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식은땀을 흘리고 있는 아내.
남편이 차키를 움켜쥐며 말했다.
“침대 밑 어디?”
순식간에 바닥에 엎드려 침대 밑을 확인하는 남편.
이신아는 갑작스러운 남편의 행동에 덜덜 떨리는 목소리로 답했다.
“저, 저기. 바깥쪽에...있더라고.”
“아~”
다시 일어서는 남편.
그러더니 남편은 벽장으로 쿵쿵 걸어가 하나하나 문을 열어보기 시작했다.
-드르르르륵.
“뭐, 뭐하는 거야!”
-드르르륵
“여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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빠른 속도로 벽장을 열고 있는 남편.
이신아는 그 절망적인 광경을 바라보며 남편에게 다가갔다.
거칠게 문을 여는 그의 팔을 잡아끌며 고성을 질렀다.
“뭐 하는 거야! 갑자기 왜 이래?”
“.....”
이신아를 돌아보는 남편.
그의 두 눈엔 절망이 자리 잡고 있었다.
“난 당신 얼굴만 봐도 무슨 생각하는지 알아! 근데 지금 당신 얼굴은...!”
잠시 숨을 고르고, 이어 말하는 남편.
“지금 당신. 거짓말하고 있어. 안 그래?”
“.....”
할 말을 잃은 이신아.
그녀의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남편은 자신은 의심하고 있고, 이곳엔 미스터 최가 숨어있다.
어떻게든 묘수를 생각해내야 한다.
“..... 그래. 그렇단 말이지... 그걸 꼭, 보고 싶단 말이지...”
하여 이신아는 먼저 선수를 치기로 했다.
이렇게 남편이 무작위로 벽장을 여는 이상, 이쪽에서 먼저 패를 던져 시선을 돌릴 수밖에 없었다.
-쿵. 쿵. 쿵. 쿵.
이신아는 빠른 걸음으로 제일 좌측의 벽장으로 걸어갔다.
그리고 자신의 옷이 들어있는 벽장을 연 뒤, 여행용 배낭에 숨겨둔 각종 음란한 옷을 무더기로 꺼내 남편 앞에 던졌다.
-후두두둑.
“당신이 기어코 찾고 싶어 하는 거. 이게 그거야. 이제 직성이 풀려?”
남편은 다소 충격받은 얼굴로 바닥에 깔린 옷들을 보았다.
그곳엔 미스터 최의 자지 크기를 본 따 만든 딜도도 함께 있었다.
“당신.....!”
정현재는 무릎을 꿇어 이신아가 던진 옷들을 하나하나 살펴보았다.
음탕하기 그지없는 각종 소품과, 옷이라기보단 천 쪼가리에 가까운 외설스러운 옷들을 눈에 담으며 깊은 침음을 흘렸다.
“당신 애 엄마야...! 애 엄마가 어떻게 이런 옷을!”
“애 엄마면. 나는 여자도 아니야? 나는 그냥, 아이만 돌보는 기계야?”
“당신...”
고개를 돌린 뒤 분한 듯 눈물을 글썽이는 아내.
정현재는 혼란스러움을 느끼며 눈앞의 저속한 옷을 다시 보았다.
너튜브에 올리는 미시 느낌의 코스프레도 충분히 야한 느낌을 자아냈지만, 이건 차원이 달랐다.
중요 부위는 하나도 가리지 않는, 그야말로 교미만을 위해 고안된 디자인이 아닌가.
-스윽.
또 자신의 손에 들린 이 딜도.
자신의 것과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거대한 흉물을 본 따 만든 이 딜도.
아내는 이 딜도를, 도대체 언제부터 사용해왔단 말인가.
“우리 말이야. 안 한 지 얼마나 오래된 줄 알아?”
그때였다.
이어지는 아내의 말에 정현재의 눈이 번쩍 떠졌다.
그가 고개를 들어 아내를 바라보자, 그녀가 쓸쓸히 웃으며 말을 이었다.
“기억도 안 나지? 우리가 언제 정을 나눴었는지.”
남편은 고개를 떨궜다.
이제 자신도 나이가 들었고, 아내도 나이가 들었으니 그런 욕구를 느끼지 않는 줄 알았다.
아니, 어쩌면 그런 생각은 자기합리화일지도 모른다.
잘 서지 않는 자신의 성기를 ‘아내도 원하지 않는다’라는 억측으로 합리화하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나도 여자야. 여자라고. 그런데 당신은 몇 년간 날 안아주지도 않았어. 그게 얼마나 날 비참하게 만드는지 알아?”
아내를 비참하게 만드는 남편.
정현재는 가슴이 찢어지는 듯한 아픔을 느꼈다.
그동안 아내의 따스한 말과 행동은 모두 날 위해 숨긴 거짓이었나.
매일 밤 사무치는 외로움을 달래려, 이 흉포한 딜도를 사용해왔단 말인가.
“몰랐어. 전혀 몰랐어...”
몰랐단 말을 중얼거리며 자신의 얼굴을 두 손으로 감싸는 정현재.
이신아는 그런 그를 보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될 대로 되라며 던진 옷들과 변명이, 제대로 먹혀든 것이다.
“여보.”
이신아는 좌절한 남편에게 다가갔다.
그리고 무릎을 꿇어 그와 눈높이를 맞춘 뒤, 그의 얼굴을 천천히 들어 올렸다.
이신아는 그의 눈을 들여다보았다.
“..... 당신, 나 사랑해?”
이 순간 이신아의 물음은 진심이었다.
이번 사건으로 감정의 화산이 폭발한 탓인지, 남편과 솔직한 심정을 나누고 싶어졌다.
자신을 배신한 그의 심정을 듣고 싶었다.
“사랑하지. 이 세상 그 무엇보다.”
남편은 이신아의 눈을 똑바로 들여다보며 확신에 찬 답을 했다.
그의 답에 이신아의 눈동자에 물기가 차올랐다.
그녀가 답했다.
“그럼 날 안아줘.”
이신아는 그렇게 말하며 드레스를 풀었다.
철저한 식단과 운동으로 가꾼 몸을 남편 앞에 드러내며, 그의 목덜미를 끌어안았다.
그리고 그의 귀에 대고 속삭였다.
“제발.... 날 붙잡아줘.”
이신아의 흐느끼는 음성이 적막한 공간에 울려 퍼졌다.
그녀는 남편과 이하영의 격렬한 섹스장면을 떠올리며, 어깨를 덜덜 떨었다.
지금도 그 광경은 그녀에게 큰 트라우마가 되어, 그녀를 괴롭히곤 했다.
하지만 남편이 이하영을 격렬히 안았던 만큼 자신을 안아준다면, 그녀는 아직 남편을 용서할 마음이 있었다.
그뿐만 아니라, 여태까지 자신이 저지른 죄악을 고백하고 서로의 죄를 인정한 다음 다시 새출발하고자 하는 의지도 있었다.
그녀는 다시 한번 남편의 귀에 대고 속삭였다.
“날 안아줘...날 부서질 듯 안아줘. 부탁이야.”
미스터 최에 의해 사고가 뒤틀린 이신아.
이제 그녀는 격렬한 섹스를 통해서만 사랑의 크기를 느낄 수 있었다.
남편의 외도 때문에 사랑에 대한 확신을 잃은 그녀는, 다소 직접적이고 직관적인 ‘격렬한 섹스’를 통해 사랑의 크기를 확인하고 있는 것이다.
때문에 그녀는 이 세상 그 무엇보다, 그 누구보다 남편의 격렬한 섹스를 원했다.
그가 자신을 부술 듯이 안아주어, 그의 사랑을 재증명해주기를 바라는 것이다.
“.....시, 신아야...”
젊은 날의 아름다웠던 한때.
남편은 자신을 이름으로 불렀었다.
이신아는 다시 한번 자신을 이름으로 불러주는 남편에게 설렘을 느끼며, 그의 눈을 바라봤다.
그리곤-.
“하-읍!”
그녀는 그대로 남편의 입술을 덮쳤다.
그녀의 시간은 5년 전, 10년 전, 15년 전, 20년 전으로 돌아와, 자신의 모든 것을 버리고 그를 택했던 그 시절로 되돌아왔다.
이신아는 정현재를 사랑했다.
이 세상 그 무엇보다 사랑했다.
재벌가의 배경도 버릴 만큼, 어리석은 선택이라는 사람들의 손가락질도 견딜 만큼, 그를 원했고 행복을 증명했다.
“흐-읍.. 흐우움...하-읍...”
이신아는 이곳에 미스터 최가 숨어있다는 사실도 잊어버렸다.
그의 섹스 스킬이 아무리 대단하다 한들, 젊은 날의 정현재를 훼손할 순 없었다.
그는 자신의 모든 것이었으니까.
“오빠...오빠....”
이신아는 되찾길 원했다.
정현재가 자신을 ‘신아’라 부르고, 자신은 그를 오빠라고 부르던 시절.
그 설레고 풋풋했던 추억을 되찾길 원했다.
그리고 아직 그것을 재현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서로가 서로의 죄를 인정하고, 평생을 속죄하는 마음으로, 그렇게 다시 시작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
허나 남편의 반응은 어딘가 미적지근했다.
격렬히 혀도 섞지 않고, 자신의 몸을 끌어안지도 않았다.
이신아는 눈을 떴다.
“.....”
그곳엔 죄책감 가득한 남편의 얼굴이 있었다.
발기하지 않는 자신의 사타구니를, 절망이 가득 담긴 얼굴로 바라보는 그가 있었다.
“흐...흐흑....흐...”
돌연 눈가에 차오르는 눈물.
정현재는 울먹이는 이신아를 끌어안았다.
그가 소리쳤다.
“미, 미안해! 정말 미안해! 나도, 나도 노력하고 싶은데...!”
“이제 나 사랑하지 않는 거지...? 그치?”
“아니! 내가 널 왜 사랑 안 해! 나는...!”
“그럼, 그럼 왜.....”
걔랑은 그렇게 해댔는데.
라는 말을, 이신아는 간신히 삼켰다.
“신아야...! 여태, 여태 몰라줘서 미안해. 네가 그렇게 외로워하는 줄도 모르고... 그것도 모르고 나는...”
자신을 안은 채 연신 사과를 해대는 남편.
허나 이신아의 귀엔 더 이상 그의 말이 들리지 않았다.
마음을 단념한 그녀는 지그시 남편을 밀어내곤, 쓸쓸한 미소를 지었다.
“알았어. 나중에 얘기하자.”
“어?”
“나 준비해야 돼. 당신도 회사 가야지.”
“..... 그렇긴, 한데...”
“괜찮아. 나 진정됐으니까. 당신도 어서 회사 가.”
“... 그래. 아깐 미안했어. 친구들이랑 여행도... 잘 다녀오고.”
“응.”
남편은 고개를 떨군 채 몸을 일으켰다.
여전히 미련이 남은 듯 몇 번씩 근처를 서성였지만, 결국 문을 열고 퇴장했다.
감정이 폭풍이 휩쓸고 지나간 이곳은 정적만이 가득했다.
-벌컥!
그때, 안방에 딸린 화장실 문이 열리며 하얀 연기가 빠져나왔다.
미스터 최가 화장실에서 피워 올린 담배 연기였다.
“걱정했습니다. 신아씨가 다시 돌아갈까 봐.”
미스터 최가 나체 차림으로 화장실 밖으로 나왔다.
이신아는 고개를 들어 그의 육신을 바라보았다.
우람하게 솟은 그의 성기에 그녀의 시선이 고정되었다.
“하지만 아무래도, 남편분은 저만큼 신아씨를 원하지 않나 보군요.”
거대한 고목처럼 우뚝 솟은 그의 성기.
그것을 초점 없는 눈으로 바라보고 있는 이신아.
지금 그녀의 얼굴은 눈물 마른 자국이 곳곳에 있었다.
남편을 되찾길 바라는 마음에서 흘린 마지막 눈물이, 다 말라붙어버린 것이다.
-저벅. 저벅. 저벅.
미스터 최는 느긋한 걸음걸이로 이동했다.
그의 목적지는 환하게 웃는 웨딩 사진 밑에 있는, 부부의 침대.
그는 그곳에 누운 다음 이신아를 노려보았다.
여전히 이신아의 동공은 강대하게 솟은 자신의 흉물을 쫓고 있었다.
“신아씨가 목말라하는 그거. 제가 드리겠습니다. 이리 오세요.”
이신아의 목대가 울렁거렸다.
그녀는 기괴한 표정으로 입꼬리를 조금씩 올리더니,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그녀는 최면이라도 걸린 듯 미스터 최에게 다가갔다.
-뚝... 뚜둑...뚝.
그녀의 걸음걸음마다 애액이 뚝 뚝 떨어졌다.
남편에게 마지막 기회를, 아니. 자신이 마지막 기회를 붙잡고자 남편에게 처절하게 매달렸지만, 결국 그는 그 기회를 걷어차 버렸다.
그녀에게 남은 건 이제 하나밖에 없었다.
-스으윽....
이신아는 미스터 최의 바로 앞까지 다가갔다.
그녀는 침대에 올라가기 전, 포악하게 꿈틀거리는 그의 흉물을 바라보았다.
“신아씨. 어서-.”
얼마나 자신을 원하고 있으면, 저토록 꿈틀꿈틀 맥박이 뛰고 있을까.
이신아는 침대 위로 올라왔다.
스르륵 미끄러지듯 미스터 최의 배 위에 올라타, 한 손을 뒤로 뻗어 그의 흉물을 잡았다.
“.....!”
두근, 두근 뛰고 있는 그의 흉물.
손으로 느껴지는 뜨거운 열기.
이신아는 그것을 자신의 음부에 조준했다.
그리고 자신의 질 깊숙이, 밀어 넣었다.
“흐-읏!♥”
마치 새우처럼 크게 뒤로 휘는 이신아의 허리.
하지만 그것도 잠시, 그녀의 상체는 미스터 최의 품으로 그대로 떨어졌다.
미스터 최는 자신의 품에 떨어진 이신아를 안으며, 음흉한 미소를 지었다.
***
같은 시각.
정현재는 화장실 변기에 앉아 머리를 감싸 쥐고 있었다.
아내를 외롭게 했다는 것에 대해, 깊은 자괴감에 시달리고 있는 것이다.
‘젠장. 왜! 왜 나는!’
아내의 변화를 못마땅하게 생각했었다.
그녀의 모든 영상과 인스타 사진을 애써 무시하며, 잠깐의 일탈이라 여기며 그녀의 욕망을 알아봐 주지 못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