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컥
-또각 또각 또각.
문을 열고 들어오는 40대 중반의 여인.
하지만 철저한 관리를 통해 30대 초반이라 해도 믿을 정도의 미모.
도도한 걸음걸이. 격식 있는 몸짓. 명문가 자제의 품격.
분명 나이 든 여자였으나, 미모는 퇴화하지 않고 오히려 품격만 드높아졌을 뿐이었다.
”안녕하세요.“
먼저 인사를 건네는 그녀.
미스터 최는 빠르게 눈을 굴려 그녀를 훑어보았다.
그리곤 잘 꾸며진 사람 좋은 미소를 지으며 맞은편의 의자를 권했다.
”예. 그간 잘 지내셨습니까. 앉으시죠.“
-꾸벅.
도도한 공작새처럼 고개를 끄덕이곤 착석하는 이신아.
그녀의 시선이 밑을 향하는 사이, 미스터최는 그녀의 전체적인 몸의 굴곡을 훑어보며 독사 같은 혀를 날름거렸다.
하지만 그녀가 착석하고 다시 정면을 바라보자, 미스터 최는 언제 그랬냐는 듯 진지한 얼굴로 천연덕스럽게 말했다.
”그럼, 바로 본론부터 얘기해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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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먼저 인사를 건네는 이신아.
미스터 최는 사람 좋은 미소를 지으며 맞은편 의자를 권했다.
”예. 그간 잘 지내셨습니까. 앉으시죠.“
-꾸벅.
도도한 공작새처럼 고개를 끄덕이곤 착석하는 이신아.
그녀의 시선이 밑을 향하는 사이, 미스터최는 그녀의 전체적인 몸의 굴곡을 훑어보며 독사 같은 혀를 날름거렸다.
하지만 그녀가 착석하고 다시 정면을 바라보자, 미스터 최는 언제 그랬냐는 듯 진지한 얼굴로 천연덕스럽게 말했다.
”그럼, 바로 본론부터 얘기해볼까요?“
”네. 검사결과가 어떻나요.“
”이대론 위험합니다.“
”위, 위험하다고요?“
큰 충격을 받은 이신아의 표정.
‘미스터 최’가 말했다.
”예. 지난 2주간 사모님의 말씀을 토대로 아드님을 분석한 결과, 아드님은 관계지향적이고 사회적 자존감이 높은 사람이었습니다. 본인의 일에 대한 자부심도 또래에 비해 남달랐고, 가정환경, 교우관계, 여자친구와의 관계 또한 안정적이었죠.“
잠시 숨을 고르는 미스터 최.
이신아는 올라오려는 눈물을 참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미스터 최가 말했다.
”때문에 ‘그 사건’을 다른 사람의 경우보다 더 심각하게 받아들일 겁니다. 극단적 선택을.... 할 수도-“
-벌컥!
돌연, 이신아가 일어섰다.
그녀는 어깨를 파르르 떨며 눈물을 흘렸다.
”아, 안돼요! 내 아들은... 내 아들은....!“
”일단 진정하시죠. 흥분을 가라앉히세요...“
미스터최는 손수건을 건네며 이신아를 앉혔다.
그리고 이산아가 몸을 덜덜 떠는 사이, 커피포트에 물을 올린 뒤 비열한 미소를 지으며 혀를 날름거렸다.
‘저 도도한 년도 아들 얘기만 나오면 정신을 못 차리는군.’
미스터최는 종이컵에 뜨거운 물을 붓고 녹차티백을 담갔다.
그리고 그것을 이신아에게 건네주며 입을 열었다.
”사모님. 이럴 때일수록 침착해야 합니다. 진정하시고 얘기 끝까지 들어주시죠.“
”네.... 죄송해요...“
넋이 나가버린 듯한 그녀의 모습.
미스터 최가 말했다.
”아드님의 치료를 위해 여러 방안을 생각해봤습니다.... 우선, 극단적인 선택을 막기 위해선 정신병원에 입원시키는 게 제일 좋겠지요.....“
미스터 최는 잠시 뜸을 들인 뒤, 이어 말했다.
”...하지만 그것은 일시적인 지연에 불과합니다. 오히려 아드님의 정신건강에 더욱 좋지 않을 겁니다. 아드님같이 자존감이 높은 사람은, 소중한 사람이 자신을 정신병원에 보내려는 그 자체를 배신이라고 느끼거든요.“
이신아는 고개를 끄덕였다.
충분히 납득할 만한 이유였다.
”이때 중요한 게 주위 사람의 역할입니다. 특히 사모님의 역할이 가장 중요하죠.“
”제, 제가요?“
”예. 일전에 아드님께서 관계지향적이라고 말씀드렸었죠. 때문에 아드님은 사모님의 영향을 많이 받습니다. 사모님께서 실질적인 가장의 역할을 하시니까요.“
이신아는 고개를 끄덕이며 자신의 손을 매만졌다.
미스터 최의 말대로, 그녀는 집안의 실질적인 가장역할을 하고 있었다.
그녀의 성격은 독립적이고, 진취적인데 반해 남편의 성격은 상호협조적이고 희생적이니까.
”이때 억지로 아드님에게 다가가려고 하면 거부반응을 보일 겁니다. 위로를 해주려는 행위 자체도 싫어할 겁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스스로 회복되길 기다리는 것 또한 안되죠.“
이신아는 미간을 찌푸르며 아랫입술을 깨물었다.
미스터 최의 말대로, 그간 아들에게 다가가려 했지만 모두 거절당했고, 이대로 놔두면 극단적인 선택을 할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하는 걸까.
미스터 최가 말했다.
”따라서 사모님부터 변화하셔야 합니다. 다소 과감하게요.“
”....네? 제가... 변한다구요?“
”예. 다소 황당하게 들리시겠지만, 사모님부터 변하는 게 중요합니다.“
”왜죠?“
”변화의 목적은 하나입니다. 아드님의 관심을 사모님에게 두기 위한 것이죠.“
”..... 제게... 관심을 두게 한다고요?“
”예. 아드님은 지금 ‘그 사건’에 과몰입 상태입니다. 지금도 끊임없는 자기학대가 이뤄지고 있겠죠. 따라서 관심사를 외부로 끌어들이는 게 첫 번째 단계입니다.“
”네....그렇군요... 뭐를, 어떻게 변화하면 될까요? 아직 감이 안 잡혀서...“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외모의 변화입니다.“
”외모요?“
”예. 피트니스 대회에 한 번 나가보시죠. 대회 수상을 목적으로 참가하는 겁니다.“
”.....피트니스 대회... 그 다음은요?“
”그 과정을 하나하나 다 기록하는 겁니다. 인스타에 올려도 좋고, 페이스북에 올려도 좋고, 유튜브에 올려도 좋습니다. 하루하루 변해가는 모습을 촬영해서 올리는 겁니다.“
”만약 그렇게 하면, 제 아들에겐 어떤 효과가 있죠?“
이신아의 질문에 잠시 생각을 정리하는 미스터최.
이윽고 그가 입을 열었다.
”아드님의 ‘그 사건’에 대한 과몰입을 깨려면, 그만큼 강한 자극이 필요합니다. 사모님의 ‘대회 출전’ 같은 큰 자극이요. 그렇게 과몰입이 깨지게 되면, 온종일 자신을 갉아먹던 자기혐오에서 일시적으로 벗어날 수 있습니다. 그다음은 사모님이 하루하루 달라지는 기록을 보면서 긍정적인 자극을 받을 수 있겠죠. 사모님을 응원하는 댓글이나 관심을 통해 대리만족을 느낄 수도 있구요. 그렇게 사모님이 대회에 수상하고 더 많은 관심을 받게 되면, 사회적 진출에 대한 욕망이 싹 트기 시작할 겁니다. 아드님은 원래 스스로 대회에 나갈 만큼 진취적인 분이기 때문에, 금세 사회진출의 단계까지 도달할 수 있을 겁니다.“
미스터 최의 말에 이신아의 눈에 희망이 깃들었다.
그녀는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가슴에서 들끓어 오르는 열정을 느꼈다.
자신이 변하면 아들이 변할 수 있다.
죽기 살기로 할 각오가 이미 다져져 있었다.
”좋아요....좋아요! 그럼...이제 헬스장 등록을 하면 되나요?“
”예. 일단 제가 가이드를 잡아드릴 테니, 오늘은 저와 함께하시죠.“
흠칫 놀라는 이신아의 표정.
그녀가 말했다.
”저... 헬스장 잡는 것도... 같이 한다구요?“
”예. 수임료가 비싼 만큼 확실히 하고 싶어서요. 고객님의 모든 관리는 제가 꼼꼼히 확인해서 문제없게 할 것이고, 그렇게 좋은 결과를 만들고 싶은 욕심이 있거든요. 이해하시죠?“
이신아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뒷세계 사람이라 좀 찝찝한 감이 있었는데, 이렇게 확실히 일을 처리하려는 모습을 보니 믿음이 갔다.
”그럼 가시죠. 피트니스 센터를 잡는 것부터 앞으로 일정까지 꼼꼼히 체크해 드리겠습니다.“
”네.“
이신아는 믿음직한 미스터 최의 뒷모습을 보며 그를 따라갔다.
그런데 그가 온 곳은 아이러니하게도 백화점이었다.
”저... 여기는 왜...?“
”옷을 좀 맞출까 해서요.“
”오...옷이요?“
”예. 동기부여 하는데 필요한 과정입니다.“
미스터최는 그렇게 말하곤 여성 의류 코너에서 옷을 휙-휙- 뒤지기 시작했다.
이윽고 그가 옷 하나를 집어 들고 이리저리 살펴보더니, 이신아에게 건네며 말했다.
”잘 어울릴 거 같네요. 한번 입어보시죠.“
”이걸, 지금요?“
”예.“
흔들림이라곤 전혀 찾아볼 수 없는 그의 얼굴.
이신아는 그 뚝심에 고개를 끄덕이곤 탈의실에서 옷을 갈아입었다.
그리고 밖을 나오니, 그가 미소를 지으며 가볍게 박수를 쳤다.
”잘 어울릴 거 같았습니다. 옷이 주인을 잘 만났네요.“
”그, 그런가요“
이신아는 얼굴을 붉히며 거울을 봤다.
그의 말대로, 이 옷은 자신에게 딱 잘 맞는 옷이었다.
옷 보는 안목이 보통이 아니었다.
”어머~ 고객님! 너무 잘 어울리세요. 남편분이 안목이 좋으시네~“
”아. 저- 남편이-“
”얼마죠?“
돌연 말을 끊어내며 지갑을 꺼내는 미스터 최.
직원이 활짝 웃으며 이십육만원 되시겠습니다~ 라고 답하고, 그는 망설임 없이 카드를 꺼냈다.
”이건 제 선물입니다.“
”아, 저... 그냥 제가-.“
”고객님이 부담해야 할 돈이 훨씬 많으니, 일단 받으시죠. 아직 살 게 남았습니다.“
살 게 더 남았고, 부담해야 할 돈이 더 많다니.
이신아의 고개가 갸웃했다.
이윽고 미스터 최는 옷을 한 번 더 뒤적거리더니, 또 다른 옷을 들고 왔다.
”이 옷이 사모님의 목표입니다. 대회가 끝나는 날 입을 옷.“
”.....“
옷을 보는 이신아의 표정이 경악으로 물들었다.
척 보기에도 엄청 비싸 보이는 건 물론이거니와, 등이 파이고 가슴 노출도 심해 보이고 길이도 너무 짧은, 엄청 야한 옷이었기 때문이다.
”저....이걸 제가... 나중에 입는다구요?“
”예. 이 옷을 입는 걸 일차 목표로 하시면 되겠습니다.“
”아니, 옷이 좀... 너무 야하지 않나요?“
”하하. 사모님도 보수적이군요. 자신감의 표출이자, 자기 몸에 대한 자부심으로 생각해주시죠. SNS에 이 정돈 입고 올려줘야 반응이 뜨거울 것이고, 아드님의 관심을 이끌어내는 데도 큰 도움이 될 겁니다.“
‘그래도 나는 유부녀인데’라는 말이 올라왔지만, 이신아는 그 말을 그대로 삼켰다.
아들을 위한 일이라니 무슨 일이든 못하랴.
”그럼 한 번 입어보시죠.“
”네? 이거 안 들어갈 거 같은데... 사, 살 좀 빼고...크흠...입어야...“
”그것을 확실히 체감하기 위한 일입니다. 도저히 안 되겠으면 그냥 원래 옷을 입고 나오셔도 됩니다.“
”음.... 그러면 일단 한번 입어나 볼게요....“
이신아는 다시 탈의실에 들어갔다.
입고 있는 옷을 훌러덩 벗고, 그 짧은 원피스를 들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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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내가 이걸 입어야 한다고?’
무슨 헝겊 크기도 안 되어 보이는 작은 원피스.
이신아는 한숨을 푹 내쉬곤, 낑낑대며 원피스를 입어보았다.
”으...으윽...“
작다.
아직은 작다.
용케 들어가긴 했지만, 볼록 튀어나온 뱃살이 흉하게 드러났다.
엉덩이에도 꽉 껴서 엉덩이 골과 팬티가 다 노출되었다.
게다가 가슴에도 너무 꽉 껴서, 가슴골도 너무 노골적으로 드러나고.
이신아는 결국 한숨을 내쉬며 원피스를 벗고, 원래 옷을 입고 나왔다.
”운동 열심히 해야겠네요....“
”하하. 일단 그 옷을 목표로 운동해주시죠. 그럼 다음 장소로 갈까요?“
그렇게 이신아는 원피스를 구입한 다음, 피트니스 센터로 이동했다.
피트니스 센터에는 미스터 최가 미리 준비해둔 트레이너가 있었다.
트레이너는 앞으로의 운동일정과 몸에 맞는 식단표를 짜서 이신아에게 넘겨주었다.
이신아는 식단을 눈으로 훑어보며 장 볼 목록을 체크했다.
그러는 와중에 미스터최가 말했다.
”촬영도 해야 합니다.“
”네? 촤, 촬영이요...?“
”예. 비포에프터 있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음...“
그렇게 이신아는 스튜디오로 이동했다.
이곳도 미스터 최가 미리 예약해 뒀던 곳.
촬영은 곧바로 시작되었다.
첫 번째 착샷은 흰 티에 청바지.
무난하게 끝마쳤다.
두 번째 착샷은 몸에 착 달라붙는 레깅스였는데, 이신아에겐 조금 민망한 복장이었다.
”저, 그, 그게.... 요즘 관리를 안 했더니 그, 막, 뱃살이 조금...“
”괜찮습니다. 사모님 나이치고 굉장히 관리가 잘 된 몸이니, 그렇게 부끄러워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네...“
그렇게 이신아는 두 번째, 세 번째 착샷까지 촬영을 끝마쳤다.
모든 촬영을 마치고 나니 어떤 젊은 여성이 고개를 꾸벅 숙이며 인사를 했다.
”안녕하세요~ 유튜브 편집을 맡게 된 김아름이라고 합니다~ 잘 부탁합니다!“
”.....예?“
”아. 제가 섭외했습니다. 말씀드렸다시피, 사모님의 변화하는 모습을 SNS에 올려야 하지 않겠습니까.“
”아..... 그게 좀 갑작스러워서.“
”시간이 촉박해서 그렇습니다. 대회까진 4개월밖에 남지 않았으니까요.“
”아....네.“
”그럼 첫 번째 컨텐츠 촬영부터 할까요? 대본은 여기 있습니다.“
그렇게 이신아는 미스터최가 준비한 일정을 정신없이 소화했다.
옷을 사고, 피트니스 센터를 등록하고, 유튜브 영상을 촬영하고.
그러다보니 어느새 밤이 되었고, 둘은 저녁을 함께 먹었다.
미스터최가 스테이크를 썰며 말했다.
”앞으로 4개월간은 이렇게 저와 함께할 시간이 많을 겁니다.“
”네... 고마워요. 이렇게 신경 써주셔서.“
”값을 지불받았잖습니까. 당연히 해야 할 일입니다.“
”그래도요...“
”건배하시죠. 앞으로 4개월간 잘 해봅시다.“
미스터최는 그렇게 말하며 잔에 와인을 따랐다.
이신아와 미스터최는 서로 미소를 지으며 와인잔을 부딪혓다.
-띵!
이윽고 와인잔을 쭉 들이키는 이신아.
미스터최는 그런 이신아를 보며, 비열한 미소를 지었다.
‘이신아. 독주인 줄도 모르고 잘도 들이키는군. 네년의 타락도 곧 머지않았다.’
***
주인님의 집에서 보내는 미친 나날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