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67화 (67/303)

“얼마 되지 않았다. 10분 정도.”

“아. 10분 밖에...”

자신이 잠들어 있었던 시간은 고작 10분.

하지만 그것만으로도 몸의 많은 부분이 회복되었다.

온종일 찌뿌둥했던 머리가 맑아지고, 온종일 탁했던 눈빛 또한 힘이 들어왔다.

“좀 더 자게 하고 싶었지만, 식사를 하는 것도 중요해서 말이야. 자-.”

구원자가 자신의 입에 숟가락을 갖다 댔다.

하영은 숟가락 위에 올려져 있는 꿀물을 멍하니 바라보다, 이내 그것을 한입 가득 물었다.

“합.”

..... 입안 곳곳에 퍼지는 달콤한 꿀물의 맛.

지난 9일간 딱딱한 빵과 다 식은 스프만 먹어왔다.

그렇기에 지금 그가 떠먹여 주는 이 꿀물은, 세상의 그 어떤 음식보다 달콤하고 맛있는 천국의 샘이었다.

“하읍...흡...흡...”

하영은 계속해서 꿀물을 받아먹었다.

9일 만에 맛보는 달콤한 천상의 맛을 탐하고 또 탐하였다.

그렇게 천상의 맛을 양껏 만끽하던 중, 돌연 눈물이 왈칵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

그동안의 서러움과 고통과 대비되는 이 달콤한 음식이, 거대한 감격을 안겨줬기 때문이었다.

“음식이 맘에 드나보구나. 자-. 아직 많이 남았으니 더 먹어라.”

자신을 품에 꼭 안고, 끊임없는 보살펴주는 구원자.

하영은 숟가락을 내밀고 있는 그의 손을 꼭 잡았다.

그리고 고개를 뒤로 돌려, 인자한 얼굴로 자신을 바라보는 그에게 말했다.

“절 꺼내줘서... 고맙습니다.”

진심으로 우러나온 감사의 말.

하영은 애달픈 눈으로 구원자를 올려다보았다.

그는 숟가락을 내려놓곤, 자신의 가슴을 어루만지며 입을 열었다.

“나는 너의 아버지다. 아버지의 역할은, 오직 사랑을 주는 것이지.”

“.....”

“그동안 고생 많았지? 오늘은 네게 쾌락만을 주겠다. 그동안 쌓인 욕망도 내가 풀어주겠다.”

“.....!”

그는 그렇게 말하곤, 자신의 자궁 부위를 문질이더니 음부에 손가락을 집어넣었다.

하영은 아랫입술을 질끈 깨문 채 그의 애무를 느꼈다.

그의 굵직한 손가락이 질 내부를 휘저으며 자극을 줄 때마다, 야릇한 신음을 흘리며 자궁이 큐웅 큐웅 떨리는 것을 느꼈다.

“자-. 올라타거라. 썩 나쁜 물건은 아닐 것이야.”

자신에게 올라타라는 그의 말.

그 말을 이해하는 건 어렵지 않았다.

하영은 달뜬 숨을 내뱉으며 고개를 아래로 숙인 뒤, 그의 그것을 찾아보았다.

물속에서 강한 존재감을 뽐내고 있는 거대한 고목이 눈에 들어왔다.

“흐으으읏!♥”

그리고 하영은 그것을 자신의 음부에 조준한 뒤, 그대로 밀어 넣었다.

질을 꽉 채우는 그의 자지에 자궁이 부르르 떨리는 감각이 느껴졌다.

‘....이, 이 느낌은...♥’

그리운 감각이었다.

흡사 그의 것은, 주인님의 것을 연상케 하는 완벽한 형태의 자지였다.

길이나 굵기, 그리고 휘어짐까지 주인님의 그것과 견줄 수 있을 만큼 훌륭했다.

“하아...하아...으응...♥”

스위치는 금방 들어왔다.

질벽을 꽉 채우는 그의 훌륭한 굵기 덕에 자지의 맥박만으로도 오르가즘이 느껴지고, 귀두와 자궁이 찰싹 맞붙어 있어 조금만 움직여도 포르치오를 느껴 작은 절정에 이를 수 있게 되었다.

이것은 확실히 주인님의 특성을 그대로 닮은 자지였다.

-쑤욱!

그때였다.

오랜만에 맛보는 이 그리운 감각에 황홀경을 헤매고 있는 와중, 돌연 그가 자지를 뽑아내며 그 모든 것이 허무하게 흩어져버렸다.

하영은 갑작스레 자지를 뺀 그의 행동에 당황하여 황급히 뒤를 돌아보았다.

그는 싸늘한 눈빛으로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너. 그 녀석을 떠올렸군. 그렇지?”

그 녀석.

주인님을 말하는 것이었다.

“..... 그, 그게.”

“휴식은 이것으로 끝이다. 다음에 또 보도록 하지.”

그는 그 말을 끝으로 욕탕의 출구로 걸어나갔다.

하영은 갑작스레 떠나는 그의 뒷모습을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멍하니 바라보았다.

-저벅. 저벅. 저벅.

그리고 잠시 후.

합창단 무리가 자신에게 다가오기 시작했다.

하영은 자신을 붙잡으러 오는 그들을 피해 달아나 보았지만, 이내 그들에게 붙잡혀 또다시 독방에 갇히는 신세가 돼야 했다.

-철컥!

“.....”

그렇게 걸어 잠긴 철문.

빛 한 점 들어오지 않는 악취 나는 독방.

좀 전의 천국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

다만 아무것도 볼 수 없고 아무것도 들을 수 없는 ‘무감의 지옥’ 속에 갇힌 현실만 주어질 뿐이었다.

그래도 이러한 냉혹한 현실 속에서 그나마 위안거리가 있다면, 좀전의 휴식으로 이전보다는 더 잘 버틸 수 있지 않을까- 하는 희망이 있다는 것이다.

.

.

.

.

.

하지만 그렇지 않았다.

오히려 휴식을 취했기 때문에 이곳의 고통이 더 또렷하게 느껴졌다.

시간이 지날수록 자신의 정신을 좀먹는 환각과 환청의 고통 속에서, 하영은 또다시 자신의 시체형상을 한 망령을 마주 보아야 했다.

【넌버려졌어넌버려졌어넌버려졌어넌버려졌어넌버려졌어넌버려졌어】

【여기서죽는다여기서죽는다여기서죽는다여기서죽는다여기서죽는다】

또다시 정신이 붕괴되기 시작했다.

지난번엔 망령을 보는 데까지 9일이 걸렸지만, 이번엔 고작 하루 만에 망령을 마주 보게 되었다.

하영의 정신은 빠른 속도로 무너지기 시작했다.

[위대하신 아버지에게 모든 영광을 드립니다. 우리를 구원해주신.....]

그때였다.

스피커에서 치지직- 잡음이 들리는가 싶더니, 일전에 들었던 ‘기도문’이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그러자 자신을 끊임없이 괴롭히던 환청이 사라지고, 자신의 시체형상을 한 망령도 사라지기 시작했다.

‘아아... 아버지.’

하영은 기도문을 들으며 구원자를 떠올렸다.

자신을 안아주고 씻겨주고 재워주고 먹여주었던, 그의 따스한 손길을 떠올리기 시작했다.

그녀는 새삼 그의 위대함을 깨우치며, 그토록 혐오했던 기도문을 마음속으로 따라 읽기 시작했다.

‘위대하신 아버지에게 모든 영광을 드립니다. 우리를 구원해주신 아버지에게 이 몸과 영혼을 바칠 것을 맹세합니다. 오직 아버지만이 나의 사랑이며, 아버지를 위해 제 모든 것을 버릴 수 있음을 맹세합니다.’

***

다시 4일이 지났다.

하영은 지난 4일간 하루의 3시간은 합창단의 ‘기도문 낭송’을 들어야만 했고, 나머지 시간엔 스피커에서 흘러나오는 기도문 낭송을 들어야만 했다.

하지만 이전과는 달리 하영은 아무런 반항을 하지 않았다.

오히려 합창단이 들어올 때만을 기다리며, 자신의 주위를 둘러싼 그들의 합창을 기쁜 마음으로 듣곤 했다.

또한 스피커에서 흘러나오는 ‘기도문’ 또한 이전에는 귀를 막아서라도 듣지 않으려 했지만, 이제는 두 귀를 활짝 열고 기도문을 듣기 시작했다.

심지어 기도문을 중얼거리며 따라 읽기까지 했다.

-파앗!

그리고 마침내.

4일 만에 아버지께서 모습을 드러냈다.

하영은 역광을 받으며 나타난 거대한 몸집의 사내에게 네발로 기어가 그의 바짓자락을 붙잡았다.

“아버지! 기다리고 있었어요... 절 구해주세요...”

“... 그래. 많이 야위었구나. 내가 널 구해주마.”

그는 이번에도 자신을 안아 들었다.

그리고 전처럼 욕탕에 데리고 가 자신을 씻겨주고, 몸을 회복하는 꿀물을 먹여주었다.

“자. 올라타거라.”

그렇게 목욕을 끝내고, 이제 다시 그의 것을 넣을 차례.

하영은 군말 없이 구원자의 자지를 자신의 보지에 밀어 넣었다.

그리고 저번과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도록, 최대한 자신의 주인을 떠올리지 않으려 해보았다.

그의 것과 주인의 것이 어떤 차이가 있는지 보지를 조이면서 하나하나 느껴본 다음, 지금 이 안에 있는 것이 구원자의 것임을 의식하고 또 의식했다.

‘역시 아버지야. 아버지도 주인님 못지않아. 이분은 위대해.’

느끼면 느낄수록 감탄만 나오는 그의 자지.

마음속 깊은 곳에서부터 아버지에 대한 존경이 샘솟기 시작했다.

오로지 자지의 형태만으로 가치판단을 하게 된 하영의 뒤틀린 사고방식은, ‘구원자’를 주인님 바로 다음, 혹은 그에 준하는 동급이라고 판단을 끝마쳤다.

“그래. 이번엔 진심이구나. 나와 있을 때는 오직 나만 생각하거라.”

그리고 이런 하영의 마음이 전해졌는지, 구원자는 인자한 미소를 지으며 하영의 머리를 쓰다듬어주었다.

하영은 그의 자지를 받아들인 채 그의 목덜미를 끌어안고 사랑의 말을 속삭였다.

“아버지... 감사합니다. 절 그 지독한 방에서 꺼내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래그래. 착하구나..... 그러면 이제 기도문을 읊을 수 있겠나. 저번에 약속한 대로, 매일 아침 일어날 때, 밥을 먹을 때, 또 기도시간이 되었을 때, 그리고 잠이 들기 전. 이렇게 하루 11번 정도만 기도문을 읊으면 나와 이렇게 행복한 시간을 보낼 수 있다. 따르겠느냐.”

“.....네.”

하영은 잠시 망설였으나, 이내 구원자를 따르기로 했다.

이분도 주인님 못지않은 훌륭한 자지를 가지고 있고, 나를 이렇게 아껴주는데 따르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아마 주인님도 이런 자신의 마음을 이해해주리라.

“좋아좋아. 그러면 침대로 가자꾸나. 우리 가족이 되는 의식을 치르고 나면, 널 내 딸로 받아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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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 9일간 지속된 감금과 폭행.

이하영은 결국 그 지옥 같은 시간을 버티지 못하고 구원자에게 굴복하고 말았다.

주인님을 기만하는 행위인, ‘기도문 낭독’을 하기로 맹세한 것이다.

“.....”

하영은 구원자의 품에서 이러한 사실을 자각하고 있었다.

구원자를 추종하겠다는 기도문의 내용은 곧, 주인님을 배신하겠다는 맹세와 다름없기 때문이다.

특히 아버지에게 몸과 영혼을 바친다는 구절이나, 오직 아버지만의 나의 사랑이라는 구절. 그리고 아버지를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버리겠다는 구절 전부 주인님을 기만하는 구절이었다.

매일 아침저녁으로 이 기도문을 읊는다는 것은, 명백한 주인님에 대한 배신행위였다.

‘하지만 어쩔 수 없어.’

가장 먼저 떠오른 변명의 말.

그녀는 그 말을 곱씹으며 주먹을 꼭 쥐었다.

이제 그 지옥 같은 독방에 갇히는 건 더 이상 한계였고, 그 안에 더 방치되어 있다간 정신이 파괴될 것만 같았다.

하여 지금은 구원자에게 굴복하는 척 적당히 연기를 하다가, 주인님이 자신을 찾으러 오면 그때를 노리는 게 옳다고 생각됐다.

어차피 주인님께서 한 달만 버티면 된다고 하셨으니, 딱 한 달만 이렇게 버티고 나면 나의 유일한 사랑인 주인님의 품에 돌아갈 수 있으리라.

“자. 다 왔다.”

그때, 아버지의 거룩한 음성이 하영의 귀를 간질었다.

아버지의 품에 꼭 안겨있던 하영은 고개를 들어 구원자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그는 인자하게 자신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 마음이 따뜻해.’

마치 유년기 시절로 돌아간 듯한 기분.

분명 자신의 유일한 주인님은 ‘주인님’이지만, 아버지가 주는 따스함도 나쁘지 않았다.

하여 그녀는 지금 느끼는 이 감정을 충실히 내비치기로 했다.

더 이상 아버지를 거부하지 않고, 딱 한 달만 그가 주는 사랑을 온전히 받아들이기로 했다.

“자-. 내려줄 테니 옷을 골라보거라.”

아버지와 함께 온 이곳은 드레스룸.

아버지가 자신을 살포시 내려놓자, 하영은 비틀거리며 몸을 힘겹게 지탱했다.

오랜 감금 생활로 인해 근육이 약해진 탓이었다.

“천천히 움직여 보거라. 금방 힘을 찾을 테니”

아버지의 말대로 하영은 비틀비틀 발을 내딛기 시작했다.

이윽고 그의 말대로, 하영은 금세 몸을 회복할 수 있었다.

하영은 수많은 옷가지가 걸려 있는 드레스룸을 활보하기 시작했다.

“... 음...”

허나, 너무 방대한 양의 옷이 있는 탓에 뭘 선택해야 할지 도무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

그녀는 울먹이는 표정으로 아버지를 향해 뒤돌아봤고, 아버지는 호탕하게 웃음을 터트렸다.

“크하하하하. 그래. 처음엔 다 반응이 이렇더구나. 내가 골라주랴?”

“...네.”

“그럼 보자... 이건 어때?”

아버지의 손에 달린 순백의 원피스.

그렇게 마음에 든 것은 아니지만, 이 정도면 무난했다.

하영은 싱긋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자. 그럼 그걸로 갈아입고, 신발은 이걸 신어라.”

아버지의 손에 들린 운동화.

하영이 고개를 갸웃거리며 그를 쳐다봤다.

보통 이런 옷엔 구두가 어울리는 데, 왜 운동화를 주신 걸까.

아버지는 자신의 표정을 읽곤 싱긋 웃으며 답했다.

“구두 같은 걸 신으면 움직이지 불편하지 않겠느냐. 지금은 편한 걸 신어라.”

하영은 아버지의 따스한 배려에 싱긋 미소를 지었다.

이윽고 그녀는 아버지가 골라준 원피스를 입고 운동화를 신었고, 아버지는 그런 자신을 칭찬하며 머리를 쓰다듬어주었다.

그가 머리를 쓰다듬어 줄 때마다 가슴 한구석이 간질거리는 게 느껴졌다.

“자. 이제 식사를 하러 가자꾸나.”

“식사요...? 아까 목욕하면서 먹었던 건...”

“아-. 그건 네 몸을 회복시키기 위한 영양제 같은 것이지. 제대로 된 식사는 한 번도 하지 않았잖느냐.”

“.....네”

하영은 침을 꿀꺽 삼키며 고개를 끄덕였다.

맛있는 음식을 생각하자 입안에 침샘이 고이며, 곪았던 배가 꼬르륵 울리기 시작했다.

아버지는 자신을 바라보며 씩 미소를 짓더니, 손가락을 딱- 소리 나게 튕겼다.

-저벅. 저벅. 저벅. 저벅.

아버지가 손가락을 튕기자마자, 분주하게 걸어오는 하인들.

그들은 곧 고개를 숙이며 아버지의 명을 기다렸다.

아버지는 ‘의자’를 가져오라는 명령을 내렸고, 이내 일전에 보았던 기계식 이동의자가 아버지 앞에 도착했다.

“음. 역시 앉아서 가는 게 편하단 말이지. 가자”

아버지께서 어떤 버튼을 누르자, 지이잉- 하는 소리가 들리며 의자가 이동하기 시작했다.

하영은 서둘러 아버지의 옆에 따라붙은 다음 의자에 속도에 맞춰 걸었다.

이윽고 둘은 식당에 도착할 수 있었다.

“자. 저기에 앉거라.”

아버지의 손이 가리키는 위치.

상석 바로 옆에 있는 자리였다.

하영은 아버지가 가리키는 곳에 가 다소곳이 자리했다.

아버지는 이동식 의자를 조작해 상석이 있는 곳으로 빙 둘러왔다.

“자. 들어라. 몸에 좋은 것들이니 양껏 먹고.”

“....자, 잘 먹겠습니다.”

눈이 휘둥그레 떠질 정도의 산해진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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