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63화 (63/303)

그렇게 녹음파일은 끝이 났다.

정현재는 눈물범벅이 된 얼굴로, 이어폰을 뽑았다.

그리고 두 손으로 얼굴을 덮은 뒤 한참을 흐느꼈다.

“흐흐흐흑...흐흐...흐흐흐흑....”

그는 느낄 수 있었다.

아무리 ‘플레이’를 가장하고 있다지만, 지금 아내의 모습은 뒤틀려있었다.

아내는 진심으로 이 ‘플레이’라는 것을 즐기고 있으며, 자신을 괴롭히고자 하는 ‘악의’또한 분명히 가지고 있었다.

그렇지 않고서는 이렇게 자신을 가지고 놀 듯 메시지를 보낼 순 없을 것이다.

아내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이런 잔인한 여자가 되어버린 거다.

“하으윽...으윽....으으...”

하지만 동시에, 굉장히 흥분됐다.

예전의 순수하고 자신밖에 모르던 아내는 사라졌지만, 대신 남자의 정욕을 빨아먹는 음란귀 같은 모습으로 재탄생했다.

그의 자지가 불끈불끈 솟아오르기 시작했다.

“어떻게, 도대체 어떻게...!”

도대체 언제부터였을까.

그 순수했던 아내가 이런 음란한 기질을 싹틔운 순간이.

..... 혹시 그동안 아내에게 무심한 탓에 못 알아봤던 것은 아닐까.

매일 밤 스스로 외로움을 달래는 과정에서 자신을 원망하고, 그 뒤틀린 마음이 이런 음란한 행위에 빠져들게 만든 것은 아닐까.

“전부, 전부 나 때문이야... 내가 조금만 더 신경 써줬더라면...”

정현재는 그렇게 자신을 탓하며 머리를 움켜쥐었다.

어두컴컴한 거실에서 눈물을 떨어트리며, 한참을 자괴감의 늪에 빠져있었다.

-삑. 삑. 삑. 삑.

그렇게 얼마나 괴로워하고 있었을까.

마침내 현관문이 열리며, 아내가 모습을 드러냈다.

그녀는 자신의 눈치를 살피며 조심스레 집안에 발을 들이고 있었다.

그 모습이 예전의 아내를 보는 것 같아 기분이 한결 나아졌다.

“..... 왔어?”

“응... 어땠어?”

정현재는 대답을 망설였다.

그가 느꼈던 수많은 감정을, 하나의 문장으로 표현할 길이 없었다.

다만 이거 하나만큼은 확신할 수 있었다.

오늘 하루, 자신은 인생을 통틀어 가장 성적으로 흥분했고, 최고의 쾌락을 느꼈다.

마치 발기부전 따위 오래전에 극복한 것 마냥, 그의 자지는 다시 우뚝 솟아올랐다.

“... 좋았어.”

그래서 그냥 좋다고 답했다.

자신은 아내를 오랫동안 방치했고, 아내는 이런 음란한 행위를 탐하는 저속한 여자가 되어버렸다.

하여 억지로 아내를 바꾸려 하기보단, 이 미친 짓에 좀 더 어울려주기로 했다.

물론 그에 따른 괴로움은 오롯이 자신이 감당해야 하지만, 어찌 됐든 아내가 바라는 성적 만족은 둘 다 이뤄낼 수 있지 않은가.

이 일로 인해 자신은 그 어느 때보다 아내를 원하게 되었고, 발기부전도 완벽하게 고칠 수 있었다.

아내 또한 그동안 참아왔던 뒤틀린 성욕을 마음껏 분출할 수 있지 않았나.

“다행이다. 싫어하면 어쩌나 걱정했는데.”

“.... 엄청 흥분했어. 아직도 가라앉질 않았네.”

우뚝 솟은 정현재의 자지.

이신아가 그에게 다가갔다.

그녀는 손이 스르륵- 그의 그곳에 감겼다.

“이번엔 제대로 할까...♥”

“응. 이번엔, 끝까지.”

둘은 그대로 침대로 갔다.

그리고 수십 년 전 처음 연인이 되었던 그때처럼 격정적인 섹스를 나눴다.

하지만 마냥 그 시절 그때처럼 순수한 섹스는 아니었다.

중간중간 이신아가 정현재의 유두를 세게 꼬집는 다거나, 이빨로 어깨를 앙 깨문다거나, 정현재의 허리를 부러뜨릴 기세로 허벅지를 조인다든지 하는 온갖 가학적인 행위를 해댔다.

“여, 여보. 내 거기 빨아줘... 얼른... 거기 빨아줘.”

또한 섹스의 막바지에 이르자, 이신아는 이번에도 자신의 그곳을 핥아달라고 요구했다.

정현재는 군말 없이 아내의 음부에 얼굴을 처박고 보지 속을 핥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때.

-꽈아아아악....

이번에도 어김없이, 이신아의 허벅지가 그의 얼굴을 감싸며 압박하기 시작했다.

마치 질식사라도 시킬 기세로 온 힘을 허벅지에 모아, 빠져나갈 틈을 주지 않았다.

어찌나 힘을 줬는지 ‘끄으응’ 안간힘을 쓰는 소리를 내며 이마에 힘줄이 돋아날 정도였다.

-프샤아아아앗....

이신아는 음액을 마구 싸대기 시작했다.

자신의 허벅지에 갇혀 발버둥 치는 남편의 꼬라지를 보니, 강렬한 쾌락이 그녀를 덮치며 강렬한 절정에 이르게 되었다.

“읍...으읍...! 으으읍...!”

정현재는 분수처럼 뿜어져 나오는 아내의 음액을 억지로 마시고 있었다.

자신을 질식시킬 기세로 조이는 허벅지의 압박 탓에, 아내가 싸대는 애액을 얼굴 정면으로 받아낼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한동안 숨조차 제대로 못 쉰 채 애액을 마셔야만 하는 시간이 1분 남짓 지나자, 강렬한 오르가즘이 전류처럼 찌릿하고 퍼져나가기 시작했다.

마치 목매단 사람이 죽기 직전 강렬한 절정에 이르는 것처럼, 정현재 또한 정액을 오줌처럼 주르륵 흘리며 두 눈을 뒤집기 시작했다.

“크흡....후웁.....키익....”

의식이 흐릿해지며, 서서히 암전되어가는 세상.

정현재는 난생처음 겪는 쾌락의 향연에 이대로 죽어도 좋다고 생각했다.

음탕한 음란귀로 변모해버린 아내의 허벅지에 갇혀, 그렇게 세상을 떠나는 것도 썩 나쁘진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키히힛...♥ 크흐흐...”

그리고 그 광경을 보며 키득 웃는 이신아.

부부는 비정상적인 형태로 절정을 맞이하고 있었다.

남편은 아내의 허벅지에 갇혀 절정하고 있었고, 아내는 그런 남편을 바라보며 연신 분수 같은 애액을 뿜어대고 있었다.

-스르륵...

그렇게 이신아의 오르가즘이 최대치로 오르자, 그녀의 허벅지에도 슬슬 힘이 풀리기 시작했다.

정현재는 거의 기절 직전이 되어서야 그녀의 허벅지 감옥을 탈출할 수 있었다.

“.....크훅! 켈록-! 켈록! 켈록.... 하아...하아...”

그동안 쉬지 못했던 숨을 한 번에 몰아쉬는 정현재.

그는 고개를 들어 올려 아내를 바라보았다.

아내는 눈을 완전히 까뒤집은 채, 어떤 이상한 말을 중얼거리고 있었다.

그로선 알아들을 수 없는 옹알이에 가까운 말이었다.

이신아는 예의 그 ‘기도문’을 중얼거리고 있었다.

‘나 이신아는 발기부전에 능력도 쓰레기인 남편 정현재를 더 이상 사랑하지 않습니다....위대한 주인님만을 사랑하겠습니다...♥’

***

한편 자취방으로 돌아온 정성아는 남자가 준 USB를 들고 있었다.

과연 이 안에 어떤 내용이 들어있을지,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컴퓨터에 연결해보았다.

정성아는 마우스를 움직여 USB 폴더를 더블클릭했다.

-달칵. 달칵.

“.....”

폴더의 내용을 확인한 정성아는 그대로 굳어버렸다.

폴더 안엔 수많은 동영상과 사진이 있었는데, 동영상의 썸네일과 사진의 내용이 가히 충격적이었다.

자신이 아는 유명 연예인들이, 나체의 모습으로 성행위를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

절대 열어선 안 될 판도라의 상자를 연 기분.

정성아는 멍한 눈으로 동영상과 사진의 향연을 훑어보았다.

척 보기에도 정상적이지 않은 사진과 영상 투성이었다.

굳이 클릭해보지 않아도, 그 문란함의 정도를 여실히 느낄 수 있는 썸네일이었다.

[필독.txt]

그러던 중, 어떤 메모장 파일이 눈에 들어왔다.

정성아는 그것을 더블클릭해 내용을 확인해보았다.

[선물은 마음에 드나. 우선 노파심에 하는 말인데, 혹시라도 이걸 경찰에 넘길 생각은 하지 않는 게 좋을 거다. 너 따위가 뒷감당할 만한 파일이 아니다.]

정성아는 침을 꿀꺽 삼켰다.

메모장 속 남자의 말대로, 자신은 이 파일을 감당할 만한 그릇이 못 된다.

아니, 상류사회의 거물급이 아닌 이상, 그 누구도 이 파일의 후폭풍을 감당할 수 없을 것이다.

유명 연예인 수십 명이 연관되어있는 이 파일은, 필시 대한민국 최대 규모의 파문을 일으킬 것이다.

정성아는 그렇게 생각을 정리하며 다음 내용을 읽었다.

[내가 이 파일을 준 이유는 잘 알 것이다. 방송가의 추악한 면면을 샅샅이 확인하고, 이제 그만 꿈에서 깨길 바라는 마음에서 준 것이지. 그러니 허상은 그만 쫓아라. 이 파일을 보고, 현실을 직시해라. 그럼 다음 주 약속 장소에서 기다리고 있겠다.]

이제 그만 현실을 바라보라는 그의 말.

정성아는 고개를 숙인 채 주먹을 움켜쥐었다.

만약 자신이 이 파일을 보게 된다면, 다시는 예전으로 돌아갈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 앞섰다.

“.....”

허나, 궁금했다.

USB 안에 따로 분류된 ‘백하윤’ 폴더가 신경 쓰여 견딜 수가 없었다.

어린 시절 자신이 동경했던 백하윤이 어떤 다른 면모를 가지고 있을지, 도저히 궁금해서 견딜 수 없었다.

-달칵. 달칵.

때문에, 정성아는 파멸의 문을 열기로 했다.

‘백하윤’이라 저장되어 있는 폴더를 더블클릭해서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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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성아는 USB에 따로 분류된 백하윤 폴더를 클릭했다.

그러자 그녀와 관련된 여러 동영상 파일이 나타났다.

동영상의 썸네일엔 그녀의 나체가 대부분이었다.

“하하...”

허탈하게 터져 나오는 웃음.

우상의 추악한 면모를 보는 것은 이리도 낯선 기분이었다.

그동안 그녀를 바라보며 달려왔던 모든 시간이 부정당하는 기분이었다.

항상 그녀를 응원하고, 그녀의 영상에 댓글을 달고, 그녀의 노래와 춤을 분석하고, 그녀의 발자취를 따라 아이돌이 된 자신이, 한없이 작아지는 것만 같았다.

“.....”

그동안 알아왔던 백하윤의 이미지와 너무나 다른 동영상의 썸네일.

가슴 속에서 무언가 쿵- 하고 내려앉았다.

지금 이 기분은 뭐랄까, 마치 업소녀와 2차를 뒹굴고 나온 아빠를 마주친 더러운 기분이었다.

물론 아빠가 절대 그럴 사람은 아니란 걸 알고 있다.

굳이 비유하자면 그렇다는 것이다.

-달칵. 달칵.

어쨌든, 정성아는 동영상을 클릭했다.

이대로 컴퓨터를 꺼버릴까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왠지 모르게 동영상에 손이 갔다.

그렇게 동영상이 재생되기 시작했다.

[흐응~♥ 회장님. 저번에 말씀드린 작품~ 주연 자리 제가 어떻게 할 수 없을까요? 네에-?]

늙은 남자의 품에 나체로 들러붙은 백하윤.

정성아는 그녀의 머리 스타일을 보자마자 이 영상이 7년 전의 영상임을 알 수 있었다.

백하윤의 주가가 한창 오르고 있을 때였다.

[크큭. 우리 하윤이가 좀 더 나를 즐겁게 해주면 고려해보지.]

[아응~♥ 쉽게 넘어가시는 법이 없다니까. 뭐 해드릴까요♥]

[으음... 그래! 그 춤 한번 춰봐라. 요즘 유행하는 곡 있지 않나!]

[아아~ 온리유 말씀이시죠?]

[그래. 그거. 내가 가져온 의상 입고 한 번 춰봐라.]

[네♥]

온리유.

걸그룹 티네이져를 스타반열에 오르게 한 대히트곡.

백하윤은 그 곡을 바니걸 의상을 입고 부르기 시작했다.

유두와 엉덩이가 그대로 노출된 음란한 복장을 입은 채, 늙은 남자 앞에서 엉덩이를 열심히 흔들어댔다.

노인의 자지가 점점 부풀어 오르기 시작했다.

[크크큭. 우리 하윤이 꼬리 살랑살랑~ 해봐라]

백하윤은 음탕한 미소를 지으며 엉덩이를 회장 앞에 내밀었다.

그리고 토끼 꼬리 모양의 애널비즈를 꽂은 엉덩이를 열심히 흔들어댔다.

-달칵.

하지만 정상아는 뒷 내용을 보지 않고 그대로 영상을 꺼버렸다.

그리곤 거친 호흡을 하아-하아- 내뱉으며 두 눈에 고인 눈물을 훔쳤다.

“흐으으...흐으읍...흐으으...”

터져 나오려는 울음을 간신히 참는 정성아.

백하윤은 인생의 목표였다.

자신의 꿈이자 우상이며, 그녀의 영원한 뮤즈였다.

드라마 ‘스타의 탄생’에서 백하윤을 보고 입덕하여, 7년이 넘는 시간 동안 그녀의 팬이었고 그녀처럼 빛나는 사람이 되고 싶어 아이돌을 꿈꾸게 되었다.

허나 백하윤의 실체는 저토록 추악했다.

자신이 그녀에게 빠지게 된 이유인 ‘스타의 탄생’도 결국 늙은 남자에게 자신의 성을 팔아 부정한 방법으로 얻어낸 배역이었다.

-꽈아아악...

정성아는 배신감에 주먹을 부들부들 떨었다.

‘스타의 탄생’에서 백하윤은 연기력 논란에 휩싸였지만, 정성아는 적극적으로 나서 백하윤을 변호하곤 했다.

실제로 회차가 거듭될수록 백하윤의 연기도 좋아져서, 그녀의 성장에 뿌듯함을 느끼던 정성아였다.

그뿐만 아니라 그녀의 사진, 동영상, 굿즈, 콘서트, 팬사인회 등등 그녀의 모든 발자취를 쫓던 자신이었다.

하지만 그녀의 실체는...

-달칵.

정성아는 다음 영상을 클릭했다.

마치 무언가에 홀린 듯, 백하윤의 추악한 과거를 뒤져보기 시작했다.

그중에선 호스트 여러 명을 데리고 놀며 스트레스를 푸는 영상도 있었다.

영상 속의 백하윤은 마치 악마 같았다.

[크히히히히... 야, 서민준. 벌주 마셔.]

[어.... 누나. 그래도 이건. 이건 좀.....]

1년 전의 백하윤이 어린 호스트에게 마시라고 하는 벌주.

그것은 자신의 질내에 있던 다른 호스트의 정액이 섞인 벌주였다.

그녀는 지금도 자신의 음부에서 정액을 긁어내어 벌주에 섞고 있었다.

[크흐흐. 왜? 못 마시겠어?]

[누나... 그게 아니고.]

약에 취한 듯 비틀비틀 몸을 가누지 못하는 백하윤.

그녀 주위엔 건장한 남자 셋이서 그녀의 눈치를 살피고 있었다.

그중 한 남자가 앞으로 나서며 그녀의 어깨를 잡았다.

[에이~ 누나. 이런 재미 없는 거 말고, 우리 한 번 더 하러 가요. 누나랑 같이 껴안고 싶어요.]

[우웅~ 우리 하진이! 자~알 생겼다아...]

[하하하. 뭘요.]

[그럼 한 번 더 할까?♥]

[네네. 바로 가시죠.]

[그래도~ 잠깐 기다려봐. 민준이 이 자식 벌주 안 마셨잖아.]

[.....]

[야! 서민준! 네가 감히 내 명령을 거부해? 엉!?]

[누나... 제가 잘못했어요. 죄송, 죄송합니다.]

[잘못했으면 혼나야지. 빨리 마셔.]

[누나. 제발.....]

[하아. 야, 니들]

백하윤의 냉기 어린 말에 일동 차렷 자세를 하는 호스트 선수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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