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인님의 호전적인 제안.
저마다의 이유로 야심을 불태우는 VIP들.
VIP들 중 대다수가 호기로운 미소를 지으며 주먹을 움켜쥐었다.
임대 기간 안에 ‘진정한 주인’으로 인정받으면 ‘소유권’을 준다는 말이, 그들의 도전심리를 자극한 것이다.
“제 설명은 여기까지입니다. 다른 질문은 없습니까?”
정적만이 흐르는 실내.
그딴 건 필요 없고 빨리 경매나 진행하라는 듯한 VIP들의 눈빛.
주인님은 미소를 지으며 격식 있는 몸짓으로 인사를 한 뒤, 무대 위를 내려왔다.
곧이어 경매가 시작되었다.
“..... 5억 6천만원!”
경매가는 초반부터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단지 임대권에 불과할 뿐인데도 5억 6천만원까지 빠른 속도로 치솟았다.
멈출 기세가 보이지 않았다.
“8억 2천만원! 8억 2천만원 나왔습니다!”
도대체 저 VIP들은 돈이 얼마나 많은 걸까.
여주인님을 자신의 것으로 만드는 것은 단지 유흥에 불과할 텐데, 거기에 저런 막대한 돈을 쓰다니...
“13억 3천만원! 13억 3천만원 나왔습니다! 더 없습니까?”
7건의 경매 중 최고 낙찰가.
단지 한 달 임대에 불과할 뿐인데도 상품의 가치는 13억 3천만원.
나는 13억 3천만원의 낙찰가를 호명한 VIP를 바라보았다.
그는 냄새 페티쉬가 있는 100kg의 거구로, 노예들의 항문과 음부 냄새를 맡아야만 자지가 서는 성도착증 환자였다.
여주인님이 저런 놈에게 희롱당할 거라 생각하니 저절로 주먹이 쥐어졌다.
“13억 3천만원, 13억 3천만원입니다. 3초 카운트 세겠습니다. 셋...둘...하나...”
-삐이.
그때였다.
전광판에 17억이라는 숫자가 쾅 박혔다.
그러자 100kg의 거구가 침음을 흘리며 자리에 주저앉았다.
“아! 17억 등장했습니다! 대단합니다! 17억! 역대 최고가입니다! 17억에 도전하실 분 있으십니까?”
표정을 구긴 채 머리를 긁적이는 VIP들.
아무래도 한 달 임대권에 불과하다는 것이, 저들을 망설이게 하는 모양이었다.
“17억. 17억입니다. 3초 카운트 세겠습니다. 셋...둘...하나! 예! 축하드립니다! 17억에 상품 ‘이하영’이 최종 낙찰되었습니다.”
객석 곳곳에서 터져 나오는 박수.
하지만 경매 시작 전의 우렁찬 박수와는 달리, 어딘가 바람이 빠진듯한 맥아리 없는 박수였다.
몇몇 VIP들이 그런 힘없는 박수를 치며 똥 씹은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누군지 알 거 같군요. 이번에도 ‘구원자’가 낙찰해간 모양입니다.”
“아. 또 그분입니까?”
“벌써 그런 얘기가 나돌고 있더군요. 다들 ‘구원자’가 낙찰해갔다고 하더이다.”
“나참. 그러면 노예 스와핑도 안 되겠군요.”
“예. 재미없게 됐습니다. 연말에 있는 ‘2차 품평회’에선 ‘이하영’을 못 보겠군요.”
“쯧. 아쉽게 됐군요. 이러면 ‘이하영’을 다시 볼일도 없겠군요.”
VIP들의 뜻 모를 중얼거림.
여주인님을 입찰해 간 ‘구원자’에 대한 궁금증이 일었다.
그는 도대체 누구이고, 왜 ‘구원자’라는 별칭을 가지고 있을까.
2차 품평회에서 여주인님을 다시 못 본다는 건, 도대체 무슨 말이지?
“자. 그러면 입찰한 상품을 이 자리에서 바로 수여를 하도록 하겠습니다. 두 분은 자리에 올라오시지요.”
그때, 진행자가 멘트를 던지자 주인님이 단상 위로 올라왔다.
연이어 VIP 객석에서 인기척이 나는가 싶더니, 아까 100kg의 거구 못지않은 돼지가 뒤뚱뒤뚱 단상 위로 올라오기 시작했다.
-쿵. 쿵. 쿵.
뒤뚱뒤뚱 단상의 계단을 밟을 때마다 쿵쿵 울리는 진동.
이윽고 단상에 있는 조명에 그의 모습이 더 확실히 드러났고, 나는 그 모습을 보자마자 입을 틀어막았다.
그는 단순 100kg 수준이 아니라, 120kg 아니, 130kg에 육박하는 어마어마한 초고도 비만이었다.
그런 외관을 한 사내가 ‘구원자’라고 불리고 있다니, 도저히 매칭되지 않는 별명에 머리가 어질어질해졌다.
“흐흐흐. 꼴 좋다 이하영♥ 저런 돼지에게 깔아 뭉개질 거 아니야♥”
희연이는 단상 위의 ‘구원자’와 여주인님을 바라보며 조롱했다.
그리고 내 자지를 더욱 빨리 흔들며 음란한 말을 속삭이기 시작했다.
“이제 이하영 저 썅년이 저런 돼지에게 넘어가는 거야♥ 어쩌면 저 돼지의 영원한 소유물이 될 수도 있지♥ 이제 너랑은 영원히 이별인 거야♥”
영원한 소유물...?
이별?
그럴 순 없었다.
절대로 그런 일이 일어나선 안 된다.
내 여주인님이, 저런 돼지 새끼한테 넘어가다니, 주인님은 인정해도 저 돼지새끼는-.
-콰직!
“크흐으윽!”
그때, 내 부랄을 콱 움켜쥐는 희연이.
희연이는 부랄을 잡은 손에 힘을 조금씩 빼며 내 귓가에 속삭였다.
“괜찮아. 내가 있잖아♥ 내가 맨날 대딸 쳐줄게. 원한다면 너의 새로운 주인이 되줄 수도 있어♥”
“.....”
“쯧, 그리고 영상도 볼 수 있어. 이하영 저 씨발년이 저 돼지새끼한테 길들여지는 영영상 말이야.”
정말 다행히, 여주인님이 새롭게 조교 당하는 모습을 지켜볼 수 있는 모양이었다.
나는 새롭게 조교 당하는 여주인님의 모습을 상상하며 사정감이 올라오는 것을 느꼈다.
“프흐흐♥ 자지 움찔움찔 대는 거 봐♥ 그럼 앞으로 한 달간 잘 지내보자♥ 넌 이제 내 거야♥”
희연이는 그렇게 말을 끝마치고 다시 내 항문을 후루룹 핥았다.
나는 영삭 속의 여주인님이 130kg 돼지에게 넘겨지는 것을 두 눈 가득히 담았다.
“여기 받으시죠.”
개목걸이를 구원자에게 건네는 주인님.
구원자는 무표정한 얼굴로 개목걸이를 받은 다음, 무릎을 꿇어 여주인님을 일으켜 세웠다.
그리곤 여주인님의 재갈을 벗기고, 머리에 뒤집어쓴 가죽 타이즈를 벗긴 뒤, 안대를 풀어주었다.
여주인님은 초점이 없는 눈으로 침을 질질 흘리고 있었다.
“이하영. 날 봐라.”
그때, 묵직한 ‘구원자’의 목소리가 여주인님의 의식을 깨웠다.
여주인님은 동그랗게 뜬 눈으로 ‘구원자’를 바라보았다.
“이제 내가 너의 새 주인이다. 네 인생은 내가 책임질 것이다.”
새 주인이라는 말에 울먹거리며 주인님을 돌아보는 여주인님
하지만 주인님은 등을 보인 채 무대 위를 내려가고 있었다.
“이하영.”
다시 한번 여주인님을 부르는 구원자.
여주인님의 어깨가 흠칫 떨리며 구원자를 바라봤다.
구원자는 여주인님의 목줄을 풀어주며 말했다.
“앞으로 한 달간, 내 명령에 복종해라. 그리고 또다시 내 앞에서 다른 남자에게 눈길을 줬다간, 너를 죽일 것이다. 알겠나?”
진심이 담긴 목소리.
여주인님은 어깨를 바들바들 떨며 고개를 끄덕였다.
구원자는 피식 웃으며 여주인님의 흐트러진 머리를 정리해주었다.
“대신, 내 말을 잘 따르면 너에게 새 삶을 줄 것이다. 네가 마땅히 누려야 할 것들을 누리게 해주지. 따라와라.”
그렇게 여주인님은 거구의 남자를 뒤따라갔다.
영상은 그것을 마지막으로 종료되었다.
다음화 보기
품평회가 끝난 지 3일이 지났다.
그동안 나는 주인님의 저택에 출근하며 평소와 같은 일상을 보냈다.
내가 주로 할 일은 희연이와 주인님의 섹스로 엉망이 된 침대를 청소하거나, 주인님이 먹을 식사를 해주는 일이었다.
‘이제 얼마 남지 않았나...’
허나 이런 평범한 일상을 보내는 와중에도 내 정신력은 극한의 한계까지 몰리고 있었다.
아닌 게 아니라, 이제 3일 뒤면 주인님의 ‘온천 여행 제안’에 대한 엄마의 답을 들을 수 있기 때문이다.
만약 엄마가 이제라도 불륜에 대한 죄책감을 느끼고 주인님과의 모든 관계를 끓으려 한다면 온천 여행을 거절할 것이고, 그렇지 않다면 결국 주인님의 손아귀에 떨어져 나와 같은 파멸을 맞이할 것이다.
‘어떡해야 하지...’
머리가 어지럽다.
누구보다도 빛나던 ‘이하영’이라는 사람을 인생 밑바닥까지 타락시켜 ‘여주인님’으로 만들어버린 주인님인데, 엄마라고 못 할 건 없었다.
만약 이번 주인님과 2박 3일 온천 여행을 다녀온다면 엄마도 분명 쾌락에 뇌가 절여져 손바닥 뒤집듯 다른 사람으로 개조될 것은 뻔한 일이었다.
“오옥! 후오옥! 우우움...♥ 주...주인니이임...♥”
거실 한복판에서 주인님의 자지에 박히고 있는 희연이.
그 선하고 부끄럼이 많았던 희연이도 결국 저렇게 돼버렸다.
3일 뒤 엄마의 답변에 따라 엄마도 언제든지 저 꼴이 될 수 있다는 말이다.
이제 선택을 해야 한다.
‘씨발. 대체 뭘 망설이는 거야.’
나는 생각했다.
항문을 벌렁거리며 주인님의 흉물에 박히는 희연이를 보며, 엄마가 저 꼴이 돼도 정말 괜찮은지 생각해봤다.
다른 사람도 아니고 나를 낳고 길러준 엄마가 저런 꼴이 되어도 정말 괜찮은지, 재차 답을 구해보았다.
-움찔. 움찔.
허나, 그 답에 먼저 반응을 하는 건 아이러니하게 내 몸이었다.
내 배덕감이, 내 타락한 사고방식이, 내 굴욕감이 이성을 집어삼키며 자지를 부풀게 만드는 것이다.
그렇게 내 인생을 파멸시킨 남자에게 쾌락을 주입받아 가정을 팽개치고 타락해버린 엄마의 모습을 상상해보았다.
그야말로, 이건 그야말로... 말도 안 되는 광경이다.
있어선 안 되는 일이다.
하지만 동시에, 엄청나게 흥분되는 일이기도 하다.
“하...하하하....”
나는 두 사람을 보았다.
오로지 번식만을 목적으로 하듯, 서로의 성기를 탐하는 주인님과 희연이를 보았다.
질펀하고 끈적끈적한 섹스를 나누고 있는 두 사람의 뒷모습.
마치 흑과 백으로 상하 진영이 나뉘듯 새하얀 희연이의 엉덩이와 진한 구릿빛을 띄는 주인님의 엉덩이.
흑과 백의 엉덩이는 격렬하게 맞부딪히고 있었다.
새하얀 순백의 영역을 시커멓고 흉악한 자지가 거침없이 넘나들며 질퍽한 마찰음을 낸다.
그리고 희연이는 주인님의 허리를 두 다리로 감싸 그것을 온전히 받아들이고 있고, 마치 리듬을 타듯 두 사람의 항문이 벌렁거린다.
그렇게 수십 번의 방아찍기 끝에, 주인님의 쿠퍼액과 희연이의 애액이 뒤섞여 음란한 농축액이 희연이의 항문으로 흘러내려 스며들고 있다.
나는 그 지저분한 일체의 행위를 바라보며 조금씩 미소짓기 시작했다.
주인님에 밑에 깔려있는 사람이 희연이가 아니라 엄마면 어떨까 하는 천인공노할 상상을 하며 기괴한 미소를 짓기 시작했다.
그렇게 나는, 결국 자지를 꺼내 미친 듯이 흔들어댔다.
***
“지금 그게 무슨 소리야.”
적막한 차 안.
이신아의 날카로운 음성이 울려 퍼졌다.
남편, 정현재가 답했다.
“그래. 믿기 힘들 거야. ‘그 사건’이 하영이와 관련이 있다는 게”
그 사건.
요리대회 날 아들이 저지른 일들을 의미했다.
누구보다 듬직했던 아들이 생방송 중 공연음란 행위를 했던 사건.
방송 역사상 최악의 사건이라 꼽히는, 다시는 떠올리기 싫은 기억.
“.... 잠시만.”
이신아는 이미를 짚었다.
머리가 혼란스러웠다.
왜 하필 이 시점에서 남편이 이 이야기를 꺼내는 것일까.
분명 남편은 아들의 전 여자친구와 외도를 저지르고 있는데.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 않고서는, 이렇게 선뜻 ‘이하영’이라는 이름을 입에 담을 수 없을 텐데.
“.....”
이신아는 천천히 고개를 들어 남편의 눈을 바라보았다.
아무런 의도가 느껴지지 않는 순수한 남편의 동공.
무언가 잘못되었다.
“잠시만. 잠깐 바람 좀 쐬고 올게.”
“어... 그래.”
이신아는 당황하는 남편을 뒤로하고 차 문을 열고 밖으로 나왔다.
빠르게 뛰는 심장만큼이나 속보로 걸어가며 뒤죽박죽인 머릿속을 정리하려 애써보았다.
지금 그녀의 머릿속에는, 가장 생각하기 싫은 최악의 가정이 떠오르고 있었다.
‘어쩌면 내가 현재씨를 오해하고 있었는지도 몰라.’
눈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는 말이 있다.
특히나 20년이 넘는 세월을 함께 보낸 부부라면 그 사람의 눈만 들여다봐도 무슨 생각을 하는지 어렴풋이 알 수 있는 법이다.
그런 의미에서 방금 남편이 보내준 눈빛은 우려나 걱정이 담긴 눈빛이었지, 자신을 기만하려거나 죄책감을 느끼는 눈빛은 아니었다.
일상에서 흔히 볼 수 있었던 자신을 걱정하는 따스한 눈빛이었다.
하지만-.
-으득.
이신아는 아랫입술을 짓씹었다.
이제 와서 남편을 믿기엔 불륜의 증거가 너무나 명확했다.
지금도 자신의 책상 서랍엔, 남편과 이하영의 외도 사진이 있지 않은가.
‘하지만 그 사람이 보여줬던 그 눈빛은....’
이신아는 머리를 두 손으로 부여잡았다.
무릎을 쪼그리고 앉아 남편과 함께했던 지난날들을 떠올려보았다.
재벌가의 자녀인 자신과, 평범했던 남자와의 연애.
결국 이 남자와 평생을 함께하겠다고 다짐했던 각오.
그로 인해 재벌가에서 쫓겨났지만, 결국 이뤄낸 지금의 행복.
그리고 무엇보다, 결혼식 날 서로만을 사랑하겠다고 굳게 맹세했던 아름다운 기억.
“신랑 정현재는 신부 이신아를 평생토록 사랑하겠다고 맹세하겠습니까?”
“네! 제 모든 것을 걸고, 맹세합니다.”
문득 떠오른 그때의 기억.
자신을 향해 활짝 웃으며 평생을 사랑하겠다고 맹세했던 그의 모습.
그리고 그로부터 20년이 지난 지금까지, 단 한 번도 변한적 없었던 그의 모습.
‘내가, 내가 뭔가를 오해하고 있었던 건 아닐까. 흥신소 직원의 말만 믿고...’
이신아는 팔등으로 눈물을 슥 닦으며 다시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 흥신소 직원이 제출했던 외도 증거사진을 다시 확인하려 스마트폰을 집어 들었다.
분명 그놈들이 대용량파일로 사진을 첨부해줬었지.
이신아는 그렇게 생각을 정리하며 문자 내역으로 들어갔다.
그렇게 혹시라도 놈들이 보낸 사진에 어떤 조작이나, 부자연스러운 점이 있지 않을까 생각하며 문자 내역을 쭉 내리던 참이었다.
“..... 어... 어어...”
하지만 이신아는, 놈들이 보낸 문자를 확인하기도 전에 굳어버렸다.
문자내역을 내리던 도중 ‘그 사람’의 별칭이 보였기 때문이다.
[최 선생님]
‘최 선생님’이라고 저장된 ‘미스터 최’의 별칭.
이신아는 그 문자열을 두 눈 가득히 담으며,그와 있었던 일들을 상기해보았다.
그와 함께 저질렀던 더럽고 추악한 불륜 행위를 떠올려보았다.
“아....아....”
남편을 믿고 싶어졌다.
결혼식 날 환한 웃음으로 맹세했던 그의 약속을 떠올리며, 다시 한번 남편을 믿고 싶어졌다.
하지만 그 날 결혼식엔, 남편과 똑같은 웃음으로 같은 답을 하는 자신이 있었다.
자신의 거대한 뒷배경을 포기하면서까지 평생 한 남자만을 사랑하기로 맹세한 자신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