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3화 (13/303)

어차피 이슈나 소문은 한순간 스쳐 지나갈 뿐이다.

대중들은 새로운 화젯거리를 씹으며 금세 나를 잊을 것이다.

그래. 다시 시작해보자.

-우우우웅~

그렇게 이불을 박차고 나오는 찰나, 문자가 왔다.

지금 내 폰은 새로 맞춘 폰인 데다 번호도 가족밖에 모르는데, 누가 문자를 보낸 것일까.

스팸인가.

".....!"

하지만 문자의 내용을 확인하는 순간, 내 얼굴은 경악으로 물들었다.

내게 저런 내용의 문자를 보낼 존재는, 단 하나밖에 없기에.

[010-xxx-xxxx: 제안은 생각해봤나. ]

제안.

녀석의 제안.

순간, 날 지옥으로 떨어트렸던 그 동영상이 생각났다.

나와 하영이의 1주년 동영상을 틀어놓은 채 하영이를 능욕하고,

하영이의 머리 위에 소변을 보며 내게 했던 말.

그 악마의 속삭임은 이러했다.

'기회를 주지. 이년. 원래대로는 못 돌려놔도, 널 사랑하는 마음은 어느정도 남길 수있어. 네가 네 인생을 바친다면 말이야.'

내 인생을 바친다면, 하영이의 마음을 조금은 돌려주겠다는 말.

좆까라고 그래.

씨발, 내가 미쳤다고 내 인생을 포기할까 보냐.

난, 절대로 나를 포기ㅡ.

-우우우웅~

그때, 다시 울리는 알람.

난 메시지를 확인했다.

그곳엔 하영이의 사진이 있었다.

"하....하....하영...하영아...."

이미 그녀는 떨어질 대로 떨어졌지만, 녀석이 보낸 사진은 더 충격이었다.

우선 하영이의 그 빛나고 윤기 나는 흰 피부가, 온통 구릿빛 피부로 변색 되어있었다.

거기에 찰랑이는 긴 흑발은 웨이브가 들어간 백금발로 염색되어 있으며, 화장도 무척 진해졌다.

"가....가슴이...."

거기에 아담하고 예쁜 가슴마저 무식하게 큰 유방으로 대체되어 있었다.

그리고 자궁 부위에 위치한 저 하트모양의 문신.

그것이 하영이의 천박함에 화룡정점을 장식하고 있었다.

-우우우웅~

연이어 도착한 녀석의 메시지.

하영이의 천박한 사진 밑에 새로운 문장이 추가되었다.

[010-xxx-xxxx: 어때? 이년 지금도 현재진행형으로 타락 중이야. 이제 20kg 정도 증량시키고, 털 관리도 못 하게 시킬 거야. 말 그대로 암퇘지에 털이 수북한 짐승년이 되는 거지. 그리고 2주일 동안 씻기지 않고 알몸산책도 좀 시킬 계획이고.]

녀석의 인간 이하의 발언들.

지금 이 처참한 몰골보다 더욱 하영이를 떨어뜨리겠다는 녀석의 추악한 욕망.

나는 분노하였다.

그 분노의 대상은 하영이를 이렇게 만들어 버린 녀석.

그리고 나를 버리고 끝내 저 지경으로 타락한 하영이.

마지막으로, 녀석이 보낸 메세지에 자지를 빳빳이 세우고 흥분을 느끼고 있는 나.

"흐.....흐흐....키히히...."

흥분된다.

그 고결하고 누구보다 빛나던 하영이가, 더욱 추악하게 타락한다고 한단다.

난 자지를 흔들기 시작했다.

앞으로 더욱 타락할 하영이의 모습이 뇌를 자극하였다.

매끈하고 늘씬했던 몸매는 지방이 출렁이는 돼지년으로.

맑고 사랑스럽던 눈망울은 탁한 동태눈깔 같은 흐리멍텅한 눈동자로.

밝고 화사했던 새하얀 피부는 오랫동안 씻지않아 때가 묻은 구릿빛 피부로.

철저한 자기관리로 털 한 올 없었던 은밀한 부위엔, 수풀처럼 자라난 털복숭이로.

"씨이발....젠장...."

그 광경을 상상하니, 분노와 함께 고양감이 치솟아올랐다.

녀석의 자지에 박혀 그 천박한 가슴과 뱃살을 출렁이며 짐승의 울음 소리를 내는 그녀를 떠올리니, 뇌가 터져버릴 것만 같았다.

-우우우웅~

그런 와중에 녀석의 메세지가 도착했다.

곧바로 확인해보았다.

[010-xxx-xxxx: 네 선택에 맡기지. 이대로 연락을 끊고 네 인생을 살아가던지. 아니면 이 짐승년을 구제하던지. 참고로 이 년을 구제하려고 하면 꽤 많은 부분을 돌릴 수 있어. 아직 늦지 않았거든. 나에게 복종은 하겠지만, 동시에 너에 대한 사랑도 온전히 남겨줄 수 있지. 외모도 충분히 원상복구가 가능하고 말이야.]

예전으로 못 돌아가지만, 더 이상의 타락은 멈출 수 있다는 말.

아직 하영이와 함께 살아갈 수 있다는 말.

난 두손으로 머리를 감싸쥐었다.

어떻게 해야하지?

-우우우웅~

[010-xxx-xxxx: 그것도 아니면, 다른 선택지도 있지.]

다른 선택지.

나는 침을 꿀꺽 삼키며 녀석의 메시지를 기다렸다.

이윽고 폰이 다시 한번 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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녀석이 보낸 메시지.

나는 곧바로 그것을 확인했다.

-우우우웅~

[010-xxx-xxxx: 이년이 타락하는 과정. 그 과정을 모두 감상할 수 있는 거야. 살집이 불어나는 과정. 돼지처럼 음식을 처먹는 모습. 온몸에 털을 기른 채 천박한 춤을 추는 모습. 알몸에 코트만 입고 나가 노상방뇨를 하는 모습. 내가 지시한 범죄에 가담해 양심의 가책도 없이 가정을 파탄 내는 모습. 그 모든 영상을 네게 제공해줄 수 있어. ]

녀석의 새로운 제안.

하영이가 악의 구렁텅이로 타락하는 모습을 보여주겠다는 제안.

그 제안에 가슴이 끓어오르기 시작했다.

온몸에 식은 땀이 나고, 손이 덜덜 떨리고, 숨이 가빠졌다.

동시에, 내 자지는 또다시 우뚝 솟아올라 쿠퍼액을 마구 뿜어대고 있었다.

나는 어느새 미소를 지으며 조금씩 웃고 있었다.

-우우우웅~

[010-xxx-xxxx: 거기에 추가로 일주일에 한 번 짐승년의 대딸을 받을 수 있다. 너는 그년이 타락하는 영상을 당사자와 함께 감상하며, 대딸을 받을 수 있는 거지.]

하영이가 타락하는 영상.

그런 영상을 타락한 하영이와 함께 감상한다.

난 미친듯이 자지를 흔들기 시작했다.

"하아.... 하아.... 하아...."

-우우우웅~

[010-xxx-xxxx: 상상해봐. 그년은 네 귓가에 자신이 타락하는 과정을 상세히 해설하며 네 자지를 흔들어 줄 거야. 어쩌면 항문도 핥아 줄지도 모르지. 물론, 사정 뒤엔 자지청소도 말끔히 해주겠고 말이야. 이 모든 게 끝나면 너는 정조대를 착용하고 또 다시 일주일을 기다리는 거야. 일주일에 한 번 찾아오는 그 극상의 쾌락을 기다리며, 더더욱 타락할 짐승년의 모습을 고대하는 거지.]

인간 이하의 삶.

무가치하고, 미래가 없으며, 종국엔 파멸만이 남는 그런 삶.

"히히!! 히히힣!!! 히히히히히!!!"

허나, 극상의 쾌락을 맛볼 수 있다.

내 소중한 존재가 부서져 가는 아찔한 파괴욕. 그리고 거기에 상반되는 성욕을 온전히 충족시킬 수 있다.

그야말로 파괴욕과 성욕만을 충족시킬 수 있는 짐승의 삶.

그 모든 것을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내 자지는 한없이 팽창하며, 음욕의 덩어리를 배출하기 시작했다.

-울컥! 울컥! 울컥! 뷰룻! 뷰룻! 뷰루우우웃....

"히히! 히히힛! 히히히히히!"

난 황급히 폰을 집어 들었다.

그리고 녀석에게, 아니, 하영이의 주인님에게 답장을 보냈다.

[나: 제 인생을 바치겠습니다.]

***

이신아.

제일그룹 회장의 막내딸이자, 현재는 아들 하나 딸 하나를 두고 있는 전업주부.

그녀는 지금 깊은 고민에 빠져있다.

일류쉐프의 꿈을 꾸며 창창한 앞길을 걸어가고 있던 믿음직한 첫째 아들이, 방송사상 최악의 만행을 저지르곤 폐인이 되어버렸기 때문이다.

그녀는 소주 한 잔을 쭉 들이켰다.

"흡! 하아....."

알코올과 함께 나오는 긴 한숨.

생각해보면 이렇게 쓸쓸히 홀로 술을 마시는 순간은 꽤 여럿 있었다.

재벌가의 막내딸로 태어났지만, 절대 평탄한 삶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재벌가.

오로지 돈과 권력의 이해관계에 따라 움직이는 집단들.

이신아의 가치관은 그곳과 부합하지 않았다.

그녀는 큰 욕심이 없었고, 오직 자유로운 삶을 꿈꿨다.

때문에 그녀는 평범함을 동경했으며, 이렇게 평범한 남자를 만나 가정을 꾸렸다.

평범한 남자와의 결혼.

그 선택에는 큰 대가가 따랐다.

재벌가의 회장은 이해득실 관계가 얽힌 약혼의 파기에 불같이 화를 냈다.

원래 이신아는 다른 그룹의 장남과 결혼하기로 되어있었기 때문이다.

결국 이신아는 이 사건으로 재벌가에서 쫓겨나게 된다.

하지만, 그녀는 후회하지 않았다.

그녀의 남편은 평범했으나, 가정에 충실하고 사람됨됨이가 올바른 사람이었다.

거기에 그녀의 아름다움을 물려받아 아이돌 지망생으로서 한 걸음 한 걸음 나아가고 있는 딸과, 쉐프의 꿈을 이뤄나가고 있는 아들이 있으니 평범함을 택한 자신의 삶은 오히려 언니오빠보다 찬란한 것이다.

"하아...."

하지만 '그 사건'은 벌어지고 말았다.

생방송 도중 벌어진 공연음란 행위.

이 사건 때문에 그녀의 자랑거리는 그녀의 수치가 되었고, 덮어야 할 흑역사가 되었다.

"성민아...."

하지만 그녀는 지금도 자신의 아들을 수치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렇게 올곧고 바르고 성실한 아이였으니, 이 아픔을 딛고 일어날 수 있으리라 믿고있었다.

"흑....흐흑...."

다만, 부모로서 미안할 뿐이었다.

아들이 그 지경이 될 때까지 아무 눈치도 못 챈 자신이 한심할 뿐이었다.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무슨 일을 겪었길래 그런 짓을 벌였을까.

아무 말도 해주지 않은 아들이 답답하지만, 오늘도 그녀는 아들이 먼저 다가와줄 때까지 기다려 보기로 다짐한다.

그녀는 다시 한번 소주를 들이마셨다.

***

다음 날 아침.

이신아는 카페에 갔다.

선글라스를 낀 채 아메리카노를 마시는 그녀는 제법, 고급스러운 분위기를 풍기고 있었다.

-띠링~ 띠링

그때, 유리문이 열리며 검은 정장을 입은 사내 두명이 들어왔다.

그들은 이신아를 알아보곤, 곧장 그녀에게 다가왔다.

"사모님."

"뭐 좀 알아낸 거 있나요?"

"주문부터 하고 오겠습니다. 얘기가 길어질 거 같군요."

"네. 그러세요."

이윽고 주문을 마치고 온 검은 정장의 사내들.

그들은 테이블 위에 사진 몇 장과 서류를 올리곤, 입을 열었다.

"아드님의 행적을 추적한 결과입니다. 14일부터 27일까지 약 2주간의 동선을 추적했는데, 별다른 문제는 없었습니다. 평범한 일상의 반복이었죠. 등교, 퇴교, 여자친구와 데이트, 자취방에서 레시피 연구. 이게 전부더군요."

이신아의 미간이 찌푸려졌다.

"그럼 그게 끝인가요?"

"아뇨. 한가지. 수상한 구석이 있었습니다."

"수상한 구석이요?"

"네. 저희쪽 해커를 통해 아드님의 카톡내역, 문자내역을 조사해봤는데, 그 내용이 깔끔하게 지워져있더군요."

"카, 카톡 내용이 지워져요?"

"네. 거기에 아드님 지인들의 동선도 좀 추적해봤는데, 여자친구의 동선이 조금 특이했습니다."

"어떻게요?"

"그... 요리대회가 있던 날 있지않습니까."

"네."

"그 날 그곳에 들렸었는데, 일이 터지자 마자 바로 나오는 모습을 확보했습니다. 여길 보시죠."

사내가 내미는 사진.

그곳엔 아들의 여자친구가 건물을 나오고 있는 모습이 찍혀있었다.

CCTV로 찍힌 사진이라 화질은 선명하지 않았지만, 분명 아들의 여자친구가 확실했다.

"여기 시간대가 보일 겁니다. 일이 터지자 마자 바로 건물 밖으로 나온 거죠."

"그렇....네요."

"네. 이 부분이 이상합니다. 남자친구에게 그런, 크흠. 일이 있었는데, 그냥 모른 체 나오다니요. 꽤 오래 사귄걸로 알고 있는데 말이죠."

"확실히... 이상하네요. 하영이가 그럴 리가 없는데...."

"예. 그래서 이하영에게 좀 붙어볼까 합니다. 사모님만 허락하신다면."

"..... 그러세요. 혹시 삭제된 카톡 내욕도 복구할 수 있나요?"

"예. 이미 작업중입니다. 완성되면 바로 보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고마워요."

"저... 그리고 이하영에게 또 붙으면... 추가금이..."

"얼마죠."

"예! 물리력을 쓰지않고 정보만 캐내는 거면, 400되시겠습니다."

돈만 준다면 그 무슨 짓이든 하는 흥신소 직원들.

원래 이신아는 이런 부류와 어울릴 일은 일체 없으나, 상황이 절박한 만큼 이런 녀석에게라도 의지할 수밖에 없었다.

"이따 나가서 줄게요. 용건은 이걸로 끝인가요?"

"예. 그리고 이건 그냥 사모님을 위해서 말해드리는 정보인데...."

무슨 말을 하려는지, 조심스럽게 말을 꺼내는 녀석.

이윽고 녀석이 입을 열었다.

"괜찮다면 '심리치료'를 병행하시는 것도 좋으실 겁니다."

"심리치료요?"

"예. 무엇보다 중요한 게 아드님의 회복아닙니까. 사실 저희 업계에 그런 맨탈관리쪽 전문의가 있어서 말입니다."

싸늘하게 굳어가는 이신아의 표정.

이런 뒷세계에서 심리치료하는 사람을 무슨 수로 믿고 아들을 맡긴단 말인가.

분명 돈을 더 빨아먹으려는 수작이 분명했다.

"예. 믿기 어려운 건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걸 보시죠."

녀석이 내미는 사진과 서류.

이신아는 그것을 무심한 표정으로 집어 들었다.

[의료 기록서]

이름: 정승채

나이: 26

상태: 자살시도 2회, 극심한 조울증, 주기적인 호흡곤란 증상, 공황장애, 대인기피증

진단 결과: 오랜 공시생활로 인한 자존감 약화와 더불어 여자친구의 이별고지. 집에서 받는 차별. 자신을 괴롭히던 일진의 합격 소식으로 내재된 감정이 폭발.

처방: 학폭 사실 폭로로 인한 가해자의 합격 취소로 트라우마 제거, 불행한 일상을 보내는 것처럼 여자친구의 사진을 조작하여 심리적 불안감 제거, 집안과 분리, 부모님과 심화 상담, 올바른 진로 설계 후 취업지원.

결과: 대인기피증 치료. 자신감 회복. 사회진출. (공황장애는 꾸준한 치료가 필요해보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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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미로운 눈으로 정승채의 진료기록서를 살펴보는 이신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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