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절로 인상이 찌푸려지는 DM들.
이신아는 제대로 된 DM은 없을까, 계속해서 다음, 다음으로 넘겨보았다.
그러던 중 갑자기 발견한 메시지에ㅡ.
[제 자지 어떻습니까?]
[사진]
“끼야아아악!!”
이신아는 폰을 떨어뜨리고 말았다.
어떤 미친놈이 자신의 발기한 자지 사진을 찍어 보냈기 때문이다.
때문에 순간적으로 머리가 어질어질하고, 호흡이 가빠지기 시작했다.
“후우.....”
반복되는 심호흡.
맑아지는 머리.
금세 냉철함을 되찾는 이성.
이신아는 다시 폰을 들었다.
폰에 나와 있는 흉물을 동공 가득히 담았다.
“미, 미친놈.....”
나무기둥 같이 단단해 보이는 자지.
곳곳에 힘줄이 돋아있어 우람차 보이는 자지.
굵기와 길이 모두 이상적으로 형성되어 저절로 삽입의 느낌을 떠오르게 하는 자지.
묘하게 흥분을 느낀 이신아는 휴대폰을 푹 덮어버렸다.
두 손으로 얼굴을 감싸고, 마른 세수를 몇 번 하였다.
“미쳤어 미쳤어...”
섹스를 안 한 지 벌써 3년째.
이제 이런 쪽으론 더 이상 자극을 받을 일은 없을 거라 생각했었다.
자신이 남들에게 이런 식으로 보여질 줄은 상상도 하지 못 했다.
이신아는 다시 폰을 들어 DM메시지를 확인했다.
[저랑 사진 교환하실래요?]
[사진]
이번에는 자신의 몸을 찍어 보낸 사진이 있었다.
다부진 흉근과, 널찍한 어깨와, 선명히 자리 잡은 복근이 시선을 사로잡았다.
이신아의 목대가 울렁거렸다.
이신아는 사진을 보낸 남자의 인스타에 들어가 그의 사진을 둘러보았다.
“이, 이렇게 어린애가...”
사진교환남은 아무리 많이 쳐줘 봐야 20대 후반 정도.
그만큼 어린아이였다.
이렇게 어린아이가 40대인 자신에게 매력을 느껴 이렇게 구애를 하는 것이다.
이신아는 달뜬 숨을 내뱉었다.
“내가....그렇게 매력적인가....?”
이신아는 입고 있는 옷을 훌러덩 벗었다.
그리고 전신 거울 앞에서 자신의 몸을 이리저리 둘러보았다.
봉긋 솟아오른 예쁜 유방.
탄력적인 엉덩이.
군살이라고 찾아볼 수 없는 복부 라인.
라인이 잘 잡힌 허벅지.
거기에 얼굴엔 주름도 거의 없었다.
워낙 동안인 데다 최근 보톡스 시술까지 맞는 등 특별관리를 했기에 얻을 수 있는 결과물이었다.
이신아는 묘한 흥분을 느끼며 거울 안의 자신을 응시하였다.
“나도 아직.... 여자구나...”
오랫동안 잊고 있었던 감각.
주위의 수컷들이 자신을 탐하는 그 꺼림칙한 시선.
젊을 때는 그것이 그렇게 싫었는데, 나이 들고 보니 이런 시선도 나쁘지 않았다.
물론 혐오감이 드는 것도 사실이지만, 그만큼 자신이 매력적이게 보인다는 뜻이니까.
무려 자신은 40대인데 말이다.
“후후....”
이신아는 이 새로운 자극에 얼굴을 붉히며 침대에 누웠다.
그렇게 밤새도록 댓글을 둘러보다 잠이 들었다.
*
다음 날.
이신아는 미스터 최를 보자마자 건의안을 냈다.
“그런 성희롱 댓글들은, 지워주셨으면 좋겠어요.”
그녀의 요구는 간단했다.
유튜브나 인스타에 있는 성희롱 댓글을 다 지워달라는 것.
하지만 미스터 최는 고개를 저을 뿐이었다.
“일단은 두고 보시죠.”
“네? 그걸 그냥 놔둔다고요?”
“예. 아드님에겐 강한 자극이 필요합니다. 그중에서 ‘분노’만큼 효과적인 것은 없지요. ”
“그, 그래도....”
“저희 편집자가 전부 PDF를 따고 있습니다. 선을 넘으면 경찰에 넘기고 합당한 처벌을 받게 할 테니, 제게 맡겨주십시오.”
“네...선생님만 믿을게요.”
가족 다음으로 가장 신뢰할 수 있는 사람.
이신아에게 그런 존재는 어느새 미스터 최라는 사람이 되어버렸다.
이 사람과 함께 한 날부터, 삶에 의욕이 넘치고 하루하루가 기대되었다.
“그럼, 저는 운동하고 있을게요. 일 보시고 오세요.”
하지만 그와의 만남은 항상 짧았다.
오전에 잠깐 만나 의료진척 상황에 대해 공유를 하고, 하루 일정을 전해 듣고 나면 그는 다시 일하러 가기 때문이다.
하지만 오늘은 달랐다.
항상 헬스장까지 바래다주고 홀연히 사라졌던 그가, 싱긋 웃으며 돌연 이런 말을 꺼내는 것이다.
“아뇨. 오늘은 저도 함께 운동할까 합니다. 같이 가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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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도 함께 운동을 하겠다는 미스터 최.
이신아는 반가운 마음에 활짝 웃으며 답했다.
“웬일로요? 항상 철두철미하게 사라지시던 분이 흐흐.”
“사실 저도 사모님을 보면서 자극을 받아서 말이죠. 요즘 관리가 소홀하기도 했고.”
이신아는 방긋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둘은 함께 피트니스 센터로 이동을 했다.
“후읍...후우! 흡! 후우...!”
이신아는 미스터최가 운동하는 모습을 힐끔힐끔 보았다.
역시 그녀의 예상대로 미스터 최는 상당히 단련이 잘 된 몸이었다.
탄탄한 흉근과 어깨 라인, 나시 사이로 보이는 등근육까지.
꽤 운동경력이 있어 보이는 몸이었다.
“흡! 후우....”
세트 수를 수행할 때마다 탄력적으로 움직이는 잔근육들.
이신아는 침을 꿀꺽 삼키며, 그의 몸을 흘겨보았다.
특히 중간중간 그의 나시 사이로 유두가 보일 때면 온몸이 찌릿하는 느낌이 들었다.
‘나 왜 이래. 저번에 그 사진을 보고 나서부터 자꾸 이상한 생각이...’
몸에 관심이 많아져서 그런 것일까.
아니면 자신도 한 명의 여자라는 사실을 자각해서 그런 것일까.
수많은 남자들의 호의.
그들이 보내는 탐욕의 시선.
자신을 어필하기 위해 보내는 외설스러운 사진들.
요즘 이신아는 그런 것들에 빠져들고 있었다.
늦바람이 무섭다는 말이 있듯이, 뒤늦게 찾아온 여성적 자존감이 불쑥 고개를 치켜드는 것이다.
아니면, 근 3년 동안 섹스를 하지 못한 탓일 수도 있다.
수십 년 동안 봐왔던 남편에겐 더 이상 성적 욕구를 느끼지 못했고, 그렇게 둘은 자연스레 섹스를 멀리하게 되었으니까.
하지만 아무렴 상관없다고 생각했었다.
남편과는 마음이 통했고, 언제나 자신의 뜻을 지지해준다.
함께 있다 보면 마음이 포근해지는 사람.
애초에 남편의 그런 면을 보고 결혼을 결심했던 게 아니었던가.
“집중이 잘 안 됩니까?”
그때, 미스터 최가 다가왔다.
이신아는 황급히 표정을 정리하곤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답했다.
“아, 그, 그냥 다른 거 좀 생각하느라고요. 하하...”
“예. 저는 옆에 기구를 좀 쓰려고-.”
“아! 네. 저, 저도 그만 쉬어야겠네요.”
미스터최는 그렇게 옆에 있는 기구에 앉더니, 기구를 당기기 시작했다.
그가 내뱉는 가쁜 숨과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열기가 이곳까지 전해졌다.
이신아의 가슴 속에 묘한 욕망이 싹트기 시작했다.
‘하아. 정신차리자. 집중하자 집중.’
이신아는 머리를 세차게 흔들고, 다시 기구를 당겼다.
*
3일 뒤, 한적한 카페.
이신아는 벙찐 얼굴로 눈앞의 두 사내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다시 테이블에 깔려있는 수십 장의 사진을 바라보았다.
믿을 수 없었다.
“이, 이게....이게....무슨..... 하, 합성이죠? 네? 이거 합성 맞죠?”
“.....죄송합니다.”
“이게 무슨...말이 안 되잖아. 말이 안 되잖아요!!”
고성을 내지르고, 씨익-씨익- 숨을 내뱉는 이신아.
그런 그녀를 바라보는 주위 사람들의 시선.
흥신소 직원들이 난처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이, 일단...진정하시고...”
“지금 진정하게 생겼어요?”
이신아가 이렇게 불같이 화를 내는 이유.
그것은 테이블에 널브러져 있는 이 믿을 수 없는 사진 때문이었다.
아들의 여자친구였던 이하영과 남편이 입을 맞추고 있는 사진.
둘이 함께 모텔에 들어가고 있는 사진.
손을 잡고 있는 사진.
이게 말이나 되는 소리란 말인가.
하영이 쟤는, 왜 저렇게 천박한 모습을 하고 있는 것이고.....
“이, 이거... 합성 맞죠? 네? 이거 합성...”
너무 화가 나서 머리가 어질어질했다.
정상적인 사고가 되질 않았다.
머리 안에 먹구름이 낀 기분이었다.
너무 분하고 화가 나서 눈물이 주륵 흘러나왔다.
“그럴 리가. 그럴 리가 없는데....”
말은 그렇게 하지만, 절대로 믿고 싶지 않지만.
너무나 명확하게 나온 증거.
다정하게 웃고 있는 남편과 이하영.
남편의 목을 두르고 입을 맞추고 있는 이하영.
이윽고 흥신소 직원이 말했다.
“저희도 믿기지 않습니다. 이하영을 추적하다가.... 이런 걸 발견할 줄은.....”
“.....”
이신아는 생각을 정리했다.
당장 남편에게 따지러 갈까.
이하영 그년을 먼저 조지러 갈까.
어쩌면 아들이 망가진 것도 이런 남편의 외도 때문인 것일까.
주먹이 불끈 쥐어졌다.
“다음에... 다음에 연락할게요...”
이신아는 사진을 가방 안에 넣었다.
카페를 박차고 나와, 밤공기를 들이마셨다.
그럼 에도 머리의 열이 식혀지지 않았다.
그녀는 술집에 들어갔다.
“어서오세요~”
인사는 무시했다.
빈 테이블로 뚜벅뚜벅 걸어가, 벨을 누르고, 소주 하나를 시켰다.
“저....안주는...”
“그냥 아무거나 줘요.”
“...예. 그럼 제일 잘 나가는 인기 메뉴로 드리겠습니다~”
분위기를 눈치채곤 재빨리 몸을 피해주는 알바생.
이윽고 소주가 도착했고, 이신아는 뚜껑을 따 나발째로 들이켜 마셨다.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쿵쾅대는 가슴을 진정시킬 수 없었다.
“하아.....어떻게...”
이신아는 흐르는 눈물을 옷소매로 훔치며 다시 소주를 들이켰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할 수 없었다.
아니, 눈으로 보고도 믿을 수 없었다.
남편은 절대로 그런 짓을 할 사람이 아닌데.
오직 나만 바라봐주는 사람이었을 텐데.
도대체 왜.
‘어떻게, 어떻게 그럴 수가 있어. 당신 애아빠잖아. 어떻게.... 그런 미성년자랑...’
-띠리리링.
그때 울리는 전화 벨소리.
이신아는 폰을 힐끔 쳐다봤다.
발신인은 ‘미스터 최’
생각해보니 유튜브 촬영을 할 시간이었다.
-달칵.
“네... 여보세요.”
찰나의 정적.
이윽고 미스터 최가 말했다.
“목소리가 안 좋네요.”
“..... 죄송해요. 일이 좀 생겨서 오늘은 쉬어야겠어요.”
“... 무슨 일 있습니까?”
“아뇨, 그냥 좀 피곤해서요.”
다시 정적.
수화기 너머로 들리는 그의 숨소리.
이후, 그가 말했다.
“... 사모님. 저는 아드님의 심리치료 전담하고 있고, 그를 위해선 사모님과의 협업이 중요합니다. 고민거리가 있다면 제가 도와드리겠습니다.”
이신아는 침묵했다.
그저 미스터 최라는 사람에 대해서 생각해봤다.
그는 어떤 사람인가.
생각해보면, 상당히 호감 가는 부분이 많은 사람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