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얼마나 위대하고 감사한 분이란 말인가.
“허나, 이쯤에서 정신을 차려야겠구나. 향락소를 안내해주기로 했으니.”
아버지는 영문 모를 말을 남기곤 웨이터 하나를 불렀다.
웨이터는 절도있는 걸음걸이로 아버지에게 온 뒤, 아버지가 내리는 명령을 받들어 어떤 작은 상자 하나를 가지고 왔다.
“약을 깨울 정도만 놔주라.”
“예.”
약을 깨울 정도만 놔줘?
무슨 소리인지 판단이 서지 않았다.
허나 작은 가방이 열리고, 그 안에서 웬 주사기 하나를 꺼내자, 하영은 웨이터가 무엇을 하려는지 깨닫게 된다.
“주, 주사...?”
“걱정마라. 약에서 깨주게 하는 것이니.”
“.....”
부드러운 목소리로 자신을 안심시켜주는 아버지.
하영은 고개를 끄덕이고 주사를 받아들였다.
날카로운 바늘이 통증을 유발하고, 안으로 주입된 약물이 정신을 뒤흔든다.
“.....!”
머리가 깨질듯한 고통.
허나 그러한 고통도 잠시뿐, 이내 흐릿했던 시야가 개어지며 모든 게 또렷이 보이기 시작했다.
비록 좀 전에 느껴졌던 쾌락은 흔적도 없이 사라졌지만, 하영은 다시 원래의 정상적인 상태로 돌아올 수 있었다.
“음. 정신이 든 모양이군.”
“..... 저, 어떻게 됐던 건가요?”
“약에 취한 거다.”
“약이라면...?”
“향락소의 입구는 좁은 터널로 되어있다. 그리고 그 터널엔, 증기 형태의 마약이 뿜어져 나오고 있지.”
“..... 그렇군요.”
“큭큭. 나처럼 내성이 있는 사람이 아니면 너처럼 환각증세에 시달리곤 한다. 뭐, 보통은 부정적인 환각을 보는 거 같더군. 좀전의 너처럼.”
“좀전의 저처럼.”
“그래. 빛과 소리가 제한된 어둠 속에 있으니 그런 걸 볼 수밖에 없지. 인간은 원래 아무것도 인지할 수 없는 것에 커다란 공포를 느끼기 마련이거든.”
“.....”
하영은 고개를 끄덕였다.
아무것도 볼 수 없고 아무것도 들을 수 없는 ‘무감의 고통’이 얼마나 괴로운지 그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에, 아버지의 말을 십분 이해할 수 있었다.
“그런데 왜 그런 장치를 해놓은 건가요? 그럼 이곳에 오기 싫어할 거 같은데...”
다만 왜 굳이 그것을 체감하게 해놓은지 의문이다.
본디 향락소란 쾌락을 느끼는 곳 아닌가.
그런데 왜...
“확실한 ‘대비’를 느끼기 위해서지. 고통이 클수록 그 뒤에 느끼는 쾌락 또한 클 수밖에 없거든.”
이어지는 아버지의 말에 하영은 이번에도 고개를 끄덕였다.
그것 또한 방금 자신이 직접 체감한 것이기에, 아버지가 말하는 의도가 무엇인지 이해할 수 있었다.
“자. 그럼 이곳이 어떤 곳인지 본격적으로 알려주마. 따라와라.”
하영은 아버지를 따라 엘리베이터에 올랐다.
이곳은 1층부터 6층까지 있었고, 1층은 카운터, 2, 3, 4, 5층은 향락소로 운영되고 있었다.
-띵동.
이들은 먼저 2층을 들렀다.
엘리베이터의 문이 드르륵- 열리자마자, 온 사방의 교미 소리가 귀를 찌르기 시작했다.
-흐응! 하응! 으흥! 하-읏! 으으응!♥
일 열로 죽 늘어선 기다린 복도.
그리고 복도의 양옆에 작은 방들이 다닥다닥 붙어있었다.
각각의 방엔 음란한 교미 소리가 울려 퍼지고 있었다.
“이곳은 D동에 사는 성노예들이 근무하는 곳이다. 인원수가 많고 값이 싼 만큼, 가장 많은 손님이 들리는 곳이지.”
“아... 손님이 있다는 것은.”
“그래. 외부인이 온다는 뜻이다. 물론 아무나 이곳에 들리진 않는다. 검증받은 손님만 이곳으로 들이지.”
“... 그렇군요.”
“그래. 따라오거라.”
구원자는 하영을 이끌고 복도의 끝으로 갔다.
복도 끝엔 두 개의 문이 있었는데, 그중 한쪽 문을 생체인식을 통해 열고 들어갔다.
“자-. 모니터를 보거라.”
그렇게 들어온 방의 내부.
그곳엔 대형 스크린이 여러 개의 분할화면으로 2층의 방들을 중계하고 있었다.
온갖 음란하고 기이한 형태의 섹스가 파노라마처럼 펼쳐졌다.
“그래. 저기. A16 모니터를 보거라.”
A16 모니터.
A열, 16번째에 위치하는 모니터였다.
하영은 곧바로 A16모니터를 찾은 다음 시선을 두었다.
그곳엔 족히 100kg은 되어 보이는 여자가 남자 여럿에게 희롱당하고 있었다.
[앙! 앙! 앙! 흐응! 흐오옹! 호옥! 호옹! 으흥!♥]
[이 음란한 돼지년이! 더 크게 울어라!]
[-짜악!]
[흐오옷!♥]
[더러운 년. 너는 인간의 얼굴이 어울리지 않는다. 돼지처럼 얼굴을 좀 구겨야 해.]
영상 속에서 여자를 학대하고 있는 3명의 남자.
그들 중 한 명이 여자의 코에 코걸이를 건 다음, 머리채를 잡고 뺨을 때렸다.
여자는 그들이 뺨을 때리고, 엉덩이를 때리고, 침을 뱉고 욕설을 할 때마다 분수같은 애액을 뿜으며 눈을 까뒤집고 있었다.
“저 여자 말이다. 이곳의 단골손님이다. 매도당하는 성벽에 눈을 뜬 이후, 매일 저런 가학적인 성행위를 즐기고 있지.”
“... 엄청나네요.”
“큭큭. 너도 얼마 전까지는 거의 저런 신세였지. 그 녀석에게 철저히 망가지지 않았었나.”
80kg에 육박하는 몸무게, 유두에 박힌 피어싱, 거뭇하게 탄 피부, 금발로 염색된 머리.
비록 9일의 독방 생활을 하며 71kg까지 빠졌다곤 하나, 하영은 여전히 망가진 상태였다.
수북하게 자란 겨드랑이털과 보지털, 그리고 항문에 듬성듬성 자라난 똥꼬털까지 위생적으로도 엉망이었고, 생김새도 추했다.
“하지만 걱정마라. 넌 다시 돌아갈 수 있을 것이다. 내가 반드시 그렇게 만들어주지.”
“..... 감사합니다.”
“그래. 그러면 이번엔 B7을 보거라.”
B열의 7번째 영상.
그곳엔 흉하게 생긴 남자가 이쁘장한 여자의 전신을 핥고 있었다.
여자는 미간을 잔뜩 찌푸린 채 남자의 얼굴에 종종 침을 뱉어댔다.
남자는 그 침마저도 맛있게 핥아 먹으며 헤벌쭉 미소를 짓고 있었다.
“큭큭큭큭. 저 둘의 관계가 어떻게 보이나. 무슨 사이로 보이지?”
여자의 콧구멍과 발가락 사이사이까지 게걸스럽게 핥는 남자의 모습.
여자는 남자의 그러한 변태 행위를 억지로 버티는 듯 보였다.
허나 단지 이것만으로는, 둘의 관계를 유추하기 어려웠다.
“... 잘, 모르겠어요. 남자가 일방적으로 즐기고 있는 거 같긴 한데...”
“그래. 저놈은 손님이니까. 하지만 동시에 나의 노예이자 일꾼이기도 하지. 저 녀석은 D동에 사는 노가다꾼이다.”
“아... 이곳에 일하는 사람도 손님으로 올 수 있나 보네요.”
“그래. 이곳은 누구나 이용할 수 있으니까. 다만 저기 있는 저 여자는, D급 성노예가 아니다. B급에 해당하는 관리자 중 하나지.”
D급과 B급.
그 간극의 크기는 얼마나 될까.
일전에 자신에게 물을 쏟은 이유로 C급으로 강등된 노예와 그의 반응을 생각해보면, 아마 등급 간에는 상당한 차별이 존재하는 듯했다.
“너는 잘 모르겠지만, D급은 B급을 감히 쳐다볼 수조차 없다. 하지만 이곳 향락소에선, D급도 B급을 범할 수 있지.”
“..... 하지만, 이곳 2층에 근무하는 성노예들은 D급밖에 없다고 하셨잖아요. 그런데 어떻게 D급이 B급을...”
“모든 D급은 1년에 한 번, ‘호출’을 할 수 있다. 그러면 가장 최하위 등급은 D급도 B급을 범할 수 있는 거지.”
“... ‘호출’엔 많은 대가가 따르겠네요.”
“그래. 적어도 6개월 치 월급을 한꺼번에 지불해야하지.”
6개월 치 월급을 한꺼번에 지불해야 하는 ‘호출’.
결코 작은 대가는 아니었다.
그럼 에도 구태여 ‘호출’을 사용해 상위등급의 관리자를 범한다는 것은, 아마 그 사람과의 개인적인 감정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자. 그럼 한번 들어보지. 저 녀석이 왜 B급 관리자를 호출했는지.”
-삑.
구원자는 그렇게 말하며 리모콘을 눌렀다.
그러자 ‘B7’ 방의 소리가 스피커 너머로 들리기 시작했다.
[후루루룹...후룹...후루루룹... 최, 최곱니다. 극상의 맛입니다!!!]
[크으읏....]
[크하하하하!! 생긴 건 개꼴리게 생겨서, 그렇게 싸가지 없이 굴면 이런 꼴이 되는 겁니다. 알겠습니까 관리자님?]
[이-! 이 쓰레기 같은 일용직 노예가! 그 입 닥쳐!]
[어허. 방금 또 욕했습니다. 킥킥킥. 20분 추가됩니다~]
[-삐빅]
D급은 그렇게 말하며 어떤 버튼을 눌렀다.
그러자 벽에 붙어있던 전자시계에 20분이 더 추가되었다.
[그리고 제게 또 존댓말을 안 했죠? 10분 추가됩니다.]
[-삐빅]
[.....]
[크히히히히. 밖에선 그렇게 똑 부러지시는 분이, 멍청하게 왜 이런 실수를 한답니까? 잠깐, 이거 사실 저랑 하고 싶었던 거 아닙니까? 이거 완전 변태년이셨군요?]
[.....]
[키히히히. 후룹...후루룹...츕....츄웁....]
다시 여자의 몸 구석구석을 핥기 시작하는 D급 남자.
여자는 수치심에 몸을 부들부들 떨며 주먹을 움켜쥐었다.
척 보기에도 고고하고 아름다운 그녀의 얼굴에 작은 균열이 생기기 시작했다.
[키히히히. 그렇게 멸시하던 제게 범해지니까 어떠세요? 예?]
[.....]
[대답 안 하면 5분 추가하겠습니다. 대답하세요.]
[... 기분이... 좋지 않습니다.]
[키히히히. 이제 아- 입 벌려보세요. 제 침 먹여줄게요.]
[.....]
[대답.]
[...아....]
[-쮸우우우우웁....주륵...]
[.....]
눈물을 찔끔 흘리며 주먹을 부들부들 떠는 B급 여자.
남자는 계속해서 입술을 오므려 침을 모은 다음 여자의 입에 떨어뜨렸다.
그렇게 연속으로 7번째 침을 떨어뜨린 남자는, 여자의 배에 침을 퉤퉤 뱉고는 입을 열기 시작했다.
[그러게 지랄 좀 작작하지 그러셨습니까? 예? 씨발 작업하다 보면 침 좀 뱉을 수도 있지. 그거 가지고 지랄은 지랄이야. 안 그래요?]
[.....]
[대답.]
[마, 맞습니다....]
[키히히히. 얌전해지니 얼마나 귀여워요.]
[.....고맙습니다.]
[표정이 왜 그래요? 왜? 꼽습니까? 꼬우면 A급 가던가.]
[.....아뇨. 괜찮습니다.]
[설마 여기 있었던 일로 지랄할 생각하는 건 아니겠죠? 여기 있었던 일로 응징하면, 어떻게 될지는 자~알 알고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자. 그러면 이제 제게 사죄하세요. 저번에 침 뱉었다고 저한테 지랄하고 월급 삭감 조치했던 거. 저한테 진심을 담아 사죄하세요.]
여자는 분한 얼굴로 알몸 도게자 자세를 취했다.
남자는 만족스러운 얼굴로 그녀를 내려다보니, 그녀의 머리 위에 침을 뱉고 발로 짓밟았다.
여자는 그 상태로 사죄의 말을 하기 시작했다.
[저, 저번엔 제가 잘못했습니다. 고작 침 뱉은 거로 과한 조치를 취한 점. 죄송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용서해주세요.]
[-짜악!]
[흐읏!!]
[이야 역시 B급 관리자님이라 그러신지, 피부가 탱탱~하네요. 엉덩이가 아주 쫄깃합니다.]
[..... 감사합니다.]
[흐음. 그러면 침도 잔뜩 묻혔고, 침도 많이 먹여줬고. 사죄도 받았고. 흐음. 이쯤 할까요?]
남자의 말에 화색이 되어 고개를 드는 여자.
허나 이어지는 남자의 말에, 여자는 표정은 다시 싸늘해졌다.
[킥킥킥킥. 그럴 리가 있겠습니까? 제 1년 치 돈을 거의 다 태웠는데, 뽕 뽑아야죠!]
[.....흐읏.]
[자. 이제 보지 벌리세요. 남은 40분 동안, 질펀하게 화해의 섹스를 나눠봅시다.]
[.....그, 그건.]
[어허. 저는 당신을 샀습니다? 1년치 연봉을 태웠다구요? 예?]
[.....알겠습니다...]
뒤로 발라당 누워, 분한 표정으로 자신의 음부를 벌리는 여자.
남자가 키득 웃으며 여자에게 다가갔다.
그는 잔뜩 발기한 자신의 흉포한 자지를, 여자의 음부로 쑤욱 밀어넣었다.
[흐으응-!♥]
삽입하자마자 신음을 토하는 여자.
남자는 여자를 끌어안고 피스톤질을 하기 시작했다.
아버지는 그 광경을 바라보며 낮은 웃음을 흘리기 시작했다.
“큭큭큭큭큭... 저 녀석 꽤 하는데? 물건도 실하고 말이야.”
확실히 아버지의 말대로, 남자의 그것은 발군이었다.
주인님과 아버지의 것에 비하면 많이 부족했지만, 저 정도면 웬만한 여자는 보내버릴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실제로 둘이 섹스를 나눈 지 30분이 지났을 때쯤엔, 둘은 마치 연인처럼 몸을 뒤섞으며 키스를 나누고 있었다.
[우움...우우움...♥ 세, 섹스를.... 너무 잘하잖아...♥]
교성을 흘리며 남자를 끌어안은 여자.
남자는 여자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계속해서 자지를 밀어 넣었다.
여자는 남자의 허리에 다리를 휘감은 채, 어떤 말을 중얼거리기 시작했다.
[하응...으응....바, 밖으로 나가면 이제 잘 해줄게에....♥ 너, 섹스 너무 잘하잖아...]
[큭큭큭. 방금 반말했는데, 10분 추가해도 됩니까?]
[으응...추가해. 잔뜩 하고 나가자...♥]
40분 만에 남자에게 함락된 여자의 모습.
아버지는 남자의 섹스 스킬에 만족스러운 미소를 짓고는, 남자의 이름을 따로 체크해 두었다.
그리곤 다시 기계식 의자를 작동시킨 뒤, 통제실 문밖으로 나서며 말했다.
“따라오거라. 2층은 볼 만큼 봤으니, 3층을 보여주겠다.”
다음화 보기
하영은 구원자를 따라 엘리베이터를 타고 향락소 3층에 도착했다.
향락소 3층은 2층과는 달리, 다채로운 테마로 구획이 나뉜 구조였다.
2층이 오로지 많은 인원을 수용하기 위해 설계되었다면, 3층은 개인의 성적 취향을 만족시키기 위해 설계되었다고 볼 수 있었다.
“먼저 보고 싶은 테마관이 있으면 말해보거라.”
향락관 3층의 통제실.
아버지의 묵중한 음성이 하영의 귀로 흘러들어왔다.
하영은 싱긋 미소를 지으며 마음에 담아두었던 테마관을 말했다.
“난교관을 제일 먼저 보고 싶어요.”
“난교관이라. 그것도 나쁘지 않지. ”
구원자는 곧바로 리모컨을 조작해 난교관의 화면을 띄워놓았다.
거대한 스크린에 불빛이 점멸되며, 난잡한 현장의 신음과 살색으로 점철된 스크린이 재생되기 시작했다.
[으흥! 하응! 흐아앙♥ 흐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