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72화 (72/303)

그는 윤하빈의 얼굴을 보자마자 울상을 지었다.

허나 윤하빈은 그런 그의 얼굴이 혐오스러운 듯, 뺨을 짝 후려갈기며 입을 열었다.

”누가 얼굴 봐도 된다고 했어? D급이면 D급답게 눈깔아.“

”.....“

고개를 추욱 아래로 떨구는 민수.

윤하빈은 그대로 몸을 일으켜 화장실로 다가가 문을 벌컥 열었다.

화장실 안엔 웬 양아치같이 생긴 놈이 자신의 자지를 마구 문지르고 있었다.

”흐흐... 오래 기다렸지? 이제 나와♥“

윤하빈의 말에 양아치는 곧바로 화장실 밖으로 나왔다.

민수는 양아치를 보자마자 눈에 핏대를 세우며 금방이라도 뛰쳐나갈 기세로 몸을 일으켰다.

허나 윤하빈이 싸늘한 눈빛으로 그를 응시하자, 그는 주먹을 부들부들 떨며 다시 자리에 주저앉았다.

”권민수. 여러 번 말하지만, 네 주제를 알아. 넌 D급이고, 얘는 B급이야. 알아들어?“

권민수를 바라보며 킥킥 웃음을 흘리고 있는 양아치남.

윤하빈은 양아치를 향해 고개를 돌리며 ‘미안해. 기분 나빴지?’라고 말했고, 양아치는 괜찮다며 고개를 저었다.

그는 벌레가 하는 말에 기분 나빠 할 게 뭐 있냐며 어깨를 으쓱였다.

”흠. 그것도 그렇네. 어쨌든, 너 이름이 하윤이라고 했나?“

그때, 갑작스레 자신의 이름을 물어보는 윤하빈.

하영은 차분한 표정으로 자신의 이름을 정정해주었다.

”하윤이 아니고 하영.“

”아, 그래 하영이. 내가 듣기론, 너도 전 애인을 학대하는 걸 즐긴다며?“

너도 애인을 학대하는 것을 즐긴다.

그 말에 하영은 이 모든 상황을 이해하게 되었다.

저 앞에 ‘민수’라는 이름을 가진 남자가 김하윤의 전 남자친구였고, 지금은 그녀의 조교를 받는 신세가 되었다는 것을 직감적으로 이해했다.

”..... 응. 나도 좋아해. 내 전 남자친구 괴롭히는 거.“

”크흐흐. 그러면 들어볼래? 나와 민수가 원랜 어땠고, 무슨 과정을 거쳐 이렇게 됐는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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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하빈과 권민수.

그리고 그 옆에서 천박한 웃음을 흘리고 있는 양아치남.

이들의 관계는 어쩌다 이렇게 되었을까.

윤하빈이 쿡 웃음을 흘리며 사연을 설명하기 시작했다.

“앞서 말했듯이, 민수와 난 연인관계였지. 그 전에는 10년도 더 된 소꿉친구였고.”

소꿉친구에서 연인관계로 발전한 권민수와 윤하빈.

둘은 원래 이상적인 연인관계였다.

오랜 기간 서로를 알아왔던 둘은, 취향과 취미도 엇비슷했고, 중학생이 되고 나서부터는 서로를 쭉 좋아했었다고 한다.

그렇게 소심했던 둘은 3년간 서로 좋아하는 마음이 있었지만. 혹시라도 이 관계가 잘못될까 봐 섣불리 얘기를 꺼내지 못했고, 같은 고등학교에 진학하고 나서야 권민수가 용기를 내며 연인관계가 되었다고 한다.

“아무튼 우린 사귀게 되었지. 그런데 고등학교가 문제였어. 빌어먹을 일진 년놈들 때문에 학교생활이 꼬이게 된 거야.”

둘은 남녀공학에 진학했다.

하지만 권민수가 일진들의 심기를 건드리며 그들에게 찍히게 되었고, 덩달아 권민수의 여자친구였던 윤하빈도 학교생활이 꼬이게 된다.

“그 당시에 난, 민수가 옳은 일을 했다고 생각했어. 괴롭힘당하는 애를 구해주려던 거였으니까 용기 있는 행동이라 생각했지. 그래서 꾹 참고 버틸 수 있었어.”

둘은 서로에게 의지하며 학교생활을 버텼다고 한다.

각각 다른 반에서 남자무리에게, 또 여자무리에게 괴롭힘을 받고 있는 둘은, 쉬는 시간, 혹은 점심시간에 만나 서로를 위로해주었다고 한다.

그렇게 서로를 위로하며 학교생활을 이어가던 둘은, 어느 날 이 괴롭힘에서 벗어나기로 다짐한다.

둘은 서로를 위해 각자 할 수 있는 것부터 시작하기로 했다.

“우린 복수를 꿈꿨어. 민수는 운동을 하기 시작했고, 난 얼굴과 몸을 가꾸기 시작했지.”

권민수는 그 날 이후 무에타이 도장을 다니기 시작했다.

매일 근력운동을 하고, 식단에 각별히 신경을 쓰기 시작했다.

윤하빈은 여자 사이에 아름다움은 권력이라는 것을 깨닫고, 외모를 가꾸기 시작했다.

다이어트를 하고 안경을 벗은 뒤 화장을 했다.

그러한 노력 끝에 윤하빈은 지금의 예쁘고 귀여운 미인으로 재탄생하게 되었다.

“난 조금씩 상황이 나아졌어. 꾸미고 다니니까, 신기하게도 괴롭힘이 점점 잦아들었지. 하지만 민수는 아니었어.”

윤하빈은 원래 예쁘장한 외모를 가지고 있었기에 순식간에 변신할 수 있었다.

하지만 권민수의 경우, 원래부터 왜소한 체격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몸을 키우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우린 학폭위에 신고할 준비를 하고 있었어. 항상 녹음기를 틀고 다니고, 반 친구들을 괴롭히는 일진들을 촬영하기도 했지. 일진들의 만행을 학폭위에 제기하면서 인터넷에 퍼트릴 생각이었어.”

둘은 차근차근 계획을 실행해나가기 시작했다.

그동안 서로가 당했던 사실들을 문서로 정리하고, 사진과 녹음도 취합했다고 했다.

둘은 그동안 당했던 일들을 토로하며 서로를 부둥켜안고 울었다고 한다.

“아무튼 그렇게 차근차근 증거를 모아가던 중이었어. 갑자기 웬 파리 한 마리가 내게 엉겨 붙는 거야.”

윤하빈은 그렇게 말하며 양아치남의 손을 잡았다.

둘은 서로를 바라보며 배시시 미소를 지었다.

“그 파리가 바로 얘야. 그 당시엔 벌레만도 못한 놈이라 생각해서 정말 싫어했는데.”

양아치남은 킥킥 웃음을 흘리며 권하윤의 한쪽 가슴을 움켜쥐었다.

그리곤 그녀의 귓가에 ‘그럼 지금은?’이라고 하자, 권하빈은 얼굴을 붉히며 쑥스럽다는 듯 대답했다.

“좋아하지. 엄청.”

권하빈의 대답에 천박한 웃음을 흘리는 양아치남.

둘은 서로를 지긋이 바라보다, 이내 혀를 마구 섞으며 키스를 하기 시작했다.

권민수는 주먹을 부르르 떨며 쿠퍼액을 질질 흘리고 있었다.

“으응...♥ 아버지도 계신 데, 마저 얘기해야지.”

“킥킥킥. 오케이오케이. 이 이야기는 언제 들어도 재밌으니까”

잠깐의 키스를 나눈 권하빈은 다시 이야기를 풀어가기 시작했다.

우선 그녀는 자신에게 꼬인 파리인 양아치남이 어떤 존재였는지부터 설명했다.

“얘는 원래 민수를 엄청 괴롭히던 놈이었어. 가장 악질이었지. 그래서 내게 들이대는 현민이를 계속 밀어냈었어.”

양아치남의 이름은 차현민.

그는 권민수가 다니고 있는 학교의 짱이었고, 권민수를 가장 악질적으로 괴롭히던 일진 무리 중 하나였다.

하지만 찐따인 줄만 알았던 윤하빈이 꾸미고 다니기 시작하자, 그녀에게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고, 어떻게든 윤하빈을 따먹어보겠다는 일념으로 그녀에게 구애를 하기 시작한다.

하지만 예상대로 윤하빈의 반응은 냉랭했다.

“난 아무 일 없다는 듯이 내게 들이대는 현민이가 싫었어. 그렇게 민수를 괴롭혀놓고, 또 그 여파로 일진 여자애들이 날 괴롭히는 걸 방관해놓고, 이제 와서 날 좋아한다며 들이대는 현민이의 꼴이 역겹고 가증스러웠지.”

차현민을 미치도록 증오했던 윤하빈.

그런 그녀가 어떻게 차현민에게 넘어가게 됐던 걸까.

그 변화의 시작은 차현민의 돌발 행동에서부터 시작되었다.

“그런 어느 날이었어. 현민이가 내게 달라진 모습을 보여주겠다고 한 뒤, 민수에게 가해지던 괴롭힘이 사라지기 시작한 거야. 심지어 민수 외에 다른 애들도 현민이가 보호해주기 시작했지.”

더 이상 누군가를 괴롭히지 않는 차현민.

그는 매일 같이 피던 담배도 끊고, 계속해서 윤하빈에게 구애를 했다고 한다.

심지어 가정형편이 좋지 않아 항상 춥게 입고 다니는 윤하빈에게 따뜻하게 입고 다니라며 패딩까지 선물로 주었다고 한다.

물론 차현민에게 전혀 마음이 없었던 하빈은 선물은 거절했지만, 이 일을 계기로 그를 다시 보게 되었다고 했다.

“그렇게 복수를 위해 증거를 모으던 나와 민수는, 잠깐 그 일을 보류하기로 했어. 이제 학교생활도 편해졌으니, 굳이 일을 터트리고 싶지 않았던 거야. 물론 우릴 괴롭혔던 애들이 벌을 받아야 한다는 생각은 변함이 없었지만, 우린 우리의 소중한 일상이 더 중요했어.”

그렇게 처음으로 평온한 학교생활을 이어가던 민수와 하빈.

다만 한 가지 문제가 있다면 현민이 계속 하빈에게 구애를 한다는 것이었는데, 그것 또한 하빈이 단호하게 거절하자 뚝 끊기게 되었다고 한다.

혹시나 거절에 대한 보복으로 다시 민수를 괴롭히는 건 아닐까 걱정도 했지만, 다행히 그런 일을 일어나지 않았다고 한다.

“그러던 어느 날이었어. 현민이가 2일간 무단결석을 하더니, 얼굴이 엉망이 돼서 돌아온 거야.”

마치 누군가에게 두드려 맞은 듯 멍이 든 얼굴로 등교한 현민.

그는 그날 윤하빈에게 할 말이 있다며 옥상으로 불러냈다.

그리고 하빈은 그에게서 충격적인 말을 듣게 된다.

“그런 게 있는 줄은 몰랐어. 마치 조직폭력배 같잖아. 자기 우두머리가 맘에 안 든다고 집단으로 구타하고 몰아내다니.”

아직 1학년에 불과했던 차현민.

윤하빈에게 잘 보이려 갑자기 다른 사람이 되어버린 그는, 같은 일진 무리의 고자질로 다른 2, 3학년 선배에게 찍히게 되었다고 한다.

그 때문에 현민은 일진 무리에서 추방당하게 되고, 이제는 더 이상 민수와 하빈을 도와줄 수 없다고 전했다.

“그 이후로 끔찍한 괴롭힘이 다시 시작되었어. 오히려 예전보다 더 심해졌지. 하지만 우린 학폭위 신고와 인터넷 유포라는 카드가 있어서 버틸 수 있었어. 다시 차근차근 증거를 모으기 시작했지. 하지만 어느 날 민수의 실수로 녹음기의 존재를 일진들에게 들키게 돼. 민수는 다 벗겨진 상태로 사진을 찍혀서 입막음을 당하고.”

상황은 그야말로 최악으로 치닫고 있었다.

녹음기를 일진에게 들킨 민수는 자신의 나체를 그들에게 촬영 당하고, 혹시라도 그들이 했던 짓을 고자질할 경우 인터넷에 나체사진을 뿌려버릴 것이라는 협박을 받게 된다.

그렇게 민수의 실수로 학폭 고발이라는 최후의 카드도 쓸 수 없게 된 하빈은, 이도 저도 하지 못 한 채 일진 무리의 괴롭힘을 당해야 했다.

자신이 어떻게 꾸미고 오든, 아예 작정하고 자신을 괴롭히려고 하니 도저히 손 쓸 방법이 없었다.

“그런데 참 웃기지. 난 그렇게 괴로운 학교생활을 보내고 있는데, 민수는 슬슬 풀리고 있더라. 그 여선배 년이랑 히히덕 거리며 웃기나 하고.”

어느 날부터인가 괴롭힘을 당하지 않게 된 민수.

그 이유는 3학년 일진 여선배 중 한 명이 민수를 마음에 들어했기 때문이었다.

민수는 일진들에게 입막음을 당한 뒤로 더욱 열심히 운동을 했고, 그 덕분에 키도 크고 얼굴에 윤곽이 잡히면서 그 여선배의 눈에 들게 되었다고 한다.

“난 민수가 원망스러웠어. 민수는 그 여선배를 잘 이용하면 다시 편한 학교생활을 보낼 수 있을 거라고 했지만, 난 그냥 민수가 그 선배를 거절해 주길 바랬어. 하지만 민수는 끝까지 그 선배를 놓지 않았지.”

민수의 실수로 인한 학폭 고발 실패.

거기에 더해 항상 민수 곁에 머무는 여선배라는 존재까지.

이날 이후 하빈은 민수와 멀어지며 차현민과 친해지게 되고, 하교까지 같이하게 된다.

그렇게 민수와 하빈의 사이가 틀어지고 있는 와중, 현민이 할 말이 있다며 하빈을 옥상으로 데리고 왔을 때.

하빈은 충격적인 장면을 목격하게 된다.

“아직도 그 날 일은 잊혀지지 않아. 민수와 그 여선배년이, 키스하고 있는 그 장면 말이야.”

여선배와 키스하고 있는 민수를 보고 그 자리에 주저앉아버린 하빈.

현민은 그런 하빈을 부축해서 현장에서 벗어난 다음, 엉엉 울고 있는 하빈을 위로해주었다고 한다.

그 날 둘은 충동적인 키스를 하고, 결국 현민의 집에서 섹스까지 하게 된다.

“킥킥킥킥. 그 날은 내 생에 최고의 날이었지. 내 설계가 완벽하게 들어맞았으니 말이야.”

그 날 일을 회상하며 비열한 미소를 짓는 차현민.

그의 말대로, 지금까지 벌어졌던 이 모든 일은 현민의 계획이었다.

애초에 현민은 일진 무리에게 쫓겨난 적이 없으며, 얼굴에 멍이 든 것도 스파링 상대역 알바를 뛰다가 그렇게 된 것이었다고 한다.

또한 민수에게 접근했던 여선배도 현민의 계획에 동참한 것뿐이었으며, 옥상에서 했던 키스 또한 현민과 하빈이 올 타이밍을 진동 알림으로 고지받고, 때를 맞춰 기습적으로 키스를 한 것이라고 했다.

오히려 민수는 여선배에게 전혀 사적인 감정이 없었고, 오로지 하빈의 괴롭힘을 조금이라도 덜어주려고 여선배에게 부탁한 것뿐이라고 한다.

“후후... 이 장난꾸러기.”

하지만 하빈은 이 모든 사실을 알고 있음에도, 현민의 자지를 움켜쥐며 요도를 이리저리 문지를 뿐이었다.

하영은 이런 하빈의 행동을 이해할 수 없어 의아한 얼굴로 바라보았다.

“그래. 이해되지 않는다 이거지? 어떻게 이 사실을 다 알고도, 지금 여기 이렇게 현민이랑 붙어먹고 있는지.”

하영의 궁금증을 정확히 짚어주는 윤하빈의 발언.

윤하빈은 쿡 웃으며 다음 이야기를 풀기 시작했다.

“후후. 이 모든 게 현민이의 계략이었다는 건 꽤 시간이 지나고 나서 알게 됐어. 그때는 이미 돌이킬 수 없을 만큼 늦은 상태였지.”

민수의 키스 장면에 충격을 받은 하빈.

그 날 하빈은 분위기에 휩쓸려 현민과 섹스까지 하게 되고, 현민의 끈질긴 구애에 민수를 포기하기로 한다.

어차피 민수는 그 여선배가 있으니 학교생활에 문제가 없을 것이니 말이다.

그렇게 하빈은 다음날, 민수에게 이별을 통보하고, 민수는 그 여선배 때문이라면 이제 다시는 안 만날 거라고 하빈을 붙잡지만, 하빈은 끝내 거절하고 만다.

“하아~ 그때 저 병신이 날 붙잡는데, 좀 흔들렸어. 그래도 뭐, 그 여선배랑 붙어먹는 게 쟤한테 더 안전할 거 같으니 포기하기로 했지. 그 이후로 정말 힘들었는데, 현민이의 자지 때문에 모든 걸 버틸 수 있었어. 현민이가 또 섹스는 개쩔게 잘 하거든.”

민수와 헤어진 이후, 하빈은 하루 종일 현민과 섹스하는 나날을 보냈다.

자지의 형태나 섹스 스킬이 모두 발군이었던 윤현민은 순식간에 하빈을 자신의 것으로 떨어뜨렸고, 하빈은 그에게 서서히 물들게 된다.

“아무튼 우린 하루 종일 섹스했어. 모두가 하교한 교실에서, 옥상에서, 건물 뒤편에서, 현민이 집에서, 모텔에서. 난 현민이한테 완전히 빠져버렸지. 그리고 결정적으로, 방학 때 완전히 현민이한테 넘어가.”

처음으로 찾아온 고등학교 여름방학.

그때 하빈은 알콜 중독자인 아버지의 집을 빠져나와 현민의 자취방으로 찾아간다.

그렇게 둘은 동거를 시작하며 하빈은 진심으로 현민을 사랑하게 되었고, 개학할 때쯤 하빈은 그에게 완전히 물들어 변모하고 만다.

이제 윤하빈을 완전히 떨어뜨린 현민은 공개적으로 일진 무리와 어울리기 시작했고, 하빈 또한 현민을 따라 일진들과 어울리며 그들과 친해지고 결국엔 여자 일진 무리의 우두머리 격으로 거듭나게 된다.

이후 하빈은 자신을 괴롭혔던 여자애들은 전부 굴복시키고, 남을 굴복시키는 데 쾌감을 느끼게 된 하빈은 겉잡을 수없이 타락의 길을 걷게 된다.

그녀는 이제 예전의 청순했던 모습은 온데간데없이, 머리를 밝게 염색하고, 딱 달라붙는 상의와 똥고치마를 입고 다니며 천박한 차림새를 하고 다녔다고 한다.

“뭐 그렇게 현민이한테 담배도 배우고, 맘에 안 드는 찐따년 있으면 찾아가서 괴롭혀주고... 그런 즐거움에 눈을 뜨게 된 거지. 역시 사람은 힘이 있고 봐야 해.”

완전히 차현민에게 물들고만 윤하빈.

그녀는 그 상태 그대로 2학년으로 진학했고, 자퇴생이나 가출청소년과 같은 질 좋지 않은 무리와 어울리며 완전한 차현민의 여자가 된다.

“후후. 그렇게 내 본모습을 찾았을 때였어. 그 여선배년의 실수로, 권민수가 현민이의 계략을 모두 알아버리고 만 거지.”

자신에게 일어난 일이 모두 현민의 계략이었다는 걸 알게 된 민수.

그는 곧바로 윤하빈에게 찾아가 모든 사실을 전해준다.

그러나 윤하빈은 이를 믿으려 하지 않았고, 민수는 현민부터 먼저 제거해야겠다고 판단을 하게 된다.

“..... 병신 같은 놈. 그래서 저 머저리가 쓴 카드가 뭔 줄 알아? 나와 저 병신이 모았던 자료. 그것을 인터넷에 다 뿌려버려. 그 일로 세상은 완전 뒤집어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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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민수와 윤하빈이 모아왔던 죄악의 증거.

그 모든 영상과 녹취록. 그리고 사진들은 인터넷으로 급속히 퍼져나갔고, 이는 한국 사회에 파장을 불러일으켜 대국민 청원에 오를 만큼 사태가 커지게 된다.

“아주 난리도 아니었지. 너튜브나 커뮤니티. 그리고 온갖 공중파 뉴스까지 전부 저 병신이 뿌린 파일들로 떠들썩했으니 말이야.”

그야말로 거의 전 국민이 차현민의 만행을 알게 된 상황.

차현민은 이 일로 학폭위에서 퇴학처분을 받게 되고, 거기에 더해 일진 무리가 권민수의 나체사진을 가지고 협박하고 있는 사실까지 추가 폭로되며 나머지 일진들도 퇴학처분을 받게 된다.

하지만-.

“저 병신은 현민이가 퇴학당하면 내가 다시 돌아올 줄 알았나 봐. 이후에 내가 어떤 꼴을 당할지도 모르고.”

권민수가 폭로한 자료는 윤하빈도 함께 작성했던 자료였기에, 윤하빈에 대한 대중적인 관심이 쏠릴 수밖에 없었다.

이윽고 윤하빈에 대한 소문은 커뮤니티를 타고 돌아 이런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

‘남친 버리고 일진한테 붙어먹은 년.’

하루아침에 남친의 원수로 갈아탄 어마어마한 썅년이 되어버린 윤하빈.

소문이 그렇게 굳어지고 난 이후, 하빈은 전 국민적인 질타를 받게 된다.

이에 권민수는 오해를 바로잡고자 윤하빈은 차현민에게 속았을 뿐이라고 해명글을 올렸지만, 윤하빈이 다른 여자애들을 괴롭혔다는 추가 폭로가 터지며 권민수 또한 ‘급식물소’라는 조롱을 받으며 해명글은 묻히게 된다.

“아무튼 그렇게 된 거야. 저 병신이 생각 없이 터트린 폭로글 때문에, 나도 학교생활이 힘들어졌어. 특히 현민이가 없는 학교생활은 지옥이었지.”

민수의 폭로로 전국민적인 악녀가 되어버린 윤하빈.

결국 그녀는 그 길로 학교를 자퇴했고, 차현민과 같이 가출을 하여 여러 범죄행위를 저지르며 살아가게 된다.

“..... 솔직히 힘들었어. 아무 기술도, 능력도 없고. 우리 얼굴과 이름은 세상에 다 알려져서 일자리도 구하기 힘들었지. 우린 거의 노숙자처럼 살아갔어. 그러던 어느 날, 아는 오빠에게 적절한 일자리가 있다고 소개를 받은 거야.”

아는 오빠가 소개해준 일자리는 다름 아닌 구원자의 ‘낙원’.

즉 이곳의 노예로 소속되어 일하는 것이었다.

비록 이곳은 상당히 폐쇄적이라 외출은 제한적이고, 여러 신체적 정신적 제한사항이 있긴 하나, 먹고 자고 싸는 기본적인 생활권을 보장해주는 데다, 월급까지 주는 이곳을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

“현민이와 난 이곳에서 D급으로 시작했어. 그러다가 ‘윤경’님의 마음에 들어 둘 다 B급으로 올라왔고, 난 곧바로 아버지의 눈에 들어서 지금의 A급으로 올라온 거야.”

여기까지가 윤하빈과 차현민이 이곳에 정착하게 된 이야기.

그렇다면 민수는 왜 이곳에 오게 된 것일까.

하영이 말했다.

“..... 그럼 쟤는? 민수는 어떻게 오게 된 건데.”

“.... 저 병신은... 날 찾아 헤맸다고 하더라. 폐인이 되어 살아간다는 내 소식을 듣고 난 뒤로, 계속 날 찾아다녔다고 하더라고. 한번 쟤한테 물어봐. 쟤 이야기는 꺼내기도 싫으니까.”

하영이 민수를 바라봤다.

넋 나간 표정으로 땅만 바라보고 있던 민수는, 윤하빈의 발길질에 정신을 차리고 자신의 자초지종을 설명하기 시작했다.

“난.... 그냥 학교에 계속 다녔어. 조, 졸업도 하고... 물론 학교생활은... 엄청 힘들었지만. 부모님이 다니라고 해서....”

학교까지 무사히 졸업한 권민수.

하지만 그는 대학에 진학하지 못했다.

아니, 도저히 할 수가 없었다.

“사, 사람들이 날 알아볼까 봐 무서웠어. 대학에 가서도... 노, 놀림감이 될 거 같아서... 그래서 1년만....쉰다고, 부, 부모님한테...”

그렇게 대학 진학을 미루고 1년간 안정을 찾기로 한 민수.

그러던 어느 날, 그는 인터넷을 둘러보다가 ‘윤하빈 근황’이라는 게시물을 보게 된다.

“충격이었어. 그렇게 맑고 예쁘던 하빈이가.... 그런 노숙자들이나 입는 옷을 입고... 얼굴은 완전 초췌해져선... 그런데 댓글은...”

게시물에 달린 수백 개의 댓글.

댓글의 내용은 전부 다 하나같이 인과응보니 정의구현이니 통쾌하다는 반응이 주를 이루고 있었다.

민수는 이러한 댓글 반응을 보고 윤하빈이 어떤 삶을 살아가고 있을지 피부가 와닿게 느낄 수 있었다고 한다.

“그런 생각이 들었어. 나, 나도 남들 앞에 나서기 이렇게 무서운데. 하빈이는 어떨까. 그때 서야 난 내가 무슨 짓을 저질렀는지 깨닫게 되었어. 그 뒤로 하빈이를 쭉 찾아다녔는데..... 우연히 길거리에 있는 하빈이를 보게 되었어.”

수소문 끝에 어찌어찌 하빈을 찾게 된 민수.

하지만 그는 끝내 그녀에게 다가갈 수 없었다.

역 앞에서 동냥을 하고있는 그녀의 모습이, 이루 말할 수 없이 비참해서 섣불리 나설 수 없었던 것이다.

“그, 그래도 난... 매일 하빈이를 찾아갔어. 어떻게든 도와주고 싶었어. 그러던 어느 날. 하빈이가 감쪽같이 사라진 거야.”

이날 이후 민수는 미친 듯이 하빈을 찾아다녔고, 결국 이곳의 존재를 알게 되어 스스로 이곳을 찾아왔다고 한다.

그렇게 민수는 하빈을 만나고, 그녀를 도와주겠다며 이곳에서 나가자고 하지만, 하빈을 이를 당연하게도 거절한다.

“그래서 물었어. 어떻게 하면 나랑 같이 가겠냐고. 그러니까 하빈이가... 나보고 속죄하라는 거야. 자, 자기 마음이 풀릴 때까지 이곳에서 속죄하면, 같이 나가주겠다고. 그래서 난 지금도...”

말끝을 흐리며 고개를 푹 숙이는 민수.

‘뭐 이런 병신 같은 호구 새끼가 있어’라는 생각이 잠깐 들었지만, 이내 하영은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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