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21화 (21/303)

우선 아들을 치료하는 데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 너무 고마웠고,

자신에게 새로운 도전의 길을 열어주고 그 과정이 힘들지 않게 옆에서 세세하게 챙겨주는 모습도 고마웠고, 공과 사를 철저히 구분하여 절대 선을 넘지 않는 부분도 마음에 들었다.

그래서 이신아는 충동적으로 이런 말을 내뱉어버렸다.

“... 오늘 술친구 좀 해줄래요?”

“.....”

침묵.

그동안 이신아는 조금 가슴을 졸였다.

이윽고, 그가 답했다.

“어디십니까.”

*

이신아와 미스터 최는 2차를 왔다.

2차 장소는 미스터 최의 별장.

술은 더 마시고 싶은데 집에는 들어가기 싫어 이신아가 떼를 쓴 까닭이다.

미스터 최가 말했다.

“일단 저희 집에 모시기는 했지만, 너무 무방비한 거 아닙니까. 남자 혼자 사는 집인데.”

무뚝뚝한 미스터최의 말에 이신아는 코웃음을 쳤다.

“헤~ 선생님이요? 큭큭. 어차피 저한테 관심도 없으시면서. 맨날 자기 할 일만 하고 사라지시는 분이 무슨~”

“..... 일단 앉으시죠. 잠시-”

미스터 최는 그렇게 말하곤 자신의 와인 창고로 갔다.

그리고 오늘을 위해 준비한 최고급 와인을 꺼내며, 비열한 웃음을 지었다.

‘거의 다 넘어왔군. 큭큭큭. 실수하지 말자’

오늘을 위해 얼마나 참아왔던가.

가슴 속에서 끓어오르는 육욕을 억누르며, 얼마나 힘들게 무감각함을 연기해왔던가.

이제 조금만 더 참으면 된다.

저년의 마음에 뚫린 구멍을 자극해서 무방비 상태로 만든 다음, 자신의 자지로 채워넣어주면 게임은 끝이다.

일단 자지만 박아넣을 수 있으면 그 뒤는 쉬워진다.

미스터 최는 자지에서 느껴지는 열감을 간신히 억누르며 와인을 들고 이신아에게 다가갔다.

“어... 이건 샤토 무통 로칠드 아닌가요?”

와인을 보자마자 놀란 표정을 짓는 이신아.

미스터 최가 미소를 머금으며 답했다.

“와인에 대해 잘 아시는군요.”

“예.... 이걸 여기서 꺼내도 되는 지....”

“사모님에게 어울리는 와인이죠.”

이신아는 다시 한번 얼굴을 붉혔다.

재벌가의 자제인 그녀는 이 와인이 얼마나 귀하고 비싼지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자. 그럼 받으시죠.”

생산연도에 따라 억대까지 갈 수 있는 와인.

미스터 최는 그 사실이 아무렇지도 않은 듯, 그 귀한 걸 빈 잔에 쭉 따랐다.

이신아는 컵에 차오르는 와인을 보며 말했다.

“선생님은... 뭐 하던 사람이었나요.”

“..... 똑같습니다. 이런 계통의 일을 하고 있었죠.”

“이해가 안 돼요. 선생님같은 분이 왜 이런 뒷세계에서, 이런 푼돈을 받고 저를 도와주시는지...”

생각해보면 이상했다.

미스터최가 받은 의뢰금은 1200만원.

얼핏 보면 많은 금액인 듯하나, 미스터 최 같은 한 분야의 전문가가 4개월에 걸쳐 1200만원만 받는다면 그건 무료봉사나 다름없었다.

그가 고용한 헬스트레이너나 편집자만 생각해봐도 남는 게 있나 싶을 정도였으니까.

“그보다, 사모님. 이제 말씀해주시죠. 무슨 일이 있었는지.”

하지만 그는 도통 자기 얘기를 하지 않는다.

심지어 그의 이름도 모르지 않는가.

지금 저 말을 꺼내는 것만 봐도 필요한 정보만 쏙 빼내고 자신을 집에 보내려는 속셈이 분명했다.

이신아는 조금 울컥한 마음이 들어 그를 노려보며 입을 열었다.

“그럼. 선생님 얘기를 해주세요. 그렇게 하면 저도 제 얘기를 해드릴 테니.”

유치한 도발.

무례한 발언.

평소의 이신아라면 절대 하지 않았을 말.

하지만 그녀는 지금 마음에 큰 구멍이 뚫려 있었다.

이 구멍을 채우기 위해 충동적으로 술을 마시고, 충동적으로 그를 부르고, 충동적으로 그의 집에 왔다.

그러니 이제 충동적으로 그의 과거를 들추어낼 차례였다.

“오늘 술친구 하기로 했잖아요. 그런데 이때까지 제 이야기만 떠들었던 거 알아요? 왜 선생님 얘기는 안 하는 데요? 왜 이 거대한 저택에 혼자 살고 있고, 왜 그런 푼돈을 받으면서 일하고 있고, 왜 저한테 그렇게ㅡ.”

잘해주는데요.

-라는 말이 나오려는 걸 간신히 삼켰다.

이신아는 아랫입술을 깨물었다.

원래 이렇게 힘이 들 때면 항상 남편이 옆에서 위로해주곤 했는데.....

“일단 한 잔 하시죠.”

그때, 건배를 제안하듯 와인잔을 드는 미스터 최.

이신아는 잠시간 그를 노려보다, 같이 와인잔을 들었다.

-띵.

부딪히는 와인잔.

와인을 마시는 둘.

미스터최는 담담히 향을 즐기며 와인을 비웠고,

이신아는 그런 그를 노려보며 와인을 마셨다.

이신아는 와인잔이 빌 때까지 쭈욱 마시고, 탁자에 내려놓았다.

-탁.

“오늘 실례했어요.”

이신아는 그대로 몸을 일으켰다.

이대로는 와인을 즐길 기분이 아니었다.

아니, 솔직히 미스터 최에게 조금 화가 나 있었다.

그 이유는, 생각하고 싶지 않았다.

자존심 상하니까.

“미국에 있었을 때 말입니다.”

그때, 돌연 서두를 꺼내는 미스터 최.

돌아서려는 이신아의 몸이 멈칫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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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터 최의 말에 멈춰선 이신아.

미스터 최가 말했다.

“저는 꽤 잘 나가는 심리치료사였죠. 그 당시 대선후보의 망나니 아들이 있었는데, 그 아들을 교정하면서 유명세를 얻게 됩니다.”

대선 후보의 망나니 아들.

그 아들을 완벽히 치료한 미스터 최.

이신아는 천천히 자리에 앉았다.

그의 이야기가 궁금해졌다.

“대선후보는 그렇게 아들 문제를 해결하고, 대통령이 됩니다. 저는 그의 측근이 되어 권력의 힘을 누릴 수 있었죠. 이후 저는 정치인들이나 기업가, 재벌들의 심리치료를 주로 전담하게 되죠.”

잠시 뜸을 들이는 미스터 최.

이윽고 그가 말했다.

“그렇게 저는 승승장구하고 있었습니다. 매일 월세를 걱정해야 했던 제 아내도 뉴옥 센트럴파크의 고층 아파트로 이사할 수 있었으니까요.”

아내?

이신아의 동공이 커졌다.

그녀가 말했다.

“아... 가족이 있으셨군요.”

“예. 아내와 아들이 있었죠.”

“있었....?”

“둘 다 떠나보냈습니다. 7년 전에.”

이신아는 입을 틀어막았다.

억지로 그의 가정사를 꺼내게 만든 자신을 탓했다.

“죄, 죄송해요. 제가 자꾸...”

“아닙니다. 이렇게 누군가에게 털어놓는 것도 나쁘진 않군요.”

미스터 최는 그렇게 말하며 와인을 한 모금 삼켰다.

그가 말했다.

“..... 아내와 아들을 잃은 건, 제 탓입니다. 가정에 충실하지 못했죠. 권력과 돈에 눈이 멀어서요. 충분히 막을 수 있는 비극이었는데... 결국 제 선택이었습니다.”

이신아는 가슴을 부여잡았다.

아들을 잃은 심정.

그 심정은 어떤 심정일까.

가슴이 아려왔다.

“가족을 잃은 뒤론, 전 모든 걸 다 정리하고 한국으로 돌아왔습니다. 그리고 그냥 이렇게 살아가는 거죠. 그냥, 그냥 이렇게 속죄하며.....”

와인잔을 잡은 그의 손이 조금씩 떨리고 있었다.

고개를 숙인 그의 얼굴에서 표정을 볼 수 없었다.

이신아는 떨고 있는 그에게 천천히 다가갔다.

“.....”

덜덜 떨리고 있는 그의 어깨.

그 무뚝뚝하고, 격식 있고, 한결같이 일정한 사내의 흐트러진 모습.

이신아는 그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

그녀는 그의 떨림을 온몸으로 느꼈다.

그리고 일순간, 그녀는 어떤 동질감을 느낄 수 있었다.

‘이 사람도 나처럼 마음을 다친 거야.’

불쑥 솟아오르는 욕망.

치료해주고 싶다.

이 사람이 나를 도와줬듯이, 나도 이 사람을 도와주고 싶다.

이 사람을 안아주고 싶다.

“.....!!”

그때, 어깨에 올린 자신의 손을 잡는 그.

찌릿하는 전류가 그녀의 손을 타고 흘렀다.

뒤돌아보는 그의 눈에 슬픔이 담겨 있었다.

이신아는 생각했다.

나는 저 슬픔을 잘 알고 있다.

저 상실의 눈동자를 그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둘은 서로의 얼굴을 지긋이 응시하였다.

“하-읍!”

순간이었다.

의자가 와당탕탕 쓰러지며, 둘은 키스를 나눴다.

서로 거친 호흡을 내뱉으며 서로의 입안을 탐했다.

달콤한 와인의 향기.

“흐읍! 허으읍...우우움...”

이신아는 그를 끌어안았다.

한 손은 잘 정돈된 그의 뒷머리를 헝클어트리고, 한 손은 그의 다부진 목을 감싸 안았다.

격정적인 키스는 계속되었다.

“흐으음...으읍...하아...하아....츄웁...흐읍...흐으읍...하아...”

그에게 느꼈던 호감.

그동안 쌓아왔던 신뢰.

마침내 알게 된 이 남자의 과거.

그리고, 믿었던 남편의 배신.

그렇게 그녀는 불륜의 정당성을 스스로 부여했다.

뒷일은 생각하고 싶지 않았다.

“하아....하아....하아....”

거친 호흡을 내뱉는 둘.

둘의 입술을 연결하는 끈적이는 침.

미스터 최는 이신아의 동공에서 욕망의 씨앗을 보았다.

그동안 공들이고 공들여 심어놓은 여자로서의 욕망.

오늘은 그 씨앗을 싹 트일 시간이었다.

그리고 그렇게 싹튼 씨앗은 타락의 줄기가 되어 고결했던 이신아의 삶을 육욕과 음욕과 짐승의 삶으로 추락시킬 것이다.

미스터 최는 자지를 단단하게 세웠다.

‘이신아. 너도 곧 머지않아 내 자지에 매달리게 될 것이다.’

미스터 최는 그대로 이신아를 침대에 쓰러트렸다.

그녀의 옷을 한 꺼풀 한 꺼풀 벗기고, 그동안 단련한 그녀의 나체를 개방하였다.

‘씨발년, 개꼴리네.’

“흐-읍!”

미스터최는 다시 그녀의 입을 틀어막았다.

와인향이 배인 뜨거운 숨결을 내뱉으며, 그녀의 음부에 손을 대보았다.

축축하게 젖어있었다.

***

충분히 물기를 머금은 음부.

애액을 머금어 젖은 털.

조건은 다 갖춰져 가고 있다.

이제 여자 쪽에서 먼저 원하게 만들면 될 뿐.

미스터 최는 보지를 계속 애무하며 키스를 했다.

균열의 위아래를 부드럽게 쓰다듬어 주며, 이신아의 입에 혀를 넣고 돌렸다.

그러자 자신의 혀에 맞춰 따라오는 이신아의 혀.

분위기는 계속 달아올랐다.

-츄웁.

이때, 기습적으로 유두를 핥아주었다.

미스터 최의 입술이 떨어지며, 단단하게 솟아오른 유두가 파르르 떨렸다.

“하-읍. 츄우웁....츄웁.”

그리고 또다시 키스.

호흡이 거칠어지고, 산소가 부족해 머리가 멍해진다.

미스터 최는 그 사이 바지와 팬티를 내렸다.

팬티 속에 숨어있던 웅장한 거근이 고개를 위로 치켜뜬다.

“.....!”

이를 발견한 이신아는, 넋을 잃을 얼굴로 그의 흉물을 바라본다.

두껍고, 굵직하고, 곳곳에 혈관이 돋아나 포악하게 위로 치솟은 그의 흉물.

이신아의 목대가 울렁거렸다.

그녀의 흠뻑 젖은 보지가 움찔움찔 떨리며, 음욕의 갈망이 온몸을 잠식했다.

-스으윽.

천천히 다가오는 미스터 최.

점점 기대되는 고조감.

지금 이신아의 눈은 온통 그의 물건에 고정되어 있었다.

저 물건의 맛은 어떨까.

저게 들어오면 나는 어떻게 될까.

내가 저 물건을 받아들일 수 있을까.

“자, 잠깐....”

하지만 일순간.

이신아는 깨닫고 만다.

극도의 흥분에 술이 깬 탓인지, 지금 자신이 저지르려는 짓이 무엇인지 자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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