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42화 (42/303)

“안-돼♥ 나 아직 화 안 풀렸어. 3일만 참아♥”

“.....”

“프흐흐. 화면이나 봐. 곧 시작한다.”

나는 고개를 들었다.

전방에서 재생되는 화면을 보았다.

화면은 ‘구원자’의 저택 내부를 비추고 있었다.

-위이이잉...

길게 늘어선 복도.

그 복도의 저편에서 ‘구원자’가 오고 있었다.

그는 ‘기계식 이동 의자’ 같은데 앉아 오고 있었는데, 딱 보기에도 고가로 보이는 희귀한 물건이었다.

-위이이이잉....

매끄럽게 복도를 주행하고 있는 의자.

의자는 130kg에 육박하는 구원자를 태워도 아무 문제없이 작동하고 있었다.

마치 구원자의 재력을 상징하는듯한 미래 공학적인 물건.

그리고 의자에 앉아 권태로운 표정을 짓는 구원자는, 걷는 것 따윈 하지 않았다.

아마 굳이 걷거나 움직일 필요 없이, 생활 전반에 관련된 모든 것을 그의 시종들이 처리해줄 것이다.

그는 어마어마한 재력가니까.

-지이이잉....

그렇게 이동식 의자가 어떤 방에 들어가자, 엔진이 꺼지며 의자가 멈춰섰다.

화면은 곧바로 구원자가 들어간 방 내부를 비췄다.

그곳엔 돼지처럼 살을 찌운 여주인님이 나체로 의자에 앉아있었다.

난 침을 꼴깍 삼키며 화면에 얼굴을 들이밀었다.

“쯧쯧. 처참한 몰골이군. 완전히 타락했어.”

여주인님의 몰골을 바라보며 호통치듯 말하는 ‘구원자’.

곧이어 그의 자지가 부풀기 시작했다.

지방 덩어리에 묻혀 보이지도 않았던 그의 자지가, 여주인님의 타락한 육체를 보자마자 빼꼼 고개를 내미는 것이다.

“하지만 괜찮다. 그 악마의 손길에서 너를 구해냈으니, 이제 내가 너를 정화 시켜 줄 것이다.”

구원자는 그렇게 말하며 의자 팔걸이에 있는 어떤 버튼을 눌렀다.

그러자 벽이 지이잉- 열리며 대형 모니터가 나타났다.

구원자가 말했다.

“난 그 악마의 손에서 너와 같은 아이들을 여러 차례 구해냈었다. 너처럼 처참히 망가진 불쌍한 아이들이었지. 한번 보거라.”

-삑.

하얗게 불이 들어오는 대형 스크린.

이윽고, 여주인님과 비슷한 모습으로 처절하게 망가진 여자가 화면에 등장했다.

여자는 몸을 덜덜 떨며 자신의 신상정보를 말하기 시작했다.

“나윤경. 25살입니다.... 주인님에게 개조당해 병신 쓰레기년으로 전락해버렸습니다..... 저는 아무 쓸모도 없는 쓰레기 같은 년입니다.”

여주인님과 비슷한 모습을 하고 있는 여자.

살을 찌운 것도, 피부가 탄 것도, 몸 곳곳에 문신이 있는 것도 똑같았다.

딱 보기에도 주인님의 작품이었다.

“기대해라. 저 여자가 어떻게 변하는지.”

구원자가 씨익 웃으며 다음 챕터로 영상을 넘겼다.

그러자 듣기 좋은 잔잔한 BGM이 깔리며, [구원자 프로잭트] 라는 제목의 영상이 재생되기 시작했다.

[미스터 최에 의해 인생의 밑바닥으로 추락한 나윤경. 그녀는 오랜 학대로 인해 심신이 무너진 상태였다. 심리치료가 절실한 상황이었다.]

화면 밑에 깔리는 자막.

영상의 구성은 마치 다큐멘터리를 보는 것 같았다.

잔잔하게 깔리는 BGM과, 영상에 설명을 덧붙이는 자막. 듣기 좋은 목소리의 나래이션까지.

그 구성이 다큐멘터리 프로그램과 동일했다.

[그녀의 심리치료는 쉽지 않았다. 미스터 최가 구축해 놓은 심상 세계는 그 어떤 것보다 강력했기 때문이다.]

“주인님!! 주인니이이임! 저는 천박한 암캐년입니다! 저는 더러운 창년입니다!!”

의자에 묶여 괴성을 지르고 있는 나윤경.

나윤경 주위엔 하얀 가운을 입고 곤란한 표정을 짓고 있는 남자들이 있었다.

척 보기에도 의사들 같아 보였다.

[미스터 최의 세뇌 심도는 사이비종교의 세뇌 강도를 뛰어넘는 수준이었다. 일단 한번 걸려들면 다시 원래대로 돌려놓기 불가능에 가까우며, 그에게 걸려든 사람은 폐인에 가까운 삶을 살아야 한다. 지금 보이는 나윤경처럼.]

“아악! 아아아악!! 꺼져!!! 꺼져어어어 이, 개-새-끼들아! 나한테서 주인님을 뺏어 가지마! 내겐 오직 그분뿐이야! 난 주인님의 천박한 노예년이라고!!”

[우린 방법을 찾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여러 최면술사, 심리학자, 종교인 등을 초빙해 나윤경을 치료할 방법을 도모해 보았다. 하지만 결과는 절망적이었다.]

“놀랍습니다. 제가 심리치료 경력만 20년째인데, 이 정도 수준의 세뇌는 처음 봤습니다... 솔직히, 학자로서 궁금하기도 합니다. 그 미스터 최라는 사람을 만나보고 싶을 정도네요.”

[전문가들은 답을 제시하지 못했다. 그들은 미스터 최의 세뇌 심도에 감탄만 할 뿐, 어느 누구도 치료가 가능하다고 답을 주지 못 했다. 그렇게 우리 재활팀의 모든 시도는 좌절되어, 해체위기까지 이르게 된다.]

“킥킥킥킥...병신-새끼들. 개지랄 처하고 자빠졌네 씨발새끼들이.”

의자에 묶여 폭언을 퍼붓고 있는 나윤경.

맞은 편의 의사들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이마를 짚었다.

지금까지의 화면만 봐선, 나윤경을 원래대로 되돌리는 건 불가능해 보였다.

[하지만 이대로 포기할 순 없었다. 우린 다시 모든 인력을 동원하여 ‘나윤경’을 치료해줄 전문가를 찾아보았고, 전혀 뜻밖의 곳에서 희망을 찾게 된다.]

“아. 자기소개요? 기록으로 남기는 겁니까? 음... 뭐. 알겠습니다. 우선 저는 사이비종교에 빠진 사람을 구하는 일을 하고 있고요. 다시 사회로 복귀시킨 사람은 120명 정도 됩니다. 나름 보람찬 일이죠.”

[바로 이 남자. 이 남자가 미쳐버린 나윤경을 되돌릴 수 있는 유일한 희망이었다. 그는 사이비종교에 빠진 사람을 구출하는 일을 하고 있었고, 미스터 최의 세뇌 방법은 ‘교주’를 숭상하게 만드는 사이비종교의 세뇌법과 비슷했기 때문에 그의 전문성을 발휘할 수 있었다.]

“이건... 이런 건 처음 봅니다. 미쳤어요. 그자는 악마입니다! 어떻게 사람을 이 지경으로..... 이 정도라면 원래대로 되돌리는 건 불가능합니다. 이건 안 됩니다.”

[하지만 치료는 쉽지 않았다. 사이비종교로부터 수많은 사람을 구해냈던 베테랑도, ‘나윤경’은 치료가 불가능하다고 했다. 하지만-.]

“..... 잠시만요. 방법이 하나 있긴 있습니다. 극약처방이 될 수 있지만, 이 방법밖에는 없습니다.”

[마지막 방법이 하나 남아있었다. 우린 어쩔 수 없이 그 ‘극약처방’이 뭔지 들어보기로 했다. 그의 계획은 이러했다.]

“‘나윤경’의 자주성을 회복하는 건 불가능합니다. 이미 그녀의 모든 게 ‘미스터 최’라는 사람에게 종속되어버렸으니까요. 때문에, 종속의 대상을 바꿔야 합니다.”

[종속의 대상을 바꾸는 것. 말인즉, ‘주인님’을 미스터 최에서 다른 사람으로 옮기는 방법이었다.]

“하지만 조건이 까다로워요. ‘주인님’이 되기 위해선 미스터 최와 같은 카리스마가 있어야 합니다. 또한 동일한 강도의 성적흥분을 일으킬 수 있어야 하죠. 그런 조건을 갖출 수 있는 사람만이 나윤경씨의 ‘구원자’가 될 수 있습니다.”

[망가져 버린 나윤경의 새 주인. 즉, ‘구원자’가 될 수 있는 사람은 강력한 카리스마와 여자의 성적흥분을 능숙하게 다룰 수 있는 남자여야만 했다. 그런 사람을 찾는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웠다.]

“죄송합니다. 최선을 다 해봤으나... ‘구원자 프로잭트’는 실현 가능성이 없습니다. 지원자도 현저히 적을뿐더러, 저희가 책정한 기준에 한참 못 미치는 사람이 전부입니다.”

“제가, 제가 ‘구원자’가 될 순 없나요? 제가 어떻게든.....”

“..... 아버님. ‘구원자’가 되려면 강한 카리스마뿐만 아니라, 성적흥분도 줄 수 있어야 합니다. 아버님은 따님과 섹스할 수 있습니까?”

“그, 그건...”

“구원자의 조건은 무척이나 까다롭습니다. 강한 카리스마와 여성을 흥분시킬 수 있는 섹스 스킬은 기본이고, 윤경 씨를 책임질 수 있는 재력도 필요합니다. 거기다 비상식적인 성생활도 즐길 줄 알아야 하고요. 그런데, 한국 같은 민주주의 사회에서 그런 미친 짓을 감당할 사람이 있을 거라 생각하십니까? ‘주인’과 ‘노예’ 관계를 당연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정신 나간 사람이 있을 거냔 말입니다.”

“.....”

“하아. 일주일만 더 구해보겠습니다. 일주일만 더 찾아보고, 마땅한 지원자가 없으면 [구원자 프로잭트]는 종료하고 ‘약물치료’를 시도해보겠습니다.”

“야, 약물치료를 하면 평생 정신병원에 있어야 한다면서요!”

“... 죄송합니다.”

“아흐흑....우리 딸. 우리 딸 어떡해. 그러면 윤경이는 평생....”

“.....”

[상황은 절망적이었다. 나윤경을 구할 유일한 길은 찾았지만, 그 길은 실현 가능성이 없었다. 그렇게 우린 일주일만 더 지원자를 찾아보기로 하고, 프로잭트를 종료할 준비를 했다. 사실상 남은 일주일은 프로잭트를 정리하는 기간에 가까웠다.]

이 뒤에 나오는 씬들은 암울한 상황을 비추는 씬들이었다.

되도 않는 지원자들에게 냉소를 짓는 의사들이나, 좌절하는 나윤경의 부모님이나, 고개를 절레절레 젓는 사이비종교 치료사까지.

그렇게 화면은 짐을 꾸리는 의사들을 비추고 있었다.

[이제 프로잭트 종료까지 3시간밖에 남지 않았다. 우린 각자의 짐을 챙기고 복귀할 준비를 했다. 그런데 그때, 팀의 막내인 ‘윤호’가 다급히 뛰어오며 소식을 전했다. ‘구원자’에 될만한 사람이 찾아왔다는 소식이었다.]

“뭐? 자기 소개를 하라고? 웃기는 것들이군. 이봐 최비서.”

“예.”

“네가 알아서 대신해라. 난 여자나 보러 가지.”

“알겠습니다.”

영상 안에 드디어 ‘구원자’가 등장했다.

그는 심드렁한 표정으로 카메라를 쏘아보곤 자리를 떴다.

[그는 우리가 찾고 있던 완벽한 구원자였다. 자기중심적인 사고방식과 어마어마한 재력, 그리고 능숙한 성적 스킬까지. 그야말로 모든 조건에 들어맞는 이상적인 ‘구원자’였다. 우린 그와 계약하기로 했다.]

“조건은 간단합니다. 나윤경의 ‘기본권’과 ‘생활권’, 최소한의 ‘인권’. 이것만 보장해주시면 나윤경의 구원자가 될 수 있도록 도와드리겠습니다.”

테이블에 둘러앉은 의사 무리와 나윤경의 부모님. 그리고 구원자.

의사 무리의 대장이 구원자에게 조건을 제시했다.

구원자는 조소를 흘리며 답했다.

“큭큭. 별 시답잖은 걸 요구하는군. 내가 왜 그딴 걸 지켜야 하지?”

“..... 사람을 소유하는 일입니다! 다른 시대도 아닌 21세기에, 사람의 소유권을 넘기는 일이라고요! 그렇다면 최소한의 권리는 보장받아야 하지 않겠습니까?”

“큭큭큭... 이봐. 사람을 소유하는 일? 그게 그리 대단한 일인가? 요즘 시대엔 돈 몇 푼만 쥐어 줘도 영혼까지 파는 인간들이 널렸어. 내게 사람을 소유한다는 건 일도 아니야.”

“.....”

“그러니 너희들은 입 닥치고 내 제안이나 들으면 돼. 어때. 계속해 보겠나?”

의자에 몸을 파묻으며 프로잭트 팀의 답을 기다리는 구원자.

팀의 리더가 나윤경의 부모님을 보았다.

나윤경의 아빠가 침통한 표정으로 아내의 손을 잡곤, 고개를 끄덕였다.

이윽고 아내도 고개를 끄덕였다.

팀의 리더가 말했다.

“들어보겠습니다.”

“좋아. 내가 원하는 건 단 하나. ‘완벽한 나의 것’이야. 날 위해서라면 목숨까지 바칠 수 있는 완전한 나의 것 말이지.”

완벽한 나의 것을 원한다는 구원자.

사이비교 치료사가 답했다.

“가능합니다. 미스터 최의 세뇌 심도는 그만큼 강력하니까요. ‘주인’만 잘 이전할 수 있다면 충분히 그런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습니다.”

“그래? 그러면 이렇게 하지. 너희들의 프로잭트를 도와 나윤경을 내 완벽한 노예로 만들면, 나윤경의 남은 인생은 내가 책임져주겠다. 정서적인 부분이나 재정적인 부분도 안정될 수 있도록 도와주지.”

다시 서로의 시선을 교환하는 프로잭트 일행들.

나윤경의 부모가 먼저 고개를 끄덕이자, 나머지 팀원들도 고개를 끄덕였다.

“좋습니다. 제안은 그게 끝입니까?”

“아니. 아직 중요한 게 남았지. 만약 내 노예가 된 ‘나윤경’이 내 마음에 안 들거나, ‘완벽한 나의 것’이 아니란 생각이 들면, 그땐 가차 없이 나윤경을 버릴 거다. 여기에 대해선 어떤 책임도 지지 않을 거고. 이해했나?”

구원자의 말에 손을 벌벌 떠는 나윤경의 부모들.

하지만 그들에겐 선택권이 없었다.

평생 정신병원에 갇혀 폐인으로 지내게 만들 바에, 구원자의 손에 맡겨보는 게 훨씬 나을 테니까.

“예... 그렇게, 하겠습니다.”

“좋아. 거래성립이군.”

[이렇게 우리들의 ‘구원자 프로잭트’는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첫 번째 단계는 ‘나윤경 길들이기’였다.]

“큭큭큭. 이거 참 추억이구만.”

영상 속의 자막을 보며 큭큭 웃어대는 구원자.

이윽고 그는 팔걸이에 있는 어떤 버튼을 누르더니, 큰 소리로 말했다.

“윤경아! 지금 여기로 와라.”

“넵. 주인님♥”

의자에 달린 스피커 너머로 들리는 청아한 음색.

이윽고, 방문이 열리며 아리따운 여성이 입장했다.

나윤경이었다.

“흐흐♥ 주인님! 저 왔어요!”

“그래 이리 와봐라.”

“넹♥”

또각 또각 발걸음을 옮겨 구원자에게 다가가고 있는 나윤경.

그녀는 콧노래를 흥얼거리기까지 하며 구원자와의 만남을 반겼다.

이윽고 구원자 바로 앞까지 당도한 나윤경은, 구원자의 뒤에 서서 그를 끌어안더니 허리를 숙여 그의 정수리에 입을 맞췄다.

-쪼옥.

“주인님....♥”

“큭큭. 그래. 부모님은 잘 만나고 왔나?”

“네! 엄청 좋아하시더라고요. 벌써 검사됐다고 동네방네 소문 다 내고 다녀서 난리도 아니었어요. 얼마나 주책이던지.”

“그래. 공부하느라 욕봤다.”

“뭘요. 주인님이 시키신 일인데, 뭐든 해내야죠!”

“뭐, 그래. 좋은 자세다.”

“흐흐. 그런데 무슨 일로 부르셨어요?”

“다른 건 아니고, 저 앞의 영상을 보니 네 생각이 나서 말이야.”

구원자의 말에 고개를 돌려 화면을 바라보는 나윤경.

그녀의 얼굴이 홍당무처럼 붉어지기 시작했다.

그녀는 붉어진 얼굴을 두 손으로 푹 덮으며 말했다.

“아아~ 저땐 진짜 제 흑역사라구요. 진짜 부끄러운데...”

“큭큭 그래도 오랜만에 보니 감회가 새로워서 말이야. 같이 보지.”

“윽... 그러면 봉사할 수 있게 해줘요....♥”

“영상이나 봐라.”

“아아~ 주인님~. 오랜만에 저 봉사 한 번 만...♥”

“쯧. 갈수록 기어오르고 있어?”

“헤헤...♥”

“큭큭큭. 그래. 오랜만에 네 봉사를 받는 것도 나쁘지 않지. 맘대로 해라.”

“흐흐. 감사합니다 주인니임~. 사랑해요...♥”

그녀는 구원자의 앞으로 와 무릎을 꿇었다.

그리고 천천히 그의 바지를 벗긴 다음, 그의 성기를 빨기 시작했다.

그 모습이 영상 속에서 구원자를 노려보는 나윤경과 사뭇 대비되어, 묘한 감정을 불러일으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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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이이이잉...

난 멍한 표정으로 주인님의 방을 청소하고 있다.

청소기가 돌아가는 소리를 백색소음 삼아, 어젯밤에 희연이가 보여주었던 영상의 결말을 떠올려보았다.

희연이가 보여줬던 그 충격적인 ‘구원자’의 영상.

구원자는 말 그대로, 주인님에게 인격을 개조당해 나락으로 떨어진 사람들을 구하는 사람을 칭하는 말이었다.

좀 더 정확히 말하자면 ‘구한다’라기 보다는 자신의 노예로 바꾸는 대신, 건강한 삶을 살 수 있도록 보장해주는 거지만.

뭐 어쨌든, 주인님의 밑에서 망가지는 것보다야 구원자에게 귀속되어 안정적인 삶을 살아가는 게 더 나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는 주인님과 달리 노예들을 확실히 대우해주고, 절대로 학대하는 법이 없었으니까.

오히려 노예가 잘 될 수 있도록 금전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

그의 1호 노예였던 최나윤만 봐도 그걸 알 수 있다.

“젠장.”

하지만 속에서 올라오는 이 울분은 뭘까.

주인님 밑에 있는 것보다 구원자의 밑에 있는 게 여주인님에겐 더 좋을 텐데, 난 이상하게 그게 너무 화가 났다.

그 돼지 새끼랑 여주인님이 더러운 섹스를 하는 게 싫어서?

아니. 그건 아니다.

이제 난 여주인님이 다른 남자와 섹스를 해도 분노는커녕 흥분을 느낀다.

내 초라한 물건은 절대 못 넣게 하지만, 다른 남자의 물건은 지나가는 마을버스 마냥 쉽게 들락날락하는 것이 딱히 나쁘진 않았다.

-위이이잉....

난 청소기를 껐다.

그리고 테이블에 올려져 있는 생수를 들어 벌컥벌컥 마셨다.

“후우.....”

뜨겁게 달아올랐던 머리가 조금은 식은 듯한 기분.

난 이 알 수 없는 분노를 눌러 담으며 벽에 걸려 있는 시계를 보았다.

시간은 오전 8시 50분.

곧 있으면, 엄마와 주인님이 온천 여행을 떠날 시간이다.

“대체 난. 뭐 하고 있는 거냐...”

난 고개를 떨궜다.

엄마가 주인님과 온천 여행을 떠난다는 것은, 곧 엄마의 완전한 타락을 의미하는 것과 같다.

그런데 지금 난 여기서, 희연이와 주인님의 섹스로 엉망이 된 침대나 청소하고 있지 않은가.

이렇게 잔뜩, 양물을 부풀린 채로.

“흐흐..흐흐흐...”

지금 내 안에선 두 개의 자아가 충돌하고 있다.

하나는 가족의 파멸만큼은 막아야 한다는 올바른 자아와.

다른 하나는 주인님의 노예로 전락한 엄마와 여동생의 모습에 흥분을 느끼는 자아였다.

그래서 나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나는 가족이 망가지길 원하지 않지만, 동시에 망가지길 원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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