내가 소중하니까, 그러니까 날 선택하지 않은 거라고?”
“응... 이해하기 어려울 거야. 이해받을 생각도 없고.... 사실 난, 내 소중한 모든 것들이 망가졌으면 좋겠어. 천박하고 음란하게 타락했으면 좋겠어.”
“.....”
천천히 입이 벌어지는 그녀.
나는 계속해서 말했다.
“하지만 동시에, 망가지지 않았으면 좋겠어. 그래서 네가, 지금의 밝고 따뜻한 모습으로 계속 살아갔으면 좋겠어. 주인님의 품에서 벗어나 네 삶을 찾았으면 좋겠어.”
“... 그게 무슨 소리야... 도대체.”
“알아. 이해할 수 없겠지. 그런데 이거 하나만 알아줘. 난 네가 소중해. 만약에 널 구하는 데 목숨을 걸어야 한다면, 난 기꺼이 목숨도 걸 수 있어.”
“.....”
“그리고 그런 소중한 너를 주인님에게 바쳐야 한다면, 기꺼이 바칠 수 있어.”
“... 그래서 하영이도 바친 거야?”
“아니, 하영이는 이미 손 쓸 도리가 없었어. 다만 하영이가 떨어지는 과정을 지켜볼 순 있었지. 최고였어.”
“... 하하. 자기 여자친구가 그렇게 넘어가는데, 최고라니. 너도 단단히 미쳤구나.”
“응. 그러니까 슬퍼하지 마.”
난 다시 그녀를 끌어안았다.
그녀의 등을 토닥여주며 목덜미에 입맞춤을 했다.
“널 사랑하지 않아서 선택하지 않은 게 아니라, 널 너무 사랑해서 선택하지 않은 거야. 난 정말 네가 소중해.”
내 진심 어린 말이 전해졌는지는 모른다.
다만 그녀는 다시 나를 끌어안았다.
나는 그녀의 가운을 스르륵 벗기며 말했다.
“그러니까 내일. 그냥 도망가도 괜찮아. 난 영원히 널 그리워하고, 넌 네 삶을 살아가는 거야.”
그때, 희연이가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그녀가 내 가운을 벗기며 말했다.
“아니, 안 도망가. 내가 사랑하는 사람은 전부 여기 있는걸. 내가 정말 사랑하는 너와 주인님이. 여기 있잖아.”
나는 잠시 그녀를 품 안에서 꺼냈다.
그리고 그녀의 목욕가운을 완전히 벗긴 뒤, 그녀의 예쁜 나체를 두 눈에 담았다.
“너도 이제 주인님을 진심으로 사랑하게 됐네.”
“응. 지금은 너를 가장 사랑하지만, 너를 위해서라면 주인님도 버릴 수 있지만, 내일이 지나면 또 모르지.”
“... 그래. 아무래도 우선순위는, 바뀔 거 같네.”
나는 그녀의 두 볼을 손으로 감싸 쥐었다.
흔들리는 그녀의 두 눈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그럼 날 가장 사랑하는 이희연은 오늘이 마지막이네.”
“.... 응.”
그녀가 싱긋 웃었다.
호선을 그리는 두 눈에 눈물이 주륵 흘러나왔다.
우린 서로의 입술로 서서히 다가갔다.
이내 우린 키스를 나눴다.
“하아...하읍....하아...사랑해...사랑해...”
나를 사랑한다고 속삭이는 그녀.
하지만 이런 그녀도 오늘로 마지막이다.
이제 내일이 찾아오면, 이토록 순수한 그녀도 주인님의 손에 완전히 떨어질 것이다.
짐승처럼 괴성을 내지르며 추악한 돼지로 변해갈 것이다.
-불끈!
그 모습을 상상하자, 자지에 힘이 팍하고 들어왔다.
자지 곳곳에 돋아난 핏줄에 에너지가 흘러넘쳤다.
이렇게 맑고 순수한 희연이가 자궁 문신을 하고, 어깨에 타투를 하고, 음모를 기르고, 유두 피어싱을 박고, 돼지처럼 살을 찌우고.
그런 미래의 모습을 상상하니 정신이 아득해져 갔다.
“츄웁...츄우웁....하읍...”
격정적인 키스를 나누는 우리 둘.
허나 나는 키스에 온전히 집중할 수 없었다.
나는 지금, 돼지처럼 뒤룩뒤룩 살을 찌우고 유두 피어싱을 한 희연이의 모습을 떠올리고 있었다.
그리고 그런 자극적인 상상 때문인지, 격정적인 아드레날린이 나를 잠식하기 시작했다.
나는 어여쁜 그녀의 음부에 내 자지를 박아넣은 뒤, 미친 듯이 허리를 흔들어댔다.
“하응! 으응! 하악! 흐응! 서, 성민아! 으응!”
연신 신음을 토하며 내 이름을 부르는 그녀.
이제 나를 사랑해주는 그녀의 모습도 오늘로 마지막이다.
오늘처럼 때론 친구 같고, 때론 오래된 연인 같은 그런 그녀의 모습도 오늘로서 영원히 작별일 것이다.
‘젠장! 젠장!’
거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가슴이 답답해지며 숨이 잘 쉬어지지 않았다.
하지만 동시에, 앞으로 점점 추악하게 타락하여 마조돼지년으로 개조된 희연이의 모습에 기대감이 들기도 했다.
‘씨이이이발....’
동시에 성립할 수 없는 이율배반적인 사고방식.
그녀가 타락하지 않길 바라지만, 그 무엇보다도 타락하길 바라는 마음.
이 두 가지가 동시에 성립할 수 있는 조건은 무엇일까.
“하응! 으응! 하악! 흐응! 하응!”
그러다, 일순간이었다.
온갖 감정이 혼재된 상황에서 피스톤질을 하던 나는, 문득 그런 상상을 해보았다.
만약 내가 주인님이 되면 어떨까.
내 손으로 직접 희연이를 섹스의 노예로 만들어 천박한 돼지년으로 조교하는 건 어떨까.
그야말로 최고 아닌가.
-퍽! 퍽! 퍽! 퍽! 퍽! 퍽!
그때, 무한한 정력이 느껴졌다.
이렇게 한심하고 초라한 내가, 주인님이 되었다고 상상하니 온 세상이 내 손아귀에 있는 것만 같았다.
‘천박한 음란 암퇘지년으로 떨어져라.’
내 밑에 깔린 채 박히는 희연이를 보며 그렇게 생각했다.
마조암퇘지년으로 떨어져서 내 항문이나 청소해주는 음란녀로 재탄생하는 상상을 해보았다.
이렇게 청순하고 아름다운 그녀가, 그렇게 추악하게 일그러지는 모습을 그려보았다.
나의 자지로, 나의 말로, 나의 손으로
이렇게 직접 그녀를 떨어뜨리는 것을 상상해보았다.
-울컥! 울컥! 울컥! 뷰룻! 뷰룻! 뷰룻! 뷰룻! 뷰룻! 뷰룻!
미친 듯이 뿜어져 나오는 정액.
최고다.
내 손으로 직접 희연이를 마조암퇘지로 타락시키다니.
내 정액으로 만든 정액젤리를 희연이에게 처먹이는 건 어떨까.
-불끈!
쉴 수 없다.
이 천박한 마조암퇘지년을 더 길들여야 한다.
완전히 내 것으로 만들어, 다른 것은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무능한 정액받이로 만들어야 한다.
-퍽! 퍽! 퍽! 퍽! 퍽! 퍽! 퍽!
난 다시 허리를 흔들었다.
희연이가 내 허리에 다리를 두르며, 교성을 터트리기 시작했다.
“아응! 으응! 흐응! 응! 흐어엉! 허응!”
-퍽! 퍽! 퍽! 퍽! 퍽! 퍽! 퍽!
“흐응! 하으응! 흐윽! 흐으윽! 흐엇! 흐엉!”
-퍽! 퍽! 퍽! 퍽! 퍽! 퍽! 퍽!
“흐옷! 하읏! 호옷! 오옥♥ 오옷♥ 흐오옷♥”
-퍽! 퍽! 퍽! 퍽! 퍽! 퍽! 퍽!
“후옥♥ 오옥♥ 오오옥♥ 오옥♥ 오옥♥ 오오옥♥”
짐승마냥 천박한 신음을 흘리는 암퇘지년.
난 이 짐승년의 목을 졸랐다.
-꽈아아아악....
“크헥! 쿠훅....서, 성....미...”
-꽈아아아아악....
-프슛! 프슛! 프슛! 프슛!
-꽈아아아악....
“수...숨.....”
-프슛! 프슛! 프슛! 프사아아아앗....
침대 시트를 적시는 그녀의 조수.
일순간 내 몸에 닿는 그녀의 물줄기에, 난 정신을 차리고 희연이의 목을 놓아주었다.
그녀는 길게 혀를 내뺀 채 쉬익- 쉬익- 거친 숨을 내뱉고 있었다.
“하아....하아....하아....”
침대에 널브러진 채 음수를 질질 흘리는 희연이의 모습.
그 모습이 또다시 가학심을 자극했다.
지금 당장 그녀를 망가뜨리고 싶을 만큼, 강한 충동이 가슴속에서 솟구치기 시작했다.
“크흐읏!”
하여 난 다시 그녀를 덮쳤다.
머리끝까지 화난 자지를 그녀의 질 속 깊숙이 밀어 넣으며, 허리를 흔들어댔다.
그녀의 교성이 다시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호옷! 우오옥! 오옥! 오오옥! 오옥! 흐오오옥!♥”
-프슛! 프슛! 프슛! 프슛!
“크흐.. 크흐흫....크흐흐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