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가 어린 호스트를 내려다보며 말했다.
[쟤 벌주에 오줌 싸.]
[..... 네?]
[저기에 오줌 갈기라고. 아- 잠시만. 퉤-!]
무릎을 구부려 벌주에 침을 뱉는 백하윤.
이윽고 백하윤이 어린 호스트를 노려보며 입을 열었다.
[넌 내 명령에 3번이나 불복했어. 이제 넌 아웃이야. 이 새끼야.]
아웃이라는 말에 어깨를 덜덜 떨고 있는 어린 호스트.
그가 백하윤의 다리를 붙잡으며 외쳤다.
[아.. 안돼요! 누나! 제가 잘못했어요! 그냥 마, 마실게요! 지금 당장!]
어린 호스트는 그렇게 말하더니 벌주를 들고 꿀꺽꿀꺽 마시기 시작했다.
백하윤은 어린 호스트가 벌주를 완전히 다 비울 때까지 그를 노려봤다.
그렇게 벌주가 완전히 바닥을 드러내고 나서야, 백하윤은 표정을 풀었다.
그녀는 몸을 일으키며 말했다.
[그래. 지금처럼 내가 명령하면, 넌 군말 없이 바로 실행하는 거야. 알겠어?]
[하아...하아...넵. 누나.]
[내가 너 잘 생겨서 봐준다. 앞으로 2년만 더 익히면 진짜... 완전 내 취향일 거 같은데.]
어린 호스트의 얼굴을 유심히 살피며 배시시 미소를 짓는 백하윤.
그녀가 말했다.
[아무튼 오늘은 잘못했으니까 형들이랑 섹스하는 동안 무릎 꿇고 손들고 있어. 알겠어?]
[네. 죄송합니다...]
백하윤은 피식 웃으며 뒤돌아섰다.
그리고 ‘나 공주님 안기 해 줄 사람~~’이라고 외치자 주위의 호스트들이 너도나도 안겠다고 달려들었다.
영상은 그렇게 끝이 났다.
“백하윤.....”
정성아는 백하윤의 이름을 짓씹는 듯한 어투로 중얼거렸다.
그리곤 의자에서 벌떡 일어나더니, 방 안에 있는 백하윤의 흔적을 모조리 찢어발기기 시작했다.
-부우욱! 부욱!
두 갈래로 찢어지는 백하윤의 브로마이드.
바닥에 내팽개쳐지는 포토북.
가위로 갈기갈기 찢어지는 백하윤의 캐릭터 스티커, 양말, 맨투맨, 에코백.
그리고 폰에 저장된 그녀의 동영상과 사진까지.
정성아는 백하윤의 흔적을 자신의 삶에서 치워버렸다.
그녀는 그 일련의 행위를 하며, 눈물을 줄줄 흘리고 있었다.
“하으윽.... 언니! 언니가 어떻게 나한테! 언니가 어떻게! 언니가! 흐윽... 내가 얼마나 언니를 존경했는데! 내가 얼마나!”
정성아는 미친 사람처럼 혼잣말을 중얼거리며 백하윤과 관련된 모든 물건을 부숴댔다.
그렇게 한참을 부수고 찢고 삭제를 하고 나니, 백하윤과 관련된 것은 이제 딱 하나만이 남게 되었다.
컴퓨터에 저장된 ‘올해의 신인상 수상 소감’ 영상이었다.
‘우리 윤짱의 첫 연기 수상♥’
영상의 제목은 ‘우리 윤짱의 첫 연기 수상♥’
제목대로, 영상의 내용은 백하윤이 드라마 ‘스타의 탄생’으로 신인상을 받는 내용이었다.
백하윤은 수상 소감으로 어린 꿈나무들에게 희망을 전하는 메시지를 남겼고, 그것은 정성아의 마음에 큰 울림으로 다가왔었다.
[삭제하시겠습니까?]
허나 정성아는 알아버렸다.
자신을 아이돌의 길로 이끌어준 그녀의 수상 소감 역시 거짓이라는 것을.
정성아는 파일을 지운 뒤 컴퓨터를 종료했다.
그리고 터덜터덜 자신의 침대로 걸어가, 이불을 뒤집어쓰고 눈물을 쏟아냈다.
정성아는 그렇게 하루 종일 눈물을 흘렸다.
***
“굳이 이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습니까?”
미스터 최의 개인 집무실.
부하의 말에 미스터 최가 고개를 돌렸다.
그는 자신의 심복을 바라보며 피식 미소를 지었다.
“정성아는 그만한 가치가 있다. 한 번 제대로 키워보려고.”
“리스크가 크지 않습니까. 만약 자신의 가족이 주인님의 손에 넘어갔다는 걸 알게 된다면...”
“종필아.”
“예. 주인님”
“내 실력을 못 믿는 거냐.”
“..... 아닙니다. 다만 ‘파일’까지 정성아의 손에 쥐여주지 않았습니까. 그게 어떤 변수로 작용할지...”
“큭큭. 걱정마라. 파일이 있다 해도 파일 안의 놈년들과 같은 수준으로 떨어트리면 그만이다. 게다가 정성아에 대한 사전조사도 완벽하게 해놓지 않았나. 내 설계는 완벽하다.”
“예 주인님. 감히 의심해서 죄송합니다.”
“크큭. 됐다. 너처럼 의심하는 놈도 있어야지. 아무리 나라도 틀릴 수 있으니.”
“아닙니다. 주인님은 완벽합니다.”
“뭐 그건 그렇고, 백하윤한테 전화해봐라.”
‘백하윤’이라는 이름이 나오자 눈썹을 꿈틀거리는 미스터 최의 심복.
허나 그는 이내 표정을 지우며 자세를 낮췄다.
“..... 예.”
미스터 최의 심복은 백하윤에게 전화를 건 다음 자신의 주인에게 넘겨주었다.
발신음이 울리기 시작했다.
-뚜루루루... 뚜루루루....
-달칵.
“주인님~♥ 오랜만이에요.”
“크큭. 잘 지내고 있었나.”
“물론이죠. 주인님의 자지가 그리운 것만 빼면?”
“음. 나도 네년의 몸뚱아리가 그리워질 참이었는데, 조만간 만나지.”
“어머. 영광이죠. 주인님한테 졸업하고 얼마나 외로웠다구요~”
“크큭. 이제 입에 발린 말도 잘 하게 되었군.”
“에이. 다른 누구도 아니고 주인님인걸요? 여전히 사랑하고 있어요~”
“크큭. 날 사랑한다는 년이 내 뒤를 그렇게 캐고 다녔나.”
“으응~ 눈치도 좋으셔. 팬심이라고 생각해주세요.”
“팬심이라. 이거 교육이 필요해 보이는군.”
“졸업생한테 교육이라뇨~”
“크큭. 그래서, 받기 싫은가?”
“아뇨. 무슨 그런 말씀을. 주인님의 그리운 자지로... 마음껏 혼내주세요. 미천한 노예년의 머리를 짓밟아주세요오...♥”
“벌써 참기 힘들군. 3일 뒤 그 장소에서 만나는 건 어떻나.”
“그 장소 말인가요. 그립네요. 주인님을 만나러 가는 날이면 두근거렸는데.”
“나이를 먹더니 감상적이게 됐군.”
“에이~ 여자에게 그런 말은 실례에요. 그보다, 우리만의 장소에 새파랗게 어린 애를 데리고 왔던데, 절 보자고 하는 것도 그 애 때문이죠?”
“크큭. 네년의 관음증은 갈수록 심해지는군.”
“팬심이죠 팬심. 주인님에게 향하는 애.정♥”
“나를 향한 애정이라. 그러면 여전히 내게 복종할 준비가 되어있나”
“... 말했잖아요. 전 주인님의 영원한 노예라고. 다른 어린 년을 취하려는 건 좀 질투 나긴 하는데, 너그럽게 넘어가 볼게요.”
“그래. 서로 좋게좋게 가는 게 좋을 거야. 나도 네년이 심어놓은 첩자를, 너그러이 봐주고 있으니 말이야.”
“후후. 서로 눈을 붙여놓은 건 피차일반인 걸요~ 민준이는 제가 예뻐하고 있으니 걱정마세요~”
“크크크크크큭... 그래. 너도 이제 급이 있지. 너무 어린애로 봤군.”
“그럼요~ 주인님과 함께 한세월이 얼만데.”
“그래. 어쨌든 3일 뒤 그곳에서 보자고.”
“이잉~ 벌써 끊으시려고요? 목소리 더 들려주세요오~♥”
“질척거리지 마라. 끊는다.”
“후후. 3일 뒤에 봐요. 나의 주인님.”
-삑
미스터 최는 전화를 끊은 뒤 진한 미소를 머금었다.
그는 ‘아주 요망한 년이 다 됐어’라고 중얼거리며 그의 부하에게 폰을 넘겨주었다.
부하는 절도있는 자세로 폰을 받아 주머니 안으로 밀어 넣었다.
“종필아.”
그때, 미스터 최가 돌연 표정을 지우며 그의 부하를 불렀다.
부하는 직각으로 고개를 숙이며 답했다.
“예. 주인님.”
“그립진 않나. 네놈의 전 여자친구 말이야.”
“..... 하윤이의 소식은 영상만으로도 충분합니다.”
“그런가. 그러면 이번 영상도 기대해라. 이 요망한 것을, 아주 제대로 혼내주고 올 테니 말이야.”
“예. 감사합니다. 주인님”
다음화 보기
야심한 새벽.
어느 정도 맨탈을 회복한 정성아가 스르르 눈을 떴다.
그녀는 부스스한 머리로 상체를 일으킨 뒤, 멍한 얼굴로 허공을 응시했다.
백하윤의 충격적인 행태가 아른거리기 시작했다.
“.....”
USB에 들어있던 충격적인 진실.
자신의 뮤즈이자 목표였던, 백하윤의 추악한 실태.
하지만 그것 말고도 저 USB 안엔 더욱 많은 악이 남아있었다.
백하윤은 그저 하나의 폴더로 분류된 방송 업계의 일면 중 하나일 뿐.
아직 저 USB엔 더욱 추악한 것들이 많이 들어있었다.
-저벅. 저벅.
정성아는 컴퓨터로 걸어갔다.
본체의 전원을 켠 뒤, USB 폴더에 들어가 영상을 하나하나 재생하기 시작했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정성아의 표정이 싸늘하게 변해갔다.
“이것도 조작이었나.”
아이돌 서바이벌 프로그램.
참가자의 노력과 팬들의 응원으로 살아남은 줄 알았던 5인조 걸그룹은, 로비를 해서 부정한 방법으로 얻어낸 결과물이었다.
정성아는 퀭한 눈으로 고개를 끄덕이며 다음 영상을 재생했다.
“... 배PD님”
다음 영상은 자신과 친하게 지내는 배PD가 성상납을 받는 내용이었다.
항상 자신을 챙겨줬던 믿음직한 사람이 여자를 끼고 음탕하게 노는 모습은 백하윤만큼 충격적이게 다가왔다.
-달칵.
정성아는 다음 영상을 재생했다.
이번 영상은 한 정상급 남자 아이돌이 자신의 팬을 강간하고 입막음을 하는 영상이었다.
또 다음 영상은 예능 프로그램 고정출연을 걸고 한 여 아이돌이 PD와 성관계를 하는 영상이었고, 다음 영상은 몇몇 여배우가 자본가에게 몸을 파는 영상이었다.
그렇게 정성아는 다음 영상, 또 다음 영상으로 넘어가, 장장 5시간 동안 파일 안의 동영상을 대부분 시청하였다.
그러다 보니 어느새 아침이 밝아왔다.
“.....프흐흐...크흐흐..흐흐흐흐흐...”
돌연 터져 나오는 웃음.
너무 거대한 진실을 마주해버린 그녀는, 눈물을 흘릴 힘도 없었다.
분노할 에너지도 남아나지 않았다.
그저 이딴 곳을 위해 그동안 인생을 허비했나, 그런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난 도대체 뭘 위해...”
그 누구보다 열심히 노력했다.
백하윤처럼 빛나는 사람이 되기 위해 열심히 춤을 추고 노래를 부르고 작곡・작사 영어공부까지 열심히 했다.
그런데 그 결과가 고작 이것이라니.
자신이 꿈꾸고 있던 그 빛나는 모든 것이, 다 거짓이고 기만이었다니.
이제 나는 어떻게 해야 한단 말인가.
“그냥, 다 포기할래...”
정성아는 비틀비틀 침대로 걸어갔다.
침대에 얼굴을 파묻고, 다시 눈을 감았다.
더 이상 아무것도 생각하기 싫었고,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았다.
정성아는 그렇게 깊은 수마에 빠져 모든 걸 던져버리기로 했다.
그동안 끊임없이 열정을 불태웠던 만큼, 이제는 완전한 무기력함에 빠져 잠만 자는 일상을 보내기로 했다.
***
5일이 지났다.
그동안 정성아는 말 그대로 잠만 자는 하루를 보냈다.
밥도 거의 먹지 않고, 오로지 잠만 자는 하루하루를 보냈다.
물론 중간에 남자친구가 걱정하여 찾아오긴 했지만, 그냥 몸이 아프다고 대충 돌려보냈다.
USB에서 본 것에 대한 건 얘기조차 꺼내지 않았다.
그냥 생각 자체를 하기 싫었다.
-까득.
그렇게 무기력증에 빠져있던 정상아가, 돌연 이를 갈며 몸을 일으켰다.
오늘은 ‘남자’와 만나기로 했던 약속의 그 날이기 때문이다.
“왜 나에게 이딴 걸 보여줘선!”
차라리 모르고 살았으면 좋았다.
현실에 막히고 부딪혀 결국 꿈을 이룰 수 없더라도, 차라리 못다 이룬 꿈을 가슴에 품고 살아가는 편이 훨씬 나았다.
하지만 남자가 준 USB 파일 덕분에 더 이상 꿈꿀 수도 없게 되어버렸고, 자신의 소중한 사람들의 추태까지 마주 보아야 했다.
정성아는 주먹을 꽉 움켜쥐곤 몸을 일으켰다.
-벌컥!
거침없이 열리는 현관문.
정성아는 씻지도 않고 밖으로 나왔다.
뿐만 아니라 옷차림새 또한 신경도 쓰지 않은 채 무작정 걸어갔다.
츄리닝에 슬리퍼. 머리는 산발이었지만, 정성아에게 그딴 건 아무래도 상관없었다.
그저 자신을 이 지경까지 몰아넣은 남자에게 욕을 퍼붓고 싶었다.
그에게 따지고 싶은 마음뿐이었다.
“..... 정성아님 되십니까.”
그렇게 호텔 안내인 앞에 도착했다.
그는 자신을 보고 잠깐 놀란 표정을 지었지만, 이내 표정을 지우고 자신의 본분을 수행하기 시작했다.
“안내해드리겠습니다. 따라오시지요.”
정성아는 안내인의 뒤를 따라갔다.
예전과 똑같은 루트, 똑같은 장소에 도착했다.
어느새 그녀는 남자가 기다리는 스폐셜 룸 앞에 서게 되었다.
“그럼 즐거운 시간되십시오.”
안내를 마치자 퇴장하는 안내인.
정성아는 노크도 하지 않고 문을 벌컥 열었다.
마음 같아선 남자의 멱살을 잡고 두들겨 패고 싶은 마음이었다.
하지만 기세 좋게 문을 열었던 정성아는, 그대로 굳고 말았다.
문을 연 곳엔, 남자가 아니라 백하윤이 쇼파에 앉아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녀는 요염한 눈으로 자신을 흘겨보며 입을 열었다.
“기다리고 있었어요. 성아양. 이리 와서 앉아요.”
***
야심한 밤.
이신아는 침대에 누워 스마트폰을 만지작거리고 있었다.
다음 네토라세 플레이를 해줄 ‘플레이남’을 물색하기 위해서였다.
[ㄹㅇ정액도둑이십니다. 벌써 님 사진으로 3발째 빼고 있는 중입니다... 님의 벌렁이는 똥꼬에 한 발...움찔거리는 보지에 한 발..... 살포시 웃고 있는 입술에 한 발..... 정말 깊숙이 박아넣고 싶습니다...]
‘플레이남’을 물색하는 방법은 간단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